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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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0)
레스덴 성에서 전투를 펼친 지 약 반나절이 지났다. 그라이언 동맹은 게를린 성으로 이동하던 도중 날이 저물어서 야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영을 하는 도중 지휘관들은 다음 작전에 대해 회의하기 위해서 모두 임시 사령부에 모였다. 하지만 모인 지휘관들은 각자 공통된 의문점을 가졌는데 그것은 바로 피터의 부재였다.
"피터님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어디 계시는 겁니까?"
"취직~ 안 보인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전략의 중심이 되었던 피터가 참가하지 않자 지휘관들이 웅성거렸고 매트가 나서서 지휘관들에게 얘기했다.
"현재 피터님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서 돌아오실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매트의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라졌고 다시금 집중하는 시선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매트는 이것이 임시방편임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피터는 생각을 정리한다고 했지만 멀쩡한 상태가 아니였다. 자신의 실수로 수많은 이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그를 옥죄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피터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매트는 생각했다.
"클레아. 잠시 자리를 비울게."
"예? 어디 가시려고요?"
"피터님을 만나고 와야 할 것 같아. 이대로 피터님 없이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든."
클레아는 매트의 굳은 의지가 담겨있는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여기는 제가 맡을 테니 다녀오세요. 대신 꼭 피터님을 정신 차리게 해주셔야 해요."
"그래. 약속할게. 에밀리 누나도 여기에 있어 주세요."
"알겠어."
매트는 은근슬쩍 임시 사령부에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옆에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뤼나티크였다.
"지금 피터를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그럼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피터와는 인연이 있어서."
"그렇다면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른 동료들까지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녀석들이 피터를 정신 차리게 해줄 것과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뤼나티크는 마치 현자와 같이 초탈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피터는 비교적 높은 언덕에 올라가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피터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경치를 바라보는데 집중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자아도취에 빠졌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만심에 가득 차서 웃음을 터트리는 한심한 모습이었다.
"젠장...젠장!"
죽은 오크들과 드워프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있었고 마치 자신을 나무라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젠장!!"
퍽!!
피터는 주먹으로 땅을 치며 소리쳤다.
"너가 그렇게 잘났냐? 피터! 너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야?! 네 실수로! 너의 자만심으로 인해서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피터는 어느 때보다 자신을 향해 분노하며 한심함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 그것도 왕국의 미래를 건 중요한 전쟁 중에 딴 곳에 정신이 팔려서 수많은 이들을 죽게 만들었다. 원래 작전대로 곧바로 후퇴했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아도취에 빠져서 후퇴명령을 내리는 것을 까먹었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 피터는 그런 실수를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번에야말로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게 뭐야?! 너로 인해서 수십, 수백이 넘는 생명이 사라졌다고!"
퍽! 퍽! 퍽!
분이 풀릴 때까지 피터는 땅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피가 나오고 살갗이 벗겨져도 멈추지 않았다. 그저 이런 고통이라도 받지 않으면 용납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피터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고 목소리를 너무 질러 목이 쉬면서 주먹을 휘두른 결과 체력도 고갈되었다.
"헉...헉..."
피터는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대자로 누었다. 피터의 눈에 수많은 별이 보였고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껴지게 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러게 말이네.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라보았다.
"뤼나티크님."
"여기서 뭐하는 건가? 지금 지휘관들이 모두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빨리 오게나."
"...저는 갈 수 없습니다."
피터는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왜 갈 수 없다는 건가?"
"저같이 무능한 전략가는 필요 없습니다. 아니,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용납할 수 없다라...그건 자네의 실수로 죽은 이들이 나왔기 때문인건가?"
"...그렇습니다. 저는 정작 중요할 때 자만감과 자아도취에 빠져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수십, 수백 명의 생명이 꺼졌습니다. 이런 실수를 뤼나티크님은 눈감아주실 수 있습니까?"
"그럴 수는 없겠지."
"그렇죠?"
뤼나티크의 말을 들은 피터는 오히려 통쾌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뤼타니크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속죄는 가능하네."
"속죄?"
"자네 말대로 수십, 수백 명의 이들이 죽었네. 지금부터 어떤 노력을 해도 그들이 다시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겠지. 하지만 자네의 실수로 수십, 수백 명이 죽었다면 자네의 노력으로 그보다 많은 수천, 수만 명을 살리면 되지 않겠나?"
"더 많은...이들을 살리라고요?"
"자네의 실수로 죽은 이들을 잊으라는 말이 아니네. 그들을 기억하면서 그들보다 몇 배, 몇십 배 많은 이들을 죽게 하지 않으면 되네. 그것이 자네가 할 일이지."
"...정말로 그걸로 속죄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만이 아닐걸세."
뤼나티크는 말을 하며 뒤를 바라보았고 피터는 그 시선 끝에 그레이와 스티아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레이...스티아."
피터와 뤼나티크의 대화를 모두 들은 둘은 가만히 있다가 성큼성큼 피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치 미리 짜두었던 것처럼 동시에 주먹으로 피터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퍼퍽!!
"악! 뭐 하는 거야?!"
"넌 바보냐? 그런 걸로 고민하고 우울해하고 있어?"
"뭐?"
"이번만큼은 그레이 말이 맞아."
"스티아까지?!"
스티아까지 동의하는 것에 피터는 놀라워했는데 그때 그레이가 피터의 귀를 손으로 잡아당기며 얘기했다.
"잘 들어! 이 세상에서 완벽한 책략가나 지휘관은 존재하지 않아!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고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런데 너는 그런 완벽한 존재가 되려고 하는 거냐?! 단지 한 번의 실수로 좌절할 정도로?!"
"그럴 리가 없잖아!"
피터는 벌떡 일어나며 그레이를 째려보았다.
"내가 실수만 안 했어도 오늘 죽은 이들이 살아있을 거야! 그런 내가 한심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을 뿐이라고!"
"웃기지마! 네가 한심하고 무능하다고?!"
그레이는 마치 피터를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한심하고 무능하다면 이 대륙에서 유능한 사람은 손에 꼽을 거다! 그만큼 네 녀석은 진짜라고! 그러니 그만 징징대!"
"누가 징징됐다는 거야?!"
"그럼 아니냐?!"
그레이와 피터는 서로를 때릴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사이에 스티아가 끼어들어서 얘기했다.
"둘 다 진정하라고."
서로를 떼어낸 스티아는 피터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피터. 그레이 말이 틀리지 않았어."
"스티아 너도?"
"실수를 하지 않는 인간은 없어. 그리고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돼. 뤼나티크님이 말한 것처럼."
"그런 걸로 죽은 이들이 용서를 할까? 아직도 그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기억 속에서 맴돌고 있어."
"뤼나티크님이 말했잖아. 그들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피터 네가 계속 좌절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오늘 죽었던 이들보다 몇 배, 몇십 배는 많은 이들이 죽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움직인다면 그들을 모두 살릴 수도 있고. 물론 오늘과 같은 희생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해.
아니, 전쟁이 계속되는 이상 생기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는 멈출 수 없어. 왜냐하면 이 전쟁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니까."
"져서는 안 되는 싸움.."
"자. 피터 이제 정신을 차릴 시간이야.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그래. 이제 그만 징징거리라고. 너도 남자잖아?"
스티아는 피터를 향해 미소를 짓다가 그레이의 말을 듣고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레이! 넌 항상 한마디 더 많은 것이 문제야! 그 말은 안 해도 되잖아!"
"뭐?! 그래서 불만이냐?!"
"그래! 불만이다!"
잘 얘기하고 있다가 그레이와 스티아는 또 티격태격하며 싸우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피터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어서 피터는 자리에서 털털대며 일어났고 여전히 싸우고 있는 둘을 무시하며 뤼나티크에게 다가갔다.
"둘은 여전하군요."
"그래. 변함이 없네."
"예. 하지만 저는 그런 변함없는 둘이 좋습니다."
뤼나티크는 좀 전과 다르게 활기찬 피터의 표정을 보며 얘기했다.
"이제 가는 건가?"
"예. 그동안 쉬었으니 가봐아죠. 그레이 말대로 그만 징징댈 때도 된 것 같으니까요."
피터는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매트 왕자를 바라보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러던 도중 피터는 뤼나티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저를 위해서 둘을 데려오고 이렇게 움직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뤼나티크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아니네. 늙은이는 다음 세대의 젊은이를 위해서 가끔 움직여줘야 하네. 그것이 지금 일뿐이지."
"그렇다 해도 이번 빚은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얘기한다면...나중에 출세한다면 내 노후를 도와주게나. 껄껄."
"하하. 명심하겠습니다."
뤼나티크의 농담에 피터는 조그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세요. 지금은 힘들 것 같으니까요."
"그러겠네. 둘을 말리는 데는 조금 힘들 것 같지만."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그레이와 스티아를 바라보며 피터는 얘기했고 뤼나티크는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끝으로 피터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매트에게 걸어갔다.
"이제 괜찮으십니까?"
"예. 늦어서 죄송합니다. 빨리 가도록 하죠. 늦은 만큼 더 신속하게 해야하니까요."
매트는 다시 살아난 피터의 눈빛을 바라보며 진정한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빨리빨리 설치해!"
"취직! 하고 있다!"
"어이! 그쪽 아직 진행 상황이 느리다고! 조금 더 속도를 높여!"
"취익! 알겠다!"
수많은 드워프들과 오크들이 움직이며 길에 함정을 설치하고 있었다. 땅을 파고 통나무를 박거나 수많은 바위로 길을 막고 간단한 폭탄을 설치하는 등 진로에 방해할 수 있는 함정이란 함정은 모두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수많은 함정을 설치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메블리의 부대 전진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였고 그로 인해서 번 시간 동안 게를린 성의 준비가 더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드워프들과 오크들은 작전대로 레스덴 성에서 게를린 성으로 오는 길목에 함정을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취췩! 적 발견했다! 5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벌써?! 미리 만들어놓은 함정이 시간을 끌어주지 못했나?"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라고! 우선 숨고 보자!"
"알겠어!"
함정 설치를 하고 있던 오크와 드워프 일부가 소식을 듣고 함정 설치를 멈춘 채로 숨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멀리서 메블리의 부대가 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른 조는 아직 설치 중이야?"
"그런 것 같아. 우리가 제일 앞이니까."
"뭔가 이상해. 예상한 것보다 이동속도가 빨라."
"취직. 우리가 만든 함정 보인다."
"취익. 조금 있으면 도착한다."
"알겠어. 우선은 지켜보도록 하자고."
드워프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메블리의 부대가 설치한 함정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메블리 부대가 전진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함정에 가까워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메블리 부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응? 뭐야 저건?"
"스톤 골렘?"
메블리 부대 전체가 전진을 멈추면서 스톤 골렘 한 기만 앞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스톤 골렘의 몸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와 동시에 골렘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건...과부하?"
"설마?!"
빨갛게 달아오른 스톤 골렘은 오크들과 드워프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스톤 골렘이 제일 앞에 있던 함정을 밟으면서 구멍에 빠졌다. 하지만 스톤 골렘은 구멍에서 빠져나오면서 다음 함정을 또다시 밟았다. 그렇게 스톤 골렘은 부서질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부서지자마자 다른 스톤 골렘이 또 부대에서 나와서 함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런 방법을 사용하다니..."
"젠장! 이러면 방법이 없어!"
"설마 골렘의 과부하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드워프들은 스톤 골렘들이 함정을 발동시키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며 땅을 쳤다. 골렘은 동력원인 핵을 과부하 시키는 것으로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움직임 또한 더 빠르고 유연하게 변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부하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는데 바로 과부하를 하면 다시는 골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과부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어서 그야말로 배수의 진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메블리는 그 과부하를 함정을 해제하는데 사용하고 있었고 그것은 매우 효율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골렘을 과부하 시키는 것으로 함정을 보다 더 많이 해제하고 있어. 거기다 1기의 골렘씩만 사용하면서 전진하다니! 이런 교활한 놈 같으니!"
"어떻게 해?! 이러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전진할 거라고!"
"지금은 이 소식을 알리는 것이 최선이야! 모두 후퇴하자!"
"모두 후퇴!!"
드워프들과 오크들은 결국 후퇴하기 시작했고 함정은 골렘들의 과부하로 인해서 빠른 속도로 해제되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 메블리 부대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게를린 성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늦게 참석해서 죄송합니다."
피터는 매트와 함께 임시 사령부로 돌아왔고 그 후로 뤼나티크가 다시 참석하면서 모든 인원들이 모일 수 있었다. 피터는 늦게 온 만큼 더 의욕을 보이며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작전에 앞서서 이번 전투에 대해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매트 왕자님. 피해가 어느 정도 인지 합산되었나요?"
"예. 이번 전투에서 사망한 병사는 오크 병사 728명, 드워프 42명입니다. 그에 반면에 적의 피해는 약 8만 정도 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8만?!"
"취직! 엄청나다!"
"이게 다 피터 책략가님 덕분입니다!"
"취익! 대단하다!"
8만이라는 말에 오크와 인간 지휘관들은 놀라워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때 피터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요! 전혀 대단하지 않습니다!"
피터의 목소리에 시끌벅적하고 고조됐던 분위기도 한번에 조용해지며 식었다.
"제가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770명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실수는 죽어서까지 잊지 않을 겁니다. 모두 죄송합니다!"
피터는 지휘관들을 향해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지휘관들은 그런 피터의 행동에 멍하니 바라보다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취취취췩!"
피터는 그들이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왜...웃으시는 겁니까?"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해서 웃었습니다. 그렇지?"
"맞아. 처음에는 어떤 듣도 보지도 못한 사람이 책략가로 온다는 것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데 누가 불만이 있다고 얘기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결과에 죄송하다고요? 그러니 모두 웃을 수밖에요."
"취췩! 그 말이 맞다! 이런 결과 오크 못 만든다!"
"취익! 우리 오크 이제 피터 믿는다!"
지휘관들이 하나둘씩 얘기했고 그런 지휘관들의 말에 피터는 눈물이 왈칵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힘들게 참으며 피터는 그들을 향해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이런 부족한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답하여 이번과 같은 실수는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피터의 말을 들은 지휘관들은 모두 박수를 쳤고 박수가 잠잠해졌을 때 피터는 이어서 작전 설명에 나섰다.
"먼저 게를린 성에 대해서 얘기해드리겠습니다. 게를린 성은 지반이 매우 약한 곳에 세워진 성입니다. 드워프 분들이 아니였으면 이런 곳에 성을 건설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왜 이런 곳에 성을 지었는지 의문을 가질 겁니다."
"취익?"
"취직~ 이상한 건가?"
"취췩~ 잘 모르겠다. 그냥 듣고 있도록 하자."
오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피터는 오크들의 행동을 못 본 척 하고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 이유는 바로 지반이 약한 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를린 성 주변의 지반은 모두 약해서 거대한 하중이 누르는 순간 지반이 침하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 때문에 골렘들이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부터 얘기하겠습니다. 매트 왕자님. 게를린 성에 투석기가 얼마나 있습니까?"
"총 5개 있습니다."
"충분하군요. 먼저 마법병단은 게를린 성 앞에 있는 평야에 마법진을 설치해주세요."
"무슨 마법진 말인가?"
"어스퀘이크 마법진입니다."
"어스퀘이크? 그건 지진을 일으키는 마법진이네만?"
"예. 지반이 약한 평야에 어스퀘이크를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군. 자네는 지반을 완전히 침하시킬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적의 부대가 깊숙이 들어왔을 때 발동시키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어서 투석기와 와이번 라이더들을 통해 기름통을 대거 투하할 겁니다."
"기름통?"
"취직?"
"예. 불을 붙일 예정이거든요. 불화살은 기사단과 병사들이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예. 상관없습니다."
한 명의 인간 지휘관이 일어서서 입을 열었다.
"골렘들은 열에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을 사용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말씀하신 대로 골렘들은 열에 강합니다. 특히나 아이언 골렘 같은 경우에는 내열성이 높죠. 하지만 그와 다른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철은 열에 강하지만 빠른 온도 변화에 약합니다. 특히나 달궈진 철을 빠른 속도로 냉각하면 철은 본연의 강도를 잃게 됩니다. 그렇기에 불을 사용하여 달군 다음에 냉각 마법을 사용할 겁니다. 냉각 마법은 아르셰님과 뱀파이어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우리가? 그러면 성에 폭탄 설치는?"
"적 지휘관이 바보가 아닌 이상 똑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마시고 냉각 마법에만 집중해주세요. 불을 꺼트리고 얼릴 정도니 상당한 마나와 준비가 필요할 겁니다."
"알겠어."
"그럼 다시 한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마법병단이 성 앞의 평야에 어스퀘이크 마법진을 미리 설치할 겁니다. 그리고 적이 성으로 접근하면 마법진을 발동시켜서 지반을 침하시켜 적을 무력화시킬 겁니다. 이어서 와이번 라이더와 투석기를 통해서 기름통을 투하시키고 기사단과 병사들이 일제히 불화살을 날립니다.
마지막으로 아르셰님과 뱀파이어 분들이 냉각 마법으로 적을 얼린 후에 기사단과 병사들을 이끌고 나아가 골렘들을 박살 낼 겁니다."
"으음...좋은 작전인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취직! 불만 없다!"
"취익~ 오크들 피터의 말 따른다."
피터의 작전을 들은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동의했다. 그런데 그때 한 명의 지휘관이 일어서서 얘기했다.
"혹시 적의 마나 붐에 대한 대책도 생각하셨습니까?"
"예. 마나 붐은 아주 간단한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말입니까?"
"예. 하지만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은 마법병단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에게 말인가?"
"예."
뤼나티크의 말에 피터는 확신을 갖고 얘기했다. 뤼나티크는 그 대책이 어떤 것이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그때 급하게 들어오는 한 명의 병사가 있었다.
"속보입니다!"
"무슨 일인가?!"
"적의 군대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얼마나 빠르게 온다는 거지?!"
"지금부터 이틀이면 게를린 성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합니다!"
아직 게를린 성에 도착하려면 하루는 걸려야 했다. 그렇다는 말은 게를린 성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피터는 매트 왕자에게 말했다.
"매트 왕자님. 지금 바로 전 병력을 이동해야 합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강행군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겠군요."
예상보다 빠른 진격 속도에 그라이언 동맹도 맞혀서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전쟁은 점점 치열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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