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23화 (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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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머가 00 : 00 : 00이 되면서 귀환 게이트가 변화, 7세대 각성자들을 내보내면서 주변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리고 4시간이 지났다.

밖에서는 방송국이 귀환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전히 축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용우와 백원태는 호텔의 세미나실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다니엘 윤이라… 그놈 꽤나 음험한 놈입니다.”

“그렇습니까?”

“팀 이그나이트의 운영방식만 봐도 그렇죠. 범죄자들도 고용하고 있는 놈들입니다.”

각성자들 중에는 범죄에 손을 대는 자들도 꽤 있었다. 일반인을 초월하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팀 이그나이트는 그런 범죄자들 중 검거된 자들을 ‘갱생’과 ‘사회봉사’를 모토로 고용해서 쓰고 있었다.

‘각성자를 죄 지었다는 이유로 감방에서 썩게 하느니 헌터로서 전장에 세워서 국토방위에 기여하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은가?’

그런 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물론 아무리 범죄자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전장에 세우는 것은 인권 문제가 되므로, 팀 이그나이트에서 일하고 있는 범죄자들은 본인이 동의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원태가 말했다.

“경찰하고 사이가 좋습니다. 경찰이 각성자 범죄자를 검거할 때도 종종 전투원을 파견해주는지라 경찰 쪽에 지지 세력이 꽤 있는 편이에요.”

경찰이나 군부, 헌터관리부 등에 소속되어 공권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각성자의 수는 정말로 소수다.

그리고 헌터 팀들은 몬스터를 상대로 목숨 건 전투를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범죄자 검거 같은 일에 협력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팀 이그나이트는 경찰 입장에서는 지지할 수밖에 없는 우군인 것이다.

“나라 상황이 참… 많이 꼬여 있군요.”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쓴웃음을 짓는 백원태에게 용우가 물었다.

“다니엘 윤이 대실종 때 아버지와 형을 잃은 건 사실입니까?”

“그건 사실입니다.”

“흠…….”

의외였다.

진짜로 혈육을 잃었는데도 그들에 대해 물을 때 그렇게나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단 말인가?

‘하긴 모든 사람이 아버지와 형을 사랑하진 않겠지.’

용우가 그렇게 납득할 때였다.

덜컹!

호텔 세미나실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음? 웬일인가?”

꽤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수염을 멋지게 기른, 체격이 큰 중년 남자.

팀 크로노스와 업계 1, 2위를 다투는 팀 블레이드의 사장 오성준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뛰어 들어왔던 것이다.

“…앉아도 되겠나?”

오성준은 백원태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용우에게 물었다.

용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두 사람이 마주 보는 테이블의 옆에 앉았다. 백원태가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마신 그가 말했다.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저한테 말입니까?”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귀환 게이트가 활성화되는 것과 동시에 이 부근에 다수의 게이트가 출현했다네.”

그것은 일종의 징크스였다.

각성자 튜토리얼이 끝날 때쯤 되면 게이트 발생 빈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그러다가 귀환 게이트 활성화 당일이 되면 끔찍할 정도로 많은 게이트가 쏟아진다.

용우가 돌아온 지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게이트 브레이크를 두 번이나 보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금 헌터들의 피로도는 한계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었고, 손 놓고 노는 헌터 팀은 하나도 없었다.

“그중 2개는 30미터급이지.”

인류는 그동안의 연구로 게이트가 생성된 시점에서 그 위험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몬스터의 등급과 게이트의 등급 기준은 별개이며, 게이트의 등급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기다. 직경을 기준으로 삼아서 5미터 단위로 등급이 매겨진다.

게이트 안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는 발견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게이트가 클수록 코어 몬스터는 강력하고 몬스터의 머릿수가 많아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30미터급 게이트라면 반드시 1마리 이상의 5등급 몬스터가 존재하는 등급이다.

“여기 대전 서부에 하나, 그리고 울산에 하나가 발생했지.”

그 둘보다는 작은 게이트들도 7개나 발생해서 이 지역 헌터 팀들이 총력전에 들어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근방 지역의 헌터 팀을 모조리 불러들여야 했다.

“대전은 우리 회사가, 울산은 팀 이그나이트 쪽에서 담당해서 제압 작전에 들어갔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팀 블레이드의 제2부대는 몇 번이나 30미터급 게이트를 제압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팀이다.

게이트가 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작전 수행 시간도 충분했기에 무난하게 제압을 마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터졌다.

작전이 시작되고 4시간 17분이 지난 시점에서, 정찰로 확보한 데이터의 사각에서 갑자기 출현한 또 하나의 5등급 몬스터의 존재가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미 일반인 헌터 중에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안에 있는 헌터들은 점점 더 심각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팀 블레이드에서는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 헌터 팀에는 여력이 없었다. 서울에 구원 부대를 급파시킬 것을 요청했지만 도착해서 작전 투입되기까지는 최소한 1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오성준은 그동안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용우가 대전에 내려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 그는 정신없이 달려왔다.

“서용우 씨.”

오성준이 의자에서 일어나 용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지난번의 무례를 사과하겠소. 호기심이 앞서서 경우 없는 행동을 한 것, 정말 죄송합니다.”

용우는 그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고개를 든 그가 용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위기에 빠진 우리 부대원들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주시오.”

* * *

헌터 업계는 소문이 빠르다.

0세대 각성자에 대한 비밀은 잘 지켜지고 있었지만 정체불명의 헌터, 코드네임 제로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구 DMZ 전투에서 팀 크로노스의 3부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만으로도 업계가 떠들썩할 이슈인데, 그 전장에서 제로가 보인 활약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으니까.

“저게 제로인가?”

오성준과 함께 헬기를 타고 날아온 용우를 보면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팀 크로노스에 이어 팀 블레이드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불려온 남자.

베테랑 헌터 팀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투입되어야 수습할 수 있을 상황에 그만을 선행 투입하는 결단은 비상식적이었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이라고 하리라.

하지만…….

‘악마숲을 혼자서 잡은 헌터라면…….’

단 한 번이지만 이미 상식을 넘어선 활약을 보여준 그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더 바랄 나위가 없는 맞춤형 구원투수로군. 불운한 상황 속에서 그의 존재만이 천운인가.’

오성준은 자신의 뒤를 따라서 헬기에서 내리는 용우를 보며 생각했다.

용우가 그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용우가 전투 수행을 목적으로 대전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팀 블레이드의 예비 장비를 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고른 장비들로 최적화된 세팅을 하느냐 아니냐는 헌터의 전투 능력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다.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용우에게는 아공간 수납 스펠 ‘시공의 보물고’가 있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용우의 장비 일체가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팀 블레이드는 탄약과 의료 키트, 그리고 서포트 장비와 그것을 운용할 전문 인력들만 지원해 주면 되었다.

‘전쟁터로군.’

용우는 게이트 주변 상황을 보며 생각했다.

그곳은 그야말로 전쟁터의 후방이었다.

야외에 커다란 천막들을 치고 그 안에 책상과 의자, 각종 장비들을 가져다놓고 의료 팀을 포함한 수십 명의 인원이 후방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막들 너머에 게이트가 있었다.

‘이게 게이트인가. 직접 보니 느낌이 다른데.’

용우는 지금까지 게이트를 직접 마주해 본 적이 없었다.

어비스에는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았고, 지구로 귀환해서 치른 2번의 전투는 게이트 브레이크 상황이었으니까.

영상으로야 봤지만 현실에서 직접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

마치 허공의 한 지점을 잘라내고 그 단면을 검게 칠해둔 것 같다.

공간의 입체감을 무시하고 허공에 2차원적으로 뻥 뚫려 버린 정체불명의 구멍.

그 직경이 31미터에 달하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실감이 무너지는 것 같다.

‘짜릿할 정도로 농밀한 마력.’

용우는 그 구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마력을 감지했다.

30미터급 게이트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각성자들은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농밀한 마력이 마력기관으로 유입되면서 컨디션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건 몬스터도 마찬가지라고 했지.’

문제는 이 농밀한 마력이 몬스터 역시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헌터 입장에서 보면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보다 게이트 브레이크 상황이 몬스터와 전투하기는 편하다. 몬스터도 약해지고 지원도 훨씬 풍부하게 받을 수 있으니 전투 난이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준비됐나?”

오성준이 물었다.

놀랍게도 사장인 그도 용우와 함께 게이트에 들어가기 위해 헌터용 배틀 슈트를 입고 있었다.

백원태가 부상으로 완전히 은퇴한 데 비해 그는 공식적으로는 은퇴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래도 설마 이런 상황에서 앞장설 줄은 몰랐기에 용우는 그를 다시 보았다.

헌터용 배틀 슈트를 입고 라이플과 칠흑의 양손 대검을 등에 진 그는 인상이 달라보였다.

“예.”

용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앞장서면서 말했다.

“그럼 돌입하지.”

그리고 두 사람은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Chapter8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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