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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연일 7세대 각성자들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TV 채널을 어디로 돌려도, 어느 신문을 봐도 이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뉴스는 물론이고 연예계에서도 7세대 귀환자들에 대한 코멘트를 내놓거나 공연을 포함한 각종 특별 이벤트를 열었다.
현실에서 유명인이었다가 각성자 튜토리얼에 소환되었던 사람들이 예능에 출연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용우는 그런 분위기가 신기하기만 했다.
‘어비스의 우리들에게도 이런 미래가 주어졌다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어비스에서는 누구도 그런 미래를 귀띔해주는 이가 없었다.
희망이라고는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삶이었다.
괴물과 싸웠다.
인간과도 싸웠다.
24만 명의 인간이 어딘지 모를 곳에 떨어져서 생존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무엇보다 그 악의적인 핏빛 하늘의 세계는 인간이 서로를 증오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사람 수보다 적은 식량을 안겨주었다.
소수의 인간만 획득할 수 있는 기적을 전투 승리의 포상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서로를 죽이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포상보다도 이득임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당신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용우는 TV에서 웃고 있는 7세대 각성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당신들이 겪은 일 또한 지옥이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는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기만 하면 삶이 달라진다는 희망이 있었다.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실감이 있었다…….
‘정말로 부럽군.’
용우는 진심으로 저들이 부러웠다.
어비스에서는 스펠 스톤이 화폐 대용품으로 사용되었다.
그것은 대부분 그들이 내몰린 전장에서 발견되었다. 오래 전, 어비스가 파멸하기 전에 그곳에 문명이 있었음을 증명하듯이.
스펠 스톤은 어비스의 전사들에게 스펠을 주는 기적의 돌이었다.
어비스의 전사들이 갖가지 스펠을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은 스펠 스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펠 스톤 중에서도 흔한 것과 희귀한 것이 나뉘었다. 희귀한 스펠 스톤을 앞에 두고 서로 칼부림을 하는 경우는 예사였다.
그리고 다양한 스펠 스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이미 그 스펠을 보유한 인간을 죽이는 것이었다.
‘거기서 끝나기만 했어도 좋았겠지.’
그것만으로도 악몽 같은 일이다.
하지만 어비스의 잔혹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료를 죽이는 것이, 함께 등을 맞대고 싸우는 것보다 더 생존에 도움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축복이지.’
마음 깊숙한 곳에서 떠오르는 기억들에 용우는 괴로운 웃음을 지으며 TV를 껐다.
* * *
7세대 각성자들의 귀환은 온세상에 기쁨을 선사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뻐하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비극이 될 수 있는 법.
단 한 곳, 업무가 폭주해서 죽을 맛이 된 조직이 하나 있었다.
바로 헌터 관리부였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군.”
용우는 7세대 각성자들이 귀환하고 일주일 만에 찾아온 김은혜 팀장을 보자마자 말했다.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지 짙은 다크서클이 생긴 김은혜가 한숨을 푹 쉬었다.
“당신에게 이 고통의 일부라도 맛보여주고 싶군요.”
“실현될 수 없는 야망은 빠르게 포기하는 게 좋아.”
용우의 빈정거림에 김은혜의 눈에 짜증이 떠올랐다.
“크윽, 진짜 내가 모가지가 걸려 있지만 않았어도…….”
“오늘은 무슨 일이지?”
“상부에서 앞으로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콜을 주고 싶으니까 교섭해 보랍니다.”
“나 개인에게 말인가? 그거 법적으로 안 되지 않나?”
“물론 안 되죠. 7세대 각성자 서용우에게는 그럴 수 없고, 어디까지나 정체불명의 헌터, 코드네임 제로에게 그러겠다는 말이에요. 코드네임 제로라니 누가 38살 아니랄까 봐 20세기스러운 센스네요.”
“내가 지은 이름 아니다.”
용우가 벌레 씹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본 김은혜가 상큼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외적으로는 팀 크로노스에 콜을 넣으면 팀 크로노스에서 제로에게 의뢰하는 형태가 되겠죠. 돈도 그렇게 전달될 것이고.”
“서류 기록상으로는 그렇지만 필요하면 나한테 다이렉트로 콜을 넣겠다 이거군.”
“예.”
“헌터 관리부에서 굳이 나한테 다이렉트로 콜을 넣을 정도면 그만큼 긴급한 사안일 테지. 받아들이겠어.”
“고마워요. 겨우 실적 하나 챙겼네요.”
김은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자 용우가 피식 웃었다.
용우 입장에서도 매번 팀 크로노스를 거치기보다는 이쪽이 더 좋다. 조율해야 할 사항이 많다면 김은혜를 통해서 하면 그만이니까.
“이건 새로 발급된 등록증과 라이센스들이에요.”
김은혜가 각성자 등록증과 힐러 라이센스, 그리고 헌터 라이센스까지 건네주었다.
용우가 7세대 각성자 중 한 명이라고 정보 조작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발급받았던 등록증과 라이센스를 폐기하고 새로 발급한 것이다.
“헌터 라이센스까지 발급해 줘도 괜찮은 건가?”
“7세대 각성자 서용우는 지윤호의 뒤를 잇는 또 한 명의 배틀 힐러인 걸로 밀어붙이자고들 하시네요. 그게 아니면 그냥 11월에 남들이랑 같이 헌터 시험 한번 볼래요?”
“고맙게 받지.”
용우 입장에서도 배틀 힐러로 알려지는 게 편했다. 컨셉이 뚜렷하면 위장하기도 쉬우니까.
그리고 배틀 힐러로 행세한다면 사람들도 백원태가 용우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납득하기도 쉬우리라.
“힐러&서포터라니, 처음에도 이걸로 활동하려고 했었지만 별로 적성에 맞는 포지션은 아닌데. 백원태 아저씨랑 이야기를 좀 해서 디테일을 조정해 봐야겠군.”
“…….”
“왜 그렇게 봐?”
“아뇨. 백원태 사장 같은 거물을 이웃집 아저씨 부르듯이 부르는 걸 듣고 있자니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부러운가?”
“아니거든요?”
신경질적인 김은혜의 반응에 용우가 쿡쿡 웃었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자기에 대해서 알아달라고 할 때 역사 공부를 하고 오라고 하지는 않지.”
“네?”
“그런데 백원태 아저씨는 그러더라고.”
“…….”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는데… 인터넷 뒤져보니까 그럴 만하더라?”
백원태는 이 나라 헌터 업계의 실세다. 용우에 대한 헌터 관리부의 태도를 자신의 뜻대로 바꿔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가 그런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를 알려면 퍼스트 카타스트로피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헌터들을 대하던 태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원래 각성자들은 2세대까지만 해도 선택의 자유 없이 군 소속이 되어 쥐꼬리만 한 봉급만 받으면서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워야 했다.
그때는 한국만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그런 정책을 펴는 시대였다.
역사의 터닝 포인트는 상온 핵융합 기술의 개발이었다.
이 기술이 발표됨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마력석이 가장 가치 있는 자원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각성자들은 자신들의 싸움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함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불만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쌓였고, 결국 폭발해서 들고 일어났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는 군부의 힘이 막강해져서 나라를 뜻대로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장성의 기분을 거스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 병신이 되거나, 죽는다. 그런 숨 막히는 분위기가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성자들이 궐기하자 군부에서는 무력으로 그들을 진압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궐기에 참가하지 않았던 각성자들도 무력 진압이 행해지자 등을 돌렸고, 결국 양측의 충돌이 심각한 유혈 사태를 빚었다.
이 사태에서 승리한 것은 각성자들 측이었다.
각성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군대는, 머릿수와 화력 면에서 보면 당시의 각성자들을 모조리 살해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초기 각성자들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고, 각성자 전용 장비 성능도 열악했으니까.
무엇보다 7세대 각성자가 탄생한 지금까지도 체외 허공장을 지닌 각성자는 극소수다.
즉, 각성자가 초인이라고는 하나 군대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각성자들은 군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신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서 군대의 머리만을 쳐냈다.
무력 진압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나라를 좌우하던 군 장성들이 죽어나갔다.
정부 위에 군림하던 군부의 권력은 허무하게 붕괴했고, 국가의 권력 구조가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각성자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한 사람들 중에 팀 크로노스의 사장 백원태와 팀 블레이드의 사장 오성준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군부의 권력을 붕괴시킨 다음의 일들 또한 그들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군부의 권력을 승계하여 각성자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대신, 군부가 지배하던 사회 분위기를 정상화하고 각성자들을 그 사회 속에 녹아들게 하는 길을 택했다.
반년도 안 되어서 군부가 아니라 민간 소속으로 국토방위 사업에 공헌하는 헌터의 존재가 승인되고, 헌터 관리부가 설립되면서 헌터 활동이 제대로 된 시장경제의 일부로서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즉, 지금의 헌터 업계는 그들이 만들어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 * *
그날 저녁, 용우는 백원태와 식사를 함께했다.
그 자리에는 백원태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와 똑같은 의미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물, 팀 블레이드의 사장 오성준도 함께 있었다.
문득 용우가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백원태가 물었다.
“왜 그럽니까? 디저트가 별로예요?”
“아뇨. 엄청 맛있습니다. 감동적일 정도군요.”
어비스로 소환되기 전의 용우는 서민 가정에서 자라난 젊은이였다.
당연히 5성 호텔 레스토랑의 프렌치 풀코스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었기에 백원태, 오성준과 함께 하는 식사는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비스에서 워낙 못 먹고 살아서 더 그런 거기도 하지만.’
어비스에서의 식생활은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지구로 돌아온 뒤로는 뭘 먹어도 맛있었다.
편의점 푸딩이 너무 맛있어서 눈물 흘리고 싶은 기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대한민국에는 희귀할 것이다.
백원태가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럽니까?”
“이렇게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그들이 식사 중인 크로노스 호텔 최상층 레스토랑의 VIP룸은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근사한 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이렇게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데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이 칙칙한 아저씨들이라고 생각하니 좀 우울해져서 그만.”
“에이, 용우 씨도 참. 우리가 어딜 봐서 칙칙한 아저씨들입니까? 지금도 업계의 미중년들로 선정되어서 남성 잡지 화보 촬영도 하고 그러는데.”
“…….”
“진짭니다.”
백원태는 정색하더니 휴대폰으로 최근에 촬영한 남성 잡지의 화보 이미지를 띄워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오성준이 그를 흘겨보며 혀를 찼다.
“나잇살 먹었으니 체통 좀 챙기지?”
“그런 건 부하 직원들 상대로나 챙기면 되지. 그러고 보니 자네, 용우 씨한테 정산은 제대로 해주는 거지?”
“의뢰금 5억은 너희 회사로 쏴줬지 않나. 너희 회사를 거치는 만큼 여러 번 나눠서 하기보다는 한꺼번에 정산할 생각인데…….”
오성준은 팀 블레이드에서 직접 용우에게 돈을 전달하는 대신 팀 크로노스를 통해서 전달하기로 했다.
제로의 정체가 서용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오성준이 용우에게 물었다.
“혹시 당장 돈이 필요한가? 그럼 일단 20억 정도는 미리 지급하지. 물론 총액은 훨씬 많을 거다.”
대전에 발생한 30미터급 게이트에서의 용우의 활약은 엄청났다. 전술 시스템이 판정한 전투기여도대로만 배분해도 막대한 이익금이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용우는 긴급의뢰로 불려온 것이라 오성준은 팀원들에게 이익금을 배분할 때와는 다른 원칙을 적용시켰다. 팀이 전투에 투자한 금액을 제외하지 않고 순수이익금으로 배분해주기로 한 것이다.
단 2번의 전투를 치렀을 뿐인데도 용우의 재산은 수백억 원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떼먹지만 않으면 문제없어요. 돈 문제는 백 사장님하고 이야기해 주시죠.”
“백 사장님이라.”
친근감이 느껴지는 말투에 오성준이 백원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백원태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었지? 용우 씨랑 내 사이가 이 정도야. 혹시라도 용우 씨 간 볼 생각하지 말라고.”
“왠지 이 친구 표정이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지, 하하하. 용우 씨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
오성준이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놈이 원래 좀 주책이야. 젊을 때부터 그랬지. 그런 주제에 또 근엄한 척 연기는 잘해요.”
“그랬을 것 같습니다.”
용우는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원태는 그게 또 재밌는지 한차례 킬킬거리더니 툭 던지듯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오 사장님, 배팅을 아주 세게 하셨던데?”
“지윤호를 빼앗겼을 때를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아직 기초 교육도 안 끝난 신인한테 연봉 40억을 들이밀다니, 이건 뭐, 완전 깽판 놓는 수준 아니신가?”
“쫄리면 물러나면 그만이지 왜 사석에서 시비인가?”
오성준이 코웃음을 쳤다.
용우가 둘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멀뚱멀뚱 듣고만 있자니 백원태가 들어보라는 듯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이번에 7세대 각성자 중에 진짜 대박 신인이 하나 나왔습니다.”
“대박 신인?”
“기초 교육 기간 동안에는 소환 전의 신원 말고는 엠바고가 걸려 있어서 아직 보도가 안 나갔죠. 하지만 지금 업계가 유현애라는 아가씨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7세대 각성자들의 숫자는 6세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7세대 소환자 2만 명 중에서 각성자가 되어서 돌아온 이는 1만 2천여 명.
6세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숫자였다.
“하지만 6세대 때 생환률이 60%를 넘은 시점에서, 앞으로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들다는 것은 예상된 바였죠.”
그 예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역별 각성자 튜토리얼 대비 교육 수준의 격차다.
한국은 이에 대한 대비가 정말 잘되어 있는 나라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가면서 정보를 분석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해 가면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각성자 분포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처음에 시스템을 잘 갖춰놓고 투자를 계속하는 나라는 매 각성자 튜토리얼마다 많은 신인 각성자들을 얻고, 그들을 헌터로 육성하여 더 강한 전력을 갖춘다.
그러지 못한 국가들은 각성자 튜토리얼로 소환된 후보자들의 생환률도 형편없고, 겨우 돌아온 각성자들도 별로 많은 포인트를 벌지 못해서 잠재력이 낮다.
당연히 헌터들의 사망률도 높아서 국토방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가 안정적이지 못하니 전국민을 대상으로 각성자 튜토리얼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도 못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각성자 튜토리얼의 생환률은 더 이상 높아지기가 어려웠다.
“평균 성적이 6세대보다 높을 것은 다들 예상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만 나타난 사례일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도 나타났을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습니다만…….”
그것이 올해 20세가 된 젊은 여성 각성자 유현애였다.
“지금까지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포인트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스펠과 특성으로 한정된다는 게 상식이었는데, 그 상식이 깨졌습니다.”
한국 출신의 7세대 각성자 중에서 6세대까지의 최종 진행 기록을 경신한 것은 2명 뿐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른 나라도 상황이 비슷했다.
바로 전세대, 즉 6세대 최고 성적 기록자가 워낙 놀라운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2위 이하와 차이가 엄청났기에 7세대에서도 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들 생각했을 정도였다.
어쨌든 유현애는 7세대 각성자 중에서는 한국 최고 성적 기록자였고, 스펠과 특성 말고 다른 것을 지구로 가져왔다.
“아티팩트(Artifact)라고 합니다.”
“유물?”
“각성자 튜토리얼을 만든 존재들, 그 존재들로부터 전해진 유물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현애가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가져온 아티팩트는 마력을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스펠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는 무기.
불꽃의 활.
“혹시 용우 씨는 여기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습니까?”
“예.”
“정말인가?”
용우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즉답했기에 백원태와 오성준은 깜짝 놀랐다.
용우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불꽃의 활… 그 이름 하나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다른 아티팩트 소유주가 나타나면 말해주십시오. 그것까지도 제가 아는 이름과 일치한다면 그 연관성을 확신해도 되겠지요.”
용우는 어비스에서 중반기 이후에야 알게 되었던 그 이름을 떠올렸다.
어비스의 붉은 하늘 저편에 환영처럼 아른거리던, 저주받은 7개의 성좌.
백원태가 웃었다.
“걱정 마시죠. 곧 우리 식구가 될 테니까요. 한번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꿈이 크군. 유현애가 우리 식구가 되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이다. 아, 물론 용우 자네는 염려 말도록. 내가 곧 자리를 마련하고 연락할 테니까.”
백원태 오성준과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