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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55화 (354/360)

30장 마지막 전투(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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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25)

왕성에 존재하는 황제의 개인실. 왕성의 대부분이 황제의 개인실이기도 했지만 지금 황제가 있는 방은 더욱 특별했다. 사치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물건들과 기상천외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 음식과 술. 바닥과 천장, 벽 모두 황금으로 되어있었고 방 중심에 있는 침대에는 황제가 누워있었다.

하지만 침대에는 황제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황제를 중심으로 수많은 미녀들이 살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었고 황제의 얘기를 들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지. 장난치면 그 밑에 달린 봉을 잘라버린다고."

"하하하!"

"호호호!"

황제의 농담에 미녀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황제는 옆에 있는 여자가 주는 술을 마시며 입을 적셨다. 그가 이렇게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은 태어날 때부터였다. 그래서 그는 이것이 당연한 것인줄 알았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고 끝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콰콰콰쾅!! 드드드...

"꺄아아악!!"

"뭐야?!"

왕성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 충격에 음식과 술이 바닥에 떨어졌고 미녀들이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황제 또한 그 충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굉음과 충격은 약 10초간 이어졌다. 그리고 10초가 지나고 나서야 잠잠해졌고 황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얘기했다.

"여봐라! 아무도 없느냐?!"

황제는 큰 소리로 얘기했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고 열이 받아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자 경비병들이 있었고 경비병들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바깥을 보고 있는 것에 분노를 느꼈고 개인실의 벽에 걸려있던 검을 꺼내 들고 경비병을 위협했다.

"지금 네가 죽을 작정이구나! 감히 내 말을 무시해?!"

"황,황제폐하..."

경비병은 황제가 검의 끝으로 위협하자 그를 바라봤지만 아직 신경은 창 바깥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바론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바론은 대체 창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론 또한 창 밖에서 보이는 광경에 몸이 굳어버렸다.

"이게...뭐야?"

눈앞에 거대한 황야가 펼쳐져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건물과 수많은 국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치 꿈이였다는 것처럼 지금 눈앞에는 거대한 황야만 펼쳐져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저,저도 모르겠습니다."

바론 황제는 경비병의 멱살을 잡으며 독촉했지만 경비병 또한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 리가 없었다.

"모르겠으면 지금 바로 알아오지 못할까?! 네게 딱 5분의 시간을 주도록 하지! 5분 내에 알아오지 못하면 네 어깨 위에 있는 것이 떨어질 줄 알아라! 알겠어?!"

"예,예!"

바론의 말에 경비병들이 안색을 시퍼렇게 변하면서 빠르게 바론의 앞에서 사라졌다. 바론은 그 광경을 보고도 아직 불만에 차 있는지 문을 발로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황제가 같이 있던 여성들은 황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그 눈초리를 본 황제는 혀를 차며 얘기했다.

"기분이 잡쳤다. 오늘은 이만 가도록."

여성들은 바론 황제의 말에 조용히 개인실에서 나갔고 혼자 남은 바론 황제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았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레인 녀석과 더불어 4대 창을 갈아엎어야겠군. 쓸데없는 경비병들도 모두 모가지를 쳐내고. 오랜만에 한바탕 피바람을 불어볼까?"

바론은 어떻게 하면 그들을 구워 삼킬지 상상을 하면서 키득거리며 미소를 지었고 이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콰콰쾅!!

"뭐,뭐야?!"

바론은 커다란 굉음 소리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비몽사몽한 것이 잠이 덜 깨서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으...대체 무슨 소리야?"

바론은 조금 전부터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계속 뭔가가 일어나는 것에 짜증이 났다. 이 신성제국의 최고 권력자이자 권위자인 자신을 두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기분 속에 바론은 세게 문을 열며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봐! 경비병! 아까부터 무슨 소리가 나는 거냐?! 알아보라고 한 것은 알아보고 왔겠지?!"

철퍽.

바론은 문을 열자마자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를 밟았다. 그래서 바론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내렸고 바닥에 깔려있는 액체를 바라보았다.

"이건...피?"

붉은 액체. 누가 봐도 피가 확실한 붉은 액체가 바닥에 깔려있었다. 바론은 고개를 들었고 눈앞의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뭐야?"

바론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뭐가 일어난 거야?!"

수많은 경비병들이 수많은 조각으로 잘려서 고깃덩어리로 변해있었다. 바닥과 천장, 벽 모두 경비병들이 뿜어낸 피로 가득해서 새빨갛게 변해있었고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만 보였다면 바론은 그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바론이 그렇게 놀란 것은 바로 경비병의 시체 뒤로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 바론은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신성제국의 황제인 자신이 미력하게 느껴졌다.

"거,거기에 있는 것은 누구냐.."

바론은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고 그 떨림은 목소리에서도 전달되었다.

"누,누구냔 말이다! 썩,썩 나오지 못할까?!"

철퍽.

어둠 속에서 발이 튀어나왔고 이어서 한 인물이 나타났다. 인물은 마치 어둠을 조종하는 것처럼 인물의 중심으로 검은 연기가 휘몰아치고 있었고 바론은 그 인물에게서 거대한 위압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가 신성제국의 황제인가?"

"그,그렇다. 네,네놈은 대체 누구냐?"

"나는 아키드이자 라자드. 신성제국을 멸망시키는 존재이다."

"신성제국을 멸망시킨다고?"

인물, 라자드의 말에 바론은 웃음을 터트리고 싶었다. 누군가 신성제국을 멸망시킨다고 한다면 바론은 농담을 들은 것처럼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눈앞에 있는 라자드의 말에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 오늘 신성제국은 멸망할 것이다. 우리 흑마법사의 손에 의해서."

"헛,헛소리 하지 마라! 우리 신성제국은 이 대륙에서 제일 강력한 왕국이다! 그까짓 이단들에게 당할 것 같냐?!"

"제일 강력한? 후훗. 네놈도 불쌍하군. 자신의 왕국 상황조차 모르는 무능력한 왕의 밑에서 명령을 받으며 충성을 맹세하다니."

라자드는 그렇게 말하며 어둠 속에 잡혀있던 한 인물을 꺼내왔다. 바론 황제는 갑자기 나타난 인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가 레인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레인은 검은 연기에 묶인 채 눈만 깜빡이고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화되어 있었다. 레인은 바론 황제를 보고 발버둥 쳤지만 신성력을 잃은 그는 그저 일개의 언데드일 뿐이었다.

"그,그 녀석은...레인? 어,어떻게 이곳에 레인이?"

"다른 비밀 카드가 있나? 4대 창? 성기사와 성직자 집단? 이미 내 앞에 모두 사라졌다."

"거짓말...어디서 거짓말을 씨부리는 거냐?!"

바론 황제는 라자드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신성제국의 제일 강력한 부대들이 이미 전멸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믿고 싶지 않아서 현실을 부정하는 건가? 네가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난 네게 한가지를 묻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니까."

"뭐?"

그 순간 라자드의 몸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거대한 압박감이 뿜어져 나왔다. 압박감에 바론 황제는 그대로 굳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검은 연기에 묶여서 라자드가 있는 곳까지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이거 놔라!"

"닥쳐라."

뿌드득!

"끄아아아악!!"

바론의 오른팔이 검은 연기에 분질러지면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익숙치 않은 바론 황제는 그 고통에 침과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고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정신 차리지 못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질문에만 대답하지 않으면 사지를 하나씩 분지르겠다."

"알,알겠다."

뿌드득!

"크아아악!"

"분명히 내가 묻는 질문에만 대답하라고 했을 텐데."

라자드는 나머지 왼팔도 분질렀고 바론은 울음소리와 함께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

"내가 묻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양피지는 어디 있지?"

"양,양피지?"

뿌드득!!

"크아아아악! 제,제발 그만해!!"

"너희 황제 일가에 계속 전해지는 양피지가 있을 것이다."

"양,양피지는 뭔지 몰라도 우,우리 황제에게 전,전해지는 물건들은 모두 왕,왕성의 보고에 있다."

"그 보고는 어딨지?"

"그,그건..."

바론 황제는 라자드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순간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자드 또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뿌드드득!

"끄아아아악!"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나,나를 살려준다고 약,약속해라!"

"약속이라...웃기는군. 네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나?"

"날,날 죽이면 보고가 어,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바론은 역으로 자신을 죽이면 알 수 없다는 사실로 라자드를 협박했다. 하지만 바론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라자드가 그런 협박이 통할 인물이 아니고 그에게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것이다.

콱!

"악!"

라자드는 오른손으로 바론의 머리를 붙잡고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바론의 머리에서 힘줄이 튀어나오며 뇌를 비집는듯한 고통이 다가왔고 바론은 거대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론의 기억이 라자드의 머릿속으로 들어왔고 라자드는 조용히 그의 기억을 되새겼다.

라자드가 활용한 방법은 힘을 사용하여 뇌의 기억세포를 억지로 활성화시켜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그 방법을 통해서 기억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당한 상대의 정신은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기억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라자드는 이 방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고 바론의 정신이 무너져도 상관없기 때문에 라자드는 바론의 뇌 속에 있는 기억을 까뒤집으며 스캔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바론이 게거품을 물고 몸을 바들바들 떨며 흰자위를 보였지만 라자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군. 지하에 숨어있었나."

바론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보고가 어딨는지 확인한 라자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바론을 내팽개쳤다. 이미 정신이 망가진 바론은 그대로 쓰러져서 거품을 물며 몸을 움찔거리는 것밖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네놈에게도 흥미가 떨어졌으니 알아서 해라."

라자드가 연기로 묶고 있던 레인을 벽에 내던졌고 레인은 그대로 벽에 박혔다. 이어서 라자드는 바로 보고가 있는 지하를 향해 바닥을 부수며 내려갔다. 라자드가 사라지고 벽에 박혀있던 레인은 힘겹게 벽에서 내려오며 쓰러져 있는 바론에게 기어서 다가갔다.

"황제...폐하."

"으...어..."

바론 황제는 정신이 무너져서 아우 말도 하지 못했고 그런 바론의 모습에 레인은 두 눈 줄기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죄송합니다...제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레인은 눈물을 흘리며 바론 황제에게 용서과 사죄를 구했다. 아무리 썩은 왕이라고 해도 그는 자신이 모시고 충성을 맹세한 왕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레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최소한...마지막의 여정만큼은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레인은 바론 황제를 일으킨 후에 어깨를 빌려주고 함께 개인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레인은 개인실의 창가 쪽으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자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화려했던 건물과 활발하게 움직이던 국민들은 사라지고 눈앞에는 그저 광활한 공터와 거대한 구멍밖에 보이지 않았다.

레인은 그 광경을 보고 신성제국이 오늘부로 멸망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절망감과 무력감을 만끽하면서 바론 황제와 함께 창틀 위로 발을 올렸고 이내 앞으로 몸을 날렸다. 바론 황제와 레인은 그대로 왕성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개인실에서 몸을 날렸고 바닥에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낙하 충격은 그 둘을 그대로 분쇄시키면서 의식 또한 그와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신성제국의 황제와 제국 최강의 초인이였던 레인은 라자드라는 존재를 만나 허무하게 세상을 뜨게 되었다.

콰드득! 우드득!

견고하게 잠겨있던 철문과 마법진이 말 그대로 강력한 힘에 의해서 우그러지면서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열린 문을 통해서 라자드는 안으로 들어와서 주위를 둘러봤다.

"쓸데없는 것이 많군."

라자드는 바론의 기억 속에 있던 보고에 도착할 수 있었고 보고 안에 있는 수많은 보물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각종 보물들도 라자드에게 있어서는 쓸데없는 것에 불과했다. 라자드가 현재 필요한 것은 그저 하나의 양피지였고 바론의 기억에 의하면 그 양피지는 조그마한 자물쇠가 걸려있는 상자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론이 그 상자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쓰레기 더미에서 쉽게 찾을 방법이...딱 떠오르지 않는군. 맘 같아서는 모두 없애버리고 싶지만 그러다가 양피지가 휩쓸릴 수도 있으니...응?"

적절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라자드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검은 연기 중 일부가 조그마한 빛을 뿜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빛을 본 라자드는 검은 연기 속에 손을 집어넣었고 이내 연기 속에 두었던 양피지를 꺼냈다.

"빛이?"

양피지는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양피지는 마치 심장이 두근대는 것처럼 조그마한 진동을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이런 빛은 처음이군. 설마...서로 공명하는 것인가?"

라자드는 양피지가 갑자기 변화한 이유가 그것밖에 없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추론을 증명하기 위해서 라자드는 양피지를 잡고 보고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보고의 내부는 지금까지 신성제국의 깊은 역사와 썩은 국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거대한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양피지에 변화가 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라자드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두근!

"여긴가?"

양피지의 진동이 빨라진 것을 느낀 라자드는 방향을 잡고 나아갔고 이내 양피지는 엄청난 빠른 주기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라자드는 바론 황제의 기억 속에 있던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찾았군."

라자드는 상자를 손으로 들고 가볍게 자물쇠를 해제한 후에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찢어진 양피지가 들어있었고 그 양피지 또한 똑같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라자드는 찢어진 양피지를 들어 원래 갖고 있던 양피지와 붙였고 놀랍게도 그 양피지는 원래 붙어있던 것처럼 하나의 객체로 변했다. 라자드는 완전한 고유의 양피지로 변한 것을 보며 감회와 함께 수많은 감정이 올라왔다. 라자드도 이때만큼은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그럼..."

라자드는 양피지에 적힌 고대어를 보기 시작했고 아키드의 기억에 의거하여 해석해나갔다.

"첫 번째 조건. 대륙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1/3 이상을 제거해야 한다. 이건 원래 있던 내용이였고 두 번째 조건...양의 기운과 음의 기운을 가진 자가 접촉해야 한다. 양의 기운?"

양피지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이 세계에는 양의 기운을 가진 자와 음의 기운을 가진 자가 존재하고 그들 중에서 제일 강력한 기운을 가진 자들은 거대한 운명을 뒤틀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런 두 가지의 상반된 기운 때문에 고민한 트레비아가 무슨 행동과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간략하게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이는 세 번째 조건의 마법진을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이어서 마법진에 대한 내용은...있군."

신을 제거하고 새로운 신을 만드는 마법진은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라자드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복잡하고 처음 보는 마법진이였다. 몇 개월, 몇 년,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라자드는 절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수명 또한 인간을 벗어났기에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두 가지군. 제일 강력한 음의 기운을 가지는 것과 양의 기운을 가진 자가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는 것. 후자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전자는...마왕의 인자겠지."

제일 강력한 음의 기운. 그것은 누가 봐도 마왕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마왕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마왕. 마몬의 인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마몬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 우선 해야 할 것은 마몬의 흔적을 찾는 것인가."

마몬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자드는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시간은 그의 편이였고 이제야 목표로 향하는 길이 시야에 모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때보다 만족한 얼굴을 지으며 보고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라자드에 의해서 황제와 함께 레인이 사망했고 수많은 성기사와 성직자들이 죽었다. 흑마법사들은 신성제국의 병사들과 남은 전력과 전투하여 겨우겨우 승리하여 왕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왕성이 점령당하고 황제가 죽으면서 신성제국은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몰락하게 된다. 지금까지 신성제국이 보여준 행적 때문에 주위 왕국들도 몰락하는 신성제국을 그저 바라만 보게 되었고 흑마법사들 또한 전과 다르게 완전히 학대받지는 않게 된다. 또한 흑마법사들이 전 대륙으로 뻗어나가 각 왕국에 정착하면서 흑마법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해간다.

그렇게 라자드에 의해서 역사는 커다랗게 변했고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마몬의 인자를 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렇게 약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라자드는 마몬의 인자를 갖고 있는 존재를 찾게 된다. 망각의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오빌리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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