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3)
-----------------------------------
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3)
리리스는 마족 100여 명을 이끌고 목표로 했던 검은 도마뱀, 비아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예상했는지 다양한 색깔과 특징을 가진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이 리리스의 앞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었다.
"저리 꺼져!"
리리스는 중급 마족 90여 명에게 명령을 내려서 드래곤들을 상대하게 하였다. 그리고 상급 마족 6명만 데리고 리리스는 비아토스를 향해 움직였다. 드래곤과 중급 마족 간의 충돌로 인해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가 일어났다. 하지만 리리스의 눈에는 오직 비아토스. 단 한 마리의 드래곤만 보였다.
"죽여!"
6명의 상급 마족과 리리스가 일제히 비아토스를 향해 마법을 뿜어내었다. 아무리 고룡의 비아토스라고 해도 그들의 동시 공격에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비아토스의 앞에 나타나는 이들이 있었다.
콰콰쾅!!
상급 마족들의 마법을 방어막으로 상쇄시키고 검과 주먹으로 마법을 무효화시켰다. 그렇게 상급 마족들의 마법을 무효화시킨 이들은 드래곤과 인간이였다.
"이 녀석들이 그 상급 마족인가?"
"푸하핫! 굉장히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군. 재밌겠어."
【더러운 마족들은 끊임없이 나오네. 안 그래?】
【딸꾹~ 지겹지도 않나 보지.】
【후훗. 이자들이 상급 마족입니까?】
나이트 왕국의 노사 레이트와 타노스. 그리고 지식의 드래곤 아그리마와 술의 드래곤 디오노스, 그리고 블랙 드래곤의 수장 데미가스. 그렇게 상급 마족들을 상대할 5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지란 말이다!
리리스는 자신의 앞을 막는 이들을 보고 검은 마기를 더욱 뿜어내며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녀의 팔은 거대한 검에 막혀 나아가지 못했고 리리스는 자신의 팔을 막는 인물을 째려보았다.
"네놈!"
"너의 상대는 나다."
리리스를 막은 인물은 바로 메스였다.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로 그녀의 팔을 막았고 이어서 그녀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리리스는 그런 메스의 공격을 뒤로 빠지면서 후퇴하였고 이내 분노를 터트렸다.
"너는 저 검은 도마뱀을 죽인 후에 마음껏 상대해주마! 그러니 썩 꺼져!"
"아니. 비아토스는 너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뭐?!"
"내게 양보를 했으니까. 네게 원한이 있는 것은 바로 나다."
메스는 전투를 치르기 전에 비아토스에게 가서 리리스의 상대를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얘기했다. 실로스 후작의 죽음의 원인에는 리리스가 관여되어 있었고 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비아토스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비아토스는 다른 상급 마족에 비해서 좀 더 강한 리리스와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초인 메스의 굳은 의지가 형상화되어 비아토스의 피부에 느껴졌고 그런 굳은 의지에 감탄한 비아토스는 결국 그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비아토스의 행동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고룡의 드래곤들은 경악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되서 메스가 리리스를 상대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리리스에게 있어서 메스는 그저 복수를 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네까짓 것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리리스는 매혹의 눈빛을 사용하여 메스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그리고 양손으로 메스의 심장이 있는 가슴을 향해 내디뎠다. 하지만 그 양손도 메스의 바스타드 소드에 막혔고 서로 간에 공방이 이루어졌다.
까까깡!
그러나 공방이 이루어져도 메스는 리리스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리리스를 압도하고 있었다. 자신이 밀리고 있는 것에 리리스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는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메스의 바스타드 소드가 리리스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서걱.
리리스는 뒤로 몸을 빼고 자신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만지며 확인했다.
"내,내 얼굴에 상처를?!"
"훗. 역시 매혹이 통하지 않으니 별거 아니군."
메스는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얘기했다.
"눈을 감고도 네 움직임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너의 실력은 그저 매혹 기술이 다라는 거다. 그러고도 상급 마족이라고 할 수 있겠나? 오히려 다른 상급 마족들이 훨씬 강하겠군."
"이...이...죽여버리겠어!"
리리스가 분노하면서 메스에게 달려갔고 그와 동시에 다른 상급 마족들도 자신의 앞길을 막는 이들과 맞붙기 시작했다.
까까깡!
메스는 눈을 감은 채로 느껴지는 리리스의 움직임에 맞혀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리리스는 눈과 몸짓 그리고 목소리로 매혹 마법을 사용했지만 눈을 감는 것으로 2가지를 차단할 수 있었다. 목소리 또한 청각을 리리스가 움직이는 소리에만 집중하면 웬만한 것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미리 메스는 눈을 감고 레이트와 타노스를 상대로 대련을 펼쳤었고 그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휙!
리리스의 팔이 허공을 휘둘렀고 그사이에 메스가 리리스에게 달라붙었다. 리리스는 달라붙은 메스를 떼어놓기 위해서 그를 향해 폭발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메스는 폭발 마법을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 2등분을 했고 리리스가 거리를 벌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앗!"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로 바닥을 긁으며 위로 올려쳤다. 리리스는 그런 메스의 빠른 공격에 방어막을 사용할 겨를조차 없어서 두 팔을 검은 마기로 물들인 상태로 자신을 방어했다.
깡!
"크윽!"
오러가 실린 바스타드 소드를 겨우겨우 막을 수 있었지만 메스의 완벽한 오러에 마기를 뚫고 피부가 찢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팔에서 튄 피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메스는 이어서 바스타드 소드를 내리찍었다.
쾅!!
리리스는 가까스로 옆으로 굴러 메스의 공격을 피했지만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메스는 리리스를 계속 몰아붙였다. 그런 집요한 메스의 공격에 결국 리리스는 옆에서 한 노인과 싸우고 있는 상급 마족을 불렀다.
"이 녀석을 죽여!!"
리리스의 매혹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상급 마족이 그녀의 말을 듣고 노인에게 등을 돌린 채 메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리리스는 자신이 너무 급한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치열한 전투 중에 등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배짱이군."
노인, 레이트는 장검을 두 손으로 잡으며 얘기했다.
"내 앞에서 등을 보이다니."
레이트의 검이 움직였다. 그의 검은 공간까지 자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레이트가 쌓은 검의 경지는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벗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이 레이트의 검이 움직이는 것을 아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찰칵.
어느새 레이트의 검은 검집에 들어가 있었다. 리리스의 명령에 상급 마족은 그대로 메스의 등을 향해 손톱으로 찔러넣었다. 하지만 상급 마족의 손톱이 메스의 등에 닿으려는 순간 상급 마족의 몸이 멈추었다.
...지지직.
마족의 정수리부터 시작해 검에 잘린 단면이 고간까지 한순간에 이어졌다. 그리고 단면이 벌어지면서 피와 내장들이 튀어나왔고 그대로 상급 마족은 바닥에 쓰러졌다. 상급 마족이 쓰러진 것을 본 리리스는 레이트를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늙은 노인 주제에 감히!!"
"쯧쯧. 어리석은 여자로고."
"뭐라고?!"
"네가 지금 무슨 실수를 한 지 모르겠느냐? 너의 잘못된 명령으로 인해서 팽팽했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레이트는 검을 다시 검집에서 꺼내고 한 손으로 잡았다. 이어서 레이트는 타노스와 싸우고 있던 상급 마족의 뒤에 나타났고 검을 휘둘렀다. 상급 마족은 레이트의 검을 막기 위해 팔을 올렸지만 그 순간 타노스의 주먹이 상급 마족의 가슴을 뚫었고 상급 마족은 피를 토하면서 힘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무너진 밸런스는 다시 돌이킬 수 없겠지."
상급 마족 2명을 죽인 레이트와 타노스는 다른 상급 마족들에게 달라붙었고 그들이 만들어준 틈에 고룡 드래곤들은 상급 마족을 브레스로 한 번에 쓸어버렸다. 그렇게 상급 마족 6명이 죽는 데는 단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말도...안돼."
"고수의 싸움일수록 단 한 번의 실수와 틈으로 결과가 맺어진다. 그리고 그 틈을 네가 만들어준 것이지."
"닥쳐!!"
리리스는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메스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메스는 마법을 피하면서 그녀의 팔을 향해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고 바스타드 소드는 매끄럽게 그녀의 팔을 베고 지나갔다.
푸화아악!
"으아아아악!!"
분노에 빠져 미처 마기로 팔을 보호하지 못하여 리리스의 왼쪽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서 메스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리리스의 목을 향해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순간 떨어져 있던 리리스의 팔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동시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서 연기를 없앴지만 이미 연기를 없애고 난 이후에는 리리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놓쳤나?"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메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핏방울들을 보며 얘기했다.
"도움이 필요하나?"
"아닙니다.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직 남아있는 마족들을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처리하고 오도록 해라. 넌 항상 끝맺음에서 실수를 하니까."
"킁. 맞아, 맞아."
레이트와 타노스의 말에 메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메스는 그 둘에게 확신을 가지며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십쇼. 이번은 제대로 끝장낼 겁니다. 그래야 죽은 실로스 후작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테니까요."
"헉...헉..."
리리스는 전속력으로 마기를 운용하여 전장에서 벗어나는 것에 모든 전력을 쓰고 있었다. 마족들을 통제하거나 라자드의 명령을 이행하려는 생각은 그녀의 뇌리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죽고 싶지 않아서, 살고자 하는 의지만이 남아있었다.
"으윽..."
잘린 팔의 단면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료해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정신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다.
"젠장...젠장,젠장!!"
도망치는 와중에도 리리스의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대체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마계의 4대 마족 중 하나인 내가!"
리리스는 마계에서 마왕을 제외하고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대부분의 존재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 환경이 그녀에게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그랬던 기억이 지금은 마침 꿈같이 느껴졌다.
팔 한쪽은 잘려서 떨어졌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죽지 않기 위해서 꽁무니를 말고 도망치는 것에 모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마계 때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으로 하늘과 바닥보다 더 커다란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리리스는 그런 현재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용서 못 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녀석들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자신에게 치욕과 창피를 준 이들을 찢어놓을 거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복수를 위해서 지금은 참고 도망치는 것이라고 정당화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복수를 이루어지게 둘 그가 아니였다.
움찔.
리리스는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것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몸을 앞으로 굴렸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올발랬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리리스가 있던 곳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쾅!!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바닥이 꺼지면서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군."
"이익!"
그 인물은 리리스가 지금 제일 보고 싶지 않으면서 동시에 복수를 할 예정 순위 1위인 메스였다. 메스는 바닥을 내리찍은 바스타드 소드를 다시 들면서 리리스를 향해 다가왔다. 리리스는 그런 메스의 당당한 걸음과 메스에게서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에 뒤로 주춤거렸다.
'이 녀석...이렇게 강했었나?'
자신이 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메스가 더 강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리리스는 눈앞에 있는 메스를 이길 확률이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 벗어나 도망치는 것밖에 없었다.
'매혹 마법을 걸어서 잠시 틈을 만든 사이에 도망...'
움찔.
리리스는 매혹 마법을 걸려고 하는 순간 다시 털이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매혹 마법을 사용하려고 움직이는 순간 저 거대한 검에 2등분이 된다는 것을.
'...죽는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오는 것 같지만 메스의 손은 바스타드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행동을 취하는 순간 검이 피할 수 없는 속도로 휘두를 것이 보였다. 리리스도 명색에 4대 마족에 드는 존재였기에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방어 마법을 사용해도 검을 막지 못해서 죽는다. 시야 방해를 해도 손이 움직이는 순간 검이 손을 자르고 목을 베면서 죽는다. 접근전을 펼치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검에 2등분이 되어 죽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죽는 결과가 그녀의 눈에 보였다.
"....."
어느새 메스의 얼굴이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고 메스는 그대로 리리스를 바라보았다. 메스는 리리스가 예상했던 대로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 순간 그대로 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그녀의 앞에 서서 쳐다보고만 있었고 그녀가 행동하는 것을 기다렸다.
탁.
메스의 압박감과 모든 선택이 죽음에 직결된다는 것에 리리스는 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리고 메스는 그대로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그녀가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살려줘."
"..하아?"
"살려줘...죽고 싶지 않아."
리리스는 두 무릎을 땅에 꿇고 처량한 눈빛으로 메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메스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표정을 지었다.
"...하지마."
수많은 마족들을 지배하고 위에서 바라보는듯한 눈빛을 가지고 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도하고 복수를 위해서 이를 갈며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던 모습은 일절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든 하려고 하는 필사적인 모습이였다.
"...그만둬. 그만두라고."
메스는 그런 리리스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실로스 후작을 죽인 복수의 대상이라고 해도 숙적이라고 인정했다. 자신이 죽일만한 가치가 있고 자신이 죽여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죽여야만 죽은 실로스 후작이 눈을 감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해줄게! 부, 명예 뭐든지! 지금 중급 마족들을 자살하라고 할까? 아,아니면 메블리를 죽이라고 할까? 말만 해. 아니면..."
"닥쳐!!"
메스의 거대한 함성으로 인해 주변 대기와 땅이 흔들렸다. 리리스는 그의 함성에 입을 다물었고 덜덜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메스는 실로스 후작이 죽었을 때보다 더한 분노를 느꼈고 마치 악귀를 떠올릴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장난 치는 거냐?"
"장..난?"
"장난 치는 거냐고 얘기했다!"
"히익!"
리리스는 마치 때리지 말라는 것처럼 남은 한쪽의 팔로 머리를 보호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을 본 메스는 더한 감정이 밑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바스다트 소드를 리리스의 얼굴 앞에 대며 얘기했다.
"내게 방심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지? 응? 진심으로 내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은 아니겠지?!"
"무,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심으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 그런 표정을 짓는 리리스를 보고 메스는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
서걱.
"꺄아아악!!"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를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휘둘러 리리스의 다리에 거대한 상처를 만들었다. 상처에서 인간과 똑같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고 리리스는 그런 고통에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질렀다.
"방어해라. 그리고 나를 공격해라. 아니면 너는 죽을 것이야."
"...뭐?"
"2번."
서걱.
"꺄아아악!!"
또다시 메스의 바스타드 소드가 반대쪽 다리에 상처를 만들어내었다.
"얘기했다. 방어하고 공격하라고."
메스가 압박하며 다시 손을 들자 리리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무의식적으로 메스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데스 볼!"
검은색의 구가 메스를 향해 날아갔고 메스는 그 구를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맞아주었다. 그러면서 폭발이 일어나 눈앞의 시야를 가렸지만 먼지가 사라지면서 보이는 것은 멀쩡한 모습의 메스였다.
"3번."
서걱.
이번에는 어깨를 지나가면서 선혈이 팍 튀어 올랐다. 리리스는 그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다시 마법을 사용해서 메스를 공격했다. 하지만 어떤 마법을 사용해도 메스의 몸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고 그의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
서걱! 서걱! 서걱!
메스는 그렇게 마법을 맞으면서 계속 검을 휘둘렀다.
"10번."
"으으...."
리리스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로 인해서 피로 물들였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메스에게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은 갈수록 약해져갔고 동시에 반격할 의지 또한 사그라들었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그녀의 손에서 나온 마법은 이내 주먹만한 크기도 되지 않았다.
"그게 끝이냐?"
"으으.."
"그게 끝이냐고 물었다!"
"히익!"
리리스는 손에 모은 마법을 반사적으로 메스를 향해 날려 보내고 검은 구가 메스의 몸에 부딪혔다. 하지만 메스의 몸에 부딪힌 검은 구는 마치 방구를 뀌는 것처럼 조그마한 소리를 뿜어내며 사라졌다.
"하하..."
메스의 입에서 실소가 일어났다.
"하하하하하!!"
실소는 이내 커다란 웃음소리로 변해갔고 주위를 떠나보낼 것처럼 폭소로 다가왔다.
"간지럽지도 않아! 진정 이런 자식에게 실로스 후작이 죽었다는 것이냐?! 응?!"
메스는 리리스의 목을 손으로 붙잡고 들어 올렸다. 리리스는 숨이 턱 막히는 것에 고통을 느끼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커컥!"
"실로스 후작은 훌륭한 인물이였다! 나도 존경을 할 정도로 그의 충의는 나를 뛰어넘었고 그의 지혜는 끝이 모를 정도였다. 그가 있었기에 나이트 왕국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그런 그가 너 같은 자식에게 죽었다!"
우드드...
메스의 악력이 점점 세지면서 손이 목을 파고들어 갔고 리리스는 손과 발을 휘저으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녀의 발버둥에도 메스는 마치 망부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적으로 인정했다! 수많은 마족들을 부리고 위에서 강림하는 자리에 있는 너를 적으로 인정하고 실로스 후작의 복수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지금 너의 모습을 봐라!"
"으...아..."
"그저 죽지 않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사용하여 발버둥치고 있다! 내가 적으로 인정한 네가! 그런 하찮은 존재였다면...너에게 죽은 실로스 후작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응? 부디 그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말란 말이다!!"
메스의 말은 진심이였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적으로 알맞은 모습을 보여서 검으로 목을 베어 실로스 후작의 죽음을 조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살,살려줘..."
리리스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였다. 4대 마족의 모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구걸이 진심에서 우러러나오는 말인 것을 눈치챈 메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우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리리스의 고개가 옆으로 힘없이 기울어졌다. 지금까지 시끄럽게 얘기하던 리리스의 목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조용한 침묵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메스는 힘을 잃은 리리스의 몸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등에 다시 메었다.
"네게는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아깝다. 그대로 개들의 먹이라도 되어서 가치 있게 죽어라."
그 말을 한 메스는 모습을 감추었고 리리스의 시체는 그대로 땅에 떨어진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다. 그렇게 4대 마족의 한 명이며 수많은 마족들을 부리고 선망받던 리리스는 비참하고 하찮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