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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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5)
가르모스 평야에는 수백, 수천을 넘어서 수만 개의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전투로 인해 가르모스 평야는 발 디딜 곳조차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공터처럼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존재했다.
콰콰쾅!! 펑! 펑!
엄청난 폭발과 충격. 공터의 중심에서는 2명의 인물이 부딪히고 있었고 그런 둘이 부딪히는 순간 땅이 부서지고 공기가 터져나갔다. 그리고 미처 그들이 싸우고 있는 반경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명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 까닭에 둘이 싸우는 곳에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고 있었다.
"파이어볼."
듀로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이어볼을 수십 개 만들어 메블리에게 날려 보냈다. 메블리는 평범한 파이어볼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눈치채고 있었고 거대한 검은 실드를 만들어서 듀로크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콰콰쾅!!
평범한 실드였다면 듀로크의 파이어볼을 막지 못하고 파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블리의 실드는 듀로크의 공격에도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가 얼마나 강자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듀로크는 한손에는 화염을, 그리고 다른 손에는 냉결 마법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두 손을 맞대어 두 개의 마법을 강제로 혼합시키기 시작했다. 내부의 조그마한 구 중심에는 화염이 움직이고 있고 구의 겉은 냉기로 넘실대고 있었다. 억지로 혼합한 만큼 유지 시간이 짧기 때문에 듀로크는 완성된 구를 바로 메블리를 향해 날려 보냈다.
....!!
구가 검은 실드에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두 개의 상반된 성질은 따로따로 사용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고 그로 인해 멀쩡했던 메블리의 검은 실드가 부서지면서 깨졌다. 그리고 그 찰나를 듀로크는 놓치지 않고 블링크를 사용해 메블리의 등 뒤로 이동했다.
"익스플로젼."
메블리의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마법에 메블리는 뒤로 물러났고 듀로크는 그가 이런 공격으로 쓰러질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그를 추격했다.
"헬파이어!"
메블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헬파이어를 사용했다. 헬파이어는 주변의 모든 것을 녹였고 땅조차 용암처럼 빨갛게 변하게 만들었다. 그런 헬파이어의 앞에 어떤 존재든 간에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듀로크는 알고 있었다. 그가 겨우 이런 것으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 안 죽었잖아? 빨리 나와라."
"후훗. 어떻게 아셨습니까?"
듀로크의 예상대로 헬파이어 폭발한 중심 속에서 메블리가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나왔다.
"네녀석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진심으로 한다면 듀로크님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겠죠?"
"그렇겠지. 나도 피해 없이 너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듀로크는 메블리의 말을 솔직하게 인정했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듀로크는 메블리의 앞에서 압도적인 마나를 뿜어내며 얘기했다.
"하지만 그 정도 각오는 했으니까 상관없다. 너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듀로크가 배출해내는 마나로 인해 땅이 비틀리며 공기가 무거워졌다. 듀로크의 눈에서 안광이 빛났고 그의 로브가 폭풍을 만난 것처럼 흔들렸다. 마계의 마족 1위인 메블리조차 그런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금 라자드를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듀로크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군요. 대단한 각오십니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뭐라고?"
메블리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듀로크는 그의 말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나를 속이려고 하는 것이냐?"
"그렇게 제 말을 믿기 힘드십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하지만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
"....."
메블리의 말대로 싸우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메블리는 영약한 마족으로 혀를 움직이면서 거짓과 진실을 섞어 속일 가능성도 많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얘기도 듣지 않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상반된 생각이 듀로크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부딪혔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한번 얘기해봐라. 듣고 판단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분명히 듀로크님에게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마물과 마족, 그리고 5종족 동맹의 전투는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족들과 드래곤들은 서로 수많은 살과 피를 흘리며 죽고 죽이는 싸움을 펼쳤다. 리리스가 죽는 것으로 제정신을 차린 마족들은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판단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에 드래곤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족들은 싸우는 이유를 붙여서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마물과 병사들의 싸움은 그야말로 로그의 지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증명해주고 있었다.
"헉...헉..."
라이언 왕국 12부대장 브리안은 마물들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서 병사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물들은 병사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고 마물들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브리안은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기다림을 눈치챈 것처럼 로그의 명령이 전달되어 들어왔다.
"L12S150D."
"전 병력은 북쪽으로 150미터 이동한다!"
로그의 명령에 맞혀 브리안은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이동했다. 브리안은 마물들에게 쫓기면서 체력이 떨어진 병사들을 이끌고 눈앞에 보이는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 뒤에 아군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희망의 말을 내뱉으며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주었다. 하지만 언덕을 넘어가고 보이는 광경에 브리안은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젠장."
왜냐하면 언덕을 넘어가서 보이는 것은 추격해서 쫓아오는 마물들의 몇 배는 많은 마물들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마물들은 언덕을 중심으로 포위하고 있었고 빠져나갈 퇴로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여기가...끝인가."
병사들은 마물들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져 가는 것을 보며 절망했다. 브리안 또한 그런 병사들에게 소리치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곳에 오게 한 로그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를 원망하고 싶었다.
그렇게 지휘관과 병사들이 모두 절망하는 가운데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와아아아!!
수만이 넘는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전 방향에서 나타나 돌격해오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많은 병사들은 오히려 언덕을 포위하고 있던 마물들을 포위하며 마물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수만에 달하는 병사들은 마물들을 죽이고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런 광경을 브리안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갑자기 저렇게 많은 병사들이 어디서 한 번에 나타난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로그가 이 상황을 모두 예측하고 저 마물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자신의 부대를 미끼로 삼아서 수만의 병사들을 일일이 지휘하여 이곳으로 배치했다는 것을.
그런 로그의 지휘능력에 브리안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브리안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
"뒤로 후퇴!"
요리스 왕국 제 6부대장 카린토는 마물들의 맹공격에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처 후퇴하던 곳이 절벽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카린토는 자신들이 본의아니게 배수진을 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절벽의 밑까지는 약 50미터가 될듯한 높이로 뛰어내리고 멀쩡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마물들이 퇴로를 막은 채 조금씩 좁혀오고 있었다. 그런 위기 속에서 카린토가 용병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우리가 살길은 저 마물들을 뚫는 것밖에 없다! 알겠나?!"
""예!""
"모두 내 명령에 맞혀 돌격한다!"
카린토는 오른팔을 들어서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 와중에도 마물들은 조금씩 다가오면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고 용병들은 침을 삼키며 카린토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 모양인지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고 그에 맞혀 카린토는 오른팔을 내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에어 버스트!"
퍼퍼퍼펑!!
갑자기 마물들의 오른쪽에서 터지는 소리가 일어났고 그와 함께 밀려난 마물들이 옆으로 떨어졌다. 절벽 밑으로 떨어진 마물들은 이내 터지는 소리가 함께 꿈틀대다가 죽었고 갑작스러운 일에 마물들은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카린토 또한 무슨 일이 일어난지 이해하지 못하고 오른쪽을 바라보았고 이내 마법사로 보이는 부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계속 쏴라!"
"에어 버스트!"
마법사 부대는 피해를 주는 마법이 아닌 방해 마법을 사용하였다. 그들이 방해 마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마물들의 마방력에 의해서 피해 마법이 효과적이지 못한다는 것과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물들은 갑작스러운 마법에 절벽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목표를 용병에서 마법사로 돌렸다.
하지만 마물들이 뒤로 빠지려는 순간 뒤에서 언제 나타난 것인지 두터운 중장갑병들이 일렬로 서서 마물들의 길을 막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란 왕국과 나이트 왕국 부대이다! 그쪽은?"
"우리는 요리스 왕국 제 6부대이다!"
"알겠다! 그러면 이 마물들을 같이 몰아붙이자!"
"취이이익! 돌격!"
중장갑병이 뒤에서 압박하고 카린토의 명령에 맞혀 용병들도 절벽에서 마물들에게 달려들면서 오히려 마물들을 포위했다. 그리고 멀리서 일루드 부대가 마물들을 원거리 포격을 하면서 그 마물들은 순식간에 전멸당했다.
"정말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온 것이지?"
"우리는 그저 총지휘관의 명령에 맞혀 움직였을 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취익! 동감이다!"
카린토는 모두 명령을 듣고 움직였다는 말에 대체 총지휘관의 눈이 어디까지 뻗어나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총지휘관의 명령이 전달되었고 4개의 부대는 또다시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KN2N100A, GD3N200A, G4N300A, I2N250A..."
로그의 말을 들은 각 왕국의 지휘관이 그에 맞혀서 움직였다. 로그의 입은 수없이 움직였고 어떤 때보다 계산 능력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모든 왕국의 부대를 합치면 수백 개의 부대가 넘었지만 로그는 그 수백 개의 부대를 일일이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하늘에서 바라본다면 수백 개의 부대가 마치 하나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자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 결정타를 날려볼까요?"
로그의 지휘로 매우 효율적인 전투를 펼치고 생포해온 몬스터들을 소모한 결과 남은 마물의 숫자는 약 20만에 육박했고 5종족 동맹의 병사는 80만에 육박했다. 그 말은 마물이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십만마리가 죽은 것에 비해 5종족 동맹은 겨우 10만밖에 사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로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마지막 결정타를 내기 위해서 부대를 움직였다.
그의 말에 부대가 움직이면서 마물들이 추격을 하거나 뒤로 후퇴하거나 돌격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마물들이 무슨 행동을 하건 간에 그들은 한곳으로 모였다. 그것도 20만이 넘는 마물이 로그의 계산 하에 유도되면서 밀집된 것이다.
그리고 80만이 넘는 부대가 집결하기 시작했고 20만의 마물들을 포위하는 포위망을 만들었다. 각 왕국의 부대는 명령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마물들을 집결시키고 수많은 부대들로 포위하는 상황에 그의 말도 안 되는 지휘 실력을 다시금 감탄했다.
"전위. 앞으로."
전위를 맡고 있는 5개의 왕국 병사들이 포위망의 최전선을 맡았다.
"전위. 전진."
전위에 있는 병사들이 로그의 명령에 따라 포위망을 좁혀져 갔다. 그들은 모두 중장갑병, 기사, 전사 등 누구보다 단단한 장비와 몸을 가지고 마물들과의 싸움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마물들을 향해 전진하는 발걸음에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후위. 화력 발사."
후위를 맡고 있는 일루드의 마법사들과 밀런의 엘프들이 로그의 명령을 듣고 움직였다. 마법사들은 각자 마물들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고 엘프들은 활을 쏘며 타격했다. 마물들의 마방력과 딱딱한 가죽은 마법사와 엘프의 공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게 해주었다. 해봤자 조그마한 화상 혹은 화살에 박혀서 조금 따가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처가 하나 둘 늘어나서 계속 이어진다면? 그것은 곧 치명적인 상처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로그가 노리는 바였다.
화염과 냉기, 바람과 흙 등 수많은 속성마법이 마물들이 있는 곳을 타격했다. 마물들은 그 공격에도 버텨냈지만 마물들이 밟고 있는 땅은 그대로 흔적이 남아 계속 불타오르거나 얼어붙어서 지속적인 방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프의 화살이 가죽을 뚫지 못했지만 눈이나 코 등 급소에 맞아 타격을 입는 이들도 생기고 있었다.
"캬아아악!"
"키에엑!"
그런 공격에 마물들은 포위망을 뚫으려고 퍼져서 전위를 향해 몸을 돌진했고 그대로 부딪혔다.
콰콰쾅!!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고 숙련된 전위들이 마물들에게 뚫릴 리는 없었다. 더구나 포위망으로 인해 더욱 두텁게 모인 진형은 마물들의 돌진력을 충분히 받아줄 수 있었고 오히려 밀어붙이면서 포위망을 좁혀져 나갔다.
마물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밀리는 것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점점 좁혀져가는 포위망에 마법과 화살을 대충 쏴도 맞을 정도로 밀집되게 되었다. 그렇게 20만의 마물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가운데 로그는 결정타를 날리기로 하였다.
"암살단. 독 연기를 투척해주세요."
로그의 말에 기다리고 있던 암살단 수백 명이 독 주머니를 투척했고 독 주머니는 밀집되어 있는 마물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독 주머니가 마물들에게 맞으면서 터졌고 그로 인해 독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크에에엑!"
"키야악!"
독 연기를 흡입한 마물들이 눈코입에서 피를 뿜어며 바들바들 떨면서 쓰러져나갔다. 마물들이 독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로그는 제일 밀집되어 있을 때를 기다렸고 그 효과는 정확했다. 독 연기로 인해 20만의 마물 중 절반 이상이 쓰러졌고 독 연기는 점점 마물들 안에서 전파되어갔다.
물론 독 연기가 동맹 병사들을 향해 전파될 수도 있었지만 그걸 방지할 수단도 미리 준비해두었다.
"윈드 스톰!"
"실프! 바람으로 연기를 가두세요!"
일루드의 마법사와 밀런의 정령사와 힘을 합쳐서 바람의 장막을 쳐 연기가 병사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물 중에 가고일처럼 공중을 날아다녀 바람의 장막을 뚫고 나오는 마물도 있었지만 그런 마물은 공중을 장악하고 있는 와이번 라이더에게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떨어졌다.
그렇게 마물들은 5종족 동맹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독 연기에 서서히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독 연기를 제거하고 남은 마물들을 숙청하겠습니다."
로그의 명령하에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독 연기를 제거했고 그와 동시에 포위망을 좁혀가며 마물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숙청에 나섰다. 독 연기에 의해서 죽은 마물들도 많았고 아직 죽지 않은 마물들도 비틀거리며 제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5종족 동맹 병사들은 약해진 마물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고 그 상황을 본 로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이대로 계속 밀어붙이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휘관의 자리를 클레아님에게 잠시 맡기겠습니다."
"예?"
"저는 아직 남은 쪽을 도와주러 가겠습니다."
승리가 확실해진 것을 본 로그는 클레아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마지막 싸움이 펼쳐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깡!!
"윽!"
매트는 마족의 손톱을 오러 블레이드로 간신히 막으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마족은 힘겨워하는 매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약한 꼬맹이 주제에 이 몸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분명히 나 혼자였다면 너를 이길 수 없겠지."
"그걸 알면서도 나를 상대한다는 것이냐?"
"아니."
매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치하던 검을 빼며 몸을 뒤로 빠졌다. 그로 인해 힘을 잃은 마족의 몸이 앞으로 쏠렸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불과 물기둥이 마족을 덮쳤다.
"크아아악!!"
마족의 하체는 얼음처럼 얼어버렸고 상체는 불로 인해 타고 있었다. 그리고 고통에 울부짖던 마족은 이내 힘을 잃으며 쓰러졌다.
"휴..."
"매트! 괜찮아?"
"예. 덕분에요."
매트는 에밀리의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며 여전히 식은땀을 흘렸다.
"정말 이런 싸움의 중심에 제가 올 줄은 몰랐어요."
"나도 그래."
매트와 에밀리의 주변에는 수많은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에 피하지 못한 마족이 불타서 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브레스를 뿜어내는 사이에 다른 마족이 레드 드래곤의 가슴팍으로 들어가 손으로 가슴을 찢어내었다. 레드 드래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울부짖었고 마족이 레드 드래곤의 심장을 뽑아내었다.
심장이 뽑힌 레드 드래곤은 하늘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며 즉사를 하였고 마족은 뽑은 심장을 입에 넣었다. 하지만 마족이 심장을 음미하기도 전에 옆에서 다른 마족과 싸우고 있던 드래곤의 마법에 맞아 밑으로 떨어졌다.
또 어디에서는 두 명의 마족이 힘을 합쳐서 마기로 만들어낸 마법을 드래곤에게 날려 보냈다. 블루 드래곤은 앱솔루트 실드로 자신을 방어했지만 두 명이 합친 마법에 실드가 버티지 못하고 블루 드래곤을 타격했다. 두 명의 마족은 쓰러지는 블루 드래곤을 향해 다가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골드 드래곤이 전기 브레스를 뿜어내어 마족을 없애버렸다.
블루 드래곤은 그런 골드 드래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그때 다른 마족이 뒤에서 골드 드래곤의 목을 잘라내면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케일이 다른 전투가 주변에서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목숨이 없어질 것과 같은 치열한 공간의 중심이었다. 드래곤과 마족이 흘린 피로 일대의 지역이 빨갛게 변해있었고 전투의 여파로 지형이 바뀌고 있었다. 그런 공간 속의 중심에 있으니 매트와 에밀리는 사뭇 자신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우세한 것 같으니까 조금 더 열심히 해보죠."
매트의 말대로 싸움은 5종족 동맹 쪽이 우세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드래곤과 마족과의 싸움은 비등비등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우세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초인들의 존재였다.
"하앗!"
베로나가 수인화한 모습으로 주먹과 발을 날리며 마족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루키드와 제네스가 그녀를 서포트하고 있었다. 아무드와 크리드 또한 그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고 누구보다 뛰어난 무력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란이었다.
"취이익!"
그란의 도끼가 마족을 양갈래로 찢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마족이 그란의 뒤로 다가가 손톱을 휘둘렀지만 그란은 들고 있는 도끼를 뒤로 회전하면서 휘둘러 다가온 마족의 머리를 박살내었다.
그리고 다시 옆에 있는 마족을 도끼로 내리찍었고 마족은 양손의 손톱으로 도끼를 겨우 막아내었다.
깡!!
"오크 주제에 감히!"
"취이익! 나는 오크 두 번째 최강이다!"
그란은 도끼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그의 엄청난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힘겨루기에 나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란의 압도적인 힘에 마족은 한쪽 무릎을 꿇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란을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내가 힘에 밀린다고?!"
마족은 마기를 사용하여 신체 강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란의 힘을 이길 수 없는 것에 경악했다. 그리고 그제야 마족은 그란에게서 느껴지는 막대한 마나를 눈치챘다.
"오크 주제에 마나를?! 네놈은 대체?!"
"취이익! 시끄럽다!"
마족이 뭐라고 지껄이건 간에 그란은 관심 없다는 듯이 마나와 힘을 더욱 불어넣었고 그 결과 도끼가 마족의 손톱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손톱으로 도끼를 막고 있던 마족은 그 도끼를 미처 막을 수 없었고 그대로 양단 당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란은 그렇게 마족들을 쓸어 담고 있었는데 아직 성에 부족한 모양인지 다른 마족을 찾으러 또다시 돌진했다. 그리고 5종족 동맹이 우세한 분위기를 타고 있었지만 한순간에 균형이 무너지는 일이 생겼으니...바로 우두머리들을 상대하러 간 이들이 돌아온 것이었다.
"하하하! 아직 끝나지 않았군! 다 쓸어버리자고!"
"나도 가세하겠네."
타노스와 레이트가 아직 남아있는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노사 2명에게 마족은 마치 어른 앞의 어린아이처럼 속수무책으로 쓰러져나갔다. 그런 노사들을 합세에 마족들은 연계하여 그들을 상대하러 했지만 그 앞에 더한 존재들이 나타났다.
【기대하지 않지만 나를 즐겁게 해다오.】
【딸꾹~ 빨리 처리하고 술이나 먹고 싶다.】
【버러지 같은 마족 놈들. 빨리 사라져라.】
고룡 3명인 아그리마, 디오노스, 비아토스가 합세하면서 강력한 마족들이 마치 불 앞의 날파리처럼 사라져나갔다. 파괴와 전투를 즐겨하는 마족들 조차 그런 3대 고룡의 모습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금씩 도망치려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족들의 도망을 그대로 두고 볼 이들이 아니였다.
"이봐. 어디 가려고?"
도망치려고 했던 마족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손에 마법을 만들어 허리를 돌리며 마법을 발사했다. 마족의 손에서 검은 화염이 뿜어나왔고 뒤에 서 있는 인물을 불태웠다. 하지만 인물은 그 화염에도 가만히 맞으면서 마족을 향해 얘기했다.
"뭐야? 따뜻한데?"
검은 화염에 불타오르고 있는데도 따뜻하다고 말하는 인물에 마족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 인물은 그대로 마족의 목을 손으로 부여잡았고 이내 힘을 주었다.
우드득!
단번에 마족의 목이 뒤틀리면서 마족은 힘을 잃으면서 축 늘어졌다. 그리고 인물은 몸에 붙은 화염을 손으로 탁탁 털어 불을 끄며 얘기했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는데?"
"킁!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안 그러냐? 메스."
"그렇지. 이 순간에도 죽는 이들이 생길 테니까."
"그럼 누가 더 많이 죽이나 내기하는 거다?"
"후훗. 나이가 들어도 승부심은 그대로군."
"나이가 뭔 상관이야? 그럼 먼저 간다!"
헤츠는 그 말을 하며 검을 들고 마족들과 드래곤이 싸우는 전투의 중심 속으로 돌진했고 메스 또한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나미래는 들고 있던 마족을 바닥에 팽개치며 다르디엔에게 얘기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나도 도우러 가겠네. 내 종족들이 죽는 것을 줄일 수 있으니."
"그렇다면 빠르게 정리하자고."
나미래와 다르디엔까지 전투에 참가하면서 마족들의 숫자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속도로 빠르게 줄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전황은 반전되지 않은 채 그대로 이어졌고 그렇게 승리의 여신은 5종족 동맹의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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