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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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5)
세인의 배신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서 수많은 희생자와 함께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일루드는 마법사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까지 총동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으로 인해서 피해가 복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루드는 여전히 적의 공격에 고통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차 방어선이 돌파됐다고 합니다!"
"젠장! 모두 2차 방어선까지 후퇴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서 전투를 펼치고 있었고 여전히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일루드 마법사들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일루드의 천적. 나가들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동원하고 있었는데 마치 그런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나가들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쳐들어왔다.
그런 상황 때문에 일루드 마법사들은 나가들을 막기 위해서 전투에 동원될 수밖에 없었고 피해 복구는커녕 점차 피해만 늘어만 갔다.
"저 이상한 피부만 없었으면!"
"불평할 시간에 마법 한 번이라도 더 쏘라고!"
지금 일루드를 공격해오는 나가 족들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부는 마방력이 매우 높아서 마법사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일루드에게는 최대의 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나가족을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마법사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마법사들이 희생한 덕분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루키드! 1차 방어선이 뚫렸다네!"
"알고 있네."
"어떻게 할 텐가?! 2차 방어선에는 일반인들도 있다네! 거기까지 밀린다면 지금까지의 피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거네!"
"...젠장."
루키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것에 욕설을 내뱉었다. 피해를 복구하고 나가들이 공격해왔으면 무난히 막을 수도 있었다. 저 이상한 피부를 대처할 방안을 만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방안을 세우기도 전에 나가들이 공격해왔기 때문에 똑같은 방법에 당하고 있었다.
그것이 루키드는 무엇보다도 분했다.
"똑같은 공격에 똑같이 당할 수밖에 없다니...젠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가 보네?"
"안 봐도 알지 않는가? 당연한 것을 물어보..."
루키드는 당연한 소리를 하는 제네스를 바라보려고 하다가 그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루키드는 자신의 뒤로 고개를 돌렸고 지금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인물을 볼 수 있었다.
"벨리온 군?!"
"오랜만이야."
"자네가 어떻게 여기에?"
"그 얘기는 우선 저 녀석들부터 처리한 다음에 하자고."
벨리온은 멀리서 조금씩 다가오는 나가 족들을 향해 얘기했고 그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맥이라고 해요."
"으,응?"
"먼저 실례할게요."
맥은 빠르게 인사를 한 후에 벨리온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 순간 루키드와 제네스가 있는 곳에 거대한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자?"
"저,저건?!"
"우아아악!"
갑자기 생긴 그림자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고개를 위로 올렸고 그와 동시에 비명을 지르거나 바닥에 철퍼덕 앉는 이들도 발생했다. 그만큼 그 광경은 마법사들에게 엄청난 광경이였다.
"드...래곤."
아름답고 흑색으로 빛나는 가죽을 가진 드래곤 8마리가 공중을 날며 나가 족들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루키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뭐가 일어나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루키드의 생각은 모든 마법사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떼거리로 몰려왔구만."
벨리온은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한눈에 전황을 살피었다. 수많은 나가 족들이 마법사들이 버티고 있던 방어선을 돌파하여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가 족들에게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벨리온은 그들이 어떤 상태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벨리온은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와서 손을 땅에 박았다. 그리고 몸 안에 있는 마력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맥을 향해 얘기했다.
"내게 마력을 넘겨라."
"예!"
맥이 벨리온의 어깨에 손을 얹어두고 마력을 벨리온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벨리온은 자신뿐만 아니라 맥의 마력까지 사용하였고 이내 나가 족들이 다가왔을 때 준비해둔 것을 발동시켰다.
"블랙 핸드 윌!"
나가 족들 앞에 거대한 검은 손으로 이루어진 벽이 나열되었다. 벽은 수많은 나가 족들의 앞을 가로막을 정도로 길었고 동시에 나가 족들의 돌진을 막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나가 족들이 벽을 통과하는 순간 마치 미라처럼 생기가 빠지면서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발은 묶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죠~】
벨리온의 말에 뒤에서 날아오고 있던 데미가스를 비롯한 블랙 드래곤들이 모두 입을 열어서 브레스를 뿜었고 그렇게 벽에 막혀서 나아가지 못하는 나가 족들을 향해 브레스가 불어닥쳤다.
치이익...
마방력이 높은 피부를 가진 몬스터나 나가 족들에게 호흡을 통한 독이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쉐이드와 암살자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블랙 드래곤이 뿜어내는 독 브레스는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마방력이 있다고 해도 나가 족들을 한 줌의 액체로 만들 정도로 블랙 드래곤의 독 브레스는 다른 드래곤들의 어떤 브레스보다도 효율이 높았다. 그리고 독 브레스는 무엇보다 확산력이 남달랐다. 브레스를 쏜 곳만으로 끝이 아니고 바람에 따라서 주변으로 확산되서 나가 족들을 녹여버렸다.
그와 동시에 벨리온이 만든 벽은 브레스의 연기 확산도 막았고 그렇게 나가 족들은 블랙 드래곤이 쏘는 독 브레스에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정리가 끝났군요~】
"그래."
좀 전까지 수많은 나가 족들이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액체로 변한 잔해물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눠봐야지. 당신도 가겠나?"
【그러도록 하죠~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요.】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루키드는 드래곤들을 향해 경의 하는 자세를 취했다. 일국의 국왕이 다른 존재에게 경의를 표현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루드는 달랐다.
마법사에게 신과 같은 존재가 바로 드래곤이였다. 그렇기에 일국의 국왕이기 전에 마법사인 루키드가 드래곤에게 경의를 표현하는 것에 이상하게 여기는 마법사는 아무도 없었다.
【당신이 이 나라의 국왕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존댓말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대한 존재여."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얘기하신다면...알겠습니다. 우선 저희를 도와주신 것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저는 그저 거래에 따라서 움직였을 뿐입니다~ 감사를 표하려면 여기에 있는 벨리온에게 해야죠~】
루키드는 드래곤에 대한 인식과 너무도 다른 데미가스의 행동과 말에 속으로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데미가스의 말대로 벨리온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두 번씩이나 우리 왕국을 도와주다니 어떤 식으로 감사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도 듀로크에게 부탁받아서 온 거라고."
벨리온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얘기했지만 루키드는 벨리온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자네가 온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
"맞아. 그리고 서신을 미리 받았었지?"
"서신?"
"듀로크에게 온 서신이 있었을 텐데."
"아. 그거 말인가?"
루키드는 벨리온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여기에 온 이유도.
"라이언 왕국으로 오라는 내용 말인가?"
"그래. 그걸 위해서 드래곤들도 데리고 온 거니까."
"클클클. 드래곤을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듀로크밖에 없을 거네."
"동감."
제네스의 농담에 벨리온도 피식 웃으며 맞장구쳐주었다.
"보니까 마음의 준비는 끝난 모양이네?"
"그래...인정할 수 없었지. 내가 국왕으로 있을 때 일루드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차라리 왕국과 같이 죽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었네."
"....."
"하지만 끝내 알 수 있었네. 일루드 왕국을 상징하는 것은 영토가 아니라 우리 마법사 자신이라는 것을. 어딜 가든 우리 일루드 마법사가 살아있으면 그게 일루드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을."
"그래?"
"그렇다네."
루키드의 대답에 벨리온은 만족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럼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보니까 전보다 사람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여있던데."
"듀로크의 서신을 보고 믿었지.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네."
"푸하하하! 그러다가 안 왔으면 어쩌려고?"
"글쎄.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았네. 그저 믿고 있었을 뿐이네."
"내가 너무 너를 과소평가했나 보네."
벨리온은 여전히 웃음이 멈추지 않는 모양인지 계속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럼 믿었던 만큼 보답을 해야겠지. 드래곤이라는 특별 운송으로 말이야."
게덴의 수도는 현재 긴장감과 함께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수용인원을 초과해서 인원을 받아들인 끝에 사람은 발 디딜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 찼고 언제 적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왕성도 다를 바 없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적의 위치로 보아 약 18시간 이후에 수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준비상황은 어떻게 됐지?!"
"싸울 수 있는 전투 인원의 배치는 끝났습니다. 급하게 기본 훈련만 가르치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전투 상황 속에서 명령대로 움직일지 걱정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어. 남은 시간 내에 최대한 서두르도록! 그리고 식량 쪽 문제는 어떻게 되었지?"
"어떻기든 해결은 하고 있지만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계산 결과 약 이틀 후면 모든 식량이 떨어질 겁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안 된다는 말이네."
수많은 이들의 의견을 들은 베로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적의 전력과 현재 게덴의 가용병력을 비교하면 적의 전력이 월등했다. 더구나 식량 때문에 버티는 방법을 취할 수도 없었고 식량이 떨어지는 순간 오히려 수도 밖으로 진출해야 했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답은 없고 외통수였다.
"...잠시 생각 좀 할게. 혼자 있게 해줘."
베로나의 말에 스뿐만 아니라 방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베로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베란다로 나갔고 그나마 밤공기가 그녀의 머리를 조금이나마 상쾌하게 해주었다.
베란다를 통해서 수많은 게덴의 국민들이 불안과 걱정에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자신이 지켜야 했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그들이 죽고 사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런 막대한 책임 속에서 상황은 어떤 때보다 암울했고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베로나는 벽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젠장!"
쾅!!
벽에 금이 가면서 잔해들이 떨어졌다. 베로나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가만히 앉아있던 것이 아니였다. 다른 왕국에 도움을 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왕국도 똑같이 전시상황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반려자인 메스에게도 연락을 했지만 그쪽은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 단 하나의 희망이라고 한다면 듀로크에게서 온 서신뿐이었다. 그라이언 동맹으로 오라는 권유의 서신.
눈앞에 떨고 있는 게덴의 국민들을 데려갈 수 있다면 게덴 왕국의 땅을 버려도 상관없었다. 왕국에 정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영토보다 국민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도 언제 자신의 손을 잡아줄지 몰랐다.
남은 시간은 단 18시간. 그사이에 희망이 자신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불가능했다.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야?!"
자신이 더 강한 힘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듀로크와 같이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나는 원래 이렇게 무력한 존재였을까?
수많은 생각과 자괴감이 동반되었다. 국왕이라는 자리만 아니였다면 벌써 마음이 무너지고도 남았다. 그녀에게 지금 어떤 것보다 필요한 것은 조그마한 도움의 손길이였다. 그리고 그것을 간절히 바란 결과일까?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존재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베로나님."
"너...는?"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베로나는 고개를 들었고 그녀는 그 인물을 볼 수 있었다.
"로그?!"
"예. 듀로크님의 명에 따라서 게덴 왕국을 도우러 왔습니다."
로그를 본 베로나가 처음으로 든 생각은 자신의 치명적인 공격에도 마치 재생하는 것처럼 회복했던 로그를 떠올리며 커다란 전력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 혼자라고 해도 적 전력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존재는 크나큰 전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기쁨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고마워.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렇게 먼 곳에서 오다니."
"아닙니다. 저보다는 저와 같이 온 이들에게 그렇게 말씀해주십쇼."
"같이 온 이들?"
"예."
로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왕성에 거대한 그림자가 생성되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그림자에 게덴의 국민들은 하늘을 향해 쳐다보았고 모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베로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드...래곤?!"
어두운 밤하늘에도 하얗게 빛날 정도로 드래곤들은 아름다운 흰색의 가죽을 가지고 있었다. 십수 미터의 크기부터 약 50미터에 달하는 드래곤까지 총 12마리의 화이트 드래곤이 로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로그. 대체..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아니, 드래곤이 왜 네 옆에 있는 거야?"
"저를 비롯해서 12명의 드래곤 분들은 게덴을 도와주러 왔습니다."
"게덴을...도와준다고?"
"예. 주인님의 서신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받았...지."
"그렇다면 얘기가 쉽겠군요. 게덴 분들을 모두 옮기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에 제일 적합한 존재가 드래곤 분들이라는 것을 주인님은 알고 있었기에 드래곤 분들에게 동맹을 요청한 겁니다."
"그러면...듀로크는 우리를 도와주고 모든 국민들을 옮기기 위해서 드래곤과 거래를 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푸흡."
"베로나님?"
"하하하하!!"
베로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좀 전에 고민했던 자신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졌다. 듀로크와 같은 힘이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은 듀로크와 같은 짓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떠올리는 것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베로나는 듀로크와 자신의 그릇 차이를 느낄 수 있었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차이가 나니까 어쩔 수 없지. 나는 나고 듀로크는 듀로크인 것을."
"베로나님?"
"아. 미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였거든. 우선 들어와서 얘기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드래곤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혼자 들어가겠다. 나머지는 대기하고 있도록.】
제라서스의 말에 다른 화이트 드래곤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게덴의 국민들은 공중으로 올라가는 화이트 드래곤들을 바라보았고 그사이에 데미가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빨리 일을 진행하고 돌아가도록 하지. 하찮은 존재들과 함께 있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군."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베로나 님에게 얘기를 듣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쳇."
제라서스는 로그의 말에 혀를 찼고 베로나는 로그의 절대 흔들리지 않는 정신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베로나님. 그러니 현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시겠습니까?"
"알겠어. 먼저 적은 약 18시간 후로 수도에 도착할 거야."
"적의 전력은 어떻게 됩니까?"
"정확한 숫자는 판단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유추하면 적은 크게 포마스의 골렘 부대와 다리엘이라는 마족의 마물 부대로 나누어져 있어. 골렘은 다이아 골렘, 아이언 골렘, 스톤 골렘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약 1000여 기 정도인 것 같아."
"1000여 기. 그 정도 골렘을 생산하다니. 하찮은 인간치고는 제법이군."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야. 드워프. 카무란의 드워프들이 만든 골렘들이지."
"드워프? 드워프들이 만든 것이라면 꽤 괜찮은 것들이 있겠군. 그중 괜찮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
"그러십쇼. 하지만 그건 게덴의 국민들을 모두 옮기고 나서 부탁하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제라서스는 지금 바로 로그를 죽일 것과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로그는 그런 눈빛을 일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베로나님. 이어서 얘기를 부탁하겠습니다."
"응? 아. 이어서 하자면 골렘 부대는 1000여 기의 골렘과 100여 문의 마법포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
"성벽에 마방진이 박혀져 있습니까?"
"응. 하지만 7서클 마방진이여서 100여 문의 마법포가 일제히 쏘면 버티지 못할 거야. 아마 10문 정도밖에 막지 못할 거라고 예상해."
"그렇군요. 그럼 마물 부대의 전력은 어떻게 됩니까?"
"마물 부대의 숫자는 약 5만에서 10만 정도."
"현재 게덴의 전력은 어떻게 됩니까?"
"싸울 수 있는 수인족은 약 5만, 인간은 10만 정도."
"그렇군요."
로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베로나가 이상하게 여기고 얘기했다.
"로그?"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뭐?"
로그는 베로나의 말을 듣지도 않고 들어온 베란다를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플라이 마법으로 왕성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중으로 올라갔다. 이어서 로그는 스캔 마법을 사용해서 수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수십만에 달하는 존재들. 듀로크도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수만 명을 스캔하고 두통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능가하는 수십만 명을 로그가 스캔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그는 수십만 명을 관찰하는데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로그는 인간이 아니였고 두뇌 또한 인간을 초월했다. 아니, 두뇌만으로는 드래곤도 로그에게 이길 수 없었다.
"진행률 50%."
홀로그램에서 만들어진 존재인 로그. 그의 두뇌에는 현재 수십만 명을 스캔한 결과가 흡수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제일 효과적인지도 동시에 떠올렸다.
"게덴의 병력...드래곤...조사 완료. 적 전력 가상 데이터 추출...가상 데이터로 인한 오차 범위 30%...정확한 자료 필요."
로그는 간단한 사역마 여러 마리를 만들고 공중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리고 다시 베란다를 통해서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베로나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제게 게덴의 모든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주시겠습니까?"
"...그게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야?"
"예. 그리고 제일 희생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알겠어. 모두 네 말을 듣도록 만들게."
"감사합니다."
"그래도 되는 건가? 외부인인 인간에게 운명을 맡겨도."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제라서스가 베로나에게 얘기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 하지만 로그라면 괜찮아. 로그와 싸워본 나라면 믿을 수 있어."
한 치의 의심도 없고 올곧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베로나의 시선에 제라서스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쳇. 역시 하찮은 것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겠군."
"제라서스님을 비롯한 드래곤 분들도 제 말에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라고?"
제라서스는 로그의 말에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하지만 로그는 여전히 침착하게 얘기를 계속해나갔다.
"제 말에 따라주시면 빠르게 일도 해결되고 제라서스님도 빠르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제라서스님에게도 나쁜 일이 아닐 겁니다."
"난 하찮은 인간인 네게 명령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 인간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저는 만들어진 존재. 키메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인간으로 보기에는 힘듭니다."
"네가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똑같다!"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듀로크님이 서약하신 계약서상에도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라서스님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건가? 지금?"
제라서스의 몸에서 차가운 한기와 함께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베로나는 그 기운을 통해서 역시 드래곤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기운에도 불구하고 로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저는 제라서스님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한 적 없습니다. 그저 선처해주시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쳇."
제라서스는 자신의 위협에도 전혀 바뀌지 않는 로그를 보고 특이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냉혈한 눈빛과 한기는 같은 드래곤들도 넌더리 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것을 인간이 받으면? 인간은 그야말로 공포에 떨어서 혼절하거나 죽어 나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로그란 인물은 일말의 감정 변화조차 없었다. 마치 공포를 모른다는 것처럼. 그런 인물을 처음 봐서 그런 것일까? 제라서스는 등을 돌리며 얘기했다.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제라서스의 허락에 로그는 고개를 수그리며 감사를 표했고 제라서스는 베란다를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로그는 베로나를 향해 얘기했다.
"저를 믿어주신 것을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고."
그렇게 로그는 게덴의 총사령관 권한을 얻게 되었고 그 와중에 포마스와 다리엘의 병력은 조금씩 게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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