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07화 (306/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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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4)

"헉...헉..."

"후욱...후욱..."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이 가쁜 숨소리를 내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피곤에 절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안달 나고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 중 한 명의 남성이 발을 헛디디며 바닥에 쓰러졌다.

"괜찮아?!"

"헉...헉...괜찮아."

라스는 남성을 일으키며 물어봤지만 괜찮다는 대답과 반대로 그의 초점은 다른 곳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라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향해 얘기했다.

"휴식을 취하고 가자."

"안,안돼!...나,나 때문에 발목을 잡을 순 없어!"

"괜찮아. 휴식하고 더 빠르게 가면 되니까."

라스의 말에 남성은 결국 체념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도 휴식을 취하며 한숨을 돌리기 시작했고 라스는 그 사이에 드라킨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드라킨. 오크들은 괜찮아?"

"취직. 괜찮다. 아직 여유롭다."

"그건 다행이네...얼마나 가까워졌어?"

"취직. 2시간 정도면 따라잡힐 것 같다."

"...젠장."

라스는 절망적인 상황에 욕을 내뱉었다. 데스나이트와 가고일들이 뒤에서 추격해오는 것을 눈치채고 마을 사람들과 오크들은 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추격자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갔고 속도를 높인 끝에 마을 사람들의 체력은 고갈되어 갔다.

그런 와중에 거리가 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 라스는 욕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상황이 절망적이다라는 것은 분위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곤함에 절여져 있어서 분위기가 다운된 것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을 모두 짐작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또한 인간은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 생물이었다.

"...우리가 역시 안 되는 것을 하자고 한 건가?"

"그래...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였어."

"맞아. 차라리 어딘가에 숨어있고 구출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았을 거야."

한 사람이 얘기를 하자 너도 나도 그 말에 동의하기 시작했고 그런 분위기가 점점 조성되면서 라스는 그들을 중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났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한 남자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맞는 말이야. 처음부터 노인들을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 아니였으면 우리는 벌써 마차를 타고 도망쳤을 거라고."

"이 자식이!"

라스는 그 말을 한 남성에게 달려가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주먹에 맞은 남성은 뒤로 날아갔고 그와 동시에 모두 침묵하여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라스는 뒤로 날아간 남성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상황이 절망스러워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야! 네 녀석은 그렇게까지 쓰레기였냐?!"

"...미안."

남성은 라스의 시선을 피하며 사과를 했다. 그런 남성의 모습에 라스는 그도 진심으로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명이 얘기했다.

"아니. 그의 말이 맞다."

라스는 그 말을 한 인물을 바라보았고 이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말을 한 인물이 바로 촌장이였기 때문이었다.

"촌장..."

"오히려 우리들이 지금까지 어리광을 부린 것이다. 노인들을 위해서 젊은이들이 죽어서는 안 되지."

"...그만해."

"우리를 놔두고 가라. 너희들이 마차를 타고 가면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만 얘기하라고!"

퍽!

라스는 옆에 있는 나무를 손으로 가격하며 얘기했다.

"그 얘기를 우리가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일 것 같아?!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해도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야! 그리고 노인들을 버리고 살아남는다고 쳐봐. 그렇게 해서 도망친 우리가 편안하게 살 거라고 생각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시간은 모든 기억과 감정을 갉아먹으니까."

"그딴 개소리는 집어치우라고!"

라스는 분노를 담아서 소리쳤다.

"나는 죽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지키고 싶다고! 내가 살고 싶어서 동료와 가족을 버리라고?! 그딴 개소리를 할 거면 닥쳐!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아!"

"그렇다면 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이번에는 촌장이 라스를 향해 소리쳤다.

"이대로라면 다같이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다같이 개죽음을 당할 바에는 남은 여생이 많은 젊은이들이라도 살아남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시끄러! 목숨에 어떻게 값을 매길 수 있어?!"

촌장과 라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갔고 그 둘을 말리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달라붙었다. 그런데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드라킨이 앞에 나서서 얘기했다.

"취직.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뭐?!"

"방법이 있다고?"

드라킨의 말에 싸우던 촌장과 라스도 그를 바라보았고 모든 시선을 집중 받는 가운데 드라킨은 입을 열었다.

"취직. 그 전에 세즈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

"저한테요?"

세즈는 자신에게 얘기하는 드라킨의 말에 깜짝 놀라워했지만 이내 침착을 되찾고 얘기했다.

"뭐가 궁금하시죠?"

"취직. 데스나이트는 빠른 편인가?"

"그건 아닙니다. 데스나이트들은 마력을 뿜어내는 갑옷을 입고 있어서 장거리 이동에는 오히려 인간보다 느릴 겁니다."

"취직. 알겠다."

세즈의 대답을 들은 드라킨은 라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어두며 얘기했다.

"취직. 라스."

"왜?"

"우리 오크들이 추격자들을 막겠다."

"뭐?!"

드라킨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취직. 데스나이트 느리다. 그러면 가고일만 처리하면 도망칠 수 있다."

"잠깐! 그러면 너희들은? 오크들은 괜찮은 거야?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거야?!"

"취직. 모르겠다. 가고일, 데스나이트.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다. 돌아올 가능성 모르겠다."

"그,그러면 죽,죽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취직. 그렇다."

라스의 물음에 드라킨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하는 드라킨의 모습에 라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대답하는 거야?! 죽는게 두렵지도 않아?!"

"취직. 죽음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러면 왜?!"

드라킨은 수레에 올려둔 무기를 챙기며 얘기했다.

"취직. 죽음 두렵다. 하지만 동료를 위해서라면 두렵지 않다."

"...동료."

"취직. 라스 그리고 가르다 마을 인간들. 우리 오크들 받아주었다.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크들 진심으로 편하게 지냈다."

드라킨이 말하는 도중에 오크들이 한 명씩 무기와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라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너희들..."

"취직. 우리 오크들이 녀석들을 상대하겠다. 그사이에 도망쳐라."

"...크윽!"

라스는 입술을 깨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지 말라고, 너희들이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크들을 만류하고 싶어도 자신의 옆에 있는 메르를 생각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스는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추악적이며 무기력한 존재인지. 그런 수만 가지의 생각과 감정 때문에 라스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마을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모두 라스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했고 그로 인해서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취직. 모두 왜 그런가?"

"...드라킨. 정말 갈 거야?"

"취직.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오크 똑똑하지 않다. 다른 방법 생각나지 않는다. 라스. 무슨 방법 있나?"

"...아니."

"취직. 그러니 이 방법으로 한다."

드라킨은 그 말을 끝으로 오크들과 함께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스는 그들을 향해 얘기했다.

"잠깐!"

"취직?"

"...마지막으로...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가."

"취직.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그래도 하고 가."

드라킨은 라스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콧김을 한번 불고 얘기했다.

"취직. 알겠다."

드라킨이 오크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오크들이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 가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이고 거짓 미소를 짓거나 혹은 죄책감 때문인지 고개를 수그리고 흐느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드라킨은 그런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촌장과 메르, 세즈 그리고 라스를 보고 얘기했다.

"취직. 인사를 할 필요가 있나?"

"응...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취직. 알겠다."

드라킨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촌장이 그를 향해 얘기했다.

"드라킨. 솔직하게 얘기해서 나는 오크들이 온다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들은 오크들은 몬스터이고 우리의 적이였기 때문이지."

"취직."

드라킨은 촌장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마을에 왔을 때 나는 어떻게 너희들을 쫓아낼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오크들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에 와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

촌장은 드라킨의 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미안하다...이런 늙은이를 위해서 미안하다."

"취직. 신경 쓰지 마라."

"드라킨 씨. 이것을 받으세요."

세즈는 드라킨에게 하나의 스크롤을 주었다.

"취직. 이건?"

"간단한 라이트 마법의 스크롤입니다. 공격 마법은 아니지만 한순간 시야를 뺏을 수는 있을 거에요."

"취직. 고맙다. 잘 쓰겠다."

이어서 라스의 반려자인 메르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가왔다.

"드라킨 씨. 저를 계속 업고 다녀서 힘드셨죠? 정말 감사했어요."

"취직. 아니다. 메르 가벼웠다."

"호호호. 아부라도 감사해요. 그리고...이렇게 약한 저희를 용서해주세요."

"취직. 오크도 모두 강하지 않다. 강한 오크는 약한 오크 지켜준다."

마지막으로 라스가 드라킨에게 다가왔다.

"드라킨. 이거 받아."

"취직. 이건?"

라스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주머니를 하나 주었고 드라킨은 받은 가죽 주머니를 흔들었다.

"그건 술이 든 주머니야."

"취직?!"

"기억나? 마을에서 촌장이 부르는 일이 끝나면 같이 마시자고 네가 제안했던 일."

"취직. 기억난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서 마시지 못했지...그러니까 이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다 와."

"취직?"

"약속을 지키라고. 살아서 돌아와서 같이 술을 마셔. 그것이 너와 나의 약속이잖아?"

라스의 말에 드라킨은 술이 담긴 가죽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통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주머니를 품속에 넣었다.

"취직! 알겠다. 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

"그래."

그 말을 끝으로 드라킨은 오크들을 불렀고 이내 진짜로 데스나이트와 가고일들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던 라스와 마을 사람들도 이내 왕성을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스는 오크들이 사라진 곳을 여전히 바라보며 걸어갔다.

"꼭 약속 지키라고. 기다릴 테니까...드라킨."

완전 무장한 오크 42명이 추격자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사지로 향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오크들은 사기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을 보며 드라킨은 얘기했다.

"취직. 적은 약 40마리. 1명이 1마리씩만 처리하면 된다. 간단하다."

"취익~ 계산 쉽다. 나도 할 수 있다."

"취췩. 오크 약하지 않다. 이길 수 있다."

"취직. 그렇다. 옛날과 다르다."

드라킨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퍽퍽 때리며 얘기했다.

"취직. 장비 옛날과 다르다. 좋은 장비다."

"취익~ 맞다. 훨씬 좋다."

"취직. 그리고 우리는 약속했다. 다시 돌아가기로. 그러니 죽을 수 없다. 적을 모두 처리하기 전에."

"취췩! 맞다! 맞는 말이다!"

"취윅! 나도 돌아가서 고기 먹기로 약속했다!"

"취칙! 나는 꼬마와 놀기로 약속했다!"

"취쥑! 난 돌아가면 결혼하기로 했다!"

"취익?"

한순간 침묵이 흘렀지만 다시 오크들은 했던 약속들을 각자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약속을 들은 드라킨은 크게 소리쳤다.

"취직! 들었던 대로 우리는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니 살아서 돌아간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나쁜 것이다!"

"취이이익!"

드라킨의 말에 오크들이 함성을 질렀고 드라킨은 더욱 소리를 지르도록 했다.

"취직! 모두 소리쳐라! 적이 우리에게 오도록!"

우오오오!!

오크들의 함성과 투지로 근처의 숲에 있던 동물들이 모두 도망쳤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그 소리를 듣고 가까이 오는 존재들이 있었는데 바로 추격자, 가고일과 데스나이트들이었다.

"키야아악!"

『ΔΩΜ§㏘!』

붉은 눈을 가지고 날개를 펼치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가고일.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갑옷을 장착하고 살기를 뿜어내는 데스나이트. 그들은 오크들을 보자마자 괴성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오크들을 향해 돌격해왔다. 그것을 보고 오크들은 무기를 들고 싸울 준비를 했고 그와 동시에 드라킨은 세즈가 준 스크롤을 꺼내서 찢으며 얘기했다.

"취직! 모두 눈을 감아라!"

오크들은 드라킨의 말에 따라서 눈을 감았고 스크롤이 찢기면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키에에엑!!"

『&ξΦχ!』

라이트 마법에 의해서 가고일과 데스나이트들의 눈이 한순간 멀었고 그 기회를 드라킨은 놓치지 않았다.

"취직! 코이카!"

"취췩!"

코이카로 불린 오크는 무기를 내려놓은 다음에 두 손을 부여잡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드라킨은 코이카에게 달려가서 그의 두 손을 한 발로 밟았다. 그와 동시에 코이카는 온 힘을 다해서 두 손을 위로 올렸다.

"취췩!!"

코이카의 힘으로 공중으로 솟아오른 드라킨은 가고일의 옆까지 접근할 수 있었고 그대로 검으로 가고일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취직!!"

퍽!!

"캬아아악!!"

드라킨의 공격에 머리가 박살 난 가고일은 즉사하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드라킨이 한 것을 본 오크들은 똑같이 2인 1조로 움직이며 가고일들을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불의의 습격에도 20마리의 가고일 중 15마리를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5마리의 가고일은 살아남았다. 또한 라이트 마법으로 뺏겼던 시야도 다시 돌아오면서 데스나이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Θψηδ!』

데스나이트들이 움직이면서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오크들은 자신들읭 무기와 장비로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의 무력은 기사들도 상대하기 버거운 이들이었다. 장비가 좋아졌다고 해도 훈련을 받지 않은 오크들이 기사보다 강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데스나이트의 검은 오크들을 베어나가면서 전진해왔다.

"취이익!"

"취췩!"

벌써 데스나이트에 10명의 오크가 베였고 데스나이트는 쓰러진 오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다음 상대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평범한 오크라고 해도 기사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강인한 체력과 끈질긴 생명력이라는 것이었다.

탁.

『ζτΦ?』

"취이익. 아직...죽지 않았다."

"취...췩! 지금이다!"

쓰러진 오크들이 데스나이트의 팔과 다리를 부여잡았다. 혹은 온 힘을 다해서 데스나이트의 몸을 부여잡고 시간을 끌었다. 그들의 상처가 깊지 않아서 그런 힘이 나오는가? 그렇지도 않았다. 그들의 상처는 이미 죽고도 남을 정도로 위독했다. 검으로 인해서 어깨가 벌어져서 배까지 깊게 패인 상처가 있는 이도 있었고 복부의 내장이 튀어나왔는데도 죽지 않고 달라붙는 이들도 있었다.

그처럼 그들은 죽고도 남을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끈질긴 생명력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데스나이트들은 자신을 붙잡은 오크들을 검으로 베었지만 아무리 베어도 오크들은 붙잡은 것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죽어서라도 붙잡고 있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이 데스나이트의 붙잡고 있는 사이에 오크들이 데스나이트들에게 달려들었다.

"취직! 죽어라!"

"취이익!!"

부상당한 이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에 오크들이 데스나이트의 머리에 무기를 박아내었다. 데스나이트를 잡고 있는 오크까지 함께 박살 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죽은 오크나 공격한 오크가 서로를 향해 증오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들도 그러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취직!!"

드라킨은 부상당한 오크가 붙잡아준 덕분에 한 명의 데스나이트를 박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숫자를 보았다. 남은 오크는 대략 20명. 하지만 가고일은 3마리가 남았고 데스나이트는 12마리 정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는 사이에 가고일 1마리가 또 오크 1마리를 낚아채서 공중으로 올라갔다.

"취이익!!"

가고일에 잡힌 오크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에 공중에서 해체되었다. 하지만 오크는 죽기 전에 가고일의 눈에 도끼를 박아내면서 가고일을 무력화시켰고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져서 죽었다. 하지만 드라킨은 볼 수 있었다. 떨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짓는 미소를. 그리고 그 광경이 어떻게 할지 결정을 짓게 해주었다.

"취직! 지금부터 난전을 한다!"

난전은 그야말로 전략 전술 따위는 없이 무식하게 싸우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리고 무식하게 싸우는 것을 선호하는 오크들에게 있어서 난전은 일상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난전은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상대로는 오히려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킨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죽음을 각오했기 때문이었다.

"취이이익!!"

드라킨의 말에 오크들이 함성을 지르며 난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전이 벌어지면서 오크의 무식함과 용맹함이 발휘되었다.

"취이윅! 덤벼라!"

"취췩! 난 아직 안 죽었다!"

어떤 오크는 데스나이트 5명에게 일제히 검을 찔렸다. 하지만 5개의 검이 몸을 찌르고 있는데도 오크는 죽지 않고 오히려 전보다 투지를 불태우며 자신을 찌른 데스나이트에게 덤볐다. 어떤 오크는 데스나이트의 검에 두 양팔을 잘렸다. 하지만 그 오크는 포기하지 않고 데스나이트에게 달려들어서 입으로 갑옷을 씹었다.

어떤 오크는 검에 허리가 절반 이상이 잘려서 내장이 튀어나와 있는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난전을 펼치면서 오크들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였고 이내 싸움은 비등하게 흘러갔다.

일반 오크보다 훨씬 강한 데스나이트들을 상대로 상황이 이렇게 비등하게 흘러가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는 난전의 이점이였다. 난전은 오크들에게 있어서 익숙할뿐더러 오크들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날뛸 수 있는 전략이였다.

그래서 오크들이 평소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였다. 둘째로는 데스나이트의 지능이였다. 데스나이트는 본능으로 움직이고 강자를 따르며 낮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동료란 개념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난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데스나이트들이 오크들과 싸우면서 같은 데스나이트들을 공격하거나 방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그러면서 데스나이트는 본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가 제일 컸는데 바로 오크들의 특성이었다. 다른 종족 같은 경우에는 상처나 부상을 입으면 약해지기에 마련이다. 하지만 오크는 그와 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상처가 생길수록, 피를 볼수록 오크들은 강해지고 투지를 뿜어내며 무식해진다. 그리고 그런 오크의 특성이 지금 데스나이트들을 상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취직!!!"

드라킨은 거대한 검으로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검으로 드카린의 검을 막으면서 흘리기까지 보여주었다. 드라킨의 검은 데스나이트의 흘리기에 당하여 바닥을 찍었고 그와 동시에 옆구리의 빈틈을 보여주었다.

서걱.

"취직!"

데스나이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드라킨의 옆구리를 검으로 베었고 그와 동시에 드라킨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드라킨이 입고 있는 장비 덕분에 상처는 그렇게 깊지 않았고 오히려 드라킨의 성질까지 돋우었다.

"취지직!!"

드라킨은 불끈거리는 근육을 과시하며 검으로 데스나이트를 강타했다. 데스나이트는 검으로 드라킨의 공격을 막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강한 드라킨의 힘에 놀라워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드라킨은 쉴 새 없이 데스나이트를 몰아붙였다.

깡! 깡! 깡!

하지만 드라킨의 맹공에도 데스나이트는 검으로 모두 방어했고 유효적인 공격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드라킨의 체력은 점점 떨어지는 반면에 데스나이트는 체력의 변화가 없는 몬스터였다. 그것을 눈치챈 드라킨은 무식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취직?"

드라킨이 발을 헛디디면서 한순간 허점이 드러났고 데스나이트는 그 허점을 놓치지 않고 검을 박았다. 데스나이트의 검은 드라킨의 어깨를 향해 내리쳤고 갑옷을 부수고 어깨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드라킨이 노리던 것이었다.

"취직. 넌 죽었다."

드라킨은 한 손으로 어깨에 박힌 검을 부여잡았고 데스나이트는 검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데스나이트의 검은 마치 바위에 박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Ππσ?!』

"취직. 일부러 빈틈을 보인 거다. 이 오크보다 못한 멍청한 놈!"

드라킨은 남은 한 손으로 거대한 검을 쥐고 그대로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가격했다. 데스나이트의 투구가 드라킨의 검에 박살 나면서 데스나이트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 채 검은 연기로 분산되며 사라졌다. 그런데 데스나이트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박혀있는 검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깨에 박혀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드라킨은 어깨의 검을 보고 뽑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여유도 없이 가고일 한 마리가 드라킨을 향해 위에서 내려왔고 드라킨이 눈치채기 전에 드라킨의 몸을 낚아챘다.

"취직?!"

가고일은 드라킨을 낚아채고 부리와 발톱으로 드라킨의 몸을 공격했다. 가고일의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갑옷을 긁었지만 드라킨이 입고 있는 장비는 다른 오크들보다 훨씬 좋은 것이었다. 그 덕분에 갑옷이 발톱과 부리에 관통되지 않았고 작은 상처밖에 입지 않았다.

하지만 가고일이 드라킨을 낚아챈 상태로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여 드라킨은 더 이상 높이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취직! 그만 올라가라!"

드라킨은 어깨에 박혀있던 검을 뽑아서 가고일의 얼굴을 향해 찔렀다. 검은 정확히 가고일의 뒤통수를 관통하면서 인중으로 튀어나왔고 그로 인해 가고일이 단발마를 지르며 즉사했다. 즉사한 가고일은 힘을 잃으면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드라킨도 함께 추락했다.

퍽!! 우득!

"취직!!"

낙하의 충격으로 드라킨의 한쪽 발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였다. 하지만 그런 부상을 입어도 드라킨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수많은 오크들의 시체로 가득했고 전투의 흔적이 무수히 남아있었다. 아직도 살아서 싸우는 오크는 6명으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지만 가고일은 모두 죽었고 남아있는 데스나이트도 10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을 향해 드라킨은 소리쳤다.

"취직! 모두 나한테 집결해라!"

드라킨의 외침을 들은 오크들은 전투를 멈추고 모두 드라킨에게 모였다. 모인 오크들도 모두 부상으로 가득했고 벌써 치사량 이상의 피를 흘렸는데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죽기 직전의 오크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타오르는 눈빛을 가지고 투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들은 모인 7명의 오크에게 조금씩 다가왔고 드라킨은 동료 오크에게 부축 당하면서 일어나 무기를 들고 얘기했다.

"취직. 이것밖에 남지 않았나?"

"취익. 그렇다. 하지만 모두 용맹하게 싸웠다. 많은 적을 죽였다."

"취직. 적도 별로 남지 않았다. 남은 우리가 저 10마리만 잡으면 된다."

"취이익. 쉬운 일이다. 1마리씩 처리하고 남은 3마리만 죽이면 된다."

"취췩. 맞다. 어려운 일 아니다."

오크들은 가까이 오는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살기와 투지를 뿜어내며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을 향해 드라킨은 얘기했다.

"취직. 여기서 몇 명이나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을 모두 죽이고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살아있다면 그건 우리의 승리다."

드라킨이 부축하고 있던 동료 오크에게서 벗어나 부러진 발로 바닥을 밟았다. 체중을 부러진 발로 지탱하면서 느껴지는 고통에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드라킨은 미소를 잃지 않고 데스나이트를 바라보았다.

"취직! 오크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우리를 받아준 이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싸우는 의미이며 오크의 긍지다!!"

"취이이익!!!"

"적을 섬멸하라!!"

남은 6명의 오크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나아갔고 드라킨 또한 마지막 힘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서 그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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