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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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6왕국 구하기 프로젝트(2)
드래곤 로드를 선두로 나미래와 골드 드래곤들은 요리스 왕국의 왕성에 텔레포트 해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오자마자 보이는 처참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말 그대로 지옥이군.】
"장난 아닌데?"
요리스 왕성은 기초로 삼고 있던 자재와 기둥만 남아있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왕성이 아니였다. 왕성을 중심으로 끝없이 나열되고 산처럼 쌓여있는 시체들. 그것이 그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높이 백 미터가 넘는 상공에서 바라보고 있는데도 시체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내려가서 한번 보는게 어때?
【알겠네.】
나미래의 말에 동의한 다르디엔은 골드 드래곤들과 함께 밑으로 하강했다. 그리고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한 그들은 주위를 둘러봤다.
【직접 보니 얼마나 치열한 싸움이였는지 더 와닿는군.】
"그러게."
시체 중에서 사지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4명의 켈베로스에게 물렸는데도 싸우다가 죽었는지 켈베로스의 머리가 몸을 물고 있는 채 죽은 시체가 있는가 하면 하반신이 잘렸는데도 기어서 가다가 죽어서 내장이 튀어나와 있는 시체도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인간의 시체가 죽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투지 때문인지 마물들의 시체 또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나미래는 그런 시체들을 향해 가서 피를 손가락으로 한번 만져보았다.
"끈적하고 말랐어. 싸운지 조금 시간이 지난 모양인데?"
【그런가? 그럼 잠시 기다려보게나. 생존자가 있는지 찾아보겠네.】
다르디엔은 가볍게 탐색 마법을 사용해서 주변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해봤다.
【1명 있군. 그것도 어린애가.】
"위치는?"
【저 집 밑에서 느껴지네.】
다르디엔이 가리킨 곳에는 무너져있는 나무로 된 집이 있었고 나미래는 집 앞에 가서 소리쳤다.
"꼬마야! 살아있으면 대답해!"
나미래는 대답한 후에 청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마치 죽어가는 것 같은 모기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나미래는 목소리가 난 쪽으로 가서 커다란 바위를 한 손으로 들었다. 그러자 바위와 바위 사이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어린애가 있었다.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을 확인한 나미래는 어린애를 들고 다르디엔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치료 마법 가능하지?!"
【알겠네.】
다르디엔이 나미래의 말대로 치료 마법을 어린애한테 사용하자 거칠었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혼미했던 의식도 멀쩡하게 돌아왔다. 어린애는 자신의 몸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의식을 되찾으며 얘기했다.
"이건...대체?"
"정신이 드니?"
"여긴...으아아악! 드,드래곤?!"
어린애는 드래곤 10마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워했다. 하지만 나미래는 어린애를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안심해. 우린 해를 끼치러 온 게 아니니까. 그것보다 며칠 전에 이 싸움이 일어난 거야?"
"흐흑...저,저도 잘 모르겠어요. 밤,밤이 두 번 되는 것만 봤어요."
"밤이 두 번이면 약 이틀이라는 거겠네. 그러면 네가 저기에 들어가게 된 이후의 일을 얘기해줄래?"
"저,저는 용병 소집 명령을 듣고 집에 숨어있었어요. 부,부모님이 모두 용,용병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갑자기 집이 무너지면서...갇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리고 얼마나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용병들이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어요. 마물들은 그 뒤를 쫓아갔고요."
"어디로?"
"저쪽으로 간 것 같아요."
어린애는 한쪽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알겠어. 로드. 이 꼬마애를 전송시켜줄래?"
【알겠네.】
다르디엔은 나미래의 말에 어린애의 밑에 라이언 왕국으로 전송시킬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어린애는 나미래의 옷을 부여잡고 얘기했다.
"누,누나."
"응?"
"저,저희 부모님을 찾으면 꼭 살려주세요. 예?"
어린애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간절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미래는 그런 어린애의 머리에 손을 얹어두고 쓰다듬었다.
"알겠어. 최대한 노력할게. 그러니 안심하렴."
그 말을 끝으로 어린애는 텔레포트 마법진에 의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다르디엔은 나미래를 향해 얘기했다.
【왜 거짓말을 하는 건가?】
"이 세상에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는 거야."
나미래는 어린애가 깔려있던 돌을 올리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누가 돌을 올리려고 노력했던 흔적이었다. 그리고 어린애는 보지 못했지만 집 안에는 돌에 깔려 죽은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 그것을 통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분명히 자식을 구하려고 하다가 돌에 깔려서 죽은 거겠지."
【선의의 거짓말이라...이해하긴 힘들군.】
"드래곤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모르나?"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못 하네. 모든 드래곤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 그럼 당신도 조금씩 배우도록 해. 때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겠네.】
나미래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르디엔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면 이제 가리킨 곳을 향해 가보도록 하자."
【그러도록 하지.】
다르디엔은 어린애가 가리킨 곳을 향해 날아갔고 나미래와 골드 드래곤들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움직였을까 나미래는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얘기했다.
"저쪽 멀리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청각이 좋군.】
다르디엔은 자신이 듣지 못했는데 먼저 얘기하는 나미래의 말에 그녀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곳으로 가보니 그녀의 말대로 전투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죽어라!"
"오늘은 켈베로스의 고기로 배를 채우겠다!"
수만 명 대 수만 마리의 마물들이 대평야에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인간과 마물이 죽어 나가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전투였다. 그리고 용병들은 놀랍게도 마물에게 일절 밀리지 않고 있었고 오히려 상처를 입을수록 광전사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우와아아! 굉장한데?"
【확실히 이런 싸움은 대륙전쟁 이후에 처음 보는군.】
"그럼 합류하도록 하자."
【알겠네. 모두 인간이 피해가 받지 않게 해라. 그리고 마물들은 마방력이 높고 우리 가죽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난 먼저 가도록 할게."
나미래는 점프를 하여 십수 미터 공중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물들을 향해 내리찍으며 소리 질렀다.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마!"
수만 명의 인간 대 수만 마리의 마물이 싸우는 대평야 속에서 학살을 하며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헤츠. 요리스 왕국의 왕이었다. 그의 몸은 마치 피로 샤워를 한 것처럼 적셔져 있었고 바스타드 소드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가 한번 움직일 때마다 열 마리가 넘는 마물들이 죽어 나갔지만 그것도 총 숫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하하하!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구나!"
하지만 헤츠는 오히려 웃음을 터트리면서 계속 돌진했다.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는 3마리의 존재가 있었다.
"크르르르..."
"크아아아아!"
약 10미터에 달하는 트윈 헤드 오우거 3마리가 헤츠를 향해 적의를 표하고 있었다.
"덩치들. 한번 덤벼보라고. 나를 막을 수 있으면."
헤츠의 도발에 제일 앞에 있던 트윈 헤드 오우거가 커다란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모닝스타는 거의 헤츠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를 향해 짓눌렀다. 하지만 헤츠는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서 모닝스타를 반쪽으로 내고 허공을 향해 크게 한번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검압이 트윈 헤드 오우거를 덮쳤고 검압만으로 오우거의 가죽을 깔끔하게 자르고 지나가면서 트윈 헤드 오우거는 이등분이 되면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2마리의 트윈 헤드 오우거가 헤츠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콰앙!
"크아아?"
"뭐야? 별거 없잖아?"
헤츠는 피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바스타드를 세워서 오우거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2마리의 오우거의 힘에도 헤츠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막은 후에 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서걱. 서걱.
크게 휘두른 바스타드 소드는 트윈 헤드 오우거 2마리의 머리를 한 번에 자르고 지나갔다. 총 4개의 머리를 잃은 트윈 헤드 오우거들은 이내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자! 나를 계속 따라라!"
"으아아아아!!"
헤츠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소리치자 용병들이 모두 함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그리고 헤츠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모리스였다.
"헤츠님! 이대로는 소모전이 됩니다!"
"킁! 그러면 좋은 방법을 찾으라고. 나는 머리 쓰는 것에는 쥐약이니까."
요리스 왕국에 있는 용병들과 병사들을 집결시키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집결지인 대평야에 갑자기 마물들이 들이닥쳤고 후퇴하기도 전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소모전이 되고 요리스 왕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가 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모리스는 어떻게해서든 이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후퇴하려고 해도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 무리해서 후퇴하다가는 분명히 추격당하면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모리스는 검으로 마물들을 베면서 동시에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마!"
콰아아앙!!
"뭐야?!"
"저 폭발은?"
수많은 마물들이 있는 곳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수많은 마물들에게 둘러싸여서 공격받는데도 마물들을 찢어발기는 이가 있었다.
"저건...나미래님?!"
"나미래라고?"
모리스의 말에 헤츠는 점프를 해서 폭발의 중심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모리스의 말대로 마물들을 상대하고 있는 나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여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그녀가 왜 여기에 있는 건가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든 다른 생각은 자신의 싸움에 방해하게 놔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
"킁! 혼자만 재미 보게 둘 수는 없지!"
헤츠는 다시 한번 땅에 안착한 후에 발과 허벅지, 종아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근육 또한 팽창했다. 그리고 그 힘을 발산시켰고 그와 반작용으로 헤츠는 공중으로 십수 미터 위로 올라갔다.
이어서 헤츠는 바스타드 소드를 손에 쥐고 나미래가 있는 곳을 향해 공중에서 내리찍었다.
쾅!!
바스타드 소드를 찍으면서 발생한 충격에 마물들이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나미래는 미동도 채 하지 않았고 날아서 온 헤츠를 보며 얘기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킁!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딱 봐도 몰라? 도와주러 왔잖아."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 왕국 힘만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알아. 하지만 그랬다가는 많은 피해를 입게 되잖아?"
"그래서?"
"그건...대화는 나중에 하자고. 우선 이 녀석들부터 처리하고 얘기하자."
나미래는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마물들을 보며 얘기했다.
"푸하하하! 그래! 우선 걸리적거리는 녀석들부터 처리하는 것이 맞겠지!"
헤츠는 웃음을 터트리며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며 마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미래도 질세라 마물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 광경을 멀리서 보고 있던 모리스는 어이가 없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헤츠님은 저기에 가서 말리지 않고 같이 싸우면 어쩌자는 거야? 그리고 나미래님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지?"
든든한 아군이 생긴 것은 좋았다. 하지만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면 전략이고 뭐고 없었고 호응조차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미래의 등장에 어떻게든 후퇴할만한 타이밍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미래와 헤츠님이 힘을 합치면 저 많은 마물이라도 한순간 빈틈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그 타이밍에...'
【여기의 지휘관이 누구인가?】
"어...."
'불가능하지 않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지휘관은 없는가?】
"모,모리스님!!"
"지금 생각하는 중이다."
"위,위를 보세요!!"
"빨리요!"
"으...대체 뭔 일이길래 생각도 못 하게 하고 이렇게 호들갑을..."
모리스는 자신을 붙잡고 얘기하는 용병들 때문에 고개를 들다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커다란 도마뱀의 얼굴을 보고 말을 이어서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깨달았다. 도마뱀의 정체를.
"드래곤?!"
【그렇다네. 나는 드래곤 로드 다르디엔이라고 하네.】
"드래곤 로드..."
빛나는 황금색을 띠는 거대한 골드 드래곤. 그것도 드래곤은 한 마리가 아닌 열 마리에 달했다. 그들의 위엄에 용병들조차 전투를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고 봤다는 사실과 함께 드래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것에 정신이 번쩍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제 이름은 모리스. 현재 지휘관을 맡고 있습니다."
【모리스...알겠네. 우리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나?】
"...예?"
【해줬으면 하는 일이네.】
모리스는 예상외의 답변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더구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드래곤과 자신을 도와준다는 말에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짧았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했다.
"잠시 마물들의 진격을 막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번 전력을 정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격을 막아달라...알겠네.】
모리스의 말에 다르디엔은 골드 드래곤들을 향해 얘기했다.
【모두 브레스를 준비하게나. 인간들을 피해서 쏠 수 있도록.】
다르디엔의 말에 골드 드래곤들이 동시에 입을 열고 브레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10개의 입에서 거대한 번개가 모이면서 주위를 밝히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났을 때 다르디엔은 앞에 있는 나미래를 향해 얘기했다.
【브레스가 준비됐으니 피하게나!】
마물들을 학살하고 있던 나미래는 다르디엔의 말에 어떤 상황인지 눈치채고 갑작스럽게 헤츠의 옆구리를 손으로 잡았다.
"뭐야?!"
"지금은 빠질 타이밍이라고!"
나미래는 헤츠를 한손으로 잡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르디엔은 골드 드래곤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이다!】
다르디엔의 신호와 함께 골드 드래곤들이 일제히 모으고 있던 번개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번개 브레스는 레이저 빔이 나가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와 함께 마물들을 덮쳤다. 높은 마방력을 가지고 있는 마물들 조차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에는 버티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며 사라졌다.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에 한순간 마물의 파도가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나미래와 헤츠, 그리고 수만 명의 용병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모리스 또한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지금이다! 후퇴하라!!"
드래곤의 브레스에 마물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모리스는 후퇴명령을 내렸고 용병들이 일제히 뒤로 빠지면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마물들이 그런 용병들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드래곤들이 브레스로 죽이거나 진로를 방해하면서 용병들은 무사히 후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미래 또한 헤츠를 붙잡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놔! 내가 직접 갈 테니까!"
"아. 미안."
나미래는 헤츠를 내려놓았고 헤츠는 마물들을 보며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드래곤들도 용병들이 빠진 것을 보고 이내 그 뒤를 따라갔다. 마물들은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그들을 추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마물들에게 명령을 하는 존재가 있었다.
"쫓아갈 필요 없어."
조그마한 목소리였지만 수만이 넘는 마물들이 일제히 행동을 멈추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마계 순위 4위에 앉아있는 울리드였다.
"드래곤이라. 이거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걸?"
울리드는 멀리 사라지는 드래곤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었다.
"그렇다면 이쪽도 비슷한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겠군. 재밌게 되었어. 다음 싸움이 기대되네."
요리스의 용병들은 대평야의 임시 거주지를 벗어나서 산에 있는 임시 거주지로 이동했다. 그리고 용병들은 휴식과 함께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헤츠와 모리스도 드디어 나미래와 드래곤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먼저 얘기하기에 앞서 덕분에 피해 없이 후퇴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래곤 로드."
【아니네. 모두 듀로크와의 계약 때문이네.】
"듀로크? 설마 그 편지의?"
"편지?"
"예. 듀로크가 미리 연락을 보냈었습니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하니 라이언 왕국으로 와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나미래는 미리 연락을 받았다는 말에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모리스는 뭔가 머뭇거리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무슨 문제가 있어?"
"그게...헤츠님이..."
"뭐가?"
"후우...자신이 만든 왕국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고 하십니다."
"뭐?"
"더구나 저런 녀석을 놔두고 가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 된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킁! 당연하지! 내 왕국을 공격해놓고 그냥 가는 것은 꽁무니를 빼는 것이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아니,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한다니까?"
"안된다면 안되는 것이다!"
나미래는 헤츠의 말에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여서 헤츠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었고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르디엔이 얘기했다.
【자네의 이름이 모리스라고 했나?】
"예? 예. 그렇습니다."
【현재 다른 인간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지?】
"먼저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임시 거주지를 치고 집합시켰습니다. 아직 모든 국민들이 모인 것은 아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서 모두 모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가?】
모리스의 대답을 들은 다르디엔은 이번엔 헤츠를 향해 얘기했다.
【일국의 왕이여.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네.】
"뭔데?"
【자네는 자네의 선택으로 죽는 이들을 책임질 수 있나?】
"당연한 말을 하는군. 왕이란 모든 국민들을 이끌고 나아가는 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왕의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다."
【자네의 선택으로 죽지 않아도 되는 인간들이 죽는다고 해도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지?"
【듀로크의 제안대로 라이언 왕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전투를 펼치겠지. 그러면 자네를 따르는 용병은 점차 숫자가 줄어들 테고 자네를 믿고 기다리는 인간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드래곤!"
【나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네. 자존심을 위해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불길 속으로 인도한다면 그것은 암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암군이라고?"
헤츠가 마나를 뿜어내자 바스타드 소드가 시뻘겋게 변하며 오러 블레이드가 완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헤츠에게서 위압감과 함께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드래곤들은 일제히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모리스는 그런 헤츠와 드래곤들을 말리려고 했는데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둘 다 진정해!"
쾅!!
나미래가 헤츠와 다르디엔의 중간에 끼어서 발로 땅을 밟았다. 그러자 산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고 그와 함께 수많은 용병들이 놀라워하는 시선으로 나미래를 바라보았다.
【나는 흥분하지 않았네.】
"그래? 그럼 헤츠. 조금 진정해봐."
"나를 암군이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드래곤 로드가 그런 의미로 말한게 아니잖아? 그리고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좋은 생각?"
"헤츠는 저 마족이 있는데 라이언 왕국으로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래."
"드래곤 로드는 계속 남아있으면 많은 희생자가 나올 거라는 거잖아?"
【그렇다네.】
"그럼 여기서 저 마족을 처리하고 라이언 왕국으로 가면 되는 거 아냐?"
"뭐?"
"그렇잖아. 헤츠는 저 마족이 있는데 가면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다는 거잖아. 그러면 저 마족과 마물들을 처리하고 가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겠지?"
"그건..."
"거기다 지금은 나랑 드래곤들도 있잖아. 어떤 때보다 승률이 높아. 더구나 여기서 저 마족을 처리하면 적의 전력 약화도 되고."
【그렇군.】
다르디엔은 나미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헤츠도 그녀의 말에 물고 넘어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한 발짝 양보해줬고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소모전이 돼서 드래곤 로드가 말한 대로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쳇. 알아서 하라고."
헤츠가 물러선 것을 본 모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수그렸다.
"나미래님과 그리고 드래곤 여러분.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도움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네.】
"별 말씀을."
"그러면..."
모리스는 지도를 펼치고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이제 한번 작전을 짜볼까요? 저 마족을 때려눕힐 작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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