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19화 (318/360)

27장 5종족 동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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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장 5종족 동맹(1)

메블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듀로크와 3마리의 레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다른 곳에서 여러 마리의 레드 드래곤들이 마물들을 상대로 브레스를 쏘며 병사들과 함께 처리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놀랍군요. 대체 어디서 이들을 데려온 겁니까? 레드 드래곤들은 카무란 왕국에 있었을 텐데요?"

"네 녀석의 속셈은 뻔히 알고 있었지. 텔레포트 교란진을 펼친 것도 네 녀석의 짓이지?"

"글쎄요."

메블리는 모르겠다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 올렸지만 듀로크는 그가 한 짓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여튼 쓸데없는 대화는 여기까지 하지. 그리고 잘 가라."

듀로크는 만들어놓은 파이어볼 수십 개를 메블리에게 쏘았고 레드 드래곤 3마리도 입을 벌려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 공격이 일제히 자신에게 오는 것을 본 메블리는 검은 마력으로 방어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메블리는 방어막으로 막는다고 해도 자신에게 승산이 적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흐음...어떻게 할까요? 밑천을 보이고 싶지는 않은데.'

모든 전력을 뿜어낸다면 어떻게든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밑천이 바닥난 존재가 어떻게 되는지 메블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밑천을 보이기 싫어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죽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군요. 그렇다면..."

메블리는 결국 밑천을 보이기로 결정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그때 그의 뒤에서 검은 구멍이 생성되지 않았더라면.

퍼퍼펑!!

듀로크의 파이어볼과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는 메블리의 실드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갑자기 실드 앞에 완전한 어둠으로 만들어진 칠흑의 방패가 생성되었고 듀로크와 레드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그 방패를 본 적이 있는 듀로크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라자드! 또 네놈이냐!"

[항상 미안하군. 이 녀석도 데려가겠다.]

구멍에서 라자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메블리를 검은 연기가 감쌌다.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레드 드래곤들은 반응하지 못했는데 한번 당해본 듀로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봐! 선물이니 가져가라고!"

듀로크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헬파이어를 구멍을 향해 날려 보냈고 헬파이어는 메블리와 함께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메블리가 사라지자마자 구멍도 함께 모습을 감추었고 그 광경을 본 레드 드래곤들은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라자드 녀석이 메블리를 데려간 거겠지. 어지간히 부하는 잘 챙기는군."

【그럼 계획대로 된 것인가?】

"그래. 성공했어."

듀로크는 음흉한 미소를 씨익 지으며 얘기했다.

"로그. 제대로 보이냐?"

[예. 이상 없이 보입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관찰하는 것을 모두 기록하도록."

[알겠습니다.]

"자. 그럼 계획도 성공했으니...이제 주위를 정리해볼까?"

듀로크는 메블리가 사라졌는데도 오히려 기분 좋은 듯이 웃었고 이내 레드 드래곤들과 함께 상황 정리를 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콰쾅!!

듀로크가 사용한 헬파이어가 터지면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동한 메블리는 물론이고 라자드 또한 그 폭발에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메블리는 폭발의 충격이 사라진 후에 주변을 훑어보았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여긴?"

주변에는 수많은 마족들이 서 있었다. 마계에서 어느 정도 이름 나가는 마족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될 정도로 수십 명이 넘는 마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족들이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고 가까이 가서 보니 눈에 초점이 맺혀있지 않았다.

"궁금한가?"

"궁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군요. 그리고 저를 위해서 이렇게 움직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블리는 라자드에게 고개를 수그리며 예를 표했다.

"아니. 그저 유용한 말을 아직 아끼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네 궁금증에 답하자면 이곳은 현재 실험소로 사용하고 있다."

"실험소...말입니까?"

"그래. 리리스가 마족들을 매혹하여 강화시키고 있다. 다가올 전투에서 이들을 사용하면 그래도 많은 효과를 발휘하겠지."

"그렇군요. 이견이 없습니다."

확실히 검은 마력이 풍부한 이곳에서 리리스의 매혹을 사용하여 지배한다면 좋은 말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 이제 저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다가올 전투를 대비해서 잠시 대기하고 있어라. 다가올 전투는 전면전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군. 너까지 실패하다니."

"죄송합니다. 의외의 변수가 있었습니다. 벌은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아까 말했을 텐데? 쓸만한 말을 아끼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만 얘기하고 잠시 대기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 대신 다른 마족들을 통제하고 있어라. 참고로 다리엘은 죽었다."

"다리엘이 죽었습니까?"

다리엘이 죽었다는 말에 메블리는 오히려 기쁨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메블리의 미소를 라자드는 모른 척하고 지나갔다.

"그래. 다음 전투는 리리스, 울리드. 그리고 네가 이 마족들을 이끌고 전면전을 펼칠 것이다. 그 중 총 지휘관은 네 녀석일 것이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메블리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고 라자드 또한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그 둘은 눈치채지 못했다. 라자드가 만든 구멍을 통해 들어온 것이 메블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구멍을 통해서 들어온 벌레는 조용히 날개를 움직이며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레드 드래곤들에 의해서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올라갔다. 그리고 클레아 또한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간 사이에 친위대 오크들을 데리고 마물들을 향해 돌격했다.

"오크 병사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취이이익!!"

클레아가 검을 들고 앞으로 돌진하자 오크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따라왔다. 레드 드래곤들의 활약으로 많은 마물들이 죽었지만 여전히 많은 마물들이 남아있었고 그들은 돌격해오는 오크들을 향해 부딪혔다.

퍼퍼퍼퍽!!

"취이익!"

"죽어라!"

"케에엑!"

마물들과 오크 병사들이 맞붙으면서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꺼졌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클레아 또한 검을 휘두르며 최선을 다해 마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나빴던 것인지 클레아의 앞에는 오우거가 있었고 클레아와 눈이 마주친 오우거는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부웅!

클레아는 밑으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나무 몽둥이를 가까스로 피했다. 그와 동시에 클레아는 검으로 두꺼운 오우거의 발등을 향해 휘둘렀고 남은 마나를 활용한 덕분에 힘줄을 베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크어어어!"

힘줄이 잘리면서 오우거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클레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쓰러진 오우거에게 달려갔고 검을 오우거의 미간을 향해 찔러넣었다.

"하앗!"

푹!!

검에서 가죽을 뚫고 살을 휘젓는 감각이 느껴졌다. 미간을 관통당한 오우거는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축 늘어졌고 클레아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클레아는 방심을 했고 그녀의 뒤에서 다가오는 켈베로스를 보지 못했다.

"취이익! 클레아!"

친위대 오크 1명의 외침에 클레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켈베로스의 입이 클레아의 얼굴 앞에 다가와 있었다. 클레아는 켈베로스의 입에서 나오는 뜨거운 입김과 지독한 냄새를 맡으며 죽음의 위기를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마치 주마등처럼 수많은 기억이 지나갔고 한가지의 인물이 떠올랐다.

'듀로크 오빠.'

지금 누구보다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런 듀로크를 다시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에 엄청난 슬픔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사라지기도 전에 켈베로스의 입이 움직였고 그녀의 목에 이빨을 들이대었다. 그런데 이빨이 클레아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 하나의 폭발음이 들렸다.

쾅!!

주먹에 맞은 켈베로스가 몇 미터 뒤로 날아갔고 그 충격에 켈베로스는 일어나지 못하고 기절했다. 클레아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 이해하지 못하다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인물을 바라보는 순간 클레아의 두 눈에 습기가 차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듀로크 오빠!"

"미안. 내가 늦은 것은 아니지?"

누구보다 보고 싶었던 듀로크가 옆에 있었다. 클레아는 자신의 몸이 피범벅으로 되어있는 것을 잊은 채 듀로크를 꽉 껴안았다. 그런 클레아를 듀로크는 피하지 않으며 한 손으로 조용히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었다.

"...듀로크다."

"취익! 듀로크다!"

"듀로크가 돌아왔다!"

듀로크를 알아본 오크들이 한 명씩 얘기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 말은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듀로크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오크 병사들의 사기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고 그로 인해 마물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또한 그 소식을 들은 이들이 듀로크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이 녀석! 어디 있다가 이제 온 거냐?!"

"쿠로딘. 살아있었네?"

"그럼 죽을 줄 알았냐?! 이 녀석아! 아직 죽으려면 수십 년은 있어야 한다고!"

"돌아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나도 믿고 있었어."

"르와 제이슨도 버티느라 수고했어. 아르셰도 활약을 펼쳤다고 들었다."

"당연한 일인걸요?"

듀로크는 인연이 있는 이들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 안심을 하면서 클레아에게 고개를 내려서 그녀에게 시선을 맞혔다.

"클레아. 네가 제일 수고한 것 같구나."

"아니에요. 모두...듀로크 오빠를 위해서였어요."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듀로크가 클레아를 쓰다듬으며 얘기했고 클레아는 그 한마디로 지금까지 힘들었던 경험과 노고가 한 번에 싹 사라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예. 듀로크 오빠도요. 이만 가세요. 제가 듀로크 오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죠."

솔직히 클레아는 듀로크를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듀로크를 보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를 놓아주었다.

"그래. 그럼 갔다 올게. 이제 나와 드래곤들에게 맡기렴."

듀로크는 그 말을 하며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여전히 전투를 치르고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든 병사들은 일제히 뒤로 후퇴해라! 내 마법에 맞고 싶지 않다면 빨리 움직이는게 좋을 거야!"

거대한 힘이 들어간 듀로크의 말을 병사들은 모두 들을 수 있었고 일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부상당한 병사들도 다른 이들에게 부축 당하면서 움직였고 듀로크는 남은 마물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드래곤들은 지금이다!"

지금까지는 병사들 때문에 소극적으로 공격했지만 이제는 가릴 것이 없어졌다. 그렇기에 드래곤들은 맘 놓고 입을 벌리며 화염 브레스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듀로크 또한 쉼 없이 마법을 시전했다. 대공을 맡던 마물들이 와이번들에게 전멸당한지 오래여서 마물들은 날면서 마법을 쏘는 드래곤과 듀로크에게 반격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일방적인 학살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후우..."

일방적인 학살의 시간이 지나갔다. 얼마나 마법을 시전했을까? 모든 이들의 눈앞은 화염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화염을 불타오르게 해주는 재료는 바로 수많은 마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았던 마물들도 이제는 움직이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십여 마리의 레드 드래곤과 듀로크의 일방적인 공격에 전멸한 것이다.

그런 광경을 병사들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들이 그렇게 힘겹게 싸우던 마물들을 순식간에 전멸시켜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상상을 초월한 무력을 실제로 직접 봐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지금 현실을 믿을 수 없어서 그런 것일까? 어떤 것이 이유가 됐건 간에 병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화염이 불타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침묵도 오래가지 않았고 한 명의 병사가 무기를 떨구며 얘기했다.

"이...겼어."

"...응?"

"이겼다고! 우리가 지켜낸 거라고!"

병사는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한 명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긴 건가?"

"우리가 지켜낸 거라고?"

"이겼다..."

"지켜냈다고!"

""우와아아아!!""

병사들의 소리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내 함성으로 변했다. 함성 속에 지금까지 그들이 느낀 노고와 감정 등이 담겨 어떤 때보다 크게 병사들의 마음속을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함성 소리에 와이번을 타고 있던 피터도 승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겼군요...우리가 이겼어요."

피터는 가슴 속에서 감정이 복받치는 동시에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도감, 기쁨, 환호 등 다양한 감정이 눈물을 통해서 분출되고 있었다. 와이번을 같이 타고 있던 브릭 또한 피터의 고생을 알았던 것인지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취이익~ 수고했다."

"예...브릭도 수고했어요."

피터는 아직 촉촉한 눈으로 밑에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병사들 중에서도 자신과 같이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토해내는 이들도 있었고 갑옷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피터의 눈에 아는 인물들이 보였다.

"브릭! 저기로 이동해주세요!"

"취이익~ 알겠다."

피터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브릭은 와이번을 움직여서 하강하였고 피터는 땅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와이번의 등에서 내렸다. 그리고 밀집된 병사들을 밀치며 나아갔고 이내 목표했던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레이! 스티아!"

"피터?"

"너?"

그레이와 스티아는 온몸이 상처와 피로 가득하여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승리의 함성에 같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피터의 모습에 깜짝 놀라워했다.

퍽!!

"윽!"

"야! 뭐 하는 거야?"

피터는 그대로 돌진하여 그 둘을 바닥에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런 피터의 행동을 그레이와 스티아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피터는 그 둘을 양팔로 껴안으며 얘기했다.

"정말...다행이야..둘이 살아있어서...정말...다행이야."

울먹거리는 목소리와 떨고 있는 몸을 통해 그레이와 스티아는 피터가 정말로 안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레이와 스티아는 서로를 쳐다본 후에 피터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죽는 줄 알았어? 우리도 웬만한 수라를 뚫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그래. 확실히 이번엔 죽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어떻게든 살았잖아?"

"뭐...죽을 뻔했다는 말은 인정하겠지만."

"그렇지?"

그레이와 스티아는 서로 농담을 하며 얘기했지만 피터는 여전히 아직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는지 말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피터에게 그레이는 얘기했다.

"피터. 우리가 그란 왕국을 지킨 거라고. 그리고 승리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너야."

"하지만 듀로크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그래. 확실히 듀로크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지킬 수 없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듀로크님이 오실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 영감."

"허허허. 온 것을 알고 있었나?"

"당연하지. 누굴 물로 보나?"

뤼나티크도 언제 다가왔는지 피터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뤼나티크도 피터에게 얘기했다.

"피터. 자네가 없었으면 이런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거네. 그것은 내가 확신해줄 수 있네."

"뤼나티크님..."

"그리고 기억하고 있는가? 모든 전쟁이 끝나면 한잔하자고. 아직 모든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커다란 싸움이 하나 끝났네. 그러니 가볍게 한 잔만 마시지 않겠나?"

뤼타니크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술이 든 가죽 주머니를 하나 내밀었다.

"오! 영감! 센스 좋은데?"

"허허허. 아직 죽지는 않았네."

뤼나티크는 그레이의 말에 웃고 가죽 주머니에 있는 술을 한모금 마셨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를."

한마디 얘기한 뤼나티크는 가죽 주머니를 그레이에게 넘겨주었고 그레이 또한 한 모금 마신 후에 얘기했다.

"모두 죽지 않은 것에 감사를."

이어서 그레이가 스티아에게 넘겨주었고 스티아도 한 모금 마신 후에 얘기했다.

"우리의 승리에 감사를."

마지막으로 피터가 스티아에게서 가죽 주머니를 받았다. 피터는 가죽 주머니를 들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뜨거운 술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느끼며 피터는 입을 열었다.

"나를 믿고 따라준 이들에게 감사를."

피터는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고 3명 또한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피터를 비롯한 4명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증거를 만끽하고 있었고 수많은 병사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주변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승리에 기뻐 함성을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함성을 들은 이츠는 그제야 무기를 거두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끝난건가?"

"그런 것 같은데?"

"그럼..나도 좀 쉬어야겠군."

"이번엔 진짜로 죽는 줄 알았어."

S급 암살자들은 모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대자로 누웠다. 그리고 S급 암살자들의 행동을 본 나머지 암살자들도 모두 긴장을 풀고 쓰러졌다. 그들은 마치 죽은 것처럼 기절하여 잠을 자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였다.

왜냐하면 암살자들은 병사들이 마물들과 싸우는 와중에 기색을 감춘 채 병사들을 서포트했기 때문이었다. 미처 눈치채지 못한 공격을 막아주거나 틈을 보인 병사들을 대신해서 마물들을 상대하는 등 암살자 1명당 10명 이상의 병사들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만큼 암살자들의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였기에 긴장이 풀리자마자 쓰러진 것이다.

"위스퍼도 괜찮아?"

"예. 덕분에요."

"진짜 이런 싸움은 당분간은 사양하고 싶어. 정말 질리도록 움직인 것 같아."

"그 말에 동의."

"과연 그럴까? 이제 전쟁은 시작일 텐데."

"뭐? 누가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는 거야?"

이츠는 분위기에 맞지 않게 얘기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눈앞에 보이는 인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쉐,쉐이드님?!"

"엑?!"

"여,여긴 어떻게?!"

그 말을 한 인물은 바로 쉐이드였다. 쉐이드의 등장에 S급 암살자들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고 쉐이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듀로크 때문에 카무란 왕국에서 급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내가 나설 기회는 없었던 것 같군."

"수,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암살자들이 많이 준 것 같군."

쉐이드는 주변을 한번 훑어보며 얘기했다.

"그게...이번 전쟁으로 조금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S급 암살자들은 쉐이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S급 암살자들은 쉐이드가 무슨 벌을 줄지 두려워하며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하지만 쉐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아니다. 이런 전쟁이였으니 어쩔 수 없지."

"예?"

4명의 S급 암살자들은 쉐이드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눈치챈 쉐이드는 그들에게 얘기했다.

"뭐냐? 벌이라도 달라는 거냐?"

"아,아닙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S급 암살자들은 두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부인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보다 커다란 전쟁이 남아있다. 그러니 휴식을 취하고 남은 암살자들을 다시 회복시키고 재집결시키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쉐이드의 말에 S급 암살자들은 커다란 목소리로 복창했고 쉐이드는 그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S급 암살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우리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4명이 모두 환청을 듣지 않았다면 그렇겠지."

"오늘 무슨 날인가? 아니면 서프라이즈?"

"뭐가 됐든 간에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그래. 어차피 우리도 더 이상 한계니까."

이츠는 그 말을 하고 그대로 쓰러져 암살자들과 똑같이 정신을 잃은 채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S급 암살자들도 똑같이 쓰러졌고 위스퍼는 그런 이츠의 옆에 다가가서 누웠다.

"수고했어요. 이츠님."

이츠의 볼에 살짝 입술을 댄 위스퍼는 다른 이들과 함께 눈을 감으며 잠에 빠졌다.

할짝.

매트는 누군가가 자신을 핥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트이번이 혀로 자신의 얼굴을 핥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트이번."

"캬아아악!"

매트가 눈을 뜬 것에 트이번은 기뻐하며 더욱 혀로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매트는 그런 트이번을 쓰다듬으면서 트이번의 행동을 멈추게 하였고 이내 일어서서 주변을 돌아봤다.

"에밀리 누나..."

매트는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 오른쪽에 있는 의자에 에밀리가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간병하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에밀리가 매트는 너무나 고마웠고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나."

"...일어났니? 매트."

매트의 손길과 목소리에 에밀리도 눈을 떠서 매트를 바라보았다.

"몸 상태는 어때?"

"으음...아무렇지도 않네요. 혹시 듀로크님이 치료해주셨나요?"

"그래. 확실히 다르긴 다르나 보네."

"예. 너무 멀쩡해서 오히려 위화감이 들 정도인데요?"

매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다시 한 번 몸 상태를 확인해봤다. 어떤 때보다 힘이 넘쳐흘렀고 지금 바로 전투에 임전해도 될 정도였다.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네가 일어나면 듀로크가 찾아와달라고 했어."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가도록 하죠."

매트는 옆에 있는 검을 집고 에밀리와 함께 듀로크를 찾아갔다. 한 층을 올라가서 찾은 끝에 듀로크는 커다란 하나의 방에 있었고 그 방에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듀로크는 매트가 들어온 것을 보고 얘기했다.

"정신을 차렸네. 몸은 괜찮은 거냐?"

"예. 듀로크님 덕분에 생생합니다."

"다행이군. 그럼 모두 모였으니 얘기를 진행하겠다."

듀로크의 말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듀로크에게 집중되었다.

"먼저 내가 없을 때 그란 왕국을 지켜내 줘서 정말 고맙다. 이번 싸움으로 인해서 많은 사상자가 생겼지만 그래도 지켜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이다. 모두 이곳에 있는 이들 덕분이다."

듀로크의 진심 어린 칭찬에 미소를 짓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의 대화 핵심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현재 카무란, 밀런, 일루드, 나이트, 요리스, 게덴왕국 까지 해서 총 6개의 왕국에 존재하는 모든 국민들이 드래곤들을 통해서 라이언 왕국으로 이송되고 있다. 그리고 라이언 왕국에서도 민간인들은 그란 왕국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6개의 왕국...그렇다면 어림잡아서 수백만은 넘겠군."

"그렇겠지. 그래서 거대한 영토를 가진 그란 왕국에 민간인을 보내고 라이언 왕국에 전투에 참여하는 병사들로 나눌 생각이다. 그러니 소크라 백작. 자네가 여기 남아서 민간인을 받아서 통제를 부탁할게."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야."

"그리고 전쟁에 지친 병사들에게도 미안하지만 휴식이 끝나자마자 라이언 왕국으로 이송할 예정이야. 그리고 그 통제는 클레아. 네게 맡길게."

"제가요?"

클레아는 듀로크에게 지목된 것이 놀라운 모양인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

"듀로크 오빠가 있는데 제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지금 바로 라이언 왕국으로 돌아가서 6개의 왕국에서 오는 이들을 맞이해줘야 하거든. 그리고 전쟁 준비에 앞서서 움직여야 하는 것도 있고."

"하지만..."

"클레아."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클레아를 향해 듀로크가 얘기했다.

"이번 전쟁으로 너는 오크들을 충분히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니 너 자신을 믿어도 돼.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알겠어요. 듀로크 오빠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요."

듀로크의 말에 자신감을 찾은 모양인지 클레아는 굳센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고마워. 매트와 에밀리, 그리고 쿠로딘만 나와 함께 가고 나머지 이들도 클레아와 함께 와줬으면 해. 그리고 막 전쟁을 치르고 할 말은 아니지만 아직 전쟁은 끝이 나지 않았어. 라자드란 녀석이 남아있는 이상 이보다 더 큰 전쟁이 벌어질 거야."

그의 말은 정론이였고 아직 거대한 벽이 남아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어떤 때보다 희망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치만 지금은 달라. 어떤 때보다 많은 병력이 모이고 있고 과거 역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동맹이 이루어졌어. 인간, 오크, 드워프, 엘프. 그리고 드래곤까지. 5종족이 집결했지.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듀로크는 마치 순진한 아이가 두근거리는 것을 못 참는 것마냥 신나서 얘기했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힘내자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

"그래도 진다면 어떻게 할 거지?"

"5종족을 모으고도 진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지. 아니! 그 전에 내가 직접 트레비아에게 가서 따질 거야!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지면 나보고 어쩌라고 하면서!"

쉐이드의 농담에 듀로크는 감정을 담아서 얘기했고 그 말에 모인 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듀로크는 지팡이를 들며 얘기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리고 이 전쟁에서 이겨서 역사책에 우리가 이루었던 업적을 당당히 새겨놓도록 하자고!"

듀로크의 말에 각자 긍정의 외침을 질렀고 그렇게 5종족 동맹은 다음 전쟁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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