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41화 (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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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용사냥꾼의 50미터급 게이트 제압 작전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다.

물론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스트의 존재는 물론이고 제로의 존재도 언급되지 않았으니까.

팀 용사냥꾼이 몇 명의 전사자를 내는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결국 7등급 몬스터를 포함한 50미터급 게이트 제압에 성공했다.

그런 거짓으로 점철된 기사가 나갔을 뿐이다.

물론 이것은 팀 용사냥꾼이, 정확히는 그들의 모기업인 재벌 그룹에서 손을 쓴 결과였다. 비록 그들이 작전에서 목표했던 바는 실패했지만 이미지라도 챙기겠다는 뜻이다.

용우 입장에서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원래부터 대중의 관심이나 명예에 관심이 없는, 아니, 제발 그런 것과 인연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팀 용사냥꾼은 역시 뒤가 켕겼는지 정산금을 계약 내용보다 30%나 높게 책정해서 입금했기에 용우로서는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 * *

한편 유현애의 예정에 없던 휴식은 의외로 금방 끝이 났다.

팀 반도호랑이 입장에서 유현애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영입한 기대주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를 놀려두는 일 따위는 없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특수했다.

유현애가 소속되었던 1부대는 장시간 휴식을 취하면서 리빌딩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유현애를 2부대나 3부대에 넣어서라도 작전에 투입하자니 굉장히 꺼림칙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아티팩트 보유자가 지휘관 개체를 출현시키는 조건인가 하는 문제가.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은 3월 중순 무렵이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발생한 25미터급 게이트에서 새로운 지휘관 개체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지휘관 개체의 출현이 유현애의 존재와 상관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현애가 써먹을 수 없는 폭탄이 되는 게 아닐까 우려했던 팀 반도호랑이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였다.

그러나 헌터 업계에 있어서는 좋지 못한 결과였다.

몬스터와의 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 * *

그리고 이 무렵, 김은혜가 용우를 찾아왔다.

“용우 씨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한번 방문해 주실 수 없을까요?”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나보고 오라고? 누구길래 그렇게 태도가 거만해?”

“권희수 박사님이요.”

용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누군데?”

“한국 게이트 재해 연구소의 부소장님이죠.”

“국가 연구소의 높으신 분인가?”

“네. 참고로 증폭 탄두를 만들어낸 특허 보유자이기도 해요.”

“증폭 탄두를?”

그 말에는 용우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용우가 생각하기에 증폭 탄두는 각성자용 장비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었다.

그 가치는 장거리 공격 스펠들을 총이라는 현대 무기를 통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스펠의 위력은 탄두의 용량에 따라서 2~5배까지 늘어나며 사거리도 탄두의 성질에 따라서 최대 5배까지 길어진다.

거기에 맨몸일 때는 불가능했던, 제대로 조준하고 쏘는 기술은 장거리 사격 시의 정확도를 엄청나게 올려주기까지 했다.

따라서 인류의 대(對)몬스터 전술은 반응 탄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 말고도 마력 시술의 원천 기술과 마력 포션의 조합식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해요. 한국이 자랑하는 천재 과학자죠.”

“굉장하군. 그런 사람이 왜 소장이 아니라 부소장인데?”

“나이가 워낙 젊은 데다 정치력하고는 담을 쌓은 분이라서요.”

심플하면서도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그리고 본인도 조직 관리자 노릇하기 싫어하세요. 연구 시간 잡아먹는 걸 질색하는 분이라. 그리고 직급과는 상관없이 어차피 언터처블이고.”

“과연.”

“어쨌든 그분이 용우 씨가 연구소로 와주셨으면 해서요.”

“정확한 용건이 뭔데?”

“지휘관 개체와 싸웠을 때의 일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

“그러니까 연구 협력을 해달라는 거군?”

“뭐, 그렇죠.”

“흥미가 생기긴 하지만… 거절하지.”

“어, 어떻게 좀 안 될까요?”

김은혜의 표정이 간절해지자 용우가 코웃음을 쳤다.

“누구 때문에 감금되어서 모르모트 신세가 될 뻔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연구 협력이라니 영 내키지 않네. 며칠 전 전투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 다 들어주고 자료도 다 제공해 줬잖아? 그걸로 만족하시지.”

“으윽…….”

약점을 찔린 김은혜가 울상을 지었다.

곧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그래.”

그리고 나가서 전화를 하고 들어온 그녀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비스 과금할 테니까 그걸로 어떻게 좀 안 될까요?”

“…….”

“제 중개인으로서의 진가가 시험받는 일이라고요. 다음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따올 테니 이번에는 제발!”

김은혜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설 기세로 말하자 용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음, 좋아. 재밌었으니까 가준다.”

“…….”

순간 김은혜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갈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내야 했다.

* * *

권희수 박사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저히 국가 연구소의 부소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부스스한 머리칼을 뒤로 묶고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그녀는 흰 가운을 입고 부소장 명찰을 단 모습이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학생이 박사님 코스프레한 거 같은데? 이 사람이 정말 36살인가?’

용우가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을 정도로, 권희수 박사는 작고 어려 보였다.

키는 아슬아슬하게 150센티에 못 미치고 주근깨가 있는 얼굴은 아무리 많게 봐줘도 20대 초반 정도? 교복을 입혀놓으면 그냥 고등학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한국 게이트 재해 연구소의 부소장 권희수라고 합니다.”

“서용우입니다.”

권희수는 그때부터 말없이 용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용우가 슬슬 그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신기해서요. 실존하는 0세대 각성자를 이 눈으로 보고 있자니…….”

권희수 박사는 용우의 정체가 0세대 각성자라는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이었다.

용우가 말했다.

“박사님도 각성자시군요.”

“네. 1세대예요.”

그 말에 용우가 놀랐다.

지금까지 만나본 각성자들 중 가장 윗세대는 2세대 각성자인 백원태와 오성준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 1,700여 명밖에 없었고, 또 지금은 생존자가 전 세계에 채 30명도 안 남았다는 1세대 각성자라니?

“1세대라고는 하지만 전쟁터에 끌려간 경력은 별로 없어요. 전투 능력은 완전 꽝이라 전과도 볼품없고. 그러니까 ‘인류를 지켜낸 위대한 선배님을 향한 존경의 시선’은 필요 없어요.”

“그런 시선 안 보냈습니다만.”

“1세대라고 하면 환상을 품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어깨를 으쓱하는 그녀는 별로 농담을 했다는 표정도 아니었다. 뭔가 멍한 인상이라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여자다.

“오늘 와주십사 한 건, 저번에 당신이 처치한 지휘관 개체… 우두머리 늑대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예요.”

권희수는 용우를 데리고 장소를 이동했다.

연구소 기밀 구역으로 향하던 도중 용우가 물었다.

“증폭 탄두를 만드신 분이라고 들었는데요.”

“아, 그거요. 덕분에 엄청 벌었어요.”

“네?”

“특허로요. 엄청 벌었어요.”

“…….”

확실히 그럴 만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증폭 탄두는 엄청난 속도로 생산되고, 소모되고 있을 테니까.

“써보고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나 하고.”

“제가 저격수였거든요.”

각성자 튜토리얼에 소환되었을 당시 그녀는 23세. 대학 졸업반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몸이었다.

하지만 1세대 각성자가 되는 바람에 강제징병되어서 전쟁터를 누비게 되었다.

“근데 멀쩡한 총 놔두고 스펠을 쏴서 저격하는데 이게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구요.”

1세대 각성자들은 지금의 각성자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약했다.

마력도 약했고, 구사할 수 있는 스펠의 가짓수도 적었으니 어쩔 수 없다. 당시에는 마력석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력석을 직접 취하는 것 말고는 마력을 성장시킬 방법도 변변치 않은 시대였다.

마격탄이나 염동충격탄 같은 장거리 공격 스펠이라고 해봤자 사거리는 200미터 미만이었다. 게다가 조준하고 쏘는 게 아니라 대충 눈으로 가늠해서 쏘는 만큼 명중률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결국 가까이… 보통 30미터 안쪽까지 접근해서 쏴야 했으니 저격수라고 부르는 게 난센스였죠.”

저격수의 위험 부담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던 시대였다. 물론 그래도 근접 전투원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어떻게 안 될까, 하고 궁리하다가 만든 게 증폭 탄두예요. 초기에는 나무통 같은 것에 특수하게 가공한 마력석을 채워 넣어서 지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썼죠.”

증폭 탄두의 프로토타입은 ‘탄두’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권희수 박사의 업적은 마력 탄두를 완성한 것이 아니다.

마력에 반응하는 마력석의 성질을 이용, 다른 물질과 조합하는 것으로 스펠을 실어서 쏘아내는 이론을 확립한 것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은 권희수는 전장에서 빼내져서 연구소에 투입되었다. 그녀가 저격수 노릇을 하는 것보다 두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폭 탄두라는 걸 지금의 퀄리티로 완성한 건 다른 사람들의 공이에요. 아무래도 무기 제조는 제 전공은 아니라서.”

“뭘 전공하셨습니까?”

“물리학 전공이었어요. 그때 전공한 건 지금은 큰 의미는 없지만.”

지금 권희수 박사의 전공 분야는 마력 연구였다.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다.

증폭 탄두를 바탕으로 나온 마력 반응 탄두도, 마력 포션도, 그리고 각성자용 장비에 쓰이는 마력반응 코팅도 모두 마력 연구가 다른 분야와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다 왔어요.”

권희수가 용우를 데려간 곳은 연구소의 기밀 구획이었다.

그곳에는 해체된 몬스터들의 시체들이 잔뜩 있었다.

지금도 해부하고 연구 중인 것도 있었고, 유리관 속에 보존된 것도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장소였지만 용우는 담담했다.

“이건 당신이 목을 깨끗하게 잘라주신 덕분에 연구하기가 좋았어요.”

용우가 죽인 우두머리 늑대 인간의 머리도, 뇌가 드러나도록 두개골이 열린 상태로 유리관 속에 보존되어 있었다.

“오늘 여기까지 와주십사 한 건… 아, 아까 말했나?”

“이놈 때문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요. 이거 때문이에요. 보고서를 봤는데… 당신, 이 괴물이랑 대화를 나눴다고 했더군요?”

“그랬습니다만?”

“그런데 이걸 해부하고 분석한 우리 연구원이 그러는데… 이놈 뇌에는 언어중추가 없대요.”

“음?”

용우가 의아해하자 권희수가 설명했다.

“텔레파시로 언어를 초월해서 소통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죠. 그런데 그건 상대가 대화 가능한 존재여야 성립하거든요.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당신은 개나 고양이와도 대화가 가능한가요?”

“안 됩니다. 서로 아주 단순한 의사와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이죠. 복잡한 뜻은 이해시킬 수 없어요.”

권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 가능한 상대라는 것은 언어화된 사고를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뜻이죠. 즉,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어쨌든 양쪽 다 언어를 터득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해요.”

“즉, 언어중추를 갖지 못한 존재가 언어를 터득했을 리 없으므로 대화가 성립할 리가 없다. 따라서 내 보고서는 거짓말이다. 그런 의심입니까?”

“네. 그것만은 아니지만.”

“불쾌한 의심이군요.”

“이해해요. 하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거든요. 인간의 주관은 굉장히 모호하니까.”

“내 보고서를 믿지 않으면서 굳이 나를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용우의 눈빛은 차가워져 있었다.

하지만 권희수는 뚜렷한 불쾌감을 접하면서도 전혀 긴장감 없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의심은 하지만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설령 언어중추가 없다 해도, 정황상 지휘관 개체들이 다른 몬스터들에게 전술적 명령을 내릴 수 있었음은 명확해요. 게다가 울부짖음을 통해서 지휘관끼리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그것이 언어를 구사하는 수준이었는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히 동물들끼리 울부짖음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정교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어요. 당신이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면, 언어중추가 없는 존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연구실의 시체 중 몇 개를 가리켰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지휘관 개체의 출현은 2회. 총 4개체가 있었죠.”

늑대 인간.

오우거.

트롤.

리자드맨.

현재까지 출현한 지휘관 개체는 모두 3등급 몬스터들이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휴머노이드 타입이라는 것?”

“와, 쉽게 맞히네요?”

“특징이 뚜렷하지 않습니까.”

지휘관 개체는 모두 휴머노이드 타입으로 분류된 몬스터 중에서만 나타났다. 이족 보행을 하고, 도구를 쓰기도 하는 종족들이다.

하지만 지휘관 개체를 제외하면 딱히 지능이 뛰어난 종족들은 아니다. 야수형 몬스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니까 확신은 못 하지만, 일단 휴머노이드 타입 중에서만 지휘관이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미국과 일본 쪽에서도 나타났다고 해서 자료를 공유했는데, 두 번 다 휴머노이드 타입이었죠. 3국을 합쳐서 총 7회의 데이터가 같은 결론을 말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대(對)몬스터 전략에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군요. 하지만 제가 불려온 이유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용우의 물음에 권희수가 히죽 웃었다.

“우리는 ‘빙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빙의?”

과학자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용어가 튀어나오자 용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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