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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22화 (321/360)

27장 5종족 동맹(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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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장 5종족 동맹(4)

라이언 왕국에서 5종족 동맹이 이루어진지 약 2주가 지났다. 그 시간 동안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마무리되었고 진군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진군에 앞서 5종족 동맹의 병력들이 모두 집결하고 있었다.

마법사 5천, 병사 3만, 궁수 4만 5천으로 이루어진 밀런 왕국.

병사 2만, 마법포 200문으로 이루어진 카무란 왕국.

마법사 1만, 용병 9만으로 이루어진 요리스 왕국.

수인족 15만으로 이루어진 게덴 왕국.

마법사 8만으로 이루어진 일루드 왕국.

마법사 1만, 기사 9만으로 이루어진 나이트 왕국.

병사 20만으로 이루어진 그란 왕국.

마법사, 암살단, 기사, 병사 등 18만으로 이루어진 라이언 왕국.

총 90만이 넘는 병력. 거기다 드래곤 수십 마리와 와이번 라이더 및 친위대 오크들까지. 그들이 모인 것만으로 라이언 왕성을 가득 채울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들의 중심에는 듀로크가 있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여.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엘프, 드워프, 인간, 오크 그리고 드래곤까지. 5종족이 모두 모여서 동맹을 맺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처음이다. 우리의 과거는 서로 전쟁을 펼치고 죽이고 싸움을 펼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과거를 떨쳐내고 이렇게 5종족이 모일 수 있던 것은 모두 공통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90만이 넘는 이들이 자신을 집중해서 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간이 큰 듀로크라도 그런 압도적인 이들의 앞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입을 열자 긴장은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지금까지 쌓였던 감정들이 말에서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 대륙을 위협하는 라자드를 없애고 대륙의 안전을 되찾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내일 적의 본거지인 세레티 왕국으로 진격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동맹을 맺기 위해서 노력했던 자신의 행동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과 시간이 지금 눈아펭 있는 90만의 병력을 만들어내었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적의 전력은 예상보다 강력하다. 마족은 100명이 넘고 마물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숫자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계획적으로, 완벽하게 싸운다고 해도 수많은 희생자와 사상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런 말은 오히려 사기를 떨어트리고 역효과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자신을 믿고 모인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우리는 라자드를 없애고 이 대륙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고 우리의 가족, 친구, 왕국을 지킬 것이다. 그로 인해 후세는 안전하게 평화를 맞이하며 지낼 것이다. 이것은 내 이름, 명예,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켜낼 것을 맹세하겠다."

듀로크가 마나를 뿜어내면서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런 듀로크의 진심을 듣고 있는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었고 어떤 때보다 그의 말이 든든하게 다가왔다.

"나를 믿고 따라주겠나?"

쿵!!

90만의 병력이 발로 땅을 가격하면서 대답했고 그로 인해 땅이 울렸다.

"내게 목숨을 맡겨주겠나?"

쿵! 쿵!

90만의 병력이 듀로크를 믿고 따라오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왔다.

"...알겠다. 당신들의 뜻이 그렇다면 나도 내 모든 것을 바치도록 하겠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고 나는 이것을 사실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당당하게 역사의 한 구절로 남을 것이다!"

우와아아아!!

90만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그 함성은 듀로크가 들은 어떤 함성보다도 거대했다. 그리고 그 함성은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감정을 폭발시키듯이 길게 이어져 나갔다.

그렇게 함성이 길게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병사들의 흥분이 가라앉혀져갔다. 그리고 다시 침묵을 유지하는 병사들을 향해 듀로크는 얘기했다.

"내일 우리는 세레티 왕국으로 진격한다. 그렇기에 오늘 간단한 축제를 열도록 하겠다."

듀로크의 말에 많은 이들이 듀로크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어서 하는 그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왜냐하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음에도 이 장소에 또 있을 거라고 보장을 하지 못하니까."

"......"

"술을 즐기되 만취하지 말고 싸움을 하되 부상을 입지 마라.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만들어라. 후에 있을 일을 대비해 후회를 만들지 마라. 그리고 모든 종족이 모여 지금까지 쌓였던 앙금을 풀어라. 그것이 우리의 전쟁에 있어서 첫 번째로 할 일이고 제일 중요한 일이다."

듀로크는 어느새 술병 하나를 꺼내 들고 90만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오늘은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 우리는 세레티 왕국으로 진격한다!"

우와아아아!!

그렇게 최후의 만찬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가 열렸고 90만의 병사들은 어느 때보다 축제를 즐기기로 하였다.

90만의 병사들이 모두 술과 음식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인연이 있는 이들끼리 모이는 이들도 있었고 서로 모르는 이들끼리 관계를 넓혀가는 이들도 있었다.

"내일도 살아남기 위하여!"

""위하여!""

피터는 뤼나티크와 그레이, 스티아랑 만나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도 수많은 이들이 서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런 대화 소리에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피터는 싫지 않다고 생각했다.

"크으...얼마만에 먹는 술이냐!"

"그러게. 이렇게 제대로 먹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네."

"뭐. 그것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딱!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아야야. 알겠다고."

그레이와 스티아는 여전히 똑같았고 그런 둘을 피터는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뤼나티크는 그런 피터를 보고 얘기했다.

"피터군. 자네는 이번엔 어디에 배치되었는가?"

"저는 여전히 똑같이 전략가로 활동할 것 같아요. 로그님이 내리는 명령을 듣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세한 지휘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가? 그러고 보면 참 짧은 것 같지만 오래 걸린 것 같네."

"예?"

"지금 여기까지 오는데 말일세."

"...그렇네요."

피터는 처음으로 라이언 왕성에 들어가기 위해 지원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5종족이 모이는 날까지 수많은 사건이 있었고 잊을 수 없는 경험도 있었다. 뤼나티크의 말대로 짧으면서도 오래 걸린 것과 같은 나날이였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그렇다네. 그리고 끝맺음이야말로 제일 중요한 것이지."

"끝맺음이라..."

피터는 이제 마지막 전쟁이라는 것이 확실히 몸에 와닿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그의 눈에 두 명의 인영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고 피터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아는 체를 했다.

"어? 이츠님?"

"응? 뭐야? 피터라고 했나?"

두 인영은 이츠와 위스퍼였다. 그들은 술과 간단한 음식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 그들이 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석하시겠습니까?"

"그래도 돼?"

"예.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른 분들도 괜찮죠?"

"그래."

"상관없네."

3명도 피터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야. 대신 재밌는 것을 가르쳐줄게."

"재밌는 것 말입니까?"

이츠는 위스퍼와 함께 피터가 만들어준 자리에 착석했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기했다.

"이곳에는 수많은 인원들이 있지.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요 인물들이 제각각 모여서 놀고 있어. 그리고 그걸 보면 꽤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지."

"그런가요?"

피터는 주변에 너무 많은 이들이 있고 시끌벅적해서 아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그게 다 보이거든. 더구나 주요인물들의 정보는 모두 가지고 있지. 술자리의 안주 삼아서 얘기해볼까?"

"재밌을 것 같은데?"

"예. 부탁드릴게요."

"좋아. 그럼 먼저 저기에 한 명의 여성과 그 손을 붙잡고 가고 있는 중년이 보이지?"

이츠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그제야 그런 인물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예. 보입니다."

"저 둘은 요리스 왕국의 모리스와 뱀파이어 아르셰야. 둘이서 서로 그런 사이지."

"호오?"

"둘이 그런 사이였습니까?!"

술자리에 연애 얘기만큼 핫한 주제도 없었다. 자기의 말에 흥미를 가지는 것을 본 이츠는 계속 얘기했다.

"저쪽에 보면 나이트 왕국의 메스와 게덴 왕국의 베로나가 있지? 둘은 벌써 결혼도 약속한 사이라고. 그리고 그 둘을 뒤에서 미행하고 있는 4명은 나이트 왕국의 인물들이지. 아무드 국왕과 수호기사 크리드. 그리고 나이트 왕국의 두 괴물 타노스와 레이트."

"그렇군요."

"그리고 저기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 일루드 왕국의 제네스와 루키드가 보이지? 그 옆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그 유명한 레드 드래곤 카르티네와 반마족 맥이지. 저 둘도 조금 그런 사이인 것 같더라고."

"예?!"

"드래곤과 반마족이 말입니까?!"

"확실치는 않지만. 자신들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지금 제일 시끄러운 저쪽이 보여?"

"예."

이츠가 가리킨 곳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둘러싸서 응원을 하고 있었고 그 중심은 사람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저쪽은 지금 요리스 왕국의 헤츠와 나미래가 팔씨름을 하고 있을걸? 저번의 패배를 설욕한다나 뭐라나? 그런 헤츠도 나미래에게 자신의 반려자가 되어달라고 말했었다."

"진짜로요?!"

"장난 아닌데?"

피터는 이츠가 하는 말을 듣고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이츠가 그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다시금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언 기사단장 르와 제이슨, 그리고 게덴의 최측근인 스. 또 이곳저곳에서 퍼져있는 드래곤 등 이곳에는 수많은 중심인물들이 있지."

"그렇군요."

"그리고 여기 있는 매트 왕자 또한 마찬가지지."

이츠는 술을 들이키며 지나가고 있는 매트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매트는 에밀리와 같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츠가 자신을 지목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라워하는 표정이었다.

"이츠. 그리고 피터님까지?"

"자리가 없어서 찾고 있던 거 아냐? 괜찮으면 합석하지 그래?"

"그렇습니다. 여기 앉으시지요."

매트는 그들의 권유에 어떻게 할지 고민했지만 이내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면 실례하겠습니다."

매트와 에밀리도 착석을 하면서 총 8명의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이들도 있고 자주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똑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란 왕국에서 전쟁을 치르고 살아남았고 내일부터 또 다른 전쟁을 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통점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서 생기는 어색함을 단번에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고 같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더욱더 단단하게 뭉쳐주는 시간이 되었다.

듀로크는 언덕에 앉아서 90만이 넘는 병사들이 짧은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그런 광경을 보며 사색에 젖어있었는데 그런 듀로크에게 다가오는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클레아냐?"

"어떻게 아셨어요?"

"네 발걸음을 모를 수가 없지."

"그런가요?"

클레아는 간단한 안주와 술병을 가지고 듀로크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듀로크가 먹을 수 있도록 옆에 가져다주며 얘기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어요?"

"그냥...이 광경을 보려고 얼마나 많은 일을 했나 싶어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과 했던 행동들을 떠올려보고 있었어."

"그러네요."

클레아는 마치 그리운 광경을 보는 것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클레아를 보고 자신의 옆에 항상 클레아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클레아가 없었다면 지금과 다른 미래가 되어있을 수도 있었다.

"클레아."

"예?"

"고맙다."

듀로크의 말에 클레아는 조용히 듀로크의 어깨에 고개를 대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클레아의 옆구리에 손을 얹어두고 조용히 광경을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심정이였지만 클레아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슬슬 갈게요."

"그란에게 가는 것이냐?"

"예. 그쪽도 지금 열심히 거든요."

"그런 것 같더군."

그란과 오크들은 지금 각 왕국들이 모인 곳을 왕래하면서 같이 술을 마시며 접촉하고 있었다. 듀로크가 말했던 대로 지금까지 쌓였던 앙금을 풀고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번 만남으로 수백, 수천 년 동안 쌓였던 앙금이 한 번에 풀릴 리가 없었다.

그 예로 오크를 제일 혐오하는 엘프들은 그란과 오크들이 다가왔을 때 기피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르샤와 그란을 대표로 서로 교류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오크와 엘프가 합석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하고 술을 마셨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기피하며 혐오하는 엘프도 있었다. 하지만 오크들의 진솔한 모습과 노력하는 행동, 그리고 적과 적이 아니고 같은 공통점을 가진 동맹이라는 점 등에 의해서 오크들과 교류하는 엘프들도 생겼다. 그것도 기피하는 이들보다 교류하는 엘프가 더 많을 정도로.

그런 광경을 보고 있던 듀로크는 클레아가 그란과 오크들을 도와주러 간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무리는 하지 마라. 내일부터 힘드니까."

"예."

"그리고 꼭 살아남아라. 알겠지?"

"그럼요. 저도 아직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또..."

"또?"

"아직 듀로크 오빠랑 하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클레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듀로크는 그런 클레아의 뒤를 계속 지켜봤고 이내 입을 열었다.

"오래 기다렸나?"

"글쎄. 그렇게 오래는 아닌 것 같군."

듀로크는 클레아와 대화를 하면서도 자신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인물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지금까지 같이 온 벨리온이였다.

"무슨 일이냐? 클레아가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단둘이 얘기했으면 하는 내용이다 보니."

"음...나는 남자를 좋아하지는 않아. 미안하다."

"그건 나도 아니거든? 그리고 왜 내가 차이는 거냐?"

"아냐?"

벨리온은 듀로크의 농담에 피식 웃음을 지었고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이제 내일이면 라자드를 향해 진격을 하게 된다."

"그래."

"듀로크. 전에 만났던 점쟁이를 기억해?"

"응. 루미나라는 점쟁이였지. 지금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어."

"그녀가 그때 내게 얘기했었지. 본능과 이성을 두고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그랬었나?"

"그리고 너도 알 것이다. 라자드는 마족들을 복종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 또한 마족이다."

"...그래서?"

"아직은 괜찮지만 라자드에게 가까워질수록 나는 내 몸의 억제권을 점점 잃을 것이다. 그리고 끝내 너희들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듀로크는 벨리온의 말을 듣고 그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너와 만났을 때 나는 봉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봉인 마법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봉인해달라?"

"그렇다."

벨리온의 진지한 표정을 본 듀로크는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알고 있으라고. 너를 봉인해도 우리가 지면 너는 영원히 봉인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지지 않을 거잖아. 안 그러냐?"

오히려 확신을 갖고 얘기하는 벨리온의 모습에 듀로크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생각이 말끔해졌다.

"푸하핫! 그래..이기면 모두 해결되지. 이기고 다시 봉인을 풀어주면 되는 거니까."

"그럼 부탁한다."

"그래. 맡겨줘라. 봉인이 풀리면 모든 것이 끝나있을 거다."

"당연히 그래야지."

벨리온은 그 말을 끝으로 듀로크에게 봉인 마법진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벨리온 또한 축제를 즐기러 간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혼자가 된 듀로크는 클레아가 놔두고 간 음식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듀로크는 어떤 인물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거야?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다고."

듀로크는 혼잣말로 불평을 하며 자신을 찾아온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인물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지 듀로크는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넌..그 루미나라고 했던 점쟁이?"

"오래간만입니다. 듀로크님."

"갑자기 내게 무슨 볼일이지?"

"제가 듀로크님을 찾은 이유는 듀로크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점...인가?"

"예. 마지막 결전에 앞서 저도 미래를 잠시 엿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마족분은 갈림길에서 잘 선택하신 모양이군요."

"그래. 네가 얘기했던 대로 말이지...그래서 미래는 어떻게 되었지?"

"두 가지의 미래가 나왔습니다."

"평화와 멸망인가?"

"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군. 평화는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멸망은 대체 어떻게 멸망한다는 거지?"

"이 세계가 다시 재건축됩니다."

"재건축? 그게 무슨 말이야?"

"라자드가 이길 경우 그는 신이 됩니다."

"신? 그...트레비아?"

듀로크는 루미나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예. 듀로크님이 패배할 경우 라자드는 새로운 신이 되어 이 세계를 다시 재건축합니다. 그리고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이 트레비아 대륙은 멸망을 피하지 못합니다."

"그건 또 새로운 이야기네. 즉...라자드는 새로운 신이 되려고 한다는 건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라자드가 신이 되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듀로크님. 당신뿐입니다."

"나 뿐이라..."

듀로크는 트레비아가 작성한 책을 배낭에서 꺼내며 얘기했다.

"너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거지? 이 책에도 적혀져 있지 않..."

듀로크는 루미나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어느새 루미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있었다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서 마치 환각을 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자신이 사라지는 기색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뭐지? 잠시 꿈을 꾼 것일까?"

하지만 그때 가지고 있던 책의 남색 빛깔이 잠시 빛났고 듀로크가 그 빛을 보고 책을 다시 바라봤을 때는 이미 그 빛은 사라진 상태였다. 듀로크는 그런 현상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책을 배낭에 넣었고 그렇게 짧은 축제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진격하는 날짜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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