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마지막 전투(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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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9)
나미래는 키메라가 괴상한 울음을 내뱉자마자 키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나미래가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땅이 반발력에 의해서 갈라졌고 그 소리를 들은 키메라는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나미래를 보고 촉수를 움직였다.
쿠쿠쿠쿵!!
수많은 촉수가 나미래를 향해 일제히 집중됐고 나미래는 촉수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돌진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촉수 한 개의 두께가 나미래의 몇 배는 될 정도였다. 그런 촉수 수십 개가 돌진해오는 나미래와 충돌했고 나미래의 무식한 힘과 촉수의 무게에서 나오는 힘이 격돌했다.
쾅! 콰콰콰콰!!
부딪힌 순간 거대한 충격과 함께 촉수의 일부가 터져나가며 살과 피를 뿜어내었다. 하지만 촉수는 한순간에 회복되어 원래대로 돌아왔고 나미래가 촉수를 밀어붙였지만 그것도 잠시, 촉수는 더 이상 밀리지 않고 멈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아있던 촉수가 나미래를 향해 날아왔고 나미래가 있는 곳을 향해 내리찍었다.
콰쾅!!
하지만 나미래는 미리 점프를 해서 촉수를 피했고 낙하하면서 주먹을 강타하여 촉수를 다시 터트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두 개의 촉수를 옆구리에 낀 다음에 나미래는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당겼다.
"흐아아압!"
[우우우우...]
나미래가 촉수를 당기면서 그 거대한 키메라가 나미래의 힘에 끌려서 앞으로 쏠렸다. 균형을 잃고 중심이 무너진 키메라는 바닥에 쓰러졌고 거대한 몸짓답게 본체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다.
"이봐! 지금이야!"
나미래의 목소리에 드래곤들이 일제히 날개를 펼치고 키메라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각자 마법을 사용하여 본체를 타격했다. 화염, 마법, 번개, 바람 등 다양한 속성의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키메라의 마방력이 얼마나 강한 건지 드래곤들의 마법에도 살이 터져나가고 불태워졌지만 순식간에 회복되어 원상태로 되돌아갔다.
【말도 안돼!】
【어떻게 된 구조인 거야?!】
【드래곤 로드님! 저기에!】
다르디엔은 눈앞에 있는 키메라를 경악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레드 드래곤이 소리를 지르며 한쪽을 가리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르디엔은 그곳에 자신들의 목표였던 차원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그 차원문은 거대한 키메라의 몸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우리 드래곤들의 브레스를 버티고 지켜냈다는 건가?】
그것 말고는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쓰러져있던 키메라는 조금씩 일어서고 있었고 점점 많아지는 촉수에 나미래가 휘감기고 있었다. 그녀는 양손과 양발을 사용하여 촉수들을 찢어발겼지만 끊임없이 다가오는 촉수에 밀리고 있었다.
"이이익!"
끊임없이 다가오는 촉수에 나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묻혀 들어갔고 나미래는 안간힘을 썼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미래가 완전히 촉수에 의해 먹히려고 할 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취익!"
"킁! 이것쯤이야!"
거대한 도끼와 바스타드 소드를 든 두 명의 인물이 촉수를 잘랐고 그로 인해 촉수의 힘이 잠시나마 약해졌다. 그리고 그 찰나를 나미래는 놓치지 않고 양손에 마나를 머금으며 있는 힘껏 촉수를 때렸다.
쾅!! 푸드득!
나미래의 손에 의해 마치 구멍이 생긴 것처럼 촉수가 터져나갔고 그 커다란 구멍을 통해 나미래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녀를 놓치지 않을 것처럼 촉수가 또 그녀의 뒤를 따라왔지만 그때 모리스와 수십 명의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달라붙어서 각자 무기를 휘둘렀다.
퍼퍼퍽!!
한 명의 오크가 무기를 휘둘러 만든 상처는 두께가 수 미터에 달하는 촉수에게 긁힌 것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상처였다. 하지만 그런 상처가 수십 개가 모인다면 그것은 충분한 타격이 되었다. 그리고 수십 명의 오크가 막아준 덕분에 나미래는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취익~ 괜찮나?"
"고마워."
"푸하하핫! 아무리 너라도 저런 괴물 앞에선 혼자는 힘든가 보군."
그란과 헤츠는 나미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미래는 두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와이번 라이더와 트이번에 탄 매트와 에밀리가 하늘을 날면서 키메라의 주의를 끌었다. 키메라는 날아다니는 와이번을 잡기 위해 촉수를 움직였고 와이번은 빠른 날개를 움직이며 촉수를 피해 다녔다.
그로 인해 촉수의 상당수가 시선이 끌리면서 나미래는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드래곤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가 저 키메라를 붙잡아두겠다. 그러는 사이에 너희들이 어떻게든 결정타를 넣어라!"
【결정타?】
"너희들도 알고 있다시피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은 머리를 쓰는 이들이 아니야! 그냥 부딪힐 뿐이지! 하지만 너희들은 똑똑하잖아? 오랫동안 살면서 쌓은 경험으로 방법을 찾으라고!"
"취익! 맞다! 우리는 무식하다!"
"킁!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러니 우리가 몸으로 막는 동안 생각해내라고! 부탁한다!"
나미래는 그 말과 함께 돌진했고 그란 또한 함성을 지르며 나미래의 뒤를 따랐다. 그란이 그런 행동을 보이자 친위대 오크들도 따라섰고 헤츠와 용병들도 무기를 들고 돌격했다.
【...이보게나.】
다르디엔은 그 광경을 보다가 자신의 뒤에 있는 드래곤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불완전하다고 일컫는 이들이 완전한 생물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네. 그것도 자신들이 나서서 시간을 끈다는 말과 함께.】
【.....】
【그런 말을 듣고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지상 최강생물의 우리가? 그렇게까지 썩은 것은 아니겠지?】
【딸꾹~ 그럴 리가.】
【그런 말을 하는 녀석은 내가 불태워서 죽일 거다.】
디오노스와 다미우스의 말에 나머지 드래곤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다르디엔은 얘기했다.
【그래. 너희들의 생각도 나와 같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들을 준비가 되었겠군.】
【생각이 있나?】
【하나의 가설일 뿐이지만. 들어보겠나?】
【당연한 것을. 드래곤 로드의 말인데 듣지 않을 수 없지.】
【알겠네. 그렇다면 가설을 얘기하도록 하지. 현재 저 키메라의 촉수는 엄청난 회복력과 더불어 마방력까지 갖추고 있네. 그래서 우리의 브레스로도 죽지 않았던 거지.】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
【그래. 하지만 우리가 시도하지 않은 것이 있네. 바로 내부를 강타하는 것이지.】
다르디엔의 말에 드래곤들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고 키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바로 키메라의 복부에 있는 입이였다.
【그렇군! 내부라면 확실히 외피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줄 수 있겠지!】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드래곤들의 분위기가 활짝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다르디엔의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네. 실제로 저 입 내부를 공격하려면 수많은 촉수의 공격을 피하면서 가야 하네. 물론 지금처럼 시선을 끌어준다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 그러나 한번 당한 후에는 우리 드래곤들을 경계하여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 거네. 그러니 처음 한 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한 번에...】
【딸꾹~ 굉장히 높은 난이도구만.】
【물론 어려운 도전이고 실패할 수도 있네. 하지만 우리를 믿고 돌진하며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 저들을 위해서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네. 그러니 나를 믿고 따라와 주게나.】
다르디엔은 진심을 다해 드래곤들에게 얘기했고 드래곤들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당연한 것을 왜 얘기하십니까? 드래곤 로드.】
【맞습니다. 당신은 드래곤 로드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의 상징입니다.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얘기하지 마십쇼.】
【그러게 말이야. 지금까지 너랑 나는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해결했잖아?】
【딸꾹~ 빨리 처리하고 술이나 마시자.】
【...그래. 그랬었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드래곤들의 눈빛을 바라본 다르디엔은 날개를 완전히 펼쳤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메라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을 본 드래곤들은 다르디엔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나미래는 키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이쪽이다!!"
나미래는 촉수를 찢어내고 앞으로 일부러 돌진하고 힘을 아끼지 않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촉수의 무더기가 터져나갔고 키메라의 시선이 나미래에게 집중되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촉수가 나미래를 향해 다가왔지만 그란과 헤츠가 나미래의 옆에 다가와 무기를 휘둘러 그녀를 지원했다.
그리고 친위대 오크와 와이번 라이더 및 용병들까지 나서면서 드래곤들의 접근을 키메라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다르디엔과 드래곤들은 키메라의 머리 위까지 접근할 수 있었고 그대로 다르디엔은 날개를 접고 하강했다.
【내가 틈을 만들테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입속으로 마법을 퍼붓게나!】
다르디엔이 하강하면서 키메라의 눈앞을 지나갔고 그제야 눈치챈 키메라는 다르디엔을 향해 촉수를 움직였다. 그러나 키메라의 의도와 다르게 다르디엔을 향해 다가가는 촉수는 몇 개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촉수와 싸우고 있는 병사와 초인들이 모두 촉수에게 달라붙어서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르디엔은 자신에게 오는 불과 몇 개의 촉수를 보고 번개 브레스를 입안에 머금으며 디오노스를 바라보았다.
디오노스는 다르디엔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깨닫고 똑같이 번개 브레스를 입안에 머금었다. 그리고 다르디엔과 디오노스는 촉수를 향해 번개 브레스를 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바라보며 번개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지지지직!!
하얀색의 번개 브레스는 서로를 향해 날아가 몸을 강타했고 그로 인한 변화가 일어났다. 실제로 드래곤들은 각자 자신의 브레스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레드 드래곤은 화염 내성, 블루 드래곤은 수압 내성, 화이트 드래곤은 냉기 내성, 블랙 드래곤은 독기 내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브레스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처럼 골드 드래곤 또한 전기 내성을 가지고 있었고 골드 드래곤은 전기가 몸에 달라붙으면 자성을 띠면서 전류가 몸에서 회전하게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성질이야말로 다르디엔이 노리던 것이었다.
다르디엔과 디오노스의 전기 브레스는 서로를 강타했고 전기 브레스의 전류가 그대로 둘의 몸에 달라붙어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촉수가 그 둘을 향해 다가왔지만 디오노스와 다르디엔의 몸에 회전하고 있는 전류에 맞붙는 순간 생체 전기의 이상으로 인해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 멈추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다르디엔과 디오노스는 선두로 낙하하여 키메라의 입을 향해 나아갔다.
【디오노스!】
【알겠다.】
키메라의 입은 마치 조개와 같이 일자로 벌리고 있었고 양 끝에 수많은 이빨이 튀어나와 있어서 입 내부를 보호하고 있었다. 디오노스와 다르디엔은 그런 이빨을 양쪽으로 다가가서 제일 커다란 이빨을 잡았다.
[우우우우!!!]
두 드래곤이 이빨을 잡으면서 전기가 전달되어 생기는 고통에 키메라는 괴성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이빨을 벌렸다. 그때 두 드래곤은 벌린 이빨에 다가가 몸과 팔로 이빨에 달라붙어서 입이 닫히는 것을 방지했다.
【다미우스!】
【기다렸다고!】
다미우스는 둘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화염 마법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른 드래곤들도 모두 똑같이 최대의 파괴력을 가진 마법을 준비했고 벌려진 입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것을 본 다미우스도 마지막으로 준비해둔 화염 마법을 날렸고 몇 개의 마법이 그대로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이빨을 잡고 있던 다르디엔과 디오노스도 뒤로 몸을 후퇴했고 마법이 그대로 키메라의 입속으로 들어가면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그오오오!!]
명백하게 고통스러워하는 괴성을 키메라가 내보냈다. 키메라의 입속에서 생긴 거대한 폭발의 빛에 내부가 비쳐 보였고 울퉁불퉁했던 살은 터지면서 주변에 흩날렸다. 60미터에 달하는 몸체의 대부분이 뒤흔들리고 터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였다.
몸체를 이루고 있던 수많은 살이 흘러내렸지만 겨우 형상을 유지하였고 키메라는 괴성조차 지르지 않고 마치 마른 오징어처럼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촉수들도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로 인해 병사들은 드래곤들이 만든 광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성공했나?】
【그런 것 같군.】
【역시 다르디엔이야!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단 말이야!】
다미우스는 날개로 다르디엔의 등을 탁 치며 얘기했고 다르디엔 또한 거대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취익~ 끝난 건가?"
"킁. 이번 전투의 주역은 드래곤들이 가져갔군."
"그러면 어때? 그냥 끝났으면 됐지."
나미래는 부탁한 대로 드래곤들이 처리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계속 재생하고 커다란 생명체 앞에서는 자신이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찢고 부숴도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물리적인 공격밖에 할 수 없는 나미래에게는 극상성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뭐, 어떻게든 잘 끝나서 다행이네."
나미래는 옆에 있는 촉수를 발로 툭 치며 얘기했다. 그런데 나미래에게 그때 한가지의 생각이 번쩍였고 그것을 입으로 내뱉었다.
"그런데 말이야...왜 이 촉수는 사라지지 않는 거지?"
"그냥 시체처럼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아니야. 뭔가 아직 살아있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감인가?"
"아니. 내 안에 들어있는 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누가 봐도 키메라는 죽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미래의 안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본능적으로 얘기해주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런 그녀의 감이 맞았던 것일까? 갑자기 나미래의 옆에 있던 촉수가 꿈틀거렸다.
"응?"
꿈틀거림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작은 움직임이였다. 하지만 촉수를 바라보고 있던 나미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눈치챘다.
"...설마?"
퍽! 콰쾅!!
"뭐야?!"
"촉수가?!"
꿈틀거렸던 촉수가 갑자기 일어나서 나미래를 밀쳤고 그로 인해 나미래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멈춰있던 수많은 촉수들이 갑자기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병사들을 향해 손길을 뻗어내었다. 그 광경을 본 드래곤들은 놀라워하며 바라보았다.
【뭐야?!】
【설마...죽지 않았다는 것이냐?!】
드래곤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축 늘어져 있던 키메라의 몸체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붕괴되었던 몸도 다시 재생되며 새로운 살이 돋아나고 있었고 누가 봐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르디엔! 어떻게 할 거냐?!】
【...다시 한번 몸 안에 처박는 수밖에.】
【하지만 똑같이 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그건...】
확실히 다미우스의 말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키메라가 다시 회복한다면 좀 전과 같은 공격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맞지만 똑같은 방법을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 거라는 예상 때문에 쉽게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르디엔이 고민을 하는 사이에도 키메라는 회복하고 있었고 드래곤들은 다르디엔을 쳐다보며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고민과 막대한 책임감 앞에 식은땀을 흘리며 다르디엔은 초조해했다. 그런데 그때...디오노스가 다르디엔을 향해 얘기했다.
【다르디엔.】
【...응?】
【이것 좀 가지고 있어.】
디오노스는 다르디엔에게 한가지의 물건을 던졌고 다르디엔은 디오노스가 던진 물건을 무의식적으로 받아서 그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물건을 본 다르디엔은 디오노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나무통 아닌가?】
디오노스가 준 것은 약 1미터의 크기를 가진 나무통이였다. 나무통이 드래곤의 커다란 손바닥 위에 있자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는데 다르디엔은 디오노스가 그 나무통을 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폴리모프.】
하지만 디오노스는 다르디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르디엔은 디오노스의 행동을 더욱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디오노스?】
"그거 내 소중한 술통이니까 가지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왜 폴리모프를 한 건가?】
"다르디엔. 너의 말대로 똑같은 방법을 해봤자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거다. 그러니 더 정확한 방법을 하는 수밖에 없지."
【디오노스...자네 설마?】
다미우스와 다른 드래곤들은 디오노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눈치가 빠른 다르디엔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디오노스를 바라보았다. 디오노스는 그런 다르디엔에게 슬픈 미소를 지었다.
"다르디엔. 넌 눈치가 너무 빨라서 문제야. 내 술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디오노스!】
다르디엔의 커다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디오노스는 인간의 모습을 한 상태로 키메라를 향해 날아갔다. 키메라는 조금씩 회복하며 일어서고 있었고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오는 디오노스를 눈치채고 촉수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병사들이 촉수에 달라붙지 못해서 조금 전보다 훨씬 많은 촉수들이 디오노스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미리 인간형으로 변한 디오노스는 촉수를 피하며 다가갔다. 수많은 촉수가 허공을 잡고 다가오는 촉수를 한 발짝 빠른 스피드로 날아가서 드디어 키메라의 이빨에 거의 접근했다. 그러나 이빨을 뚫고 입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디오노스의 몸은 멈추었다.
"...부족한가?"
디오노스의 발목을 조그마한 촉수가 붙잡고 있었다. 디오노스의 움직임을 보고 오히려 커다란 촉수로는 붙잡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눈치챈 키메라는 수십 개의 작은 촉수로 갈라지게 했다. 그렇게 작은 촉수들이 디오노스의 발목을 붙잡는데 성공하였고 이내 수없이 많은 커다란 촉수가 디오노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디오노스는 쓴웃음을 지었는데 그때, 디오노스의 발목을 잡고 있던 촉수의 힘이 약해졌다. 그와 동시에 다가오던 촉수들도 힘을 잃으면서 밑으로 축 처졌고 디오노스는 고개를 내려 시선을 돌렸다.
"취익! 자른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킁!"
"이봐! 네가 뭘 하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도와주면 되는 거지?!"
그란과 모리스, 헤츠 그리고 나미래는 촉수를 자르고 터트리며 방해를 했고 그로 인해 디오노스를 붙잡고 다가가던 촉수들이 힘을 잃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디오노스는 짧게 대답했다.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디오노스는 이빨을 뚫고 키메라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키메라의 입안은 역겨운 냄새와 함께 뜨거운 숨결과 마법 폭발로 인한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디오노스는 거침없이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서 마법 배낭을 열어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을 떨어트렸다.
퍼퍼퍼퍽!
디오노스의 마법 배낭에서 수없이 많은 나무통이 떨어졌고 나무통은 구르며 키메라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나무통이 많은지 마법 배낭에서 끝없이 나무통이 떨어졌고 디오노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준비에 나섰다.
"후우..."
양손을 앞으로 내밀은 디오노스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모든 마나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켰다. 그러자 디오노스의 손 앞에 마치 태양과 같이 빛나는 전기로 이루어진 구체가 생겨났고 그 구체는 점점 크기를 넓혀갔다.
"나의 모든 생명력과 마나를 쏟아부어 에너지를 압축시킨다."
다미우스와 드래곤들의 마법에도 키메라는 죽지 않고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그것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만들어야 했고 그 마법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모든 마나와 생명력을 바쳐야 했다.
디오노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놓은 내력과 드래곤 하트에 넘쳐나는 생명력과 마나. 모든 것이 이 조그마한 구체에 담겨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디오노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차피 남은 수명도 별로 없으니까."
디오노스는 전기 구체를 들고 마법 배낭에서 떨어지고 있는 나무통을 바라보았다. 나무통에 들어있는 것은 마법의 위력을 더욱 증가시켜줄 촉매제. 바로 디오노스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술이었다.
"저 술을 다시 마시지 못하는 것은...조금 아쉽군."
입맛을 다진 디오노스는 이내 전기 구체를 몸속에 쌓인 나무통을 향해 날렸고 그와 동시에 상상을 초월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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