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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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7)
극한의 한기가 내포되어 있는 브레스가 적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마방능력이 있는 마물과 골렘이라고 해도 화이트 드래곤이 뿜어내는 브레스에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어는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금 그들은 모두 물에 적셔져 있는 상황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화이트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약 30초간 쏘고 난 후에 보이는 광경은 아름다움을 자아내었다.
"아름답다..."
"얼음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나?"
"절로 감탄이 나오는군."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게덴의 국민들이 그 광경을 보고 감탄을 뿜어내었다. 성벽 안에서도 보일 정도로 원홀은 커다란 빙산으로 변해있었다. 빙산 안에는 수많은 골렘과 마물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빙산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산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베로나도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로그를 향해 얘기했다.
"끝난 거야?!"
"확인해보겠습니다."
로그는 스캔 마법을 사용해서 빙산을 중심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다.
"골렘과 마물을 비롯한 모든 적의 병력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예!!"
베로나는 로그의 말을 듣고 손을 위로 번쩍 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베로나의 함성에 게덴의 국민들도 함성을 지르며 서로 껴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고마워! 모두 다 너 덕분이야!"
베로나는 로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로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뭐?"
"현재 한 명의 인간이 서쪽을 향해 도망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정보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아마 포마스로 생각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포마스라고?!"
포마스와 연이 깊은 베로나는 로그의 말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어서 로그가 계속 얘기했다.
"또한 저 빙산 속에 아직 죽지 않은 존재가 있습니다."
"저 빙산 속에서?!"
【역시 그런가.】
제라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그 순간 빙산이 조그마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균열이 시작된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한 명의 인물이 빙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도마뱀들이! 내가 죽은 줄 알았냐?!"
드래곤 브레스를 맞았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다리엘이였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극한의 한기에 의해서 하얗게 변색하였고 서리가 붙어있는 것이 그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자식 아직도 죽지 않았어?"
"베로나님은 포마스를 따라가 주십쇼. 저 마족은 저와 드래곤 분들이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게덴의 국왕으로서 자리를 비울 수는 없..."
"모든 명령권을 전임 받은 제가 명령하겠습니다. 포마스를 놓치지 마십쇼. 생사는 묻지 않겠습니다."
베로나는 로그가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얘기하는 것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베로나는 그를 믿음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알겠어. 네게 맡길게."
"예. 맡겨주십쇼. 마지막 처리도 깔끔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베로나는 서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로그도 성벽에서 뛰어내려서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다리엘은 그대로 드래곤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라서스님. 몇 분만 버텨주시겠습니까?"
【저 마족은 약해진 상태다. 우리가 처리할 수도 있다.】
"알고 있습니다. 상급 마족의 데이터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분노에 찬 상태라면 몇 명의 드래곤 분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수비적으로 행동하여 시간을 끌어주시겠습니까?"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로그의 치밀한 전략과 엄청난 두뇌 능력을 본 제라서스는 로그의 말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제라서스는 로그가 말한 대로 드래곤들에게 수비적으로 움직이라고 했고 그에 따라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데도 수비와 방해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이 도마뱀들이 나를 우롱해?!"
다리엘은 마치 시간을 끄는 것처럼 방어만 하는 드래곤들을 보고 더욱 열 받았다. 그러면서 뿜어내던 검은 마력의 세기가 커져갔고 몇 명의 드래곤들이 다리엘의 공격에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욱 더 강한 화이트 드래곤들이 그들을 보좌하면서 구멍을 메꿔주었다.
"크아아아아!!"
다리엘은 분노의 화신처럼 갈수록 더 강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방어 마법이 차례차례 빠르게 부서졌다. 제라서스는 약해졌는데도 이 정도의 강함을 보여주는 것에 역시 상급 마족이라는 생각을 했고 마족을 처음 보는 다른 드래곤들은 마족의 강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로그의 준비가 모두 끝났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모두 물러나 주십쇼."
물러나라는 말에 화이트 드래곤들은 진심으로 말하는 거냐는 것처럼 로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라서스는 로그의 말을 믿고 드래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물러나라.】
제라서스의 말과 동시에 드래곤들이 뒤로 물러났고 로그는 반대로 다리엘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분노에 미친 다리엘은 다가오는 로그를 향해 돌격했고 마력으로 가득 찬 손으로 로그의 얼굴을 찔렀다.
깡!
하지만 다리엘의 손은 로그의 검에 의해서 위로 올라갔다. 이어서 다리엘이 손에서 검은 화염을 뿜어내며 로그를 향해 공격했지만 로그는 발로 손의 방향을 비트는 것으로 공격을 무산시켰다.
또 다리엘이 마력으로 만든 검으로 내리쳤지만 검으로 흘려보내면서 공격을 무산시켰다. 그렇게 다리엘은 수많은 공격방법을 동원해서 로그를 공격했지만 마치 어떻게 공격할지 아는 것처럼 로그는 모든 공격을 무산시켰다.
【어,어떻게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거지?】
【말도 안 돼. 우리보다 약한 존재가.】
화이트 드래곤들은 혼자서 다리엘을 상대하고 있는 로그의 모습에 놀라워했고 제라서스는 그런 드래곤들을 향해 설명해주었다.
【저 녀석은 우리가 시간을 버는 동안 모든 공격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것이다.】
【예?】
【저 마족은 로그보다 힘도 강하고 신체 능력도 월등히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대등하게 싸우는 이유는 마족이 어떻게 움직일지 로그는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힘과 스피드로 공격해올 것을 알기에 최소한의 행동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지.】
【그 짧은 시간에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다른 패턴으로 공격해도 저 녀석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콰콰쾅!!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격에 폭발이 일어났고 로그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상처는 빠르게 아물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새로운 공격. 패턴 파악...50%...100% 완료. 회복에 필요한 물질 재구성...완료. 재대응에 들어갑니다."
회복된 로그는 다시 다리엘과 싸웠고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상처를 회복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다시 다리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또 상처를 입고 회복을 했다. 그런 과정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드래곤과 게덴의 국민들이 질렸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분노에 미처있던 다리엘 조차 로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네놈 대체 정체가 뭐냐!"
"제 이름은 로그. 베아트리스님의 손에 만들어졌고 지금은 듀로크님을 주인님으로 섬기는 존재입니다."
다리엘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로그를 상대하기 힘들어지고 모든 행동을 예측하고 있는 것과 같은 압박감을 받는 것을 느꼈다.
"나보다 약한 주제에! 대체 왜 밀리지 않는 것이냐?!"
"말 그대로 당신은 저보다 강합니다. 정면승부를 하면 제가 100% 확률로 패배할 겁니다. 하지만 약한 자들은 약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리엘이 로그의 눈앞에서 폭발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있던 로그는 뒤로 빠지면서 피해를 받지 않았고 다시 다리엘에게 붙어서 접근전을 걸었다.
"이익! 인간 주제에 상급 마족인 나를 이기겠다는 것이냐!"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상급 마족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이상 이길 방법은 존재합니다."
"닥쳐!!!"
다리엘은 자신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답하는 로그의 말과 행동에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리엘은 남은 마력을 모두 팔에 응집시킨 채 앞으로 돌진하면서 로그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디뎠다.
지금까지 어떤 스피드보다 빨랐기에 로그는 다리엘의 스피드에 대응할 수 없었고 다리엘의 손은 그대로 로그의 가슴을 뚫고 심장을 잡은 채 등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 다리엘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내가 이겼다."
퍼억!!
"푸하하하핫!!"
다리엘이 손에 힘을 주면서 심장을 터트렸고 통쾌한 웃음을 내보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로그가 왼손으로 다리엘의 팔을 붙잡았다.
"뭐?!"
"이렇게 접근한 것은 실수입니다."
심장이 터졌는데도 로그의 입에서는 피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있었고 표정 또한 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다리엘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가슴을 뚫은 팔을 빼며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로그의 왼손에 잡힌 팔은 마치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로그는 다른 손으로 검을 꺼내서 잡고 있는 다리엘의 팔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크아아악!!"
다리엘의 오른팔이 팔꿈치를 중심으로 잘렸고 로그는 잘린 오른팔을 가슴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슴의 상처가 수복되면서 멀쩡하게 돌아왔다.
"감,감히 내 팔을!"
"마력이 응축된 상태로 잘라서 그런지 아직 마력이 남아있군요."
로그는 다리엘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자른 다리엘의 팔을 입에 물고 한 움큼 살을 찢었다. 마치 커다란 고기를 먹는 것처럼.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이들은 모두 경악했다. 게덴의 국민들은 물론이고 드래곤과 마족인 다리엘 조차.
"너,넌 대체..."
"퉷."
로그는 씹었던 다리엘의 살을 입에서 내뱉었다.
"신체 구조 확인..완료. 마력 섭치 완료. 마력의 원리 재구성...재구성 완료. 지금부터 재구성에 들어갑니다."
로그의 오른팔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마치 검과 같은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다리엘은 마치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보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그건...마력? 마족도 아닌 네가 어떻게 마력을 사용하는 거지?!"
"마력도 마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근원에서 무슨 성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다를 뿐. 당신 덕분에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과 마족의 신체 구조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로그는 다리엘을 향해 고개를 수그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고개를 든 후에 취하는 자세는 전과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이제 당신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뭐?"
"드래곤 여러분. 마무리를 부탁하겠습니다."
로그의 말에 구경하고 있던 드래곤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브레스를 쏠 준비를 하였다. 외팔이 되고 마력을 거의 모두 사용한 다리엘에 있어서 드래곤들의 브레스를 피할 방법은 없었고 브레스에 맞는 순간 죽음은 확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죽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지금까지 농락하고 필요 없어진 것을 버리는 것처럼 대하는 로그의 존재를 용서할 수 없었다.
"네 놈!!!"
다리엘은 실낱같이 남아있던 마력을 모두 사용하여 로그를 향해 뿜어내었다. 하지만 로그는 마력이 담긴 오른팔로 가볍게 튕겨내었고 다리엘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제 이름은 로그입니다. 그럼 편안하게 잠드시길 바랍니다. 다리엘님."
"으아아아!!"
다리엘의 포효와 함께 드래곤들의 브레스가 다리엘을 강타했고 브레스에 의해서 다리엘은 그대로 얼음이 돼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브레스가 끝나자마자 얼음이 힘을 잃으면서 깨져버렸고 그 안에 있던 다리엘도 산산조각이 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광경이였다.
그렇게 마계서열 2위였던 다리엘은 로그라는 존재를 만나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헉...헉..."
한 명의 남성이 온 힘을 다해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성은 엄청난 살집을 가지고 있어서 범인보다 훨씬 느렸고 조금만 움직여도 다리가 삐거덕거리면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헉...헉..."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쉬지 않고 다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더 이상 다리는 그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고 숨이 목 위까지 올라오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조,조금만...쉬,쉬었다 가자."
남성은 몸을 숨기고 쉴 만한 곳을 찾다가 근처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성은 바위에 다가가서 그림자에 앉고 등을 바위에 기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호흡이 점차 안정되면서 숨어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젠장!!"
두 번이나 실패했다. 라자드님이 맡겨준 임무를 두 번이나 실패했다.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실제로 게덴의 숨통을 끊을 일보 직전까지 왔다. 하지만 두 번 다 듀로크라는 놈과 그 녀석의 일행 때문에 계획이 처참하게 망가졌다.
"그 녀석들은 왜 내 계획에 항상 방해하는 거야?! 이번에야말로 완벽했는데! 게덴을 점령하는 것으로 라자드님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데! 왜, 왜! 왜!"
포마스는 주먹으로 땅을 때리며 울분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울분이 가시자 이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두 번을 실패한 자신에게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것과 라자드님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미래가 보였다.
"아니야.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어. 어떤 때보다 완벽한 계획을 제시를 하는 거야. 암. 그렇고말고."
남성은 자신을 위로하며 불안감을 억누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네가 살았을 때의 가정이지."
"너,너는?!"
남성, 포마스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바위 위에 있는 한 여성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라자드와 더불어서 현재 만나면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였다.
"베...로나."
"역시 멀리 가지 못했네? 하긴 그 살집으로 멀리 가기는 힘들겠지."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흐음...글쎄. 어떻게 하면 좋겠어?"
베로나가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는 모습에 포마스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포에 질린 포마스는 도망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베로나는 그런 그의 다리를 향해 발로 걷어찼다.
우드득!
"끄아아악!!"
"뭐야? 살집도 많으면서 겨우 이런 충격으로 부러지는 거야? 허약하네."
베로나가 걷어차면서 포마스의 오른쪽 다리 골격이 단번에 부러졌고 뼈가 살을 비집고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포마스는 그런 고통에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베로나를 향해 소리쳤다.
"네,네가 감히 내게 상처를 주는 것이냐?! 하찮은 수인족 주제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우드득!
"꿰에엑!!"
베로나가 남은 다리까지 짓밟으면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뭔데? 내가 보기에 너는 그냥 살찐 돼지에 불과해. 하찮은 수인족? 누가 누구를 하찮다고 얘기하는 거야?!"
"살,살찐 돼지라고?!"
"그래!"
우드득!
"꿰에엑!!"
이번에는 오른팔을 발로 짓밟았고 거기서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인지 말을 하면서 계속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너 같은 놈한테 명령을 받았던 내 고초를 알아?! 내 부족원들을 인질로 잡은 네놈의 비겁함에 치를 떨고 참으며 지냈다!"
콰직! 콰직!
"살,살려줘!"
"그런 내가 너를 살릴 리가 없잖아! 꿈에서도 이 상황을 그리워했다! 그런 내가 너를 살려준다고? 하! 그래. 내가 널 살려줘야 하는 이유가 뭐지?"
"평,평생 쓸 수 있는 금은보화를 주겠다."
"필요 없어."
"그,그럼 라자드님에게 얘기해서 막,막대한 힘을 얻게 해주겠다."
"내가 라자드를 만날 리가 없잖아?"
"그,그럼."
"됐어!"
베로나는 포마스의 얼굴을 부여잡고 땅에 찍었다. 그러면서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흘러나왔고 포마스는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어떤 제안을 해도 널 살릴 생각은 없어!"
퍽!
"꿱!"
"라자드가 온다고 해도! 여기서 천재지변이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널 죽일 거다!"
퍽!
"살,살려..."
"너처럼 빌었던 수인족들을 너는 어떻게 했지? 살려줬나? 아니! 오히려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죽였지. 그리고 너도 똑같이 될 것이다!"
퍽!
"끄으..."
"지옥에 가서 죽은 수인족들에게 사과해라! 그리고 신에게 얘기해라! 자신이 얼마나 악행을 저질렀는지 말이야!!"
퍼어억!!
마나를 머금은 손이 포마스의 얼굴을 부여잡고 땅을 향해 크게 찍었다. 그와 동시에 포마스의 얼굴이 바닥에 뇌수와 피를 뿌리며 터졌고 몸이 고통에 움찔거리며 팔딱였다. 하지만 그 몸도 이내 힘을 잃으면서 축 늘어졌다.
"...젠장."
베로나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욕을 내뱉었다. 그렇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포마스를 죽였지만 의외로 시원하지 않고 찝찝한 마음이였다.
"이래서 복수는 의미가 없다는 건가?"
그래도 포마스를 가만히 뒀으면 분명히 미래에 해를 끼쳤을 거라고 위로하며 베로나는 다시 게덴의 수도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때 게덴의 국왕이었던 포마스는 얼굴이 터진 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수도로 돌아온 베로나는 볼 수 있었다. 로그가 다리엘이라는 마족을 상대하고 있는 것을. 또한 다리엘이 로그의 심장을 터트리고 로그가 다리엘의 팔을 자르는 것을 목격하였다.
"좋았어!"
베로나는 로그가 평범하지 않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기에 승기를 가져간 것을 눈치채고 기뻐했다. 그런데 그때 로그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펼쳤다. 바로 다리엘의 팔을 입으로 물어뜯어서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뭐?!"
갑작스러운 로그의 행동에 베로나는 당황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이들이 모두 경악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로나 또한 로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어서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뿜어서 다리엘이라는 마족을 죽여서도 환호하기는커녕 침묵에 빠져있는 분위기는 변하지 않고 있었다.
'좋지 않아.'
로그를 한번 볼 것도 아니고 라이언 왕국으로 가는 이상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베로나는 자신이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도 눈치챘다.
"모든 게덴 국민들은 들어라!"
베로나가 앞으로 나서서 마나가 담긴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자 게덴의 국민들은 물론이고 드래곤들과 로그도 베로나를 쳐다보았다.
"적은 전멸했다. 포마스는 내 손에 죽었고 적의 수많은 군대는 우리를 도와주러 온 드래곤과 로그가 섬멸했다. 우린 게덴의 수도를 지켜낸 것이다!"
"...그렇구나."
"우리가...이긴 거야!"
"죽지 않아도 돼!"
베로나의 말에 게덴의 국민들은 그제야 수도를 지켜낸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참아온 감정을 폭발시키듯이 소리를 울부짖었다.
"우와아아아!!"
게덴의 국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표현했다. 그 광경을 본 베로나는 그제야 분위기를 변한 것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이것으로 로그의 이상한 행동은 그들의 기억 속에 크게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강한 기쁨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베로나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가만히 있던 로그가 게덴의 국민들이 모두 볼 수 있게 공중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저 녀석!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베로나는 자신이 기껏 만들어준 상황을 망치려고 하는 로그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런 로그의 모습을 본 게덴의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뭔가를 감지했는지 갑자기 조용해지며 로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로그는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얘기를 이어나갔다.
"베로나님의 이야기에 덧붙여서 말씀드릴게 있어서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저와 드래곤분들이 이렇게 게덴에 온 것은 전쟁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언 왕국으로 가는 것입니다."
"뭐?"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게덴의 국민들이 로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로그는 덧붙여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 대륙은 전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주인님인 듀로크님은 모든 왕국이 모여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결정했고 그를 위해서 저와 드래곤분들이 이렇게 모시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한 명의 수인족이 대표해서 얘기했다.
"저는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와 드래곤분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는 없을뿐더러 적의 공격은 계속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모두 모여서 힘을 합치고 적을 무찌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왕국을 버린다는 것이 좀..."
"그렇지?"
게덴의 국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로그는 어떤 말을 해야 그들이 수긍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때 베로나가 성벽 위에 착지하면서 국민들을 향해 얘기했다.
"모두 라이언 왕국으로 가자."
"베로나님!"
"진심이십니까?"
"응.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직접 와서 전쟁까지 도와줬잖아? 거기다 드래곤까지 힘을 빌리고.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가지 않는 건 오히려 이상하잖아?"
"하긴..."
"그리고 라이언 왕국은 오크까지 받아들인 왕국이야. 우리 수인족이 간다고 해도 그들이 이상하게 여길 것 같아? 오히려 우리를 반길 거라고."
"맞아. 라이언 왕국의 이야기는 들어봤어."
"그렇게 얘기한다면야..."
게덴의 국민들이 베로나의 말에 조금씩 넘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베로나는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게덴의 수도는 우리가 버리는 게 아니야. 잠시 비워둘 뿐이지. 모든 전쟁이 끝나고 다시 와서 재건하면 되잖아? 안 그래?"
"그래. 우리는 게덴 왕국을 포기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다시 만들면 되는 거니까."
"맞아!"
베로나는 오른팔을 공중으로 번쩍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니 나와 같이 라이언 왕국으로 가자! 그리고 전쟁에서 이기고 떳떳하게 게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베로나의 말에 국민들이 함성을 질렀고 베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로그를 바라보았다. 로그는 그런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얘기했다.
"베로나님의 말이 대부분 맞았지만 한가지는 틀렸습니다."
"틀린 말?"
"예. 이 전쟁은 저와 드래곤분들의 힘으로만 이긴 것이 아닙니다. 게덴의 수인족과 인간 분들이 모두 따라주고 힘을 빌려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푸핫! 그래. 그 말이 맞네. 내가 틀린 말을 했었어."
베로나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로그의 성격이 맘에 든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악수를 권했다.
"우리 수인족들을 잘 부탁해. 너만큼 우리 수인족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인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로그는 베로나가 권한 악수를 하였고 이렇게 게덴의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남은 곳은 두 왕국. 나이트와 카무란 왕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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