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43화 (342/360)

30장 마지막 전투(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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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13)

날개를 뚫은 철봉이 바닥과 일체화되면서 키메라의 움직임이 고정되었다. 하지만 키메라는 한번 괴성을 지른 후에 힘으로 밀어붙였고 날개가 찢어지면서 억지로 움직이려고 했다. 그리고 한순간의 힘으로 날개를 찢으면서 자유가 된 키메라는 앞에 있는 로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드래곤의 가죽까지 찢어버리는 키메라의 발톱이 로그를 잘게 잘라서 고깃덩어리로 만들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키메라가 발톱으로 로그를 휘두르려고 하는 순간, 로그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크앙?]

키메라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로그의 모습에 당황했고 그 순간 살을 관통하는 소리가 들렸다.

퍼퍼퍼퍽!

[크아아아앙!!]

날개를 관통했던 것과 똑같은 철봉이 키메라의 몸통에 수십 개가 박혔다. 철봉은 어디선가 날아온 것도 아니고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키메라의 몸통과 일체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체화된 철봉은 몸통을 밀어내면서 피를 뿜어내게 하였다.

키메라는 극한의 고통에 다시 비명을 지르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십수 미터 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로그를 찾을 수 있었다. 키메라는 또다시 로그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로그는 모습을 감추었고 이어서 철봉이 몸통에 다시 박혔다.

"예상대로군요."

로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키메라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키메라의 스피드는 실제로 로그의 눈에도 정확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스피드가 얼마나 빠른지 숫자로 알고 있다면 미리 움직여서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로그는 키메라의 움직임을 관찰한 끝에 모든 경로와 행동 패턴을 수집하여 키메라의 행동을 모두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키메라가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키메라의 공격이 로그에게 닿기도 전에 로그의 모습이 사라져서 허공을 휘두르고 있었다.

더구나 로그가 현재 철봉으로 공격하는 방법은 바로 텔레포트 오브젝트였다. 텔레포트 오브젝트는 물건을 어떤 지점으로 강제로 텔레포트 시키는 마법이다. 하지만 그 좌표에 다른 존재가 있을 경우 물건과 그 존재가 일체화가 되면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마법사가 벽으로 텔레포트를 잘못해서 즉사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로그가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퍼퍼퍼퍽!!

[크아아아앙!!]

키메라가 로그가 있던 곳을 지나갔다. 그러면 로그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철봉을 텔레포트 시켰고 텔레포트 한 철봉은 키메라의 몸을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키메라의 살과 철봉이 일체화되면서 살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런 일이 몇 번 일어나자 키메라의 몸에는 마치 고슴도치를 연상하는 것처럼 수많은 철봉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철봉으로 인해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면서 키메라의 체력은 점점 깎여나갔고 이제는 움직임이 많이 느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키메라는 이미 많이 지쳤다! 일제히 공격해!"

듀로크는 키메라가 지친 것을 눈치채고 일점사를 명령했고 수많은 마법과 공격이 키메라를 강타했다. 하지만 아직 키메라는 여력이 남아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상당수의 마법을 피하며 이동했다. 그러나 그때 키메라는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마리의 고룡을.

쾅!!

키메라는 위에서 누르는 거대한 무게에 땅에 떨어졌고 자신의 등에 뭔가 올라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잡았다.】

비아토스는 키메라에 올라탄 채로 기쁨과 악의로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입을 벌리고 키메라의 얼굴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크아아아아!]

아무리 마방력이 강력한 키메라도 눈앞에서 뿜어내는 독 브레스에는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독 브레스는 키메라의 눈을 단번에 불태워버리고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 폐를 녹이면서 피부를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키메라는 그런 엄청난 고통에 괴성을 울부짖었고 입에서 화염을 뿜어내었다.

화염은 비타오스의 독 브레스를 불태우면서 비아토스의 얼굴을 향해 뿜어져 나갔고 비아토스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화염은 비아토스의 눈을 불태우며 지나갔고 비아토스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키메라는 등 위에 올라타고 있는 비아토스를 쳐내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듀로크가 아니였다.

"나르샤! 제라서스!"

"블리자드!"

【블리자드!】

어느새 키메라의 옆에 다가온 둘은 화염을 뿜어내고 있는 키메라의 입을 향해 블리자드 마법을 사용했다. 블리자드 마법에도 키메라는 얼지 않았지만 키메라의 입에서 나오는 화염의 기세를 줄일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듀로크는 준비해두었던 파이어볼을 손에 들고 키메라를 향해 외쳤다.

"이거나 먹어라!"

마나를 집중시켜 수십 개의 파이어볼을 압축시킨 극한의 파이어볼은 키메라가 뿜어내는 화염을 향해 날아갔고 화염과 파이어볼이 맞부딪혔다. 그리고 두 불꽃은 서로의 힘을 겨루었고 이내 승자가 결정되었다. 안 그래도 듀로크의 파이어볼은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엄청난 파괴력과 극한의 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나르샤와 제라서스의 블리자드 마법에 의해서 기세가 약해져서 키메라의 화염은 듀로크의 파이어볼에 밀렸고 그 끝에 파이어볼은 화염을 밀어내고 정확히 키메라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로그!"

"알겠습니다."

로그는 듀로크의 말을 듣고 다시 텔레포트 오브젝트를 활용하였고 정확히 철봉이 키메라의 목을 관통하였다. 그리고 그 철봉은 입에 들어간 파이어볼도 함께 관통했고 그 순간, 파이어볼이 폭발하였다.

콰콰콰쾅!!

파이어볼이 폭발하면서 키메라의 몸도 같이 버티지 못하고 함께 폭발하였다. 폭발과 함께 키메라의 몸을 이루고 있던 살점과 피들이 마치 비가 내리는 것마냥 떨어졌다. 폭발이 사라지고 나서 보이는 것은 목을 기준으로 위가 사라진 키메라였다. 얼굴이 사라진 키메라는 이내 부들부들 떨다가 힘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듀로크는 쓰러진 키메라를 보고 로그를 향해 얘기했다.

"로그."

"예. 생명반응 정지 확인했습니다."

"다행이군. 혹시나를 위해서 처리까지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듀로크는 로그에게 키메라의 처리를 맡기고 쉐이드에게 다가갔다. 쉐이드와 이츠, 앨런은 같이 모여있었는데 그들의 앞에는 2명의 시체가 바닥에 있었다. 듀로크는 그 둘이 S급 암살자인 마크와 브리츠라는 인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쉐이드."

"이미 늦었다."

"...그래."

"잠시 시간을 주겠나? 오래 걸리지는 않겠다."

"당연하지. 충분히 시간을 보내도 돼."

듀로크는 그 말을 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른 드래곤들과 일행들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었고 쉐이드와 이츠, 앨런만이 시체의 앞에 서 있었다. 키메라에게 뜯겨진 머리를 쉐이드가 다시 제자리에 올려두었고 이츠와 앨런은 조용히 쉐이드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다.

"...바보 같은 미소를 짓는군.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쉐이드의 말대로 마크와 브리츠는 행복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분명히 키메라의 입에 들어가서 뜯겼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참 바보 같은 녀석들이였어요."

쉐이드는 부러지기 직전의 위태위태한 단검을 땅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누워있는 두 명의 시체를 보며 얘기했다.

"너희들 S급 암살자들은 내가 특히나 많이 괴롭히며 수련을 시켰지. 그 이유가 뭔지 아나? 우리 직업상 약하면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

"나보다 약한 녀석들이 먼저 죽어 나가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든. 그런데 그런 약한 너희들이 강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몸을 던져? 그렇다고 내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나?"

"....."

"응? 말해보라고. 지금 일어나서 당장 얘기하지 못하겠냐!"

쉐이드의 거대한 고함소리에 이츠와 앨런은 자신도 모르게 바짝 몸에 긴장이 서면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와 브리츠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나서야 이츠와 앨런은 그 둘이 죽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내 명령에도 계속 누워있고 배짱도 좋아졌군! 이츠! 앨런!"

"...예!"

"부르셨습니까?!"

"너희들 4명은 한 몸인 공동체다! 1명이 실수해도 4명 모두가 벌을 받고 1명이 잘못해도 4명 모두가 똑같이 잘못한 것이다!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모두 한 몸입니다!"

"그래! 너희들은 한 몸이다. 그러니 이츠와 앨런! 너희 둘은 마트와 브리츠의 일까지 모두 해야 한다! 알겠나?!"

""예!""

"너희들은 둘의 몫까지 죽도록 일한다. 둘의 몫까지 병사들을 이끌고 둘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 그게 바로 운명 공동체인 너희들의 책임이다."

""...예.""

이츠와 앨런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린 적이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암살자가 되고 난 이후로 감정이 메마르면서 눈물이란 것을 잊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지금 잊고 있었던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둘을 묻어주고 오도록."

쉐이드는 그 둘을 남기고 조용히 단검을 들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뒤에서 울음소리와 함께 그들을 뭍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쉐이드는 나지막하게 혼잣말로 얘기했다.

"나도 많이 변했군. 너무 평화에 찌들었나? 아니면 그 두 명이 내게 특별했다는 건가?"

쉐이드는 드물게도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그의 물음에 대답할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따라...술이 마시고 싶군."

동쪽, 서쪽, 북쪽의 차원문을 부수는데 성공한 이들은 모두 다시 모이기로 했던 장소로 집결하였다.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서쪽으로 갔던 듀로크와 일행들이였다.

"우리가 처음인가?"

"그런 것 같네."

듀로크는 주변을 살펴보았고 나르샤가 그 옆에 다가왔다.

"이쪽은 2명 사망에 고룡 1마리 부상...다른 쪽은 과연 어떨는지."

"그런데 비아토스는 왜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데?"

"자신이 이긴 상대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라나. 이번에 키메라에게 당한 한쪽 눈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데도 치료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녀석도 독특하다니까."

"그러게."

"...쉐이드 녀석은 괜찮으려나."

"그렇게 약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잖아?"

"알고 있지. 하지만..."

"하지만 뭐 말인가?"

듀로크는 어느새 뒤로 다가온 쉐이드를 바라보았다.

"그 둘은 네게 특별한 녀석들이니까."

"부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암살자. 감정이란 버린지 오래다."

"...그래."

듀로크는 쉐이드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가 완전히 감정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른 척하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을 볼 수 있었다.

"오는군. 누구지?"

"북쪽에서 오는 것을 봐서는 메스와 같이 간 이들인가 본데?"

나르샤의 말대로 듀로크는 그들이 북쪽의 차원문을 파괴하기 위해서 간 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듀로크는 그들을 향해 날아갔고 메스는 듀로크가 오는 것을 보고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서 흔들었다.

"듀로크. 왔나?"

"메스. 피해는?"

"병사 몇 명으로 끝났다...그리고."

"그리고?"

"영감이 죽었다."

"...그렇군."

메스가 영감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단 한 명뿐이었다. 육체가 노쇠해도 마법에 관련해서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빛을 뿜어내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렇게 깊은 인연은 아니지만 그래도 얕은 인연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일루드...병사들은 어떻지?"

"다행히도 루키드씨가 이끌고 있어서 그런지 괜찮은 것 같다. 또 영감의 희생이 그들의 마음에 불씨를 붙인 것 같더군."

"그런가..."

"그쪽은? 피해가 어떻게 돼?"

"S급 암살자 2명이 사망했다."

"그럼 여기 남아있는 병사들을 지휘할 지휘관이 2명 빠졌다는 거 아닌가?"

"그렇지. 하지만 괜찮을 것 같다. 남은 2명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니까."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아직...동쪽이 오지 않은 건가?"

"맞아. 로그.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지?"

"이미 2시간은 지나고 3분 23초째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났다고?"

"예."

로그의 말에 듀로크는 인상을 찡그렸고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하지만 찡그린 인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로그가 이어서 말을 붙였다.

"하지만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쇼."

"뭐?"

"동쪽으로 간 이들도 지금 오고 있습니다."

로그가 손으로 동쪽을 향해 가리켰고 듀로크는 로그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로그의 말대로 동쪽에서 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나미래!"

"여~ 다들 어떻게든 살아남는데 성공했나 보네."

"취익~ 문 부수고 왔다!"

나미래와 그란이 듀로크를 반갑게 맞이해주며 소리를 질렀고 듀로크는 그 뒤를 따라서 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순간 눈치챘다.

"...한 명이 보이지 않는데. 설마?"

"..맞아."

【디오노스. 그가 떠났네.】

"...그래."

듀로크는 고룡인 디오노스의 죽음은 굉장히 뼈아픈 결과라고 생각했다. 고룡 한 명 한 명은 매우 커다란 역할과 무력을 가지고 있어서 라자드를 상대하기 위한 조건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고룡 중 한 명인 디오노스가 죽었다는 말에 듀로크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죽어서도 괴롭힌다고 했건만...나중에 만나게 되면 꼭 괴롭혀줘야지."

【후훗. 그 말대로 되면 내 몫까지 부탁하겠네.】

다르디엔은 미소를 지으며 농담 식으로 얘기했고 그런 반응에 듀로크는 안심을 하였다. 이어서 동쪽, 서쪽, 북쪽의 인원이 모두 집결하여 피해를 산출하면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였다.

"총 종합하면 병사는 약 50명 정도 사망했고 초인 1명, 드래곤 1명이 사망했다는 건가."

"듀로크. 어떻게 할 텐가?"

"어떻게 하긴. 지금 와서 새로운 계획을 짤 수도 없어. 원래대로 하는 수밖에. 쉐이드. 둘에게 맡겨도 되는 거겠지?"

"상관없다. 그 정도로 흔들릴 녀석들이 아니니까. 그렇지?"

"예!"

"맡겨만 주십쇼!"

이츠와 앨런은 쉐이드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했다. 슬픔을 없애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기운을 되찾은 건지 몰라도 그들이 무기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다. 듀로크는 그런 그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맡길게. 우리의 뒤를 누구도 넘어오지 않게 할 수 있겠지?"

"당연하지!"

"물론."

"좋아. 그럼 드디어...갈 시간이다."

듀로크는 그 말을 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우이자 동료인 그란.

자신을 주인으로 따르고 누구보다 충성스러운 로그.

왕국을 설립했을 때부터 자신의 옆을 지켜주고 기둥과 같은 존재인 나르샤.

자신과 같은 신세를 가지고 누구보다 강력한 나미래.

자신을 암살하려고 하는 인연에서 끝까지 이어져 지금까지 오게 된 쉐이드.

카르티네와의 인연을 통해 만나게 된 맥.

그 6명뿐만이 아니였다.

처음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서로를 맹신하는 사이가 된 매트. 그를 좋아하며 모든 것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일어선 에밀리.

자신의 헬파이어를 맞고도 살아남고 인연을 맺게 된 모리스와 그의 상관이자 국왕인 헤츠.

누구보다 통쾌하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메스와 그의 연인이면서 수인인 베로나.

어리지만 심지가 있는 국왕 아무드. 그를 수호하는 크리드와 끝을 알 수 없는 강력한 초인 레이트와 타노스.

마법사 왕국의 국왕 루키드.

인간뿐만이 아니였다.

블루 드래곤 수장 세트리나, 블랙 드래곤 수장 데미가스, 화이트 드래곤 수장 제라서스, 레드 드래곤 수장 다미우스.

골드 드래곤 수장이자 드래곤 로드인 다르디엔과 폭력의 드래곤 비아토스와 지식의 드래곤 아그리마까지.

최강의 생물인 드래곤 중 제일 강력한 드래곤들까지 모였다.

라자드를 상대하기 위해서, 이 모든 이들이 모이게 하려고 지금까지 했던 노력과 행동들이 떠올랐다. 그 결과가 이제 나온다고 생각하니 듀로크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입을 열었다.

"이 순간에도 마기가 몸을 침투하려고 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가기 전에 한마디만 하겠다."

듀로크의 말에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라자드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이날을 위해서 행동했다. 서로 싸우기에 바쁜 왕국을 하나로 합치고, 수 천년 동안 쌓인 앙금을 풀며 인간, 오크, 엘프, 드워프 그리고 드래곤까지. 5종족을 집결시키려고 노력했다. 모든 종족이 합쳐야만 라자드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에 끝내 성공하여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 우리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데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고, 누군가는 혈육보다 가까운 인연을 잃었으며 누군가는 소중한 친우를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되살아날 수 없고 그들과 다시는 만날 수 없다.

그런 그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죽은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과의 추억을 잊지 않으며 그들의 희생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라자드를 쓰러트려야만이 가능한 일이다."

듀로크는 자신의 말에 귀담아듣는 이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서 얘기했다.

"너희들이, 당신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곳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와 함께 뜻이 맞고 나의 주장을 들어주고 내 의견에 동의하고 따라와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마지막...마지막 라자드만이 남았다."

"...마지막."

"그래. 마지막이야."

듀로크는 조용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지팡이는 농후한 마기 속에서도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 빛은 어둠을 몰아내는 희망의 빛과 같았다.

"내가 하는 마지막 부탁이다. 나와 함께 라자드를 쓰러트리러 가주지 않겠나?"

듀로크는 다시금 그들의 각오를 확인하고 싶었다. 직접 이렇게 라자드를 눈앞에 다가오니 그의 위압감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그런 위압감에 공포를 느끼는 이가 있을 수 있었다. 또한 지금 이 길을 나아가면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서 듀로크는 그들의 각오를 다시금 확인하고 있었다.

빛을 뿜어내는 지팡이를 들고 듀로크는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서 그란이 지팡이 위에 도끼를 얹어두며 얘기했다.

"취익~ 당연히 간다. 라자드. 무찌른다. 듀로크, 내 친구고 동료이다. 어디든 따라갈 것이다."

"그란."

뒤이어 나르샤와 나미래가 손을 지팡이 위에 얹으며 얘기했다.

"당연한 것을. 처음부터 어울린 이상 끝까지 할 생각이다."

"가만히 두면 세상을 멸망시킬 거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이어서 3명이 단검과 마검, 검을 지팡이 위에 올려두었다.

"서로 계약한 이상 끝까지 따라가겠다."

"저도 따라갈 거에요! 세상이 망하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주인님의 뒤를 끝까지 따라갈 겁니다."

"쉐이드...맥. 그란."

듀로크는 자신의 지팡이 위에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끝이 아니였다.

"라이언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듀로크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 저도 갈 겁니다."

"제 고향을 파괴한 복수를 위해서라도 저는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물론 따라가야지. 이 세상이 멸망하면 요리스 왕국도 존재하지 않게 되니까."

"킁! 강한 녀석과 붙을 수 있으면 상관없다. 더구나 악당이라면 더 좋지!"

"우리 나이트 왕국의 기사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상황을 내가 피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도 도움받은 은혜는 잊지 않아. 그리고 이것은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거니까."

"저를 비롯해서 나이트 왕국은 모두 듀로크님을 따라갈 겁니다."

"지옥이라도 전하의 옆이라면 따라갈 겁니다."

"늙은 우리라도 필요하다면."

"하하하! 힘을 빌려주겠다!"

"미력하지만 나도 돕도록 하겠네."

매트, 에밀리, 모리스, 헤츠, 메스, 베로나, 아무드, 크리드, 레이트, 타노스, 루키드. 전 왕국의 중요 인물들도 모두 각자 무기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다르디엔이 다가오며 얘기했다.

【우리 드래곤들은 모두 따라갈 것이네. 그렇지?】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재밌는 것을 놓칠 수는 없죠.】

【나보다 강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날 수 있는데 가지 않을 리 없지.】

고룡 드래곤들이 모두 다르디엔의 말에 동의했다. 듀로크는 단 한 명도 돌아가지 않고 그들의 변함없는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너무나 든든하게 느껴졌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음에도 불안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가보자. 오랫동안의 싸움을 이제 끝내자고!"

그 말을 끝으로 듀로크를 비롯한 총 25명은 대륙의 운명을 건 싸움을 하기 위해 북쪽을 향해 나아갔고 남은 S급 암살자와 병사, 드래곤들은 그들을 향해 응원하며 소리쳤다. 그렇게 드디어...라자드와 듀로크가 만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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