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51화 (350/360)

30장 마지막 전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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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21)

신성제국의 왕성 훈련장. 거대한 훈련장에서 웃통을 벗고 땀을 흘리며 수없이 검을 휘두르는 인물이 있었다. 날렵해 보이는 몸에 적절한 근육이 달라붙어 있었고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청년이였다.

"후...후..."

그 청년의 이름은 레인. 신성제국 최강의 무력을 가지고 있고 초인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인물이였다. 그 혼자만으로 다른 3명의 4대 창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힘은 남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재능만 높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인물이 아니였다.

"후...후..."

얼마나 휘둘렀는지 그의 몸에서 떨어진 땀으로 바닥이 철퍽철퍽 소리가 날 정도였고 그의 몸에서 나온 열기가 아지랑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장에 와서 검을 휘두르는 것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후욱! 후욱!"

평소와 다르게 그가 휘두르는 검에 감정이 실려 있었다. 뭔가 초조한 것처럼 검을 빠르게 휘둘렀고 뭔가에 불안한 것처럼 검의 끝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미세한 변화를 레인 자신도 느낀 것일까? 그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휘두르던 검을 멈추었다.

"...뭐지?"

레인은 자신의 검이 흔들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음에 조그마한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일렁이고 정신은 집중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잡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현상을 처음 겪는 레인은 그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이것이...불안감이라는 건가?"

불안감.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소한 감정. 하지만 생소한 감정인데도 불구하고 레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왜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고 자신의 훈련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마음의 일렁임을 없애기 위해서 레인은 검을 내려놓고 앉아서 명상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명상을 취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를 찾아온 인물이 한 명이 있었다.

"레인님!"

레인을 찾아온 인물은 가벼운 복장을 입고 있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남성의 목소리에서 긴급함을 느낀 것일까? 레인은 명상하던 눈을 뜨고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긴급 서신이 전달되었습니다!"

남성은 품속에서 끈으로 묶여있는 서신을 꺼내서 레인에게 건네주었다. 레인은 서신에 묶여있는 끈을 풀고 펼쳐 서신에 적혀있는 내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신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표정은 놀라움과 심각함으로 변해갔고 모든 내용을 읽었을 때 레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바로 브리트와 테오도르님을 불러주세요. 긴급상황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남성은 레인의 말에 모습을 감추었고 레인은 내려놓은 검과 옷을 다시 입으며 그 둘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듣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혼잣말로 얘기했다.

"내가 느끼는 불안감의 정체는...이것 때문인 건가?"

바론 황제가 직접 하사한 갑옷을 입은 레인은 명상 자세를 취하고 둘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레인을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들어오십쇼."

레인의 대답에 문을 열고 브리트와 테오도르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레인은 여전히 재미없는 방에서 살고 있구만."

"그 점에 관해서는 나도 찬성하는 바이네."

레인의 방에는 정말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딱히 가지고 싶은 것들이 없어서."

"아니네. 이것도 또한 자네의 개성일 뿐이지. 신경 쓸 것 없다."

"나도 동의하네. 레인군의 검소함은 누구나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네."

"칭찬 고맙습니다."

레인은 둘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브리트는 한번 헛기침을 한 후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크흠. 이쯤에서 자네가 나와 영감을 부른 이유를 들을 수 있겠나?"

"이 야밤에 우리 둘을 모두 불렀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겠지. 내 말이 맞는가?"

"예. 테오도르님의 말씀하신 대로 생각보다 더 심각한 일입니다."

"설마...메르가 실패했나?"

"그보다 더 심각합니다."

레인의 말에 브리트와 테오도로의 얼굴에 심각함이 서렸다. 레인이 지금까지 심각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메르가 실패했다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은 매우 큰 일이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대체...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우선 메르님이 사망했습니다."

"사망?!"

"사망했다고?!"

"예. 그것도 메르님뿐만 아니라 고문기술자 모두 죽었습니다."

"메르가 우리 중 제일 약하다고 하더라도 쉽게 죽을 인물은 아니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고문기술자 모두가 죽었다고?!"

"..그게 사실인가?"

"예. 문제는 메르님과 고문기술자 모두 한 인물에 죽었다는 겁니다."

"한 인물에게?!"

"그럴 수가...레인군. 자네라면 가능한가?"

테오도르의 질문에 레인은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상처 없이는 힘들 것 같지만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레인의 대답에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안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레인의 대답은 끝난 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 인물은 상처 하나 없이 그들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단 3번으로."

"단 3번?!"

"그것도 상처 없이 죽였다고? 하..."

"예. 또한 그 인물은 흑마법사로 보이고 그를 뒤따라 수천 명의 흑마법사들이 도시를 파괴하며 뒤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

"신이시여..."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반사적으로 신을 찾았다. 레인의 말대로라면 신성제국 역사상 최고의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위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한 둘은 입을 닫았고 레인은 그런 침묵 속에서 둘에게 얘기했다.

"그래서 두 분에게 한 가지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부탁?"

"어떤 것인가?"

"제국의 철옹성인 하이델에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그 인물의 진격을 막아주십쇼."

"영감과 내가 말인가?"

"예. 병사들을 얼마만큼 데리고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가고 싶어도 왕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4대 창인 두 분이 병사들과 함께 제국 최고의 철옹성에서 방어를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델에서 방어라..."

"영감과 함께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겠군."

"내 발목이나 잡지 않도록 하게나."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서로를 향해 한마디씩 했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든든하게 느끼고 있었다. 서로를 충분히 아는 사이만큼 서로의 장단점을 알고 있었고 서로의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급하게 얘기했지만..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자네는 왕성을 잘 지키게나."

"혹시나 우리가 실패한다면 자네밖에 남은 희망이 없으니까."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 마십쇼."

브리트의 말에 레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브리트는 레인이 미소를 짓기 위해서 최선으로 노력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레인을 향해 브리트는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얘기했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네가 이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 또, 걱정하지 말라고. 제국에 존재하는 병사들의 상당수를 데리고 갈 테니까."

"브리트의 말이 맞네. 내 젊었던 시적에는 이런 위기를 수도 없이 겪었지. 그러니 이번 것도 잘 헤쳐나갈게 분명하니 걱정하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그럼...잘 갔다 오십쇼."

레인의 인사에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 둘이 나가도 레인의 마음은 안정되지 않았고 그 불안감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레인은 그 날을 기점으로 브리트와 테오도르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 살아있는 상태로.

라자드는 왕성으로 가는 길에 존재하는 도시를 모두 파괴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도 가는 경로 상에 있는 하나의 도시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라자드는 그 도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기대해봐도 되는 건가?"

시야에 모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길고 거대한 성벽. 높이 또한 수십 미터는 될듯이 하늘로 향해 솟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성벽 위에는 끝없이 나열되어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무기와 갑옷 모두 착용한 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병사들 중에서는 딱 봐도 정예로 보이는 병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리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군. 그렇다면 과연 신성제국의 정예는 얼마나 강한지 느껴볼까."

라자드는 평소와 다름없는 발걸음으로 성벽을 향해 나아갔고 그것을 성벽 위에서 본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그가 레인이 말했던 그 인물인지 의심이 들었다.

"정말 저 인물이 맞는 건가?"

"인상착의와 생김새를 통해서는 맞는 것 같네. 하지만...그렇게 위험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구만."

"영감도 그렇게 생각해?"

실제로 지금 라자드의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똑같이 생각했다. 혹시나 다른 인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브리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신경질을 냈다.

"아악! 머리 쓰는 것은 질색이라고! 직접 확인하면 되겠지! 궁수! 화살 장전!"

브리트의 말에 성벽 위에 있는 수많은 궁수들이 화살을 시위에 걸고 라자드를 향해 조준했다.

"성기운을 부여한다!"

그와 동시에 궁수들이 시위에 건 화살에 하얀빛이 감싸였고 그것을 본 브리트는 소리를 질렀다.

"전 궁수! 발사!"

명령에 맞혀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고 하얀 빛에 감싸인 수천 개의 화살이 라자드를 향해 집중되었다.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그 화살 비 속에서 라자드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간단한 일처럼 지나갔다.

부웅!

"뭐,뭐야?!"

"화살이?"

라자드는 그저 오른손으로 한번 옆으로 휘저었다. 그러자 마치 태풍이 분 것처럼 수천 개의 화살이 일제히 한쪽으로 치우치며 날아갔고 라자드의 몸에는 단 한 개의 화살도 도달하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전 궁수! 다시 발사!"

브리트도 어안이 벙벙했지만 제정신을 차리고 궁수들에게 재발사를 명했다. 궁수들도 그 명령에 다시 화살을 쐈고 화살은 라자드를 향해 날아갔다.

"...귀찮게 하는군."

라자드는 다시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 이번에는 왼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라자드의 왼손에서 검은 화염이 생겼고 라자드는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화염을 날렸다. 검은 화염은 화살들을 녹이는데 그치지 않고 그대로 성벽 위로 날아갔다.

화아아악!

"....."

"무,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검은 화염은 그대로 성벽으로 날아와 경로 상에 있는 성벽을 녹이고 병사들도 함께 불태웠다. 하지만 검은 화염에 휩싸인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아니, 비명을 지를 채도 없이 재로 변해 사라졌다. 성벽조차 단번에 녹이는 화염에 인간이 버틸 리가 없었다.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그 광경을 옆에서 본 병사들은 현실 감각이 사라졌다. 반경 약 10미터의 공간이 마치 사라진 것과 같이 느껴졌다. 그 광경을 본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그제야 저 인물이 레인이 말한 인물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감. 내 중장갑병들을 데리고 갈 테니 엄호 부탁할게."

"알겠네. 조심하게나."

"염려 말라고."

브리트는 성벽 위에서 내려와 자신의 애마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와 갑옷을 한번 정비한 다음에 자신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장갑병들을 바라보았다. 중장갑병들은 두터운 장갑을 가진 흰색의 중장갑에 거대한 방패를 착용하고 둔탁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중장갑병들도 모두 장갑을 입힌 거대한 말에 올라타고 있었고 그런 중장갑병이 500명에 달했다. 모두 브리트가 직접 키운 병사들로 브리트와 신성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적은 단 한 명이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지금까지 만난 어떤 적보다 강하고 우리가 모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을 수도 있는 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망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이유가 뭐지?"

""우리가 바로 신성제국의 방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신성제국의 방패. 제국을 지탱해주고 기둥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오늘도 우리는 이 역경을 넘어서고 한층 더 강하고 단단한 방패가 될 것이다!"

우아아아!

중장갑병들이 브리트의 말에 맞혀 함성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성문이 열렸다. 성문이 열리면서 브리트는 애마의 옆구리를 발로 찼고 그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다. 중장갑병들도 그 뒤를 따랐고 브리트와 500여 명의 중장갑병은 성문을 나가 라자드를 향해 돌진했다.

중장갑병의 돌진에 제국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사기가 높아졌고 라자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중장갑병을 보고 양손을 들었다.

"과연 얼마나 단단한지 볼까."

라자드의 양손에서 검은 마기가 생성되어 수십 개의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마기는 돌진해오는 중장갑병에게 날아갔고 중장갑병은 마기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봤는데도 스피드를 일절 줄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라자드는 조금 감탄을 자아내었는데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하얀빛이 내려왔다.

화아아악!!

하얀 성스러운 빛은 날아가던 마기를 덮쳤고 마기가 그 빛에 사라지지 않았지만 위력이 대폭 약화되었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화된 마기를 중장갑병은 방패를 들고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콰콰쾅!!

중장갑병의 방패는 마기를 막으면서 찌그러졌지만 몸에 피해를 주는 것을 차단해주었다. 라자드는 자신의 공격이 막힐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조금 놀라워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관찰해봤다.

"...그렇군. 성벽 위에 있는 성직자들의 짓인가?"

라자드의 말대로 성벽 위에서 테오도르와 성직자들은 성서를 펼치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장갑병들에게 신체강화 마법과 함께 성속성 방어 마법을 부여하면서 마기가 날아가는 타이밍에 맞게 성속성 파괴마법 '천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라자드가 날린 마기는 천벌에 의해 약화되었고 신체강화와 방어 마법에 의해서 마기를 충분히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기세를 잃지 않은 중장갑병은 그대로 라자드에게 돌격할 수 있었다.

"신성제국 알브란을 위하여!"

""위하여!!""

"그대로 밀어붙여라!"

브리트는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전마를 탄 중장갑병 500명의 돌격력에는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고기와 물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짓이겨질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 확신을 가진 가운데 브리트와 중장갑병 500여 명이 그대로 라자드에게 부딪쳤다.

콰콰콰쾅!!

"끄아아악!"

"히힝!!"

중장갑병들이 뭔가에 부딪히며 죽어 나갔다. 그들이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쌓인 돌진력에 낙마해서 죽고 목이 돌아가서 죽고 전마와 함께 으스러지며 죽어 나갔다. 브리트 또한 엄청난 충격에 낙마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가까스로 몸을 웅크려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그래도 뼈가 울리고 내장이 진탕하며 피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주위에서 수많은 비명과 함께 고기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브리트는 힘겹게 일어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대체 무슨?"

라자드는 자신을 검은 실드로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실드에 흠조차 생기지 않았고 그것을 본 브리트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 수 있었다.

"실드에...금조차 내지 못했다는 건가..."

자신과 중장갑병들이 진심 어린 돌진을 했는데도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 것에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브리트는 절망 속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애검 쌍도검을 양손으로 쥐었고 그와 동시에 아직 살아남은 중장갑병들이 브리트의 뒤에 몰려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신성제국의 방패! 포기란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브리트의 뒤에 선 중장갑병 중에서 멀쩡한 병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누구는 오른팔이 으스러져 있었고 누구는 발목이 뒤로 돌아가 있었다. 누구는 가슴 장갑이 움푹 파여 들어가 입가에서 피를 뿜어내고 누구는 눈이 터져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상에도 불구하고 중장갑병들은 투지를 뿜어내며 브리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약한 주제에 투지만큼은 높구나. 하지만 세상은 강한 자만이 진리다."

"그래. 강한 자가 진리지. 그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강한 힘만으로 모든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거든?"

브리트는 쌍도검을 들고 라자드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약한 자가 싸우는 방법을 보여주지!"

거대한 쌍도검에 성스러운 빛이 담겼고 그와 함께 중장갑병들도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 라자드의 등 뒤에서 검은 안개가 갑자기 튀어나와 중장갑병과 브리트를 감쌌다.

"뭐,뭐야? 이 안개는?!"

"몸,몸이?!"

안개는 실체를 가지고 마치 액체로 이루어진 것처럼 그들을 감쌌다. 그 안개에 둘러싸인 중장갑병들은 마비가 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고 안개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안개를 뚫고 라자드에게 달려든 단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브리트였다.

"받아라!"

브리트는 라자드의 등 뒤에서 나타나 두 개의 도검을 성스러운 빛과 함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쌍도검은 정확히 목을 향해 나아갔고 브리트는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라자드에게 사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깡!!

"...할 말이 없군."

브리트의 쌍도검은 검의 형상을 가진 2개의 마기에 막혔다. 브리트는 그 마기를 자신이 베어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어서 검은 연기가 브리트까지 감싸면서 그의 모습은 연기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브리트!"

성벽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테오도르는 그를 서포트 하기 위해서 다시 성서를 펼쳤고 성직자들도 그에 맞혀 성서를 읊었다. 그러자 성직자들의 몸에서 나온 성스러운 기운이 테오도르에게 모였고 충만해진 기운을 사용해 테오도르는 다시 한번 천벌을 사용했다.

"천벌!"

라자드가 서 있는 상공에서 마법진이 생겼고 마법진은 수직으로 하얀빛을 내보냈다. 성기운으로 이루어진 광선이 라자드와 검은 연기를 향해 떨어졌고 성과 마의 기운이 부딪혔다. 하지만 테오도르의 기대와 다르게 검은 연기는 천벌에 의해 일절 밀려나지 않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천벌 앞에 어떻게 마의 기운이 멀쩡할 수 있는 거지?!"

"한 가지만 알고 있군. 마의 약점은 확실히 성의 기운이다. 하지만."

라자드의 몸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막대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마기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선을 밀어내었다. 그리고 그 마기는 광선을 밀어내는 동시에 마법진까지 스며들어가 침투하기 시작했다.

"성속성의 약점 또한 마의 기운이다."

라자드의 몸에서 나온 마기가 마법진을 촉매로 삼아서 하늘을 향해 뻗어갔다. 마기는 주변 하늘을 모두 검게 물들였고 마치 검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주위에 어둠을 가져왔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새벽처럼 태양을 가리고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나자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테오도르는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치며 신성력을 뿜어내며 주위를 밝혔다. 하지만 그때 테오도르도 절망케 하는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쿵. 쿵. 덜그럭. 덜그럭.

검은 연기 속에서 나오는 존재들이 있었다. 검은색의 갑옷을 온몸에 입고 말 또한 검은색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말은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말을 타고 있는 주인은 몸이 연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 존재가 무엇으로 불리는지 알고 있었다.

"데,데스나이트!"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며 책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가 갑자기 눈앞에서 나타났다. 그것도 데스나이트는 한 마리가 아니고 수백에 달했고 그들이 어떻게 여기서 나타난지 머리를 굴려도 답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설마...브리트와 병사들을...데스나이트로 변화시킨 것이냐?!"

테오도르의 말에 응답하듯이 데스나이트 중 거대한 몸짓을 가진 데스나이트가 앞으로 걸어왔다. 다른 데스나이트와 다르게 탁월한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 생전에 브리트라고 불렸고 지금은 데스나이트 킹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과연 옛 동료를 상대로도 제대로 성불시킬 수 있나 볼까?"

"이 자식!"

"너희들에게 첫 번째 임무를 주겠다. 눈앞에 있는 생명체를 모두 유린해라."

라자드의 명령을 들은 데스나이트 킹은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생전에 충성했던 신성제국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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