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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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7)
"후우..."
한 명의 중년이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잠을 설쳤는지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겨있었고 얼굴에는 피로로 가득한 기색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는 몸을 일으키며 이내 가볍게 세안을 한 후에 복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늘인가?"
오늘은 중년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드래곤 로드를 비롯한 드래곤들이 라이언 왕국에 오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날이 중년에게는 더욱 특별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라이언 왕국을 다스리는 국왕이였기 때문이었다.
"잘 넘어갔으면 좋겠군."
드래곤으로 인해서 왕국이 사라지는 일은 과거 역사에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그런데 그런 드래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 거기다 드래곤의 족장이라고 볼 수 있는 드래곤 로드까지. 이러한 상황에 벨치스가 잠을 설치는 것은 무리가 아니였고 벨치스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전하. 일어나셨습니까?"
"그렇네. 무슨 일인가?"
"듀로크님이 전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듀로크가? 알겠네."
벨치스 국왕은 듀로크가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그가 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빨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벨치스는 준비를 서둘렀고 이내 모든 준비를 맞춘 후에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듀로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벨치스는 조금 놀라워했다.
"잠은 잘 잤어?"
"잘 잔 것처럼 보이나?"
"아니. 딱 봐도 설쳤네."
"알고 있으면서 왜 물어보는가? 그리고 오늘은 무슨 일이지? 나를 기다리고."
"할 말이 있어서."
"이 상황에서 할 말이라...무척이나 중요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내 착각인가?"
"아니. 아마 맞을 거야."
"그럼 걸어가면서 얘기하게나."
벨치스는 앞으로 걸어갔고 듀로크도 그 옆에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국민들에게는 얘기해놨어?"
"어떤 것 말인가? 현 상황과 타왕국의 국민들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아니면 드래곤이 오늘 왕국에 온다는 것?"
"둘 다."
"전자는 얘기했네. 후자도 얘기했지만 수도에 있는 국민들에게만 알렸네."
"잘했어. 드래곤이 오는 것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그걸 궁금해했던 것은 아니고."
"으음...먼저 내가 다른 얘들과 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모를 수가 없지. 뭘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냐면..."
듀로크는 벨치스 국왕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고 그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벨치스 국왕의 표정은 황당과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그,그런 것이 지금 설치되어 있다는 건가?"
"응. 모든 준비는 끝났어."
"하지만 그걸 사용하면 듀로크. 자네와 일행들은..."
"맞아. 똑같이 당하겠지."
"그럴 필요까지 있나? 자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잃는다면 우리는..."
"벨치스. 현재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거야. 솔직히 드래곤이 없으면 우리가 라자드를 이기기는 힘들어. 오늘의 회의는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작전이야."
"...나는 협박 작전으로 보이네만?"
"물론 그것도 있지.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것은 잘 안 풀렸을 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 얘기를 들었는데 걱정하지 말라는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가?"
듀로크는 농담하는 것처럼 웃었고 벨치스도 그에 맞혀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듀로크. 아직 대륙은 자네를 필요로 하네. 부디 잘 돌아와 주게나."
"알겠어. 나도 아직은 죽고 싶지 않으니까."
벨치스와 듀로크는 어느새 왕성의 입구에 도착했고 듀로크는 왕성의 문을 열며 얘기했다.
"자. 그럼 오는 드래곤들을 맞이해볼까? 대륙의 운명을 건 회의를 시작해보자고."
듀로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고 있었다.
거대한 마법진은 라이언 왕국의 수도 라미츠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이 수많은 이들이 바라보고 있었고 대부분의 이들이 왕성에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벨치스가 공지한 내용을 듣고 드래곤을 보기 위해서 왕성으로 모인 것이었다. 원래 드래곤이 나타난다고 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포에 떨 것이다. 하지만 라이언 왕국은 달랐다.
지금까지 쌓은 믿음. 듀로크와 벨치스 국왕이라면 어떻게든 하고 지켜줄 거라고 하는 굳건한 믿음이 그런 그들의 행동을 바꾸어놨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기대와 들뜬 시선 속에서 마법진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우와아아..."
"장난 아니다."
"저게 드래곤?!"
"...압도적이군."
6마리의 거대한 드래곤. 20미터에 달하는 파란색의 드래곤과 그 옆에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황금색의 드래곤. 그 뒤를 따르는 40미터의 붉은 색의 드래곤과 30미터에 달하는 검은 색의 드래곤. 그리고 40미터에 달하는 하얀 색의 드래곤과 황금빛의 드래곤까지.
색깔, 크기, 특징까지 모두 다른 6마리의 드래곤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강탈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드래곤들도 느꼈고 맨 앞에서 날아가고 있던 다르디엔이 얘기했다.
【많은 인간들이 우리를 보고 있군.】
【알고 있다. 그런데 참 특이하군.】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가?】
【특이하다? 어떤 것이 특이하다는 겁니까?】
맨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가이토스는 앞에서 나누고 있는 고룡들의 대화를 듣고 물어보았다.
【가이토스. 너는 유희를 해본 적이 없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너의 드래곤 모습을 봤을 때 인간의 시선이 어땠지?】
【공포와 두려움으로...아!】
가이토스는 그제야 눈치챌 수 있었다. 보통 드래곤의 실제 모습을 보면 인간은 공포와 두려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지금 라이언 왕국에 있는 인간들의 시선은 달랐다. 경외, 놀라움, 감동 등의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드래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왜 이렇게 다른 거죠?】
【글쎄. 나도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네. 하지만 짐작되는 것은 있네.】
【그게 어떤 건가?】
다미우스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봤고 다르디엔은 그에 대한 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을 한 것은 다르디엔이 아닌 아그리마였다.
【다르디엔이 말했던 것을 근거로 하면 라이언 왕국은 다른 왕국과 다른 점이 있어. 첫 번째, 다른 종족을 받아들였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듀로크라는 인물이 이끌고 있고 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다는 것. 그 점이 제일 큰 차이점으로 예측된다.】
【그건 지식의 드래곤이라 불리는 너의 의견인가?】
【그래. 그런데 빨리 내려가면 안 될까? 보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미칠 것 같은데. 헉..헉..】
아그리마는 침을 질질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다르디엔은 그런 아그리마를 못 말리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알겠네. 비교적 서두르도록 하지.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
【저기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데미가스가 한 곳을 가리키며 얘기했고 드래곤들은 한 명의 인물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 한 명이 누군지를.
【우선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은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군.】
【어떤 것 말인가?】
【우리 고룡 드래곤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 앞에 있던 인물은 드래곤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와중에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가까이 왔다. 그리고 그 인물은 드래곤들을 향해 한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쇼. 라이언 왕국에. 저는 듀로크라고 합니다."
6명의 드래곤 앞에서도 듀로크는 당당하게 얘기했다.
"어서 오십쇼. 라이언 왕국에. 저는 듀로크라고 합니다."
【약속대로 찾아왔네.】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래곤 로드. 자. 준비된 장소로 가시죠."
듀로크는 날아가면서 인도했고 드래곤들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듀로크가 왕성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드래곤들을 향해 얘기했다.
"죄송하지만 폴리모프를 해주시겠습니까? 왕성이 드래곤분들에게 들어가기에는 조금 작을 것 같거든요."
【알겠네.】
다르디엔이 노인으로 폴리모프를 했고 그를 시작으로 나머지 5명의 드래곤들도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했다.
"자. 그럼 들어오십쇼."
듀로크는 베란다로 착지하면서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6명의 드래곤들이 따라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테이블에 수많은 음식이 세팅되어있었고 몇 명의 인물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르티네."
"오랜만이군. 다르."
카르티네는 다르디엔을 보고 인사했고 다르디엔의 옆에 있던 데미가스는 카르티네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의를 갖추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데미가스. 너도 잘 지냈나?"
"예. 카르티네님 덕분에 별문제 없이 지냈습니다."
"보아하니 수호자가 됐다는 말이 사실이였나 보군. 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왕국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다미우스는 카르티네를 향해 비꼬는 듯이 얘기했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을 카르티네가 보여주었다.
"글쎄. 내가 수호자가 되지 않았어도 이 왕국을 혼자서 없앨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냐?"
"여기 있는 이들이 안 보여?"
카르티네는 자신을 제외하고 앉아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제야 드래곤들은 그들이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 오크, 상당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엘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기척을 내지 않고 있는 인간, 엘프에 비견 가는 마나를 뿜어내는 인간과 아무런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 인간. 그리고...
"마족?"
"마족이 여기에?"
마족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다미우스는 순식간에 손에서 화염마법을 만들어서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앞에 나타나서 그를 만류하는 이가 있었다.
"잠시 얘기 좀 들어주겠습니까?"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도록 하지."
다미우스의 앞에 나타난 인물은 듀로크였다. 그리고 언제 움직였는지 눈치채지 못한 드래곤들은 조금 놀라움을 느꼈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다미우스가 폭발하지 않고 그의 얘기를 듣는다는 점이었다.
다미우스는 다혈질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가 자신의 앞길을 막으면 말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듀로크의 얘기를 듣는다고 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우선 벨리온이 마족이고 맥이 반마족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저로서는 믿어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증명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래?"
다미우스와 듀로크의 눈싸움은 계속 이어졌고 그 둘의 기운이 부딪혀서 주변을 흔들리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르디엔이 다미우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얘기했다.
"오늘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 얘기는 후에 하도록 하는게 어떻겠는가?"
"...쯧. 알겠다."
다미우스는 혀를 찼고 비어있는 자리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듀로크는 다른 드래곤들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자. 다른 분들도 앉으시죠."
"그럼 실례하겠네."
나머지 5명의 드래곤들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때 시선을 좌우로 움직이며 테이블에 있는 것들을 모두 파악한 디오노스가 뜬금없이 얘기했다.
"새로운 술은 어딨지? 나는 그것 때문에 왔다고."
"술이라...그럼 디오노스님이 당신입니까?"
"그래. 그런 자기소개는 됐으니까 어딨어?"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술부터."
딱!
듀로크가 손가락을 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와 메이드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듀로크가 만든 인형들로 라이언 왕국에서 잠시 데려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눈치챈 드래곤들은 눈빛을 달리했고 그중에서도 지식의 드래곤 아그리마는 폭발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저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잖아? 새로운 생명체? 아니면 키메라? 정체가 뭐야?"
"제가 만든 인형입니다."
"인형? 저렇게 정교한게?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
"실제로 최근에는 저희 국민들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사례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반 인간과 다른 것을 찾기 힘듭니다. 그렇지 않나?"
""예. 모두 주인님 덕분입니다.""
집사와 메이드들은 움직이면서도 듀로크의 말에 대답했다.
"끝내주는데? 연구하고 싶은게 늘었어! 그러면 저들 중 하나를 나한테 줄래?"
"죄송하지만 저들은 제 소유물이지만 이제는 하나의 지성체입니다. 연구용으로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그래? 어떻게 해도?"
"예.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말에 아그리마의 눈빛에 살기가 들어갔지만 듀로크도 그 눈빛에 지지 않고 쳐다보았다.
"으음...알겠어. 아쉽지만 안 되겠네."
"다른 지식을 공유해드릴 테니 그걸로 참아주십쇼."
"다른 지식?! 알겠어! 되고말고!"
언제 아쉬운 표정을 지었냐는 것처럼 아그리마는 미소를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집사와 메이드들이 술잔을 모두 테이블에 세팅했고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던 디오노스는 술잔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흐음...달콤한 냄새군. 맡아보지 못한 냄새이긴 해."
"마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마셔볼까?"
디오노스는 술잔을 들고 한입에 들이켰다. 그리고 술을 들이켠 순간 디오노스의 눈이 번쩍였고 한 번에 술을 들이켠 디오노스는 술잔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았다.
"크으..."
"어떻습니까?"
"합격. 내가 먹어보지 못한 술이야. 곡물로 만든 것 같은데?"
"맞습니다. 후와 쿠로 만든 것이죠?"
"이름이 따로 있나?"
"막걸리라고 정해놨습니다."
"막걸리라...좋은걸? 달콤하면서도 적절한 도수가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군요."
"이 막걸리가 더 없는 것은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십쇼. 드래곤이라도 술에 취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준비했으니까요."
"푸하하하! 그거 마음에 쏙 드는걸? 그럼 한잔 더!"
"알겠습니다."
듀로크가 또 손가락을 치자 거대한 술통을 집사와 메이드들이 가져왔고 디오노스의 옆에 가져다 두었다. 디오노스는 그런 술통을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술통에 고개를 쳐박고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다르디엔은 헛기침을 한 후에 얘기했다.
"크흠. 미안하지만 슬슬 얘기를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
"그렇군요. 하지만 그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로 초면인 분들이 많은데."
"그러는게 좋을 것 같군. 그렇다면 먼저 소개 좀 부탁해도 되겠나?"
"알겠습니다. 우선 저부터 소개를 하죠."
듀로크는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고개를 조금 수그리며 얘기했다.
"제 이름은 듀로크.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고 9서클 마법사입니다. 보시다시피 오크이며 라이언 왕국과 그란 왕국을 다스리고 있는 이들 중 1명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군요."
"거기서 잠깐."
다미우스가 듀로크의 말을 끝나자마자 얘기했다.
"네가 진정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은 것인가?"
"그렇습니다만?"
"증명할 방법이 있나?"
"으음...베아트리스는 다미우스님과 약 1500년 전에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유희를 하는 도중 한 여관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그만!"
다미우스는 당황하며 듀로크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본 드래곤들은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증명이 됐습니까?"
"그건 나와 베아트리스만이 아는 일...서로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기로 했건만. 아무래도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은 것은 사실인가 보군."
"물론 기억도 같이 이어받았습니다."
듀로크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미우스를 바라보았고 다미우스도 같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어서 제 일행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그란 왕국의 왕인 그란입니다. 소드마스터이면서 저의 절친으로 상당한 전력이 될 겁니다."
"취이익~ 그란이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그란은 드래곤들 앞에서 도끼를 들어 올리며 얘기했는데 그란을 본 데미가스가 웃으며 물어봤다.
"오크인데 소드마스터라는 건가요?"
"믿지 못하겠습니까?"
"글쎄요~ 마치 엘프가 취미로 벌목한다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네요~ 안 그런가요?"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다르디엔은 어떻게 생각하지?"
"잘 모르겠네. 눈앞에도 9서클에 오른 오크가 있지 않나?"
다르디엔은 다미우스의 질문에 조금 눈초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마치 그 질문을 왜 자신에게 하냐는 듯이.
"그렇다면 실제로 보여드려야겠군요. 그란. 오러를 넣어서 보여줘."
"취이익~ 알겠다."
그란은 듀로크의 말을 듣자마자 가볍게 도끼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오러는 완벽한 형태를 갖추었고 그가 소드마스터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오크가 소드마스터라고?! 이건 역사적인 순간이야! 지금까지 한번도 관찰되지 않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아그리마는 그란의 오러를 보고 흥분해서 호들갑을 떨며 얘기하고 있었고 다른 드래곤들도 오크가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이 놀라운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습니까?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그렇군요~ 그럼 다른 이들도 평범한 이들이 아니라는 거겠죠?"
"말하신대로입니다. 여기 있는 나르샤와 로그는 8서클 마법사에 소드마스터 중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고 나르샤는 상급 정령사이기도 합니다. 여기 있는 쉐이드도 소드마스터 중급에 달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벨리온은 중급 마족이며 여기 있는 맥은 반마족에 마검까지 소유하고 있죠. 거기다 여기 있는 나미래는 저와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면 재밌군요. 저희 6명을 상대로도 싸울 수 있을 정도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데미가스의 농담에 듀로크는 미소를 잃지 않고 얘기했다.
"그럼 소개를 받았으니 저도 얘기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데미가스.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지만 고룡이 되려면 아직 먼 블랙 드래곤입니다. 듀로크님과는 같이 일을 진행하고 싶군요. 제 감이 당신 옆에 있으면 재밌을 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예. 제 감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데미가스의 말이 끝나자 다르디엔이 헛기침을 하며 얘기했다.
"크흠. 나머지는 내가 소개시켜주겠네. 여기 있는 다미우스는 레드 드래곤의 수장이며 고룡이네."
"천한 오크와 마족이 있어서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잘 부탁한다."
"다미우스!"
"왜?"
"그런 말은 이들에게 실례지 않는가?!"
"뭐? 사실이잖아? 우리 드래곤에 비해서 오크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천한 것은 사실이지, 거짓말이야?"
"그건..."
"말이야 바로 하자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드래곤들도 똑같이 생각할걸? 안 그래?"
다미우스의 말에 데미가스는 어깨를 올리며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아그리마와 디오노스는 침묵을, 가이토스는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다미우스는 이어서 얘기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오크를 싫어하는 것이 너잖아? 다르디엔."
"그거와 지금 상황은 관계없네!"
"아니. 네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대로 동맹을 진행하면 네가 만족할 것 같나? 분명 속으로 불만에 가득 차 있겠지."
"그래도 나는 드래곤 로드이네! 개인적인 생각보다 드래곤의 미래를 더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네!"
"다르디엔!"
화를 내는 다르디엔에게 다미우스는 소리를 지르며 분노했다.
"너를 누구보다 오랜 본 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아나? 넌 항상 너보다 단체를 먼저 생각했지! 그리고! 그래서 네 반려자였던 메니에르를 잃었잖아!"
"....."
"너는 메니에르와 다수의 드래곤들 중에서 한쪽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너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다수의 드래곤들을 위해서 메니에르를 희생해야 한다고 결정지었지! 하지만 너는 그 선택을 잘했다고 할 수 있나? 지금까지 항상 후회하고 메니에르를 죽인 오크를 증오하는 네가?!"
"....."
"한번쯤은 네 개인적인 감정을 우선시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후우..."
다르디엔은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갖가지의 생각을 해보고 듀로크를 향해 얘기했다.
"자네는 오크들과 여기 있는 두 마족이 배신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네. 맞나?"
"그렇습니다."
"증명할 방법은 있나?"
"죄송하지만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믿어달라고 하는 수밖에."
"...그렇군."
다르디엔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미안하네."
"예?"
"미안하지만 동맹은...힘들 것 같네."
"...진심입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쇼."
"미안하네."
듀로크는 그의 말에 다른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죠. 드래곤 로드의 결정이라면."
"전 드래곤 로드의 결정에 따를 겁니다."
"나는 새로운 지식만 전달해주면 도와주도록 할게."
"나도 술만 준다면 도와주도록 하지."
데미가스와 가이토스는 드래곤 로드의 말을 따른다고 하고 아그리마와 디오노스는 다르게 얘기했다. 하지만 듀로크는 드래곤 로드의 말에 한숨을 쉬고 뒤통수를 긁으며 얘기했다.
"하아. 얘기를 쉽게 진행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면 나보고 어쩌라고...응?!"
움찔!
그 순간 듀로크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 듀로크의 기운에 드래곤들도 자신의 본연의 기운을 뿜어내면서 맞대응했다.
"한번 해보자는 거냐?"
"상황이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
다미우스의 도발에도 듀로크는 피하지 않았고 이어서 카르티네를 향해 얘기했다.
"카르티네."
"실행할 건가?"
"이렇게 나오니까 어쩔 수 없지."
"알겠다."
카르티네가 듀로크의 말을 듣자마자 바닥에 손을 대고 마나를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던 방 곳곳에 마법진이 생기고 있었다. 열 개, 수십 개, 수백 개...지금 이 순간에도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법진들이 빛을 발하며 나타나고 있었다.
"마법진?"
"그것도 고차원의 마법진이군."
드래곤들은 갑작스러운 마법진의 등장에 마법진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마법의 정점에 달하는 드래곤들답게 마법진의 해석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러면서 그들의 표정은 놀라움과 경악으로 변해갔다.
"이건...차원 이동 마법진?"
"그것도 강제로 뜯어가는...공간 채로?"
"네놈들! 무슨 속셈이냐?!"
그 물음에 듀로크는 악의가 담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나도 이 방법을 사용하기 싫었다고. 이건 보험이였으니까."
듀로크가 마법 배낭에서 지팡이를 꺼내자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싸울 준비를 갖춘 채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진정 우리와 싸우겠다는 건가?"
"그래."
"같이 공멸하자고?!"
다르디엔은 분노로 찬 목소리를 내뱉었고 그의 눈이 파충류의 눈로 변했다. 하지만 그래도 듀로크는 기세를 낮추지 않은 채 얘기했다.
"당신도 마법진을 해석했으니 알겠지. 이건 강제로 차원 이동을 하는 마법진이다. 그리고 이상한 차원으로 가면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한순간에 즉사하겠지."
"네놈!!"
"자. 우리와 다시 동맹을 맺을래? 아니면..."
듀로크는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얘기했다.
"같이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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