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11화 (310/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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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8)

피터의 예상대로 하루가 지나고 그라이언 동맹의 병력은 레스덴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것이 레스덴 성인가?"

"예. 그렇습니다."

레스덴 성은 양옆에 험난한 산맥이 존재하여 드워프들과 함께 건설했는데도 불구하고 꽤 고생해서 세운 성이었다. 동쪽 성벽은 폭이 약 50미터, 높이가 약 10미터로 다른 성에 비해서 작은 편이였고 레스덴 성 내부에도 약 1000여 채의 건물이 존재하여 적은 편이였다.

"하지만 적은만큼 이점도 존재하죠."

"피터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바로 작업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먼저 병사들의 짐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보급 물자는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도록 숲이나 후방에 배치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피터의 조언대로 그라이언 병사들은 성으로 들어가서 일제히 가지고 있는 짐을 정리하였다. 물론 짐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든 이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럼 지금부터 함정 설치에 들어갈게요. 제 지시대로 지휘관들은 움직여서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클레아는 피터가 얘기했던 것을 떠올리며 지휘관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강가의 함정설치는 라이언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나서서 해주세요. 필요하면 일반 병사들도 붙여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겠네."

"산맥의 함정설치는 오크 병사들을 이끌고 쿠로딘 아저씨가 맡아주세요."

"맡겨만 줘라!"

"그리고 성 내부의 작업은 뱀파이어 분들과 드워프 분들이 해주세요. 아르셰 언니가 해주시면 좋겠어요."

"알겠어."

"피터님. 이 이상으로 전달할게 있을까요?"

"아닙니다. 현재는 이렇게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예. 그럼 이대로 진행해주세요."

클레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르와 제이슨, 그리고 뤼나티크는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이끌고 강가로 이동했다. 그리고 쿠로딘과 친위대 오크들은 오크 병사들을 이끌고 산맥을 향해 움직였다. 또한 아르셰도 뱀파이어와 드워프들을 이끌고 성 내부의 작업을 시작하였다.

"클레아. 나는 트이번과 함께 주위를 정찰하도록 할게."

"예. 부탁드릴게요."

"매트. 나도 갈게."

"알겠어요."

매트와 에밀리는 트이번을 탄 상태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각자 맡은 임무를 하기 위해서 움직인 결과 클레아, 피터, 그리고 소크라 백작만이 성벽에 남게 되었다.

"소크라 백작님. 현재 적에 대한 정보 중 갱신된 것이 있습니까?"

"쥬디아님의 조사대로라면 피터님이 예상하신 대로 하루 반나절 뒤에 이곳에 도착할 예정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혹시 희생자는 생기지 않은 건가요?"

"현재까지 시프 길드원의 희생자는 없습니다...다만."

"다만?"

클레아는 소크라 백작의 다음 말에 불안감으로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암살단원 몇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왕성으로 피난을 하던 도중 적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 전투를 펼쳤고 그로 인해 사망한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소크라 백작은 자신의 말에 슬퍼하는 클레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클레아는 그런 소크라 백작의 시선을 눈치챘다.

"죄송해요. 그런 감정에 빠질 때가 아닌데."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

"으음...잠깐 옛날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소크라 백작은 성벽에 몸을 기대고 병사들이 움직이는 광경을 보며 얘기했다.

"제 딸 소피아는 과거에 불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피아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수많은 의사에게 진찰을 부탁했고 그와 동시에 막대한 돈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소피아의 소문을 듣고 악질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 백작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무덤덤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덕분에 저는 수많은 의사를 동원하여 소피아의 병을 진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는 물론이고 다른 수단과 방법을 모두 총동원해도 소피아의 병을 치료할 수는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소피아의 병은 악화되어만 갔습니다. 그런 소피아를 보면서 제 정신도 같이 갉아 먹히면서 병들어갔고 저 자신도 모르게 소피아를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가 나타났습니다."

"그게 듀로크 오빠였나요?"

"예. 듀로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구세주처럼 소피아의 병을 말끔히 낫게 해주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죠. 듀로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소크라 백작은 등을 돌리고 클레아와 피터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리고 이것은 딴 얘기입니다만 소피아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제게는 한가지의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부작용이요?"

"예. 좀 전에 얘기했다시피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행동을 너무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진심으로 감정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아까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을 때 클레아님은 슬퍼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쌍하고 슬프다는 감정을 연기할 뿐이고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겉치레로 그렇게 할 뿐입니다."

"....."

"지금부터 일어날 전쟁에는 수많은 사망자와 희생자가 생길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보고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러니 클레아님은 저와 똑같이 감정에 무뎌지지 말아 주십쇼. 그들을 위해서 슬퍼해주십쇼. 저는 그럴 수 없기에."

"...소크라 백작님."

"이야기가 조금 길었군요. 이만 저도 할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소크라 백작은 그 말을 하고 물러났다. 클레아와 피터는 그렇게 물러난 소크라 백작의 뒤를 바라보았다.

"피터님. 피터님은 소크라 백작님이 하신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으음...글쎄요. 소크라 백작님이 어떤 심정으로 얘기했는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예. 인간의 감정 또한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 마모되어갑니다. 죽음에 관련되어서도 마찬가지죠. 과거에 그런 사례가 적힌 문헌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지휘관에 관련된."

"지휘관이요?"

"예. 예로 한 문헌에는 이런 글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지휘관이 되고 첫 번째 전투가 끝나면 그들은 죽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두 번째 전투가 끝나면 그들은 죽은 이들의 추억을 떠올린다. 세 번째 전투가 끝나면 그들은 죽은 이들의 숫자를 떠올린다."

"그 말은...죽음에 점점 익숙해져서 병사를 말처럼 사용하게 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소크라 백작님은 클레아님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겠죠."

피터의 말을 들은 클레아는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런 클레아를 보고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저도 함정 설치가 잘 되어가는지 확인을 하러 가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그렇게 피터도 자리를 비우면서 클레아는 혼자 남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하루 반나절...과연 이 전쟁을 이끌고 갈 수 있을까?"

어떤 때보다 듀로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지만 클레아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붙잡자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메블리의 부대가 도착하기 약 반나절 남았을 시점. 마지막으로 지휘관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강가의 함정 설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두 완료했네."

"산맥에도 모두 설치했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 얘기만 하라고."

"생각보다 빨랐군요."

"나도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역시 오크들의 힘은 볼 때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군. 오크가 아니였으면 그렇게 큰 바위를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저도 산맥이 제일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제 시간에 끝나서 다행이군요. 아르셰님도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까?"

"그래. 신호만 주면 언제든지 발동시킬 수 있을 거야. 지금 바로 발동시킬까?"

"하하하. 그러다가는 우리 모두 죽으니 농담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피터는 그래도 모든 준비를 제시간 내에 해냈다는 것에 한숨을 쉬고 지휘관들을 향해 얘기했다.

"인간과 오크 병사들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훈련한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익~ 오크들 언제든지 싸우고 싶어 한다. 힘 넘친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말할게 있습니다."

"어떤 건가?"

"내일 전쟁이 시작되면 클레아님과 매트 왕자님이 총사령관을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피터님이 하시는게 아니였습니까?"

피터의 말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보여준 피터의 능력이라면 총사령관을 하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책략가입니다. 병력을 이끄는 총사령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총사령관으로서 적합한 것은 클레아님과 매트 왕자님입니다. 그리고 제가 총사령관을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

"총사령관은 그 밑의 병사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인물은 제가 아닙니다. 클레아님과 매트 왕자님. 두 분입니다."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취익~ 그 말이 맞다. 우리는 클레아의 말을 따른다."

"취직~ 클레아. 우리를 이끌어 준다."

피터의 말에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제가 라이언 왕국의 병사들을 이끌겠습니다. 그리고 클레아. 너도 그란 왕국의 병사들을 이끌어 주겠니?"

"당연하죠. 그렇게 다짐하고 왔는걸요."

클레아는 매트의 말에 바로 대답하며 일어섰고 피터는 그들을 향해 얘기했다.

"그러면 두 분에게는 지금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

"그게 뭡니까?"

"좀 전에 병사들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긴장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의 긴장과 두려움은 그대로 사기와 직결되니 적당히 풀어줘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저 그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간단한 대화를 해주십쇼. 그것만으로 많은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그것만으로요?"

"예. 사령관이 곁에 있고 같이 싸우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마지막 작전을 다시 한번 확인해볼테니 지휘관 여러분들도 사령관님과 함께 병사들을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취익~ 같이 마시면서 얘기하겠다."

"잠깐! 전쟁 전에 술은 안 된다고!"

"취익?! 진짜인가?!"

그렇게 시끌벅적하는 분위기 속에서 피터를 제외하고 모든 인원들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피터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숨을 한번 푹 쉬며 몸을 축 늘어트렸다.

"후우..."

피터는 쉼 없이 움직이는 발과 미세하게 떠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긴장하는 것은...어쩔 수 없는 건가?"

아무리 좋은 작전을 짜고 기발한 생각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전쟁에 있어서 피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짜였다. 그리고 그런 전쟁을 앞두고 피터가 긴장하지 않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긴장한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작전을 믿고 따라주는 이들에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역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전략가로 움직이기로 한 이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피터는 일부러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과 행동을 연기했고 주변 인물이 모두 사라지자 그제야 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과연 내 작전이 통할까? 통하지 않는다면..."

작전이 통하지 않으면 대참사가 벌어지게 된다. 수만, 수십만의 사상자와 함께 그란 왕국이라는 하나의 왕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것을 시작으로 온 대륙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하나를 시작으로 급속도로 불어나서 불안감만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 때문일까? 피터는 한 명의 인물이 회의실로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 인물이 목소리를 내었을 때 피터는 깜짝 놀라워했다.

"피터 군."

"으억?!"

피터는 너무나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무릎을 테이블에 박았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피터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찾아온 인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뤼,뤼나티크님?"

"하하하. 미안하네. 내가 놀라게 했나 보군."

"아,아닙니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어서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피터는 갑자기 찾아온 뤼나티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자네를 보고 싶다는 이들이 있어서 찾아왔네."

"예?"

피터는 뤼나티크의 말을 듣고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뤼나티크의 뒤에서 들어오는 두 인물을 보고 피터의 얼굴이 활짝 퍼졌다.

"그레이! 스티아!"

"여어. 잘 지냈어? 피터. 아니, 이제 책략가님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게. 존댓말을 써야 할려나."

"하하. 잘 왔어. 둘 다!"

피터는 그레이와 스티아를 한번씩 안아주었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본 것 같지?"

"글쎄.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그보다 피터. 너 지금 무리하고 있지?"

"응?"

"너 자신의 얼굴 본 적이 언제야? 너 지금 안색 끝내준다고."

"맞아. 피터.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낯빛이라고."

피터는 그레이와 스티아의 말에 뤼나티크를 쳐다보았고 뤼나티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나도 똑같은 의견이네. 그리고 이 둘을 데리고 온 것도 자네를 위해서네."

"예? 그게 무슨?"

"자네 혼자서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네. 그리고 그런 자네한테 얘기하기에는 나 혼자보다는 둘이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네."

"...그렇습니까?"

피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3명을 보고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예. 뤼나티크님의 말이 맞습니다. 조금 무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누가 쉬라고 했는가? 자네는 충분히 훌륭한 일을 하고 있네. 단지 혼자서 부담을 지지 말라는 거네."

"맞아. 피터 너는 이미 훌륭한 책략가라고. 이런 작전을 짤 수 있는 것은 너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용병 생활을 오래 한 내가 장담하지!"

"...솔직히 말해서 불안해. 정말로 내가 고안해낸 전략이 통할지. 그리고 통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수천 번을 다시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모의전을 할 수밖에 없어. 아니, 그걸로는 부족해.

내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그 결과가 변하지 않을까? 내가 노력하는 것으로 승률이 0.1%라도 늘어난다면...조그마한 변화라도 있다면...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

"그 말이 틀렸다고는 하지 않겠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네. 자네가 무리한다면 정작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네의 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거네."

"그건..."

"저 영감의 말이 맞아. 피터."

"그레이..."

"나도 용병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영토전을 펼치기 전날 긴장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했지. 그리고 그 다음 날 제대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 죽을 뻔했다니까? 이건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피터. 이번만큼은 그레이 말이 맞아. 오히려 지금은 편히 쉬는 것이 내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야."

"하지만..."

피터는 3명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 피터를 본 그레이는 결국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피터에게 바짝 다가가서 피터의 얼굴에 대고 얘기했다.

"피터! 넌 너 자신을 못 믿는 거냐?!"

"...응?"

"네가 짠 작전을 믿지 못하는 거냐고!"

"....."

그레이의 물음에 피터는 아무 말도 답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을 믿기도 하지만 동시에 믿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답을 못하는 피터를 향해 그레이는 소리쳤다.

"네가 너를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믿어주겠다!"

"...뭐?"

"네가 네 작전을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믿어줄 테니 안심하라고! 너는 그저 작전대로 병사를 움직여! 그러면 내가, 우리가, 그리고 여기에 모여있는 병사들이! 작전대로 움직여서 승리를 가져와 줄테니까!"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그러면 장난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냐!"

눈앞에다 얼굴을 대고 말하는 그레이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피터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풉. 푸하하하하!"

"...뭐가 웃겨?"

"아니...풉! 그런 말을 낮빛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하니까...웃겨서 말이지. 푸하하하!"

"...젠장."

피터의 말에 그레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래도 빨갛게 변한 얼굴을 숨길 수는 없었다.

"허허허. 그게 젊은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부럽다네."

"쳇. 말이나 못 하면."

"그레이. 내가 살면서 들었던 말 중에 제일 명언이였다고.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마라."

"시끄러!"

피터는 티격태격 싸우는 그레이와 스티아 그리고 뤼나티크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떨리고 있던 몸이 멈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위해서 오고 말려준 3명의 동료를 둔 자신은 엄청난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

'난 동료 운은 있는 편이였구나.'

"응? 왜 그런가? 피터 군. 멍하니 쳐다보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들 배고프지 않으신가요? 잠시 먹을 것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나 얘기하도록 하죠."

"난 찬성이네."

"나도 찬성! 지금 딱 배가 고프거든."

"좋아."

자신의 말에 모두 동의한 것을 본 피터는 이내 간단한 음식들을 가져왔고 그들은 서로 풀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렇게 레스덴 성에서의 밤이 지나갔고 다음 날. 드디어 메블리의 부대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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