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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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1)
강행군을 한 덕분에 그라이언 동맹은 게를린 성에 예상보다 반나절은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약 하루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피터가 고안한 작전대로 실행하기 위해서 도착하자마자 각자 임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누워있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이츠였다.
"있잖아. 위스퍼. 나 그렇게 아프지 않다니까?"
"부상자는 조용히 해요."
"레스덴 성까지도 잘 달려갔잖아? 그리고 부상자들이 타는 마차에서 자고 와서 잠도 오지 않아."
"안돼요!"
이츠는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위스퍼의 고집에 혀를 내둘렀다. 물론 위스퍼의 걱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츠의 몸은 괜찮았다. 중상을 입었어도 하이 포션으로 인해서 상처가 치료되었고 마차로 이동하는 도중에 피로도 모두 풀렸다.
오히려 몸이 너무 건강해서 근질거릴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솔직히 위스퍼가 조는 사이에 빠져나갈 수는 있었지만 그러면 위스퍼에게 걱정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꺼려한다는 것을 이츠는 알 수 있었다.
'불과 조금 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듀로크에 제압당하고 라이언 왕국에 정식으로 속하고 암살단으로 움직이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라이언 왕국에 애착이 생기고 위스퍼라는 반려의 엘프도 만났다. 이제는 그들을 지키고 싶었다. 지금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 되었다.
'그냥 솔직하게 얘기할까?'
이츠는 그냥 솔직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위스퍼에게 얘기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 이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스퍼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때 이츠를 찾아온 이들이 없었다면.
"이봐. 살아있어?"
"뭐야? 멀쩡하잖아? 다쳤다고 들었는데."
"너희들 여긴 무슨 일이야?"
이츠를 찾아온 것은 같은 S급 암살자인 앨런과 마크, 브리츠였다.
"네가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찾아왔지. 그런데 뭐야? 거짓말이었어?"
"뭐가 거짓말이냐? 이것 보라고! 여기 남은 흉터를!"
이츠는 상의를 올리며 흉터를 보여주었고 3명은 그 흉터를 보며 얘기했다.
"진짜네? 누구한테 당했길래 이렇게 큰 상처가 난 거냐?"
"메블리라고 하는 마족에게. 듣기로 지금 부대의 총사령관인 것 같더라."
"그래? 강해?"
"...솔직하게 얘기해서 듀로크와 만나고 난 이후로 처음으로 식은땀이 났어."
"그 정도야?"
"놀랍네. 그렇다는데요? 왕자님."
왕자라는 소리에 이츠는 그들의 뒤에 매트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매트 왕자? 당신은 또 무슨 일이야?"
"몸은 괜찮나?"
"지금이라도 평소대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인데. 왜?"
"이츠. 당신을 비롯해서 S급 암살자들도 모두 따라와줘. 위스퍼 양도 참석해도 됩니다."
"시킬 일이 있나 보지?"
"그렇다."
"알겠어. 위스퍼 갈 거지?"
이츠의 물음에 위스퍼는 한숨을 쉬며 결국 고집을 꺾었다.
"예. 같이 가야죠. 이츠님을 혼자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매트가 이끌고 간 임시 사령부에는 클레아, 에밀리 그리고 피터가 지도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매트와 S급 암살자들이 온 것을 보고 대화를 멈췄다.
"어서 오십쇼. 몸은 괜찮으신가요?"
"나 보면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나? 괜찮다니까. 그래서 우리한테 시킬 일이 뭐야?"
"이번에 마나 붐에 대해서 눈치채신 것도 이츠님이죠. 그리고 누구보다 감각이 뛰어나고 빠르신 것도 여러분들이고요. 그래서 암살단에게 시키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뭔데?"
"게스덴 성의 전투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상하지 못한 적의 행동에 대응하지 못하고 취약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암살단 분들이 그 약점을 보완시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적의 부대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서 알려주셔도 되고 암살자분들의 무력으로 직접 진압하셔도 됩니다. 아니면 그저 정보만 알려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일어났을 때 그 혼란을 어느 정도 메꿔주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흐음...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충은 알겠어. 너희들은?"
"우리도 마찬가지야."
"이츠 네가 대충 알겠다면 우리도 알지 않겠나?"
"맞아. 우리 중에 제일 멍청하잖아?"
"시끄러. 이 녀석들아."
이츠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조용히 시킨 다음에 피터에게 얘기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기둥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는 거잖아?"
"예. 그 말이 정확합니다."
"직감 그리고 본능대로 움직일 텐데. 그래도 상관없겠지?"
"예. 오히려 그 편이 좋습니다."
"알겠어. 하지만 괜찮겠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런 중요한 역할을 우리에게 맡겨도?"
"당신들이니까 맡기는 겁니다."
이츠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얘기하는 피터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알겠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행동할 테니까."
"아. 잠깐 한 가지 더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임시 사령부에서 나가려는 이츠를 피터는 붙잡으며 얘기했다.
"뭔데?"
"적의 사령관은 메블리를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정보도 괜찮으니 그에 대해서 얘기해주시겠습니까?"
"또?"
"또? 저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만.."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듀로크를 만나고 난 이후로 처음으로 식은땀이 났어. 적 부대의 모든 병력보다 메블리 한 명이 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아직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메블리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 전쟁의 판도가 확 뒤바뀔 수도 있어."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츠는 그 말을 끝으로 임시 사령부 밖으로 나왔고 그 뒤를 S급 암살자들과 위스퍼가 따라왔다.
"이츠. 이제 어떻게 할 거냐?"
"현재 얘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어?"
"정보 수집을 위해서 대부분 적 부대의 근처에 몰려있지."
"그럼 절반만 데려와."
"알겠어. 이츠 넌 여기 남아있어라."
"뭐? 또 쉬고 있으라고?"
"그게 아니고 남아서 지금 시간 있을 때 이 게를린 성을 관찰하라고. 항상 행동을 취하기 전에는 그 지역에 가서 미리 사전 조사를 하잖아?"
"...쳇. 알겠다."
"그럼 열심히 하라고."
"그렇다고 너무 농땡이 피우지는 말고."
"안 한다고!"
그 말을 끝으로 3명의 동료는 눈앞에서 사라졌고 이츠는 옆에 있는 위스퍼를 향해 얘기했다.
"이제 점점 더 위험해질 거야. 따라올 수 있겠어?"
"위험해지면 이츠님이 지켜주실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에이! 모르겠다. 우선 주변을 살펴보도록 하자고."
"예!"
위스퍼는 이츠의 팔에 팔짱을 꼈고 이츠는 부끄러워하는 것을 기색을 감추며 걸어갔다. 그리고 이츠와 위스퍼가 그러는 사이에 임시 사령부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피터는 이츠가 말한 메블리에 대한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왜냐하면 피터 또한 메블리의 평가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메블리가 나설 때를 대비해서 대처법을 생각해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혹시 생각해둔 것이 있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메블리와 같은 강자를 상대할 때는 수적인 우위보다 소수의 정예로 싸우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메블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초인이 지금 저희 부대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요. 초인은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매트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얘기했다.
"그건...안됩니다."
"왜죠?"
"...매트 왕자님. 직설적으로 묻겠습니다. 메블리를 막을 자신이 있습니까?"
"막을 자신은 없습니다. 저도 제 자신이 듀로크님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메블리를 막으시겠다는 겁니까?"
"예. 그리고 저는 저 혼자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 옆에는 또다른 초인이 있으니까요."
매트는 옆에 있는 에밀리를 보며 얘기했고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리님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초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서 메블리님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힘들다고 하더라도 할 겁니다. 저랑 에밀리 누나가 아니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리고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고 방어에만 전념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맞아요. 저랑 매트라면 가능할 거에요."
피터는 매트와 에밀리가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들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대로 둘이 아니면 메블리를 막을 수 있는 초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말릴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두 분이 맡아주십쇼."
"감사합니다. 그럼 저랑 에밀리 누나는 따로 작전을 짜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매트와 에밀리는 바깥으로 나갔고 피터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클레아가 피터를 향해 얘기했다.
"저도 뭔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없습니까?"
"예?"
"임시로 맡은 지도자라고 하지만 저만 가만히 있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해서요."
피터는 클레아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클레아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피터는 그녀에게 다시금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가르쳐주기로 했다.
"클레아님. 클레아님이 하고 계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
"전쟁에서 사기란 전투력을 의미할 정도로 사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란 왕국의 오크들의 사기를 높여줄 수 있는 존재는 클레아님. 당신 뿐입니다."
"하지만..."
"그리고 클레아님에게도 한가지 임무를 맡기려고 했습니다."
"무슨 임무인가요?"
"제가 고안해낸 작전대로 흘러가면 골렘들은 빙결 마법에 당해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그때 기사단과 인간, 오크 병사들이 골렘을 향해 진격할 예정인데 그때 클레아님도 같이 오크 병사들을 이끌고 돌격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요?"
"예. 골렘을 직접 공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클레아님이 전방에 서서 같이 돌격한다는 것만으로 오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겁니다. 오히려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해주십쇼. 클레아님이 다치면 그만큼 사기는 저하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움직여주세요."
"알겠어요."
"그럼 오늘도 오크 분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클레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나갔고 피터 또한 혼자 남았지만 다시 계속 모의전을 펼쳤다. 또한 피터가 말한 대로 모두 각자 임무를 이행하였고 그렇게 하루 반나절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서 메블리의 부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트는 성벽 위에 서서 메블리의 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에밀리가 있었다.
"마물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도 아직 저렇게 많이 남아있네요."
"그러게."
에밀리는 매트의 말에 대답했고 그런 에밀리를 보며 매트는 얘기했다.
"...에밀리 누나. 정말 메블리와 싸우실 거에요?"
"응. 너도 같이 싸울 거잖아?"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저 말고 다른 초인은 없으니까. 하지만 에밀리 누나는 아니잖아요?"
"네가 싸우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메블리란 녀석도 마족일뿐더러 그 녀석의 부하잖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죽을 수도 있어요."
"알아. 하지만 너와 함께 싸우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제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에요."
"나도 죽을 생각은 없어. 왜냐하면 돌아가서 너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에밀리의 말에 약속을 떠올린 매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크흠. 이만 준비해볼까요?"
매트는 트이번의 등 위에 앉으며 얘기했고 누가 봐도 말을 돌리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에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트의 뒤에 가서 같이 트이번의 등 위에 앉았다. 그리고 트이번은 조그마한 울음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올라갔고 이내 게를린 성의 전투가 시작되려고 하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피터는 성벽 위에서 망원경을 통해 적의 부대를 관찰했다.
"역시 마물의 숫자는 확연히 줄었군요. 대부분의 주력병력이 골렘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병력의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겠군."
"예. 그리고 이번 싸움에서 적의 병력을 상당수 줄이면 마지막 성인 슈타인 성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뤼나티크님. 어스퀘이크 마법진의 준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두 열심히 준비해준 덕분에 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네. 신호만 주게나."
"알겠습니다."
"헌데 마나 붐의 대책으로 그렇게 간단한 마법으로 가능하겠나?"
"예. 마나 붐 프로젝트에 대해서 드워프 분들에게 듣고 그것이 아직 불완전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그에 대한 대처가 되어있지 않을 겁니다."
"알겠네."
"아르셰님도 준비가 되었나요?"
"아마. 뤼나티크에게 배우긴 배웠지만 정말로 가능한지는 직접 해봐야 할 것 같아. 하지만 가능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매트님과 클레아님도 모두 준비되었습니까?"
"언제든지."
"예. 준비됐어요."
"그럼 충분히 끌어들인 다음에 마법진을 발동시키겠습니다. 모두 대기해주세요."
피터는 게를린 성 내부에서 모두 전투 준비를 마친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수많은 골렘들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게를린 성으로 진격해오고 있었고 약한 지반이 골렘의 발걸음에 움푹움푹 파이고 있었다.
그렇게 진격해오는 골렘들의 움직임에 땅이 울렸고 수많은 병사들이 긴장을 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직이야...아직."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유지되는 가운데 피터의 망원경 속에 마법포가 가동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법포가 가동되면서 점점 빨갛게 가열되어갔고 이내 포대가 성벽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지금!"
"마법진 가동!"
피터의 신호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던 뤼나티크가 마법병단을 향해 외쳤고 그와 동시에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이 마나를 불어넣어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드드드드...
거대한 마법진에 빛이 나면서 땅이 울리기 시작했고 땅 울림은 점점 커져갔다. 거대한 땅울림에 골렘들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쓰러지기 시작했고 마법포 또한 표적을 겨누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서 마법진이 가동되면서 진정한 지진이 시작되었다.
""어스퀘이크!!""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흔들림이 일어나면서 지반이 약한 땅이 갈라지고 침하되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골렘이 밟고 있던 지반이 폭삭 주저앉았고 이내 게를린 성 앞에 있는 모든 평야가 움푹 파여 들어갔다. 수많은 골렘과 마법포는 그런 지반과 함께 침하되어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피터는 다음 행동을 취했다.
"기름통 투척!!"
90여 마리의 와이번이 피터의 신호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침하된 평야를 지나갔다. 그리고 와이번 위에 타고 있던 오크들은 일제히 지나가면서 기름통을 떨궜고 기름통은 정확히 골렘이 있는 지반에 떨어졌다. 또한 게를린 성 내부에 있는 투석기 또한 기름통을 꾸준히 던졌고 이내 지반에 침하된 골렘들이 모두 기름에 번들번들하게 변할 정도였다. 이어서 피터는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던 명령을 내렸다.
"불화살 발사!!"
20만이 넘는 병사들이 피터의 말에 준비해두었던 불화살을 시위에 걸고 일제히 당겼다. 불화살의 상당수가 사정거리에 닿지 않아서 애꿎은 땅에 박혔지만 일부는 기름에 범벅이 된 골렘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일부 불화살만 떨어져도 효과는 굉장했다.
불은 기름을 통해 빠르게 번져나갔고 와이번 라이더들이 또다시 던지는 기름통에 의해서 다시금 확산되어갔다. 그렇게 침하된 지반에 떨어진 골렘들은 불에 휩싸여 점점 가열되면서 붉게 달궈져 갔다.
"이봐! 이제 사용하면 돼?!"
"아직입니다! 충분히 가열되야해요!"
뱀파이어들과 기다리고 있던 아르셰는 피터에게 소리쳤고 아직이라는 대답에 혀를 찼다. 현재 아르셰와 뱀파이어는 새로운 진형을 갖추며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바로 뤼나티크 마법진이였다. 불타오르고 있는 골렘들을 한 번에 얼리려면 최소한 7서클 마법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뤼나티크 마법진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제 하루 동안 아르셰와 뱀파이어들은 뤼나티크에게 마법진의 사용법을 강의받았고 마법친화력이 높은 뱀파이어들은 빠르게 마법진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지금에 있어서 이미 7서클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언제 되는 건데?!"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도 골렘이 하나둘씩 지반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피터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고 불은 점점 거세게 타오르며 골렘들을 가열시켰다. 그리고 끝내 머리까지 붉게 변하는 것을 확인한 피터는 지금이 그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입니다!"
"좋아!"
피터의 말에 뱀파이어들은 뤼나티크 마법진 위에서 마나를 몰아넣었고 수많은 뱀파이어들의 마나가 중심에 있는 아르셰에게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대한 마나의 양에 아르셰는 어떤 것이든 가능할 것 같은 전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마나를 7서클 마법에 사용하는 순간 한순간에 마나가 빨려 나가면서 허탈감과 동시에 희열을 느꼈다.
"프로즌 스톰."
프로즌 스톰. 7서클 마법으로 6서클 마법인 아이스 스톰의 상위 마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이스 스톰보다 더 낮은 온도와 더 커다란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아르셰에 의해서 만들어진 프로즌 스톰은 불타고 있는 골렘들을 향해 움직였다.
콰콰콰!! 쩌저적...
반경 수십 미터에 달하는 프로즌 스톰은 불을 끄는 것은 물론이고 골렘들의 몸을 얼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터의 예상대로 가열되었던 것이 순식간에 온도가 낮춰지면서 골렘의 몸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프로즌 스톰에 의해서 골렘들은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얼려지고 있었다.
그렇게 맹렬한 기세를 보이던 프로즌 스톰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약해져갔고 이내 완전히 사라지고 보이는 광경은 수많은 얼음 덩어리로 변한 골렘들이었다.
"성문을 열어라!!"
둥! 둥! 뿌우우우!!
피터의 명령에 맞혀서 북을 두드리며 진격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성 내부에는 말을 타고 있는 만여 명의 기사와 20만의 오크, 인간 병사들이 성문이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성문이 모두 내려와 길이 연결되었을 때 제일 앞에 있는 클레아가 검을 들고 소리쳤다.
"돌격하라!"
"으아아아아!!"
"취이이이익!!"
클레아가 말을 이끌고 앞으로 돌진하면서 그 뒤를 르와 제이슨,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이 뒤따라갔다. 그리고 그 뒤를 말을 타고 있는 만여명의 기사들이 돌진했고 이어서 20만이 넘는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그렇게 대군이 달려오는 것에 땅이 흔들리고 대기가 울렸다. 그들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았고 눈앞에 있는 골렘들을 단번에 박살 낼 것처럼 보였다.
"하아아앗!!"
최전방에 있는 클레아가 이내 얼어있는 골렘을 향해 접근했다. 그리고 그녀는 있는 힘껏 마나가 실려있는 검으로 골렘을 때렸고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수행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면 했다. 그리고 검은 그녀의 수행을 배반하지 않았다.
쩌저적! 쾅!
그녀의 검이 얼어붙은 골렘의 팔을 강타하는 순간 팔에 금이 가면서 산산조각으로 변해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대군이 골렘에 부딪혔다.
콰콰콰쾅!!
만여 명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온 돌진력과 마나가 서려 있는 검이 골렘들을 순식간에 박살 내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20만의 병사들이 기사들이 미처 부수지 못하고 지나간 골렘들을 차례대로 분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군의 진격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처럼 엄청난 기세를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때 어스퀘이크 마법진의 효과 범위에서 벗어나 타격을 적게 받은 골렘 쪽에서 하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펑!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알고 있었다.
"마나 붐이다!!"
수십 개의 빛나는 물체, 마나 붐은 발사되고 공중에서 대군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피터는 놓치지 않고 뤼나티크에게 얘기했다.
"뤼나티크님!!"
"알겠네!"
뤼나티크가 피터의 소리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그 마법진은 윈드 토네이도. 6서클 마법일뿐더러 위력 또한 크지 않고 반경도 수 미터에 달하는 마법이였다. 하지만 윈드 토네이도는 바람을 일으키는 마법이였고 그 윈드 토네이도는 정확히 마나 붐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
마나 붐은 윈드 토네이도의 바람에 밀려서 오히려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마나 붐은 그대로 뒤쪽 골렘이 있는 쪽에 떨어졌고 이내 시간이 지나면서 폭탄이 발동되었다.
우우우웅! 콰직!
우우우웅! 콰직!
마나 붐은 강한 내구성을 가진 골렘들조차 한순간에 으깨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스톤 골렘과 아이언 골렘은 물론이고 제일 단단한 다이아 골렘조차 마나 붐의 반경에 들어있으면 예외 없이 구멍을 내고 으깨버렸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피터는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했다.
"좋았어!!"
피터는 쿠로딘에게 마나 붐에 대해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고 그 정보를 통해서 마나 붐이 쏘고 난 다음에는 취약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바람 마법을 사용해서 돌려보내는 것이었고 예상대로 그 효과는 굉장했다.
"계속 진격해! 지금이 기회다!"
"놀랍군요."
메블리는 골렘들이 박살 나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지반을 사용한 어스퀘이크 마법. 그리고 불과 얼음을 사용해서 내구성을 낮추는 동시에 마나 붐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까지. 메블리는 적의 지휘관에게 다시금 감탄했다.
"역시 저의 적으로 인정할 만하군요. 하지만 그런 당신도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메블리는 양손을 들어서 검은 마나를 뿜어내었고 검은 마나는 마치 공기를 타고 가는 것처럼 양쪽으로 길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상황이 괜찮은 것 같네."
"예. 그런 것 같아요."
매트와 에밀리는 트이번을 탄 상태로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진격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둘은 메블리가 움직일 것을 대비해서 대군의 진격에 합류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누구보다 빨리 메블리의 행동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매트! 메블리를 봐!"
"저건?"
메블리의 양손에서 검은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마나는 양쪽 언덕을 향해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이내 검은 마나가 모여서 하나의 형체를 만들고 있었다. 그 형체는...문과 같았다.
"문?"
"설마?!"
매트는 설마 하는 심정과 동시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에게 하나의 가설이 떠올랐는데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리기를 바랬다.
"트이번 저쪽으로!"
"키야아악!"
매트의 말에 트이번이 빠르게 오른쪽 언덕을 향해 날아갔고 매트는 생성이 되기 전에 제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트이번을 재촉했다. 하지만 언덕에 약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었을 때 형체를 갖추었고 그것은 검은 문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젠장!"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매트는 오러 블레이드가 서린 검으로 에밀리는 물의 상급 정령을 소환하여 검은 문을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검은 문의 앞에 연기로 만들어진 방패가 소환되어 둘의 공격을 막았고 그사이에 검은 문에서 마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크아아아!"
검은 문에서 나온 마물은 1마리로 시작해서 십여 마리, 수십 마리, 백 마리, 수백 마리로 늘어나는 것은 한순간이였다. 그리고 매트와 에밀리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언덕이 마물로 가득 차 버렸고 피터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터는 이미 그 광경을 보고 있었고 이내 후퇴의 뿔피리를 불게 하였다.
둥! 둥! 둥! 뿌우우우!! 뿌우우우!!
골렘을 부수며 진격하고 있던 모든 군대는 후퇴의 뿔피리 소리를 들고 진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클레아는 공중에서 트이번을 타고 있는 매트와 에밀리가 한 곳을 지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클레아는 지목한 언덕에서 마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전군을 향해 외쳤다.
"전군 후퇴!!"
클레아의 명령에 맞혀서 르와 제이슨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이 똑같이 외쳤고 전군이 다시 게를린 성으로 회귀했다. 그런데 그때 커다란 굉음이 게를린 성의 후문에서 울려 퍼졌다.
쿵!!
"으아아악!!"
"다,다이아 골렘이다!!"
다이아 골렘 10여 기와 가고일 수백 마리가 언제 나타났는지 게를린 성의 후문에서 길을 막고 성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피터는 어떻게 다이아 골렘과 가고일이 후문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였다.
"설마 포위된 건가?!"
"이건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메블리는 급하게 후퇴하는 20만의 군대를 보며 얘기했다.
"저는 지원병력이 없다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생각하게 유도했을 뿐. 그리고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당해준 것도 오늘을 위한 것이였습니다."
성에서 나온 군대를 포위하고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이날을 위해서 메블리는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이아 골렘 10여 기도 레스덴 성에서 강의 흐름을 막을 때 사용한 골렘들이었다.
그리고 그 골렘들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수백 마리의 가고일을 통해 옮겼다. 그것도 동쪽으로 이동한 후에 우회해서 게를린 성의 후문으로 오게 하였다. 그래서 수많은 암살자들과 시프 길드원들이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자.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겁니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여기서 모두 죽을 겁니다. 부디 이 위기를 벗어나서 저를 재밌게 해주십쇼."
메블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고 그 와중에도 게를린 성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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