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18화 (317/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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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5)

"꺄아아악!"

"살,살려줘!"

"으아아! 저리 가!"

수많은 마물들이 성문으로 들어오면서 움직이는 모든 것에게 달라붙어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전체 후퇴명령으로 인해 대부분의 이들이 내성으로 후퇴했지만 그 와중에 도망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그대로 마물들에게 둘러싸여서 잘 다져진 고기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젠장."

라이언 왕국의 기사단장인 르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르 또한 후퇴명령에 기사들을 이끌고 내성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지만 문제점은 그게 끝이 아니였다. 기사들은 말을 타고 이동하고 병사들은 지금까지 훈련한 덕분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민간인들이 마물들이 쫓아오는 것을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결과 마물들이 도망치는 민간인들을 덮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르는 피눈물을 흘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

"르."

그런 르의 심정을 안 것일까? 제이슨은 말을 타면서 르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지만..."

"네가 그 선택을 한다고 해서 우리 기사들과 병사들이 따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건 명령 위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시간을 끄는 사이에 민간인들이 후퇴하고 그 뒤에 우리가 내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사상자를 줄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

"르. 난 네 선택을 따를 것이다."

르는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수천, 수만이 넘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믿음과 충성으로 가득했고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간에 따라올 거라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알겠다. 너희들의 뜻이 그렇다면."

르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어느 때보다 커다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전군 정지!"

르의 말에 그를 따르던 기사들과 인간 병사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방어진을 펼쳐라! 우리의 목표는 민간인들이 모두 도망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명심해라! 적을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도합 10만에 달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각 도로마다 진형을 갖춘 채 대기했다. 그리고 민간인들이 그 진형을 지나가자 이어서 마물들이 오는 것이 보였고 기사들과 병사들은 긴장하며 들고 있는 무기와 방패에 힘을 주었다.

"버텨라! 온다!"

마물들이 엄청난 기세를 가진 채로 돌격해왔고 기사들과 병사들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충격을 대비했다. 하지만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퍼퍼펑!! 콰지직!!

폭발과 함께 고기가 다져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물들도 주춤하며 멈추었고 르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여긴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겠나? 자네와 같은 이유지."

"저희도 도우러 왔습니다."

"취익! 우리도 싸우겠다!"

뒤에는 마법병단과 수많은 오크 병사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고 그들을 이끄는 뤼나티크와 클레아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사들이 타고 있는 말의 엉덩이에 천 명이 넘는 이들이 기색도 없이 안착했다.

"쯧! 이런 일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도와주러 왔다."

"이렇게 모였는데 우리가 멍하니 있을 수는 없으니까."

기색도 없이 나타난 이들은 S급 암살자들을 비롯한 암살단원들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이번 라이더까지 나타나면서 전 병력이 모두 모인 것이다.

"...르. 그런 생각은 우리만 한 것이 아닌 모양인데?"

"그래.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이겠지."

폭발에 잠시 멈추었던 마물들이 다시 돌격해오는 것이 보였다. 르는 그런 마물들을 보고 말에서 내려온 후에 검을 말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잠자고 있던 늑대인간의 본능을 깨우며 소리쳤다.

"덤벼라! 마물들아! 이곳은 슈타인 성보다 더 단단한 성벽이 될 것이다!!"

르의 외침과 동시에 마물들이 다가왔고 이내 뚫으려는 짐승과 막으려는 이들과의 전투가 펼쳐졌다.

"이게 대체..."

피터는 브릭과 함께 와이번을 타고 보이는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성문이 부서지자마자 내린 후퇴명령은 자신이 생각해봐도 빠른 대처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희생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민간인의 피해는 어떤 때보다 클 거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모든 병사들이 일심동체가 되서 마물들과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파도처럼 맹렬한 기세를 펼치던 마물들을 막고 일절 뒤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민간인들을 내성으로 들여보내야 해.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는 일이니까."

피터는 브릭에게 내성으로 가달라고 부탁하여 내성으로 이동했다. 슈타인 성의 내성은 외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그마했다. 그야말로 중심에 있는 영주의 성만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외벽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20만이 넘는 병사들과 민간인들의 모두 수용할 공간조차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렇게 브릭과 함께 내성에 도착한 피터는 오자마자 들리는 수많은 신음소리에 눈쌀을 찌푸렸다.

"아아악!"

"너,너무 아파..."

"여기 심각한 부상자가 있어요!"

"컥,컥! 쿨럭!"

"힐!"

"물이 부족해! 또 깔끔한 붕대도!"

길에는 끝없이 이어진 부상자들이 누워있었고 그들은 모두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간호하기 위해서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민간인들도 달라붙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으으..."

피터는 수많은 피와 부상자들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처음이여서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가까스로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은 피터는 지나가는 마법사 1명을 잡고 얘기했다.

"혹,혹시 매트 왕자님이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매트 왕자님은 2층에 계실 거에요!"

마법사는 대답하자마자 부상자를 향해 달려갔고 피터는 브릭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얘기한 후에 마법사가 말한 2층을 향해 걸어갔다. 2층을 가는 동안에도 바닥에는 수많은 부상자들이 누워있었고 피터는 눈과 귀를 막고 싶은 심정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와서 지나가는 이에게 물어봐 매트가 있는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매트 왕자님 계십니까? 피터입니다."

"들어 오세요."

허락을 받은 피터는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는데 눈앞에 있는 매트와 에밀리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색이 좋지 않았고 특히나 매트의 갑옷은 가루가 되어 떨어져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다고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매트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피터에게 얘기했다.

"지금 상황이...어떤가요?"

"현재 민간인들이 내성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서 병사들이 나서서 마물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벌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이렇게 쉬고 있을 수는 없겠군요."

매트는 힘겹게 검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에밀리 또한 입에 묻은 피를 손목으로 닦으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피터는 깜짝 놀라워하며 그들을 만류했다.

"지금 그 상처로 가실 겁니까? 두 분 모두?"

"그렇습니다."

"안됩니다! 그 상태로 가신다면 분명히 죽으실 겁니다!"

"하지만 저와 에밀리 누나가 이곳에 있으면 누가 메블리를 막습니까?"

"그건..."

"병사들이 막을 겁니까? 기사들이 막을 겁니까? 아니면 친위대 오크들이?"

매트는 피터에게 다가오며 얘기했다.

"물론 물량으로 밀어붙인다면 메블리를 막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생기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아니, 마물의 합세로 인해서 전멸을 면하지 못하겠죠."

다리는 마치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안색은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하지만 피터는 매트의 눈빛을 통해 그가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가실 겁니까?"

"예. 피터님은 병사들을 내성으로 온전한 상태로 옮겨주십쇼. 부탁드리겠습니다."

"...크흑."

피터는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 매트는 죽음으로 직결되는 낭떠러지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는 그런 매트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밖에 못 하는 자신의 한심함과 분함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저,저는..."

매트는 피터가 말하기 전에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얘기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심정인지 압니다. 어서 가십쇼. 병사들은 피터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피터는 결국 눈물 한줄기를 떨구며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매트는 피터가 나가는 동시에 힘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에밀리가 매트에게 몸을 빌려주면서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고마워요. 누나."

"아니야."

"...누나는 말리지 않는 건가요?"

"말려도 듣지 않을 것을 아니까."

"...피터님의 말대로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래도 따라오실 거에요?"

"말했잖아. 난 너를 어디까지나 따라갈 거라고."

매트는 에밀리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확고한 의지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나가 없었으면 저도 이렇게 무덤덤하게 갈 수는 없었을 것 같네요."

"그래. 나도 네가 없었으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야."

"...누나."

"응?"

"고마워요."

매트는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녀의 볼에 입술을 댔다. 그런 매트의 행동에 에밀리는 깜짝 놀라워하며 몸을 뒤로 뺐고 그러면서 매트는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아야."

"매트! 괜찮아?!"

"...몸보다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요?"

"아,아니야. 그 너무 놀라서 그랬던 거야! 싫어서 그런게 아니고!"

"하하. 농담이에요."

매트는 에밀리의 부축으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에밀리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매트는 그런 에밀리를 보며 얘기했다.

"볼만으로 그렇게 빨갛게 되시면 어떻게요?"

"시,시끄러."

"여기서 살아남으면 더한 것도 할 텐데."

"...기대할게."

"후훗.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네요."

매트와 에밀리는 그런 농담을 하며 문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문 앞에 한 명의 인물이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가 벨치스 국왕이라는 것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전하."

"가는 것이냐?"

"...예."

매트는 벨치스 국왕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할 수 없었고 그가 말린다고 해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벨치스 국왕은 단결하고도 짧게 얘기했다.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펼쳐라."

벨치스 국왕의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과 하고 싶은 말들이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매트 또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 알고 대답했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매트와 에밀리는 트이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홀로 남은 벨치스 국왕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조용히 신음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키야아악!"

"...트이번."

기다리고 있던 트이번은 매트에게 다가가서 반가움을 표현했다. 트이번은 매트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것처럼 혀로 그의 얼굴을 계속 핥았고 그런 트이번의 행동에 매트는 트이번을 쓰다듬었다.

"고마워. 하지만 이제 가야 해."

"키야아악!"

트이번은 매트의 말에 등을 내려서 그가 타기 쉽게 배려해주었고 매트는 에밀리의 부축을 받으며 트이번의 등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에밀리와 매트 모두 탄 것을 확인한 트이번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올라갔다.

"트이번. 널 만난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컸네."

매트는 트이번과 처음에 만났던 것이 생각났다. 몬스터의 숲에서 다쳐서 울고 있던 트이번을 업고 다녔던 것이. 그때는 자신과 크기가 비슷했다. 하지만 어느새 이렇게 완전히 성장해서 2명을 태우고도 여유가 있었다.

"트이번."

"키야악?"

"만약 내가 죽으면 전하를 부탁해. 내가 너한테 부탁하는 것도 웃기지만."

"키아악."

트이번은 마치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매트는 트이번이 진짜로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고마워. 트이번. 네 덕분에 조금은 홀가분해진 것 같아."

"키야아악!"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불태워보자. 내가 얼마나 끈질긴지 보여주겠어!"

"조금씩 뒤로! 한 번에 너무 많이 이동하지는 말고 진형을 갖춘 상태로 움직이세요!"

피터는 와이번에 탄 상태로 공중에서 바라보며 소리쳤다. 피터의 예상보다 그라이언 동맹의 병력은 마물들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에 움직이지 않고 조금씩 뒤로 후퇴를 하면서 내성까지 이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적이 마물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덮쳐!!"

지붕 위로 올라간 기사들과 병사들이 동시에 한 명을 향해 무기를 겨눈 채 덮쳤다. 하지만 무기가 그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서걱. 투두둑.

검은 연기는 마치 칼날과 같은 모양으로 변해서 떨어지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훑으며 지나갔고 이내 그들은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서 피와 살덩어리로 바닥에 떨어졌다.

"취이익!"

"죽어라!"

그것을 본 오크 병사들이 용감하게 앞으로 돌진했지만 오크 병사들도 그 결과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오크 병사들이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에 마법사 수십 명이 마법을 일제히 사용했다.

콰콰쾅!!

수십 개의 마법이 한 번에 떨어지면서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었다. 주위에 있는 집이 그 폭발에 휘말려서 사라졌고 폭발의 중심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그 구멍에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의 메블리가 있었다.

"이런 저급한 마법을 수십 개 사용한다고 해서 제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메블리는 마법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손을 들었다.

"다크 볼."

메블리의 손에서 수십 개의 검은 구가 생성되었고 검은 구는 정확히 마법사들에게 날아갔다. 마법사들은 그 검은 구에 각자 방어 마법을 사용했지만 방어 마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검은 구는 방어를 손쉽게 뚫고 마법사들을 타격했다.

퍼퍼퍽!!

검은 구는 마법사들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고 그런 구멍이 생기고 살아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실망이군요. 그 소드마스터는 이 마법을 혼자서 받아내었건만. 안 그렇습니까?"

까까깡!!

어느새 소리 없이 다가온 친위대 오크들 십여 명이 무기를 휘둘렀고 검은 연기가 반사적으로 오크들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취이익!!"

친위대 오크들은 자신들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근육을 팽창시키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메블리는 그런 친위대 오크들을 향해 검은 연기를 움직였고 그로 인해 친위대 오크들은 모두 부서진 집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친위대 오크들은 부서진 잔해를 날려 보내며 다시 일어나서 메블리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을 메블리는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제가 알고 있는 오크들과 너무나 다르군요. 제게 오크들이란 강자의 앞에 무력하고 절대복종하는 미물이였는데. 마물들을 학살하고 오히려 제게 이를 들이대다니...당신들은 오크가 맞습니까?"

"취이익~ 우리도 과거에는 그랬다."

"취직~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듀로크가 우리를 깨워 쳐주었다."

"취췩~ 듀로크 너보다 강하다. 그러니 너 두렵지 않다."

"저보다 강하다고 했습니까? 지금?"

메블리가 씨익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친위대 오크들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고 무기를 들어 자신을 몸을 보호했다.

퍼퍼퍽!

"취이익!"

"컥!"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스피드와 묵직한 힘에 친위대 오크들은 모두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좀 전과 다르게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해있었고 안색 또한 창백한 것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디 그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에 대해서 진득하게 얘기해볼까요?"

메블리는 웃으며 다시 검은 마력을 더욱 뿜어내었다. 그런 마력에 친위대 오크들에게 마치 독기처럼 작용했고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런데 그때 한 마리의 와이번이 메블리의 앞에 내려왔다.

"이봐. 당신 상대는 나일 텐데?"

"음? 죽지 않았군요. 하지만 저와의 무력 차이를 느꼈을 텐데요?"

"확실히 너는 나보다 강해. 하지만 강하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매트는 검을 뽑아내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에밀리가 자리 잡았고 그 뒤를 친위대 오크들이 모여서 대열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뒤를 기사들과 병사들이 진형을 갖추면서 마치 매트의 뒤를 봐주는 것처럼 그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수로 밀어붙이면 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지 나는 너를 상대하러 왔을 뿐이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이길 확률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하하하. 푸하하하!"

매트의 대답에 메블리는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순간 웃음을 멈추고 매트를 향해 손을 들었다.

"웃기는군요."

쾅!

메블리의 손에서 검은 구 1개가 날아갔고 매트는 검으로 구를 쳐내었다. 하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메블리는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고 매트는 검으로 이를 악물며 쳐내었다. 이내 매트가 모든 구를 쳐내지 못했지만 옆에 있는 에밀리가 정령을 사용하여 막아주었다. 또한 뒤에 있는 친위대 오크들도 각자 방패와 무기로 그 둘이 미처 막지 못한 것을 맡아주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싸운다는 겁니까? 그런 우둔한 존재였습니까? 실망이군요."

메블리는 여전히 계속 마법을 사용해서 그들을 타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이 너덜너덜해지고 갑옷과 방패가 모두 떨어져도 매트를 비롯한 병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메블리를 바라보며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메블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나? 그렇겠지."

매트는 피를 토하면서 메블리를 향해 얘기했다.

"네놈같이 감정이 마르고 폭력만 추구하는 놈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냐?! 조금 전에 네가 말했지. 이길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싸우냐고!"

"....."

"어떤 때는 목숨보다 값진 것이 있는 경우도 있는 거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네게 맞서는 것이다! 너 같은 녀석은 모르겠지!"

"...닥치세요."

"이길 수 없으면서 왜 싸우냐고? 그 말 자체가 네가 과거의 오크와 똑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강자에게 절대복종하는 그 모습! 이번 것도 라자드의 명령을 받고 온 거겠지? 그런 네가 라자드의 개와 뭐가 다르지?"

"닥치라고 했다!!"

메블리의 몸에서 어떤 때보다 강력한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고 그로 인해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

"더 이상 그 개 같은 소리를 듣기 힘들군. 다 함께 사라져라."

메블리의 손에 검은 마력이 집중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이들은 모두 메블리의 공격을 막지 못할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매트를 비롯한 병사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어떤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군중심리와 같은 것일 수도 있었다. 무엇이 이유가 됐건 간에 그들은 마치 도망치지 않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에밀리 누나. 한번 해보죠."

"그래. 알겠어."

매트는 몸 안에 남아있는 모든 마나를 사용하여 검을 땅에 박았고 에밀리 또한 두 정령을 소환하여 거대한 보호막을 쳤다. 하지만 그 둘은 어느 때보다 지쳐있었기에 보호막 또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런 반면에 메블리의 손에는 검은 마력의 덩어리가 삽시간에 커져갔고 이내 반경 십수 미터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피와 살을 뿌리는 것으로 나를 즐겁게 해라."

준비가 끝난 메블리는 검은 마력을 목표를 향해 던졌다. 검은 마력은 눈앞에 있는 모든 존재를 없앨 것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감을 뿜어내었고 그런 검은 마력이 매트와 에밀리가 친 보호막과 부딪혔다. 그리고 그 순간...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메블리의 무력을 증명하듯이 폭발은 반경 수십 미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렸다. 메블리는 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자신이 만들어놓은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먼지가 사라지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메블리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건?"

거대한 실드. 수많은 병사를 감싸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실드가 생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실드 안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멀쩡히 살아있었고 그 말은 자신의 공격이 실드를 부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뭐,뭐야?"

"취익~ 방어막이다."

"취직~ 매트가 만든 건가?"

"그런 겁니까?"

병사들의 시선이 매트와 에밀리에게 모였다. 하지만 에밀리와 매트 또한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둘이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가 실드를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의문점을 답해주는 것처럼 하늘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너무 우리 애를 괴롭히는 거 아니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거대한 힘을 모든 이들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시선이 하늘로 모두 집중되었다. 그리고 메블리를 제외하고 그 인물을 바라본 이들은 모두 격한 기쁨과 환호의 감정이 표정에서 묻어나왔다.

"잘 지냈나? 매트. 아니, 괜찮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네."

"...듀로크님."

"내가 말했잖아. 사망 플래그 세우지 말라고. 내가 아니였으면 그대로 죽었을 거다."

듀로크. 그란 왕국의 최강자이자 대륙에서 제일 강한 존재 중 한 명. 라자드가 제일 커다란 걸림돌이 될 거라고 단언한 존재. 그런 듀로크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왜 이렇게 늦으셨습니까?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미안. 이래 봬도 듣자마자 바로 온 거라고."

"정말...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오셨습니다."

"그래. 늦은 만큼 제대로 일할 거니까 넌 걱정하지 말고 쉬어."

"알겠...습니다."

매트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으며 앞으로 쓰러졌고 에밀리는 매트를 급하게 몸으로 받았다. 그리고 듀로크는 메블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네가 메블리냐?"

"그럼 당신이 듀로크입니까? 라자드님이 그렇게 얘기하신 이유를 알 것 같군요."

"그래. 그런데 너 각오는 하고 온 거냐?"

"무슨 각오 말입니까?"

"맞을 각오. 내가 없을 때 맘대로 빈집을 털었으니 그런 각오는 하고 온 거겠지?"

듀로크는 지팡이를 한번 휘둘러서 실드를 없애고 바닥에 착지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듀로크가 한 손을 들었고 그와 동시에 땅에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며 나타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녀석이 메블리라는 놈인가?】

【생각보다 강해 보이는군.】

【하지만 우리를 눈앞에 두고 도망칠 수 있을까?】

거대한 몸체를 가진 드래곤들이 듀로크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듀로크는 그 중심에서 메블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자. 준비는 됐겠지? 솔직히 지금 좀 열 받은 상태니까 쉽게 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듀로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이어볼 수십 개를 만들어내면서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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