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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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2)
피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후문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다이아 골렘 10여 기가 버티고 있었고 양쪽 언덕에서는 마물들이 수없이 나오면서 압박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아직 남아있는 골렘들과 메블리가 존재하여 그야말로 사면초가와 같은 상황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공성전을 할 수 없어. 오히려 공성전은 악수야."
20만의 병력이 후퇴하고 있었고 성문으로 들어오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마물들은 접근해오고 있었고 지금은 마물과 전투를 펼칠 때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리해져 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정문은 안되고 양쪽 언덕으로 가는 것은 무리야. 그렇다면 퇴로는 후문뿐."
다이아 골렘 10여 기와 가고일 수백 마리를 처리하던가 아니면 무시하고 지나가든지 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눈치챈 건지 아니면 미리 작전대로 행동하는 것인지 몰라도 피터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암살단은 나를 따라와라!"
이츠의 말에 수백 명의 암살자들이 이츠를 따라서 후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이아 골렘과 가고일들을 향해 나아갔고 피터는 그 광경을 보며 매트와 에밀리를 향해 외쳤다.
"성벽을 부숴서 성문을 넓혀주세요!"
피터의 말을 들은 매트와 에밀리는 피터의 의도를 눈치채고 트이번을 성문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에밀리는 물의 상급 정령을 부르고 매트는 트이번의 등 위에서 점프하여 떨어지며 검을 꺼내 들었다.
"하앗!"
"실라이론! 성벽을 부숴주세요!"
매트는 오러 블레이드로 성문의 오른쪽 벽을 향해 내리쳤다. 그리고 낙하하는 힘을 실어서 그대로 바닥까지 갈랐고 이어서 실라이론이 바람의 폭풍으로 갈라진 성벽을 산산조각내었다. 그렇게 매트와 에밀리가 여러 번 반복하자 들어올 수 있는 성문의 크기가 몇 배로 늘어났고 후퇴한 20만의 대군도 빠르게 성 내부로 들어왔다.
"피터님!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모두 후문으로 이동해주세요! 후문을 뚫는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전군 후문으로 후퇴하라!"
피터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한 명의 와이번 라이더를 불러서 와이번 등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급하게 후문으로 이동하여 암살자들이 다이아 골렘들을 상대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암살자들이 다이아 골렘에 붙어서 핵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가지고 있는 무기로 찍었지만 단단한 다이아를 뚫을 수 없었다. 이츠를 비롯한 S급 암살자들조차 핵이 있는 내부까지 무기가 닿지 못했다. 그렇게 암살자들이 기를 쓰고 무기를 휘둘러도 유효적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그와 반대로 다이아 골렘은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암살자들을 베고 있었다.
암살자들은 빠른 스피드로 골렘들의 검과 주먹 또는 발을 피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이 고기 반죽으로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암살자들이 시간을 끌고 있었지만 여전히 다이아 골렘 10여 기는 건재했다.
"지금 다이아 골렘을 부술 수 있는 이는 매트님과 에밀리님 뿐이야. 하지만 그 두 분은 따로 할 일이 있어."
매트와 에밀리는 현재 트이번을 탄 상태로 다가오고 있는 마물들을 견제하며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이아 골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고 피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브릭!"
"취익?"
"와이번 라이더들을 다이아 골렘 쪽으로 집결시켜주세요!"
"취익! 알겠다!"
브릭은 와이번 라이더들의 리더와 같은 존재였고 피터의 말을 들은 브릭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모든 와이번 라이더들은 후문으로 모여라!!"
수많은 대군이 움직이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모든 와이번 라이더들이 브릭의 목소리를 듣고 후문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터 또한 브릭의 와이번을 타고 같이 이동하였고 이내 브릭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와이번들에게 골렘들을 들고 위로 올라가라고 해주세요!"
"취익!"
피터의 말을 들은 브릭은 다시 소리를 질러서 와이번 라이더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명령을 전달받은 와이번 라이어들은 와이번을 이끌고 다이아 골렘들을 향해 돌진했다.
"산개(散開)!"
돌진해 오는 와이번들을 본 이츠가 외쳤고 그에 맞혀서 골렘들에게 붙어있던 암살자들이 순식간에 골렘에게서 멀어졌다. 이어서 암살자들이 뒤로 빠지자마자 와이번들이 다이아 골렘에게 달라붙었다.
"키야아아악!"
"캬아악!"
와이번은 다이아 골렘과 거의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고 와이번 라이더들의 명령대로 다이아 골렘의 몸을 발톱으로 붙잡고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다이아 골렘이 아니였다. 다이아 골렘은 소환한 마법검으로 베거나 몸으로 와이번을 가격하는 등 와이번을 공격하는 행위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다이아 골렘의 공격에 부상을 입거나 죽는 와이번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와이번은 총 90여 마리고 다이아 골렘은 10여 기에 불과했다. 더구나 비슷한 크기를 가진 다이아 골렘으로서는 모든 와이번을 막기는 힘들었고 이내 수많은 와이번들의 발톱에 잡힌 채 공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취익! 어디까지 올리면 되는가?"
"최대한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요!"
브릭의 와이번 또한 다이아 골렘에 붙었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존재들의 싸움에 피터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한 골렘당 거의 10마리에 가까운 와이번들이 붙으면서 골렘이 반항을 하지 못하도록 둘러쌓았고 점점 고도를 높여갔다. 그리고 이내 숨쉬기 힘들 정도로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 후에 피터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브릭에게 얘기했다.
"차례로 골,골렘들을 떨어트리라고 하,하세요!"
"취익! 알겠다!"
이어서 브릭의 와이번을 시작으로 잡고 있던 발톱을 놓았고 이내 모든 와이번들이 골렘을 놓았다. 그리고 그에 맞혀서 다이아 골렘들이 상공에서 떨어졌고 점점 스피드가 붙으면서 엄청난 속도로 바닥에 가까워졌다.
콰콰쾅!!!
다이아 골렘들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충격과 함께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피터는 그 소리와 함께 와이번 라이더들과 하강하여 어떻게 됐는지 지켜보았고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단단한 다이아 골렘이라고 해도 높은 고도에서 떨어진 충격에는 멀쩡하지 못했다.
더구나 다이아를 부수기 위해서 다이아를 사용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이아 골렘끼리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난 골렘들도 있었다. 아직 구동하기 위해서 일어나려고 하는 다이아 골렘들도 보였지만 현 상태로는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이아 골렘들이 재기불능이 됐다는 말은 퇴로가 확보되었다는 뜻이었다.
"전군 후문으로 후퇴하세요!!"
피터의 말에 모든 병력이 후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양쪽 언덕에서 내려오는 마물들도 넓어진 성문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모든 병력이 후문으로 이동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매트와 에밀리는 트이번을 타고 조용히 성문으로 내려왔다.
"에밀리 누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 매트. 다른 이들이 이동할 동안 시간을 벌자는 거지?"
"예. 단둘로 저 많은 마물을 막아야 하지만요."
"조금 힘들 것 같네."
"그러네요. 항상 어려운 부탁만 해서 죄송해요."
"천만에. 하지만 네 말 중에 틀린 것이 하나 있어."
"예?"
에밀리의 말에 매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것이 틀렸나요?"
"단둘이서 막을 거라는 말."
"그게 무슨..."
에밀리는 뒤를 손으로 가리켰고 그녀의 행동에 매트는 고개를 돌렸고 깜짝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뒤에서 중무장한 90여 명의 오크들이 걸어오고 있었고 그들이 모두 친위대 오크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왜 후퇴하지 않고 온 겁니까?"
"취직~ 시간 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매트 남아있다."
"취익~ 매트 남아있다. 우리끼리 갈 수 없다."
"취췩~ 우리 강하다. 마물 상대하러 왔다."
친위대 오크들이 매트의 말에 한마디씩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매트는 한숨을 쉬며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저를 도와주시러 오신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오면 목숨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까?"
"취익~ 후회? 동료를 놔두고 도망치는 것만큼 후회되는 것도 없다."
"취직~ 그 말이 맞다!"
"취췩~ 우리 오크들은 싸우다 죽을 것이다!"
"취이이익!!"
친위대 오크들은 함성을 외치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친위대 오크들을 바라보고 매트는 그들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어떤 때보다 필요했고 어떤 때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한번 피를 흘려봅시다!"
매트는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며 외쳤고 그에 맞혀서 오크 또한 함성을 질렀다. 이어서 언덕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마물들이 뚫린 성문을 향해 돌격해오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만에 달하는 마물들이 땅을 짓밟으며 성문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런 성문을 약 1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두 줄로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수많은 마물들이 돌격해오는 광경은 지켜보는 입장에서 오금을 지리게 만들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크들은 오히려 언제든지 무기를 휘두를 것처럼 투지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들의 무기에는 완벽한 마나가 실려있었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마물들이 성문에서 약 50미터의 거리를 남겼을 때 에밀리가 먼저 움직였다.
"실라이론! 바람의 폭풍을 만드세요!"
에밀리의 명령을 들은 바람의 상급 정령 실라이론이 커다란 폭풍을 만들어내었다. 폭풍은 반경 십여 미터에 달했고 그런 폭풍 여러 개가 돌진하는 마물들을 방해했다. 그로 인해서 돌진해오던 마물들의 기세가 줄었고 동시에 폭풍을 뚫고 온 마물들만이 성문으로 돌격했다.
그로 인해서 좀 더 적은 마물들을 상대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에밀리가 노리는 것이었다.
"옵니다! 준비하십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마물들이 오고 있었고 제일 빠른 다리를 가지고 있는 켈베로스의 무리가 최전방에서 다가왔다. 십여 마리의 켈베로스는 자신들의 앞에 있는 오크들을 바라보고 무시하며 지나가기 위해 스피드를 높였고 이내 오크들과 켈베로스 무리가 격돌했다.
쾅!!
"크륵?"
"낑?"
켈베로스는 부딪혔는데도 마치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에 부딪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오크들을 보고 조그마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그들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콰지직!!
친위대 오크들이 두 줄로 선 이유는 바로 2인 1개 조로 움직이기 위해서이다. 첫 줄은 오크의 몸을 모두 가릴 정도로 커다란 방패와 온몸을 중장갑으로 무장한 중장갑병이다. 그리고 5미터에 달하는 켈베로스의 돌격에도 멀쩡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중장갑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 줄은 그런 중장갑병을 뒤에서 받쳐주는 이들이었다. 누군가 등을 받쳐주냐 받쳐주지 않느냐에 따라서 나오는 힘은 천지차이고 그런 이유에서 이들이 둘째 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켈베로스의 돌진을 중장갑병이 버티는 동시에 이 둘째 줄에 있는 오크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로 켈베로스의 머리를 가격했다.
서걱! 콰지직!!
오크들의 공격에 마치 벼가 베이는 것처럼 머리가 잘려나가고 수박이 터지는 것처럼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켈베로스 십여 마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즉사했다.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로 인정받는 켈베로스가 너무나 허무하게 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드워프가 만든 무기, 그것도 S급, A급을 장비하고 있는 친위대 오크라는 점이였다.
두 번째는 친위대 오크들은 모두 익스퍼트 상급에 달할 정도로 마나를 자유롭게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위대 오크들의 개인적인 무력이었다. 친위대 오크들은 수많은 오크들 중에서 뽑은 소수의 정예였다. 그리고 그란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서 수많은 훈련과 수련을 거쳤고 그 노력이 지금 발휘되고 있었다.
"취췩! 다음!"
켈베로스 무리를 죽이자마자 이번에는 트롤의 무리가 다가왔다. 다가온 트롤이 나무몽둥이를 휘두르며 중장갑병에게 휘둘렀지만 마나까지 사용하고 있는 중장갑병은 방패로 나무몽둥이를 가볍게 막아내었다. 그리고 막아내는 순간 뒤에 있는 친위대 오크들이 트롤의 목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고 단 한 번에 트롤을 즉사시켰다.
"크아아아!"
트롤 한 마리가 매트를 향해 나무몽둥이를 휘둘렀다. 매트는 오러 블레이드로 나무몽둥이를 반쪽으로 가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트롤의 몸까지 2등분으로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트롤의 무리를 막아내자 이번에는 소형 몬스터들의 다수가 몰려왔다. 그 숫자는 수백 마리에 달했고 고블린, 구울, 코볼트 등 수많은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형 몬스터의 공격에 중장갑병의 방패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고 오히려 숫자가 많아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 이유는 성문을 넓혔다고 해도 폭이 약 50마리의 오크로 채울 정도였다. 그렇기에 수백마리가 몰려온다고 해도 친위대 오크의 대열을 뚫지 못하는 이상 정체가 되고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친위대 오크들은 눈앞에 있는 한 마리씩만 맡으면 되었기에 오히려 가볍게 그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콰직! 서걱!
"취익! 이것밖에 되지 않나?!"
"취직! 더 덤벼라!"
친위대 오크들은 죽인 몬스터들의 피로 인해 장갑이 모두 붉게 물들어갔고 전투에 취한 것처럼 무기를 쉼 없이 휘둘렀다. 그렇게 소형 몬스터들을 학살해내자 이번에는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났다. 미노타우로스는 멀리서 뿔을 내린 채 달려오고 있었고 그것을 본 중장갑병은 다시 자세를 잡고 미노타우로스를 받아낼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에밀리가 불의 상급 정령을 소환하며 얘기했다.
"샐라임! 벽을 만드세요!"
샐라임은 에밀리의 명령대로 앞에 불로 만들어진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노타우로스는 갑자기 앞에 생긴 불의 벽을 보고도 돌진하던 힘 때문에 멈출 수 없었고 그대로 불의 벽을 지나갔다.
"뿌우우!!"
불의 벽을 지나간 미노타우로스는 몸과 눈이 불타는 고통에 소리를 울부짖으며 비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미노타우로스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돌진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중장갑병에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중장갑병이 막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미노타우로스도 처리하고 났을 때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드디어 등장인가."
"취익! 오우거!"
지상 몬스터의 최강인 오우거 10여 마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우거는 친위대 오크의 3배에 달하는 키를 가지고 있었고 들고 있는 몽둥이 또한 거의 오크만한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오크들에게 제일 무서운 몬스터를 뽑으라고 하면 오크들은 단연코 오우거를 뽑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우거는 항상 오크의 상위 종족이였고 오우거를 만나면 잡아먹히기에 도망치는데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서열을 뒤엎고 오크가 오우거를 상대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투쟁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취익! 덤벼라!"
"취직! 오우거따위 죽여주겠다!"
오우거는 오크의 도발에 몽둥이를 들고 중장갑병을 향해 휘둘렀다. 오우거의 엄청난 몸에서 나오는 힘은 중장갑에 마나까지 사용하는 친위대 오크조차 막으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정도였다.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깡! 쿵!!
"크어어?"
오우거들은 자신의 몽둥이가 오크를 박살 내지 못하고 땅에 박히는 것을 보며 이상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 몽둥이가 오크를 박살내지 못한 이유는 바로 중장갑병이 방패로 몽둥이를 흘려 넘겼기 때문이었다. 친위대 오크들은 그란을 상대로 수많은 훈련과 수련을 했다. 그리고 그란은 오우거보다 더한 힘을 보여줄 때가 많았고 그런 그란을 상대로 친위대 오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했다.
그렇기에 오우거의 공격에도 반사적으로 흘려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중장갑병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뒤에 있는 친위대 오크들은 놓치지 않았다.
서걱! 콰직!
드워프제에 마나까지 실린 무기는 오우거의 질긴 가죽도 가볍게 자르면서 지나갔고 정확히 오우거의 목과 머리를 베거나 분쇄했다. 그렇게 오우거 10여 마리는 그대로 즉사를 하면서 뒤로 고꾸라졌고 친위대 오크들은 다시금 자신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취취췩! 오우거 별거 아니다!"
"취윅! 더 덤벼라! 모두 상대해주겠다!"
오우거까지 가볍게 처리하면서 오크들은 더욱 투쟁심을 뿜어내었고 그에 맞혀서 몬스터들도 더욱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퍽!
"취익! 이제 딱 200마리 죽였다!"
"취직! 나는 200마리 넘은 지 오래다!"
"취익! 질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친위대 오크들과 매트, 그리고 에밀리가 죽인 몬스터만 거의 수천 마리에 육박하게 되었다. 그들의 몸에서 붉게 물들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없었고 죽인 몬스터의 시체로만 시야의 대부분을 가릴 정도였다.
그만큼 치열한 싸움이 있었고 친위대 오크들도 마나를 모두 소모하여 더 이상 무기에 마나를 실을 수 없었다. 그란과 했던 무식한 체력 훈련 덕분에 아직 오크들의 체력이 바닥나지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이 오우거 5마리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일이 발생했다.
쾅!!
"커억!"
미처 힘을 흘리지 못한 중장갑병이 오우거의 몽둥이에 맞아서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대열의 구멍이 생겼고 오우거의 뒤에 있던 트롤이 그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어딜!"
매트는 그 구멍의 존재를 눈치채고 검으로 트롤을 단번에 양단시켰다. 하지만 매트의 검에도 마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점점 한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구멍을 메꾸세요!"
"취익! 알겠다!"
매트의 말에 친위대 오크들이 다시 대열을 잡았고 그 사이에 매트는 뒤로 날아간 오크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괜찮으세요?!"
"취,취익...괜찮다."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매트는 가슴 부분의 장갑이 움푹 들어간 것이 가슴뼈가 박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쾅! 쾅!
"취익!"
"쿨럭!"
매트가 뒤로 빠지는 사이에 또다시 오우거에게 부상당하는 이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구멍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더 이상 시간을 끌기가 힘들다는 것을 매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후퇴했다가는 전멸할 수도 있어."
그 말대로 한 번에 후퇴를 하는 순간 몬스터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해서 전멸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매트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에밀리 누나! 남은 마나로 몬스터들의 발을 묶어주실 수 있나요?"
"으...안될 것 같아! 지금 마나가 거의 남지 않았어!"
쾅! 쾅!
"커억!"
"취췩!"
그 사이에도 하나 둘씩 오크들이 뒤로 날아갔고 튼튼했던 대열이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매트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지 머리를 감싸며 생각했지만 그가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존재가 있었다.
"매트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매트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와이번 라이더와 함께 와이번을 타고 있는 피터를 볼 수 있었다.
"피터님!"
"모두 후문으로 후퇴했습니다! 매트님과 오크 분들도 후퇴할 준비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뒤로 후퇴하면 추격을 뿌리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 기회를 만들 테니 물러나 주세요! 브릭!"
"취익! 알겠다!"
휘이익!
브릭이 손가락을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든 와이번 라이더들이 집결하였고 공중에서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취익! 적을 뚫어라!"
"취이이익!"
브릭의 말을 시작으로 대열을 맞춘 와이번들이 하강하면서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고 와이번들의 돌진력에 몬스터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지상의 최강 몬스터를 오우거라고 하면 드래곤을 제외하고 공중의 최강 몬스터는 와이번이었다.
그런 와이번이 한 마리도 아니고 90여 마리가 대열을 갖춘 채로, 그것도 중장갑을 한 와이번들의 돌진력에 몬스터가 대항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매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쳤다.
"후퇴하라!"
매트의 말에 친위대 오크들이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고 부상당해서 쓰러져 있는 오크들을 부축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본 와이번 라이더의 일부가 와이번을 사용해서 친위대 오크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트이번!"
"키에에엑!"
지금까지 공중에서 기다리고 있던 트이번이 매트의 말에 빠르게 하강했고 이내 매트는 트이번을 타고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에밀리 누나!"
매트는 트이번을 탄 채로 손을 뻗었고 에밀리는 그의 손을 타이밍이 맞혀서 잡았다. 그리고 에밀리를 뒤에 앉히고 지상을 바라보았다. 모든 친위대 오크들을 와이번에 태우는데 성공했고 약 30여 마리의 와이번 라이더들이 입구에서 몬스터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피터님!"
"알겠어요!"
매트의 말을 들은 피터는 브릭에게 얘기했고 동시에 모든 와이번 라이더들이 와이번을 이끌고 공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입구를 통해서 수많은 마물들이 성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마물들에 의해서 성은 빠르게 무너져갔다.
"성이..."
"..빠르게 후퇴하죠. 이번은 우리의 패배입니다."
매트는 최소의 피해로 끝났지만 그래도 지금은 자신들의 패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매트는 에밀리와 함께 트이번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했고 그렇게 게를린 성의 전투는 마무리가 되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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