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04화 (303/360)

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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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그란왕국(1)

그란 왕국의 최동쪽 해안가. 조용하고 평화롭던 해안가에 수많은 함선이 선박 하면서 골렘과 마물들이 해안가를 짓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대군의 앞에 떡하니 서 있는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메블리라고 불리는 상급 마족이였다.

"오크 왕국 주제에 상당히 잘 만들었군요."

메블리는 시야에 모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길고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8서클 대마방진. 그것도 성문에는 9서클 대마방진이 박혀있군요. 놀랍습니다. 이렇게 정교하고 강력한 마방진이 있을 줄이야."

메블리는 철로 된 성문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 순간 메블리의 손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성문을 조금씩 침식하기 시작했다. 침식이 이루어지면서 성문에 박혀 있던 마방진과 충돌이 일어나 스파크가 일어났다. 스파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해졌고 어느 순간 폭발이 일어나면서 성문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부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요."

거대한 구멍이 생긴 성문은 이내 무너져 내렸고 무너진 성문을 통해 메블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마물과 골렘들이 뒤따라왔고 마물들 중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트윈 헤드 오우거들도 카무란 왕국에서 제작된 마법포를 끌고 성문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메블리는 성문으로 들어오고 난 후에 생기는 위화감을 지울 수 없었다.

"너무나 조용하군요.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메블리는 확인을 하기 위해서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날개를 펼쳐서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일대의 마을을 가볍게 날면서 확인했고 이내 마을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블리는 수많은 집 중 한 곳으로 들어가서 주변을 살폈다.

"흐음...생활용품은 그대로 있고 귀중품들만 들고 간 것 같군요. 마치 급하게 이동한 것처럼."

남은 흔적을 통해서 메블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미리 눈치를 채고 도망쳤다...라는 것이 맞겠군요."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함선을 이끌고 온다는 것을 눈치채면서 급하게 도망을 쳤다. 그것이 제일 유력한 추측이였고 메블리가 취할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이곳의 마을을 모두 파괴하고 이동하겠습니다."

메블리가 손을 들자 수백의 데스나이트들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크게 내뱉었고 그와 동시에 마물들과 골렘들이 마을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메블리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실력자군요. 생각보다 재밌는 싸움이 될 것 같아서 기쁘군요."

메블리가 병력을 이끌고 그란 왕국의 해안가에 도착하기 약 하루 전. 카르티네는 라이언 왕국의 왕성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제3자가 보면 카르티네가 명상을 하거나 혹은 자는 것처럼 볼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녀는 전국에 뿌려둔 사역마를 통해서 라이언 왕국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수호자가 된 카르티네는 라이언 왕국이 피해를 입기 전에 미연에 막고 싶었고 그 결과 수많은 사역마를 통해서 모든 광경을 동시에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광경을 동시에 보는 것은 인간보다 훨씬 월등한 뇌를 가진 드래곤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카르티네는 눈을 감고 사역마를 통해서 관찰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눈을 뜬 카르티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 곳을 향해 걸어갔고 그곳은 바로 벨치스 국왕이 있는 어전이었다.

"용무를 밝혀주십쇼."

"벨치스를 만나러 왔다."

어전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카르티네를 보고 질문을 했고 카르티네의 대답을 들은 후에 벨치스 국왕에게 소리치며 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필요한 거라고 있으십니까? 아니면 오늘도 대화를 하러 오신 겁니까?"

카르티네는 종종 매트와 벨치스에게 대화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벨치스 국왕은 그녀가 또 대화를 하려고 찾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추측은 빗나갔다.

"매트는 어디 갔는가?"

"현재 다른 왕국에서 오는 인원들을 통제하러 갔습니다. 계속해서 텔레포트를 통해 오는 인원이 늘어나다 보니 상당히 많은 인원이 필요하더군요."

"매트를 불러와라. 적이 다가오고 있다."

"적? 그게 무슨 말입니까?"

벨치스 국왕은 카르티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백 대가 넘는 함선이 지금 북쪽에서 그란 왕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함선을 이끌고 있는 것은 상급 마족이다."

벨치스 국왕이 급하게 매트를 불러왔고 카르티네의 말을 들은 매트는 깜짝 놀라워했다.

"지금 그란 왕국으로 진격해오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다. 혹시나 해서 그란 왕국에도 사역마를 조금 배치해두었다. 그런데 운 좋게 지금 진격해오는 것을 사역마가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그란 왕국에도 알려야겠습니다! 지금 당장!"

매트는 그란 왕국과 교류하고 있는 수정구슬을 발동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구슬에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클레아에요. 무슨 일이신가요?]

"클레아! 지금 그란 왕국의 총책임자는 누구지?!"

[그란 오빠도 안 계시고...로그 오빠와 듀로크 오빠가 없으면 우선 제가 총책임자에요.]

"...그렇다면 진정하고 들어. 지금 마족이 대군을 끌고 그란 왕국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한다."

[예?!]

매트의 말을 듣고 놀라워하는 클레아의 목소리가 수정구슬 너머에서도 잘 들려왔다. 그런 클레아를 향해 매트는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클레아. 네가 총책임자라고 하니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건...]

매트의 말에 클레아가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반응에 매트는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진격 소식에다가 왕국을 움직이는 책임자로서의 압박감도 처음 느끼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듀로크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어떻..."

[그건 안돼요!]

강력한 의지와 단호함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그 대답을 들은 매트는 클레아를 향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안된다는 거지?"

[듀로크 오빠에게 항상 의존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듀로크 오빠는 지금 다른 왕국으로 가서 도와주고 있어요. 지금 다시 돌아왔다가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군."

[그리고 더 이상 듀로크 오빠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요. 아니, 듀로크 오빠에게 더 이상의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아요. 듀로크 오빠가 없어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매트는 클레아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항상 듀로크를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데 듀로크 없이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 생각하는 것이 있어? 듀로크님 없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떠오른 것이 있어요.]

"뭔데?"

[지금이야말로 두 왕국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요?]

"두 왕국이라면...라이언과 그란 왕국?"

[예. 지금까지 두 왕국은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대비해서 힘을 쌓고 비축했잖아요. 저는 움직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싶어요.]

"두 왕국의 힘만으로 막자..."

매트는 클레아가 말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카르티네에게 얘기했다.

"라이언 왕국의 병사들을 그란 왕국으로 텔레포트 시킬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 하지만 양이 양인지라 한 번에는 불가능하여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텔레포트 지점으로 보내야 하니 병사들이 움직일 시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클레아. 이렇게 하도록 하자."

[어떻게요?]

"우리 두 왕국의 힘만으로 막도록 하자. 하지만 라이언 왕국의 병사들이 갈 시간이 필요해. 그러니 그란 왕국에서 적이 진격하는 방향에 존재하는 마을이나 도시는 미리 피난시키자."

[그러니까 저는 그란 왕국의 병력을 한곳에 집결시키고 라이언 왕국의 병력과 만날 때까지 최소한의 피해로 시간을 끌면 된다는 거죠?]

"그래. 할 수 있겠어?"

클레아는 병사들을 이끈 적도 없었고 그저 조금 강한 일반 여자와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한 왕국을 이끄는 것이 클레아에게 얼마나 힘든지 매트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럽고 힘들 것 같아요.]

"그래?"

[하지만 제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럼 제가 하겠어요. 듀로크 오빠가 없어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어요!]

클레아의 각오가 어린 말에 매트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래. 깜짝 놀라게 해주도록 하자고. 그럼 부탁한다."

[예!]

그 말을 끝으로 수정구슬을 통한 통신이 끊어졌다. 그리고 매트 또한 벨치스 국왕과 카르티네에게 얘기한 후에 사라졌다.

"아쉽군. 수호자의 자리만 아니였다면 그란 왕국까지 가서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라이언 왕국의 병사들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그런가?"

"예."

벨치스 국왕은 매트가 사라진 곳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고 카르티네는 그런 벨치스를 보고 그에게 한가지의 질문을 했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겁니까?"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그저 자식이 성장하는 모습은 기쁘면서도 씁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군."

"예. 자식을 얻어야만 아는 심정이니까요. 성장한 매트를 보니 이번 전쟁이 끝나면 왕위를 물려줘도 될 것 같군요."

벨치스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카르티네를 보며 얘기했다.

"저도 병사들을 모으는 것을 도와주러 가겠습니다. 카르티네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병사들을 보낼 텔레포트를 준비해두겠다."

"예. 그럼 잘 부탁하겠습니다."

벨치스도 이내 자리를 비우면서 카르티네 혼자 남게 되었다.

"과연 듀로크 없이 막을 수 있을까?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군. 하지만..."

카르티네는 손으로 가볍게 허공을 움직였다.

"보험을 하나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란 왕국의 최동쪽에 위치한 마을 중 하나인 가르다 마을. 가르다 마을에도 오크들과 라이언 왕국에서 넘어온 인간들이 어우러져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가르다 마을은 농사가 발달한 마을로 오크의 힘과 인간의 지혜가 합쳐져서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도 밭에서는 수많은 오크들이 힘을 쓰며 곡물을 베고 있었고 인간 남성들도 그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자자. 조금 쉬었다가 하자."

"취익~ 알겠다."

농사꾼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라스가 박수치며 얘기하자 오크들이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라스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성들이 마실 것과 먹을 것을 가져왔고 오크들은 그것을 보며 함성을 질렀다.

"취이익! 먹을 거다!"

"취직! 마침 배고팠다!"

오크들은 음식과 음료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여성들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크들이 먹는 사이에 인간 농사꾼들은 따로 앉아서 그들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크들은 정말 통쾌하게 먹는군."

"하지만 먹는 것 이상의 일을 하니까. 우리도 오랜 세월 동안 농사 일을 했지만 역시 종족의 차이인가? 힘 쓰는 일에는 이길 수 없어."

"그래. 이렇게 질 좋고 넓은 땅에 수많은 곡물을 심을 수 있었던 것도 오크들 덕분이지."

농사꾼들은 세지 않은 술을 들이켜며 얘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오크들을 혐오하고 싫어하는 모습을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오크와 인간이 서로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증거였다.

"취직! 라스."

"왜 그래? 드라킨."

드라킨은 가르다 마을에 있는 오크들의 수장이라고 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 리더인 라스와 드라킨은 서로 어느 정도의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취직~ 촌장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는가?"

"글쎄? 아까 얼핏 듣기로는 위에서 무슨 지령이 내려왔다고 하는 것 같더군."

"취직~ 그러면 촌장이 없는 사이에 한잔하겠나?"

드라킨은 가죽 가방에서 조그마한 술병을 꺼냈고 라스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위를 살피었다.

"조금만 마실까?"

"취직!"

라스는 슬며시 드라킨이 들고 있는 술병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 그때 멀리서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한 남성이 있었다.

"촌장님이 모두 모이라고 해요! 급한 일이라고 합니다!"

"쳇. 타이밍 하나 좋네. 그렇지?"

"취직~ 무슨 일인지 빨리 듣고 마시자."

"그래. 그러도록 하자고."

"취직~ 약속한 거다!"

라스는 드라킨의 말에 동의하며 촌장이 있는 마을로 돌아갔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마을에 돌아가서야 깨닫게 되었다.

"지금 당장 모두 짐을 싸고 마을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예?!"

"취직! 그게 무슨 소리인가?"

촌장의 뜬금없는 말에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촌장은 그런 그들을 향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지령이 떨어졌다. 현재 북쪽에 있는 카무란 왕국에서 함선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일부 마을과 도시에 있는 이들은 피난을 가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우리 마을이 거기에 해당하는 마을이다."

"카무란 왕국에서 침공을?!"

"피난을 가란 말입니까?!"

"지금 바로?"

촌장의 말에 수많은 이들이 당황해하며 혼란을 겪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다른 왕국에서 침공해서 피난을 가라고 하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하지만 의외로 그 와중에 오크들은 당황하지 않고 있었다.

"취직~ 알겠다. 곧바로 움직이면 되나?"

"그렇네."

라스는 드라킨과 오크들의 무덤덤한 반응에 감탄을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오크들이 그렇게 무덤덤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란 왕국이 건립되기 전에는 수많은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오크들은 항상 다른 부족의 공격을 염려에 두고 살아왔다.

그리고 부족 간의 전투로 인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오크들에게 자주 있던 일이기에 촌장의 말에도 무덤덤한 것이었다. 그런 오크들의 침착함 때문일까? 당황했던 인간들도 조금씩 침착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촌장.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피난을 가면 되는 거야?"

"우선 서쪽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현재 수도에서는 라이언 왕국의 병력까지 합세하여 적의 침공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제일 안전한 것은 왕성이겠지."

"그렇군. 왕성까지라...상당한 여행이 되겠는걸?"

가르다 마을에서 왕성까지 걸어가는데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이상 걸렸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라스는 한가지의 문제점이 떠올랐다.

"잠깐...그러면 촌장은 어떻게 하게? 촌장의 몸으로는 그런 강행군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더구나 우리 마을에 있는 말과 마차를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노약자를 모두 데리고 갈 수는 없어."

"...맞아. 우리 마을에 있는 것으로는 무리야."

"어떻게 하지?"

라스의 말에 문제점을 파악한 이들이 모두 머리를 감쌌지만 촌장은 가볍게 대답했다.

"그에 대한 얘기는 모두 끝났고 결정했다. 우리를 두고 가라."

"뭐?!"

라스는 촌장이 하는 말을 듣고 제정신이냐고 묻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차피 우리들은 인생도 별로 남지 않았다. 우리 노인들 때문에 젊은 녀석들의 발목을 잡을 수 없지. 그러니 우리는 놔두고 가라."

"웃기지 마! 그런다고 우리가 '예. 알겠습니다.'하고 받아들일 것 같아?!"

"그러면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것이냐?!"

"그건..."

라스는 촌장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촌장이 말한 것이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놔두고 가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라스를 비롯한 이들이 이를 악물며 침울해 하고 있을 때 드라킨이 손을 들고 얘기했다.

"취직~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

"드라킨?"

드라킨의 말에 라스는 그를 바라보았다.

"취직~ 우리들이 노약자들을 업고 이동하겠다."

"뭐?!"

"...우리를 엎고 이동하겠다고?"

"취직~ 그렇다."

드라킨의 말에 라스와 촌장이 황당해했다.

"일주일이 넘는 장정이라고? 아무리 노인들이 가볍다고 해도 가능해?"

"맞아. 아무리 너희들이 체력 바보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취직~ 우리를 얕보지 마라. 촌장의 말대로 우리는 체력 바보다! 우리 오크들에게 불가능은 없다!"

"취이익! 맞다! 우리 오크들을 믿어라!"

"취익! 힘 쓰는 것에 자신 있다!"

오크들이 드라킨의 말에 동조하며 일어났다. 그런 분위기에 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촌장을 향해 얘기했다.

"우선 되든 안되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하지 말라고 해도 저 녀석들이 말을 들을 것 같지 않고."

촌장은 라스의 말에 다른 노인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이 어깨를 올리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에휴. 알겠다. 마음대로 해라. 이 녀석들."

촌장의 말을 들은 오크들과 인간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라스는 드라킨을 향해 손을 들었고 드라킨은 라스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좋았어! 한번 해볼까? 드라킨!"

"취직! 우리 오크의 힘을 보여주겠다!"

라스와 드라킨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가르다 마을에는 인간과 오크가 하나 되어 피난 준비를 하게 되었다.

"빨리빨리 움직여!"

"최소한의 필수품만 챙기고 간다!"

"노약자들을 우선으로 마차에 태우도록 해!"

라스와 젊은 남성들이 앞서서 지휘를 하며 빠르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오랜 여정을 가기 힘든 노인들을 마차에 태웠고 식료품을 남은 마차에 실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은 아이들과 일부 여성들이었다.

"10세 이하 아이가 20명. 그리고 임신한 여성 5명이 남았어."

"수레까지 사용한다고 해도 남은 이들을 모두 태울 수는 없어."

"흐음...아까는 분위기상 동의했는데 과연 가능할까?"

"글쎄..."

현재 상황을 파악하니 다시금 의구심이 드는 젊은 남성들이었다. 하지만 라스는 그런 그들에게 얘기했다.

"충분히 가능해! 오크들을 믿어보자고! 지금까지 그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가 직접 봐왔잖아?"

"...그렇지."

"그래. 믿기로 한 이상 끝까지 믿어보자."

그렇게 남성들이 얘기를 하는 사이에 준비를 마친 오크들이 몰려왔다. 오크들은 가지고 있는 무기와 식량을 지참한 채 다가왔다. 라스는 그런 오크들의 리더인 드라킨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모두 준비 끝났어?"

"취직~ 42명 모두 준비 끝났다."

"42명 확실한 거야? 넌 숫자를 셀 줄 모르잖아."

"취직~ 학교에 다닌 오크 한 명 있다. 그 녀석이 대신 확인해주었다."

"그래? 우리도 준비가 끝났고 못 탄 인원은 아이 20명에 임신한 여성 5명이야."

"취직~ 수레 하나 있지 않나?"

"응. 그래서 수레에 아이를 모두 태울 수 있을지 고민이야."

"취직~ 수레에 몇 명이나 탈 수 있나?"

"아이 10명 정도?"

"취직~ 그러면...남은 숫자가 어떻게 되나?"

드라킨은 머리를 감싸 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라스를 바라보았다.

"남은 인원은 아이 10명, 임신한 여성 5명."

"취직~ 그러면 우리 중 15명이 1명씩 맡아서 움직이겠다. 그리고 힘들면 교대해서 하겠다."

"알겠어."

"취직~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문제?"

라스는 문제가 있다는 말에 드라킨을 바라보았다.

"취직~ 우리 오크들이 업으면 어쩔 수 없이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뭐?"

"취직~ 인간에게 고발당하기 싫다. 복잡하고 무섭다."

"...푸흡."

라스는 이 상황에서 살이 맞붙는 것에 걱정하는 드라킨의 모습에 웃음을 터지는 것을 겨우겨우 참았다. 그리고 그런 드라킨을 향해 라스는 얘기했다.

"드라킨. 내 아내도 임신 중이야. 그러니 내 아내는 네게 부탁할게."

"취직?!"

"쇠뿔도 단김에 빼라지? 메르."

라스의 말에 임신한 한 여성이 다가왔다.

"드라킨 알지? 너를 업어줄 녀석이야."

"잘 부탁해요."

"취직! 괜찮은 건가?"

"괜찮아. 나는 너를 보고 같이 지내봤으니까."

"취직! 메르도 괜찮은 건가?"

"예. 저는 남편과 당신을 믿으니까요."

"취직! 신체 접촉이 있어도 고발하지 말아줘라."

"안 해."

"취직! 오크 냄새날 수도 있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리고 너도 은근히 많이 씻는 거 알고 있다고."

"취직! 내가 흥분해서 업는 거 아니다. 그걸 알아줬으면..."

"안다고!!"

라스는 계속해서 말하는 드라킨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고 메르는 그런 둘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서 확신까지 받은 드라킨이 그제야 메르를 업었고 그와 동시에 다른 오크들도 아이들과 임신한 여성을 업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오히려 오크들에게 업힌 것을 좋아하며 소리를 질렀고 임신한 여성을 업은 오크들은 드라킨처럼 똑같이 여성에게 변명하고 있었다.

"자. 그럼 출발하도록 하자."

"취직! 내 목숨을 걸고 메르를 지켜주겠다."

"그래. 믿고 있어."

그렇게 라스와 드라킨을 비롯한 가르다 마을의 인원들은 왕성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뒤를 메블리가 이끄는 부대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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