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16화 (315/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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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3)

게를린 성의 전투가 끝나고 그라이언 동맹의 병력은 슈타인 성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그들의 사기는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부상자들의 발생이였다. 게스덴 성의 전투 때도 마나 붐에 의해서 사망자들이 나왔지만 그때는 수백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게를린 성에서 생긴 부상자는 수천 명에 달했다.

골렘에 돌격하다가 아직 여력이 남은 골렘에게 당한 병사들이 있었고 다이아 골렘에 당한 암살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다이아 골렘과 마물들에 의해서 죽은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 친위대 오크들도 있었다.

일반 병사와 다르게 한 명 한 명이 커다란 존재감을 가지는 그들이 죽은 것은 매우 뼈아픈 결과였고 그것이 사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마물들의 등장이었다. 예상과 다르게 메블리에게는 숨겨둔 병력이 있어서 슈타인과 게를린 성에서 그렇게 많은 피해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병력의 규모는 여전했고 그로 인해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마지막 보루인 슈타인 성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슈타인 성은 그야말로 배수진과 같은 곳으로 뚫리면 그대로 수도로 직행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길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게 분명했다. 거기다 수도에는 가족과 친우 및 인연이 있는 이들이 있었기에 초조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사기는 저하되고 있었고 이런 상황을 지휘관과 피터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휴..."

피터는 모든 지휘관들이 모여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부상자가 수천 명이라고 해도 아직 많은 대군이 남아있어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솔직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상황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게스덴과 게를린 성의 전투에서 상당수의 적을 줄이고 슈타인 성에서 약화된 적을 전멸시킬 작전이였습니다. 하지만 지원 병력이 오면서 현재 슈타인 성에서 적의 모든 부대를 상대해야 하고 이로 인해서 생길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겁니다."

"흐음..."

"취익."

"더구나 문제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아직 메블리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마 마지막 성인 슈타인 성에서는 메블리가 직접 나설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놓은 작전이 있으십니까?"

한 명의 지휘관이 일어서서 물었고 그 질문에 피터에게 시선이 몰렸다.

"슈타인 성에서는 일반적인 공성전을 펼칠 생각입니다."

"예?"

"그대로 말입니까?"

피터의 말에 지휘관들이 의아해했지만 피터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슈타인 성은 공성전을 펼치기에 매우 적합한 성입니다. 성벽의 높이와 두께도 다른 성에 비해서 2배 이상 크고 성벽에 설치된 마법포 또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거기다 메블리의 부대는 마물이 추가되었지만 골렘과 마법포는 피해를 입은 그대로입니다. 그렇기에 슈타인 성벽의 마법진은 마법포의 공격에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더구나 현재 강행군을 며칠 동안 무리하게 해서 병사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그 때문에 빠르게 슈타인 성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공성전의 준비에 나서는게 전투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책입니다."

"확실히.."

"취익~ 맞는 말인 것 같다."

"취직~ 그 의견에 찬성한다."

피터의 말에 지휘관들이 하나 둘씩 찬성하기 시작했고 이내 수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의 회의는 이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모두 빠르게 피로를 풀고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지휘관들은 각 막사로 향했고 임시 지휘소에는 피터를 비롯해서 매트, 에밀리, 클레아, 아르셰, 쿠로딘, 소크라, 뤼나티크 그리고 트이번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지휘관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피터는 매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매트 왕자님."

"예."

"게를린성에서 사상자가 얼마나 생겼습니까?"

피터의 물음에 매트는 품속에서 글자가 적힌 종이 하나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기사단 79명, 일반 병사 1240명, 암살단 140명, 마법병단 32명, 오크 병사 2346명, 와이번 라이더 7명, 친위대 오크 5명, 뱀파이어 12명 사망했습니다."

"...그렇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큰 피해는 아니지만 와이번 라이더와 친위대 오크 분들을 잃은 것은 정말 커다란 손실입니다."

"동감입니다. 헌데 피터님.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무엇입니까?"

"슈타인 성에서 공성전을 펼치면 승률이 어느 정도 됩니까?"

매트의 직설적인 말에 지휘소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피터에게 쏠렸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느낀 피터는 한숨을 쉬고 그에 답했다.

"솔직하게 얘기해서...20% 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20%?!"

"그렇게나..."

"운좋게 막는다고 해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실패한다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피터는 지도를 펼치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 매며 얘기했다.

"그렇다고 다른 작전을 펼치기에도 힘듭니다. 왜냐하면 슈타인 성은 그란 왕국에서 공성전을 펼치기에 제일 적합한 성입니다. 공성전에 전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제일 효율이 높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공성전을 통해서 적을 막을 생각이였는데!"

쿵!!

피터는 손으로 테이블을 가격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새로운 마물 부대의 등장으로 작전이 물거품 됐습니다."

피터의 분노에 지휘소에 있는 이들이 모두 침묵을 유지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매트가 피터에게 물어봤다.

"그럼 지금 제일 부족한 것이 뭡니까?"

"인력과 자원입니다."

"인력과 자원?"

"20만의 병력이면 인력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20만의 병력은 모두 전투 인원입니다. 솔직히 10만이 넘는 마물을 상대로는 20만의 병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공성전을 펼치면 수없이 전투자원을 소모하고 이것을 보급해주고 서포트 해줘야 하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전투 인원을 그런 서포트에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렇다면 자원은 뭡니까?"

"전투자원입니다. 공성 병기, 화살, 기름 등을 말합니다."

"슈타인 성에 있지 않습니까?"

"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슈타인 성에 존재하는 전투자원과 지금 저희 부대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합쳐도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마물 1마리를 죽이는데 필요한 전투자원과 일반 병사 1명에게 필요한 전투자원은 차원이 틀립니다. 몇 배, 많으면 몇십 배 정도 차이가 나겠죠."

"....."

피터의 말을 들은 이들은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침묵을 눈치챈 피터는 긍정적인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래도 아직은 모릅니다. 슈타인 성에 가면 생각보다 자원이 많을 수도 있고 그전에 좋은 작전이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 지금은 슈타인 성을 향해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피터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나절 후 슈타인 성에 진입하고 있을 때 피터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반나절이 지나고 그라이언 동맹의 병력은 슈타인 성에 접근하고 있었다. 피터는 그 반나절 동안 모든 수를 생각하고 고려하며 고민했지만 결국 적당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이 작전도 안 돼!"

피터는 말에 타고 있는데도 종이에 펜을 휘갈기며 짜증을 내었다. 그렇게 휘갈기며 버린 종이만 벌써 몇십 장은 되었고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근처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안색이 점점 좋지 않아지는 것을 본 매트는 피터에게 얘기했다.

"피터님. 트이번을 타고 같이 이동하시겠습니까?"

"예?"

"슈타인 성까지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트이번을 타고 같이 먼저 가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기분 전환도 되고."

피터는 매트가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권하는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게 얘기하신다면야...알겠습니다."

매트의 뒤에 피터는 앉았고 트이번은 한번 울음소리를 내며 그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매트가 트이번을 이끌고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빠른 속도로 슈타인 성을 향해 날아갔다.

"피터님.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습니다. 슈타인 성에 거의 근접했는데도 적절한 작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피터님에게 혼자 맡기는 것 자체가 무리를 시킨 것이죠. 그리고 아직 슈타인 성을 관찰하지 않았고 이길 확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희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아직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였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피터는 슈타인 성에 가기로 했고 트이번으로 이동한 끝에 슈타인 성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피터님. 슈타인 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 그란 왕국의 최대 철옹성답게 웅장한 모습이네요."

슈타인 성은 명성에 맞게 엄청난 크기와 두께의 성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의 크기도 다른 성에 비해서 몇 배는 커다랗고 실제로 보니 더 거대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그런 웅장함에 피터는 이 성이라면 혹시나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는데 그때 피터의 눈에 뭔가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매트 왕자님."

"예?"

"혹시 저기 성벽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가 있습니까?"

"성벽 위에요?"

매트는 피터의 말에 성벽 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피터의 말대로 뭔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흐릿한 형체가 눈에 보였다.

"확실히 뭔가가 있는 것 같네요. 잠시만요."

매트는 안구에 신경을 집중하고 마나까지 활용한 후에 다시 성벽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매트는 성벽 위에서 움직이는 이들을 바라보았고 그로 인해 깜짝 놀라워했다.

"...설마?"

"매트 왕자님?"

"빠르게 접근하겠습니다."

피터는 갑작스러운 매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매트는 트이번을 이끌고 더 빠르게 슈타인 성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빠르게 날아가면서 피터는 바람에 눈을 뜨지 못하고 매트의 등을 꽉 잡은 채로 따라갔다.

"...이럴 수가."

매트가 놀라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트이번의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피터는 눈을 뜨고 슈타인 성의 위를 날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피터는 밑에서 들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고 이내 피터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슈타인 성에 엄청난 숫자의 인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성벽 위에는 오크들과 인간들이 마법포를 옮기면서 설치하고 있었고 성문 근처에서 투석기를 제작하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한 성 내부에서는 수많은 보급 및 전투 자원을 옮기는 이들로 가득했고 마치 지금이라도 전쟁을 치를 것처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슈타인 성에는 어림잡아도 10만이 넘는 이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런 이들의 움직임에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보내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숫자의 인원과 물자가 어디서 나온 거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먼저 내려가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도록 하죠."

피터와 매트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트이번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오크들과 인간들은 갑작스럽게 들리는 날갯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이내 트이번을 발견했다.

"취이익!!"

"몬,몬스터다!"

"와이번!!"

인간과 오크는 트이번의 모습에 놀라워하며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에 많은 이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밑에서 올라오는 병사들이 보였고 병사들은 빠르게 트이번을 감싸며 무기를 들었다.

"잠깐!"

그 광경을 본 매트는 트이번의 등에서 내려서 중재를 하기로 했다.

"나는 라이언 왕국의 왕자 매트다. 여기 총사령관을 만나고 싶다."

"취익? 매트 왕자?"

"매트 왕자님이다."

"진짜 매트 왕자님이야!"

"매트 왕자님이 돌아오셨다!"

매트 왕자의 모습에 수많은 이들이 환호하며 그를 맞이해주었고 매트 왕자는 그들의 반응에 얼떨떨해하며 받아주었다. 그런데 그때 한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트. 왔느냐?"

매트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고 너무나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을 때 매트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전...하?"

"수고했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벨치스 국왕이였다. 벨치스 국왕은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고 화려한 무늬와 빛깔은 그가 국왕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매트는 벨치스 국왕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하. 어떻게 이런 위험한 곳에 오신 겁니까? 아니, 왜 이곳에 계신 겁니까?"

"허허허. 놀랐나 보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가르쳐줄 테니 잠시 따라오려무나."

벨치스 국왕의 말에 매트는 얼떨떨해하며 그의 뒤를 따라갔고 피터도 매트를 따라서 이동하여 둘은 집무실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벨치스 국왕은 매트와 피터에게 간단한 차를 주고 이내 앉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라이언 왕국에서 쥬디아에게 이곳 상황을 듣고 있었단다. 그런데 약 이틀 전, 쥬디아가 갑자기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찾아왔었다."

벨치스 국왕은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얘기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쥬디아를 통해 현재 그란 왕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소식을 들은 벨치스 국왕은 선방하고 있다는 것에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전쟁 중이었고 완전히 승리하지 않는 이상 불안감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쥬디아가 놀란 표정을 하고 왔을 때 벨치스 국왕은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전하!"

"무슨 일인가?! 설마 매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그,그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저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것을 봐주십쇼."

쥬디아는 벨치스 국왕에게 수정구슬 하나를 넘겨주었다. 수정구슬은 다른 곳과 연결되어 있는지 하나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벨치스 국왕은 그녀의 말에 따라 순순히 수정구슬을 받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이건?"

수정구슬에는 수많은 오크들과 인간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상자를 옮기고 있었고 누군가는 전쟁 물자로 보이는 것들을 옮기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성벽 위에 올라가서 뭔가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성 내부에서 공성 병기를 설치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뭔가? 이들은 누구고 이곳은 어디인가?"

"그곳은 슈타인 성입니다."

"슈타인 성? 그란 왕국의 최대 철옹성이라고 하는?"

"예.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그란 왕국의 일반 국민들입니다."

"일반 국민?!"

벨치스 국왕은 수정구슬을 통해 그들의 행동거지나 차림새를 통해 그들이 훈련한 병사가 아닌 일반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대체 뭘 하는 거지?"

"제 길드원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자처해서 슈타인 성으로 집결했다고 합니다."

"자처해서?"

"예. 자신들의 힘으로 그란 왕국을 지키고 싶다고 하면서 슈타인 성으로 모였다고 합니다."

벨치스 국왕은 쥬디아의 말에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먹었다. 국민들이 왕국을 지키기 위해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집결하여 전쟁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벨치스 국왕은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국민들조차 저렇게 모여서 노력하고 있는데 자신은 그저 전쟁이 무사히 끝나기를 빌고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국민들이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벨치스 국왕의 눈에 장식되어 있는 자신의 갑옷과 검이 보였다. 자신이 그 갑옷과 검을 언제 착용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거렸다. 하지만 벨치스 국왕은 지금이 장식해둔 것들을 착용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르티네님을 불러와 주겠나?"

"예?"

"부탁하네."

"알,알겠습니다."

쥬디아는 그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고 벨치스 국왕은 혼자 남아 장식해둔 갑옷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입지 않았으면 이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항상 시종들이 관리해서 갑옷과 검이 녹슬지는 않았지만 착용한지 오래돼서 착용 방법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 기억을 억지로 회상하려는 노력 끝에 카르티네와 쥬디아가 도착하기 전에 겨우 겨우 갑옷과 검을 착용할 수 있었다.

"전하? 그 갑옷은?"

쥬디아는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벨치스 국왕을 보고 놀라워했지만 카르티네는 그를 보고 변함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나를 부른 이유는 그란 왕국으로 보내 달라는 건가?"

"예. 정확히는 슈타인 성입니다. 좌표는 쥬디아가 얘기해드릴 겁니다."

"알겠다. 하지만 괜찮나? 네가 라이언 왕국에 없어도."

"제가 없어도 유능한 인재들이 제 빈자리를 채워줄 겁니다. 오히려 지금 제가 할 일은 슈타인 성에 가서 국민들을 이끌어주는 것이죠."

"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알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네가 없다고 해도 라이언 왕국은 내가 지킬 것이니."

"하하. 그렇죠. 그런 계약이니까요. 쥬디아도 내가 없을 때 잘 부탁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확고하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고맙네."

카르티네는 쥬디아에게서 좌표를 듣고 간단한 텔레포트 마법진을 단번에 만든 다음에 다시 한번 벨치스에게 얘기했다.

"그럼 가겠다. 준비는 됐겠지?"

"예. 지금 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벨치스 국왕의 몸이 하얀 빛으로 감싸지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슈타인 성으로 오게 되었고 이곳에 있는 국민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며 도와주었네. 그것뿐이네."

"그렇다면...미리 알고 계시고 준비하신 것이 아니라는 겁니까?"

"게를린 성의 전투 얘기 말인가? 그건 방금 들었다. 아니, 반나절 전에 일어난 일인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준비를 마칠 리가 없지 않느냐?"

벨치스 국왕의 말에 피터와 매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둘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국민들이 자의적으로 모여서 이런 행동을 보였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고 국왕이 최전선에 직접 온 것에 대한 황당함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그들의 말문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부족하다고 했던 인력과 물자가 모두 갖춰졌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우연으로 이 타이밍에, 마치 운명처럼.

"...매트 왕자님."

"예."

"이건 신의 계시 같은 거라고 봐도 되겠죠? 이 전쟁을 이기라는."

"...솔직히 신의 존재는 믿지 않습니다만 이번만은 믿도록 하겠습니다."

피터와 매트는 서로를 바라보며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매트는 벨치스 국왕을 보고 얘기했다.

"전하. 이제 이곳은 저희가 지휘하겠습니다. 전하께서는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으실 겁니까?"

"내 얘기를 들었으면 내가 무슨 선택을 할지 알지 않느냐?"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슈타인 성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이 될 겁니다. 그 싸움에서 부디 다치지 말아 주십쇼."

"하하하. 걱정 마라. 나도 왕년에는 꽤 힘을 썼으니까."

벨치스 국왕의 허세에 매트는 웃음을 지으며 넘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밖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왔고 그 환호성을 통해서 그라이언 동맹의 병력이 입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이 도착한 모양이군요. 그럼 준비를 위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알겠다. 그리고 보여다오. 매트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예. 수성에 성공해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매트는 어떤 때보다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벨치스 국왕에게 얘기했다.

메블리 부대는 게를린 성을 파괴하고 다음 목적지인 슈타인 성을 향해 이동했다. 게를린 성과 슈타인 성의 거리는 겨우 반나절이면 도착할 거리로 메블리 부대도 반나절보다 조금 더 걸릴 뿐이었다. 그리고 슈타인 성이 시야에 보기 시작했을 때 메블리는 공중으로 올라가서 슈타인 성을 관찰하였다.

"호오? 생각보다 거대한 성이군요. 또 병사들도 조금 늘어간 것 같고."

메블리는 슈타인 성의 거대함과 늘어난 병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메블리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여기가 마지막 보루인가 보군요. 그리고 그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을 때의 절망감과 공포. 그만큼 맛있는 양질의 부정적인 감정도 없죠. 그럼 저도 슬슬 움직여보도록 할까요?"

메블리는 마물들을 이끌고 슈타인 성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성인 슈타인 성에서 대전투가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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