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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세계의 귀환자-27화 (2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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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이그나이트의 CEO 다니엘 윤은 태블릿에 뜬 전술 데이터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데이터는 그가 대기 중인 곳, 울산의 30미터급 게이트를 제압하는 팀 이그나이트의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대단하군. 아직 전세계의 그 어떤 각성자도 갖지 못한 스펠들을 쓰고 있어.”

그는 태블릿을 보는 척하면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볼 수 있을 리가 없는 장소를.

팀 블레이드가 제압 작전 수행 중인 대전의 30미터급 게이트.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시간으로 그의 시각에 비춰지고 있었다.

각성자도 아닌 그가 각성자조차 갖지 못한 불가사의한 관측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0세대 각성자가 쓰는 능력이, 12세대에 도달할 형태인지도 모르지.”

그때였다.

다니엘 윤의 주변 풍경이 검게 물들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모였나?”

갑작스러운 사태에도 다니엘 윤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으니까.

정신이 육체를 벗어나서 특별한 정보 공간으로 들어왔다.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고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에.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새카만 표면에 붉은빛을 발하는 기이한 눈 두 개가 달려 있는 가면을 쓴 여자였다.

금발 단말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그녀가 다니엘 윤에게 물었다.

“0세대 각성자와 접촉했다고 들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니겠지?”

“그냥 만났을 뿐이야. 그리고 그게 당신에게 허락받을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다니엘 윤이 삐딱하게 묻자 금발 단발머리의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시겠지. 하필이면 당신네 나라에 나타나서는…….”

검은 공간에 나타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다니엘 윤을 포함해서 국적이 다른 7명이 시공을 초월해서 그 정보공간에 모여 있었다.

“구세록에 기록되지 않은 이레귤러를 방치해둬야 하나?”

“구세록에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가 말살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뜻은 아니야.”

“오히려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겠지.”

“무엇보다 연구 가치가 있잖아? 일단은 지켜봐야 해.”

“마침 한국인이고 하니 다니엘이 좋은 조건으로 포섭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7명은 게이트 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고려해볼만한 일이지.”

다니엘 윤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가 인류의 수호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존재 목적이었다.

* * *

게이트 안쪽은 마치 세계의 일부를 잘라낸 것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는 나름의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생태계냐 하면 그건 아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처럼 많은 것들이 빠져 있었다.

몬스터 중에 초식동물은 없다. 오로지 육식동물로만 이루어진 포식자 생태계가 성립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인간을 상대로는 모두가 포식자인 몬스터도 그들 사이에서는 포식자와 피식자가 나뉜다는 것.

몬스터가 서로를 잡아먹는 것은 드물지 않다. 시체를 뜯어 먹는 경우는 더더욱 흔하다.

이것은 대부분은 별문제가 안 된다. 몬스터끼리 서로 잡아먹어봤자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5등급 이상의 고등급 몬스터가, 같은 등급의 몬스터를 포식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아, 진짜…….”

용우가 짜증을 냈다.

“왜 저런 사태를 방치해 둔 겁니까?”

[여유가 없었습니다.]

서포트가 변명했다.

큰나무장로를 처치하고 나서 시체를 처리할 틈도 없이 땅울음용이 난입했다.

그 상황에서는 땅울음용이 큰나무장로를 포식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땅울음용의 주의를 끌어서 다른 곳으로 유인한 것이 그들이 할 수 있었던 한계였다.

[암석거인의 코어 에너지 반응이 6등급 수준으로 안정화되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막강한 힘을 발하는 암석거인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출입구를 향해서.

[이대로라면 5분 안에 출입구에 도착합니다. 사장님,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그것은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땅울음용을 잡은 헌터들이 빠져나갈 길이 막힌다.

그리고 아마도 10분 후쯤에는 도착할 지원 부대는 게이트 진입과 동시에, 무인 병기의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로 6등급 수준의 힘을 지닌 암석거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문에서 가까운 인원은 곧바로 퇴각할 준비를 갖추도록. 나머지는 최대한 신속하게 포인트-7에 집결.]

오성준이 결단을 내렸다.

[암석거인과 싸운다.]

[무모합니다!]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술 목표는 암석거인을 쓰러뜨리는 게 아니다. 1차적으로는 암석거인의 이동 경로를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오성준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6등급 수준의 몬스터가 출입구를 점거하게 두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테니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들고, 시간을 번다. 이걸 못 해내면 손도 못쓰고 게이트 브레이크에 도달하고 말 테니까.]

“사장님.”

가만히 듣고 있던 용우가 입을 열었다.

[내 작전에 반대하나, 제로?]

“그건 아닙니다. 다만 요청이 하나 있습니다.”

[요청?]

의아해하는 오성준에게 용우가 대답한 말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저한테 벙커버스터 1발만 주십시오.”

[뭐?]

경악이 퍼져 나갔다.

* * *

2부대는 땅울음용 상대로 준비했던, 추가타로 먹이려던 벙커버스터 2발을 결국 쓰지 않았다.

용우는 그중 한 발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벙커버스터야 당연히 써야겠지만… 자네에게 달라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쓰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짐작조차 안 가는군.]

“차근차근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군요. 그냥 저를 드론으로 하늘 위로 올려주십시오.”

[드론에 올라타겠다는 발상이야 그렇다 치고, 적재중량 한계 때문에 인간 하나를 더 태우면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2톤급 벙커버스터는 드론이 적재해서 나를 수 있는 한계 수치였다.

거기에 체중에 장비 무게까지 더해 90킬로그램을 넘는 인간이 더해지면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다.

“괜찮습니다. 벙커버스터는 제가 아공간에 넣고 갑니다.”

[그 아공간 말인가? 벙커버스터를 넣을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나?]

“2개 다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발만 주시면 됩니다.”

자신 있는 용우의 말에 오성준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느긋하게 판단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다. 하나는 자네에게 맡기지.]

“감사합니다.”

[이쪽에서 해줄 일은?]

“제가 벙커버스터를 쓰기 전까지만 눈길을 돌려주십시오.”

암석거인도 땅울음용처럼 높은 고도를 나는 드론을 격추시킬 수단이 없다.

하지만 땅울음용과 달리 암석거인은 대공 방어 능력이 있었다.

[알겠다. 시간이 없으니 곧바로 시작한다. 델타-2, 염동충격탄은 몇 발이나 더 쏠 수 있겠나?]

“위력을 조절하면 6, 7발 정도는 될 겁니다.”

용우가 빠지면 저격수는 한 명뿐이다. 나머지 한 명은 이미 마력이 바닥나서 이탈했으니까.

즉, 2부대는 염동충격탄 6, 7발밖에 쓸 수 없는 저격수와 무인 병기의 조합으로 암석거인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주의를 끄는 것까지만 해주시면 됩니다. 설령 일격으로 끝이 안 난다 해도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에 다들 숨을 삼켰다.

다른 이가 말했다면 정신나간 소리라고 했을 정도로 오만한 발언이다.

하지만 용우는 구 DMZ에서 혼자 악마숲을 잡았고, 이번 작전에서도 땅울음용을 농락하는 경이로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다들 용우라면 정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만다.

[알겠다. 어차피 자네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겠지. 마지막까지 자네를 믿겠다.]

그리고 결과는커녕 수행 과정조차도 짐작하기 어려운 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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