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세계의 귀환자-21화 (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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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DMZ에서 전투를 치르고 난 뒤 사흘 후.

용우는 다시금 마포구의 팀 크로노스 본사로 향했다.

목적은 두 가지였다.

일단 전투에서 써버린 소모품들을 보충해야 했고 장비도 점검받을 필요가 있었다.

“군대에서는 장비 점검도 다 스스로 알아서 잘했는데… 이건 뭐 배울 게 산더미군요.”

용우가 한숨을 쉬었다.

아공간 때문에 쓰는 장비가 다양한 만큼 이 장비를 쓰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았다.

“당분간은 우리 쪽에 맡겨두시고, 차근차근 배워 나가면 될 겁니다.”

그런 용우를 보며 백원태가 웃었다.

장비 관리부에서 무기를 잔뜩 쇼핑한 용우는 백원태와 함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용우가 오늘 이곳을 방문한 두 번째 목적은 훈련이었다.

“내일까지만 참아주시면 좀 숨통이 트일 겁니다.”

백원태의 말에 용우가 휴대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물었다.

“이제 17시간 남았군요.”

“예.”

“사람들이 전부 카운트다운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를 틀어보니 어디서나 특집 방송만 흘러나오더군요. 인터넷 포탈의 배너들도 죄다 그 내용만 띄우고 있고…….”

“매번 그랬습니다. 아주 중요한 이벤트니까요. 인류 전체에게.”

앞으로 17시간 후면 역대 7번째 각성자 튜토리얼이 끝나고, 거기서 살아남은 7세대 각성자들이 귀환한다.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은 ‘귀환 게이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세상으로부터 지구로 통하는 문’이라는 점에서 게이트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각성자 튜토리얼이 끝나기 24시간 전이 되면 소환자들이 소속된 국가의 특정 포인트에 등장하여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정말 친절해. 그 이름만큼이나… 마치 게임처럼.’

용우는 그 시스템 너머에서 인간의 의지와 손길을 느꼈다.

확신이 깊어진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인간, 혹은 최소한 인간에 가까운 지성과 감성을 지닌 존재가 있다.

“전에 말한 것처럼 7세대 각성자들의 신원 확인 절차에 용우 씨의 정보를 끼워 넣을 겁니다. 실종자 명단에도 넣어둘 거고요.”

7세대 각성자들의 복귀와 동시에 서용우에 대한 본격적인 정보 조작이 시작될 것이다.

이것은 용우도 동의해서 진행되는 일이었다.

그도 자신의 존재가 불러일으킬 충격과 혼란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만약 0세대 각성자의 존재가 공론화되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관심의 해일이 밀려들 것이다. 용우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되리라.

‘나도 그런 건 질색이지만 우희까지 피해보게 만들 수는 없지.’

0세대 각성자에 대한 관심이 그저 말이나 나눠보자고 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과격하다면?

그럼 용우의 혈육인 우희는 귀찮음이 아니라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리라.

용우는 되도록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심 이 나라를 떠서 미국으로 간다는 극단적인 길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백원태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정보 조작이 끝나고 나면 용우 씨에게 크로노스 그룹에서 운영 중인 트레이닝 센터를 무제한 이용 가능 한 VVIP 회원권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그쪽에서도 정보 노출은 신경 써야겠지만 그래도 매번 이렇게 비밀 작전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어지겠지요.”

용우의 존재는 팀 크로노스 내부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기밀이었다. 그래서 팀 크로노스 본사의 훈련장을 이용할 때는 백원태의 전폭적인 배려가 필요했다.

일단 훈련장까지 가는 길에도 남들의 시선을 피해야 했고, 훈련장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일부 구획을 전세 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배틀 힐러 지윤호 같은 팀 크로노스의 톱클래스 헌터들도 누리기 어려운 호사였고, 백원태에게도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 정도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거기 이용료 장난 아니던데…….”

“하하하, 원래 중요한 거래처에 선물하려고 늘 특정 수량을 확보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용우 씨가 안 받으면 제대로 쓰지도 못할 사람들한테 갈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우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일반인만 해도 제대로 몸을 단련하기 위한 공간과 시설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그런 장소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들이 잘되는 것 아니겠는가?

각성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일반인 수준의 공간과 시설로는 제대로 훈련을 할 수가 없다.

각성자 대부분은 신체 능력 면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으며, 마력을 이용하는 법까지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터관리부와 대기업들이 손잡고 이런 각성자들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크로노스 그룹이 운영하는 트레이닝 센터는 그중에서도 최상급 시설이다. 단순히 각성자를 훈련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헌터들을 위한 전투 훈련까지 가능하다.

문득 용우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정보 조작을 마치고 나면 제가 코드네임 제로라고 하고 다닐 필요는 없어지겠죠?”

“아, 그거야 당연히 계속 활용해야지요.”

“…….”

“왜요?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장난스럽게 웃는 백원태의 말에 용우가 한숨을 푹 쉬었다.

“어차피 7세대 각성자 서용우로 활동하면 딱히 그럴 필요 없지 않습니까?”

“그 신분으로는 용우 씨의 능력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습니다. 며칠 전처럼 능력을 다 썼다가는 정보 조작이고 뭐고 다 소용없어진다는 거 아시면서 왜 그럽니까.”

벌레 씹은 표정을 짓는 용우를 보며 백원태가 큭큭 웃었다.

7세대 각성자들은 분명 6세대 각성자들보다도 뛰어난 잠재 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각성자 튜토리얼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두더라도 용우처럼 진정한 올라운더의 힘을 지닐 수는 없다.

따라서 7세대 각성자로 위장한 서용우는, 7세대 각성자들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능력을 보일지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백원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전폭적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었다.

팀 크로노스의 뛰어난 인력들이 7세대 각성자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적절한 수준을 설정해 주리라.

“팀 크로노스의 사장 백원태가 한눈에 반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슈퍼 루키, 그 정도면 되겠죠.”

“슈퍼 루키가 되기에는 제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원래 인생은 40부터예요. 38세면 젊죠. 뭐, 우리나라의 7세대 각성자 중에서는 제일 연장자이긴 합니다만…….”

각성자 튜토리얼의 소환 대상자는 거의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사람들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희귀한 케이스에 들어가긴 하지만 40대에 각성자 튜토리얼에 소환되어서 각성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대외적으로는 제가 사정사정해서 크로노스 그룹을 우선해 주기로 했다더라, 그 정도로 광고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사장님 체면이 망가지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활약해 주시면 되죠. 난 용우 씨를 믿습니다.”

선글라스를 쓴 45세 아저씨의 그윽한 눈길에 용우가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용우 씨를 위해서도 최선일 겁니다. 계좌 보면 느껴지지 않습니까? 제로는 돈 쓸어 담는 괴물이 될 수 있어요.”

“그 점은 부정 못 하겠군요. 오늘 뜬 메시지를 보고 꿈속인 줄 알았으니.”

용우는 백원태에게 받은 15억 원으로 일단 여동생이 내준 마력 시술소 이용비 3천만 원부터 갚았다.

그리고 팀 크로노스를 통해서 헌터용 장비와 탄약을 구매하느라 2억 원 이상을 지출했고, 그 후로 백원태의 호의로 정부에 기록이 남지 않는 팀 크로노스의 마력 시술소를 한 번 이용하면서 3천만 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그런데도 오늘 팀 크로노스 본사에 오기 전 그의 통장 잔고는 다음과 같았다.

5,173,451,234원

50억 원이 넘는 돈이 계좌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 대부분은 구 DMZ에서 수행한 전투로 벌어들인 돈이었다.

백원태는 그가 팀 크로노스의 긴급 지원 요청에 응해준 것만으로도 1억 원이나 되는 돈을 지불했다. 그것만 해도 아직 용우가 아무런 실적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액수였다.

하지만 그 돈도 악마숲을 쓰러뜨린 대가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5등급 몬스터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구 DMZ에 나타났기에 망정이지 시가지에 출현했을 경우는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다.

당연히 잡는 것만으로도 국방부가 지불하는 포상금 액수가 크다.

팀이 나눠가져도, 지원하느라 소모되는 무인 병기와 탄약값을 빼고도 팀원 모두의 계좌가 풍족해질 정도인데 그걸 용우는 혼자 다 먹은 것이다.

거기에 팀 크로노스의 3부대원들을 데리고 후퇴하면서 추가로 몬스터들을 처치한 것에 대한 포상금도 더해지니 재산이 그야말로 폭증했다.

“그리고 아직 다 정산된 것도 아닙니다. 월말쯤에 기대해 보세요.”

몬스터는 돈이 된다. 5등급 몬스터라면 그 가치가 얼마나 클지는 말할 것도 없다.

악마숲의 시체 그 자체도 막대한 가치가 있었고, 코어 몬스터로서 지닌 코어 파편과 마력석의 매매가 끝나고 나면 용우가 정산 받을 돈은 엄청났다.

“슬슬 세금 문제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세무사가 없다면 우리 세무 팀에서 최저 수수료로 맡아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죠.”

설마 지구로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수십억대 수익에 대한 세금을 걱정하는 신세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앞두고 보니 백원태와 손잡은 게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그것들은 어째야 하나.’

용우는 자신에게 현금화할 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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