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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26화 (325/360)

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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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4)

가르모스 평야의 외곽. 거대한 평야에서 수많은 전투가 펼쳐지는 가운데 외곽은 아무도 없어 비교적 한산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외곽에 한 명의 인물이 날아와서 바닥에 착지하였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주위를 돌라본 후에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치 그가 기다리고 있던 것을 아는 것처럼 한 명의 여성이 그를 찾아왔다.

"왔습니까?"

"그래."

카리아스는 자신을 찾아온 나르샤를 보며 팔짱을 풀었다.

"대화가 필요합니까?"

"필요하지 않겠지."

"그렇군요."

나르샤는 타르시스가 죽었던 때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는 끊임없이 불타오르고 꿈틀거리는 용암과 같았으면 지금은 마치 잔잔하고 차가운 호수의 물과 같았다. 하지만 호수의 안에는 거대하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괴물이 숨을 죽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 변화를 눈치챈 카리아스는 휘파람을 불며 감탄을 자아내었다.

"대단하군요. 그사이에 이렇게 변화하다니."

"시끄럽고 간다."

나르샤는 카리아스가 감탄을 하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지금 그를 죽이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그런 생각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엔다이론, 샐라임!"

불과 물의 상급 정령이 나르샤의 양옆에 소환되었다. 이어서 나르샤는 가지고 있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두고 한숨을 한번 내뱉은 후에 숨을 들이켰다.

"흐읍!"

그 순간 나르샤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는 것처럼 엄청난 스피드로 카리아스와의 거리를 한 번에 줄였다. 그리고 그 스피드는 카리아스조차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고 나르샤는 스피드를 그대로 검에 실어 카리아스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검이 살을 찢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고 카리아스의 몸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쓰러지려고 했던 카리아스는 다시 몸을 가누면서 손으로 찢어진 상처를 만져대었다.

"...하마터면 바로 죽을뻔했군요."

나르샤의 검이 목을 양단하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나르샤를 인식한 카리아스는 회피동작을 펼쳤고 겨우겨우 목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그칠 수 있었다. 그만큼 나르샤의 공격은 상상 이상이였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무섭고 날카로웠다.

"흡!"

나르샤는 다시 한번 검으로 베지 않고 가슴을 향해 찔러넣었다. 카리아스는 이번엔 검의 궤적을 볼 수 있었고 상체만 옆으로 비트는 것으로 검을 피할 수 있었다. 검을 피한 카리아스가 그대로 손톱을 세우면서 나르샤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톱이 나르샤의 피부에 맞닿으려고 하는 순간 엔다이론과 샐라임이 만들어낸 불과 물기둥이 그를 덮치려고 했다.

결국 카리아스는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검은색의 실드를 만들어 자신을 방어했다. 불과 물기둥은 검은색의 실드에 막혀서 카리아스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때 위에서 나르샤가 떨어지며 검을 내리찍었다.

깡!!

검은색 실드와 검이 부딪히면서 굉음과 함께 불꽃을 뿜어내었다. 나르샤의 검은 실드에 금을 만들었지만 방어막을 관통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을 본 카리아스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힘이 부족한 겁니까?"

"아니. 부서지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르샤는 금이 간 부분에 손을 대고 마나를 운용하여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랜스!"

나르샤의 손에서 화염의 창 여러 개가 튀어나오면서 금이 간 부분을 두드렸고 이내 실드가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방비한 카리아스의 목을 향해 나르샤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서걱.

"큭!"

목이 베이는 것을 피했지만 어깨를 내어주면서 피가 튀어나왔다. 나르샤는 호기를 놓치지 않고 다시 카리아스에 접근하여 검을 휘둘렀다. 나르샤의 맹공에 카리아스는 자신의 몸을 수많은 박쥐로 만들면서 흩어졌고 나르샤에게 거리를 두면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원상태로 돌아왔는데도 어깨에 베인 상처는 그대로 남아서 피를 뿜어내고 있었고 카리아스는 그 피를 손으로 만지며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2번이나 제게 상처를 주다니...지금은 저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래서 인정하면 어떻게 할 건데? 나한테 목숨 구걸이라도 할 거냐?"

"구걸하면 살려줄 겁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해?"

"그럴 리가요."

카리아스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얘기했다.

"단지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까? 왜 당신보다 약한 제가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까...라고."

그 순간 나르샤는 카리아스의 몸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마나 유동을 느낄 수 있었다. 불길하고 검은 연기의 거대한 마나. 그런 마나에 나르샤는 불길함과 동시에 불쾌감을 느꼈다. 카리아스의 몸에서 움직이는 마나는 이내 몸에서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갔고 나르샤가 아닌 가르모스 평야를 향해 날아갔다.

나르샤는 왜 자신이 아니고 평야를 향해 날아가는지 몰랐지만 이어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는 가르모스 평야 전체에 일어났고 그런 변화에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던 마물들과 병사들 그리고 드래곤들까지 잠시 몸을 멈출 정도였다.

"피가?"

마물들의 몸에서 나온 피, 병사들의 몸에서 나온 피, 마족과 드래곤의 몸에서 나온 피. 가르모스 대평야를 빨갛게 흠뻑 적시고 있던 모든 피가 하늘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만의 생명에서 나온 피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로 이루어진 강, 수십 개가 하늘에서 흘러다니고 있었고 그로 인해 주변 광경이 모두 빨갛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피의 강은 모두 한곳으로 모이고 집중되고 있었다. 바로 카리아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반 뱀파이어는 피를 먹는 것으로 마나를 회복하고 일시적으로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피가 카리아스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그들과 다른 하프 뱀파이어. 피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강해지는 효율 또한 다르죠."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로 많았던 피가 한순간에 카리아스에게 흡수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피를 흡수한 카리아스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 조그마했던 송곳니가 입가를 뚫을 듯이 몇배로 커지고 눈이 붉어지면서 몸의 근육이 터질 것처럼 팽창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리아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이 전과 확연히 다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제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알겠습니까? 이곳에서는 수십만의 생명이 흘린 피가 있죠. 이 전장만큼 제게 유리한 싸움터는 없다는 말입니다."

변화가 끝난 카리아스의 몸에서 피로 만들어진 구체가 여러 개 튀어나왔다. 이어서 카리아스가 손으로 나르샤를 가리키자 구체가 나르샤를 향해 날아갔고 그녀는 검을 들어 구체를 단번에 베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검과 구체가 부딪히는 순간 나르샤는 깜짝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깡!!

"베이지 않아?!"

나르샤의 검에는 오러 블레이드를 증명하는 완벽한 오러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그런 오러 블레이드가 피로 만들어진 구체를 베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구체를 베지 못하면서 나머지의 구체가 나르샤의 몸을 두들겼다.

퍼퍼퍼퍽!

"컥!"

마치 단단한 쇠구슬에 맞은 것처럼 온몸에서 격통이 일어났다. 구체에 맞은 나르샤가 뒤로 날아갔지만 구체는 나르샤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녀를 계속해서 따라갔다.

"엔다이론, 샐라임!"

그녀의 말을 들은 상급 정령들이 다가오는 구체를 향해 불과 물기둥을 뿜어내었다. 불과 물기둥에 의해서 구체는 사라졌고 나르샤는 입안에서 올라오는 피를 가까스로 삼키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어떻습니까? 꽤 아프죠?"

"오러 블레이드로도 베지 못하다니...놀랍군."

"피에는 철분의 성분이 담겨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십만의 생명에서 나온 피에 담겨있는 철분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런건가."

"이해가 빨라서 좋군요. 그렇습니다. 오러 블레이드는 철을 가볍게 자를 정도로 놀라운 마나의 검이죠. 하지만 철을 압축하고 압축하고 압축한다면? 오러 블레이드로도 부술 수 없는 철이 만들어집니다."

카리아스는 다시 몸에서 피를 꺼내어 구체 20여 개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액체로 되어있기에 형상 또한 제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죠. 예를 들어서 검."

구체를 이루는 액체가 꿀렁이면서 이내 검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방패."

검의 형상을 띠고 있던 액체가 이번엔 구형의 방패로 변화하였다.

"창, 칼, 도, 메이스."

액체가 카리아스의 말대로 자유자재로 변화하였다.

"이처럼 제 의지에 따라서 모든 형상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피와 별개로 움직일 수 있죠. 자. 이제 상황이 역전되었군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복수를 포기할 겁니까? 아니면 목숨을 구걸할 겁니까? 아니면 도망치실 겁니까?"

카리아스는 나르샤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된다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나르샤는 변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며 검으로 카리아스를 지목했다.

"내 대답은 하나뿐이다."

전과 다름없는 투지와 살기를 뿜어내는 나르샤의 모습에 카리아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어서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고 동시에 피의 구체가 그를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목소리와 정반대의 낮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죽음만이 네년의 미래다."

"과연 그럴까?"

그 말을 끝으로 카리아스가 나르샤를 향해 돌진했고 그 둘이 다시 맞붙기 시작했다.

까까까깡!!

나르샤는 검으로 피의 구체를 튕겨내었고 그와 동시에 상급 정령들이 구체를 녹여버리고 불태웠다. 하지만 그렇게 나르샤와 정령이 움직이는 사이에 카리아스의 손톱이 나르샤의 어깨를 향해 찔러넣었다.

콰직!

"크윽!"

손톱이 살을 파고들면서 피가 튀어나왔고 화끈거리는 고통에 나르샤가 신음소리를 내었다. 나르샤는 접근해온 카리아스에게 폭발 마법을 사용했지만 피의 구체로 만들어진 방패가 그를 보호하면서 카리아스는 멀쩡한 모습으로 뒤로 빠졌다.

그것을 본 나르샤는 블링크를 사용하여 카리아스의 뒤로 순간 이동하였고 무방비한 카리아스의 등을 향해 나르샤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몸에서 나온 구체 5개가 나르샤의 검을 막았고 그와 동시에 구체 5개가 나르샤를 향해 다가왔다. 나르샤는 그것을 보고 뒤로 빠졌지만 그 순간 구체의 형태가 가시처럼 변하면서 나르샤의 몸을 찔렀다.

푸푸푹!

"윽!"

갑자기 늘어난 변형에 미처 완전히 피하지 못한 나르샤의 몸에 가시가 관통하였다. 나르샤는 생긴 상처에 급하게 치료 마법을 사용하여 상처를 메꾼 후에 뒤로 물러났다.

"도망가게 둘 것 같나?"

카리아스는 뒤로 빠지는 나르샤를 바짝 쫒아가며 피의 구체와 신체를 사용하여 압박했다. 나르샤는 그런 카리아스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상급 정령과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카리아스의 몸에서 나오는 검은 마력과 피의 구체로 인해서 카리아스와의 거리를 벌리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갈수록 치열한 접전 끝에 나르샤의 상처는 늘어가고 마나는 줄어가는 반면에 카리아스는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푸푸푹!

나르샤의 마나가 점점 줄어가면서 상급 정령이 힘을 쓰지 못했고 이내 가시처럼 변한 구체에 수십번 찔리면서 정령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리아스는 피범벅으로 변한 나르샤의 목을 손으로 부여잡고 들었다.

"이게 끝이냐?"

"크윽..."

"역시 너의 복수심도 겨우 이 정도였군. 나와 비교가 되지 않아."

카리아스는 무력하게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나르샤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나보다 강한 복수심을 가진 인물이 있나 궁금했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의 소중한 것을 죽이고 파괴하며 부쉈다. 하지만 그 복수심의 칼날이 내 몸에 박히는 일은 없었다. 너조차도."

"....."

"그렇기에 나의 복수는 정당한 것이다. 누구보다 나의 복수심이 위대하고 거대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의 소망을 라자드님이 직접 이루어주실 것이다!"

카리아스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폭소를 했다. 마치 복수를 이룬 것과 같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카리아스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카리아스의 손에 잡혀있는 나르샤의 입에서 웃음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푸흡."

"...하?"

"네가 제일 강하다고 해서...복수심이 강하다고? 크흡! 그런 개소리는 정말...처음 듣네."

"..지금 나를 비웃는 것이냐?"

"비웃을 수밖에.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에...비웃지 않을 수 없잖아?"

우드드...

카리아스의 손에 악력이 늘어나면서 나르샤의 목을 압박했다. 나르샤는 숨이 턱 막히는 것에 괴로워했지만 그녀는 입을 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봐...분노에 미처서...깨닫지 못했잖아?"

"뭘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냐?!"

"그걸...말이라고 해?"

나르샤는 웃음을 계속 잃지 않으며 얘기했다.

"이것이...함정이라는 것을..아직도 모르고 있잖아?"

"..뭐?"

그 순간 나르샤의 몸에서 거대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카리아스는 그녀가 일부러 마나를 남기고 숨기면서 약한 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르샤는 목을 잡고 있던 카리아스의 손을 비틀어서 부러트렸고 카리아스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콱!

"이게...뭐하는 짓이지?"

나르샤는 카리아스의 품속으로 들어가 그의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어 꽉 붙잡았다. 카리아스는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때 나르샤가 소리를 질렀다.

"지금이야!"

그녀의 목소리에 맞혀서 기다리고 있던 수십 명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카리아스에게 달려들었다. 카리아스는 갑자기 달려든 인물을 향해 구체를 날려 보냈지만 구체는 다시 나타난 상급 정령들에 의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수십명의 인물들은 그대로 카리아스를 덮쳤고 그의 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콰직! 콰직!

"...아?"

카리아스의 몸에 수십 명의 이빨이 박혔다. 카리아스는 그들이 이빨로 자신을 무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 한가지의 경우만 빼고.

"설마...너희들 뱀파이어냐?!"

"...정답."

카리아스의 말에 나르샤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온몸의 피부를 뚫고 느껴지는 송곳니.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냄새. 그들이 모두 뱀파이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르샤는 카리아스의 강력한 힘이 어디서 나오나 고민을 했다. 그리고 뱀파이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의 강력한 힘은 그가 지금까지 흡수한 피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흡수한 피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생각 속에서 떠오른 것이 바로 뱀파이어들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쓰읍!

카리아스의 몸에 달라붙은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입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리아스의 몸에 있는 피가 뱀파이어들에게 흡수되기 시작했고 카리아스는 자신의 피가 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증스러운 뱀파이어들!! 감히 누구의 피를 빨아들이는 것이냐?!"

카리아스는 분노하며 검은 마력을 뿜어내는 동시에 구체를 사용하여 자신의 몸을 물고 있는 뱀파이어들을 공격했다. 구체가 뱀파이어들의 뇌를 뚫고 손톱이 목을 강타하며 형상화된 마기가 내장을 터트렸다. 그런 카리아스의 공격에 죽은 뱀파이어들도 있고 중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죽어서도 상처를 입어서도 결코 물고 있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뱀파이어들도 카리아스의 몸에 더욱 달라붙어서 이빨을 박아넣었다.

"이 녀석들! 저리 꺼져라!!"

푸푸푸푹!!

카리아스의 공격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뱀파이어들이 쓰러지면서 피를 뿜어내며 사망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뿜어낸 피가 완전히 뱀파이어들의 몸에서만 나온 것일까? 그에 대한 질문의 정답은 카리아스의 변화에서 볼 수 있었다.

푸푸푹!

"크윽!"

"쿨럭!"

한 번에 즉사했던 공격에 뱀파이어들이 죽지 않고 중상만 입었다. 압도적으로 거대했던 검은 마력이 이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생기가 넘치고 완벽하게 보였던 근육이 말라가면서 탄력이 사라졌다.

그런 변화는 뱀파이어들뿐만 아니라 카리아스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내 힘이..사라진다. 나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

카리아스의 목소리에서 심각함과 동시에 두려움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나르샤는 그제야 붙잡고 있던 카리아스의 팔을 놓았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를 생각해보았다. 죽음? 그것은 네게 벌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네 힘을 빼앗는 것이지."

"이...년이!!"

카리아스는 모든 힘을 다해서 나르샤에게 손을 뻗었다. 그로 인해 그의 몸에 달라붙어있던 뱀파이어들의 상당수가 떨어졌고 라자드에게 물려받은 팔은 뾰족한 검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나르샤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그는 나르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서걱. 푸화아악!

"크아아악!!"

나르샤의 검이 카리아스의 팔을 훑고 지나갔고 이내 라자드가 달아준 팔이 떨어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여기서 악연을 끝내자!"

나르샤는 팔을 자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검을 3번 더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가 검을 검집에 넣는 순간 카리아스의 다리와 팔에서 일제히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내,내 팔과 다리가...힘이..."

카리아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다리와 팔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마치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광경과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안돼...안돼!! 내 복수를 이루어줄 힘이 빠져나간다! 안돼!!!"

카리아스의 처절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오랜 세월의 기다림 동안 인내하게 해주고 자신을 지탱해준 복수심이 피와 함께 빠져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려줄 힘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18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안돼...안됀다고..."

급기야 카리아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피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사지가 잘린 채로 버둥거리는 모습으로. 그러한 처량한 모습에 뱀파이어들은 나르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고 나르샤는 그런 카리아스의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나르샤는 카리아스의 머리카락을 붙잡아서 얼굴을 들며 얘기했다.

"넌 이제 평범한 뱀파이어보다 약한 존재다. 네 복수를 이루어줄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힘이 빠져나간다...힘을 다시 흡수해야해."

"그리고 너는 죽지도 못한 채로 이 고통을 계속 느낄 것이다."

"...힘이 빠져나간다...힘을 다시 흡수해야해."

카리아스는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였다. 마치 정신이 무너진 것처럼. 그런 모습을 본 나르샤는 혀를 찬 후에 옆에 있는 아르셰에게 얘기했다.

"아르셰님. 미리 얘기했던대로 부탁할게요."

"예. 그런데 정말 이걸로 괜찮겠습니까? 저희 마을에서 뿌린 씨앗이니 저희가 거두는 것은 맞지만 끝맺음을 맺지 않아도 괜찮나요?"

"말했잖아요? 그에게 죽음은 벌이 아니라고. 그저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이 벌이겠죠. 그리고..."

"그리고?"

"복수란 것이 그렇게 상쾌하지는 않네요."

수많은 감정이 담긴 나르샤의 쓴웃음을 본 아르셰는 그녀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르셰는 카리아스의 상체를 들고 뱀파이어들과 함께 자리를 이동했다. 카리아스는 여전히 똑같은 말만 하고 있었고 이내 그의 목소리도 멀어져 들리지 않았다.

혼자 남은 나르샤는 잡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 또한 철푸덕 주저 앉았다. 그리고 허무하듯이 하늘을 쳐다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요...아빠."

복수를 마친 나르샤의 눈가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복수심만으로 180년을 살아온 카리아스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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