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54화 (54/225)

3

용우는 문지기들을 치우면서 안쪽으로 진입했다.

탕탕탕!

진입하자마자 총격이 쏟아졌다.

비록 컨테이너 여러 개를 연결했다고는 해도 안쪽을 확 튼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원래 문이 없던 곳에도 문을 만들어서 이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적들은 문 앞쪽에 물건을 쌓아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사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조잡하군.”

물론 전부 헛짓거리였다. 용우는 날아드는 총탄을 무시하면서 바리케이드로 다가갔다.

-마격탄!

그런데 그때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한 발의 에너지탄이 날아들었다.

투아아앙!

증폭 탄두로 쏜 스펠이 허공장을 때리며 폭발했다.

“헌터 장비도 갖고 있었나?”

증폭 탄두는 일반 총기로는 쓸 수 없다. 전용 총기로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런 장비는 일반 총기보다 훨씬 손에 넣기 어렵다.

그런 총기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팬텀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 놈들인지 알 수 있었다.

-마격탄!

적이 한 발 더 에너지탄을 쏘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전방으로 돌출된 피라미드형으로 변화한 용우의 허공장이 에너지탄을 흘려보냈다.

퍼어어엉!

빗나간 에너지탄이 컨테이너 벽을 때려서 구멍을 냈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달려든 용우의 주먹이 바리케이드를 강타했다.

-에어 바운드!

퍼어어엉!

대기가 폭발하면서 바리케이드를 날려 버렸다. 마구 쌓아 올렸던 물건들과 그 너머에 있었던 팬텀 조직원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나가떨어졌다.

“마, 막아!”

쓰러진 자들 중 하나가 외쳤지만 공허했다. 그래도 조직원들은 용감하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

덩치가 큰 조직원이 태클을 걸었다. 격투기를 좀 배웠는지 날렵한 태클이었지만…….

퍼엉!

허공장을 전개해 두고 있는 용우 상대로는 벽에다가 태클을 건 것이나 다름없었다. 달려들었던 힘에 의해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졌다.

-라이트닝 블로!

하지만 용우가 그 허공에 삽질하는 꼴을 지켜보는 동안, 마격탄을 쐈던 각성자가 기습을 가해왔다. 뇌전을 머금은 주먹이 용우의 등을 급습한다.

팟!

물론 그것은 착각이었다.

용우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몸을 돌리며 그 주먹을 걷어냈다.

-라이트닝 블로!

그리고 똑같은 스펠로 갚아주었다. 묵직한 훅이 적 각성자의 복부에 꽂혔다.

파지지직!

스턴 건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전격이 타격 지점으로부터 퍼져 나갔다.

“끄아아악!”

일반인이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터프했다. 전류가 온몸을 관통하는데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 조절도 어렵군.”

용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뇌전을 거두고 각성자를 집어 던졌다.

그가 전력으로 라이트닝 블로를 날렸다면 각성자는 즉사했으리라.

하지만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경찰의 일을 돕는 것이다. 막 죽여대면 곤란하기에 최대한 안 죽이고 제압하자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까지 충격을 버텨낼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으니.’

용우 입장에서 보면 각성자가 아닌 인간은 툭 치면 억, 하고 죽어버리는 허약한 존재들이다.

스펠을 쓸 때는 최대한 저출력으로 쓰고 있긴 한데 그래도 죽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좀 귀찮아도 하나하나 의식을 끊어놓는 게 마음이 편하겠어.’

용우는 상대의 머리나 목을 잡으면 마력 컨트롤만으로도 의식을 잃게 만들 수 있었다.

마력이 일정 수준에 달했거나 컨트롤이 뛰어난 각성자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잔재주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전부 수준 미달이었다.

“이건 뭐야?”

순식간에 팬텀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다음 컨테이너로 간 용우가 놀라서 멈춰 섰다.

그곳은 마약이 잔뜩 쌓인 창고 사무실 같았던 다른 컨테이너들과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는 인간을 가두고 푸른 액체를 채워 넣은 커다란 유리관 2개가 있었다.

그리고 팬텀 조직원들이 그 유리관들을 짐차에 올리고 허공에 뻥 뚫린 직경 3미터짜리 구멍으로 하나씩 밀어 넣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스펠을 쓸 수 있는 놈이 지구에 있었나?”

용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구멍은 얼핏 보면 일반적인 게이트와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용우는 척 보는 순간 그 구멍이 게이트, 그러니까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는 할로우 게이트와는 전혀 다른 종류임을 알아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런 구멍을 만드는 스펠을 알고 있었다.

‘오버 커넥트라니…….’

그것은 용우가 쓰고 있는 블링크와 같은 계통의 스펠이다.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지점의 공간을 하나로 잇는 문을 만들어내는, SF에 자주 등장하는 워프 게이트를 만드는 스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대단히 고등한 스펠이다. 용우의 경험상 마력 기관이 페이즈15에 도달해야 사용이 가능해질 정도다.

공식적으로 지구의 각성자 중에는 아직 그 수준의 마력을 지닌 자가 없다.

게다가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7세대 각성자 중 7위 안에 들어가는 성적을 기록한 유현애조차도 공간 간섭계 스펠은 단 하나도 보유하지 못했다.

그런데 공간 간섭계 중에서도 최상위급 스펠을 쓰는 자가 있다니?

“막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

팬텀 조직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아연해하던 용우의 정신을 일깨웠다.

“시간을 끌어?”

용우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피지컬 부스트!

순간 용우의 인지 속도가 2배 이상으로 가속했다.

뿐만 아니다. 신체의 가동 속도 역시 인지 속도와 똑같은 수준으로 가속하는 게 아닌가?

투칵! 툭! 퍼엉! 투하학!

팬텀 조직원들은 용우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는 공격 대상자만이 아니라 옆에서 보고 있는 제3자도 마찬가지다. 뭔가 스쳐갔다고 생각한 순간 옆의 동료가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컨테이너 안의 팬텀 조직원들을 제압한 용우는 마지막 한 명의 목을 붙잡고 말했다.

“설명해라. 이게 뭐지?”

“으윽, 마, 말할 것 같으냐?”

“이것 참.”

용우가 한숨을 쉬었다.

성질 같아서는 콱 팔다리를 부러뜨려 가면서 고문하고 싶다. 하지만 경찰들과 합동 작전 중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진실의 서약을 써버려?’

잠시 고민하던 용우는 곧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살의를 거두었다.

“신문하는 건 내 일이 아니긴 하지.”

조직원의 의식을 끊어놓은 용우는 아직 워프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지 않은 2개의 유리관을 살펴보았다.

“이건 또 뭔지 모르겠지만… 이놈들이 막 나가는 이유가 여차하면 중요한 건 이걸로 빼돌릴 자신이 있어서였다, 이거지?”

용우가 워프 게이트로 다가갈 때였다.

우웅…….

워프 게이트가 진동하면서 불쑥 누군가 나타났다.

눈에 초점이 없는 흑인 남자였다.

‘뭐지?’

한눈에 제정신이 아님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다. 몽유병 환자이기라도 한 것일까?

파아앙!

그런데 그는 나타나자마자 용우에게 나이프를 찔러왔다. 마력 반응 코팅 처리가 된 물건인지 시퍼런 스파크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용우는 가볍게 피해내고는 하단 돌려차기를 날렸다.

투학!

흑인 남자는 그 일격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

그러나 흑인 남자는 말하기는커녕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는 주저앉은 채로 허우적거리며 나이프를 휘둘렀다.

“이놈은 또 뭐야?”

용우는 흑인 남자의 머리를 붙잡고 촉진을 해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마력 기관이 없다. 각성자가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이만한 마력을 쓰지?’

흑인 남자는 각성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방금 전에는 거의 페이즈2 수준의 마력을 발했다.

용우가 진입하면서 제압한 다른 조직원들이 겨우 마력을 발현한 수준에 불과했음을 보면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 잠깐.’

촉진을 계속해 본 용우는 그의 체내에서 특이 사항을 발생했다.

바로 뇌와 심장에 마력이 농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그 둘이 마력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용우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할 때였다.

투웅!

갑자기 흑인 남자의 몸이 크게 진동하면서 강렬한 마력 파동이 발생했다. 용우가 그의 머리를 붙잡은 손을 놓고 물러나야 했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구구구구구……!

그리고 흑인 남자의 몸이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의 몸만이 아니다. 그를 중심으로 주변의 땅이 진동하면서 흙이나 먼지가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게 아닌가?

‘염동력?’

용우가 의아해할 때였다.

“흐으으으…….”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면서, 눈을 하얗게 까뒤집은 흑인 남자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동작이 기괴했다. 정상적으로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실에 조종당하는 인형이 일으켜 세워지는 것 같았)다.

“뭐야? 호러 영화야?”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린 용우가 뛰어들면서 주먹을 날렸다.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려 줄 이유가 없었으니까.

투학!

그러나 용우의 주먹이 허공에 발생한 푸른빛의 파문에 튕겨 나왔다.

“허공장?”

용우가 놀라는 순간, 흑인 남자가 먹으로 칠한 것처럼 새카맣게 물들었다.

쉬이이이이!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그 실루엣이 급격하게 변화해 간다.

용우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을 가하려는 때였다.

<팔라딘, 가동.>

처음으로 흑인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육성이 아니라 텔레파시였으니까. 그래서 용우도 굳이 머릿속에서 번역하는 과정 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넌 뭐냐?”

용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상대는 완전히 미지의 존재로 변해 있었다.

“고스트와는 어떤 관계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빈틈없이 새하얀 갑옷으로 두른 존재가 창을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 * *

용우는 고스트 7명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들이 용우가 어비스에서 만난 성좌의 아바타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의 하얀 갑옷은 7명 중 누구와도 다른 모습이다.

새하얀 갑옷은 디자인부터가 성좌의 아바타들과는 달랐다. 보다 단순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저 창은…….’

창 역시 디자인 면에서는 딱히 특이점이 없다.

그러나 창날에 새하얀 냉기가 맺혀서 흐르고 있는 것이 범상치 않은 창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관계가 없을 수가 없지.’

눈앞에서 하얀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한 것부터가 지구상의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 불가능 한 현상이다.

하지만 한없이 유사한 현상을 일으키며 출현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고스트다.

‘고스트와 똑같진 않지만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녀석이, 빙설의 창처럼 냉기를 흘리는 창을 갖고 나타났다. 팬텀의 배후에 고스트가 있다는 건 너무나 명확하군.’

상대의 마력은 인간의 모습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폭증했다.

‘그놈, 인류를 구하느니 뭐니 숭고한 척은 다 한 주제에 뒤로는 이런 짓을 하고 있었나.’

용우는 광휘의 검을 든 순백의 고스트를 떠올리며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경멸과 분노에 사로잡힌 것은 잠시였다.

순식간에 전투 상황에 어울리는 냉정함을 되찾은 용우가 하얀 갑옷의 창병을 관찰했다.

‘마력은 상당하군.’

인류는 마력 연구에 있어서 아직까지 페이즈12 이후의 영역을 명확하게 데이터화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공식적으로 페이즈12 이상의 마력 보유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우는 어비스에서 그 영역을 경험한 인물이다. 당연히 그 영역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5등급 몬스터 수준까지는 아니야. 페이즈13 이상 14 이하 정도로 보면 될까?’

각성자 기준으로는 엄청난 마력이지만 용우는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디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볼까?’

용우가 한 걸음 내디뎠을 때였다.

“크악!”

용우가 들어온 반대편에서 총성과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총구를 겨눈 특수기동대원들이 진입했다.

“모두 물러나!”

용우가 버럭 소리를 지를 때였다.

하얀 갑옷이 창을 휘둘렀다.

-염동산탄(念動散彈)!

그러자 창의 궤적으로부터 발생한 새하얀 에너지탄 다발이 특수기동대원들을 덮쳤다.

“아악!”

특수기동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하얀 갑옷이 쓴 염동산탄에는 지독한 냉기가 깃들어 있었다. 방탄 장비 위로 총탄을 맞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지면서, 체내로 냉기가 침투해 왔다.

퍼엉!

하지만 하얀 갑옷이 다음 동작을 하기 전에 용우가 그를 후려갈겼다.

하얀 갑옷이 몇 미터나 튕겨 나간다. 용우가 그를 따라잡는 순간이었다.

-프리징 필드!

파아아아아!

그가 창을 들고 땅을 찍자 트레일러 안이 전부 강렬한 한파에 휘감기면서 땅이 얼어붙었다.

용우도 거기에 집어삼켜지면서 전신이 새하얗게 얼어붙어서 멈춰 버리고 말았다.

하얀 갑옷은 창을 빙글 돌려서 쥐고 결정타를 날리려고 했다.

쩌적…….

그런데 용우의 몸을 얼렸던 얼음이 쪼개져 떨어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게 다냐?”

얼음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면서 용우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쾅!

흠칫하는 하얀 갑옷의 안면에 용우의 주먹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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