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마지막 전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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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장 마지막 전투(5)
약 2시간을 이동한 후, 듀로크는 진격을 멈추었다.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정지 명령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해할 수 없었지만 휴식의 시간이 가지게 된 것에 기뻐하며 정신과 몸의 회복에 전념했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듀로크는 드래곤들에게 마법진을 설치할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이곳이야. 이곳으로 마물들을 유인할 거니 부탁할게."
【알겠네.】
【딸꾹~ 맡겨줘라.】
다르디엔과 다미우스, 제라서스, 세트리나, 디오노스. 5마리의 드래곤 수장이 마법진의 설치를 맡기로 하였다. 그리고 듀로크와 나미래 그란 3명이 미끼 역할이 되어서 마법진까지 유도시키기는 임무를 맡았고 로그는 아그리마에게 생명력을 전환하는 마법진을 전수받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초인들과 드래곤들은 미처 미끼 역할을 하는 3명에게 어그로가 끌리지 않는 마물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5명의 드래곤 수장들은 마법진 준비를 모두 마무리 지었고 그때 기다리고 있던 정찰조가 돌아왔다.
【마물들이 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다. 약 1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네."
가이토스와 루키드와 제네스가 정찰조로 먼저 나가서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 말을 들은 듀로크는 나미래와 그란과 함께 마물들을 유인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정말 나를 따라오는 것에 후회하지 않겠지?"
"안 한다니까?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말하게 하네."
"취익! 듀로크 가는 곳은 지옥이라도 따라간다!"
듀로크는 자신이 마물들을 유인한다고 하자 나미래와 그란이 따라오겠다고 얘기했고 제일 무식한 2명이 따라오는 것이 불안한 듀로크는 그들을 놔두고 혼자서 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 둘은 듀로크의 말을 절대 들으려고 하지 않고 기필코 따라간다는 말을 하며 듀로크를 붙잡았다.
결국 듀로크는 그들을 말리는데 실패하였고 자신의 말에 따른다는 조건을 달고 나서야 그들과 함께 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달아도 두 무식함의 절정체가 양쪽에 있다 보니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우선 우리의 목표를 다시 얘기할게. 우리는 아까 설치한 마법진 위에 마물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목표야. 그래서 마물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움직일 건데 혹시 생각한 거라도 있어?"
"왜?"
"자신 있게 오겠다고 얘기해서 생각해둔 것이 있나 싶어서 묻는 거다."
"그냥 소리 질러서 다 집중시키면 되는거 아냐? 그러려고 했는데?"
"취익! 나도 마찬가지다!"
"...뭐 그것도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과연 모든 마물들이 집중할까?"
"집중하게 만들어야지. 어그로 끄는 것은 걱정 말라고. 너도 며칠 전에 봤잖아? 안개까지 몰아내는 내 목소리를. 그 정도면 충분히 이목을 끌 거라고 생각하는데."
듀로크는 나미래가 안개를 빠르게 몰아내준 덕분에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일을 떠올린 듀로크는 그녀의 힘을 다시금 한번 믿기로 하였다.
"알겠다. 너를 한번 믿어보도록 하지. 그란도 나미래와 같이 목소리를 내서 이목을 끌 거냐?"
"취익! 나도 그러겠다! 나미래보다 더 크게 내뱉을 것이다!"
"어디 한번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나미래와 그란이 또다시 경쟁심리가 붙어서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고 듀로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어느 상황 속에서나 변하지 않는 둘의 모습에 안심이 되는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듀로크는 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난 3명은 변화를 빠르게 눈치챘다.
"온다."
"알고 있어."
"취익! 모두 준비됐다."
듀로크는 나미래와 그란에게 확성 마법을 걸며 다시 한번 얘기했다.
"지금 오고 있는 마물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커야 하지만 위압감을 뿜어내면 안 된다. 자칫하면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알겠어.]
[취익! 알겠다.]
듀로크의 말에 확성 마법이 걸린 것을 까먹은 둘은 평소처럼 대답을 했고 커다란 목소리에 듀로크는 귀를 두 손으로 막으며 그 둘을 째려보았다. 나미래와 그란은 그런 듀로크의 행동에 입을 막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입 열고 있지 마. 타이밍은 내가 얘기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듀로크는 공중으로 올라가서 마물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마기로 인해서 시야가 국한되었지만 수만에 달하는 마물들이 움직이는 소리는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마물들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모래와 먼지를 통해서도 대략적으로 거리를 예측할 수 있었다.
'나미래와 그란이 달리는 속도를 고려했을 때...적절한 거리는.'
거리를 산출하고 마물들이 달리는 속도까지 판단하여 남은 시간을 도출해내었다. 그리고 끝내 시간이 지나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고 나미래와 로그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이다!"
듀로크의 신호와 함께 나미래와 그란은 숨을 머금었고 그와 동시에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나미래와 그란의 목소리로 인해서 주변 수십 미터의 공간에 있는 마기를 한 번에 몰아내었다. 그와 함께 목소리는 달려가고 있던 마물들의 귀를 강타했고 마물들의 움직임을 한순간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마물들의 이동 경로가 단번에 수정되어 목소리의 발산지인 나미래와 그란을 향해 변경되었다.
"이제 돌아간다!"
제대로 어그로가 끌린 것을 확인한 듀로크는 다시 마법진이 설치된 곳으로 방향을 돌렸고 나미래와 그란 또한 날아가는 듀로크의 뒤를 달려가며 따라갔다.
"...좋아. 제대로 따라오는군."
날아가면서 뒤를 바라보니 대부분의 마물들이 따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마물들이 어그로가 끌리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보였지만 옆에서 서포트하는 드래곤들과 초인들이 주위를 끌리지 않는 선에서 처리해주는 것이 보였다.
나미래와 그란은 마물들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리지도 않게 마물들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마물들은 소리를 지른 나미래와 그란을 계속해서 쫓아왔고 듀로크를 비롯한 3명은 속도를 유지하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면서 팽팽하고도 이상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듀로크는 준비하고 있던 마법진에 거의 다가왔다는 것을 눈치챘고 드래곤 수장 5마리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듀로크를 비롯한 3명이 마법진을 지나가는 순간 듀로크는 둘에게 소리쳤다.
"나미래. 그란!"
"취익!"
"알겠어!"
나미래와 그란은 듀로크가 왜 부른 건지 이해하고 지금까지 유지한 스피드와 다르게 땅을 발로 박차면서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듀로크는 마물들 앞에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윌!"
화염의 벽이 생기면서 마물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 제일 앞줄의 마물들이 멈추자 그 뒷줄의 마물들도 자연스럽게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대로 정체가 되면서 마물들이 밀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물들은 자신들이 밟고 있는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밀집된 마물들은 유도한 대로 거대한 마법진 위에 모였고 듀로크는 기다리고 있는 드래곤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르디엔!"
듀로크는 파이어볼 하나를 위로 날렸다. 파이어볼은 마치 폭죽처럼 터지면서 소리를 내며 밝게 빛났고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드래곤들이 그 불빛을 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5마리의 드래곤은 오각형 마법진의 꼭짓점에 각자 위치하여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마법진에 빛이 나기 시작했고 빛을 뿜어내던 마법진은 거대한 실드를 만들어내었다.
"키에엑?"
"캬아아악!"
마물들은 갑작스럽게 생긴 실드를 보고 발톱과 이빨을 휘두르며 실드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5마리의 드래곤, 그것도 수장들이 만들어낸 마법진의 실드는 수많은 마물들의 공격에도 안전하게 버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병사들이 쉬고 있는 바닥에서 제2의 마법진이 빛을 내며 똑같은 실드를 만들어내었다.
거대한 실드가 갑자기 생기면서 병사들이 깜짝 놀라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로그와 아그리마가 진정시키면서 조용히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로그와 아그리마가 만든 마법진이 완전히 가동하면서 마물이 있는 마법진 또한 변화가 일어났다. 2개의 거대한 실드가 서로 반응하는 것처럼 하나의 빛으로 된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연결 고리는 2개의 거대한 실드를 연결하고 있었고 그 연결 고리의 역할이 뭘 의미하는지는 듀로크는 눈치챌 수 있었다.
"과연 그런 건가?!"
마물들이 실드를 부수기 위해서 발톱과 이빨을 휘두르는 가운데 5마리의 드래곤 수장들은 마법진에 집중하며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물들을 가두고 있던 마법진의 색깔이 갑자기 변화하였다. 하얀색으로 빛나던 마법진이 검은색으로 변하였고 그와 반대로 병사들이 있는 마법진은 하얀색 빛의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마물들은 갑작스럽게 변하는 검은 마법진에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모양인지 더욱 이빨과 발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마법진은 이내 완전히 어둠을 인상시키는 검은색을 띠었고 그 색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바닥의 마법진에서 수많은 검은 팔들이 튀어나왔다.
"캬아악?"
"키에에엑!!"
검은 팔은 마물들을 붙잡아서 마물들을 무력화시키고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그러자 바닥이 마치 액체로 되어있는 것처럼 마물을 그냥 흡수하였고 그대로 바닥에 꺼진 마물들은 다시 되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땅에서 검은 팔이 하나 둘씩 늘어났고 마물들의 온몸을 감싸면서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마물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실드는 단단함을 유지한 채 마물들에게 한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5마리의 드래곤 수장의 마나는 그만큼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팔은 마물들을 감싸며 바닥으로 흡수했고 점차 마물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나갔다. 약 5만에 달하는 마물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어나가고 그 남은 숫자도 모두 바닥에 흡수되어 마지막 1마리만이 남았다.
"캬아아악!"
마지막 남은 켈베로스는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바닥에서 쫓아오는 검은 팔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검은 팔이 또 생기는 것을 본 켈베로스는 있는 힘껏 바닥을 박차며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바닥에서 수십 개의 팔이 늘어나며 켈베로스에게 다가갔고 공중에서 피할 방법이 없는 켈베로스는 그대로 수십 개의 팔에 둘러싸였다.
수십 개의 팔에 둘러싸인 켈베로스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흡수되었고 그렇게 모든 마물이 흡수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두근, 두근, 두근.
검은 마법진이 흡수한 마물들을 생명력으로 전환하면서 거대한 생물의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 심장 소리는 점차 빨라지면서 커져갔고 그에 맞혀서 땅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과 소리는 건너편에 있는 병사들도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커져갔고 이내 모든 이들이 귀를 막을 정도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그 소리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고 실드와 실드를 연결하고 있는 연결 고리에 변화가 생겼다. 하얗게 빛나는 생명력, 마물들을 흡수하고 변환된 생명력이 빛을 내며 연결 고리를 통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그대로 병사들이 있는 실드에 들어가면서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병사들의 몸에 떨어졌다.
"뭐지?"
"어? 호흡이?"
"몸이...가벼워지고 있어."
"피로가...사라진다."
생명력의 비는 병사들의 몸과 부딪히는 순간 병사들의 몸에 흡수되어 들어갔다. 그러자 퍼렇게 질려있던 병사들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또한 마기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면역력이 올라가면서 호흡도 진정되었다. 그러한 변화는 살아남은 병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고 듀로크는 하얗게 빛나며 떨어지는 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성공했어!"
【그런 것 같군. 병사들의 체력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병사들은 마물들의 생명력이 자신의 몸에 들어온다는 것도 모르고 듀로크가 자신들을 회복시켜준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생명력의 비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어서 5만에 달하는 마물의 생명력이 모두 전환되면서 빛은 사라졌고 그 순간 듀로크는 다시 진격의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다시 회복한 병사들은 빠르게 마물들을 처리하며 진격했고 그 결과 약 반나절 후, 드디어 두 번째 벽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여긴..."
"성이군."
병사들과 진격한 끝에 성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개의 성을 지나왔지만 눈앞에 있는 성은 어떤 성보다 거대했다. 그런 거대한 성에 듀로크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때, 먼저 날아갔던 정찰조들이 귀환하였다. 그런데 귀환한 정찰조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듀로크는 그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
"듀로크님.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찰조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면서 듀로크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정찰조들은 듀로크를 성의 북쪽 성문으로 인도했는데 지나가면서 듀로크는 성을 관찰하였다.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거대하군. 그리고 공성전을 펼치기에 좋은 조건이야.'
지형, 공성병기, 성의 내구성까지 모두 생각해보니 이만큼 공성전을 펼치기에 적합한 성도 없었다. 아마 이 성 자체가 공성전을 펼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나가는 사이에 정찰조가 이끌어 북쪽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고 정찰조는 손으로 앞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기를 보십쇼."
듀로크는 정찰조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별반 다를 바 없이 어둠이 깔려져 있었고 듀로크는 그들이 왜 그곳을 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오래되지 않아서 정찰조가 뭐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군. 저기가 세 번째 벽인가?"
어두운 정도는 비슷했지만 대기에 깔린 마나와 마기를 확인하자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두 번째 벽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농후한 마기. 두 번째 벽이 바닷물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세 번째 벽은 끈적이는 액체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움직이기도 힘들고 마나를 운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세 번째 벽을 보는 순간 듀로크의 머릿속에 한가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지금부터 바로 이 성에 남아있는 몬스터들과 마물들을 정리하겠다."
"예?"
"이 성을 두 번째 벽의 마지노선으로 잡는다. 공성전에 최적화되고 벽의 경계선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예!"
듀로크가 돌아가면서 곧바로 50만의 병사들과 초인, 그리고 드래곤들까지 합류하여 모든 병력이 성안에 있는 몬스터와 마물들의 소탕에 나섰다. 아무리 거대한 성이고 남아있는 잔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5종족 동맹의 병력 앞에서는 무력하게 쓰러져나갔다. 그렇게 약 2시간에 걸쳐서 소탕 작전을 펼친 결과 성 안에 남아있는 몬스터나 마물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병사들을 이끌 지휘관과 총사령관인 르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르. 세 번째 벽에 다가왔다. 이제 네가 병사들을 이끌 총사령관이다."
"예! 맡겨만 주십쇼!"
"그리고 우연히 이 성이 두 번째 벽과 세 번째 벽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니 이 성에서 공성전을 펼치면서 버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공성전에 활용할 것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생각이 같다니 다행이군. 그리고 명심해라. 우리 정예들과 초인 그리고 드래곤들이 이제 세 번째 벽에 진입할 것이다. 최소한 하루, 최대 이틀을 버텨야 하는 것을 잊지 마라."
"예."
"그리고...이틀이 넘어서도 오지 않는다면 모두 후퇴해라. 남은 이들을 이끌고 살아남기 위해 움직여라."
"...듀로크님."
듀로크의 말은 자신들이 라자드를 상대로 패배했을 때를 대비하여 얘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라자드에게 패배했을 때 자신을 비롯해서 남은 병사들이 마지막의 희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르는 듀로크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싫습니다."
"...뭐?"
듀로크는 르가 거절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멍 쩍인 표정을 지었다.
"지금...싫다고 했나?"
"예. 싫습니다. 저희는 남아서 끝까지 버틸 겁니다. 듀로크님이 오실 때까지 이 자리를 사수할 겁니다."
"장난질을 할 때가 아니다!"
"장난이 아닙니다!"
듀로크의 노성에 르 또한 소리를 질렀다.
"듀로크님 조차 이기지 못한 적을 저를 비롯한 병사들이 이겨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정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듀로크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
"대답하시지 못하시겠죠? 듀로크님 또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돌아와주십쇼. 저희는 듀로크님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저희들을 살려주십쇼."
"...후후. 상당히 강력한 인질이군."
"저희는 듀로크님을 믿고 기다리면서 방어에 전념하겠습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이 성을 수성해내겠습니다. 그러니...꼭 이겨서 돌아와주십쇼."
르의 간절하고 올곧은 눈빛과 말에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항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겠다. 네 고집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 대신, 우리의 뒤를 제대로 지켜줘야 한다?"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알겠다. 믿고 있겠다."
듀로크는 그 말 그대로 르를 믿기로 하였다. 그리고 듀로크는 르와 지휘관들을 놔두고 마지막으로 클레아를 찾아갔다. 클레아는 마치 듀로크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듀로크가 마실 차까지 준비해두고 있었다.
"클레아."
"이제 가시는 거에요?"
"그래."
듀로크는 클레아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차를 입안에 머금었다. 너무 뜨겁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온도에 텁텁했던 입안을 기분 좋게 촉촉이 만들어주었다. 그런 상쾌한 기분을 느끼면서 차를 목으로 넘긴 후에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클레아. 내가 준 수정구슬에는 마기를 쫓아내고 다양한 마법의 접근을 막아주는 역할도 있지만 한 가지 또 다른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게 뭐죠?"
"텔레포트 마법. 강제로 라이언 왕국으로 텔레포트 시켜줄 거야. 시전어는 귀환. 정말 위험하다고 할 때 사용하도록 해."
"아니요. 저도 르님과 똑같이 오빠를 기다릴 거에요."
"...들었어?"
"예. 우연히요. 그래서 듀로크 오빠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후. 클레아. 나는..."
"듀로크 오빠."
듀로크는 입을 열다가 클레아의 단호한 말에 입을 닫았다.
"듀로크 오빠도 저의 입장이였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건..."
"그러니 그 얘기는 그만하죠. 지금도 작별 인사를 하러 오신 거잖아요."
클레아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듀로크는 그만 얘기하고 클레아를 품속으로 안았다. 그리고 클레아 또한 듀로크의 행동에 가만히 있으면서 조용히 얘기했다.
"꼭 살아 돌아오실 거죠?"
"당연하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꼭...약속 지켜주셔야 해요."
클레아는 듀로크의 입술에 입술을 맞부딪혔다. 그리고 듀로크 또한 클레아의 행동에 맞혀 조용히 있었고 자신의 감정을 담아 그녀의 몸을 팔로 안았다. 그렇게 그 둘은 작별의 시간을 보냈고 시간이 지나 헤어지는 때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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