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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올라타서 1.5킬로미터 상공까지 올라간다.
한 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용우는 별도의 장비 없이도 드론의 등에 납작 달라붙어서 원하는 고도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양손과 양발을 모두 빨판처럼 강력한 흡착력으로 드론의 표면에 붙이고 버티는 것은 초인적인 신체 능력과 마력 활용 기술, 양쪽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극한의 곡예였다.
“역시 하늘은 좋군.”
용우가 중얼거렸다.
구 DMZ 때도 느꼈다. 하늘은 좋다. 높은 곳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면서 타격할 궁리를 하는 것은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유리한 고지이기 때문이다.
어비스에서는 이렇게나 쉽게 하늘로 올라올 수단 따위 없었다.
블링크를 연속 사용 가능해진 후반기에나 이 방법을 염두에 둘 수 있었는데, 당시 싸웠던 적들은 대공 방어 능력이나 원거리 타격 능력이 출중해서 별로 재미를 보지도 못했다.
아래쪽에서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암석거인.’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인은 아니다. 표면이 새카만 암석 조각들로 뒤덮인 거인이다.
하지만 키가 10미터에 달하는 이 괴물은 직접 보면 전혀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존재이기는 했다. 검은 돌 사이사이로 열기를 발하는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더더욱.
그워어어어어!
지금은 코어 에너지 반응이 폭증해서 그런가, 용우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신이 시뻘건 빛에 휘감겨서 그 안쪽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6등급 수준의 5등급이라.’
용우도 일찍이 경험해 본 케이스다.
다만 암석거인이 그렇게 파워 업한 것은 처음이었다.
‘강철거인과 동급이라고 보면 될까?’
용우는 거인형 6등급 몬스터를 떠올리며 심호흡을 했다.
지금부터 그가 하려는 짓은 어비스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짓이다.
아니, 정확히는 어비스에서는 애당초 시도해볼 수가 없었던 짓이라고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는 미친 짓이지만… 성공한다면 아주 멋진 결과가 나올 것이다.
‘위를 보기 전에 때려 박는다. 잘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끝낼 수도 있겠지.’
암석거인은 막강한 완력을 자랑하며, 인간이 하듯이 다채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무서움이 있다.
예를 들면 투척을 한다.
산을 주먹으로 때려서 부순 다음 그 조각, 사람보다도 커다란 바위를 돌멩이처럼 쥐고 투척하는 것이다.
쿠과과광……!
강력한 돌팔매질에 드론 한 대가 격추당했다.
그워어어어어!
암석거인이 울부짖는다.
그러자 대지가 부서지면서 암석들이 솟구쳐서 그 주변을 성벽처럼 둘렀다.
암석을 대상으로 강력한 염동력을 적용, 암석 폭풍으로 주변을 쓸어버리는 것이 암석거인의 능력이었다.
용우는 그 광경을 보며 행동을 개시했다.
‘간다.’
용우가 손을 뻗자 허공의 한 지점에서 벙커버스터가 불쑥 튀어나왔다.
용우는 벙커버스터의 머리 부분이 암석거인을 향하게 조정하며 말했다.
“벙커버스터 전개. 추진기 점화하세요.”
통신으로 그 말을 들은 서포터 팀이 벙커버스터의 추진기를 점화시켰다.
콰아아아아!
그 직후에 용우가 보인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다.
드론에서 뛰어내려서 벙커버스터에 달라붙은 채로 같이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닌가?
‘타이밍을 놓치면 안 돼.’
벙커버스터가 1.5킬로미터 높이를 떨어져 내리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용우는 감각을 최고조로 활성화시키며 정확한 타이밍을 가늠했다.
‘지금!’
그리고 500미터 고도에 도달하는 순간 스펠을 발했다.
-초열투창(焦熱投槍)!
신체 능력이나 투창 기술을 초월하여 창을, 정확히는 기다린 창 형태의 물건을 ‘발사’해 주는 스펠이 발동되었다.
용우는 이 스펠로 벙커버스터를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비스에서는 앞을 뾰족하게 깎아낸 통나무를 발사해 본 적도 있었으니까!
-블링크!
스펠을 발동하는 그 짧은 순간, 벙커버스터는 이미 400미터 고도를 통과하고 있었다.
용우는 벙커버스터에 스펠을 거는 것과 동시에 블링크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콰과과과과광!
상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힘에 벙커버스터의 자체적인 추진력, 그리고 용우가 건 스펠의 힘이 더해지면서 마하7까지 가속한 벙커버스터가 암석거인에게 직격했다.
그 직후의 광경을 본 팀 블레이드의 일원들은 경악했다.
“먹혔어?”
암석거인이 검은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단 일격으로 뚫었어! 말도 안 돼!”
“맙소사! 내가 꿈을 꾸고 있나?”
바라 마지않던 결과인데도 다들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용우가 한 일은 간단했다.
초열투창으로 벙커버스터를 발사한 것뿐이다.
그것으로 벙커버스터는 단순한 폭탄이 아니라 스펠이 실린 공격체가 되었다.
2톤이 넘는 고중량 금속체가, 그것도 마하7의 극초음속으로 때려 박을 때의 충격 에너지가 단순한 물리적 충격이 아니라 스펠 공격으로 폭발했다.
6등급에 가까운 5등급 몬스터의 허공장조차도 뚫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용우는…….
‘제대로 먹혔군.’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었다.
초열투창을 발하는 것과 동시에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해서 그 자리를 이탈한 것이다.
벙커버스터와 함께 음속을 돌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블링크로 고도를 높이면서 에어브레이크를 써서 감속해야 했다.
쉬이이이이!
슬슬 낙하속도가 정상 수준까지 감소하자 용우가 새로운 스펠을 발했다.
-바람 타기!
그의 몸이 마치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처럼 기류를 따라서 날기 시작했다.
쿠과아아앙!
그리고 그 타이밍에 드론이 날린 또 한발의 벙커버스터가 암석거인에게 꽂혔다.
‘허공장이 뚫린 상태라 저것도 잘 먹히는군.’
용우가 초열투창으로 발사한 벙커버스터가 암석거인의 허공장이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그 상태에서 꽂힌 벙커버스터는 암석거인의 팔 한쪽을 날려버리는 대미지를 입혔다.
‘그럼 이제 숨통을 끊어줘야지.’
용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아공간에서 제우스의 뇌격을 꺼내서 조준했다.
[제로, 무사한가?]
“멀쩡합니다. 마무리 공격 들어가겠습니다. 여유 있으면 도와주시죠.”
용우는 대답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고도 300미터에서 발사된 에너지탄이 연속적으로 암석거인을 강타하면서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미 중상을 입은 암석거인은 손이 닿지 않는 아득한 고도에서 날아드는 사격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갔고…….
[암석거인이 침묵했습니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숨통이 끊어지고 말았다.
전투과정을 지켜본 오성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 DMZ 전투 자료를 봤을 때부터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6등급 수준으로 파워업한 암석거인을 잡는 전투에서 전술 시스템이 판정한 용우의 기여도는 83.7%에 달했다.
사실상 혼자서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세대 각성자로서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오성준조차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백원태가 싸고도는 이유를 알겠군. 이 녀석이라면 어쩌면 그들을 능가할 수 있을지도…….’
* * *
지구상에서 7명만이 공유하는 정보 공간에 충격과 경악이 가득 찼다.
현존하는 그 어떤 기계적 관측 수단도 쓰지 않으면서도 게이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관측한 7명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침묵했다.
“…저런 일이 가능한 건가?”
누군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이론적으로야 가능한 헌터들이 꽤 있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수준인데?”
“탁상공론이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니엘 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해도 제정신이라면 저런 짓을 시도하지 않겠지. 발상 자체가 불가능해.”
그는 흥분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아무리 전투 상황에서 광기에 사로잡히기가 쉽다지만… 저건 보통 미친 게 아니야.”
아무리 전무후무한 올라운더라도 그렇지, 저런 짓을 하다니 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생겨먹어야 그럴 수가 있을까?
“아, 이거 참. 굉장하군.”
다니엘 윤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한동안은 더 지켜봤으면 한다. 몇 번의 전투를 더 모니터링해서 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싶군.”
“찬성한다.”
“나도 찬성. 관찰할 가치가 있어.”
총 7명의 인간들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찬성 6, 반대 1.
외부에서 게이트 안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정체불명의 조직은 어떤 기대감을 갖고 0세대 각성자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Chapter10 아티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