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01화 (300/360)

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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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10)

"정말 볼 때마다 놀라움을 주는군. 이번에는 드래곤들과 함께 온 건가?"

"워낙 전쟁 스케일이 커야지. 그래서 드래곤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어."

"설마 이번에도 우리 왕국을 도와주기 위해서 온 건가?"

"다른 목적도 있지만 주목적은 그렇지."

"다른 목적?"

"응. 하지만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어때? 우리 쪽도 그렇고 그쪽도 새로운 인물이 있는 것 같은데."

듀로크는 메스의 옆에 있는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인물일뿐더러 어디서 숨어지냈는지 메스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듀로크가 레이트와 타노스를 보고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레이트와 타노스도 듀로크와 생각하는 바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도 그 의견에 찬성하네. 궁금한 것은 피차일반이니까."

"저도 드래곤 분들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레이트와 아무드의 말에 듀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단히 소개할게. 나와 그란은 알고 있을 테니까 생략하고..."

"미안하지만 나와 타노스는 자네를 모르네."

"그렇군.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 그럼 다시 간단히 얘기하자면 나는 9서클 마법사면서 오크인 듀로크라고 해. 여기 있는 덩치 오크는 그란으로 그란 왕국의 왕이고."

"취이익~ 그란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 있는 블랙 드래곤은 비아토스라고 하고 화이트 드래곤은 아그리마, 골드 드래곤은 디오노스라고 해."

【강력한 기운을 가진 인간이군. 나와 싸워보지 않겠나?】

【확실히 인간의 극한에 다다른 느낌이네. 과거의 기록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의 경지에 올랐어.】

【딸꾹~ 혹시 여기에 술이 있나?】

"참고로 비아토스는 폭력의 드래곤, 아그리마는 지식의 드래곤, 디오노스는 술의 드래곤으로 불리고 있어."

듀로크의 간단한 소개에 아무드는 앞장서서 드래곤들의 앞으로 걸어갔고 고개를 수그리며 얘기했다.

"저는 나이트 왕국의 국왕 아무드라고 합니다. 저희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것에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술은 있나?】

"있습니다만 디오노스님이 만족할지 자신이 없습니다."

디오노스는 아무드의 말에 듀로크를 바라보았고 듀로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디오노스는 미소를 지은 후에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상관없으니까 어딨어? 지금 술을 안 먹은 지 오래돼서 미칠 것 같거든."

"알겠습니다. 크리드. 디오노스님을 안내해주게."

"예."

크리드는 디오노스를 데리고 갔는데 그란은 그 뒤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듀로크를 향해 얘기했다.

"취익~ 나도 가도 되나?"

"그래. 갔다 오도록 해."

"취이익!"

그란은 기쁨의 함성을 내보내며 빠르게 그 뒤를 따라갔고 아무드는 그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어서 얘기했다.

"지금 디오노스님을 안내하러 간 기사는 크리드라고 하며 저의 수호기사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제 스승님인 메스님입니다. 그리고 저 두 노사는 레이트님과 타노스님으로 은둔하고 계셨지만 왕국의 위기 때문에 도와주시러 분들입니다."

"이런 초인들이 은둔해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오지 않았어도 괜찮았던 거 아냐?"

"여기에서 제일 강한 존재가 그런 말을 하다니. 겸손이 지나치네."

듀로크의 농담에 레이트가 맞대응해서 얘기했다.

"겸손?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마족들을 상대해보니 우리가 오지 않았어도 막았을 것 같은데."

"마족들을 상대해봤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메스는 듀로크가 하는 말을 듣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리리스란 마족을 잠시 만나고 왔거든."

"리리스?!"

"그 마족을?!"

듀로크의 말을 들은 이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그리고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기사들도 그 말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리리스란 마족을 만나고 왔다고 했나?!"

"응. 너희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마족들이 움직이는 것을 역추적하면 대강 유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마족들이 있는 곳을 가니까 리리스란 마족을 만났지."

"그래서 어떻게 했지?"

"뭘 어떻게 해? 우리끼리 리리스란 마족이 이끄는 부대를 상대했지. 그 녀석이 도망치긴 했지만 꽤 많은 피해를 줬어. 그게 본 부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얘기를 좀 자세히 해주시겠습니까?"

아무드의 말에 듀로크는 리리스와 만나서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서 모두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이트 왕국의 인간들은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적의 전력은 약화되어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역시 듀로크! 자네답군!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벌인단 말이야? 푸하하하!"

아무드와 메스는 솔직하게 기쁨을 표현했고 기사들 또한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두 노사는 그냥 기뻐하지 않고 조용히 듀로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느낀 듀로크는 레이트와 타노스를 향해 얘기했다.

"무슨 할 말이 있나요?"

"자네 무슨 속셈인가?"

"예?"

"아까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 나이트 왕국을 도와준 것은 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가?"

"으음...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 목적이 뭐지? 그것이 나이트 왕국의 해가 된다면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없네."

"그건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레이트와 타노스는 듀로크의 속셈을 모르기에 몰아붙였는데 그런 두 노사를 향해 메스가 만류했다.

"두 분 모두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못난 제자 놈. 외부자의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저 듀로크는 과거에도 우리 나이트 왕국을 도와줬습니다."

"맞습니다. 게덴과의 전쟁 때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도 그의 도움 덕분이였습니다."

메스와 아무드의 신뢰가 가득한 눈빛을 보고 레이트는 그제야 듀로크에 대한 소문을 기억해내었다.

"그렇군. 그가 궁극 마법을 사용한 듀로크인가?"

"예. 그렇습니다."

투기장에서 은둔하고 있었지만 게덴과의 전쟁 때 궁극 마법을 사용해서 나이트 왕국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인물의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물이 눈앞에 있는 듀로크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두 분이 저를 경계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어차피 얘기하려고 했으니 지금 말해드리겠습니다. 제 목적은 여러분들이 라이언 왕국으로 오게 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 그 서신의?"

아무드는 손바닥을 치면서 생각났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래. 지금도 내 일행들이 각 왕국에 가서 라이언 왕국으로 집결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라이언 왕국으로 집결시키는 이유가 뭔가?"

"지금처럼 각개격파를 당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저 리리스란 마족도 라자드의 부하입니다. 라자드가 건재한 이상 이와 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겁니다. 그렇기에 모든 왕국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라자드를 없애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자네는 우리를 라이언 왕국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왔다는 건가?"

"그렇죠. 더구나 피해를 적게 입으려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간단하고도 명랑하고 거짓이 하나도 없는 순수한 대답이었다. 그런 대답에 레이트는 메스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후훗. 제자 놈이 친구 하나는 잘 뒀구나."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럼 이제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네.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 전에 하나 확인하고 싶은게 있죠. 아무드 국왕."

"예?"

"리리스란 마족은 남은 병력을 이끌고 이 성을 향해 공격해오겠지. 그리고 그 공격을 막는다면 라이언 왕국으로 갈 생각이 있는가?"

"라이언 왕국으로..."

"좀 전에 말했다시피 라자드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이번과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다. 그리고 그때는 오늘처럼 나와 드래곤들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피해도 어느 정도로 끝날지 모르고."

"....."

"물론 라이언 왕국으로 온다고 해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다."

"그게 뭡니까?"

"모든 힘을 합쳐서 라자드를 처리해야만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지."

듀로크의 말을 들은 아무드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선택을 기다리는 눈빛이었지만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었다. 바로 굳은 신념이 박혀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을 따라갈 거라는 굳은 신념. 그런 신념이 박힌 눈빛들이 아무드를 편안하게 해주고 결정을 짓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알겠습니다. 리리스를 처리하면 라이언 왕국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군.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

듀로크는 아무드 국왕에게 악수를 권했고 아무드는 그 악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듀로크와 아무드가 악수를 하자 그것을 보고 있던 기사들이 함성을 질렀고 메스 또한 그 장면을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두 분도 라이언 왕국으로 가실 겁니까?"

"노년에는 조용히 살다가 가려고 했건만...그것도 힘들겠구만. 안 그런가?"

"어쩔 수 없지. 이런 노인들도 필요로 하니 갈 수밖에."

"그렇게 됐으니 못난 제자 놈아. 우리를 유용하게 잘 사용하도록 해라."

레이트와 타노스의 말에 메스는 고개를 수그리며 감사를 표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두 분의 도움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나이트 왕국은 듀로크와 드래곤들이 합류하는 것으로 사기가 올라갔고 그와 동시에 공성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분노를 참기 힘들어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리리스였다.

유스트 후작은 자신의 휘하에 있던 병력들을 모두 언데드화 시킨 마물들로 칼립스 성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리리스가 칼립스 성의 북쪽에서 진격하고 유스트 후작이 남쪽에서 진격하여 포위하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포위한 칼립스 성에 있는 이들만 쓸어버리면 나이트 왕국의 멸망은 떼놓은 당상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병력을 보고 유스트 후작은 이 전쟁을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데스나이트와 리치들만 2천마리. 이 병력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나이트 왕국의 병사들을 언데드화 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나이트 왕국에서 힘을 키워가며 세력을 넓혀갔다. 적의 병력을 자신의 병력으로 바꾸는 전략. 이보다 더 효율적인 전략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기다린 보답이 이제 한 걸음 남았다. 나이트 왕국을 멸망시키면 드디어 난 라자드님에게 평생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궁극의 육체를 얻을 수 있다!"

유스트 후작이 원하는 것은 대륙의 멸망도 아니고 명예와 권력도 아닌, 늙지 않고 평생 살 수 있는 궁극의 육체였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라자드였다. 그 이유는 라자드 본인이 벌써 300년 이상을 산 살아있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스트 후작은 라자드에게 절대복종을 하고 있었다. 궁극의 육체를 얻기 위해서.

"그것이 좀 있으면 이루어진다. 저 눈앞에 있는 칼립스 성을 점령하면."

시야에 칼립스 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했다. 하지만 유스트 후작은 뭔가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서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리리스는 어디 있는 거지?"

자신이 먼저 온 것이 아닌 이상 리리스가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스트 후작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의 이동속도가 마물들에 비해서 느리기 때문에 먼저 도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칼립스 성이 보일 정도로 접근했는데도 리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몇 가지의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어떤 이유로 인해서 리리스의 도착이 늦어졌다는 것이 제일 유력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은 리리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스트 후작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처럼 멀리서 다가오는 인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인물이 리리스인 것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늦었군.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어...응?"

유스트 후작은 리리스가 가까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가까이 올수록 유스트 후작은 이상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내 리리스와 만나면서 그는 리리스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리리스의 뒤를 따라온 마족들이 마치 패잔병처럼 부상으로 가득했다. 마족도 고작 6명밖에 보이지 않았고 마물들은 어디로 갔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유스트 후작의 질문에 리리스는 분노의 외침을 뿜어대었다.

"도마뱀 녀석들 때문에! 내가 이런 굴욕을 받아야 하다니! 죽여버리겠어!!"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그래! 그것도 고룡들이! 하지만 고룡만 있었으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어! 문제는 그놈이야!"

"그놈?"

"듀로크라는 마법사! 대체 그 녀석의 정체는 뭐지? 정체가 뭐길래 그런 위압감을 뿜어내는 거야?!"

"듀로크라고?! 큰일이군."

"누군지 알아?!"

"그래. 일이 힘들어졌군."

유스트 후작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 녀석은 누구야?! 대체 정체가 뭐지?!"

"그 녀석은 오크면서 9서클 마법사지. 하지만 평범한 9서클 마법사가 아니다. 라자드님이 라이벌로 생각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녀석이지. 아마 드래곤들도 그 듀로크가 데리고 왔겠지."

듀로크와 고룡급의 드래곤들이 왔다는 사실에 유스트 후작은 이대로 진격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초인 1명의 존재는 개인의 무력의 무서움도 있지만 진정한 효과는 일반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준다는 것이다.

초인의 존재가 그들에게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서 포기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게 만들고 초인을 믿기에 주저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트 왕국에는 초인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병력의 질적인 차이로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듀로크와 고룡 드래곤들이 오면 얘기가 달랐다.

그들은 초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 초인들이었다. 전설적인 드래곤과 라자드와 버금가는 듀로크. 그들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차이는 극명하게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리리스. 어떻게 할 거지?"

"뭐가?!"

"그대로 진격할지에 대한 얘기다. 저곳에는 고룡과 듀로크가 있다. 이대로 진격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기회를 노리는 것이 어떠..."

"안돼!"

유스트 후작의 말을 리리스가 끊었다.

"저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어! 지금 이곳에서 죽여야만 해! 나를 비웃는 녀석들을 두고 기다리라고?! 절대 안돼!!"

"...진정해라."

"진정?! 나는 어느 때보다 머리가 차가워져 있어. 그리고 너 따위가 나한테 명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

유스트 후작은 리리스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리리스가 진정하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알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 진격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뭐?"

"머리를 식히고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유스트 후작은 리리스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그래서 유스트 후작은 눈치챌 수 없었다. 리리스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삼키고 있다는 것을.

"유스트 후작."

"...뭐지?"

"잠시 이쪽을 볼래?"

리리스의 부름에 유스트 후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후...좀 있다가 얘기하자고..."

유스트 후작은 리리스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다.

"너...설마?"

"나에게 복종해라."

리리스의 눈이 붉게 변하면서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리리스가 자랑하는 매혹 마법임을 유스트 후작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슨...생각..이냐.."

유스트 후작도 기사로 어느 정도 무력에 일가견이 있어서 리리스의 매혹 마법에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리스가 점점 다가올수록 매혹 마법의 세기는 강해져갔고 유스트 후작의 정신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넌 이제 필요 없어. 네 병사들은 내가 유용히 사용해줄 테니까 걱정 말아."

"네...년..."

리리스는 유스트 후작에게 다가가서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스트 후작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고 저항하던 기색도 사라졌다. 그리고 리리스는 이어서 유스트 후작의 턱에 손을 얹어대며 얘기했다.

"네 주인은 누구지?"

"리리스님입니다."

"그럼 내 명령에 절대복종해라."

"알겠습니다."

"네게 첫 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지금 바로 칼립스 성을 향해 병력을 진격시켜라."

"예."

리리스의 말에 유스트 후작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을 조종하였고 그들은 칼립스 성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어떻게 막을지 잠깐 회의를 해볼까?"

듀로크는 임시 사령부에 모인 이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인간 모습으로 변한 비아토스와 아그리마, 그리고 메스, 아무드 국왕. 거기에 노사로 불리는 레이트와 타노스. 이렇게 총 7명이 모여있었다.

"듀로크. 그란과 디오노스라고 하는 드래곤은 부르지 않아도 되나?"

"으음...그 둘은 듣거나 말거나 똑같을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말고 시작하자고."

듀로크의 말에 메스는 피식 웃음을 내보냈고 듀로크는 아무드를 향해 물어봤다.

"혹시 생각하고 있던 작전이 있나?"

"공성전을 어떻게 할지 생각한 것은 있었지만 노사 두 분과 듀로크님, 그리고 드래곤 분들이 오시면서 다른 작전을 펼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내가 한가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들어볼래?"

"듀로크님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하죠."

"그래. 너의 기발한 생각은 언제나 틀리지 않았으니까."

아무드와 메스의 전폭적인 지지에 듀로크는 입을 열어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의 목표는 일반적인 승리가 아니야. 완벽한 승리지."

"완벽한 승리?"

"이번 싸움은 전쟁의 시작점에 불과해. 진정한 전쟁은 라자드와의 싸움이 되겠지.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해. 피해는 곧 전력의 약화를 의미하니까."

"그렇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까? 그것은 공성전의 이점을 살리는 거야."

"공선전의 이점이라..."

"공성전은 보통 3배의 전력 차까지 막을 수 있다고 해. 하지만 어떤 공성전의 이점이 그런 전력 차를 메꿔주는 것일까?"

"그건 지형과 진영의 우월점 때문이네."

"바로 그거야."

레이트의 말에 듀로크가 맞장구쳐주었다.

"다른 이점도 있지만 제일 커다란 이점은 지형과 진영의 차이이지. 공성전을 하는 이들은 침략해오는 적보다 위에서 바라보고 싸우지. 즉 시야가 훨씬 높아지고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범위가 더 넓다는 것을 말해. 또한 성벽이라는 방어물이 존재한다는 차이점도 있지.

그리고 침략하는 적들은 어쩔 수 없이 밀집되는 진형을 갖출 수밖에 없어. 대충 어림잡아서 공격해도 밀집되어 있어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야."

"그건 누구나 아는 것이네."

"그래. 이건 병법을 알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 하지만 그 이점을 더욱 살리면 더 적은 피해로도 막을 수 있어."

"그 이점을 더욱 살린다고?"

듀로크는 잠시 말을 쉬고 자신을 바라보는 인물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한가지 질문할게. 예를 들어서 퇴로가 막힌 상태에서 갈 수 있는 출구가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면 사령관은 무슨 행동을 취할까?"

"퇴로를 만들 능력이 없는 이상 출구를 향해 이동하겠지."

"그래. 그런데 그 출구에 수많은 병력이 대기를 타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겠지."

"맞아. 이게 우리 작전의 핵심이자 요약이야."

"무슨 말이지?"

"우리는 성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할 생각이야."

"뭐?!"

"뭐라고?!"

듀로크의 말에 경악해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그들의 반응을 즐거워하며 얘기했다.

"이른바 개미지옥 작전. 이보다 효과적인 작전은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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