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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블레이드의 2부대는 베테랑들이다.
비록 팀 블레이드는 1부대만이 진정한 1군이고 다른 부대들은 전부 2군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한국 상위권의 뛰어난 헌터 부대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았다.
용우가 시간을 끌어주자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분대장이 투덜거렸다.
“빡세군. 근데 혼자서 저렇게 시간 벌어주고 있는데 투덜거릴 처지는 아니지.”
본래 2부대의 각성자 헌터는 8명이다. 각성자가 얼마나 귀한 인력인가를 따져보면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전투 가능한 인원은 5명뿐이다.
3명이 중상을 입어서 전장에서 이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탈자 중에 부대장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원래대로라면 분대장이 지휘를 맡으려고 했으나…….
“사장님, 저희는 준비 끝났습니다.”
팀 블레이드의 오성준이 직접 전투에 참가했기에 그에게 지휘권이 넘어갔다.
[서포트 팀 세팅도 끝났군. 제로, 지금 표시하는 포인트로 몰아올 수 있겠나?]
“그러죠.”
저 ‘땅울음’은 땅울음용 입장에서도 대량의 마력을 소모하는 능력이다.
사방팔방을 뒤집고, 한 방향으로 집중하면 140미터 밖까지 뒤집어 버리는 능력이니 마력 소모가 작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용우는 계속 블링크로 이동하면서 저격을 가하는 것으로 땅울음용의 신경을 긁어서 벌써 17회나 땅울음을 쓰게 만들었다.
‘슬슬 힘이 빠졌어. 허공장 너머로 대미지가 들어갈 정도니까.’
땅울음용의 땅울음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면서, 동시에 저격으로 유효타를 누적시킨다.
다른 저격수에게는 불가능한, 오로지 용우에게만 가능한 활약이다.
이대로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용우는 일방적으로 땅울음용을 쓰러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내 역할은 넘치도록 한 거지. 어디 팀 블레이드의 실력을 좀 볼까?’
자신이 힘을 빼놓은 저 괴물을 팀 블레이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략할 것인가?
용우는 기대가 컸다.
* * *
팀 블레이드는 무인 병기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서울에서 가져온 것들은 물론이고 용우를 고용하기 전, 국방부에 요청해서 인근 군부대가 보유한 것들을 추가로 운반하는 작업도 마쳤다.
그중에는 민간 기업인 헌터 팀이 보유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두두두두…….
높은 고도까지 고중량 탄두를 실어 나르기 위해 특수 제작 된, 크기 15미터의 대형 드론들이 게이트 안쪽 공간의 천장 아래쪽, 1.7킬로미터 고도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했다.
그러면서 땅울음용의 머리 위에다가 커다란 철 기둥 같은 폭탄 2발을 떨어뜨렸다.
일반 폭탄보다 월등한 무게와 폭약량을 자랑하는 벙커버스터였다.
꽈광! 꽈아아아앙!
무시무시한 폭발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대몬스터용으로 제작된 2톤급 벙커버스터였다.
본래 미군이 썼던 벙커버스터는 저것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그러나 게이트 안쪽에서는 벙커버스터 투하 시에 드론을 써야 하기 때문에 보다 소형화된 버전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그 위력은 탁월하다.
일반 벙커버스터와 달리 마력석을 이용해 제조한 마력 반응 탄두가 탑재되어 있기에 몬스터 상대로 물리적 파괴력 이상의 위력을 보인다.
‘저걸로도 안 된단 말이지?’
그런데 그것을 2발이나 직격당했는데도 땅울음용은 멀쩡했다.
어디까지나 충격으로 주저앉았을 뿐이고 허공장이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깨져가는군.’
용우가 지금까지 두들겨 댄 것도 있고, 거기에 벙커버스터까지 2발이나 직격당하고 나니 허공장이 확연히 약해졌음이 느껴진다.
콰콰콰콰쾅……!
그리고 무인 병기들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벙커버스터 2파를 준비하는 동안 드론들이 숲 위를 날면서 미사일과 로켓, 폭탄 투하, 중기관총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염동충격탄!
각성자들도 놀고 있지 않았다.
저격수 2명, 용우까지 합쳐서 3명이 번갈아가면서 염동충격탄으로 땅울음용을 타격했다.
크아아아아!
신나게 두들겨 맞은 땅울음용이 격노한다.
땅울음을 발하자 반경 20미터 정도의 땅이 수프처럼 끓어오르면서 폭발, 토사가 일어 오르면서 저고도를 날고 있던 드론들을 강타했다.
‘위력이 죽었군. 범위가 반으로 줄었어.’
이것은 측면에서 보고 있는 용우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하늘 위를 나는 부유 중계기의 관측 데이터가 확실하게 그 차이를 알려주고 있었다.
화아아아악!
이어서 땅울음용이 뿜어낸 화염 입김이 100미터 넘게 뻗어나가서 더 높은 곳을 날던 드론들을 타격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땅울음용에게는 그보다 높은 곳을 나는, 폭탄을 투하하거나 로켓을 발사하는 드론들을 타격할 방법이 없다!
콰과과광……!
현대 병기가 땅울음용의 시야와 움직임을 막고 각성자가 마음 놓고 스펠로 타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것이 인류가 몬스터라는 재앙을 막아낼 수 있게 만든 콤비네이션이다.
[델타-2 마력 포션 투입합니다.]
[델타-3 마력 바닥났습니다. 이탈하겠습니다.]
저격수 하나가 이탈하면서 3개 포인트에 자리 잡고 두들겨 대는 트라이앵글 저격은 쓸 수 없게 되었다.
[제로, 마력 상태는?]
오성준이 물었다.
그는 용우의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용우가 지금까지 스펠을 쓴 횟수만 봐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용우는 중간중간 저등급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에너지 드레인을 이용, 마력을 보충해 왔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여력이 있었다.
“전 아직 괜찮습니다.”
여력도 충분하고, 마력 포션도 쓰지 않았다. 용우는 아직도 장시간 전투가 가능한 상태였다.
계속 두들겨대면서 시간이 흐르자 땅울음용의 힘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졌다.
[10미터 미만이군. 슬슬 근접조 투입한다.]
일부러 미니 전차와 드론을 미끼로 던져주면서 땅울음을 사용하게 만든 결과, 이제는 땅울음의 유효 범위가 10미터 미만까지 떨어진 것이다.
[제로,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겠지만 집중형 땅울음을 한번 유도해 줄 수 있겠나?]
다른 헌터들에게 시켰다가는 날 죽일 거냐며 쌍욕이 날아올 짓이었다.
하지만 용우에게는 수행 가능 한 미션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한 용우의 대답이,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자들에게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대기 완료 되는 대로 땅울음을 유도합니다.”
용우는 헬멧 안쪽에 떠오르는 전술 데이터를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아군의 배치가 끝나고 나자 그들이 있는 곳 반대편, 땅울음용에게 50미터 거리까지 접근해서 저격을 가했다.
크아아아아아!
그러자 땅울음용은 질리지도 않는 듯 또다시 집중형 땅울음으로 용우를 공격했다.
아까 전보다는 힘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용우가 있는, 아니, 정확히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던 지점까지 대지가 끓어오르면서 폭발했다.
[지금이다! 돌격!]
오성준이 근접조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제히 공격에 들어가는 근접조 4명에는 오성준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콰아아아!
헌터를 돌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형 제트엔진 팩 ‘파이어 스타터’가 분사되면서 헌터들이 달려가는 속도에 급가속이 붙는다.
헌터들의 손에는 전원 같은 장비가 들려 있었다.
돌격창.
구 DMZ 전투에서 용우가 악마숲의 허공장을 뚫을 때 썼던,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썼던 랜스를 훨씬 두껍고 무겁게 만들어놓은 각성자용 무기.
파지지직!
길이 5미터, 중량 49킬로그램에 달하는 꼬챙이 형태의 랜스가 시퍼런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막 땅울음을 쏘아내고 빈틈을 드러낸 땅울음용의 후방을 맹습한다!
“이야아아아아!”
가장 먼저 목표점에 도달한 것은 분대장이었다.
꽈아아아앙!
분대장의 마력이 실린 돌격창이 땅울음용의 허공장을 뚫고 몸속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공격은 일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의 동시에 4명의 헌터가 4개의 돌격창을 박아 넣었고…….
“쿨럭!”
공격 순간 마력을 지나치게 쏟아내 버린 한 명은 그 반동을 버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알파-3! 알파-4 데리고 빠져!”
다른 한 명도 반동으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파이어 스타터를 떼어낸 분대장의 명령에 그가 주저앉은 헌터를 데리고 빠져나가고…….
쿵! 쿵! 쿠웅!
숲에서 날아온 드론이 분대장과 오성준 옆에 새로운 장비를 떨구고 지나갔다.
공업용 오함마보다도 헤드가 2배는 커 보이는 흉악한 배틀 해머였다.
크아아아아악!
한 박자 늦게 땅울음용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땅울음은 터져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힘이 넘칠 때도 한 번 발하고 나면 15초 이상의 재충전을 거쳐야 나오는 공격이었으니까.
“클라이밍!”
오성준이 외쳤다. 명령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일깨우는 듯한 외침이었다.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전술이다.
오성준과 분대장은 배틀 해머를 들고 땅울음용의 몸에 올라탔다.
몸길이 17미터의 괴물이 몸을 뒤흔드는 상황은 그 자체로 악몽이다. 그러나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인 두 사람은 마치 발바닥에 흡판이라도 달린 것처럼 달라붙어서 배틀 해머를 들어 올렸다.
쩌어어어엉!
그리고 돌격창의 끄트머리를 때려서 더 깊숙이 박아 넣는다.
땅울음용이 더욱 크게 비명을 질렀다.
결국 격통을 참지 못하고 정신이 나간 듯 몸을 뒤집었다. 등에 올라탄 헌터들을 깔아뭉개 버릴 생각이다.
“흥!”
그러나 그 조짐이 보이는 순간 오성준과 분대장은 이미 모든 돌격창에 한 번씩 해머질을 하고 다음 행동에 들어가 있었다.
분대장이 양손을 아래쪽으로 모으자 오성준이 거기에 발을 올린다.
“하아앗!”
분대장이 전력으로 오성준을 던져 올렸다.
괴력으로 던져진 오성준의 몸이 그대로 10미터 이상 솟구쳐 오르고, 분대장은 땅울음용이 몸을 뒤집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파지지지직!
15미터 높이까지 날아오른 오성준이 등에 메고 있던 양손 대검을 잡았다.
페이즈9에 달한 마력이 최대 출력으로 전개되자 양손 대검이 스파크를 튀기다 못해 검신 전체가 푸른빛으로 휘감겼다.
오성준은 그대로 몸을 거꾸로 뒤집으며 허공을 박쳤다.
-에어 바운드!
대기를 폭발시키는 이 스펠은 타격용이 아니라 허공에서 도약하는 수단으로도 쓸 수 있었다.
오성준의 몸이 발사된 포탄처럼 지상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용참격(龍斬擊)!
비스듬하게 낙하한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에너지 칼날이 땅울음용의 두꺼운 목을 베고 지나갔다.
-에어 브레이크!
콰아아아아!
오성준의 몸이 지상에 닿기 직전 튕겨 나가듯이 궤도를 바꿨다.
그는 지속 분사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감속, 대지 위를 미끄러지듯이 착지했고…….
푸화아아아악!
땅울음용의 목에서 검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쿠구구궁……!
목이 잘려 떨어진 땅울음용이 그대로 쓰러지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통신으로 부대원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역시 사장님이야!]
[캬, 사장님! 이래놓고 은퇴를 입에 올리신다니 인류에게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비교적 가까운 지점에서 그 광경을 본 용우도 감탄했다.
‘도저히 은퇴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군.’
저것도 나이 먹고 실전을 치르는 빈도수가 떨어지면서 기량이 쇠퇴한 것 아니겠는가?
현역일 때는 얼마나 신들린 모습을 보여줬을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방금 요단강이 보이는 기분이었으니 너무 띄워주지 마라. 기분 들떠서 괜히 여기저기 나선다고 했다가는 우리 딸한테 혼나.”
오성준이 피식 웃으며 말할 때였다.
콰광… 콰과과광……!
멀리서 연달아 폭음이 울려 퍼졌다.
“뭐야?”
오성준이 놀라서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볼 때였다.
서포터들이 비명처럼 외쳤다.
[이런! 암석거인이 고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론을 무시하고 달립니다!]
지금까지 서포터들은 드론으로 암석거인의 주의를 끌고 있었다.
그런데 땅울음용이 죽는 것과 동시에 암석거인의 행동이 변했다.
갑자기 드론의 공격을 무시하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지? 혹시 이쪽인가?”
[아닙니다.]
[아, 안 돼! 큰나무장로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큰나무장로는 2부대가 이곳으로 진입해서 처음으로 사냥한 코어 몬스터였다.
오성준이 다급히 물었다.
“큰나무장로의 시체는 어떤 상태인가?”
[땅울음용이 난입하면서 처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현재 방치 상태입니다.]
“이런……!”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오성준이 신음했다.
그리고…….
그오오오오오오!
숲 저편에서 이 제한적인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암석거인의 코어 에너지 반응이 급상승합니다!]
[거의 6등급 수준에 근접……!]
[암석거인이 큰나무장로의 코어를 포식했습니다.]
그들이 수습하지 못한 최악의 변수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Chapter9 천공의 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