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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30화 (329/360)

29장 세레티 왕국으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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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장 세레티 왕국으로(2)

세레티 왕국의 중심에 있는 왕성. 그곳에서 한 명의 인물이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기가 휘몰아치고 있었고 범인이 그곳에 있으면 한순간에 생명력을 빼앗길 정도로 강력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인물의 눈이 잠시 움찔거렸고 그와 동시에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던 마기가 순식간에 그에게로 다시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뜨고 다가오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프,프로드 입니다!"

카무란 왕국의 2인자인 프로드. 메블리와 함께 카무란 왕국을 점령하고 가르모스 평야의 전투를 관찰하기 위해서 같이 동행했었다. 하지만 가르모스 평야의 전투에서 전멸하는 것을 본 프로드는 세레티 왕국으로 다시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라."

"예!"

프로드는 자신이 본 것을 모두 얘기했다. 리리스, 울리드, 그리고 카리아스의 패배. 메블리의 행방불명과 전멸한 마물들. 프로드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이란 모두 발휘해서 라자드에게 설명하였고 라자드는 그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렇군. 역시 그렇게 됐나?"

"예?"

"그럼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지?"

"현재 적은 말튼 평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이곳으로 진격할 것 같은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알겠다. 수고했다."

"아,아닙니다."

크리드는 라자드가 수고했다는 말에 안도감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이 입에서 다 내뿜기도 전에 라자드가 얘기했다.

"그리고 네 역할은 이제 끝이다."

"예?"

푹!!

뭔가 관통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로드는 화끈한 통증과 함께 자신의 몸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히,히익!"

거대한 검은색의 팔이 자신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 피가 울컥 올라왔고 시야가 급격하게 흐려졌다. 프로드는 그 팔의 주인이 라자드라는 것을 눈치채고 그를 향해 억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대체...왜?"

"쓸모가 없어졌으니까. 그리고 돌아온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나는 분명히 말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고."

"그건..제가 아니..."

푸확!

그 순간 프로드의 몸이 폭발하면서 터졌고 그가 입을 여는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된 라자드는 자신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온 건가?"

"조금 있으면 너의 소망도 이루어진다."

"그래. 300년이 넘는 기다림의 끝에 결실을 맺는 것이지."

"모든 준비는 끝났나?"

"완벽하게. 오히려 마왕의 상태는 어떻지?"

"지금은 조용하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빨리 진행하도록. 말했듯이 시간이 많지 않다."

"명심하도록 하지."

라자드는 다른 인격과 대화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오랜 기다림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의 계획이 성공한다면...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라티나...조금만 기다려라."

나미래와 술을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내 서로 흩어졌다. 듀로크는 술통째로 들이킨 까닭에 조금은 알딸딸한 것을 느끼면서 길을 걸어갔다. 주변에는 수많은 병사들과 다양한 종족들이 각자 회포를 풀고 있었고 내일이 제일 치열한 전투라는 것을 알고 있듯이 여느 때보다 더 시끌벅적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자신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갈 것 같았다. 어차피 술도 취했는데 자신도 그 인파에 끼어들어 같이 즐기는 건 어떨지 고민하였다. 하지만 그때 듀로크의 뒤에서 망토를 약하게 잡는 인물이 있었다.

"응?"

누가 잡는 것을 느낀 듀로크는 뒤를 돌아보았고 여기서 만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 놀라워했다.

"클레아?"

"듀로크 오빠. 어디 가세요?"

클레아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을 본 듀로크는 그녀 또한 술을 마시고 조금 취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딱히 어디를 목표로 가고 있던 것은 아닌데."

"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어?"

클레아는 듀로크의 팔에 팔짱을 끼고 그를 이끌었다. 듀로크는 클레아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고 몰려있는 인파를 헤치며 나아갔다. 그러면서 수많은 병사들이 듀로크와 클레아를 보고 함성을 지르며 권유를 했지만 클레아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거절을 하며 지나갔다.

듀로크는 클레아가 어디까지 자신을 데려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조용히 따라갔고 이내 클레아의 발걸음은 느려져갔다.

"다 왔어요. 여러분. 잠시만 길을 비켜주시겠어요?"

클레아의 말에 몰려있던 인파가 길을 만들어주었고 클레아는 듀로크를 데리고 걸어갔다. 그리고 인파의 중심에는 듀로크와 클레아에게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가진 이들이 있었다.

"너희들?"

"어서 오십쇼. 주인님."

"취익! 듀로크 왔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

"기다리고 있었다고."

로그, 그란, 쿠로딘 그리고 나르샤까지. 처음 그란 왕국을 건국했을 때부터 있던 이들이었다. 누구보다 믿을 수 있고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이들. 지금까지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클레아는 듀로크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를 앉히며 얘기했다.

"내일이면 마지막 싸움이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한번 모이고 싶었거든요. 저희끼리 모인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서요."

"...그렇네."

클레아의 말대로 이렇게 6명이서 모인 것은 정말 오랜만이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이렇게 모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듀로크 또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준 클레아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모였으니까 무슨 말을 할까?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라도 풀까?"

"어차피 다 알고 있으면서 새삼스럽게 무슨."

"그러면 서로 지금까지 얘기하지 않았던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푸하핫. 그거 좋군. 나쁘지 않은데?"

"취익! 좋은 것 같다."

클레아의 제안에 쿠로딘과 그란이 찬성을 하며 나섰다. 그리고 듀로크와 나르샤도 고개를 끄떡였고 로그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쿠로딘이였다.

"사실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는 결혼한 몸이다."

"푸웁!"

"뭐,뭐?!"

쿠로딘의 말에 듀로크는 마시고 있던 술을 입으로 뿜어내었고 나르샤는 경악게 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진,진짜로?"

"그래. 아직 아이는 없지만. 이번에 메블리 녀석이 카무란 왕국을 휘몰아쳤을 때도 다행히 피해는 받지 않은 모양이더군."

"말도 안 돼...쿠로딘이 유부남이였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걸?"

"저도 쿠로딘 아저씨가 유부남이라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네요."

"클레아까지?! 너무한 거 아냐?"

쿠로딘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너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서로 웃음을 터트렸고 쿠로딘 또한 그 웃음소리에 편승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난 후로 그란이 벌떡 일어섰다.

"취익! 그럼 다음은 내가 말하겠다."

그란의 행동에 모두 그란이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란은 그 시선 속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취익! 사실 내게 자식이 8명 있다."

"뭐?!"

"자식이 8명 있다고?!"

그란의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듀로크 또한 그란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그란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너...언제?"

"취익! 반년 됐다. 6명의 아내가 출산했다."

"6명?!"

"이 녀석 바쁜 와중에 할 건 다 했잖아?!"

"그란이 제일 먼저 치고 나가다니!"

"그란 오빠! 이렇게 뒤통수치는 거에요?!"

"취취취칙!"

그란은 자신에게 말을 폭발처럼 뿜어내는 이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듀로크는 설마 그란에게 자식이 생겼는지 몰랐고 친구가 아버지가 됐다는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내 듀로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왜냐하면 친구가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란."

"취익?"

"축하한다. 너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거다."

"취취췩! 고맙다."

듀로크의 진심 어린 말에 그란 또한 미소로 답변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라고 지내왔던 듀로크와 그란은 서로 간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한마디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어서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나르샤가 일어나서 얘기했다. 나르샤는 고민하는 표정이 여력 했고 커다란 비밀을 밝힐 것처럼 뜸을 들이다가 이내 결심하며 얘기했다.

"사실...나는 지금까지 연애를 한 적이 없어."

"그건 알고 있는데?"

"그래. 당연히 알고 있었지."

"취익~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란까지?!"

나르샤는 알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그란까지 알고 있다는 말에 2차 충격을 받았다. 클레아는 웃음을 참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그런 광경에 나르샤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쯧.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여기서 그걸 모르고 있던 녀석은 당사자인 너밖에 없었을 거다."

"시끄러! 이 통나무 같은 드워프 녀석아!"

"흥. 연애도 못 한 노처녀 엘프한테는 듣고 싶지 않군."

"뭐라고?!"

쿠로딘과 나르샤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분위기는 더욱 더 활발해졌다. 그리고 그 둘이 그렇게 말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던 클레아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듀로크는 클레아가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원래는 듀로크 오빠에게만 말하려고 했는데 이왕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니까 여기서 얘기할게요."

"뭔데?"

클레아가 말하는 것을 기다리는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고 모두 그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클레아는 그런 시선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듀로크 오빠."

"응?"

"저...듀로크 오빠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땡그랑.

클레아의 말에 갑자기 주변에 침묵이 생겼고 듀로크의 손에서 술통이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듀로크는 클레아가 말한 것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뭐,뭐라고?"

"듀로크 오빠의 아이를 가진 것 같다고요. 확실치는 않지만."

"그,그 말은...임신했다는 말이야?"

"예."

클레아는 부끄럽다는 얼굴로 얘기하며 수줍어했다. 듀로크는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런 듀로크의 어깨에 손을 얹는 이들이 있었다.

"취익! 듀로크. 축하한다!"

"드디어 너도 아버지가 되는구만!"

그란과 쿠로딘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셨군요."

"진짜로?! 클레아. 거짓말 아니지?!"

로그가 조용히 자신에게 축하의 뜻을 표현했고 나르샤는 클레아를 감싸 안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 모습에 듀로크는 이 상황이 거짓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였고 클레아의 말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클레아..."

듀로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클레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클레아를 가슴 속으로 껴안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고마워."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하는 걸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단 한마디로도 많은 것이 전달되고 느껴졌다. 듀로크는 자신을 아버지로 만들어준 클레아에게 무한의 감사와 기쁨을 보내고 싶었고 지금 이 상황에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고 한다면 제발 꿈에서 깨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클레아의 온기와 떨림은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듀로크는 그런 행복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쳐다봤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듀로크는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을 자신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비밀을 하나 밝혀야겠지. 지금까지 단 몇 명에게 밝혔던 비밀을."

듀로크는 숨겨왔던 비밀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을까봐 비밀을 숨겨왔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자신이 어떤 비밀을 얘기하든지 변함없이 자신을 믿고 생사를 함께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듀로크는 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이곳의 인물이 아니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다른 차원의 다른 행성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다시 살아난 전생자야. 단, 이런 오크의 몸을 가지고 이곳에서 되살아났지."

듀로크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지구에서 살았던 이야기. 그리고 죽음. 이어서 오크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까지. 짧고 간결하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가볍고도 자세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쿠로딘과 나르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전생자라니. 그게 가능한 건가? 아니. 그런 문명의 이기가 있을 수가 있다니. 놀랍군."

"믿기 힘들어?"

"다른 사람이 얘기했다면 거짓말로 치부했겠지. 하지만 듀로크. 지금까지 너의 기발한 생각을 듣고 수많은 발명품을 만든 것이 바로 나다. 그러니 믿을 수 없다고 해도 가슴과 머리가 네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얘기해주고 있다."

"맞아. 나도 네가 아니였으면 믿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제야 이해가 되네. 왜 오크인 네가 다른 종족들과 화합을 맺으려고 했는지. 그리고 네가 그런 전생자가 아니였으면 이렇게 5종족이 모두 모이는 결과가 나왔을까?"

"그래. 그리고 그게 이제 무슨 상관이냐?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놀라울 뿐이지."

쿠로딘과 나르샤의 말에 듀로크는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말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이 자신의 예상대로 말해주고 행동해주어서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고 있었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이고 한가지의 사실에 불과합니다. 그로 인해 주인님께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정확히 사실을 집었다. 로그."

로그의 말은 어떤 것보다 정확했다. 과거는 과거일뿐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듀로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인물이 단 한 명이 있었다.

"취이익...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듀로크는 인간이면서 오크라는 건가? 다른 세상? 다른 차원? 모르겠다."

머리 위에서 김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란은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었지만 듀로크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란의 일관적인 모습에 다른 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웃음기가 주변에 퍼지는 가운데 갑자기 로그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응?"

"저도 비밀을 얘기하는 것이 이 분위기에 맞는 겁니까?"

"그렇긴 하지. 하지만 네게 비밀이 있어?"

"하나 있긴 있습니다."

"있다고?"

"뭔데, 뭔데?"

로그가 비밀이 있다는 말에 모든 이들이 로그가 무슨 말을 할지에 집중되었다.

"주인님과 클레아님을 지켜본 결과 두 분께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진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기 위해서 주변에 있는 이들을 관찰했습니다. 주인님과 클레아님을 비롯해서 비슷한 감정을 띠는 메스님과 베로나님. 아르셰님과 모리스님. 매트님과 에밀리님 등 다양한 분들을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군. 그래도 몰랐다는 건가?"

"예. 그래서 저는 듀로크님께서 만들어낸 인형들을 찾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저와 비슷한 인조물로 감정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일반인과 사랑을 나눌 정도로 감정을 가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거의 있었던 사례를 통해서 알고 있었기에 저는 그들에게 감정을 배우기 위해서 찾아간 것입니다."

로그의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은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저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와 그들의 차이점이 뭐가 있길래 그러는 건지 고민만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들 중 한 분이 제게 제안했습니다. 다른 인형들과 똑같이 한 명의 반려자로서 함께 살아가고 옆에서 지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지 않겠냐는 말이였습니다. 그 말에 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인형분들 중 한 분과 함께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뭐?!"

"진짜로?"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한 여성 인형 분과 한 달 정도 같이 생활했지만 별로 커다란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렇군요.."

로그의 대답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로그의 말은 끝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미세한 변화는 있었습니다."

"변화?"

"무슨 변화가 있었는데?"

"뭔가...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있으면 뭔가...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거야!"

"예?"

"그게 바로 좋아한다는 감정이라고. 좋아하는 것이 커지고 거대해지면 사랑으로 변화하는 거야."

"...좋아한다라...그것이 좋아한다의 감정입니까?"

로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았지만 듀로크는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얘기했다.

"그래. 로그가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정말 놀라워. 안 그래?"

"맞아요. 로그 오빠가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축하한다. 너도 이제 조금씩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니까 기뻐해라."

"취이익! 로그 많이 달라졌다."

"확실히 많이 달라졌지."

로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 로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내뱉었고 그 웃음에 한 번 더 일행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로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들이켰고 동시에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듀로크는 술로 오른 취기에 휘청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니 마치 술독에 술을 붓는 것처럼 막 들어갔고 초인인 듀로크조차 취할 정도였다. 아직 그란과 쿠로딘은 죽을 듯이 마시고 있었지만 듀로크는 그 둘에게 항복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취한 듀로크의 뒤를 따라오는 한 명의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클레아였다. 클레아 또한 술에 취해서 붉게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지만 듀로크와 다른 이들처럼 막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취하지는 않았다.

"오빠. 괜찮아요?"

"...어떻게든."

듀로크는 클레아의 부축을 받으면서 좋지 않은 속을 달래었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의 옆에 있는 클레아를 바라보았다. 항상 자신의 옆을 지켜주며 기다려주는 클레아.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신이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배에 자신의 자식이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행복을 느끼며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클레아."

"예?"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천만에요."

"꼭 살아올게. 그러니 기다려줘."

"당연한걸 얘기하세요. 저를 부녀자로 만들 생각은 아니죠?"

"후훗. 그럴 리가."

듀로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클레아의 볼에 손을 가져다대면서 얼굴을 가까이 움직였다. 이어서 살과 살이 부딪히는 조그마한 소리가 났고 듀로크는 그녀의 볼을 매만지며 얘기했다.

"내가 너를 놔두고 갈 리가 없잖아. 약속했던 대로 모두 끝나고 여행을 떠나자."

"예. 꼭 지켜야 해요."

클레아와 약속을 한 듀로크는 그녀의 약속을 죽어서라도 지키겠다며 다시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시간 그 둘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마음을 다짐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랑을 나누며, 누군가는 대화를 하며, 누군가는 잠을 자며, 누군가는 식사를 하며. 수많은 이들이 내일 있을 전투를 대비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다음날, 드디어 마지막 전투로 향하는 날이 밝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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