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마지막 전투(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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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7)
친위대 오크 중 한 명인 바록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에는 마나가 실려있는 것을 증명하듯이 강력한 오러를 뿜어내고 있었고 친위대 오크의 무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취익! 죽어라!"
깡!!
"취익?!"
바록은 과거에도 데스나이트를 만난 적이 있었고 그때보다 자신이 강해졌기 때문에 데스나이트를 한순간에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결과는 그와 반대였다. 바록의 도끼를 데스나이트는 검으로 가볍게 막았고 그로 인해 검과 도끼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바록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이 아니고 밖에서 만났더라면 바록의 예상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금 데스나이트와 바록이 있는 곳은 마기로 가득한 곳이었고 그 결과, 환경이 데스나이트를 강하게 만들고 바록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엄청난 마기를 뿜어내는 세 번째 벽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깡!!
"취익?!"
바록은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에 놀라워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데스나이트는 그런 바록을 놓치지 않을 것처럼 검을 든 채로 바록을 쫒아갔고 데스나이트의 향상된 힘과 스피드에 바록은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데스나이트의 날카로운 찌르기에 바록은 도끼를 놓쳤고 그 순간을 데스나이트는 놓치지 않았다.
푹!!
데스나이트의 검은 정확히 바록의 심장이 있는 가슴을 찔렀다. 바록은 본능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감지하며 충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고통은 다가오지 않았고 그것을 바록은 의아해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자신의 가슴을 찌른 검을 고개를 내려다보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옆에 어느새 다가온 동료를 볼 수 있었다.
"취익? 너희들?"
양옆에서 나타난 친위대 오크 2명은 도끼로 검의 옆 날을 쳐냈고 그 결과 데스나이트의 검은 바록의 가슴 갑옷의 몇cm만 관통하였다.
"취직! 도와주겠다!"
"취췩! 적 숫자 적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된다."
친위대 오크의 말대로 드래곤의 브레스와 마법으로 인해 상당한 숫자가 죽어서 정예 병력이 몇 배는 더 많았다. 그리고 초인들과 드래곤까지 있는 덕분에 싸움은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친위대 오크 2명도 여유가 생겨 바록을 도와준 결과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취익~ 고맙다. 덕분에 살았다."
"취직~ 이 녀석을 죽이고 고맙다고 해라."
"취췩! 단번에 끝낸다."
바록은 그 둘의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협공에 나섰다. 아무리 강해진 데스나이트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친위대 오크 3명을 상대하지는 못했다. 검으로 한 명의 공격을 막아도 두 개의 도끼가 데스나이트의 몸을 강타했고 단단한 데스나이트의 몸을 도끼가 으스러트리며 지나갔다. 그리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바록은 도끼로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콰직!!
"취익! 죽어라!"
도끼는 정확히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두 갈래로 갈라놓았고 아무리 데스나이트라고 해도 그런 상처를 입고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데스나이트의 몸이 검은 재로 변하면서 사라지는 것을 본 바록은 한숨을 돌렸지만 이내 또 다른 커다란 폭발이 하늘에서 터지면서 휴식할 틈을 주지 않았다.
"취직! 또 뭐냐?!"
거대한 폭발 속에서 한 마리의 와이번과 와이번 위에 타고 있는 와이번 라이더가 그을려진 상태로 추락하였다. 그리고 그 추락 지점은 바로 바록과 친위대 오크 2명이 있는 곳이었다.
"취익! 떨어진다!"
"취췩! 피해라!"
바록과 오크 2명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옆으로 몸을 날렸고 떨어지는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는 그대로 땅에 부딪혀서 피떡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땅과 부딪히기 직전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가 제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갑자기 날개를 펴고 급선회를 하였고 덕분에 오크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거리를 남기고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와이번 라이더인 아그림은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며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복수를 하기 위해 와이번을 이끌었다.
"취쥑! 마법 상당히 아팠다! 똑같이 만들어줄 거다!"
아그림은 와이번을 이끌고 리치와 싸우고 있었는데 리치의 마법을 맞고 정신을 잃어 하마터면 추락사할뻔했다. 아그림 또한 리치가 전보다 강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신중하게 움직이며 리치의 상태를 관찰했다. 리치는 다시 마법서를 들고 아그림을 향해 마법을 쏘기 시작했고 거대한 바위만한 화염구 6개가 아그림을 따라 날아왔다.
그것을 본 아그림은 발로 와이번 옆구리를 3번 쳤고 와이번은 아그림의 의도를 눈치채고 날개를 조금 접은 채로 스피드를 더욱 높였다. 그 결과 화염구는 와이번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애꿎은 허공에 폭발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아그림은 와이번에 붙어있는 창통에서 창을 하나 꺼내 들어 리치를 바라보며 힘을 주었다.
우드드득.
아그림의 팔뚝에서 힘줄이 터질 것처럼 튀어나왔고 그와 함께 아그림은 들고 있던 창을 있는 힘껏 리치를 향해 던졌다.
"흡!"
아그림의 팔에서 투척 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리치는 본능적으로 실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창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서 실드를 치기도 전에 창에 복부를 꿰뚫고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리치는 1개의 핵이 부서졌을 뿐이고 아직 남아있는 2개의 핵으로 인해 온전하게 움직였다.
【%&[email protected]#%!】
리치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내뱉으며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좀 전과 다르게 전격 마법으로 화염구와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로 날아왔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스피드에 아그림은 피할 수 없었고 와이번과 함께 전격 마법에 직격당했다.
지지지직!!
"취이이익!!"
"케에에엑!"
아그림과 와이번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높은 마방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치는 고서클의 마법사답게 착용한 장비의 마방력을 넘어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아그림과 와이번의 몸이 새까맣게 그을려졌다. 피부에서 탄 연기가 올라왔고 온몸의 구멍에서 똑같이 검은 연기가 나왔다. 다행히도 착용한 장비가 피해를 줄여줘서 죽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왜냐하면 전격 마법에 의식이 날아가서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좀 전과 다르게 아그림과 와이번은 다시 정신을 차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대로 바닥에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도 리치는 만족하지 못한 모양인지 마법서를 펼치고 냉각 마법을 사용하여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만든 후에 아그림과 와이번을 향해 날려 보냈다.
아그림과 와이번은 그대로 땅에 추락하면서 동시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찍혀서 죽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하늘에서 한 인물이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그림과 와이번이 떨어지는 추락점에 나타났다. 슈퍼맨처럼 나타난 그녀는 점프하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그림과 와이번을 양쪽 어깨에 메었다.
퍽!
중장갑을 착용한 와이번과 오크 1마리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겁다. 더구나 추락하는 낙하 에너지까지 합친다면 그 무게는 몇 배로 능가한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와이번과 오크를 가볍게 어깨에 메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그녀가 나미래였기 때문이었다.
부우우웅!!
나미래는 오크와 와이번을 어깨에 메면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건?"
얼음 덩어리를 본 나미래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발로 얼음 덩어리를 걷어찼다.
쾅!!
나미래의 발에 걷어차인 얼음 덩어리는 거대한 균열이 생기면서 나미래의 발 힘에 밀려 멈추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반발력에 의해 날아오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로 리치에게 돌아갔다. 리치는 얼음 덩어리가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실드를 펼치려고 했지만 얼음 덩어리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서 결국 실드를 펼치지도 못한 채 얼음 덩어리에 처박혔다.
"귀찮게 하기는."
나미래는 어깨에 메고 있는 아그림과 와이번을 내려놓고 그녀도 전투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어서 듀로크까지 뒤따라 전투에 참여하면서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은 빠르게 처리당했다.
"피해는?"
"드래곤 1마리가 사망했고 나머지 병사들 중에 10명이 사망했습니다."
"드래곤의 피해는 뼈 아프네. 다르디엔. 좀 전과 같이 방심으로 인해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줄이고 싶어. 그러니 드래곤들에게 다시 한번 명심시켜줘."
【알겠네. 그러도록 하지.】
"그럼 다시 이동하자. 이 시간에도 마기에 침식당하고 있으니까. 시간이 없어."
듀로크는 리치와 데스나이트 200마리를 상대로 드래곤 1마리, 그리고 병사 10명만 사망했으면 선방했다고 위안을 가지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렇게 이동하고 3시간이 지나서 듀로크는 불안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상해."
【뭐가 이상한가?】
"너무 조용하다."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을 상대하고 3시간이 지났지만 그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듀로크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조용한게 잘못됐나?】
"나는 항상 적을 상대할 때는 내가 적의 입장이 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라자드라면 이 세 번째 벽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이겠지."
【그런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건가?】
"그래. 오히려 이런 경우는 두 가지야.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행동하지 못하거나 뭔가 예상치 못한 계획을 벌이고 있는 거지. 그리고 나는 라자드라면 분명히 후자일 경우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르군. 첫 번째 벽과 두 번째 벽에서는 전투가 끊이지 않았지.】
다르디엔은 듀로크의 얘기를 듣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함을 느끼고 난 후로 계속 주변을 관찰했지만 느껴지는 것이 없더군."
【그럼 어떻게 할 텐가?】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수밖에. 우선 이대로 최대한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자."
【알겠다.】
그렇게 듀로크와 다르디엔이 결정한 끝에 진격하던 기세 그대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고 약 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듀로크는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다르디엔."
【눈치챘네.】
"동쪽에서 리치와 데스나이트 합쳐서 약 200마리가 느껴진다."
【서쪽에서도 그와 비슷한 숫자가 느껴지네. 총동원인가?】
"리치와 데스나이트가 합쳐서 400마리라...이것을 준비한 건가?"
듀로크는 400마리라면 어떻게든 처리하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 비아토스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푸흐흐...푸하하하!】
【비아토스?】
"뭐야?"
비아토스의 갑작스러운 웃음소리에 듀로크는 불안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건가?】
"비아토스. 무슨 소리야?"
【북쪽에서도 리치와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
"뭐?!"
듀로크는 비아토스의 말에 북쪽으로 감각을 집중시켰고 비아토스의 말대로 멀리서 데스나이트와 리치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것도 다른 두 방향과 비슷할 정도의 무리를 갖추고 있었다.
"젠장. 총 600마리라고?!"
【후후.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나?】
"뭐를?"
【저 마물들의 숫자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의 말에 따라 듀로크는 다시 한번 체크하였고 비아토스의 말대로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의 숫자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느낀 듀로크는 로그를 바라보며 급하게 얘기했다.
"로그! 사역마를 보내서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농후한 마기 속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사역마를 부리는 것은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로그만이 가능한 일이였다. 그렇기에 듀로크는 로그에게 부탁한 것이고 로그는 듀로크의 말을 듣자마자 사역마를 동쪽, 서쪽, 북쪽으로 3마리씩 보냈다. 그리고 사역마가 소식을 가져오는 것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로그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사역마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무슨 상황이지?!"
"차원문이 열려있습니다."
"차원문?"
"예. 마계와 연결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장소와 연결되어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약 5미터의 크기를 가진 검은색의 차원문에서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이 나오면서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3곳 모두에서 말이냐?"
"예. 지금 이 순간에도 숫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듀로크는 로그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라자드가 있는 성에 가려면 북쪽으로만 가면 되었고 지금 있는 병력으로 북쪽의 무리를 소탕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뒤를 보호해줄 정예 병사들이 서쪽과 동쪽에서 오는 무리들을 상대해야 했고 초인들과 주요인물들이 빠진 이상 전멸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결과였다.
더구나 차원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계속 적의 병력은 충원되어 승산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배후가 털리면 그 무리는 그대로 라자드와 합류하면서 거대한 장애물로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3개의 차원문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건데...가능한건가?'
물론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동쪽으로 이동한 후에 차원문을 제거하고 북쪽과 서쪽도 이어서 움직여 제거하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세 번째 벽은 어느 곳보다 농후한 마기가 깔려 있어서 시간제한이라는 조건이 있었고 그 때문에 모든 병사들이 움직여서 3곳을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결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병력을 나눠서 3곳을 동시에 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맞는 걸까? 오히려 3곳으로 나눠서 2곳을 성공한다고 해도 한곳이 실패하면 끝인 것을.'
듀로크의 고민대로 한 곳이라도 실패한다면 시간은 물론이고 전력이 1/3로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말은 라자드와의 전투에서 이길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와 동시에 듀로크는 두 가지 중 어떤 선택을 하든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듀로크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마기는 조금씩 몸을 갉아 먹고 있었기에 선택을 당장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선택이 라자드를 만나기 위한 최종관문이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과연 자신이 맞는 선택을 할지 의심이 되었다.
'동시에 3곳을 쳐? 그러다가 한곳이라도 실패를 한다면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북쪽만 밀면 배후가 뚫리고 남은 병사들은 전멸하게 돼.'
듀로크는 머리를 감싸며 머리를 굴렸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집중한 결과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물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
'차라리 한쪽을 빠르게 밀고 2곳을 가? 아니야. 그랬다가는 시간이 부족해! 좀 전에 안된다고 생각했었잖아! 정신 차려!'
"듀로크."
'빨리 생각해라! 이 상황을 타개할 최고의 방안을!'
"듀로크!"
듀로크는 거대한 목소리와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 손길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나미래?"
"혼자서 끙끙거리지 말라고. 너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나미래의 말에 듀로크는 그제야 주변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중심으로 초인들과 드래곤들이 둘러싸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정예 병사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너희들...왜?"
"보아하니 너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던 것 아냐? 딱 봐도 그런 것처럼 보이던데."
"맞아. 혼자서 고민할 필요가 어딨어? 이렇게 동료가 많은데."
"취익! 나도 도와주겠다! 말만 해라!"
"아니. 너는 솔직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란의 말에 나르샤가 태클을 걸었고 그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듀로크 혼자서 웃음을 터트리지 못했고 그런 듀로크 앞에 다르디엔이 고개를 내밀며 얘기했다.
【듀로크. 그녀의 말이 맞네. 자네 혼자서 고민할 필요 없네. 이곳에 남은 이들은 모두 자네의 편이니 걱정하지 말고 얘기하게나.】
【지금까지 아그리마의 의견도 수용했었잖아? 새삼스럽게 혼자 결정하지 말라고.】
【언제부터 네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였지?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서 결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듀로크는 드래곤들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대로 자신이 모든 이들을 이끄는 중심이고 최종 결정권자라고 해도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아니, 자신이 혼자서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
"...너희들의 말이 맞아. 너희들은 이 지옥까지 와서 대륙의 운명을 건 싸움에 참여한 이들이지. 나도 그들 중 한 명일 뿐이고.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어."
"훗. 그 말이 맞아. 그러니 무슨 고민을 했는지 순순히 털어놓아 보실까?"
나미래가 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얘기했고 듀로크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향해 입을 열어 지금 상황과 자신이 고민했던 점을 솔직하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인 반응은 듀로크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그렇군. 3곳을 동시에 칠지, 북쪽만 밀고 곧바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는 건가?】
【시답지 않는 고민이군.】
"별로 어려운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뭐?"
듀로크는 쉬운 문제를 쓸데없이 고민했다는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란이 도끼를 들며 커다란 목소리로 내뱉었다.
"취익! 간단하게 3곳을 동시에 치면 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취익! 3곳으로 가서 문을 닫는다! 그리고 모두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라자드를 치러 가면 된다! 간단하다!"
"그란...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 나도 똑같은 생각인데?"
"나미래. 너도?"
"응.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답이잖아?"
"물론 남을 병사들을 생각하면 그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듀로크."
듀로크는 나미래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언제는 실패하면 괜찮았어? 지금까지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잖아. 그렇다면 성공했을 때 모두 더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
"맞아. 3곳 모두 성공하면 되는 거잖아?"
"취익! 그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취췩!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취직~ 3곳 모두 성공하면 되는 일이다."
나미래와 나르샤, 그란의 말에 친위대 오크 병사들도 하나둘씩 동의하기 시작했고 다른 왕국의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네. 실패하면 끝나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모두 처리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크하하하! 한 곳은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딸꾹~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드래곤들도 대부분이 그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듀로크는 그렇게 의견이 일치되는 광경을 보며 자신이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래...한번의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어. 왜 그것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지금과 같은 역경을 수없이 겪어봤는데도.'
듀로크는 머릿속이 상쾌해지며 깔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고민에 빠져있었던 표정은 어느새 사라져서 어느 때보다 총명한 눈빛을 뿜어내었다.
"듀로크. 이제 정리됐나 보네."
"고맙다. 덕분에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듀로크는 자신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자. 그럼 3곳을 누가 갈지 정해볼까? 모두 동의한 이상 죽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죽으면 내가 죽어서도 괴롭힐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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