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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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장 가르모스 평야 대전투(1)
드디어 진격하는 날이 밝았다. 성문이 열리고 90만에 육박하는 병력이 세레티 왕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이언 왕국에서 세레티 왕국까지 일직선으로 간다고 쳤을 때 약 30일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말은 즉, 90만 병력이 먹고 마실 보급품 30일 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 그래도 90만이라는 엄청난 대군으로 인해서 행렬의 끝을 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막대한 보급품과 몬스터를 수송하는 철창들까지 합쳐서 행렬의 길이가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그런 행렬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있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로그였다.
로그는 행렬이 움직이는 것을 공중에서 날면서 수많은 사역마들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여전히 그들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수집하고 있었다.
"로그."
"예. 주인님."
듀로크는 로그의 옆으로 날아와서 그에게 얘기를 걸었다.
"아직도 관찰 중이야?"
"모든 정보는 10시간 29분 전에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오차의 범위를 더욱 좁히기 위해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적의 전력도 파악됐어?"
"예. 15시간 38분 전. 마족 102명과 마물 543829마리와 나가 92403마리가 동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상 전투 개시 시간은?"
"약 20일 후. 요리스 왕국의 가르모스 평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군."
듀로크는 로그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로그를 믿고 있었고 그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무리는 하지 마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알겠다.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무슨 이상이 생기면 얘기해라."
"알겠습니다."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내려와서 다시 말에 탑승했다. 30일이나 이동해야 하는 만큼 듀로크도 말을 이용하고 있었고 일반 병사들을 빼고 대부분이 마차나 말에 탑승하고 있었다. 오크들 중에서는 늑대를 타고 가는 이들도 있고 드래곤이나 와이번 라이더는 날아서 움직였지만 그 외에는 모두 같았다.
"20일이라...꽤 길 것 같군."
로그의 말에 의하면 라자드는 세레티 왕국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요리스 왕국에서 1번, 세레티 왕국에서 1번. 총 2번의 전투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1번의 전투를 이기고 나서야 라자드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따로 병력을 운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15시간 전에 출발했다고 하는 마족과 마물의 병력은 지금까지 어떤 병력보다 강력했고 숫자 또한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라자드와의 싸움까지 생각해둔다면 병력을 분배시킬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지. 이젠 남은 것은 정면승부뿐. 아니 그전에 미리 정보 좀 들어볼까?'
로그가 말하기를 요리스 왕국의 가르모스 평야에서 전투가 펼쳐질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요리스 왕국의 헤츠나 모리스에게 미리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을 곧바로 실천하기 위해서 듀로크는 요리스 왕국 진영 쪽으로 말을 이끌어 다가갔다.
"이봐. 모리스."
"응? 무슨 일이지?'
모리스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듀로크를 보고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요리스 왕국에 가르모스라는 평야가 있어?"
"있다."
"그러면 가르모스 평야에 관해서 얘기해줄 수 있어? 크기나 특징 같은 걸로."
"흐음...가르모스 평야는 동쪽에 커다란 숲이 있고 북쪽에는 산맥, 서쪽에는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배수진과 같이 뒤를 보지 않는 수법에 최적화되어있지만 그만큼 매복에 취약한 지형이다. 그리고 평야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높낮이가 심한 곳이 꽤 있다."
"숲과 산맥...그리고 강이라."
듀로크는 모리스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듀로크?"
"아. 고마워. 좋은 작전이 떠올랐거든. 그럼 이만 가볼게."
그 말을 끝으로 듀로크는 로그에게 다시 올라갔고 모리스는 그런 듀로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내 신경을 끄기로 했다. 자신의 말로 인해서 작전의 방향이 잡힌 것도 모른 채.
마족 100명과 마물 50여만 마리, 나가 10여만 마리. 도합 60만에 달하는 대군이 세레티 왕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눈앞에 숲이 있든, 강이 있든, 건물이 있든 간에 그들은 모든 것을 파괴시키면서 전진해나갔다. 그렇게 대군은 약 20일 이동한 끝에 로그가 예상했던 가르모스 평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게 우리가 처리해야 할 벌레들인가?"
"벌레도 저렇게 모이니 꽤 많군요."
가르모스 평야에는 이미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90만의 병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90만의 대군은 평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 광경을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공중에는 와이번과 함께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이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것을 본 리리스의 눈이 번쩍이면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게 치욕을 준 검은 도마뱀! 오늘은 기필코 찢어발길 테다!"
"그러고 보니 모두 앙금을 가진 이들이 있었나?"
메블리는 울리드와 카리아스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에 울리드는 다시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래...나도 잊을 수 없지."
"그럼 각자 상대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저도 이번에는 꼭 그녀의 목을 따고 싶군요."
"그럼 그렇게 하도록. 내가 마물과 나가들을 통솔하겠다. 그리고 듀로크는 내가 견제할테니 마음껏 앙금을 풀어라."
메블리의 말을 들은 3명은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 이 순간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표출해내고 있었다.
"프로드. 당신은 여기 남아있는게 좋을 것 같군."
"예. 안 그래도 그럴 예정입니다. 그저 우리의 승리를 지켜보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니."
"알겠다. 그리고 리리스는 마족들에게 드래곤과 초인들을 맡도록 명령해라."
"나한테 명령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리리스는 빨개진 눈으로 메블리를 째려보았고 메블리는 그런 리리스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메블리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순식간에 리리스의 앞에 나타나서 그녀의 목을 손으로 잡았다.
"커억!"
"네가 언제부터 나한테 기어오를 수 있었지?"
"그,그건..."
"다시 한번 서열 정리를 해줘야 하나?"
메블리는 마기를 뿜어내면서 동시에 리리스의 목을 더욱 압박했고 그로 인해 리리스는 발버둥 치면서 괴로워했다.
"그쯤 하시죠."
"그래. 저래도 전력이 되는 편이니까."
카리아스와 울리드가 말렸고 그 둘의 말에 메블리는 조용히 리리스를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이어서 리리스는 땅에 떨어지면서 숨을 들이켜기 위해서 빠른 기침을 하였고 그런 리리스에게 메블리가 다가갔다.
"명심해라. 분노에 먹혀서 당연한 것을 잊지 말도록."
"알,알겠다."
메블리는 리리스가 자신의 눈을 피하며 눈치를 보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평야에 있는 대군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준비해라. 중간계를 지배하기 위한 마지막 장애물이 눈앞에 있다. 살육과 파괴의 본능을 이끌어내 모든 것을 쏟아내도록. 그러면 마왕님이 우리에게 보상을 내리실 것이다."
도합 60만이 넘는 마물들과 나가들이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메블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블리가 오른손을 드는 순간 그런 기색도 한순간 사라지고 모두 메블리를 향해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다음 메블리의 명령이 내려오는 순간 그들의 태도는 급변했다.
"눈앞의 적을 섬멸해라."
메블리가 돌진 명령을 내리는 순간 마물과 나가들이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표출하듯이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리리스와 카리아스, 울리드도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자기의 숙적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혼자 남은 메블리는 곧이어서 벌어질 대전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럼 저도 움직여볼까요? 슬슬 명령만 듣는 것도 싫으니까요."
"온다!"
"모두 전투 준비!"
서쪽에서 강을 지나고 수많은 마물과 나가들이 돌격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계획했던 대로 진영을 갖춘 왕국의 병력들은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대기를 하고 있었다.
먼저 90만의 병력은 크게 전위와 후위로 나뉘어져 있었다. 전위는 나이트, 요리스, 게덴, 그란, 카무란의 병력이 맡고 있었고 후위는 일루드, 밀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라이언 왕국의 병력이 있는 것으로 5-1-2의 진영을 갖추고 있었다.
또 그들은 지형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 모두 높낮이가 다른 지형 속에서 언덕을 등지고 있었다. 전위를 맡고 있는 병력 중에서도 제일 단단하고 버틸 수 있는 중장갑병들이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단단히 집결되어 마물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드드드...
60만에 달하는 마물과 나가들이 돌진해오는 것에 땅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60만의 대군이 일제히 돌진해오는 광경은 압도적이면서도 현실감이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물들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과 소리가 점점 커져갔고 그 광경이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마물과 5종족 동맹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이내 50미터도 남지 않았다. 침을 흘리며 달려오는 모습, 핏발을 세운 눈으로 괴이한 괴성을 지르는 모습, 흥분한 기색과 표정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5종족 동맹은 그런 압도적인 광경에도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믿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배신하지 않고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크아아아!!
케에에엑!!
갑자기 평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하고 많은 괴성이 들려왔고 마물들은 그 괴성에 돌진하던 기색이 줄어들었다. 이어서 마물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땅이 갑자기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마물들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자신과 다르면서도 같다고 할 수 있는 생명체들을. 거대한 해일같이 몰아치면 오는 몬스터의 떼들을.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의 떼들은 그대로 마물들의 옆구리를 덮쳤고 그렇게 가르모스 평야의 대전투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가르모스 평야 전투가 이루어지기 하루 전. 90만의 병력은 이미 가르모스 평야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다가올 대전투를 위해서 병사들은 명령이 내려오기 전에 휴식을 취하였고 중심인물들은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 마지막으로 회의를 시작할게. 우선 이 평야를 보고 작전을 떠올렸고 로그와 함께 얘기하여 어떻게 전투를 진행할지 정했어."
듀로크는 가르모스 평야가 그려진 지도를 펼치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적은 서쪽에서 올 거로 예상되니까 우리는 남쪽에 진영을 갖출 거야. 그리고 가르모스 평야는 높낮이가 달라서 지형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오르막길에 자리를 잡을 거야. 그 결과 우리가 진영을 갖추는데 제일 좋은 곳이 이곳이지."
듀로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모두 바라보았고 그것을 바라본 메스가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진영은 어떻게 갖출 거지?"
"우선 전위는 후위를 막아줄 정도로 단단해야 하니까 전사와 기사 위주로 배치할 거야. 그러니까 나이트, 요리스, 게덴, 그란, 카무란. 이렇게 5왕국이. 후위는 마법사와 궁수 중심인 일루드와 밀런이. 그리고 다양한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라이언 왕국이 중심을 차지해서 5-1-2로 갈 거야."
"그렇군."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가져온 몬스터들을 동쪽의 숲에 배치시킬 예정이다."
"동쪽의 숲?"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나?"
"첫 번째. 동쪽의 숲에 배치하는 것으로 몬스터의 존재를 미리 숨길 수 있어. 두 번째. 타이밍에 맞혀서 몬스터를 사용하여 적의 옆을 칠 수 있어."
"그렇군요. 적이 서쪽에서 남쪽으로 오면 몬스터들이 그 옆을 그대로 공격할 수 있어요."
"맞아. 그리고 타이밍은 정확히 마물들이 우리 진영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덮쳐야 해. 왜냐하면 깊숙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좋으니까. 그리고 그 타이밍은 아그리마와 디오노스에게 맡길게."
"딸꾹~ 알겠다."
"맡겨줘라."
"이 전투의 핵심 중 핵심이니까 잘 부탁한다."
듀로크의 믿음을 보답하듯이 아그리마와 디오노스의 타이밍은 완벽했다. 마물들이 병사들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깊숙이 들어와 뒤로 빠지지도 못하는 시점, 일제히 몬스터를 가두고 있던 철창이 열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그리마와 디오노스를 비롯한 드래곤들이 드래곤 피어를 뿜어내었고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드래곤이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움직인 곳은 바로 서쪽에 있는 마물들 무리의 옆구리였다.
"크아아아!"
"뿌우우!"
"크레렉!"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 트롤 등 대형 몬스터들도 많았지만 고블린, 코볼트, 놀 등 소형 몬스터들도 대거 존재했다. 그런 몬스터의 숫자가 약 30만 마리에 육박했고 그 몬스터들은 드래곤 피어에 쫄아서 그대로 마물들을 덮쳤다.
콰지지직! 뿌직!
오우거가 몽둥이를 휘둘러서 켈베로스의 머리를 박살냈다. 하지만 켈베로스의 나머지 두 머리가 오우거의 옆구리를 뜯었고 오우거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오우거의 엄청난 악력에 켈베로스의 두 머리가 꿈틀대면서 이내 터졌고 켈베로스는 힘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오우거 또한 옆구리에 당한 상처에서 내장이 튀어나와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트롤은 공중에서 다가오는 가고일을 보고 도끼로 가고일을 향해 휘둘렀다. 가고일은 도끼에 맞으면서 즉사했지만 다른 가고일 2마리가 트롤을 덮쳤고 단단한 발톱으로 트롤의 가죽을 찢겼다. 하지만 트롤의 빠른 회복력으로 상처는 한순간에 사라졌고 트롤은 분노하며 가고일 2마리도 도끼로 분쇄했다.
그것을 본 다른 가고일들이 발톱으로 트롤의 양팔을 붙잡은 채로 공중으로 올라갔고 트롤은 발버둥치며 반항했지만 끝내 가고일이 공중에서 발톱을 놓으면서 추락했다. 추락한 트롤은 머리가 박살났고 빠른 회복력으로도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어 즉사하였다.
고블린 한 마리는 나가에게 달려들었지만 나가는 드워프제 무기를 휘둘러서 고블린을 단번에 이등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고블린은 여러 명이서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는 종족으로 고블린 10마리가 단숨에 나가 한 마리를 덮쳤다. 나가는 드워프제 방어구를 입고 있어서 고블린의 허접한 무기에 뚫릴 리가 없었지만 문제는 모든 부위를 방어구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나가는 고블린 10마리에게 무기 수십번을 찔리면서 고기 반죽이 되어서야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 10마리는 기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켈베로스의 화염에 그대로 불타오르며 죽어버렸다.
이런 싸움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고 한순간에도 수십에서 수백의 생명이 사라졌다.
....!
수많은 마물들과 몬스터들이 달라붙으면서 피와 살의 폭발이 일어났다. 몬스터들은 드래곤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눈앞에 있는 마물들을 뚫고 가기 위해 필사적이였고 마물들 또한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마물 무리의 옆구리를 강타한 결과 마물들의 기세가 움츠러들었고 그 틈을 놓칠 5종족 동맹이 아니였다.
"로그!"
"이제...시작하겠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며 때를 기다리고 있던 로그는 입을 열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KN1E50D, Y2W100A, GD3N200A, I2S30D...."
로그의 입에서 의미 불명한 문자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 문자를 들은 지휘관들은 그 명령에 맞혀서 부대를 통솔하였고 그로 인해 부대들이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자에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듀로크가 작전을 설명하고 중요인물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난 후 로그가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주인님. 새로운 명령체계를 도입하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로그. 네가 이 부대의 총지휘관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제 말에 집중해주십쇼."
로그는 듀로크에게 허락을 받고 테이블 위에 있는 지도에 펜으로 문자를 적기 시작했다.
"전장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그에 맞혀서 빠른 명령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간단한 단어로 함축하여 빠르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로그는 펜으로 적은 문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KN2E200A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이 말은 나이트 왕국 제 2부대가 동쪽으로 200미터 이동한 다음에 공격하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가 말인가?"
"예. 앞의 KN은 나이트 왕국의 축약입니다. 그리고 다음 2는 제 2부대를 나타내는 것이고 E는 동쪽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200은 거리를, A는 공격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즉, 왕국-부대-방향-거리-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군!"
"확실히 그렇다면 빠른 명령이 가능하겠어."
"그럼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K4N50A는 무슨 명령입니까?"
"카무란 왕국의 제 4부대가 북쪽으로 50미터 이동 후 공격하라는 뜻이겠지."
"정답입니다."
로그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루키드가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빠른 대답을 하는 루키드를 다른 이들이 감탄을 하며 바라보았다. 이어서 다른 지휘관들도 로그의 계속되는 반복 설명에 모두 이해를 했는데 문제는 오크 지휘관들이었다.
"취익~ 너무 어렵다."
"취직. 이게 왜 이런 명령이 되는 건가?"
"취윅! 머리에서 불난다!"
오크 지휘관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다른 왕국의 지휘관들이 한 명씩 붙어서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반복되는 학습을 계속 시켰지만 결국 모든 지휘관은 물론이고 로그조차 포기하여 클레아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로그의 새로운 지휘 전달 방법을 지휘관들이 모두 인식하면서 전장에서 바로 사용하였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었다.
"KN1N50A."
"제 1부대는 북쪽으로 50미터 이동한다!"
로그의 말을 들은 나이트 왕국의 제 1부대장인 클로이는 로그의 뜻대로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에 맞혀서 그를 따르는 천명의 기사들이 북쪽으로 50미터 이동했다.
"클로이님! 앞에 약 200마리의 마물이 이동 중입니다!"
"적을 제압한다!"
클로이는 로그가 자신을 이쪽으로 보낸 뜻을 눈치채고 눈앞의 마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돌진했다.
"I14E60A."
"14부대는 동쪽으로 60미터 이동!"
일루드 왕국의 14부대장 하르트는 로그의 말을 듣자마자 명령을 전달하였다. 전투 마법사 천 명은 그의 말에 맞혀서 속도를 유지한 채로 동쪽으로 이동하였고 이내 마물 약 500여 마리에 고난을 겪고 있는 부대가 보였다.
하르트는 로그가 자신을 이곳에 보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고 그 의도에 따라서 명령을 내렸다.
"모두 저 마물들에게 돌격하라!"
전투 마법사들은 하르트의 말에 신체강화 마법을 사용하고 마물들에게 달라붙었고 그로 인해 합동하여 마물 500여 마리를 상대했다.
"M5S100D."
"2부대는 나를 따라 남쪽으로 100미터 이동한다!"
밀런 왕국의 2부대장 린네는 엘프 궁수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화살을 날리며 공격하던 엘프 궁수병들은 린네의 말에 활을 장비한 채로 남쪽으로 이동하였다. 이어서 린네는 로그가 명령한 위치에 도착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북쪽에서 마물 약 천여 마리가 자신의 부대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린네는 자신의 궁수병만으로 그 마물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화살을 날려도 마물들의 전멸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다가온 마물들에게 찢겨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린네는 로그란 인물을 믿기로 했고 자신을 따르는 궁수병을 향해 얘기했다.
"일제히 발사!"
아직 거리가 상당히 멀었지만 엘프의 궁수병은 다른 종족의 궁수병보다 월등한 위력과 거리를 자랑했기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린네의 명령에 따라 궁수병들이 화살을 날렸고 화살은 정확히 마물들을 향해 떨어졌다. 하지만 마물들의 외피에 화살이 팅겨나면서 마물들에게 피해를 많이 줄 수 없었다.
급소에 맞은 마물들만 떨어져나갔고 여전히 멀쩡한 마물들이 거리를 좁혀져 갔다. 하지만 린네는 여전히 궁수병들에게 화살을 쏘라는 명령을 내렸고 마물들은 자신들을 짜증나게 하는 궁수병들을 찢어발기기 위해서 스피드를 올렸다.
그리고 마물과의 거리가 약 50미터 정도 남았을 때 린네는 불안감이 조금씩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을 한 번에 없애는 것처럼 양쪽에서 다가오는 부대가 있었다.
"여긴가?!"
"취익! 그런 것 같다!"
왼쪽에서는 드워프 전사로 이루어진 카무란 왕국의 부대였고 오른쪽에서는 오크 중장갑병으로 이루어진 그란 왕국의 부대였다. 두 부대는 오자마자 엘프 궁수병의 앞에 진형을 갖추면서 자리를 잡았고 이내 마물들이 돌진해오는 것에 맞대응했다.
쾅!!
마물들은 돌진력을 실은 채로 부딪혔지만 두 왕국의 전사 진형을 뚫지 못했다. 제일 단단한 부대라고 볼 수 있는 두 부대로 인해서 엘프 궁수병에게 마물의 공격은 일절 닿지 않았고 린네는 단단한 전위를 보며 외쳤다.
"계속해서 화살을 발사해라! 정령까지 사용해도 되는 것을 허락하겠다!"
정령을 사용하면 파괴력이 강해지는 대신 준비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지금 전위가 저렇게 단단하게 버텨주니 확실하게 사살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였고 그로 인해 마물 천여 마리는 3부대의 단결에 쓰러져나갔다.
이와 같이 로그의 명령에 90만의 병력은 수백, 수천으로 나누어져 마치 모두 별개의 부대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였고 로그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초인이 나설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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