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마지막 전투(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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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22)
...!!!
데스나이트 킹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앞으로 돌진했다. 그 뒤를 데스나이트들이 따랐고 그것을 본 테오도르는 이를 악물며 얘기했다.
"성직자들은 내게 맞혀 기도해라! 세인트 레인을 시전하겠다!"
테오도르의 말에 성직자들은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각오한 표정을 지으며 성서를 펼쳐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성직자들의 몸에서 하얀 빛이 흘러나와 테오도르에게 모이면서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
테오도르는 성직자들이 나누어준 힘으로 인해 충만해지는 기운을 느끼며 주문을 외웠다. 그 와중에도 데스나이트들은 점점 가까이 왔지만 테오도르는 조바심내지 않고 마법을 완성시켰다.
"세인트 레인!"
세인트 레인은 백마법 중 고위 마법으로 '천벌'의 상위 단계의 마법이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테오도르는 강력한 탈력감을 느꼈고 성직자들은 마나 고갈로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검은 하늘에 하얀 마법진이 수십 개가 생기고 어둠 속을 밝히는 빛과 같이 주변을 밝혔다.
"오오..."
"신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빛에 병사들은 희망을 가지며 사기가 올랐고 수십 개의 마법진에서 일제히 성속성 광선이 떨어졌다. 수십 개의 천벌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장관이였다. 세인트 레인이라는 말에 알맞게 수십 개의 광선은 눈앞을 새하얗게 멀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빛을 뿜어내었고 그대로 데스나이트들을 덮쳤다.
...!!!
데스나이트들은 누가 들어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비명을 질렀고 몸이 마치 산성에 닿는 것처럼 연기가 나며 불타올랐다. 테오도르는 좀 전까지 자신의 동료였던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뜯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그렇다고 그가 멈출 일은 없었다.
그리고 데스나이트들은 이내 몸이 붕괴되면서 사라지기 직전까지 다다랐고 테오도르는 속으로 기도하며 그들이 성불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라자드가 아니였다.
"나를 잊고 있다니 나도 우습게 보였나 보군."
라자드가 오른손을 들었다. 라자드 또한 세인트 레인의 범위 안에 있어서 성속성 광선을 맞고 있었다. 하지만 라자드가 든 오른손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마기는 성속성 광선을 단번에 밀어내고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마기는 검은 하늘에 흡수되었고 그와 동시에 변화가 일어났다.
우르르릉...
마치 낙뢰를 머금은 먹구름처럼 거대한 소리와 함께 구름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구름은 액체가 출렁거리는 것처럼 꿀렁되었고 이내 검은 낙뢰를 내리쳤다.
번쩍! 콰르릉!!
검은 낙뢰가 떨어지면서 번쩍였고 병사들은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검은 낙뢰는 정확히 하늘에 있는 생긴 햐안 마법진에 떨어졌다.
"아니?!"
검은 낙뢰에 맞은 마법진은 산산이 깨지며 부서졌고 마법진에서 분출되고 있던 성속성 광선 또한 사라졌다. 이어서 먹구름이 또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테오도르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불안한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콰르르릉!!
먹구름에서 수많은 낙뢰가 떨어졌다. 수많은 낙뢰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소리는 귀를 막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굉음이었다. 그리고 검은 낙뢰는 정확히 마법진들을 향해 떨어졌고 수십 개의 마법진을 단번에 파괴시켰다. 그와 동시에 당연스럽게도 데스나이트들을 압박하던 광선 또한 단번에 사라지면서 데스나이트를 없애버리는 것에 실패했다.
"조금만 더 인 것을!"
테오도르의 말대로 데스나이트들은 겨우겨우 본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약화된 상태였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때 라자드는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네놈들에게 나의 힘을 빌려주겠다. 빌려준 만큼 결과로 내게 보여줘라."
라자드의 손에서 하늘을 향해 쏜 것과 똑같은 마기가 데스나이트들을 감쌌다. 마기는 마치 회오리처럼 데스나이트의 주변을 휘몰아쳤고 마기가 데스나이트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라졌던 몸이 다시 재구성되고 부들부들 떨면서 언제 죽을지 모를 것 같은 데스나이트들이 다시 음산한 눈빛을 빛내며 일어섰다.
그들은 세인트 레인에 당하기 전보다 더 강한 위압감와 마기를 뿜어내었고 넘쳐흐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일제히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막,막아라! 절대 뚫려서는 안 된다!"
테오도르는 마나 고갈로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의식을 붙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테오도르의 외침에 병사들과 성직자들은 무기를 들고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공격했다.
파파파팍!
성기운이 담긴 화살과 성직자들의 백마법에 데스나이트들은 고통스러워했지만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성벽까지 말을 이끌고 다가갔다. 그리고 성벽의 성문에 도착하는 순간 제일 앞에 있던 데스나이트 킹이 검은 연기로 된 거대한 쌍검을 들어 성문을 향해 휘둘렀다.
쾅!!
거대한 쌍검이 성문에 부딪히는 순간 성벽이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흔들림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과 성직자들은 몸을 가누기 위해서 노력했고 테오도르는 성문으로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
"...하하. 하하핫!"
성문은 놀랍게도 그 거대한 흔들림이 일어났는데 멀쩡했다. 성문의 입구에는 거대한 방어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그 마법진은 거대한 두 개의 쌍검을 막아주고 있었다. 또한 다른 데스나이트들도 성문에 다가와 검과 무기들을 휘둘렀지만 방어 마법진은 자기 일을 하면서 성문에 흠집 하나 주지 않고 있었다.
"왜 이 하이델이 철옹성이라 불리는 줄 아느냐?! 제국 건국 이래로 단 한번도 뚫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데스나이트일지라도 이 하이델을 뚫을 수는 없다!"
테오도르는 데스나이트들이 계속 성문을 두드리지만 멀쩡한 성문을 보고 자신감에 차올랐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그의 의지를 충만하게 해주기도 전에 굉음이 들렸다.
콰르르릉!! 꽝!
"으아아악!!"
"떨,떨어진다!"
한순간 세상이 번쩍이고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흔들림이 일어나 성벽 위에서 수많은 이들이 떨어졌다. 테오도르도 가까스로 자세를 잡았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성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마법진이?!"
"한 번으로는 부족한 모양이군."
데스나이트의 수많은 공격에도 멀쩡했던 방어 마법진이 위태위태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또 굉음과 함께 세상이 번쩍였다.
콰르르릉!! 꽝!
하늘에서 생긴 검은 낙뢰가 정확히 성문을 향해 떨어졌고 검은 낙뢰는 마법진을 강타했다. 낙뢰를 맞은 마법진은 안 그래도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던 것에 금이 가며 언제 부서질지 모를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테오도르는 그 광경에 라자드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 행동을 취하려고 했지만 라자드의 행동에는 딜레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데스 홀."
라자드의 손에서 조그마한 검은 구가 날아갔다. 검은 구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성문을 향해 날아갔고 그 검은 구가 움직이는 것을 모든 이들이 그저 바라만보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구가 성문에 부딪히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콰콰콰콰!!
주먹만 했던 검은 구는 성문에 부딪히는 순간 반경 5미터에 달하는 블랙홀로 변했다. 그리고 그 블랙홀은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였다. 반경 5미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분쇄하며 먼지로 만들었고 그것은 성문과 마법진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구는 반경 5미터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고 나서야 사라졌고 성문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물론 위태했던 마법진이 사라진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성,성문이..."
구멍이 뚫린 성문을 통해 데스나이트 킹과 데스나이트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명령대로 눈앞에 있는 생명체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크륵..."
"아악! 내,내 팔이!!"
데스나이트들이 들어오자 마치 파도 앞의 모래처럼 병사들이 순식간에 썰리며 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성제국은 오랜 평화로 인해 썩을 대로 썩어빠졌고 그 결과 병사들도 전성기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데스나이트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 나가는 것밖에 병사들이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중 용감한 일부는 데스나이트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일반 병사의 검이 데스나이트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일부 검에 성속성이 담긴 것도 있었지만 데스나이트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잘려나가 결국 데스나이트의 먹잇감이 되었다.
"안 돼...신성제국의 철옹성이...뚫린다."
테오도르는 파도같이 밀려나는 병사들을 보며 절망했다. 병사들은 이미 투지를 잃고 도망치는 것에 급급했고 그나마 성직자들이 백마법으로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신이시여...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옵니까..."
"신에게 우리들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테오도르는 어느새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온 라자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장난감? 그게...대체 무슨 소리지?"
"네가 말하는 신이 트레비아를 지칭하는 것이라면..아니, 신은 한 명밖에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그는 그저 우리들의 운명을 가볍게 비틀어낸다. 그리고 그 운명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꿈틀대는 것을 그는 웃음을 지으며 지켜보지."
"...헛소리. 우리의 신을 모욕하지 마라!"
"헛소리? 신의 장난으로 모든 게 뒤틀린 내게 헛소리라고?"
라자드가 테오도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손으로 테오도르의 얼굴을 잡아서 위로 치켜들었다. 테오도르는 그런 라자드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지만 라자드의 몸은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이거 놔라!"
"과연 그럼 네놈이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를 그렇게 믿는다면 신에게 기도해서 이 운명에서 벗어나도록 해봐라."
라자드의 손에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 마기는 테오도르의 얼굴을 시작으로 온몸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테오도르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거대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온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면서 뼈와 가죽만이 남았고 저항하던 움직임 또한 멈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약해졌다. 테오도르는 남아있는 모든 신성력을 사용했지만 바다와 연못의 차이보다 더한 스펙의 차이로 인해 그대로 무력하게 마기에 먹혀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아있는 가죽조차 연기로 변하면서 테오도르는 뼈만이 남게 되었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불쌍한 놈. 신의 겉모습에 속아서 평생 살아간 네놈도 불쌍한 존재로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지금부터 네게 신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
라자드는 바닥에 떨어진 테오도르의 얼굴 해골을 손으로 붙잡고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해골을 시작으로 밑으로 퍼져나갔고 테오도르의 뼈들이 다시 골격을 맞추었다.
그렇게 뼈가 자리를 잡자 그 위에 로브가 생겼고 해골의 텅 빈 눈 속에 빨간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해골의 입에서 숨결이 불어나왔고 숨결은 마치 겨울의 입김처럼 하얗게 한기가 서려 있었다.
"다시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 너는 이제부터 리치들을 이끌 존재, 리치 킹이 되었다."
테오도르의 뼈로 이루어진 리치 킹은 라자드의 말에 기뻐하는 듯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었다.
"다시 태어나기 전에 너를 따르던 성직자들이 저기에 있다. 그들을 데려와라. 죽이든지 사로잡든지 상관없다. 그들을 너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주겠다."
리치 킹은 라자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데스나이트들을 막고 있는 성직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생전에 자신의 부하였지만 마치 그 사실을 잊은 것처럼 리치 킹은 성직자들을 봐주는 것이 없었다. 리치 킹은 압도적인 마법으로 성직자들을 처리해 나갔고 성직자들은 자신의 백마법으로 저항했지만 리치 킹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리치 킹이 성직자들의 진영을 무너트리자 데스나이트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꺄아아악!!"
"살려줘!"
수많은 비명.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소리. 뼈가 갈리고 살이 찢어지는 파육음. 그런 지옥 같은 광경 속에서 라자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그래! 이 광경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광경! 내게 저항해라. 그리고 유린당해라! 그것이야말로 내가 존재하는 의미! 아직 멀었다. 더 많은 비명과 더 많은 고통에 찬 목소리를 들려줘라. 그리고 너희들도 라티나와 루시폰의 고통을 겪고 깨달아라.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추악한 존재를! 푸하하핫!"
라자드의 웃음소리가 신성제국의 최대 철옹성, 하이델에서 울려 퍼졌다. 그렇게 라자드는 하이델을 파괴시키고 죽거나 살아남은 성직자들도 모두 리치로 만든 후에 발걸음을 이동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신성제국의 심장에 해당하는 수도. 왕성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저벅. 저벅.
레인은 빠른 발걸음으로 거침없이 걸어갔고 그가 목표로 하는 곳은 바로 황제가 있는 왕성의 개인실이였다. 왕성에는 다양한 이들이 살며 일을 하고 있었고 당연히 그가 걸어가는 것을 본 인물들도 있었다.
그들은 걸어가는 레인을 보고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하나같이 모두 인사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레인의 모습이 평소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무뚝뚝해 보여도 실상은 침착하고 착한 것이 레인의 평소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를 걸면 베일 것처럼 날이 서 있었고 그에게서 나오는 위압감이 얘기를 거는 것은커녕 주변에도 다가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레인이 걸어가는 경로 상에 존재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레인은 이내 황제가 있는 개인실 앞에 도착하였고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얘기했다.
"황제폐하를 알현하겠다."
"지,지금은 폐하께서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
"지금 당장!"
레인의 눈빛이 불타오르면서 초인의 위압감이 경비병을 압박했다. 경비병은 그런 위압감을 버틸 수 없었고 결국 레인의 말대로 문을 열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레인은 열린 문을 통해 황제의 개인실로 들어가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수많은 미인들에 둘러싸여서 술을 마시며 환락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레인이 들어왔지만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여성들과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황제폐하."
"응? 레인 아닌가?"
바론 황제는 레인의 말에 누워있는 상태 그대로 그를 향해 시선만 돌렸다.
"난 분명히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거늘."
"죄송합니다. 너무 긴급한 일이여서 용서해주십쇼."
"흐음...알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네니까 불의를 용서해주도록 하지. 그래서 긴급한 일이 무엇이지?"
"저를 제외한 4대 창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뭐라고?"
항상 여유롭고 모든 것을 우습게 여기며 내려보던 바론의 표정이 레인의 말에 깨져버렸다.
"지금 뭐라고 했나?"
"메르, 브리트, 테오도르 모두 적과의 전투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적은 제국의 도시들을 하나씩 파괴하면서 이곳 왕성을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3명이 모두 죽었다고?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서?"
"그렇습니다."
"이런 쓸모 없는 것들!"
바론 황제는 옆에 있던 술병을 손으로 밀쳤고 그로 인해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면서 내용물을 뿜어내었다.
"내게 치욕을 주다니! 신성제국의 4대 창인 녀석들이 적에게 오히려 당한다고? 그런 것들을 4대 창이라고 명하다니 내 인생의 최대 실수로군!"
"....."
"처음부터 늙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일을 터트리다니. 쓰레기 같은 것들!"
"...그만해 주십쇼."
"뭐?"
바론 황제는 레인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황제폐하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쓰레기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부디 말을 가려서 해주시고 죽은 고인들을 모욕하지 말아 주십쇼."
레인의 말에 바론 황제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하지만 레인은 고개를 수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어서 황제의 표정 변화를 볼 수 없었고 이내 황제는 레인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군. 내가 조금 흥분했나 보네. 고인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 다가오는 외도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쇼. 수도에서 저와 성기사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외도를 제거하고 처리하겠습니다."
"알겠네. 자네만 믿도록 하지."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레인은 그 말을 끝으로 개인실에서 나갔고 레인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론 황제는 술잔을 있는 힘껏 벽에 던졌다.
쨍그랑!
"꺄아아악!"
"감히 나를 우롱해?! 나의 장기말 주제에?!"
바론 황제는 분노를 표출하며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박살내거나 던지기 시작했다. 황제의 옆에 있던 여성들도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황제에게서 멀어졌다. 한동안 물건들을 파괴하고 나서야 황제는 가쁜 숨을 들이키며 던지는 것을 멈추었다.
"특별하게 대해주니까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게 의견을 제시하고 명령하다니! 네놈도 이번 일이 끝나면 모가지를 쳐서 버려주겠다!"
황제는 이번 일이 끝나면 레인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는 여전히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썩은 신성제국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위기감을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고 오로지 레인만이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라자드가 왕성에 도착하는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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