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2)
-----------------------------------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2)
클레아와의 대화가 끝내자마자 매트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그와 동시에 라이언 왕국에 존재하는 기사단, 마법병단, 암살단 등 수많은 병사들이 소집명령을 듣고 왕성 앞으로 모이게 되었다.
"무슨 일이지? 오늘 무슨 일로 모인 건지 알아? 스티아."
"나도 몰라. 그리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가? 영감도 들은 것 없어?"
그레이의 물음에 뤼나티크도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나도 들은 것이 없네. 하지만 모두 모인 것을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네."
"그래. 확실히 심상치 않아."
그레이는 오랜 용병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감이 경고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매트가 왕성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매트의 등장에 웅성거리던 분위기도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매트는 눈앞에 모인 이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해나갔다.
"모두 이렇게 모여줘서 감사합니다. 약 30분 전. 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소집명령을 내렸습니다."
"국가비상사태?"
"많은 이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현재 카무란 왕국에서 상급 마족이 이끄는 부대가 그란 왕국으로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상급 마족!"
"그란 왕국으로 진격해온다고?!"
매트의 말에 많은 이들이 당황해하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레이, 스티아, 뤼나티크도 똑같았다.
"그란 왕국으로 진격...잠깐! 그렇다는 말은 피터가 위험하다는 거잖아?!"
"맞아! 지금 피터는 그란 왕국에 있잖아!"
"...그렇군. 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렇게 소집했는지 알 것 같네."
소집된 이들 중에서 그란 왕국에 가족이 있거나 인연이 있는 이들도 드물지 않게 있었고 그들의 놀라움은 다른 이들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 때문에 웅성거림이 심해졌고 매트는 그들을 침착을 되찾도록 입을 열어 얘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인물이 있었다.
"뭘 이런 사태로 당황하는 거야? 초짜 티를 내는군."
"뭐?"
"누가 말한 거야?!"
조용한 목소리는 놀랍게도 웅성거리는 와중에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이 발끈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뱉은 이는 감정 변화가 없는 채로 대답했다.
"내가 말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암살단의 S급에 속하는 이츠였다.
"너희들 자신의 모습을 보라고. 전쟁이 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잖아? 그것이 초짜 티를 내는 것이 아닌가?"
"뭐. 그 말대로잖아? 우리들 빼고는 다 초짜 일 수밖에."
"걸어온 길부터가 다르다고."
"그럼, 그럼."
이츠의 말에 앨런, 마크, 브리츠가 동의했다. 발끈했던 이들은 그제야 매트의 말을 듣고 자신들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암살단은 일절 당황하지 않고 듣고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너희들은 초짜가 아니잖아? 지금까지 힘들게 훈련한 것이 뭣 때문이라고 생각해? 바로 이럴 때는 대비한 것이지. 그러니 당황하지 말고 매트 왕자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이츠는 그 말을 하며 매트를 바라보았고 매트는 이츠가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처음에 좋지 않은 만남으로 인해서 암살자들을 석연치 않게 바라봤는데 매트는 자신의 안목이 틀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츠로 인해서 침착함을 찾은 병사들을 향해 매트는 이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말했던 대로 현재 그란 왕국은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란 왕국에는 우리의 국민이, 가족이, 친구들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동료인 오크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모른 척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힘들게 피를 흘리고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한 결실을 맞이할 때입니다."
매트는 준비해두었던 검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얘기했다.
"지금부터 우리 라이언 왕국은 그란 왕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란 왕국으로 가서 힘을 빌려줄 것을 맹세합니다! 라이언 왕국의 병사들이여, 그리고 국민들이여! 저를 믿고 따라와주십쇼!"
매트는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며 선언했다. 오러 블레이드는 어느 때보다 청명한 빛과 기운을 뿜어내었고 그 중심에 있는 매트의 모습은 마치 전설 속의 용사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병사들은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함성을 지르며 감정을 토해냈다. 그런 함성 소리에 매트는 자신이 전율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몇 년 전만 해도 매트는 국민의 높은 기대감에 압박감을 느끼며 트라우마에 걸렸었다. 수동적이고 활력이 없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과거와 달랐다. 전쟁을 치른다고 해도 꺾이지 않은 투지를 보이며 믿음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런 엄청난 변화에 매트는 어떤 때보다 감정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이동 시간은 지금부터 2시간 후. 장소는 왕성 훈련장에서 이루어지겠습니다! 마음과 육체 모두 단단히 준비를 갖추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매트는 왕성 안으로 들어갔고 병사들은 여전히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매트는 그런 함성이 들려오는 와중에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고 여전히 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아직 멀었네."
"그래? 나는 멋졌다고 생각하는데."
매트는 방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워하며 고개를 들었고 목소리를 낸 인물을 바라보았다.
"에밀리...누나?"
"맞아."
"그...모습은 뭐에요?"
매트는 에밀리의 복장을 보고 그녀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지금이라도 전쟁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뭐긴? 그란 왕국으로 가기 위해서 준비한 거지."
"예?"
에밀리의 말에 매트는 놀라워했다. 그가 놀라워한 이유는 2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에밀리도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 소식을 지금 얘기했는데 벌써 준비를 갖추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알고 준비했냐고? 나도 그 소식은 지금 들었어. 단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이야."
"...진짜로 가실 거에요?"
"그럼 라이언 왕국이 전쟁 중인데 나 혼자 왕성에서 놀고 있으라고? 나는 그렇게 철면피가 아니야."
"그래요?"
"그리고 마족이 오는 거잖아? 마족을 죽이면 그만큼 라자드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발걸음이 가까워지겠지...제일 중요한 이유는 그게 아니지만."
"이유요?"
"응. 제일 큰 이유는..."
에밀리가 매트에게 다가가서 귀에 대고 얘기했다.
"너와 떨어지기 싫고 지켜주고 싶어서야."
그 말을 듣는 매트는 뒤로 몇 발자국 떨어지며 붉어진 얼굴로 귀를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에밀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무슨 반응이 그래?"
"그..그야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셔서 그렇죠!"
매트는 여전히 붉은 얼굴로 얘기했고 에밀리는 여전히 귀여운 것을 보는 것처럼 눈가에 웃음을 지은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침착을 되찾은 매트는 헛기침을 하고 에밀리에게 얘기했다.
"정말 가실 거에요?"
"응."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같이 가는 거잖아? 그리고 그럴 경우에는 매트가 날 지켜줄 거잖아?"
믿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에밀리의 시선에 매트는 고개를 저으며 항복을 선언했다.
"알겠어요. 같이 가도록 하죠. 단,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당연하지."
에밀리는 그 말을 하며 매트에게 팔짱을 꼈고 매트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방 밖으로 나갔다.
그레이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무기와 갑옷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어느 정도 챙겼을 때 누군가 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와."
노크를 하고 문을 들어온 인물은 뤼나티크였다.
"무슨 일이야? 영감."
"집결힐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이야기를 하러 왔네."
"이야기라...뭐 시간 때우기로는 나쁘지는 않네."
"그렇다는군. 그러니 스티아 양도 들어와서 같이 얘기하지 않겠나?"
어느새 문 옆에 스티아가 서 있었고 스티아도 이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영감."
"...자네는 전쟁을 치른 적이 있나?"
"이렇게 커다란 전쟁은 없었지. 용병 시절에 몇백 대 몇백으로 붙은 적은 있어도."
"스티아 양은 어떤가?"
"저도 비슷해요."
"그렇군. 나는...부끄럽게도 이런 거대한 전투는 거의 처음이네. 주로 연구를 했고 전투를 해도 소규모의 싸움이었지. 그래서인지 긴장이 사라지지 않고 불안하네."
뤼나티크는 말하면서도 다리를 떨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본 그레이와 스티아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불안하고 긴장되는 것은 모두 똑같아. 우리도 다를 거 없어."
"하지만 자네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지 않는가?"
"태연한 척 할 뿐이야. 예를 들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영감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거랑 태연한 척하는 거랑 어떤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런 건가?"
"그런 거야. 오랜 시간 동안 용병을 하고 용병으로 먹고 살아도 항상 전투를 나가기 전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런데 이렇게 국가 대 국가로 싸우는데 긴장을 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가?"
"태연한 척을 해. 겉과 속은 의외로 다르지 않아서 태연한 척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태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동료를 믿으세요. 동료가 자신을 지켜주고 자신 또한 동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뭐, 그것도 힘들면 듀로크님이 알아서 다 해결해주시겠지라며 긍정적인 사고를 돌리던가."
"맞아. 그거 의외로 도움이 되더라?"
"그렇지?"
뤼나티크는 자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얘기해주는 그레이와 스티아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긴장하고 불안했던 감정이 싹 사라진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둘 다 고맙네."
뤼나티크의 진심 어린 말에 그레이와 스티아는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슬슬 시간이 됐으니까 가볼까?"
"그래."
그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스티아도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그레이는 문으로 나가기 전에 뤼나티크에게 얘기했다.
"영감. 모든 전쟁이 끝나면 저번처럼 넷이서 모여서 한잔하자고."
"그러게나. 그러고 보니 피터는 잘 있을지 모르겠군."
"뭐. 우리처럼 소식을 듣고 알아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레이는 그렇게 추측을 했고 그의 추측대로 그란 왕국에서도 상황에 맞는 대처를 취하고 있었다.
클레아는 매트와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주요인물들을 소집했다. 클레아의 소집명령에 소피아와 소크라 백작, 쿠로딘, 아르셰, 로아프 그리고 친위대 오크 일부가 모였다. 그리고 클레아는 매트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들에게 모두 얘기해 주었다.
"지금 그란 왕국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예. 그래서 이 소식을 모든 지역에 보냈고 동쪽에 있는 일부 마을과 도시에는 피난 권고를 내렸어요."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인 것 같군요. 그렇다면 좀 전에 얘기했던 대로 라이언 왕국에서 전송해 온 병력들과 합류하여 적을 상대할 겁니까?"
"그럴려고 합니다. 그란 왕국의 병력도 수도로 집결하고 있으니까요."
소크라 백작은 그란 왕국의 지도를 상세히 바라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피난을 하더라도 적보다 빠르게 수도로 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군요. 더구나 우리는 적의 진군속도 및 병력 규모 등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동성이 좋은 별동대가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그러면...와이번 라이더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와이번 라이더라면 충분하겠죠.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실제 적과 전투를 펼칠 때 와이번 라이더들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겁니다."
"...많은 거리를 이동해서 피로가 쌓이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란 왕국에는 와이번 라이더를 제외하고 기동성이 좋은 병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라이언 왕국의 암살단과 쥬디아님의 밑에 있는 길드원들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네요."
클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얘기했다.
"친위대 오크 분들은 오크 병사들을 이끌고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주세요."
"취익~ 알겠다."
"아르셰님도 오크 분들과 함께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준비해주세요."
"알겠어."
"소피아와 로아프도 나를 도와줄래?"
"그럼요.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얘기만 해주세요."
"고마워."
클레아는 소피아와 로아프의 대답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소크라 백작을 바라보았다.
"소크라 백작님. 무리한 제안일 수도 있지만 제 부관이 되어서 그란 왕국을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로 괜찮다면."
소크라 백작은 클레아의 제안을 간단하게 수긍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라이언 왕국에서 넘어온 이들 중에서 저보다 더 나은 인재들도 있습니다. 그들과도 함께 의논을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소크라 백작님은 그 인재들을 모아주시겠습니까?"
"예. 그러도록 하죠."
"소피아와 로아프는 내 옆에서 나를 보좌해주었으면 해."
"그럴게요."
"당연하죠!"
"쿠로딘 오빠는 전쟁 물자의 준비를 해주세요."
"알겠다. 맡겨줘라."
클레아는 모인 이들에게 모두 얘기한 것을 보며 마지막으로 말을 전하기로 했다.
"저는 제가 사령관의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럴 그릇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런 경험도 없죠. 하지만 지금 듀로크 오빠도 없고 그란 오빠도 없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주축이 되어서 이끌어야 해요.
그래서 소질이 없는 제가 이끌게 된 거지만 제가 사령관의 자리에 앉기로 한 이상 모두 책임지고 결정해야겠죠. 그러니 소질이 없는 저를 관대하게 봐주시고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클레아가 고개를 수그리며 간단하게 얘기했고 잠시 침묵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 침묵을 깨며 먼저 나선 것이 바로 친위대 오크들이었다.
"취익! 클레아 부족하지 않다! 내가 봐서 안다!"
"취직! 클레아보다 똑똑한 오크 없다! 그러니 오크 클레아 따른다!"
"취췩! 클레아 오크들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같이 지내며 좋아해줬다! 그러니 클레아 도와준다!"
오크들의 말에 쿠로딘은 배를 붙잡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오크들이 통쾌하게 얘기하는군. 나도 동감이다. 클레아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저도 언니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모두...고마워요."
클레아는 자신을 믿는 이들을 보고 어떤 일을 해서라도 그란 왕국을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그란 왕국에서도 전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도 벌써 도망쳤군요."
메블리는 수도로 진격하는 도중에 들린 마을에도 벌써 피난을 가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마을에서 메블리는 남아있는 단서를 통해 한가지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흐음...재가 생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군요."
사용했던 화로의 잿더미를 보고 메블리는 재가 생성된지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시간상으로 하루에서 이틀 정도라고 추정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순순히 도망치게 둔다는 것이."
메블리는 골렘과 마법포의 진격 속도가 도망치는 이들보다 느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메블리가 손을 들자 수백의 데스나이트들이 옆으로 다가왔고 메블리는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얘기했다.
"너희들에게 가고일들을 붙여주겠다. 가고일들을 타고 도망친 이들을 추격하여 모두 섬멸해라."
메블리의 말에 데스나이트들이 모두 거슬리는 목소리를 내보내며 알아들었다는 뜻을 나타냈고 그 순간 가고일들이 다가와서 데스나이트들을 잡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데스나이트들을 잡은 가고일들은 흩어지며 도망친 이들을 추격하기 위해 움직였다.
"인간들에게 마계의 무서움을 보여주세요. 실패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데스나이트와 가고일들이 도망치는 이들을 추격을 하면서 라스와 드라킨을 향해서도 추격자가 달라붙게 되었다.
라이언 왕성의 훈련장에 수많은 라이언 왕국의 병사들이 집합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전쟁 준비를 위해서 어떤 때보다 많은 장비와 물자를 갖추고 있었고 긴장감 또한 어떤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매트 왕자 또한 처음으로 수만에 달하는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을 치르러 가려고 하다 보니 긴장이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후...좋아. 모든 준비는 끝났고."
매트는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한숨을 쉬며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심신의 안정을 찾은 후에 매트는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방 밖으로 나와서 보이는 광경은 매트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에밀리 누나...이건?"
"놀랐지? 나도 예상외야."
매트는 놀라워하는 눈으로 에밀리의 옆에 있는 트이번을 바라보았다. 트이번은 매트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트이번의 몸은 와이번에게 맞혀서 만들어진 중장비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언제 이런 장비를?"
"나도 모르겠어. 준비를 끝내고 나오는 도중에 기다렸다는 것처럼 트이번이 내 옷을 물고 어딘가로 끌고 가더라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가보니까 거기에는 이 장비들이 있었어."
"그래서 착용한 거에요?"
"응. 마치 입혀달라는 것처럼 장비를 계속 입으로 쪼더라니까? 그래서 착용하고 나니까 바로 매트. 네가 있는 곳으로 가더라고."
"...트이번 혹시 눈치채고 있던 거야? 내가 전쟁을 치르러 간다는 것을?"
"키야악~"
트이번은 매트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내었다.
"설마 나와 같이 가려고?"
"키에엑~"
매트의 말에 트이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매트는 그런 트이번의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자아내었다.
"그래. 같이 가자. 그리고 고마워. 네 덕분에 있었던 긴장감도 다 사라졌거든."
"키에엑~"
매트는 트이번 덕분에 부담스러웠던 긴장감도 모두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트이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트이번은 교성이 섞인 목소리를 내었고 매트는 에밀리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앞으로 걸어갔다. 매트와 에밀리는 병사들이 모인 훈련장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벨치스 국왕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어전을 향해 이동했다.
마침 어전에는 카르티네와 벨치스 국왕 그리고 쥬디아까지 모여있었다.
"이제 가느냐?"
"예. 가기 전에 보고를 드리러 잠시 들렀습니다."
"그래..."
벨치스 국왕은 완전무장한 매트를 바라보고 속에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네게 너무 커다란 짐을 지게 한 것 같구나."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아니다. 매트. 나는 네가 너무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가 그것을 트라우마 걸릴 정도로 싫어한다는 것도."
"전하..."
"미안하다.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것을 사과하마. 그리고 이번에도 네게 기대는 냐악한 나를 용서해줘라."
"아닙니다! 전하!"
매트는 벨치스 국왕에게 강력하게 반대하며 얘기했다.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은 제가 자진해서 하는 것입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라이언 왕국을 위해서! 그러니 그렇게 제게 사과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예!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매트는 굳건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벨치스 국왕은 매트의 눈빛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알겠다. 그렇게 얘기한다면."
"감사합니다."
"그란 왕국을 도와주고 오너라. 그리고 다치지 말고 돌아오도록 해라. 이것은 명령이다."
"예! 그 명령 수행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에밀리 양도 가는 겁니까?"
"예. 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매트를 지켜주기 위해서요."
"하하하. 매트의 아버지로서 그건 정말 고마운 얘기군요. 그러고 보니 장래를 약속했습니까?"
"전하!"
"...예. 이번 전쟁이 끝나면요."
벨치스 국왕의 말에 매트는 소리를 질렀고 에밀리는 얼굴을 붉히며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하하하! 그건 정말 기쁜 얘기군요. 꼭 좀 매트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카르티네님! 텔레포트 마법진의 준비는 끝났습니까?!"
매트는 이야기를 돌리기 위해서 카르티네를 향해 물었고 그 질문에 카르티네는 답변했다.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한 번에 모든 인원을 이동시킬 수는 없으니 누구를 먼저 보낼지 정해라. 아마 5번 정도면 모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암살단 인원들을 먼저 보내겠습니다. 먼저 적의 전력에 대해서 정보를 습득해야하고 피난을 가는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기동성이 좋은 이들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알겠다."
"매트 왕자님. 제 길드원들도 보냈으니 잘 사용해주세요. 저는 길드원들의 정보를 통해서 서포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쥬디아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매트는 중요한 대화는 어느 정도 끝났다는 것을 눈치채고 자세를 바로잡은 후에 얘기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전하."
"그래. 명령은 잊지 말도록 해라."
"예!"
매트는 그 말을 끝으로 트이번의 등 위로 올라탔고 에밀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에밀리는 매트의 손을 잡고 같이 트이번의 등 위로 올라탔고 매트는 트이번의 옆구리를 발로 약하게 두 번 때렸다.
그러자 트이번은 괴성을 지르며 창문이 열려있는 베란다를 향해 달려갔고 이내 날개를 펼치며 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는 벨치스 국왕은 혼자서 얘기했다.
"꼭...살아 돌아오도록 해라. 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