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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50화 (349/360)

30장 마지막 전투(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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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20)

신성제국의 변방 도시 중 하나인 마키아. 마키아는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경비를 서고 있는 경비병도, 도시의 순찰을 돌고 있는 성기사도, 마을에서 뛰놀고 있는 어린아이도 평화를 만끽하는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 평화가 끝날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하암~ 평화는 좋구나~"

"역시 경비병이 최고야. 신성제국을 건드릴 생각을 누구도 못하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돈도 받지. 이만큼 꿈의 직장도 없다니까?"

"그래서 내가 경비병이 되려고 얼마나 노력한 줄 알아?"

"하하하. 그래. 그 얘기만 벌써 62번째 듣고 있다."

신성제국의 경비병들은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그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꼬시고 여관으로 가고 있었는데...응?"

한 명의 경비병은 자신의 무용담을 펼치다가 우연히 옆을 쳐다보았고 어느새 한 명이 성벽 앞에 다가온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가온 인물을 향해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여행객을 대하는 것처럼 가볍게 상대했다.

"이봐.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는데 여기부터는 신성제국 땅이라고. 잘못 왔으면 다시 돌아가도록 해."

"아니. 제대로 찾아왔다."

"응? 우리 알브란에 일이 있는 거야?"

"그렇다."

"그럼 통행증은 가져왔겠지?"

"아니."

"...지금 장난하는 거냐?"

경비병은 인물의 대답에 표정을 찡그리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상대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똑같은 어투와 얼굴로 얘기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라. 어차피 도망친다고 해도 죽을 테지만."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어? 화살 맛을 한번 보고 싶냐?"

"정신병자는 우리 알브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뭐, 옷을 홀랑 까 벗고 엎드려서 빌면 열어줄지도?"

푸하하하핫!!

경비병들이 한꺼번에 비웃었고 그들의 웃음소리에 인물 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경비병들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경비병들의 눈앞에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뭐,뭣?!"

"여,여긴 성벽 위인데."

"날,날고 있어?"

"마법사다!"

경비병들은 그제야 상대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각종 무기를 들었지만 무기를 드는 순간 그들은 마치 얼음이 된 것처럼 멈췄다. 인물의 등 뒤에서 완전한 암흑이라고 볼 수 있는 검은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광경 앞에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따따따따딲!

검은 연기는 주변을 향해 끝없이 확장하였고 그로 인해 낮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밤처럼 어둠을 몰고 왔다. 그와 함께 인물에게서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 앞에 경비병들은 그저 이빨을 수없이 부딪치며 사시나무처럼 떠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부터 신성제국은 나의 행동 아래에서 멸망한다."

인물, 라자드는 양손을 들고 앞을 향했다. 그러자 라자드의 양손에 검은 연기가 모이기 시작했고 그 검은 연기는 마치 회오리처럼 주변에 있는 것을 모두 삼켰다. 성벽 위에 있는 경비병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회오리로 휩쓸려 들어갔고 건재하던 성벽도 회오리 앞에 무력하게 부서져 내렸다.

그렇게 라자드의 손에 만들어진 두 개의 검은 토네이도는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갔고 이내 반경 수십 미터 정도로 커졌을 때 라자드는 양손을 앞으로 밀어내었다.

콰콰콰콰!!

두 개의 검은 토네이도는 그대로 전방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휩쓸며 지나갔다. 사람, 건물, 흙더미, 바위 등 일직선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내었다. 검은 토네이도에 휩쓸린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즉사할 정도로 검은 토네이도가 지나간 것은 단 한순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한순간에 마키아는 커다란 터널처럼 도시의 중심을 지나가는 길이 생겨났다.

"뭐,뭐야?! 무,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엄마!! 으아아앙!!"

"재앙이야...재앙이 벌어졌어!"

"병사들은 뭐하는 거야?!"

"신이시여..제발."

마키아의 시민들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다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라자드는 그들의 반응을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만든 길을 통해 앞으로 걸어갔다.

"나머지는 맡기겠다."

""예. 맡겨만 주십쇼!""

라자드의 뒤에는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열을 맞혀서 서있었고 라자드의 말에 동시에 소리쳤다. 그리고 맡긴다는 라자드의 말을 듣고 흑마법사들은 각자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꺄아아악!!"

"살,살려줘!"

"으아아악!"

흑마법사들은 마키아에 남아있는 시민들과 병사들을 향해 마법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흑마법사는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기 시작했고 공포와 고통의 비명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흑마법사로 살면서 쌓인 감정과 응어리들이 터지면서 그것을 마법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피해자 입장이였지만 지금은 가해자로 자신을 괴롭히던 상대를 파괴하고 있었다.

"크하하하! 죽어, 죽어!!"

"너희들도 우리의 아픔을 느껴봐라!"

"고통 속에 울부짖어라!"

흑마법사들은 마키아에 남은 시민과 병사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변방의 도시 마키아는 수천 명의 흑마법사 앞에 무력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라자드는 흑마법사들이 마키아를 파괴하는 동안 곧장 신성제국의 왕성을 향해 전진하였다.

신성제국 알브란의 왕성. 왕성의 제일 꼭대기 층에는 황제가 있는 어전이 존재했다. 어전에는 수많은 성기사와 귀족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들을 거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이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마,마키아가 함,함락당했습니다."

"함락?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겠지? 레인 기사단장."

"아닙니다. 저도 제대로 똑같이 들었습니다."

빨간 머리에 청년의 남성은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그래..마키아가 함락당했다. 이 말이군. 그렇다면 적은 누구지?"

"그,그게...아,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마키아는 함락됐고 적은 누군지 모르겠다. 어디 소속인지, 숫자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마키아가 함락당한 사실만을 알 뿐이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가?"

"그,그렇습니다."

"지금 장난하나?!"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던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성기사들과 귀족들은 더욱 고개를 조아렸고 함락 소식을 말하던 남성은 벌벌 떨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이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소리친 청년이 바로 신성제국의 황제였기 때문이었다.

18살에 불과하지만 4명의 단장들을 자신의 밑으로 섭외하고 자신의 반대파를 모두 제거하여 절대권력을 발휘하는 황제. 역대 최악의 폭군이며 역대 최고의 권력을 가진 황제. 바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황제가 바로 그였다.

"도시 하나가 함락됐는데 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것도 우리 신성제국을 공격한 이단을?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군. 이봐. 저 녀석의 목을 쳐버려라."

"예!"

"살,살려주십쇼! 황제폐하!"

"시끄럽다. 빨리 데리고 나가라!"

"황제폐하!"

남성은 듣는 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절하게 외쳤지만 황제 바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병사가 남성을 끌고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커다란 비명이 들려왔고 귀족들과 성기사들은 그 비명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신성제국에 이빨을 들이댄 존재를 어떻게 해야 하지?"

""처단해야 합니다!""

바론의 질문에 어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합창했다.

"신의 인도자인 우리의 길을 막는 존재를 어떻게 해야 하지?"

""제거해야 합니다!""

"신을 적대하는 이단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신의 재판을 집행해야 합니다!""

"그래. 신의 인도자인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곧 신을 위협하는 것. 그들에게는 신의 재판을 집행해야 한다. 안 그런가?"

""맞습니다!""

"나 바론은 신성제국의 황제로서 알브란의 4대 창에게 명한다. 우리를 침범한 어리석은 적을 내 앞에 산 채로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바론의 말에 4명의 인물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복종했다. 그 4명은 알브란의 4대 창이라고 불리는 이들로 4대 단장의 자리에 앉아있고 바론의 오른손과 같은 존재들이다.

70대의 노인에 고위 성직자이며 수많은 성직자들을 이끄는 프리스트 단장 테오도르.

수많은 전문 고문 기술을 마스터하며 고문기술자로 이루어진 단을 이끄는 고문 단장 메르. 음침한 성격에 누구보다 비명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하며 그에게 고문이 걸린 자는 누구나 비밀을 내뱉는다고 한다.

신성제국에서 제일 단단한 집단이고 방패 역할을 하는 중장갑병 기사들을 이끄는 헤비아머 단장 브리트. 50대의 중년 남성으로 엄청난 덩치의 소유자이다.

누구보다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순수한 성기사들을 이끄는 팔라딘 단장 레인. 붉은 머리에 30대의 청년 남성으로 순수한 무력의 극을 찍은 초인이다.

이 4명의 존재야말로 신성제국에서 황제를 제외하고 제일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복창에 황제는 미소를 지었고 그들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산채로 적을 데리고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바론 황제는 알지 못했다. 그 적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 라자드라는 것을. 자신들이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황제의 명령을 받은 4대 창은 어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메르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3명에게 얘기했다.

"킥킥. 이번 임무는 내가 맡겠다. 모두 나서지 마라."

"그건 힘들 것 같네."

"테오도르님의 말이 맞다. 황제 폐하께서는 분명 산 채로 데려오라고 했다. 너한테 시키면 모두 죽어서 올 것이 뻔한데 네게 시킬 수는 없지."

"폐하는 분명 '산 채로'라고 했어. 그렇다면 어느 정도 망가트려서 데려오는 것은 상관없잖아? 죽이지만 않으면 되니까. 킥킥."

메르는 재밌는 사냥감을 보는 것처럼 혀로 입을 적시며 얘기했다.

"그리고 뚱뚱한 녀석과 허약한 녀석들이 빠르게 갈 수 있기나 하겠어?"

"내 중장갑병을 지금 뚱뚱한 녀석들이라고 한 건가?"

"그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겠군."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메르의 말에 살기와 함께 위압감을 메르에게 뿜어내었지만 메르 또한 4대 창 중 한 명으로 그들의 위협에 굴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메르는 그들의 위협에 투지와 특유의 어두컴컴한 살기를 뿜어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킥킥. 좋아. 둘 다 덤빌 거야? 난 아무나 좋으니까 덤비라고. 너희들도 언젠가는 꼭 고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나도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마음이 맞았군."

브리트는 거대한 두 개의 철검을 양손으로 들었고 테오도르는 성서를 펼치며 언제든지 성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주변의 땅을 흔들리게 할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었다. 그 충격의 중심에는 레인이 서있었고 검 끝이 땅에 파여 들어가 있었다.

"모두 거기까지 하시죠. 조금 흥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안하군. 나도 모르게 흥분한 것 같다."

"나도 나이에 맞지 않게 그런 것 같네."

레인의 말에 브리트와 테오도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레인은 메르를 향해 얘기했다.

"당신에게 이번 임무는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죽이지는 않길 바랍니다. 실수로라도 죽이게 된다면...제가 당신을 직접 죽여드리겠습니다."

브리트와 테오도르의 위협에도 꼼짝하지 않았던 메르가 레인의 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명심하지."

그 말과 함께 메르는 모습을 감추었고 레인은 바닥에 꽂은 검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메르님이 임무를 마치고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하는 생각이지만...그가 실패할 수도 있으니 준비는 해두시기 바랍니다."

"죽이는 것만 아니면 실패하지 않겠지. 모습은 그래 보여도 그 녀석의 무력은 꽤나 쓸만하니까."

"...저도 저만의 괜한 걱정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자네답지 않게 왜 그런가?"

누구보다 강하고 침착하며 항상 굳센 모습을 보여주는 레인이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브리트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신성제국은 어떤 때보다 굳건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 강정과 같은 상태입니다. 아주 조그마한 물결에도 무너져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위태한 상태죠."

"네 말은...이번 사건이 그 조그마한 물결이라는 거냐?"

"최근 신성제국은 십수 년간 이렇다 할 사건 하나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긴 평화는 내부를 좀먹게 하고 정신을 썩게 만듭니다. 거대해진 몸에 빈약한 하체를 가진 비이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이번 사건은 십수 년 동안의 평화를 깨는 물결. 그것도 도시 하나를 없애버릴 정도로 작은 물결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대비를 하자는 겁니다."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야. 테오도르 영감. 영감도 동의하지?"

"레인 군의 말이라면 들어야지."

그렇게 레인은 둘에게 경고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렇게 약했나?"

라자드는 불타오르는 도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렇게 약한 제국이였나? 수십 년의 준비가 쓸모없이 느껴지는군."

라자드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리는 신성제국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중심 도시로 가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까지 파괴된 도시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그저 라자드가 한번 힘을 쓰면 그것이 끝이였다.

"아니면...내가 너무 강해진 건가?"

루시폰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신성제국은 넘어야 할 하나의 거대한 벽이고 복수의 대상이며 라이벌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든지 파괴시키고 부숴버릴 수 있는 손 위의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해도 복수심이 사라지지는 않는군."

루시폰의 감정. 라티나를 죽이게 한 제국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어 지금도 신성제국을 순식간에 없애버리라고 계속 재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라자드는 일부러 느리게 나아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자. 파괴하는 것을 즐기고 싶었다. 신성제국이라는 재밌는 장난감을 빠르게 잃고 싶지 않았다.

"다른 재밌는 장난감이 또 생기지는 않는 이상은...말이지."

휘리리릭!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철사가 라자드를 휘감았고 라자드는 그저 가만히 지켜봤다. 그와 동시에 라자드를 둘러싸고 수많은 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중심 속에서 한 인물이 다가왔다.

"킥킥. 고문을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확인을 하도록 하지. 네가 저 도시를 불태웠나?"

라자드는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정상적인 눈빛을 가진 녀석이 없었고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닌 괴롭히는 것에 최적화된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계속 중얼거리면서 입에서 침을 흘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비이상적인 복장을 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통해 그들이 정신적으로 뭔가 뒤틀려있다는 것을 라자드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라자드는 오히려 그런 비정상적인 이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만?"

"설마 싶었는데 당첨이였군. 킥킥. 이봐. 왜 도시를 파괴시켰지?"

"그저 가는 길에 있었으니까."

"가는 길에 있었으니까? 이야~ 이거 완전 제정신이 아닌데? 우리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네 녀석은 그보다 더한걸? 키킥."

고문 기술자의 단장인 메르는 라자드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고 다른 기술자들도 같이 폭소했다.

"넌 나를 찾아온 건가?"

"그래. 네 녀석이 친절하게도 도시를 파괴했으니까 이 몸이 너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 친히 찾아온 거라고. 물론 그 전에 조금 즐겨야겠지만."

메르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누가 봐도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라자드는 그런 메르에게 얘기했다.

"나를 데려간다고? 어떻게?"

"물론 이대로 즐긴 다음에 말이야. 우선 철사로 조금 즐겨볼까?"

메르는 라자드를 휘감은 철사에 손을 얹고 그대로 휙 당겼다. 당기면서 라자드의 살이 뜯겨서 좋은 비명과 함께 피와 살점이 튀길 거라고 메르는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기대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철사를 당겨도 마치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있는 힘껏 당겨도 철사는 라자드와 한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그제야 메르는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네놈...몸에서 나오는 그 연기는 대체 뭐냐?"

라자드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그것뿐이 아니였다. 자세히 보니 라자드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철사도 희미한 연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게 끝이냐?"

"...뭐?"

"이게 끝이냐고 물었다."

라자드는 고개를 돌려 메르를 바라보았다.

흠칫!

메르와 라자드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메르의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정신적으로 뒤틀려있는 그도 직접적으로 절대적인 공포가 무엇인지 느낄 정도였다.

자신의 모든 신경이 여기서 도망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 녀석을 죽이라고 하고 있었다. 임무 따위는 엿먹이고 눈앞의 인물을 제거하라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메르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에 따랐다.

"죽여!!"

메르의 말에 고문 기술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무기를 라자드에게 투척했다. 살을 태우는 황산이 든 병, 신경독이 묻은 단검, 화염 마법이 인챈트 되어있는 화염병, 살을 깨끗하게 바를 수 있는 도 등 다양한 무기들이 라자드를 향해 날아갔다.

메르 또한 자신의 최고 무기인 와이번 실에 마나와 백마법을 부여하고 실을 휘둘렀다. 와이번의 수염으로 만든 실은 철도 가볍게 자를 정도로 경이로운 강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메르는 눈앞의 남성을 갈기갈기 찢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콰콰콰쾅!!

다양한 물품과 무기들이 합쳐져서 라자드를 중심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메르는 그 폭발을 보는 순간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바론 황제가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젠장. 죽어있지만 마라."

아무리 정신이 나간 메르도 신성제국의 황제 명령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머리가 급속도로 식는 것을 느끼며 눈앞의 남성이 죽지만 않았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그때 폭발이 생긴 연기 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가지 묻는 것을 깜빡했군."

'살아있다!'

메르는 목소리가 들린 것에 단순하게 기뻐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뭔가 위화감을 감지했지만 기쁜 나머지 그 위화감을 무시했다.

"뭐지?"

"너희들이 어떤 목적으로 나를 찾아온지 듣지 않았다."

"하핫? 그게 궁금했나? 우리는 신성제국의 4대 창 중 하나로 도시를 박살 낸 놈을 생포하기 위해서 왔지. 바로 네놈을 말이야. 캬칵!"

"4대 창? 설마 4대 창이란 것이 제일 강한 4명을 뜻하는 거냐?"

"킥킥. 잘 알고 있군."

"...심각하군."

"..뭐?"

"심각해. 아주 심각해.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 신성제국이란 벽은?"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그 순간 폭발로 인한 먼지와 연기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메르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연기가 사라지고 보이는 광경에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눈앞의 남성은 그 폭발에도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다. 또한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등 뒤에 거대한 어둠이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뭐,뭐야?!"

그 어둠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댔고 한순간 그 어둠이 오른쪽을 향해 움직였다.

"어,어?"

"이건?"

어둠이 라자드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의 일부를 감싸았고 그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 어둠은 그들에게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커억!"

"숨,숨이!"

"헉...헉..."

어둠에 둘러싸인 이들이 호흡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은 숨을 들이키기 위해 가파른 호흡을 했지만 마치 진공 상태인 것처럼 호흡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어서 한순간에 그들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갔고 미라처럼 바짝 말라졌다.

미라처럼 변한 그들은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렇게 단 한 번에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즉사했다.

"뽑은 생기를 돌려주도록 하지."

라자드의 오른손에 흡수한 생기가 모였고 그 생기가 검은 연기로 변하고 검은 연기는 수많은 칼날의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라자드는 그 칼날을 왼쪽에 있는 이들을 향해 날렸다.

서거걱!

수많은 칼날은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나머지 남아있는 절반의 인원을 수십 등분으로 잘라내었다. 그렇게 잘게 잘린 고기가 된 이들은 그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즉사하였고 그렇게 많았던 인원 중 서 있는 인물은 메르, 단 한 명이였다.

"...킥킥. 진짜냐?"

메르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고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그는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눈앞의 인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이길 수 없겠는걸."

과연 신성제국의 모든 병력을 쏟아내도 이 인물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신성제국의 최강의 인물인 레인조차 이만큼의 차이를 느끼지 않았다. 차이가 어느 정도로 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어서 라자드는 손을 메르를 향해 들었고 메르는 손을 내리며 얘기했다.

"고문하는 것은 좋아해도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니까...한 번에 끝내달라고."

펑!

라자드의 손에서 나온 화염이 메르의 얼굴을 터트렸고 그와 함께 메르의 시신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와 함께 침묵이 유지되었고 라자드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단 3번의 손짓으로 전멸시켰다. 그것도 신성제국에서 제일 강한 4개의 집단 중 하나인 집단을.

"...칫."

라자드는 혀를 찬 후에 죽은 시신을 두고 다시 왕성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음번에는 재밌는 상대를 만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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