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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미터급은 반드시 5등급 몬스터가 존재하는 게이트다.
아주 운이 좋다면 1마리로 그치지만 대부분은 2마리 이상, 최대 4마리까지도 출현한다.
당연히 제압 작전을 펼치는 부대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투입하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팀 블레이드의 1부대는 한국 헌터 업계가 내밀 수 있는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다.
‘제법이군.’
용우는 하는 일 없이 서포트 팀과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불만은 없었다. 이번에 그는 어디까지나 텔레파시 스펠 보유자로서 초빙된 것이니까. 지휘관 개체를 포획하기 전까지는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왔다.
용우는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전투 데이터를 보면서 즐거워했다.
팀 블레이드 1부대는 1시간에 걸쳐 지형 데이터와 몬스터 분포를 파악한 뒤, 전력을 3개조로 나뉘어서 전투에 돌입했다.
‘2부대하고는 격이 다르다.’
용우는 전에 팀 블레이드의 2부대를 구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바 있다.
그래서 팀 블레이드의 수준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츠 구단에 비유하면 1부대만이 1군이고 나머지 부대는 2군 취급을 받는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수준 차이가 얼마나 나겠나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 돌입부터 작전 수행을 함께해 보니 현격한 수준 차이가 보였다.
‘서포트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나는 것 같지만…….’
1부대는 팀 블레이드 최고의 인재들이 집결한 부대다. 일반인 헌터들도 확실히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각성자 전력이다.
1부대는 각성자 비율이 대단히 높다. 서포트 팀에 속한 2명의 힐러들을 제외하고도 각성자가 18명,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모든 인원이 각성자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이런 전력을 갖춘 헌터 부대는 이들과 팀 크로노스 1부대뿐이었다.
또한 팀 블레이드 1부대는 헌터 개개인의 수준도 최고 수준이었다. 마력만 봐도 알 수 있는데 페이즈11의 저격수가 1명, 페이즈10에 달한 이들이 2명, 페이즈9가 3명이나 되었다.
5년간의 경험으로 전투 능력이 절정에 달한 5세대 각성자를 중심으로 노련한 4세대와, 한층 잠재력이 뛰어난 6세대들이 포함된 이들은 강력함과 안정감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알파 분대. 포인트-5, 6, 7 모두 클리어.]
[브라보 분대. 포인트-8, 9 클리어.]
[찰리 분대. 포인트-10, 11 클리어. 현재 포인트-12로 이동 중. 다들 너무 오버 페이스 아닌가?]
[너희가 느린 거지. 더 시간 끌다가는 작전 플랜이 헝클어진다. 빨리 처리하라고.]
[아, 대장. 깐깐하긴.]
그들은 여유 있게 농담까지 나누면서 몬스터들을 섬멸해 갔다.
이 전장에는 분명 지휘관 개체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통제에 따라서 2~4등급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서 전술적인 공세를 가해왔다.
하지만 1부대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4등급 몬스터조차도 너무나 간단하게 처리해 버렸다.
‘멋지군.’
부유 중계기와 드론이 촬영한 전투 영상을 보면서 용우는 흥미를 드러냈다.
1부대의 각성자 헌터들의 수준은 최고다. 2부대와 비교하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와 한국 야구 2군 선수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 2부대도 분명 뛰어난 헌터들이었는데.’
그런데도 이 정도 격차를 보여주다니 놀랍다.
‘순수하게 대(對)몬스터 전투 능력만을 평가한다면 우리의 중반기… 그중에서도 정예 파티 수준은 되겠군.’
용우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본 그 어떤 헌터 부대보다도 높은 평가를 준 셈이다.
[알파 분대와 베타 분대는 포인트 14에서 집결. 땅울음용부터 잡는다.]
현재 포착된 5등급 몬스터는 3마리다. 모두 용우가 한 번씩 상대해 본 종들이었다.
땅울음용, 암석거인, 그리고 악마숲.
이들 중 코어 몬스터는 단 하나, 암석거인뿐이다.
나머지 코어 몬스터는 3, 4등급 몬스터 중에 있다. 5등급 몬스터들을 제치고 저등급 몬스터들이 코어 몬스터라니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지휘관 개체가 나타나면 그들이 코어 몬스터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빠르게 정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암석거인의 교란은 서포트 팀에게 맡긴다. 찰리 분대, 악마숲을 견제하도록. 되도록 잡아버리고.]
용우가 구 DMZ에서 단독으로 잡았던 5등급 몬스터, 악마숲.
막강한 원거리 포격 능력과 대공방어 능력 때문에 까다로운 상대였다. 일단 드론과 무인 전차가 제대로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용우처럼 하늘에서 공격할 수도 없다.
측정 결과, 이 게이트 안쪽의 하늘은 고작 2.2킬로미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악마숲의 사정거리 안쪽이라 날아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 좀 늦었다고 귀찮은 일 떠넘기는 것 좀 봐. 대장, 너무하는 거 아냐?]
찰리 분대장이 투덜거렸다. 무인 병기의 서포트조차 없이 악마숲에 접근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엄살떨지 마라. 어차피 너희 역할이다. 그리고 M슈트 실전 테스트 데이터도 얻어야 하잖나. 쉽게 가자.]
하지만 1부대의 통신 분위기는 태평했다. 귀찮을 뿐, 진짜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이고, 알겠습니다.]
찰리 분대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바로 M슈트의 테스터로 한국 헌터 업계 최고의 저격수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땅울음용은 공략 방법이 명확하지.’
과거 팀 블레이드 2부대가 땅울음용에게 당했던 것은 피로도가 절정에 달해 있던 시기였고, 정찰로 발견하지 못했다가 작전 중에 갑자기 난입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찰로 위치를 완벽하게 파악한 상황에서는 1부대가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적이다.
하지만 악마숲은 역시 까다로운 상대다. 악마숲 때문에 이 전장에서 무인 병기 운용과 정찰이 크게 제한받고 있을 정도니까.
과연 각성자 헌터만으로 이루어진 1개 분대, 6인만으로 어떻게 악마숲을 잡으려는 걸까?
그 답은 금방 나왔다.
[서포트 팀, 포격 배치 끝났습니다. 예상 포인트에서 벗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대책이 있었군.’
용우가 구 DMZ에서 악마숲을 잡았을 당시, 그곳의 헌터 팀들은 악마숲을 처리할 능력이 없어서 당한 게 아니었다.
다른 코어 몬스터와 교전 중이었을 때 2차 게이트 브레이크가 일어나 악마숲이 나타나 버린 게 문제였던 것이다.
악마숲의 출현을 전혀 예상치 못했고, 따라서 악마숲 대응 전술을 수행하기 위한 장비도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전장은 상황이 다르다.
[포격 개시.]
악마숲의 포격 사정거리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된 무인 이동 포대들이 불을 뿜었다.
곡사로 발사된 포탄들이 화려한 푸른 불빛까지 발하면서 하늘에 궤적을 그려놓는다. 마치 축제용 포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뿐만 아니다. 그중 일부는 일찌감치 외피가 깨져 나가면서 급격히 부풀어 올랐다.
‘풍선?’
3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비행기 모양 풍선들이 부풀어 올랐다.
퍼퍼퍼퍼퍼펑!
그러자 악마숲이 반응했다.
마하4의 속도로 발사된 씨앗 포탄들이 번쩍거리는 포탄과 풍선들을 요격한다.
[2차 포격 개시.]
풍선은 전부, 포탄은 90%가 요격당하고 나머지는 악마숲 근처에 떨어져서 폭발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번째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3차 포격 개시.]
쏘고, 쏘고, 또 쏜다.
용우는 오가는 통신으로 이 전술의 요체를 알 수 있었다.
‘그렇군. 씨앗 탄환을 소모시키고 돌입하는 게 기본인가. 하하하, 너무나 간단한 방법이군.’
악마숲은 막강한 이동 포대지만 지능이 높은 편은 아니다.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해 오는 존재가 아군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아군이 아니라면 쏜다.
그런 단순한 기준으로 움직인다.
또한 악마숲의 주 무기인 씨앗 포탄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에너지탄도 아니고 체내에서 생산해서 쏘는 물건이기에 잔탄량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잔탄이 바닥나면 한 발 한 발 생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냉병기로 싸워야 했던 어비스에서라면 모를까, 현대 지구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공략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악마숲의 사격 거리보다 더 먼 곳에서 포탄을, 그리고 디코이(Decoy: 미끼) 풍선을 날려서 씨앗 포탄을 소진시킨다.
그것만으로도 악마숲의 위험성이 격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이 되면 헌터들이 움직인다.
-염동염마탄(念動炎魔彈)!
고열을 동반하는 에너지탄이 초음속으로 악마숲을 때렸다.
저격수들의 표준 스펠이라고 할 수 있는 염동충격탄보다 고위 스펠로 분류되는 염동염마탄이었다.
‘저 거리에서 저격하다니?’
용우는 저격수가 쓴 스펠보다는 저격 거리에 놀랐다.
찰리 분대장은 3킬로 바깥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저격을 성공시켰다.
거리만 봐도 각성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묘기다.
‘부유 중계기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정밀도가 떨어질 텐데…….’
그 거리에서도 충분한 파괴력이 나오는 사거리도 놀랍지만 3발 연속으로 악마숲을 때리는 명중률은 더 놀랍다.
상대가 악마숲이 아니었다면, 모든 포인트에 부유 중계기와 드론을 띄워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가능하다. 관측 데이터를 통해서 사격 정밀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니까.
하지만 악마숲을 상대로 반경 2.5킬로미터 내로는 부유 중계기도, 드론도 접근시킬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초장거리 저격을, 한 발도 아니고 연발로 성공시키다니…….
콰광… 콰과광……!
사정거리 밖에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악마숲이 울부짖었다.
저격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이동하면서 씨앗 포탄을 날린다.
하지만 악마숲의 이동속도는 느려서 최고 속도도 시속 12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잔탄도 바닥나서 한 방 쏠 때마다 다음 사격까지 인터벌이 발생하는 귀중한 씨앗 포탄을 낭비할 뿐이다.
게다가 저격수의 염동염마탄은 악마숲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허공장을 뚫고 확실하게 타격을 주고 있었다.
이미 악마숲의 등위는 불바다가 되고 촉수가 반절이나 끊겨 나갔다.
‘원거리 포격전으로 악마숲을 압도한다니, M-링크 시스템의 힘인가.’
저격수의 마력이 페이즈11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과 사거리다.
하지만 M-링크 시스템으로 증폭한 마력으로 발한 스펠을, 다시 고용량 증폭 탄두로 증폭해서 때리는 것이라면 납득이 간다. 실시간으로 허공에 돈을 불태우는 셈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꽈아아아앙!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악마숲의 발밑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저격수가 초장거리 저격으로 두들겨 대는 동안 다른 분대원들이 예상 이동 루트에 폭탄을 매설해 둔 것이다.
폭발에 휩싸인 악마숲이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주변 지형에 은폐해 있던 근접 전투원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서 그 위에 올라갔다.
‘허공장.’
이 시점에서 용우는 한 번 더 놀랐다.
찰리 분대의 근접 전투원 중에는 체외 허공장을 다루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희귀하면서도 강력한 인재들이 이 부대에 모두 모여 있다. 왜 오성준이 그토록 절대적인 자신감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땅울음용 클리어.]
알파, 브라보 분대가 땅울음용을 처리했다.
[악마숲 클리어.]
그리고 그들과 3분 20초 차이로 찰리 분대가 악마숲을 처리했다.
조금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전투였다.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5등급 몬스터들을 사냥해 냈다.
그러고도 그들은 흥분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는 너무나 평범한 작업에 불과하다는 듯이.
[지휘관 개체는 오우거 로드.]
골치 아팠던 악마숲이 사라지자 정찰 데이터의 공백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다른 지휘관 개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도록. 휴머노이드 타입이 아닌 놈들 중에 지휘관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 된다.]
그들은 차분하게 사냥을 계속했다.
무리 지어 움직이는 저등급 몬스터들을 무인 병기로 몰이사냥하면서 합류, 인원 구성을 바꿔서 다시 갈라진다.
[브라보 분대는 오우거 로드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섬멸하라. 찰리 분대는 오우거 로드를 포획한다. 알파 분대는 암석거인을 잡는다.]
[와, 진짜로 할 거야? 오우거 로드 포획?]
그들의 작전 목표는 의도적으로 게이트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것이다.
코어 몬스터이면서 지휘관 개체인 오우거 로드를 포획하고 다른 모든 몬스터를 섬멸한 채로!
[해낸다면 세계 최초다. 크로노스 놈들한테 앞으로 까불지 말라고 비웃어줄 수 있지 않겠냐?]
[내년 연봉 협상에서도 내밀 수 있는 카드라고.]
그들은 절대적인 자신감으로 작전 플랜의 최종 단계를 진행했다.
몬스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전술적인 움직임도 압도적인 전력 차 앞에서는 의미 없었다. 이전에 큰 피해가 났던 것은 어디까지나 의표를 찔렸기 때문이다. 몬스터 대응 매뉴얼에 확고한 만큼 뒤통수를 맞았을 때 큰 피해가 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휘관 개체의 통제에 따라서 전술적 행동을 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나온 이상 그것은 큰 위험 요소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몬스터가 전술적으로 행동한다고 해봤자 인간의 전술 행동에 비하면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암석거인 클리어.]
알파 분대는 너무나 쉽게 암석거인을 잡았다.
5등급 몬스터가 6인의 헌터와 무인 병기의 연계에 휘둘리면서 일방적으로 난타당하다가 무너지는 과정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오우거 로드 포획 1단계 완료. 2단계 작업…….]
찰리 분대가 오우거 로드를 빈사 상태로 만들고, 스펠을 이용해서 움직임을 막는 것으로 1단계를 완료했다고 알릴 때였다.
[이건 뭐야?]
갑자기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장.]
브라보 분대장이 긴급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가?]
[죽은 몬스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뭐?]
통신에 전투 소음이 섞여 있었다. 소총으로 사격을 가하면서 물러나고 있는 듯했다.
[반복합니다. 죽은 몬스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허공장이 강화되어서 소총 사격이 먹히지 않습… 지직… 트랩을 세팅하고 물러날 테니 화력 지원 바랍… 치지지지직!]
갑자기 브라보 분대와 찰리 분대의 통신에 심한 노이즈가 꼈다.
곧바로 서포트 팀이 무인 병기들을 움직였다.
드론의 카메라가 원거리에서 브라보 분대의 상황을 파악했다.
“뭐야, 번개?”
시퍼런 뇌전이 주변을 휩쓸고 있었다.
헬멧 안에 뜬 영상을 본 용우가 말했다.
“여기는 제로. 브라보 분대를 지원하겠다.”
용우는 부대장의 대답을 듣지 않고 땅을 박찼다.
-블링크!
그의 몸이 한 번 뛸 때마다 100미터씩 공간을 뛰어넘으면서 순식간에 브라보 분대가 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파지지지직!
그곳에는 망막을 태워 버릴 듯한 빛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도저히 인간이 직시할 수 없는 광량이다.
퍼어어엉! 퍼어어어어엉!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발의 충격파가 주변을 강타하고 있었다.
“아아악!”
그 속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금세 폭음에 파묻혀 버렸다.
가까이 접근했던 드론이 뇌전에 의한 전자파와 충격파에 두들겨 맞고 추락했다.
<브라보 분대, 들리나?>
통신이 마비된 상황에서 용우가 텔레파시로 대화를 시도했다.
<이, 야, 아아아……!>
<브라보 분대!>
<이야아아아아아아!>
브라보 분대원과 텔레파시로 연결되면서, 절규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텔레파시가 연결되어도 들을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귀가 열려 있어도 정신이 팔려 있으면 남의 말이 안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쯧.”
용우는 혀를 차며 스펠을 발했다.
-감각 보호!
인간의 감각기관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넘는 자극을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스펠이었다.
용우는 그것으로 눈을 보호하면서 총을 들었다.
적을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는 없다. 텔레파시로 브라보 분대원들의 위치를 포착했으니 그들이 없는 쪽을 쏘면 된다.
-염동충격탄(念動衝激彈)!
초음속으로 발사된 에너지탄이 뇌전을 관통했다.
콰아아아아!
그러자 뇌전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중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용우는 주저 없이 2격을 날렸다.
콰아아앙!
흩어지는 뇌전의 중심부에 한 방 더 갈기고는 허공장을 전개하면서 브라보 분대원들에게로 뛰었다.
“이야아아아아!”
누군가 목이 터져라 절규하고 있었다.
근접 전투원으로 보이는 헌터였다. 그가 펼친 보호막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그 속에 2명의 헌터가 들어가 있었다.
<브라보 분대!>
소리쳐 봤자 들릴 것 같지가 않아서, 용우는 텔레파시로 천둥 같은 외침을 보냈다.
그러자 보호막을 발하던 헌터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어?”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다. 정말 죽기 살기로 방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였다.
<누구, 지……?>
오래된 라디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기묘한 잡음이 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다.
텔레파시에 실린 뜻이 받아들이는 자의 뇌 내에서 언어화되어 재생되는 것이다.
<네놈은, 누구, 지……?>
흩어지는 뇌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가 물었다.
용우가 소총을 겨누면서 물었다.
“그건 내가 물을 말인데? 네놈은 누구냐?”
<나는… 뇌전의 군주.>
타오르는 뇌전을 휘감은 존재가 용우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에우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