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09화 (308/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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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6)

소피아의 재촉에 피터는 빠르게 짐을 챙기고 소피아를 찾아갔다. 그리고 소피아는 마치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처럼 기다리고 있던 마차로 끌고 가서 피터를 탑승시켰다. 마차는 빠르게 왕성을 향해 이동했고 피터와 소피아는 오래 걸리지 않아서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그란 왕국의 왕성."

피터는 왕성의 크기에 놀라워했다. 수백 개의 부족으로 나누어져 있던 그란 왕국이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거대한 왕성을 만든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더구나 피터는 마차로 이동하는 와중에 수도를 구경할 수 있었고 상상 이상으로 수도가 발달하여 번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역사의 순간이라고 볼 수 있겠군."

피터가 그렇게 눈으로 많은 것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을 때 소피아는 피터를 데리고 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방으로 피터를 데리고 갔고 이내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클레아 언니. 저 왔어요."

"수고했어. 옆에 있는 분이 네가 데리고 온 분이야?"

"예. 피터 선생님이에요."

"반,반갑습니다. 피터라고 합니다."

피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인사했다. 회의실에는 약 1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었고 그 중 클레아라고 불린 소녀가 다가왔다.

"클레아라고 해요. 현재 임시로 그란 왕국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어요. 먼저 앞서서 간단하게 소개해드릴게요."

클레아는 회의실에 있는 이들을 돌아가며 간단하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두 분은 라이언 왕국의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르와 제이슨님이에요."

"르라고 합니다."

"제이슨이라고 불러. 잘 부탁한다고."

"그리고 여기는 소피아의 아버지인 소크라 백작님이에요."

"피터 선생의 얘기는 소피아를 통해서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저야말로 소피아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미천한 저를 필요로 하신다니 영광스럽습니다."

피터는 소크라 백작을 보고 소피아의 아버지라는 것을 한 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소피아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소크라 백작에게서 그대로 볼 수 있었고 그에게서 나오는 기품이 본능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클레아는 다음 인물을 소개해주었는데 피터는 이곳에서 아는 인물을 만날 줄 몰랐기에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뤼나티크님?!"

"허허. 피터.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

"어째서 여기에?"

"나르샤님이 지금 자리를 비워서 대신 마법병단의 대표로 오게 되었네."

"그렇군요...여기서 아는 분을 만나서 무척 반갑게 느껴집니다."

"나도 그러네."

피터는 그 말대로 뤼나티크를 만나고 긴장이 확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클레아 또한 피터와 뤼나티크가 아는 사이라는 것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네요. 그럼 이어서 간단하게 소개할게요. 여기는 로아프로 소피아와 같이 저를 보좌하고 있어요."

"안,안녕하세요."

"안녕. 피터라고 한다."

"그리고 이분은 라이언 왕국의 왕자이신 매트 왕자세요. 옆에 있는 분은 매트 왕자님을 따라서 오신 에밀리님이에요."

"직접 왕자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부디 라이언과 그란 왕국을 위해서 좋은 작전을 짜주십쇼."

"마지막으로 여기 있는 3명의 오크는 친위대 오크 분들로 와이번 라이더와 오크 병사들을 통솔해주실 거에요."

"취익~ 그윈이라고 한다.

"취쥑~ 타우린이다."

"취췩~ 드라고다."

3명의 오크를 마지막으로 클레아는 소개를 마쳤다. 하지만 피터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클레아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어떤 것이 궁금하세요?"

"저 말고 다른 전략가는 어디 계십니까?"

"그건..."

클레아는 피터의 질문을 받고 난처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본 소크라 백작은 클레아를 대신하여 피터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었다.

"피터 선생. 솔직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전략을 짜는 분은 피터 선생 혼자입니다."

"예?"

"그란 왕국에는 전략가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재 곧바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병력들을 우선시하여 라이언 왕국에서 넘어오고 있기 때문에 라이언 왕국의 전략가들도 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미리 언질을 줘도 그들은 모두 부담된다며 거절했습니다."

피터는 사정을 이해했다. 그리고 라이언 왕국에서 거절했다는 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란 왕국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강력한 적의 침공에 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터는 오히려 소크라 백작의 말을 듣고 힘이 났다.

물론 소크라 백작의 말을 듣고 부담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란 왕국에서 생활하면서 오크들과 친밀해지며 그들의 장단점을 모두 느꼈다. 이제 피터에게 있어서 오크는 중요한 존재였다. 인간과 오크의 제자들.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학교. 더 나아가 그란 왕국까지. 모두 지키고 싶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죠. 차라리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좋군요."

피터는 빠르게 가지고 온 가방에서 펜을 꺼내며 얘기했다.

"지금 바로 그란 왕국의 세세한 지도를 준비해주세요!"

"예? 예!"

"또 현재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의 정보, 그리고 적의 전력과 이동 경로가 적힌 정보를 가져다주세요!"

"알겠습니다!"

피터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지시를 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터는 정보가 적힌 문서를 종합하고 그리고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그란 왕국의 지도를 바라보았다.

"나흘 동안 이 거리를 움직였으면 평균 이동속도는 이 정도...그러면 수도까지 남은 시간은...8일. 이동 경로에 있는 성들은..."

피터의 머릿속에 흡수된 정보가 휘몰아치면서 동시에 수많은 작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떠오른 작전들을 통해서 모의전을 상상하고 구현해보며 성공과 실패를 따졌다. 이미 피터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작전도 아니야..적이 약하고 우리가 강한 점을 생각해봐. 그래. 그렇다면 이 작전은 어떨까?"

피터는 중얼중얼거리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고 그것을 회의실에 있는 이들은 모두 조용히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터의 얼굴이 땀으로 흥건히 적셨고 지도에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피터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을 정도로 초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피터는 한숨을 푹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터님?!"

"괜찮습니까?!"

"예...괜찮습니다."

피터의 온몸은 마치 사우나에 갔다 온 것처럼 젖어있었고 안색 또한 마치 큰일을 치른 것처럼 피곤에 절어져 있었다. 하지만 피터는 손을 흔들며 괜찮다는 뜻을 표현했고 이내 다시 일어나서 지도를 바라보았다.

"한,한가지 작전을 떠올렸습니다."

"어떤 작전입니까?"

"승,승률은 약 45% 정도. 그것이 최선입니다."

피터는 지도를 펼치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적의 이동속도를 어림잡아서 계산했을 때 수도까지 도착하는데 약 8일이 걸립니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적의 이동속도는 인간보다 느리다는 겁니다."

"맞아요. 암살단원과 시프 길드원들의 정보를 종합했을 때 적의 진격 속도는 상당히 느려요. 하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남달라서 막을 수 있을지가 문제였죠."

"예. 그렇다면 적의 약점은 기동성입니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서 적의 이동 경로를 그려보니 왕성까지 6개의 성을 지나야 합니다. 그 6개의 성 중에 공성전에 적합한 성은 3개."

피터는 지도에 있는 성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기했다.

"왕성에서 약 3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레스덴 성."

피터의 손가락이 조금 더 왕성 쪽으로 가까워졌다.

"왕성에서 약 1.5일 정도 떨어진 게를린 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가락이 왕성에 거의 근접하게 움직였다.

"왕성에서 약 1일 정도 떨어지고 공성을 펼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슈타인 성. 이 3개의 성을 통해서 적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일반적인 공성전을 펼쳐서는 적의 공격을 막지 못할 텐데요?"

"그 말 그대로입니다. 적의 전력 대부분은 골렘과 마법포. 성을 부수는데 최적화되어있죠. 그래서 여기서 적의 약점인 기동성을 사용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클레아뿐만 아니라 피터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피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위해서 피터는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슈타인 성과 다르게 레스덴과 게를린 성은 공성전이 목적이 아닙니다.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사용할 성입니다."

"약화...시킨다고요?"

"저는 적이 이동할 경로에 함정을 설치할 생각입니다. 함정을 통해서 적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죠. 그리고 레스덴과 게를린 성에도 똑같이 함정을 설치할 겁니다."

"예?"

"성에 함정을?"

"먼저 지금 바로 모든 병력을 레스덴 성으로 이동시켜 주세요. 그리고 적이 도착하기 전까지 함정을 설치하고 이어서 적이 레스덴 성에 도착하면 적당히 공성전을 펼친 후에 모든 병력을 후퇴시킬 겁니다."

"후퇴...아! 설마?"

매트 왕자는 피터의 말을 듣고 피터가 하려는 행동이 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동성을 발휘한 함정 설치."

"그렇습니다. 레스덴 성에서 바로 후퇴한 병력은 적의 이동 경로와 게를린 성에 또 함정을 설치할 겁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기동성은 이쪽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적은 전쟁 한번 하지 못하고 함정만 밟으며 왕성에 올 겁니다."

그제야 오크들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피터가 어떤 작전을 펼치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얼마나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느냐가 관건인 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관건은 바로 기동성과 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겁니다."

"있잖아. 위스퍼."

"왜 그러세요?"

"우리 너무 한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츠는 전쟁 중인데도 긴장감이 일절 들지 않는 분위기에 위스퍼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이츠는 암살자들과 함께 가르다 마을 사람들을 호위하며 왕성으로 이동 중이었다. 하지만 처음 가르다 마을 사람들을 만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전투를 치른 적이 없었고 그저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갈 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츠는 자신과 암살자들이 이렇게 한가롭게 놀고 있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저희의 임무는 이분들을 호위해서 왕성까지 도착시키는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제는 우리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솔직히 우리만 할 수 있는 임무가 있잖아?"

"그 말도...맞죠."

이츠를 따라온 엘프 위스퍼는 그동안 이츠와 그의 부하들인 암살자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행동과 무력을 관찰해왔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강하다는 것과 이츠가 손에 꼽을 정도로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위스퍼는 이츠의 말도 틀리다고 할 수 없었다.

"내가 알기론 지금 시프 길드원들이 적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다니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들만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해. 특히나 무력을 필요로 할 때. 그리고 그 경우 우리 암살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 일도 중요해요. 모른 척하고 그냥 갈 수도 없잖아요?"

"그건..."

"그냥 가세요."

이츠와 위스퍼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한 명의 인물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인물은 바로 라스였다.

"지금 뭐라고?"

"저희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세요."

"..내가 말해도 되나 싶지만 그래도 되나?"

"예. 저희도 언제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리고?"

라스는 수레에 있는 무기를 바라보았다. 그 무기는 드라킨이 생전에 사용했던 도끼였다.

"이제 어리광은 그만 부리려고요."

"그런가?"

"하지만..."

"위스퍼."

위스퍼가 라스에게 얘기하려고 했지만 이츠가 그녀를 만류했다.

"그의 선택을 번복하게 하지 마. 너도 들어서 알고 있잖아?"

"....."

위스퍼는 이츠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그때 엘프의 긴 귀가 쫑긋거리며 움직였다.

"무슨..소리가 나요."

"소리?"

"예."

이츠는 위스퍼가 소리가 난다는 말을 듣고 바로 땅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확실히 소리가 난다. 그것도 수많은 대군이 오는 소리야."

이츠는 소리를 확인하자마자 암살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포메이션 F!"

이츠가 소리치는 동시에 모든 암살자들이 이츠에게 모여서 손을 모았다. 그리고 그 손을 이츠가 발로 밟았고 암살자들이 일제히 힘을 주어 이츠를 공중으로 올렸다. 반작용으로 십수 미터 위로 올라간 이츠는 한순간 주위를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츠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멀리서 생긴 먼지 구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향은 서쪽이군. 먼지구름으로 봐서는 상당한 대군인데...잠깐 저건?'

이츠는 먼지구름을 바라보다가 이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이어서 이츠의 몸은 지상으로 떨어졌고 이츠는 암살자들을 향해 얘기했다.

"다시 한 번 더 간다!"

이츠의 말에 암살자들이 이츠가 떨어지는 곳을 향해 움직이고 다시 한 번 손으로 이츠의 발을 밀어주었다. 이츠는 다시 한번 공중으로 올라갔고 이내 위화감을 느꼈던 것을 확인하였다.

"그렇게 된 건가!"

이츠는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였고 이내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얘기했다.

"모두 전투태세를 해제해라."

"아군이에요?"

"그래."

이츠가 얘기하는 동시에 상공을 날아서 지나가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 그림자만으로 주변의 일대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위스퍼와 암살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이츠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와이번 라이더. 이곳으로 오는 대군은 아마 그란 왕국의 병력인 것 같다."

이츠와 위스퍼를 비롯해서 암살자들과 가르다 마을 사람들까지 대군이 오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경험을 한 이츠조차 이렇게 많은 대군을 본 적이 없었다. 공중을 장악하고 있는 와이번들과 지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크와 인간 병사들. 그리고 중간중간에 보이는 뱀파이어들까지.

도합 수십 만에 달하는 대군이지만 다양한 특색을 가진 병력들이 더 눈에 띄고 있었다.

"오크와 인간, 뱀파이어에 와이번까지. 이렇게 다양한 종족으로 모인 병력은 처음 보는군."

"그 말 그대로야."

이츠는 위에서 와이번을 타고 내려오는 두 명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매트 왕자."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나 보군. 이츠."

"당연하지. 내가 실패할 리가 없잖아? 그런데 이 대군이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매트는 에밀리와 함께 트이번을 타고 공중에서 높이를 유지하며 이츠에게 얘기했다.

"현재 레스덴 성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마족의 병력을 막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지."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제 따로 움직여도 되겠어? 호위하는데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기가 힘들어서."

"안 그래도 네게 맡길 임무가 있다. 클레아에게 가서 임무를 받도록 해. 이 사람들은 내가 맡아서 얘기할 테니."

"알겠다."

이츠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암살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이츠의 뜻을 암살자들은 모두 이해하였다. 그와 동시에 이츠가 앞으로 달려가면서 위스퍼와 암살자들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

"라이언 제1 천인장."

"예!"

"가르다 마을 사람들을 왕성까지 인솔할 자들을 뽑아서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제1 천인장이라고 불린 남성은 매트의 명령대로 병사들을 불러서 가르다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스 또한 그 뒤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이내 결심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매트를 향해 얘기했다.

"매트 왕자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응? 무슨 얘기시죠?"

라스는 매트의 말에 급하게 수레를 향해 달려가서 하나의 물건을 가져와 매트를 향해 보여주었다.

"이건?"

"이건 드라킨이라는 오크의 도끼입니다. 제 동료고 마을의 일원이였습니다."

"그러면 그는?"

"...저희를 지키다가 전사했습니다."

"...그렇군요."

라스의 말에 매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대강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매트를 향해 라스는 넙죽 엎드리며 얘기했다.

"매트 왕자님! 부디 이 무기를 병사에게 건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 무기를 말입니까?"

"예! 드라킨에게 오크의 문화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크들은 사용했던 무기와 갑옷을 다른 오크들에게 물려준다고! 그것으로 그들의 영혼은 후예와 같이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서."

"예! 그러니 부디! 드라킨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이 무기를 병사에게 건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드라킨이 죽어서도 같이 싸울 수 있도록!"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라스를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매트를 향해 엎드렸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본 매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같은 인간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오크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을 잊지 않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인간들. 그야말로 종족의 차이를 넘어선 애를 볼 수 있었다.

'듀로크님이 이 광경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매트는 아마 누구보다 뿌듯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라스와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왕자님?"

"엎드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니까요."

매트는 모든 이들을 일으킨 후에 오크 병사를 향해 소리쳤다.

"그란 제1 만인장!"

"취익~ 불렀나?"

"그들의 무기를 받아서 병사들에게 건네주시겠습니까?"

"취익~ 알겠다."

만인장인 그윈은 매트의 말을 듣고 라스에게 다가갔다. 라스는 두 손으로 드라킨의 도끼를 들고 그윈에게 넘겨주었고 도끼를 받은 그윈은 도끼를 관찰하였다.

"취익~ 좋은 무기다. 아직도 날이 서 있다. 사용했던 자가 얼마나 관리했는지 느껴진다."

그윈은 이미 하나의 도끼를 가지고 있었지만 드라킨의 도끼를 받아서 양손으로 도끼를 쥐었다. 그리고 도끼를 몇 번 휘두른 다음에 등에 도끼를 걸며 라스에게 얘기했다.

"취익~ 네가 준 도끼로 적을 섬멸하겠다. 그의 영혼은 기뻐할 것이다."

라스는 그윈의 말을 듣고 마치 안식을 받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다른 오크 병사들도 그윈처럼 전사한 오크들의 무기를 이어받았고 가르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에서 전사한 오크들의 모습을 보고 흐느꼈다.

"...고마워...정말 고마워."

"너희들을...평생 잊지 않을게."

갑자기 흐느끼는 가르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오크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라스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그윈에게 다가가서 하나의 가죽 주머니를 넘겨주었다.

"마셔."

"취익? 이건?"

"술이야."

그윈은 라스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라스가 하라는 대로 가죽 주머니에 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라스는 그윈에게서 다시 가죽 주머니를 받고 남아있는 술을 마셨다.

"나랑 한가지의 약속을 해."

"취익~ 무슨 약속 말인가?"

"살아서 돌아와서 나랑 술을 마시겠다는 약속."

그윈은 라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라스의 진심 어린 눈빛과 간절한 뜻을 그윈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라스의 말에 대답했다.

"취익~ 알겠다. 그 약속 지키겠다."

"꼭이야...이번엔 정말로 지키라고."

"취익~ 알겠다."

그 말을 끝으로 그윈과 오크들은 다시 진격하러 갔고 매트 왕자도 대군을 이끌고 이동하였다. 그리고 제1 천인장이라고 불린 남성은 가르다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왕성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스는 그 뒤를 따라가다가 그윈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드라킨. 부디 그와 함께 좋은 여행을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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