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장님, 이 사람 정체가 대체 뭡니까?”
팀 크로노스에서는 은퇴한 헌터들을 다른 역할로 고용하는 일이 흔했다.
예를 들면 지금 백원태와 함께 있는 전술 교관은 팀 크로노스 소속의 3세대 각성자 헌터로 2년 전 큰 부상을 입고 현역에서 은퇴한 인물이었다.
현재는 팀 크로노스의 전술 서포터 및 전투 기술 교관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백원태 사장이 직접 부탁해 온 정체불명의 젊은 각성자를 훈련시키면서 놀람을 금치 못했다.
훈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훈련자는 소총의 영점을 잡는 것조차 제대로 못했다. 사실 2시간이 지난 지금도 저격수로서의 자질이 뛰어나냐 하면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무슨… 트릭 사격을 위해 태어난 천재 같군요.”
대신 그 어떤 자세에서도 사격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달리면서 쏘고, 언덕을 내려오면서 쏘고, 레펠링하면서도 쏘는데…….
그런데도 표적의 중심부는 못 맞힐지언정 표적 자체를 때리는 명중률은 굉장한 수준이다.
“좋은 저격수는 못 되겠지만 실전적으로 보면 고평가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이건.”
“확실히 그렇지. 놀라워. 군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징병제일 당시의 한국군 경험만으로 이렇게까지…….”
백원태는 감탄보다는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그러자 교관이 놀라서 물었다.
“네? 징병제 시절 군 경험? 저렇게 젊은데요?”
용우는 아무리 봐도 20대 후반, 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징병제 시절의 군 경험이라니? 10년쯤 전의 이야기가 아닌가?
“보기보단 나이가 많은 분이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저분에 대한 건 당분간 비밀을 엄수하도록.”
“아, 물론입니다. 숙지했습니다.”
백원태가 이 교관을 고른 이유는 눈치가 빠르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관은 저 젊은 각성자에 대한 호기심을 접어두기로 했다.
이 훈련은 용우가 부탁한 사항이었다.
자신은 냉병기로만 싸우던 사람이라 현대 병기를 이용한 헌터의 전투법을 모른다.
그러니 무기에 대한 지식과 사용법 등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받고 싶다고 부탁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백원태는 그 부탁을 최고의 환경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와……. 저거 뭡니까? 드론에 매달렸다가 뛰어내리면서 쏘는데 다 맞아?”
교관이 혀를 내둘렀다.
야외 훈련을 대체할 수 있도록 건설된 이 훈련장은 천장 높이가 14미터에 달하며 시가지도 일부 재현되어 있었다.
거기서 용우는 실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쿠르처럼 벽이나 장애물을 뛰어넘고, 벽을 타고 달리다가 삼각 점프를 하면서 사격을 하는데 그게 움직이면서 지나가는 표적에 명중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서포트를 위해 날고 있는 드론에 한 손으로 매달린 채로 쏘고, 그대로 철봉을 잡은 것처럼 몸을 흔들더니 멀리 떨어진 빌딩으로 몸을 날린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리 몸을 단련했다 해도 자살행위로밖에 안 보이는 행동이다.
하지만 용우는 아무런 주저함 없이 그런 행동을 하면서 사격을 가하고, 그 사격의 명중률이 70%에 달한다.
“세상에. 이게 진짜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격 영점도 제대로 못 잡던 사람이 맞나?”
베테랑 헌터였던 교관이 넋을 잃을 정도였다.
황당해하기는 백원태도 마찬가지였다.
‘서용우는… 진짜다.’
0세대 각성자는 사람들이 부풀린 환상 이상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용우의 훈련을 지켜본 백원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라면 우리가 넘을 수 없었던 벽 너머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것은 현역에서 은퇴한 후로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커다란 기대감이었다.
* * *
게이트 브레이크.
게이트가 출현하고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정확히는 지구와 게이트 사이의 에너지 압력이 균일화될 때까지 게이트를 파괴하지 못하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게이트 너머에 존재하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지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은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물론 시가지 부근에서 이 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게 당연했다면 시민들은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하며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게이트 브레이크가 자주 일어나는 지점은 재해 지역으로 명명된, 인간이 살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예를 들면 개성부터 시작해서 예전에 DMZ라 불렸던 지역이 그렇다.
한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했던 구(舊) DMZ는 지금은 완전히 폐허로 변해 있었다.
10년 전 개성에 투하된 전술핵의 여파가 아직 남아서일까?
물론 아니다.
거주 불가능한 재해 지역이기에 헌터들의 공략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그래서 게이트 브레이크가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투두두두두!
헬기들과 드론들이 저고도를 날면서 중기관총을 난사한다.
광범위하게 설치된 전자파 울타리 너머에서 돌격해 오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투앙! 투아아아앙!
전차포와 다연발 로켓포가 화려하게 불을 뿜는다.
시가전에서 쓸 수 없는 육군의 화력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와서 구 DMZ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콰과과과광……!
하지만 육군이 타격하는 지역은 저지선을 중심으로 그 안쪽 일부뿐이다.
그 안쪽에서는 헌터들이 국군의 화력으로는 저지할 수 없는 진짜 위협을 상대하고 있었다.
“젠장! 지원은 아직인가?”
팀 크로노스의 제3부대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구 DMZ의 게이트 브레이크를 제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격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들은 유능한 헌터들이었다.
국방부가 화력을 퍼부어서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 빠르게 몬스터들을 등급별로 구분하고 처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게이트 브레이크를 제압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과정인 ‘코어 몬스터’ 제압에 들어갔다.
코어 몬스터는 게이트의 코어를 가진 몬스터로 게임으로 치자면 보스 몬스터나 다름없는 존재다.
게이트에 진입했을 때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게이트 브레이크 때는 그 부담감이 게이트 진입 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게이트를 벗어난 코어 몬스터가 다른 게이트와 접촉하면 그 순간 연쇄적으로 게이트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팀 크로노스의 제3부대가 궁지에 몰린 이유였다.
한창 코어 몬스터와 교전 중일 때 가까운 지점에 새로운 게이트가 생성되는 바람에 전술 플랜이 쓰레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혀, 형… 나 아무래도 여기까진가 봐.”
“야, 정신 차려! 조금만 더 힘내봐!”
그 상황에서도 첫 번째 코어 몬스터는 처리해 냈다는 점에서 그들의 유능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두 번째 코어 몬스터를 상대할 힘은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황폐해진 구 DMZ 곳곳에 전투 수행 시 은폐물로 쓰라고 박아둔 강철판 뒤에 숨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을 뿐이었다.
“헉, 헉…….”
제3부대원들은 지쳤다.
강철판 뒤에 숨어서 코어 몬스터의 시야를 벗어났지만 적은 그것들만이 아니었다. 저등급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서 돌아다니다가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들고 있었다.
“대장, 큰일 났어요.”
“왜? 증폭탄두 떨어졌어? 내 거 아직 남았으니까…….”
“마력이 바닥났어요. 쥐어짜내도 안 나와요. 머리만 띵해지고…….”
“…….”
마력 고갈은 각성자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탄약이 떨어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태였다.
마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를 들고 있어도 소용없다. 더 이상 몬스터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없으니까.
“하, 미쳐 버리겠네요. 이미 포션도 써버렸는데…….”
“드론은…….”
콰아앙!
3부대장이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가오던 드론이 뭔가에 맞고 부서져서 추락했다.
“씨발.”
3부대장이 절망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저 코어 몬스터는 광학적으로 적을 판별하기에 보이지 않으면 공격이 날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존재가 공격범위 안, 반경 2.5킬로미터 안쪽으로 들어오면 그 순간 탄환 같은 공격을 쏘아 보낸다.
이 공격의 위력은 대단해서 그들을 지원하던 드론과 무인 전차들이 모조리 박살 나버렸다.
[3부대원들, 들리나? 통신 가능한가?]
그때 그들의 무전기가 울렸다. 3부대장이 달려드는 소형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사이 부대원이 반색하며 무전기를 잡았다.
“지원은? 지원이 오는 건가?”
[팀 이그나이트에서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서 출격했다. 도착 예정 시간은 17분 후다.]
“…….”
그 말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3부대의 멘탈을 강타하는 일격이나 다름없었다.
“빌어먹을…….”
다들 부상자를 데리고, 마력도 바닥을 보이는 상태로 흩어졌는데 이 상황에서 17분을 버티라고?
그들이 절망할 때 무전기에서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30초 후에 선행 지원 병력이 도착한다.]
“30초 후? 어디 소속인가? 몇 명이나 오지? 대응 장비도 같이 투입되는 건가?”
그들을 궁지에 몬 코어 몬스터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공략법이 나온지 오래이기에 대응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만 있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그들이 궁지에 몰린 것은 그 몬스터의 존재를 전혀 상정하고 있지 않다가 사고가 터져버렸기 때문이지 전술수행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한 명이다.]
“장난해?”
무전기를 붙잡고 있던 헌터가 폭발했다.
“한 명으로 뭘 어쩌라고! 우린 이제 마력도 탈탈 털려서 후퇴도 못 하고 있는데!”
[3부대원들, 백원태다.]
그때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그것이 사장 백원태라는 것을 안 3부대원들이 흠칫했다.
[선행 지원 병력은 내가 보장하는 사람이다. 버텨라. 그가 갈 길을 열어줄 테니까.]
백원태의 말에 3부대원들은 잠시 멍청하니 무전기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온다.”
눈이 밝은 저격수 헌터가 하늘 높은 곳을 나는 비행체를 포착했다.
헬기가 아니다. 저 고도로 날고 있는 곳으로 보아서 팀 크로노스에서 운용하는 수직 이착륙 수송기이리라.
“저걸 출격시켰으면서 단 한 명만 실어 나르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미친 거 아닌가?”
그 중얼거림은 3부대원들 모두의 공통된 의문을 표현하고 있었다.
* * *
서용우는 수직 이착륙 수송기에 탄 채로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투입될 전장의 정보를 빠르게 훑어보고는 조종사에서 말한다.
“뒤쪽, 열어주십시오.”
원래 용우의 목소리 대신에 헬멧 안쪽에 설치된, 음성 변조기를 거친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여기서 내려가겠습니다.”
용우가 몸을 일으켜서 뒤쪽으로 걸어가자 그와 함께 타고 있던 서포터가 놀라서 외쳤다.
“무립니다! 밑에 있는 코어 몬스터는 5등급 악마숲이에요! 이 수송기는 3킬로미터 위쪽을 날고 있어서 그렇지 반경 2.5킬로미터 안쪽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중량 10킬로그램을 넘는 씨앗 포탄이 마하4로 날아오죠. 압니다.”
용우는 헬멧을 써서 서포터는 그의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굉장히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알고 있으니까 열어주시죠.”
“그, 그렇지만…….”
“빨리!”
용우가 재촉하자 서포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후우우우우!
문이 열리자 미칠 듯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라이딩 슈트 위에 프로텍터를 덧붙인 것 같은, 헌터용 배틀 슈트를 입고 헬멧까지 쓴 용우는 그 바람에 개의치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 당신, 낙하산 잊어버렸어! 그리고 무기는 왜 안 챙기고……!”
서포터가 기겁해서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용우는 이미 3킬로미터 고도를 날고 있는 수송기에서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렸다.
“야, 이 미친놈아!”
서포터의 공허한 외침은 미칠 듯한 바람 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그리고…….
‘쓸데없이 실랑이를 하느라 좋은 강하 포인트를 놓쳤군.’
낙하를 시작한 용우는 짜증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그가 노리던 것은 악마숲의 바로 위를 강습할 수 있는 위치였다.
악마숲의 씨앗 포탄은 정확도와 사거리, 위력을 고루 갖췄지만 인간에 비유하자면 정수리 위쪽에 해당하는 수직 각도에 취약함을 보인다.
하지만 서포터와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가장 좋은 포인트를 놓쳤다. 이제 용우는 대각선으로 낙하해 가면서 악마숲의 대공방어를 뚫어야 한다.
‘자.’
낙하 시작 후 5초도 안 되어서 전술 플랜을 결정한 용우의 눈이 악마숲에게로 향했다.
‘헌터 데뷔전을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