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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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6)
"으윽..젠장."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5명의 마족이 상처를 입은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른 채 눈앞에 있는 드래곤들의 공격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거대한 전투에 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드래곤 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까지 합세하면서 마족들이 빠르게 죽어 나갔고 살기 위해서는 도망치는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5명의 마족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고 이내 전투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우선 몸을 숨기고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이 치욕은 기필코 잊지 않을 거다!"
마족들은 지금 상황을 벗어나고 자신에게 치욕을 준 드래곤들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그때 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놓아둘 수는 없습니다."
"뭐?!"
"넌 누구냐!"
갑자기 나타난 한 명의 인물에 5명의 마족은 그를 포위하며 감쌌다. 인물은 5명의 마족을 향해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하였다.
"저는 로그라고 합니다."
"로그?"
"예. 죄송하지만 당신들이 도망치게 둘 수는 없습니다."
5명의 마족은 주위를 둘러보고 로그가 혼자 왔다는 것을 눈치채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훗. 혼자서 우리를 상대한다고?"
"대단한 자신감이군. 어디 한번 그럴 수 있는지 보자고!"
5명의 마족이 일제히 로그를 향해 마법을 사용하거나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로그를 중심으로 검은 실드가 생성되었고 마족의 공격은 모두 그 실드에 막혀서 무효화되었다. 그리고 마족들은 그 검은 실드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마기?!"
"마족도 아닌 놈이 어떻게?!"
분명 눈앞에 있는 인물은 마족이 아니였다. 하지만 마족이 아닌 존재가 마기를 사용한다는 것에 마족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고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그가 움직였고 로그의 손이 그대로 한 마족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퍽!
"커억!"
"당신의 힘은 매우 유익한 곳에 사용될 겁니다."
"뭐...라고?"
마족의 가슴을 뚫은 로그의 팔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족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아름다웠던 얼굴의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있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모든 몸에서 똑같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에 마족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그만해!! 아아아악!!"
마족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발버둥 쳤지만 로그의 행동은 변함없었다. 이어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마족의 살은 사라지는 것처럼 줄어나갔고 뼈와 쭈그러진 가죽만이 남았다. 이내 미라처럼 변한 마족은 힘을 잃으며 축 늘어졌고 그제야 로그는 마족의 가슴에서 손을 빼내었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끝까지 본 마족들은 얼어붙어서 로그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대,대체 뭔 짓을 한 것이냐?!"
"마기를 흡수하여 제 힘으로 변환시킨 것뿐입니다. 당신들에게 있어서 마기는 생명력과 똑같으니 죽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로그는 마치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가볍게 얘기했다.
"하지만 제가 유익한 곳에 사용할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친..놈."
"가만히 당하고 있을 것 같냐?!"
남은 마족들은 일제히 로그의 가슴을 향해 마기를 듬뿍 머금은 손톱으로 찔러넣었다. 그런데 이번엔 로그가 실드를 만들지 않았고 그 결과 손톱이 그대로 가슴을 관통하였다. 마족들은 설마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도 잠시 마족들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로그를 비웃었다.
"푸하하핫! 방심했냐?"
"약한 주제에 감히 마족에게 깝치니 이렇게 되는 거다!"
마족들은 로그를 맘껏 비웃었고 로그는 가슴을 뚫렸는데도 표정 하나 변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족들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응?"
"뭐,뭐야?"
"팔,팔이 빠,빠지지 않아!"
로그의 가슴을 관통한 팔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마족들이 로그의 몸에서 팔을 빼려고 했지만 마치 팔이 로그의 몸과 일체화가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마족들은 당황했고 로그는 무표정을 일관하며 얘기했다.
"도망치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이자식! 심장이 터졌는데도 어떻게?!"
"죽어!!"
급한 마족은 로그의 얼굴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로그의 얼굴이 수박처럼 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터져서 날아갔던 잔해들이 다시 로그의 얼굴로 재조립되어 원상복구가 되었다. 그런 해괴하고 괴상한 광경에 마족들은 안색이 시퍼렇게 변하며 괴물보듯이 쳐다보았다.
"넌,넌 대체..."
"괴물 자식.."
"괴물이라고 부르십쇼. 어떻게 부르든 명칭에 불과하니까."
로그는 그대로 마족 4명의 마기를 그대로 몸에 흡수하였다. 그 결과 나머지 마족들도 처음 당한 마족처럼 미라로 변해버리며 힘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로그는 마족의 몸에서 흡수한 마기에 의해 내부에서 충분하게 넘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변화인 건가? 로그."
"주인님. 오셨습니까?"
로그는 어느새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듀로크를 보고 고개를 수그렸다.
"마기를 자신의 힘으로 바꾸다니...놀랍군. 언제부터였지?"
"다리엘이라는 마족을 상대한 이후부터입니다."
"그런가?...로그. 너는 라자드와의 싸움에서 비장의 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
"언제든지 주인님의 손과 발이 될 예정입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쇼."
"알겠다. 그럼 우리도 이만 합류하도록 하지. 이미 싸움은 끝난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뭐지?"
"메블리와의 싸움은 어떻게 되신 겁니까? 주인님의 상태를 봐서는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것 같지 않습니다."
"...네게는 말해도 되겠지.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듀로크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로그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저희 마족들은 마왕의 말에 복종해야 합니다. 영혼 자체가 거절할 수 없죠. 특히나 마왕 순위 1위에 있는 마몬 님의 명령은 모든 마족들에게 통합니다. 그리고 라자드님의 가슴에는 마몬님이 봉인된, 마왕의 인자가 박혀 있습니다."
"마족들에게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렇습니까? 그럼 라자드님의 몸에 3개의 인격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3개의 인격?"
듀로크는 새로운 사실에 흥미가 생겼고 메블리는 그런 듀로크의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예. 라자드님의 몸에는 마왕 마몬님의 인격과 라자드님의 인격, 그리고 아마 원래 몸의 인격까지 해서 3개가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3개의 인격...그게 무슨 상관이지?"
"현재 마왕 마몬님의 인격이 생긴 것은 가슴에 박은 마왕의 인자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몬님은 언제나 라자드님의 몸을 뺏으려고 하죠. 아무리 라자드님이라고 해도 마왕의 인격을 언제까지 버티고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파멸한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마왕 마몬님이 라자드님의 몸을 지배한다면 지금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면 일어났지 결코 좋게 흘러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는 말은...라자드는 마왕의 힘을 빌려서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가."
듀로크는 어제 루미나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세상을 멸망시키고 새로 구축하려고 하는 미래. 그것이 라자드가 바라는 미래였고 그 미래를 위해 마왕의 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었다.
"알겠다. 그런데 왜 그 정보를 내게 가르쳐주는 거지? 너는 나의 적이 아닌가?"
"이대로 라자드님의 밑에 있으면 저는 분명히 쓰고 버리는 개처럼 사용되겠죠. 그러니 살아날 방법을 찾고 있는 것뿐입니다. 당신이라면 라자드님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니까요."
"...내가 너를 놓아주면 어떻게 할 거지?"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 약속을 지킬 거라는 보장이 있나?"
"듀로크님의 눈에 보이면 저를 죽이시면 되지 않습니까? 저보다 강하시니."
메블리는 고개를 수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듀로크는 여유가 넘치는 메블리의 미소를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메블리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알겠다. 네 녀석이 적이고 마족이지만 약속은 약속.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라."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메블리는 듀로크의 앞에서 사라졌고 듀로크는 조용히 다른 전투의 현장으로 이동했다.
듀로크의 얘기는 그것으로 끝났고 로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주인님께서 얘기하신 내용은 모두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변하는 것은 없다. 이대로 라자드를 처리하러 갈 뿐."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인님. 라자드가 있는 세레티 왕국은 현재 죽음의 도시 마법으로 인해 마기가 매우 짙은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모든 병사들을 이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오늘 전투를 끝내고 계획을 짜도록 하지."
"예. 그럼 전투를 마무리하러 가시겠습니까?"
"그래야지. 그리고 혹시나 메블리가 약속을 어길 수도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마라."
"알겠습니다."
듀로크와 로그는 아직 남은 전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이동하려고 하는데 그때 듀로크가 로그를 향해 얘기했다.
"로그."
"예."
"수고했다. 이번 전투의 승리는 네 덕이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따라올 수 있도록."
"제 목숨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하핫. 그랬었지."
듀로크는 로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고 로그 또한 입가를 조금 올리며 드문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전투는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마족을 상대했던 초인들이 합류하면서 마족은 빠르게 줄어나가 이제는 도망치는 몇 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마물 또한 포위된 진형을 뚫지 못하고 중독된 몸을 치료할 수 없어서 몇천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마물들도 이내 힘을 쓰지 못하고 죽으면서 포위된 진형은 이내 완전히 수렴하게 되었다.
"...이겼다."
"그렇게 많았던 마물들을 모두 죽였어."
"우리가 이겼다고!!"
우와아아!!
반대편에 있던 병사들이 서로 만나고 마물들이 모두 쓰러진 것을 본 병사들이 그제야 승리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렇게 많았던 마물들은 한 마리도 남지 않았고 치열한 전투를 펼쳤던 병사들도 자신이 살아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전투를 대승리로 끝났다. 90만의 병사 중 겨우 10만이 죽고 80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승리로 이끈 것은 무엇보다도 로그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동료들과 껴안으며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로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로그! 로그!""
80만이 넘는 병사들이 외치는 소리는 가르모스 평야를 모두 덮었고 듀로크와 로그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게 웬 함성이야?"
"이미 전투는 끝난 모양입니다."
듀로크와 로그가 병사들의 위에서 나타났고 병사들은 로그를 보고 일제히 더한 함성을 질렀다. 그런 함성에 로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병사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듀로크에게 물었다.
"왜 제 이름을 부르는 겁니까?"
"너 때문에 이 전쟁에서 이겼으니까 부르는 것이겠지."
"...그렇습니까?"
"그래. 너는 그저 저들이 환호하는 것에 응답해주면 돼."
"어떻게 응답합니까?"
"한쪽 손을 올려주는 것으로 충분할걸?"
로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듀로크가 말한 대로 오른쪽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그에 맞혀 함성을 질렀고 로그는 그런 병사들을 보며 조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요."
"그렇지? 누가 자신을 찬양하는 소리는. 그리고 네 덕분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살아남은 거니까 충분히 기뻐해도 된다고."
듀로크는 로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기했고 로그는 처음으로 만족감과 충족감이라는 것이 무슨 감정이 알 수 있었다.
드래곤들과 초인들도 마족들을 모두 소탕하면서 가르모스 대평야는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고 재정비를 거치기 위해 수많은 병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각 왕국끼리 집결하여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사망자를 조사하며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드래곤들도 그것은 다르지 않았다.
드래곤들 또한 죽은 드래곤들의 시체를 불태우고 다친 이들에게 치료 마법을 사용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남은 이들을 확인했다. 또한 가르모스 평야의 중심에는 임시로 만든 지휘관 텐트가 있었고 그 안에는 듀로크를 비롯한 중심인물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결과 집결한 쪽부터 먼저 얘기해."
"우리 밀런 왕국은 마법사 50명, 병사 천 명, 궁수 천 명 죽었어. 피해가 생각보다 훨씬 적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란 왕국의 병사들이 철저히 지켜줬다고 하더라. 그래서 상당히 인식이 좋게 변한 것 같아."
"다행이군. 다음은?"
"우리 카무란은 병사 5천이 죽었다."
"요리스 왕국은 마법사 3천, 용병 2만이 죽었다."
"게덴은 2만 5천."
"일루드는 1만 5천의 마법사가 죽었네."
"취이익~ 우리는 3만이 죽었다! 하지만 아직 17만이나 남았다!"
"라이언 왕국은 마법사, 암살자, 기사, 병사들을 모두 합쳐서 2만이 사망했습니다."
"그럼...총 도합 12만이 죽었네. 약 78만명이 남은 건가?"
수십만 마리의 마물을 상대로 12만밖에 죽지 않은 것은 모두 로그의 능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럼 다음은 정예 병력과 드래곤들에 대해서 집결할게. 먼저 드래곤부터."
"우리 레드 드래곤은 12명 중 4명이 죽었다."
"블랙 드래곤은 7명 중 2명이 죽었습니다."
"블루 드래곤은 10명 중 4명이 죽었어요."
"화이트 드래곤은 11명 중 5명."
"골드 드래곤은 9명 중 4명이 죽었네."
"그러면...49명 중 19명이 죽어서 30명이 남았군. 꽤 뼈 아픈 손실이네."
드래곤의 약 40%에 달하는 숫자가 죽어버린 것이다. 아직 남은 라자드와의 싸움을 생각하면 뼈 아픈 손실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란.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의 피해는 얼마나 되지?"
"취이익~ 친위대 오크 20명 죽었다. 와이번 라이더는 15명 죽었다."
"그럼 이제 합쳐서 120명 정도 남은 건가...절반 정도 살아남았군."
처음 친위대 오크와 와이번 라이더들을 만들었는데 200명이였는데 이제 남은 것은 불과 120명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낄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더 커다란 벽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번 전쟁에서 희생한 자들과 열심히 싸워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이 승리는 모두 당신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듀로크는 그들이 없었으면 이 전쟁을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을 알기에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하지만 아직 라자드라는 더 커다란 벽이 존재해. 그리고 지금 라자드가 있는 세레티 왕국은 여건이 훨씬 좋지 않아. 그래서 먼저 세레티 왕국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할게."
듀로크의 말에 로그가 커다란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지도에는 세레티 왕국의 전체 지형과 지역, 이름 등이 세세하게 적혀져 있었다.
"우선 라자드는 세레티 왕국의 중심에 있는 왕성에 자리 잡고 있어. 우리는 이곳까지 도달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이 왕성에 도착하려면 3단계의 벽을 뚫어야 해."
지도에 표시된 세레티 왕국의 제일 끝자리를 가리키며 듀로크는 얘기했다.
"세레티 왕국의 경계에서 수도에 있는 왕성까지는 약 9일이 걸려. 그리고 첫 번째 벽을 지나가려면 경계에서 약 5일은 걸리지. 이 첫 번째 벽에는 스켈레톤이나 구울 등 시민들이 변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급 몬스터들이 분포하고 있어. 마기의 분포량도 낮아서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이는데 큰 무리가 없을 거야. 물론 하급 몬스터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경계를 늦추지는 말아야겠지만."
듀로크의 손이 조금 더 수도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5일을 걸려서 이동하면 두 번째 벽이 존재해. 이 두 번째 벽은 약 3일 정도 걸리고 많은 마물들이 배치되어 있어. 이곳부터는 마기의 분포도도 조금 높아져서 병사들이 조금씩 힘들어할 거야. 하지만 여기까지는 병사들을 이끌고 가는 것이 가능해 보여."
다시 한번 듀로크의 손이 움직여 수도를 가리켰다.
"마지막 3번째 벽. 이곳에는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이 존재하고 마기의 분포도가 상당해서 병사들의 접근이 불가능해. 이곳부터는 정예로만 움직여야 할 거야. 그리고 이 3번째 벽을 뚫고 나서야 라자드를 만날 수 있는 거지."
"그렇군. 그럼 생각해 놓은 계획이 있나?"
"내가 생각한 계획은 우선 병사들과 함께 두 번째 벽까지 같이 가고 마지막 3번째 벽부터는 정예로만 움직이는 거야. 그리고 정예들이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을 상대하는 동안 드래곤과 초인들만 라자드를 향해 이동하는 거지."
"하지만 그러면 정예들의 피해가 크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가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을 상대하면 그건 시간 낭비일뿐더러 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해. 라자드를 중심으로 가면 갈수록 마기는 점점 강해져서 우리 초인들조차 오래 있으면 버티지 못할 거야. 그러니 정예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어."
"마기가 어느 정도인가?"
"로그와 의논한 결과 라자드가 있는 곳은 우리 초인들도 6시간을 버티기 힘들 정도인 것 같다. 아마 드래곤들도 다르지 않을 거야."
"그 말은...라자드와 싸우면서 우리는 시간제한이라는 조건까지 달려있다는 건가?"
"그렇다는 거지."
듀로크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얘기했고 그의 말에 많은 이들이 입을 닫았다.
"물론 그렇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야. 왜냐하면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의 벽을 뚫으면 라자드말고는 아무것도 없거든. 이번에 마족들을 모두 처리했으니까 다른 전력을 구하기는 힘들 거야. 그러니 우리 초인들과 드래곤들이 일제히 라자드를 공격하면 된다는 거지. 문제는..."
"문제는?"
"라자드가 마왕의 힘을 어느 정도까지 사용하느냐를 모른다는 거지.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2천년 전에 마왕이 강림했을 때 얼마나 강했지?"
듀로크는 다르디엔을 바라보며 물었고 다르디엔은 그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마왕의 공격을 버티려면 우리 고룡급 드래곤이 20마리 이상 달라붙어야 했다. 그의 마기는 우리의 마법을 흡수하여 오히려 튕겨내었고 그의 상처는 주변의 마기에 의해 회복되었다. 그야말로 모든 병력이 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달려들었어야 했지. 그때 마왕에게만 죽은 드래곤이 약 40마리. 8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100명, 소드 마스터 20명이 죽었지."
"그렇게나?!"
"휘유~ 장난 아닌데?"
마왕의 힘이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들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있는 초인과 드래곤만으로는 마왕을 이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차이점이 있었다.
"지금 라자드는 아직 마왕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해. 마왕이 각성하는 것을 막고 있거든. 그러니 2천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
"그런가? 그런데 어떻게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정보를 알려준 이가 있었거든."
듀로크는 그 말을 하며 일어섰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듀로크에게 쏠렸다.
"자. 그럼 우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정비가 끝나는 대로 세레티 왕국으로 움직이도록 하자. 드디어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니 분발하자고."
"그래. 마지막까지 어울려주지."
"취이익! 라자드도 내가 해치우겠다!"
"지겨웠고 길었던 싸움을 끝내보자고."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전투를 앞에 두고 의지를 불태우며 세레티 왕국으로 진격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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