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용우는 한국 게이트 재해 연구소에 와 있었다.
팀 블레이드가 포획한 오우거 로드의 정보를 연구소에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오우거 로드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서 용우가 뽑아낸 정보는 꽤 많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정보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수고했어요.”
그 토론장에서 빠져나온 용우에게 권희수 박사가 음료수 캔을 하나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용우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팥죽 라떼?’
권희수가 자신을 놀리려고 이런 걸 줬나 싶어서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팥죽 라떼 캔에 빨대를 꽂아서 쪽쪽 빨아 마시고 있었다.
“…….”
아무래도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준 모양이다.
용우가 물었다.
“박사님은 나와 있어도 됩니까?”
“지금 열심히 토의하고 있는 주제가 제 전공 분야하고는 거리가 멀어서요.”
권희수는 시큰둥하게 말하고는 용우의 옆에 앉았다.
지휘관 개체에게 빙의한 존재들의 정신이 인간과 얼마나 유사한가, 그들이 텔레파시를 통해 수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언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인류와 흡사한 문명을 갖추고 있을까…….
그런 주제는 권희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팀 크로노스에서도 포획을 추진해 보겠다고 했는데, 포획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불가능할 건 없다고 봅니다. 그 에우라스 같은 놈이 또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포획하면 신문하는 거 도와줄 수 있어요?”
“저 비싼 몸입니다.”
용우가 농담조로 말하자 권희수가 전혀 농담기 없는 어조로 대꾸했다.
“그 어비스 과금인가? 그거 하면 돼죠?”
“…….”
“왜요? 안 돼요?”
“아니, 되긴 합니다만…….”
억 단위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쿨함에 용우가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권희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는 정말로 주술사나 엑소시스트가 필요한 국면인지도 모르겠어요. 죽여도 죽지 않고, 몸을 마치 탈것처럼 갈아탈 뿐이라니.”
“같잖은 것들입니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쓴맛을 보여줄 겁니다..”
“음?”
용우의 투덜거림에 권희수가 놀랐다.
“그런 방법이 있나요?”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실험해 봐야 확실해지겠죠.”
“알려주세요. 제가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글쎄요.”
“그래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권희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하지만 용우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실마리는 저한테서가 아니라 다른 데서 찾으시죠.”
“음? 무슨 뜻이에요?”
“7세대 각성자들의 보유 스펠을 전부 조사해서 리스트화하세요. 지금 단계에서는 못 쓰는 스펠들까지 전부.”
이 시점에서 7세대 각성자들은 잠재력의 반도 못 끌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아직 헌터로서의 경험이 적다는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마력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고위 스펠은 거의 대부분 그만큼 많은 마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7세대 각성자들의 마력은 아직 한참 성장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7세대 각성자 중 최고의 마력을 가진 헌터도 아직 페이즈6에 머무르고 있다.
그들이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얻은 모든 힘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아마도 2년은 걸릴 것이다. 이전 세대들도 그랬으니까.
“왜요?”
“놈들이 휴머노이드 몬스터에 ‘빙의’한다는 것은, 어쨌거나 정신의 일부가 거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원격조종만 할 뿐이라면 빙의했을 때 힘이 상승하는 것까지는 설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흠, 일리 있네요. 그래서요?”
“이 가설이 맞다면, 놈들을 엿 먹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뭔데요?”
“정신… 정확히는 정신을 담는 그릇이 되는 것, 정신체 혹은 아스트랄 바디라고 불리는 것을 파괴하는 스펠을 쓰면 됩니다.”
“…….”
순간 권희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곧 그녀가 물었다.
“정신체라니… 그거 유령이랑 비슷한 의미죠? 그런 게 실존한다고요?”
“예.”
“아, 하긴 당신이 말한 것 중에는 언데드라는 것도 있었죠. 확실히 과학자보다는 엑소시스트가 더 전문가 취급받아야 할 것 같은 상황이네요.”
권희수는 황당하다기보다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마력의 등장으로 인해서 기존 물리학 체계가 붕괴한 마당에 그거 인정 못 할 것도 없죠. 어쨌든 그 정신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스펠이 있다는 거죠?”
“있습니다.”
“당신도 쓸 수 있는 거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별로 참고는 안 될 겁니다. 7세대는 아직 그런 스펠들을 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어요.”
“마력의 문제인가요?”
용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권희수 박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
“M-링크 시스템을 쓰면요? 그래도 마력이 모자라요?”
“M-링크 시스템은 이미 발한 마력장과 스펠의 위력을 증폭해주는 겁니다. 마력 기관 자체가 강해지는 건 아니라서 안 됩니다.”
마력 기관은 새로운 페이즈로 성장할 때 저장량과 출력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질적 향상도 이루어지며, 그것은 고위 스펠의 사용 조건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테스터들을 통해서 파악하지 않았습니까?”
“파악했죠. 흠…….”
권희수 박사는 그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만약 7세대에게 그런 스펠이 없으면요?”
“그럴 경우에는 일단 가뜩이나 비싼 제 몸값이 더 뛰겠군요. 그리고…….”
뻔뻔하게 말한 용우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아티팩트가 승리의 열쇠가 되겠죠.”
* * *
그런 이유로, 유현애는 한국 게이트 재해 연구소에 불려왔다.
그녀에게 이 연구소는 이미 익숙한 장소였다. 지금까지 꾸준히 아티팩트 연구 협력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긴급하게 불려온 유현애가 용우를 보고 놀랐다.
“아저씨는 왜 여기에 있어요?”
“아저씨?”
그 호칭에 권희수가 용우를 바라보았다.
용우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너를 부른 게 나니까.”
“권 박사님이 아니라요?”
“내가 부른 거 맞아. 제로가 현애 널 부르자고 해서 내가 불렀어.”
“제로?”
유현애는 이게 대체 뭐냐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용우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보면 알고 있는 게 분명한데 왜 서용우라는 이름 놔두고 제로라고 부른단 말인가?
권희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니, 왜 아저씨를 제로라고 부르나 싶어서요.”
“내가 이 사람을 아저씨라고 부르기는 좀…….”
“그게 아니라! 본명을 알면서 왜 굳이 제로라고 부르냐고요.”
유현애는 새삼 권희수가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거야 우리 연구실에 등록된 코드네임이 제로니까.”
“…….”
하나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권희수는 확실하게 이유를 설명했다는 표정이었고, 용우를 보니 뭔가 포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권희수가 태블릿을 켜면서 말했다.
“현애야, 네가 보유한 모든 스펠을 말해줄래?”
“음? 그건 왜요?”
“7세대의 보유 스펠을 리스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거든.”
“어, 그건 계약상 팀하고 이야기해 봐야 하는 사항인데요.”
“그래?”
권희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전화기를 들고 일어났다.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온 그녀가 말했다.
“이제 됐어. 말해도 돼.”
“…네?”
“장관님한테 부탁해서 헌터 관리부에서 7세대 보유 스펠의 리스트화에 대한 긴급 지원 명령 내려달라고 했어. 해주신대.”
“…….”
권희수가 너무나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자 유현애가 입을 쩍 벌린 채 굳었다.
권희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 모습은 참으로 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외모로 보면 유현애랑 비슷한 연령대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라 더 그렇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현애는 굳이 자신이 느낀 것을 권희수에게 설명하길 포기했다.
곧 유현애의 보유 스펠을 리스트화하는 작업이 끝나자 권희수가 용우에게 물었다.
“혹시 이 중에 있어요?”
권희수의 전공 분야인 마력 연구에는 스펠에 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의 역작인 반응 탄두부터가 스펠의 사거리와 위력을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만큼 그녀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스펠들에 지대한 흥미를 느꼈다.
용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나 있군요.”
“뭔데요?”
“영파탄(靈破彈)과 아스트랄 플레어.”
용우는 언데드에게도 통용되었던 스펠을 짚었다.
그러자 유현애가 난감해했다.
“저 그거 아직 못 쓰는데…….”
유현애의 마력 기관은 아직 페이즈5였다.
그리고 용우가 짚은 것들은 아직까지 헌터 업계에 쓰는 사람이 없어서 데이터가 없는 미지의 스펠이다.
용우가 말했다.
“아마 영파탄은 페이즈8, 아스트랄 플레어는 페이즈9 정도면 쓸 수 있을 거다.”
“어떻게 알아요?”
“써봤으니까.”
그렇게 말한 용우가 유현애를 빤히 바라보았다.
유현애가 움찔하며 물었다.
“왜, 왜요?”
“아니, 이 스펠들을 보니… 역시 넌 저격수가 아니라 올라운더에 가깝구나 싶어서.”
유현애는 한국의 7세대 각성자 중에서는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한 인물이다.
팀 반도호랑이는 불꽃의 활 때문에 그녀를 저격수로 훈련시켰지만, 보유한 스펠 구성으로 보면 그녀는 올라운더에 가까웠다.
근접전도 가능하고 중거리전도 가능하고 원거리전까지 가능하다. 힐러를 제외한 그 어떤 포지션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아마 7세대 성적 상위권자들은 다 그렇겠지.’
유현애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들 풍부한 스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팀에서는 너한테 어떤 포지션을 요구하고 있지?”
“그야 당연히 저격수죠. 아티팩트는 대체 불가능한 장비고, 제 아티팩트는 활이니까…….”
“음…….”
“왜요?”
유현애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용우가 뭔가 굉장히 불만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됐다. 너를 어떻게 성장시켜서 써먹을지는 너희 팀 소관이지 내가 참견할 영역이 아니지.”
“아니,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그러는 게 어디 있어요?”
“별거 아냐.”
“마치 우리 팀 방침이 잘못됐다는 투잖아요. 나 막 불안해지거든요? 말이라도 해봐요.”
유현애가 달라붙자 용우가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현애도 그렇고 권희수도 그렇고 만나는 여자들마다 왜 이렇게 끈덕진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현애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용우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야.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아니니까 그 점을 확실히 해두고 넘어가자.”
“알겠어요.”
“내가 보기에 활이라는 무기는 저격수에게 어울리는 무기가 아냐.”
“네에?”
유현애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용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렇게 반응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봐. 근대 이전이라면 모를까 총화기가 발달할 만큼 발달한 요즘 세상에, 그것도 헌터의 전술상에서 저격수 포지션을 수행하려면 애로 사항이 꽃피지 않나?”
유현애의 불꽃의 활은 일반적인 활이 갖는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한 무기다.
화살을 무겁게 짊어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그것 때문에 탄수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게다가 현대적으로 개량된 활들과 비교해도 사거리가 월등히 길다.
그럼에도 활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점이지.”
활은 총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이 문제는 유현애가 전장에서 취약함을 드러냈던 부분, 역동적인 상황에서 적을 빠르게 조준하고 쏘는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격수가 수행해 내야 하는 본질적인 역할, 원거리에서 적을 때리는 것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난 사격 솜씨가 그리 좋은 편이 못 되지만 그럼에도 원거리 사격 때는 전자 장치의 보정으로 명중률이 높아지지. 부유 중계기가 떠 있는 상태라면, 혹은 위성 데이터와 연결된 상태라면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타깃을 명중시킬 수 있어. 그리고 현재 헌터 전술에서 5등급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저격수들이 선호하는 거리는 800미터 이상이지.”
헌터 저격수의 역할은 인간들끼리의 전투에서 저격수가 수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기본 소양은 초장거리 저격이다. 고등급 몬스터와 싸울 때, 그들은 일반인에게는 불가능한 속도로 이동해서 고지대를 점하면서 초장거리 저격을 몇 발이고 성공시킬 수 있어야 한다.
1킬로미터 거리의 저격은 과거 인간들끼리의 전쟁에서는 성공시키는 것만으로도 초일류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헌터 저격수에게는 당연히, 마치 수십 미터 거리에서 조준하고 쏘는 것처럼 해낼 수 있어야 하는 일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거리에서도 반격당해 죽을 수 있다는 점이 그들이 이전 시대의 저격수와 다른 점이었다.
“네가 과연 그 거리에서 적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을까?”
“…안 되죠.”
“아무리 진짜 화살이 아니라 스펠을 날리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격 시에는 활의 특성에 갇힐 수밖에 없지. 심지어 불꽃의 활은 작은 활도 아니지.”
유현애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의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구를 다룰 때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바로 체격과 체중이다.
불꽃의 활은 대형궁이기 때문에 체격이 작은 유현애는 아직까지도 연사 동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연사는 그렇다 쳐도 네가 과연 순수한 활 솜씨로 1킬로미터 밖의 적을 타격하는 역할을, 확실한 신뢰성을 제공하면서 해낼 수 있을까?”
그 말에 유현애는 생각에 잠겼다.
4개월 동안 유현애는 활을 다루기 위해 많은 훈련을 했다.
헌터 업계에 활을 다루는 이는 별로 없었고, 있다 해도 변칙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쓰지 활 자체를 주 무기로 삼는 자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헌터 업계가 아닌, 외부에서 활쏘기를 연마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교육을 받아왔다.
지금은 제법 활을 잘 다루게 되었다. 명중률도 어느 정도 나오게 되었고 점점 조준하고 쏘는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용우의 질문을 들으니 자신이 없다.
용우가 말했다.
“네가 보유한 스펠들을 보면 너는 힐러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 무엇보다 체외 허공장을 가졌고.”
사실 체외 허공장을 가진 자를 저격수로 쓰는 것부터가 전술적으로 낭비였다.
“하지만 활이라는 무기를 살려야 하니 근접 전투원 포지션은 너하고 안 맞아. 중거리와 근거리를 넘나들면서 사격 지원과 방어 보조를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팀의 전술을 거기에 맞춰서 업데이트하면 그 방면으로는 크게 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
“처음에 말했다시피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야. 너에 대해서는 너희 팀의 전문가들이 더 잘 알 테니 외부인이 겉핥기로 보고 쓸데없는 생각을 했구나, 하고 넘겨. 그보다 오늘 너를 부른 이유는…….”
“아녜요.”
용우를 빤히 바라보던 유현애가 말했다.
“열심히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딱히 열심히 생각한 건 아닌데.”
“어쨌거나요. 하여튼 아저씨는 왜 사람이 감사하면 순순히 받질 못해요? 심보가 비뚤어졌다니까.”
유현애는 투덜거리면서 ‘베에’ 하고 혀를 내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용우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쨌든 너랑 몇 번 연구 작업 하면서 알아낸 건데… 아티팩트는 스펠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내장된 힘만으로도 그놈들을 엿 먹일 가능성이 있어. 그걸 여기 설비를 써서 확인해 보고 싶다.”
막대한 정보 자금으로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이 연구소의 설비는 한국 최고였다. 그렇기에 아무리 용우라고 해도 감각만으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
“기대되네요.”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희수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의 테스트 결과는 용우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Chapter15 변해 버린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