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97화 (296/360)

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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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6)

게덴의 수도에 도착하기까지 약 14시간 남은 시점. 포마스가 이끄는 골렘 부대와 다리엘이 이끄는 마물 부대는 느리지만 차근차근 수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제 골렘들이 느,느려서 미안합니다."

"어쩔 수 없지."

골렘들은 파괴력과 내구성이 좋은 대신 기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마법포를 동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기동성은 더욱 낮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수도가 도망칠 수는 없었다.

느리다고 해도 조금씩 게덴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저건?"

"뭐,뭐가 있습니까?"

다리엘이 갑자기 고개를 드는 것을 본 포마스는 이상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자신의 눈에는 아무런 이상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리엘이 손가락을 한번 팅기자 공중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사역마로군. 정찰용으로 보낸 것 같다."

"그,그렇군요. 그,그럼 지금 수도는 피,피난을 가고 있을까요?"

"피난을 가고 있든 말든 상관없다. 어차피 피난을 해도 도망칠 곳은 없으니. 죽을 시간이 늦어질 뿐이다."

"그,그렇죠. 그,그리고 텅 빈 수도라도 상관없습니다. 수,수도를 버린 그들에게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어떤 선택을 하든 난 즐길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 오랜만에 시체의 산에서 춤을 추고 싶군."

"그,그 바람대로 될 겁니다."

첫 도시를 파괴한 이후에 게덴의 모든 인간, 수인족들이 피난을 가면서 도망친 끝에 다리엘의 파괴 욕구는 충족되지 않아 폭발하기 직전이였다. 하지만 포마스는 그 욕구를 조금 있으면 충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포마스 또한 이번에야말로 라자드 님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게덴의 모든 것을 없애버리겠다. 그리고 베로나 너는 절망에 빠진 상태로 내 발을 핥게 한 후에 철저히 가지고 놀고 죽여주겠다.'

포마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그의 병력은 조금씩 게덴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사역마들을 통해서 관찰하고 있던 로그는 사역마들의 시야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사역마들이 들켰군요."

"그래? 괜찮은 거야?"

"예. 적의 전력은 확인했습니다."

로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베로나에게 얘기했다.

"베로나님. 주변에 호수나 강가가 있습니까?"

"강은 있지. 보통 수도는 식수원을 구하기 쉬운 곳에 건립하다 보니 우리 수도에도 강이 있어."

"강의 크기가 어느 정도입니까?"

"글쎄...정확히 재본 적이 없지만 폭은 약 30미터 정도? 길이는 꽤 긴 편이야. 수도를 뚫고 이어지니까."

"깊이는 어느 정도 입니까?"

"약 3미터 정도? 깊은 곳은 5미터까지는 될 거야."

로그의 머릿속에 베로나가 말한 정보를 토대로 강의 체적을 계산했다. 그 체적을 계산하는데 불과 2초도 걸리지 않았고 로그는 그 결과를 통해 베로나에게 얘기했다.

"충분할 것 같군요. 베로나님은 지금부터 게덴의 모든 분에게 제 지시를 전달해주십쇼."

"뭔데?"

로그는 베로나에게 얘기했고 그 얘기를 들은 베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제 시간에 가능할까?"

"예. 게덴 분들의 신체능력을 모두 고려한 결과 남은 시간 내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설마 게덴에 있는 모든 이들의 능력을 관찰한 거야?"

"그렇습니다."

베로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로그의 말에 혀를 내둘렀고 다시금 로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어디 가게?"

"드래곤 분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 미리 얘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알겠어.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는 거지?"

"예. 최대한 시간 내에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시간 내에 해야지.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왕국을 지키는 건데. 걱정하지 말라고. 게덴의 힘을 보여줄 테니까."

베로나는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얘기하며 밖으로 나갔다. 로그도 그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간 다음에 드래곤들을 향해 찾아갔다. 드래곤들의 기운을 근거로 추적한 끝에 화이트 드래곤들은 인간 모습으로 폴리모프 한 채 왕성의 귀빈실에서 쉬고 있었고 로그가 찾아오자 모두 귀찮다는 표정으로 로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명의 화이트 드래곤이 대표로 로그를 향해 얘기했다.

"무슨 일이지?"

"부탁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

"예. 사역마를 통해서 게덴의 병력을 확인하였고 그에 따라서 준비하려고 합니다."

"준비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우리가 나서면 끝나는 일을. 안 그래?"

"맞아. 귀찮게 준비할 필요가 있나?"

"안 그래도 이런 하찮은 곳에 있어서 짜증이 나는데."

화이트 드래곤들이 모두 로그의 말에 짜증을 내거나 혹은 비아냥거리면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로그는 그런 그들의 말에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얘기를 하려고 했다. 누가 말을 끊지만 않았더라면.

"닥쳐라."

그 한 마디에 키득거리며 비웃던 화이트 드래곤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제라서스는 로그를 향해 얘기했다.

"뭘 준비한다는 거지?"

"그건..."

로그는 자신의 계획과 화이트 드래곤들이 준비하고 도와줘야 할 것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화이트 드래곤들은 참지 않고 분노를 표출했다.

"우리 드래곤들을 그런 하찮은 일에 사용하겠다는 거냐?!"

"망언을 내뱉다니! 죽을 각오는 되어있는 거겠지?!"

"네 만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화이트 드래곤들이 뿜어내는 한기로 방안이 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제라서스가 또다시 그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닥치라고 했다!"

제라서스가 그들을 째려보자 마치 범 앞에 있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내렸다.

"내가 닥치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지금?"

"아,아닙니다."

"용,용서를..."

제라서스에 의해서 화이트 드래곤들은 조용해졌고 제라서스는 다시 로그에게 얘기했다.

"그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이 녀석들의 말대로 우리들이 나서면 적을 섬멸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텐데."

"예. 제라서스님의 말이 맞습니다. 드래곤 분들이 모두 나서서 싸우면 적을 섬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지만."

로그의 말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제라서스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밀고 나간다면 게덴 사람들은 물론이고 드래곤 분 중에서도 사상자가 생길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제가 모두 시뮬레이터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했고 제라서스님의 말대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할 경우 여기 있는 드래곤 분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다치고 죽을 겁니다."

그 말에 화이트 드래곤들이 발끈하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제라서스가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조용해졌다.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군. 당최 우리 드래곤의 전력도 모르지 않나?"

"여기서 제라서스님을 제외하고 제일 강한 분은 저분이지 않습니까?"

로그가 한 명의 드래곤을 가리켰고 제라서스는 그가 가리킨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건 찍어서도 맞을 수 있는..."

"제일 약한 분은 이분이지 않습니까? 약...3천 살 정도 되시는 분 같군요. 아닙니까?"

로그에게 지명 당한 드래곤은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로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지?"

"제 머릿속에는 전 주인이신 베아트리스님이 넣어주신 지식이 있습니다. 더구나 드래곤분들이 무한한 마나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저는 무한한 지식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 지식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예. 그리고 무한한 지식을 소유할 수 있는 제 두뇌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유추했습니다. 이걸로 믿어주시겠습니까?"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알겠다. 그렇다면 그 준비를 하는 이유가 뭐지?"

"제 계획에 맞혀서 준비하면 사상자를 최소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줄일 수 있지?"

"계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경우에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겠다. 협조하도록 하지."

"예?!"

"제라서스님!"

"진심입니까?"

제라서스의 말에 화이트 드래곤들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제라서스는 그들을 째려보며 얘기했다.

"저급한 방법이라고 해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면 그것은 더 이상 저급한 방법이 아니다! 그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

"이후 이 로그의 말에 토를 다는 녀석은 내가 엄벌에 처하게 할 것이니 명심하도록 해라! 알겠나?!"

"예!"

"알겠다면 빨리 나가서 실행하도록 해라!"

화이트 드래곤들은 제라서스의 말대로 모습을 감추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단둘이 남은 가운데 로그는 제라서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나도 네 말대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니까. 단, 네 말대로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각오하도록."

"알겠습니다. 믿음에 보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흥. 재미없는 녀석."

제라서스가 조그마한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가 얼마나 보기 힘든 것인지 로그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화이트 드래곤들이 로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서 준비는 착착 진행이 되어갔고 이내 14시간 후 포마스와 다리엘이 이끄는 병력이 게덴의 수도에 도착했다.

"예,예상 외로 군요. 도망치지 않았다니."

포마스는 멀리서 보이는 움직임에 수도에 많은 이들이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다리엘은 군침을 삼키며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대항할 생각인 건가? 그래. 그냥 짓밟아서는 재미가 없지. 조금이라도 꿈틀대는 모습을 보여줘야 재밌지."

포마스는 군침을 흘리는 다리엘을 보고 빠르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포마스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옆에 있는 하인을 향해 얘기했다.

"망원경."

세뇌된 하인은 포마스의 명령에 빠르게 가방에서 망원경을 꺼내서 포마스에게 넘겨주었다. 망원경을 통해서 포마스는 게덴의 수도를 관찰했고 그제야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얼음벽?"

게덴의 수도를 둘러쌓고 있는 성벽이 얼음으로 모두 꽁꽁 얼려져 있었고 그 결과 게덴의 수도는 마치 얼음 성처럼 변해있었다.

"다,다리엘님. 성,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이 보이십니까?"

"그래. 저건 드래곤이 만든 것이군."

"드래곤 말입니까?"

"드래곤의 마나가 느껴진다. 드래곤이 합류한 모양이군. 하지만 드래곤이 합류한다고 해도 정세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어서 재밌겠어."

"그,그렇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 얼음은 드래곤이 만들어서 평범한 얼음이 아니다. 내구력 또한 높겠지. 하지만 네 녀석의 마법포를 집중시켜서 쏜다면 저 얼음을 부수고 성벽까지 파괴할 수 있다."

"알,알겠습니다. 하,하지만 여기서는 사정거리가 닿지 않습니다. 조,조금 더 전진해야 합니다."

마법포의 사정거리는 약 200미터. 하지만 아직 성벽까지의 거리는 500미터에 가까웠다. 그래서 포마스는 골렘들에게 전진 명령을 내렸고 골렘들은 명령에 따라서 마법포를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마물 부대가 따라가면서 이내 사정거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사정거리에 들었으니 준비하겠습니다."

포마스의 말에 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마법포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마법포가 가동되면서 포대가 빨갛게 변했고 지금이라도 에너지를 뿜어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쩌저적...

"소리?"

다리엘은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을 눈치채고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것이 뭔가 갈라지는 소리라는 것과 바닥에서 들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바닥?"

다리엘은 주변 바닥을 살피고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바닥이 모두 물을 머금은 진흙이었고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것처럼 일대 부분까지만 진흙으로 되어있었다. 더구나 그 진흙으로 된 곳도 골렘과 마물 부대가 서 있는 곳만 그랬다. 마치 그 위에 서 있을 것을 예측했다는 것처럼.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다리엘은 손으로 바닥에 있는 진흙을 문질러봤고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진흙에 가려져 있는 얼음을.

"설마...여기가 모두 얼음?"

얼음 위에 진흙을 덮는 것으로 위장을 했다. 그러면 지금 들리는 갈라지는 소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뒤로 후퇴해라! 얼음이 부서진다!"

다리엘이 후퇴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모든 부대가 움직였지만 그 순간 완전히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의 얼음이 무너졌다. 그리고 얼음이 부서지면서 골렘과 마물부대가 모두 얼음 밑에 있는 물에 빠졌다.

첨벙!

"골렘들이?!"

마물들은 물에 떠서 가라앉지 않았지만 물보다 무거운 골렘과 마법포는 그대로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포마스도 물에 빠지면서 허겁지겁 물에 떠오르려고 발버둥 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물에 빠진 골렘들과 마법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해결방법이 나오기도 전에 공중에 떠있던 다리엘이 위를 바라보며 외쳤다.

"위에서 온다!"

포마스는 위에서 온다는 말에 뭐가 오고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포마스는 하늘에 점으로 보이던 것들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았고 이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을.

그리고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낙하 속도와 함께 물에 잠겨져 있는 골렘과 마물들을 향해 떨어졌고 그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

귀가 허용할 수 있는 소리를 능가하는 폭발음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폭발과 함께 골렘과 마물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아무리 정교한 골렘도, 강력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마물도 그 폭발에는 버티지 못하고 70% 이상의 전력이 궤멸했다.

"찢어 죽일 드래곤들 같으니! 나에게 감히 수치를 줘!"

다리엘은 위에서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를 눈치채자마자 방어 마법을 사용해서 그 폭발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더구나 그 와중에 포마스를 구해주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공격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마물과 골렘 부대를 보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다리엘님. 지금이라도 후퇴해야 합니다."

"닥쳐! 나를 이렇게 만든 드래곤을 찢어놓지 않는 이상 분이 풀리지 않는다!"

"다리엘님!"

"너도 찢어놓기 전에 닥쳐라!"

다리엘이 분노에 삼켜진 눈으로 포마스를 바라보았고 포마스는 그가 자신의 얘기를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포마스가 잠시 주저하는 사이에 상공에 화이트 드래곤들이 나타났다.

"잘 나타났다! 찢어 죽여주마!"

다리엘은 나타난 드래곤들을 보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다르게 화이트 드래곤들은 거리를 좁혀오지 않았고 멀리서 대기하고 있었다. 포마스는 드래곤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내 일제히 입을 벌리는 화이트 드래곤을 보고 거대한 몸뚱이를 움직여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노에 미친 다리엘 조차 드래곤들이 어떤 의도로 저러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도마뱀 자식들이!!"

다리엘의 분노에 찬 외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화이트 드래곤들의 브레스가 폭발의 중심을 덮쳤다.

시간은 포마스와 다리엘의 부대가 게덴의 수도에 도착하기 약 13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그럼 아까 말했던 대로 게덴의 가용인원을 모두 물을 뜨는 것에 사용하면 되는 거지?"

"예. 지금부터 저랑 드래곤 분들이 마법을 사용해서 커다란 원홀을 만들 겁니다. 그러면 그 원홀에 물을 떠서 넣어주시면 됩니다."

"그냥 마법으로 물을 옮기면 되지 않아?"

"원홀을 만든 다음에 또 다른 작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알겠어."

그 말을 끝으로 로그와 화이트 드래곤들은 미리 말했던 대로 성벽 앞에 있는 평지를 마법으로 커다란 원홀로 만들었다. 깊이 수십 미터에 폭만 수백 미터. 로그는 원홀의 깊이와 폭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한 것 같군요. 그러면 베로나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어."

원홀이 만들어진 직후 수십만에 달하는 게덴의 인원이 모두 강에 있는 물을 떠서 원홀에 붓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접시로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바위만 한 양동이로 뜨는 이들도 있었다. 조그마한 아이부터 성년, 그리고 늙은이까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인원이 베로나의 말을 믿고 물을 뜨며 붓기 시작했다.

그런 수십만이 움직이는 광경은 경이로웠고 그들 한 명 한 명이 붓는 물의 양은 적었지만 수십만 명의 물이 모여서 조금씩 거대한 원홀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이 정도 스피드면 10시간이면 가득 찰 수 있겠군요."

"그럼 우리는 뭐부터 하면 되지?"

"우선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주십쇼. 최대한 거대하고 움직일 수 있는 얼음 덩어리를 부탁하겠습니다."

"알겠다."

드래곤들은 로그의 말대로 얼음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상공에 있는 수분을 모아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얼음 덩어리를 만드는 일은 화이트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화이트 드래곤들이 약 30여 개의 얼음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럼 그 얼음 덩어리에 프로텍트 마법을 걸어준 채로 상공 2천 미터 위로 올려주십쇼."

"그리고 네 말이 떨어지는 순간 플라이 마법을 해제하면 된다는 건가?"

"예. 그러니 정확히 저 원홀에 떨어질 수 있도록 수직으로 배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로텍트 마법을 거는 이유가 뭐지? 열 때문인가?"

"예. 상공 2천 미터에서 떨어지면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서 녹아서 작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공 2천 미터인 이유는?"

"적 골렘과 마물의 내구도와 여러분이 만든 얼음 덩어리의 중량, 경도를 비교해봤습니다. 그 결과 상공 2천 미터 이상에서 떨어트리는 낙하 데미지가 있어야 효율이 높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렇군."

제라서스는 로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했고 그의 말대로 그 수를 계산했다면 그가 자신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이 얼음 덩어리를 올려보낸 다음에 할 일은 뭐지?"

"성벽을 얼음으로 둘러쌓아 주십쇼."

"뭐?"

"성벽을 얼음으로 둘러쌓아 주십쇼."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뭐지?"

"첫 번째는 내구성을 올려줍니다. 화이트 드래곤 분들이 만드신 얼음은 어떤 얼음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리적 뿐만 아니라 마법적인 타격에도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얼음의 특성입니다. 얼음은 마찰력이 적어서 미끄러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특성 때문에 성벽을 얼음으로 둘러쌓으면 적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만. 왜 하라는지 알겠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얼음이라고 해도 계속되는 마법포에는 부서질 수밖에 없을 텐데?"

"그 전에 드래곤 분들이 만드신 얼음 덩어리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적의 마법포 사정거리는 약 200미터. 그러면 최소한 저 원홀의 제일 첫 부분까지 와야 합니다."

"그렇군. 그래서 저 원홀을 저렇게 만든 건가? 하지만 원홀의 내용물은 물이다. 어떻게 저 앞까지 유인할 거지?"

"원홀에 물이 가득 채우면 드래곤 분들에게 부탁해서 그 위에 살얼음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살얼음 위에 흙을 덮어두고 위장을 하면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는 말은...적이 저 원홀에 오는 순간 살얼음을 부수고 물에 빠트리겠다는 속셈이군. 그리고 미리 준비해두었던 얼음 덩어리를 떨어트리고."

"예. 그러면 적은 궤멸 직전까지 피해를 입을 겁니다. 마물들은 몰라도 골렘들은 물보다 무거워서 밑으로 가라앉을 겁니다."

"마물들이 피해를 적게 받는다고 해도 마물만으로는 얼음으로 둘러싼 성벽을 올라오긴 힘들겠지."

"예. 그리고 얼음 덩어리에 피해를 입은 적을 향해 드래곤 분들이 브레스를 쏘면 끝이 날겁니다. 물에 젖은 적에게 있어서 드래곤 분들의 브레스는 어떤 때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겠죠."

제라서스는 로그의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화이트 드래곤의 특성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최소의 효율로 최대의 결과를 뽑아내고 있었다. 더구나 모든 것이 마치 예언을 하는 것처럼 이루어질 것 같은 치밀한 계산. 그것이 어떤 것보다도 놀라웠다. 하지만 하나의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

"얘기하십쇼."

"살얼음을 어떻게 깰 생각이지? 기습으로 마법을 사용해서 깰 생각인 건가?"

"아닙니다. 가만히 있을 예정입니다.

"뭐?"

"사역마를 통해서 적의 병력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전체 하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고 원홀에 어느 정도의 얼음 두께가 필요한지 유추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저 그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네 말은...적의 전체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아냈으니까 얼음 위에 올라서면 알아서 부서지도록 얼음 두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거야?"

"예."

한 치의 주저도 없고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런 대답 때문일까. 제라서스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재밌군. 어디까지 네 계산이 정확한지 보도록 하겠어.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우리 드래곤들이 모든 협조를 할 테니 맘대로 해보라고."

"감사합니다."

제라서스의 전면적인 협조에 얼음 덩어리 배치와 성벽에 얼음을 쌓는 것이 빠르게 끝났다. 그리고 이어서 드래곤들도 원홀에 물을 채우는 것을 도와주면서 적이 도착하기 약 4시간 전에 원홀에 가득 물을 채울 수 있었다.

이후로 로그의 명령에 따라서 정확히 얼음 두께를 조절했고 적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포마스와 다리엘의 부대가 도착했고 그 후는 로그의 계산대로 진행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골렘들은 마법포를 끌고 사정거리의 한계까지 다가왔고 그와 동시에 살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적의 모든 부대가 물속으로 빠졌다. 그리고 그것을 본 로그는 화이트 드래곤들을 향해 얘기했다.

"지금입니다."

화이트 드래곤들이 로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비해두었던 얼음 덩어리에 마법을 풀었다. 그러자 상공 2천 미터 위에 있는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낙하 속도가 붙으면서 엄청난 속도와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물에 빠진 마물과 골렘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얼음 덩어리가 목표를 타격했고 엄청난 소리와 함께 충격이 퍼져나갔다.

【크윽!】

그 충격파는 공중에 떠있는 드래곤들이 조금 밀려날 정도로 막대했고 충격에 생긴 먼지가 사라지면서 보이는 광경은 처참했다. 커다란 원홀에 박힌 얼음 덩어리와 수많은 시체 및 부품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원홀 주변에는 폭발과 함께 터져 나온 물과 잔해들로 가득했고 충격에 의해서 땅도 처참하게 갈라져 있었다.

"제라서스님. 마무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로그의 말과 동시에 준비하고 있던 드래곤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면서 목표를 향해 브레스를 쏘았고 한 명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로그는 그런 목소리를 듣고도 모른척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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