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17화 (316/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4)

----------------------------------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4)

20만의 그라이언 병력은 슈타인 성에서 자신들을 환대하며 맞아주는 이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른 채 입성을 했다. 그리고 그들과 무슨 대화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메블리의 부대가 슈타인 성에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모두 전투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은 성벽 위로 올라오도록! 마법사와 뱀파이어들은 성 내에서 지원사격을! 와이번 라이더들은 공중에서 대기한다!"

매트의 말에 지휘관들이 각자 병사들을 통솔하여 진영을 갖추며 배치하였다. 그렇게 슈타인 성의 거대한 성벽 위에는 20만이 넘는 이들의 병사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성 내에서는 거의 만여 명에 가까운 마법사와 뱀파이어들이 몸 안에 있는 마나를 다스리며 대기하였다.

"이야. 장난 아니게 많은데?"

"그러게. 서 있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야."

이츠와 S급 암살자들은 성벽 위의 모서리에 올라서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다른 암살자들도 모두 움직이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성 내에는 마법사와 뱀파이어 뿐만 아니라 일반 오크와 인간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물자를 나를 준비를 하거나 공성 병기 옆에 서 있었다. 또는 불품없어 보이는 무기와 장비들을 착용한 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었다.

"...매트 왕자님."

"예."

"긴장되지 않나요?"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매트는 클레아의 말에 솔직하게 답했다.

"긴장되십니까?"

"예. 몸이 떨리고 땀이 쉼 없이 흘러내리네요. 여기서 수성을 하지 못하면 저기 있는 일반인들이 죽고 수도까지 함락당한다고 생각하니까..."

매트는 계속해서 떨고 있는 클레아를 보며 얘기했다.

"그런 생각을 저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십쇼."

"어떻게 말인가요?"

"지금까지와 다르게 저희에게는 든든한 아군이 있지 않습니까? 슈타인 성이라는 강력한 성과 더불어 우리를 도와주러 온 국민들. 어떤 때보다 유리한 상황입니다."

"...그렇네요."

"그리고 저희가 실패하더라도 수도는 함락당하지 않을 겁니다."

"예?"

"그란 왕국에는 누구보다 강한 마법사가 있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매트는 윙크를 하며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클레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맞아요. 오빠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아니, 오빠라면 모두 해결해줄 거예요."

"예. 그럴 겁니다. 분명."

클레아는 듀로크를 떠올렸고 어떤 존재보다도 듬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클레아는 몸의 떨림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희한하네요. 듀로크 오빠를 떠올렸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그만큼 듀로크님의 존재가 클레아님에게 크다는 것이겠죠."

매트는 멀리서 다가오는 메블리의 부대를 보며 얘기했다.

"그리고 이번 싸움이 끝나면 듀로크님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예. 그러니 꼭 살아남아야죠. 아니, 이 전투에서 승리할 거에요!"

"그래야죠. 그러니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매트는 검집에서 검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가 걸어간 곳에는 이츠가 서 있었고 이츠는 그가 다가온 것을 보고 얘기했다.

"뭐야?"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겠나? 전투를 펼치기 전에 연설을 하고 싶거든."

"상관없는데 하필이면 왜 내가 있는 곳이야?"

"이곳이 제일 잘 보이니까."

매트의 말에 이츠는 주변을 바라보았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이츠가 있던 자리에 올라간 매트는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과 성 내에 있는 이들을 향해 얘기했다.

"모두 잠시 제 말에 집중해주십쇼."

매트는 목소리를 높이지도 크게 얘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성벽 위에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성 내에 있는 이들까지 모두 매트에게 시선이 쏠려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전투가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죽은 이들도 있었고 부상을 당한 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저를 따라온 이들도 있고 이번 전투가 처음인 이들도 있습니다."

매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훑어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란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 그 결실을 맺기 위한 마지막 싸움이 지금 일어날 겁니다."

30만이 넘는 이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면서 매트의 말을 듣고 있었고 매트의 말이 그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힘들 겁니다. 어떤 전투보다 치열할 것이고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흘린 피가 무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트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치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내가 대신 피를 흘리면 내 가족이, 지인이, 왕국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목숨을 바쳐 그란 왕국을 지켜낸다면 우리의 후세가, 역사가! 이 전투를 기억할 겁니다!"

매트의 말을 듣고 있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슈타인 성은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들이 지켜낼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우리가 지켜낼 겁니다!"

"막아낼 것이다!"

매트의 질문에 수많은 이들이 고함을 지르며 소리쳤다.

"저와 함께 피를 흘려주시겠습니까?!"

""예!""

""취이이익!""

"저와 함께 목숨을 바쳐주시겠습니까?!"

""그러겠습니다!""

""목숨을 바치겠다!""

수많은 함성 속에서 매트는 검을 하늘로 향해 들고 마나를 머금었다.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오러가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오러 블레이드로 쏠렸다.

"이 검에 대고 맹세하겠습니다! 제 목숨과 이 검이 남아있는 이상 슈타인 성이 함락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우와아아아!!""

"모두 전투 준비!"

매트는 오러 블레이드로 메블리가 있는 곳을 향해 지목했고 그와 동시에 모든 이들이 투지를 불태우며 준비에 나섰다. 어느새 마물들이 시야에 보이고 있었고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압도적인 광경에도 슈타인 성에 있는 이들의 투지는 조금도 수그라들지 않았다.

"모든 전력을 쏟아부으세요! 오늘 슈타인 성이 우리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우와아아!!

멀리서 들리는 함성 소리에 메블리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슈타인 성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싸울 의지를 보인다니 좋군요. 그 의지에 맞혀서 이쪽도 성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마물들이 메블리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전군."

메블리는 오른팔을 들었다.

"적을 유린하라."

오른팔이 슈타인 성을 가리켰다.

크아아아!!

메블리의 말과 함께 수많은 마물들이 일제히 슈타인 성을 향해 돌격했고 그로 인해 땅이 흔들렸다. 그리고 메블리 또한 조용히 그 마물들의 뒤를 따라가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온다!!"

수많은 마물들이 돌격해오고 있었다. 마물들의 움직임에 땅이 다져지고 있었고 마치 광폭한 해일이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압도적인 광경에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성벽 위에 있는 이들은 그저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법포 준비!"

매트의 명령에 맞혀서 성벽 위에 설치된 수십 문의 마법포가 가동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마법포가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마물들이 오는 정면을 향해 방향을 맞췄다.

"발사!!"

마법포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매트가 소리쳤고 이내 마법포에서 마나광선이 뿜어져 나와 마물들을 강타했다.

콰콰쾅!!

수십 개의 마나 광선이 돌격해오는 마물들을 증발시켰다. 아무리 강력한 마물들이라도 마나 광선에는 버티지 못하고 몸에 구멍이 나거나 불타오르며 죽어 나갔다. 하지만 수십 문의 마법포에도 죽은 것은 10만의 마물의 일부분이였고 마물들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화살과 투석기 준비!"

성벽 위에 있는 20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시위에 걸었고 마법사들 또한 마나를 사용하며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물들이 이내 더 성벽에 접근해왔을 때 매트가 소리쳤다.

"발사!!"

쉬쉬쉭!!

20만이 쏘는 화살은 마치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마물에게 떨어졌다. 물론 마물들의 단단한 외피에 화살이 통할 리가 없었지만 워낙 많은 화살이다 보니 눈이나 급소에 당하는 마물들이 생겨났다. 또한 투석기로 날린 커다란 바위는 마물들에게도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화살과 투석기의 활약이 끝나자마자 수천 명의 마법사들이 시전한 마법들이 마물들을 덮쳤다.

콰콰콰쾅!!

수천 명이 사용한 마법은 종류도 다르고 위력 또한 제각각이였다. 혼자서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가 있으면 뤼나티크 마법진을 사용하여 위력을 증폭시킨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마법에 땅이 부서지고 구멍이 나면서 지형을 바꿨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마물들은 어떤 때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래도 피해를 받은 것은 10만에 달하는 마물 중 10~20%에 불과했고 여전히 마물들은 돌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크아아아!"

돌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던 마물들은 그대로 슈타인 성벽에 도착했고 이내 돌진력 그대로 성벽에 부딪혔다.

쾅!!

"으억!"

마물들이 부딪히는 충격에 성벽이 흔들렸고 그로 인해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 일부가 성벽 밑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병사들은 그대로 마물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갔고 그들이 고기 반죽으로 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결과였다. 다행히도 성벽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마물들이 한 번에 넘어오지 못했지만 마물들은 다른 마물들을 짓밟으면서 마치 벽을 쌓는 것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병사들이 각자 무기들을 꺼내며 올라오는 것을 저지하기 시작했고 이내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크아아아!!"

"막아라!"

"올라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클레아는 검을 들고 성벽에 올라오려고 하는 트롤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검은 트롤의 머리를 관통하였고 이내 트롤의 피가 튀어 얼굴을 적셨다. 강력한 회복력을 가진 트롤도 뇌를 관통되어서야 살아날 수 없었고 힘을 잃은 트롤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잠시 쉴 틈도 없이 오우거 한 마리가 트롤의 시체를 짓밟고 올라오면서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나무 몽둥이는 클레아를 향해 내리쳤고 클레아는 몸을 뒹구르는 것으로 몽둥이를 피했다.

콰직!

하지만 그녀의 옆에 있던 병사 중 일부는 오우거의 공격을 피하지 못해서 그대로 피떡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사이에 클레아는 일어서서 오우거의 손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마나가 실린 클레아의 검이 오우거의 가죽을 뚫고 힘줄을 끊었다.

"크어어어!!"

오우거는 고통에 찬 소리를 지르며 다른 손으로 몽둥이를 잡고 막 휘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병사들이 몽둥이에 당해서 떨어졌고 막 휘두르는 행동에 클레아도 몽둥이의 경로를 예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클레아의 시야에서 몽둥이가 벗어나는 순간 몽둥이가 클레아를 향했고 이미 그것을 눈치챘을 때는 늦은 타이밍이었다.

'아차!'

클레아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받기 위해서 검으로 몸을 방어하며 웅크렸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가 들리면서 클레아는 자신에게 오는 충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충격은 오지 않았고 이내 클레아가 눈을 떴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 수 있었다.

"친위대 오크 분들!"

"취직!"

"취익~ 괜찮나?!"

친위대 오크인 그윈과 가른은 양손의 무기로 클레아의 앞에 서서 오우거의 몽둥이를 막아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2명의 친위대 오크가 무기로 오우거의 목을 베면서 무력화시켰다.

"취쥑! 오우거 죽였다!"

"취윅~ 아직 마물 많다! 멈추지 마라!"

"취쥑! 알고 있다!"

친위대 오크들은 각자 성벽 위의 구역을 나눠서 맡고 있었고 그들은 누구보다 강력한 무력을 보여주며 마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또 그런 친위대 오크들과 버금갈 정도로 활약을 하고 있는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와이번 라이더였다.

와이번 라이더들은 마치 독수리가 물고기를 낚아내는 것처럼 마물들을 하나씩 잡고 떨어트리고 있었다. 혹은 가지고 있는 무기와 폭탄을 사용하여 마물들을 처리하거나 성벽을 올려오려고 하는 마물들을 공격하고 지나가면서 방해를 했다.

"제2차 마법 발사!"

마법사들이 명령에 맞혀서 또 마법을 시전했고 그로 인해 마물들이 또 타격을 입었다.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도 성벽이라는 지형상의 이점과 다수 대 일로 싸우는 강점에 마물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드디어 그 존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모든 마법포는 전방을 향해 조준!"

매트의 명령에 마법포를 맡은 병사들이 일제히 마법포를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일제히 발사!"

마법포에서 마나 광선이 뿜어져 나오면서 포 앞에 있는 모든 존재를 증발시켰고 마나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깔끔하게 시체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존재가 그런 것은 아니였다.

"응?"

"뭐야?!"

마나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 떡하니 서 있는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몸에서 기분 나쁜 검은 오로라를 뿜어내며 성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저,저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야?!"

"몰,몰라. 하지만 위험한 것은 알겠어!"

그 존재를 보는 순간 병사들은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를 접근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저 녀석이 메블리입니다! 마법포는 모두 일제히 메블리를 향해 조준!"

매트의 말에 수십 문의 마법포가 모두 메블리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메블리는 수십 문의 마법포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데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일정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발사!"

콰콰콰쾅!!

마법포가 다시 한번 마나 광선을 뿜어내었다. 이번에는 수십 개의 마나 광선이 메블리를 향해 집중되었고 병사들은 이번에야말로 메블리를 처리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먼지가 가시고 보이는 광경에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처 하나..없다고?"

"말도 안 돼.."

메블리의 몸은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실드가 보호하고 있었고 수십 개의 마나 광선이 그 실드를 부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메블리는 다시 실드를 해체하며 성벽으로 걸어왔다.

"쳇. 괴물 녀석."

매트는 마나 광선에도 변함없는 메블리의 모습에 혀를 찼다.

"에밀리 누나!"

"알겠어!"

에밀리는 매트가 뭘 원하는지 알고 정령을 소환하였다.

"실라이론, 샐라임. 나에게 힘을 빌려줘."

그녀의 말에 바람의 상급 정령 실라이론과 불의 상급 정령 샐라임이 그녀의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둘은 함께 손을 잡고 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그 회전은 점점 빨라졌다. 이어서 그 회전은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고 하나의 불회오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불회오리는 성벽 앞에 생겨서 점점 크기를 키워갔고 이내 주변 마물들을 녹일 정도로 온도를 높여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라이언 병사들은 뜨겁다고 느끼지 않았고 적에게만 극한의 온도를 만끽하게 했다. 그렇게 크기를 키운 불회오리는 움직이기 시작하여 메블리를 향해 다가갔고 선로 상에 있는 마물들은 그대로 불타올랐다.

하지만 메블리는 불회오리가 다가오는데도 피하지 않고 똑같이 일정한 걸음으로 걸어왔고 이내 불회오리가 메블리를 덮쳤다.

"됐어!"

"이제 저 자식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병사들은 회오리 속으로 들어간 메블리를 보고 함성을 질렀지만 메블리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이들은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또한 매트는 에밀리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힘겨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으..."

에밀리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에 맞혀서 불회오리 또한 불안정하게 흔들렸고 이내 메블리의 손이 불회오리 밖으로 나왔다.

"귀찮군요."

메블리의 손이 마치 파리를 쫓아내듯이 휘두르자 불회오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령들이 받은 데미지의 반동이 에밀리에게로 돌아왔다.

"커헉!"

"에밀리 누나!"

"괜,괜찮아."

에밀리는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고 매트에게 괜찮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매트는 에밀리가 그렇게 얘기했지만 사실은 피를 토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불회오리를 없애버린 메블리는 수많은 화살과 바위, 마법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상처 하나 없이 계속 걸어왔고 이내 성벽에 거의 접근하게 되었다.

"그럼 이제 이 성벽을 부숴볼까요?"

메블리는 성벽을 향해 손을 들었고 매트는 그런 메블리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메블리!!"

매트는 성벽에서 뛰어내리며 검을 꺼내 들고 메블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매트의 검에는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오러가 실려있었고 검은 그대로 메블리의 머리를 향해 나아갔다.

깡!!

"이익!"

하지만 매트의 검은 메블리의 실드에 막혀서 불꽃을 튀기며 실드를 뚫지 못했다.

"당신이 이곳의 지휘관입니까?"

"그렇다면 어쩔거냐?!"

"반갑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실망이군요. 상당히 저를 재밌게 해줘서 기대를 했는데 이렇게 약하다니."

"너무 물로 보지 마라!"

매트는 온몸에 있는 마나를 검에 집중하였고 그러면서 검은 어느 때보다 빛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매트의 검이 실드를 조금씩 부수기 시작했다.

지지직...

"호오?"

"하아앗!"

깡!

매트의 검이 이내 실드를 부수는데 성공하여 메블리의 목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메블리의 손이 움직였고 매트의 검은 그대로 멈추었다.

"크으..."

"조금은 검을 쓸 줄 아는 모양이군요."

매트의 검은 메블리의 손에 붙잡힌 상태로 한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서 메블리는 검을 잡은 채로 검과 함께 매트를 성문으로 내던졌고 매트는 메블리의 완력에 의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매트는 발로 바닥을 차며 속도를 줄여 성문에 근접한 채 겨우 부딪히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때 메블리가 손을 들어서 마법을 사용했다.

"다크 볼."

메블리의 손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검은 구가 생성되었고 이내 검은 구는 매트를 향해 날아갔다. 매트는 검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구를 막아내었지만 문제는 메블리의 공격이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잘 막는군요. 어디 언제까지 막나 보겠습니다."

수십 개의 구를 막아내도 이어서 수십 개의 검은 구가 또 날아왔다. 매트가 검으로 막는다 해도 모든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고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매트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했다.

"크윽..."

"조금 더 스피드를 올려보겠습니다."

마치 장난감을 데리고 노는 것처럼 검은 구는 더 스피드가 빨라졌고 이내 매트가 검으로 막는 숫자는 적어져 갔다. 그리고 점점 매트의 몸이 피떡으로 되어갔고 결국 검은 구에 온전히 맞게 될 수밖에 없었다.

퍼퍼퍼펑!!

"크아아악!!"

"좋군요. 이제는 얼마나 버티는지 실험해보겠습니다."

검은 구는 마치 샌드백을 때리는 것처럼 무력화된 매트를 수없이 때렸고 그런 매트의 비명을 기분 좋다는 듯이 메블리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메블리의 옆에 나타나 그를 덮치는 이들이 있었다.

"캬아아악!"

"취익! 죽여라!"

3마리의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 그리고 5명의 친위대 오크들이 일제히 성벽에서 뛰어내려 메블리에게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전 방향에서 공격하는 것에 메블리조차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기가 메블리의 몸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메블리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지직!

"키에엑!"

"커억!"

검은 연기는 여러 개의 손 형상으로 변하면서 3마리의 와이번을 단번에 찢어발기고 5명의 친위대 오크들을 날려 보냈다. 친위대 오크들의 갑옷이 커다란 바위에 맞은 것처럼 움푹 들어갔고 입에서 피가 쉼 없이 흘러나오는 것이 치명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한 번에 죽지 않다니 생각보다 좋은 장비군요. 그래도 움직이지는 못할 테지만."

메블리는 다시 매트를 향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팔을 들었지만 눈앞에서 매트가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와이번 라이더와 친위대 오크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에밀리가 트이번을 타고 매트를 채갔기 때문이었다.

"뭐...시간은 많으니까요."

드디어 메블리가 성문에 접근했고 성문에 손을 얹자 손에서 검은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성문에 박혀 있던 마방진이 그에 반발하여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누가 설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실력자의 마법사군요. 하지만..."

메블리의 몸에서 어느 때보다 검은 기운이 강력하게 뿜어져 나왔고 그로 인해 거대한 마방진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한 메블리에서 나온 검은 기운을 마신 이들은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메블리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였다.

쩌저적...쩡!

"부수지 못할 것도 없죠."

결국 메블리의 계속된 압박에 마방진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나면서 마방진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내렸다. 마방진이 부서지면서 성문이 맨몸으로 나타났고 메블리는 성문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성문이 버티지 못하면서 폭발하며 산산조각났고 성문이 부서진 것을 병사들은 절망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성,성문이..."

"안,안돼."

병사들이 절망스러운 눈을 가지고 그렇게 불타고 있던 투지가 사그러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모두 내성으로 후퇴!!"

성문이 부서진 것을 본 피터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고 후퇴 명령을 들은 병사들은 그제야 정신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터의 명령은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어갔고 마치 물결이 빠지는 것처럼 내성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망치는 이들을 보면서 메블리는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부순 성벽을 통해 마물들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치는 이들을 모두 갈가리 찢도록 하세요. 어차피 그들에게 도망갈 길은 없으니까."

성문을 통해 들어온 마물들은 도망치는 이들을 추격하였고 동시에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