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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87화 (287/360)

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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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5)

"으으...."

"가이토스군?"

"으으...."

"가이토스군!"

"헉!"

가이토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여긴?"

"내 레어일세."

"제,제가 잠을 자고 있었습니까?"

"그렇다네. 낮잠을 자는 드래곤은 본 적이 없었는데...많이 피곤했었나 보네."

"그,그런걸까요?"

가이토스는 여전히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덜덜 떨리고 있는 손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무슨 꿈을 꾸었나?"

"예?"

"악몽을 꾸는 것 같았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더군."

"그건...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뭔가 고통스러웠던 것 같은데..."

가이토스는 꿈에서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두들겨 맞았던 것을 떠올리면서 악몽이 된 것일 수도 있었다.

"훗. 그런가? 미안하지만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네. 악몽을 꾼 후지만."

"괜찮습니다. 어떤 일입니까?"

"오늘 내 레어에 많은 손님들이 올 거네."

"손님이라는 말은?"

"드래곤들을 소집했네."

"예?! 누구누구를 소집했습니까?"

"그걸 가르쳐주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럼 손님의 배웅을 부탁하겠네. 나는 다른 준비를 해야 해서."

다르디엔에게 그 말을 들은 가이토스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언제 내 운세가 이렇게 꼬인 거지?"

가이토스는 자신의 운세가 꼬인 것은 분명히 듀로크라는 자가 온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며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시작했다.

가이토스는 레어의 입구 앞에서 서서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레어에 오는 드래곤들을 좋게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원래 모습으로 보여야 하나? 아니야. 모든 드래곤들이 원래 모습으로 오는 것은 아닐 거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가이토스는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또 모든 드래곤들이 폴리모프해서 올 것 같지는 않단 말이야. 아니, 다 폴리모프해서 오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종족이 모두 다를 텐데."

가이토스는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였고 그래서 누군가가 접근해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마법을 사용해서 조금 더 깨끗하게 보이게 해야 하나? 아니면 오는 드래곤들을 직접 안내해줘야 하나?"

"여기가 다르디엔의 레어인가?"

"맞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돼."

"알겠다."

"아니면 마법으로 여기인 것을 눈치채게 해줘야 하나? 흐음..."

가이토스는 턱을 손으로 괴며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빠진 지 몇 초 후 그는 자신이 누군가와 대화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자신의 뒤로 걸어가는 한 명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저,저기 잠시만요!"

"응? 무슨 일이지?"

가이토스는 처음에는 몰랐지만 인물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위압감에 고룡의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빨간 머리에 오른쪽 눈에 커다란 흉터가 있었고 상당한 근육질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서 가이토스는 그가 누군지 눈치챌 수 있었다.

"다미우스님...맞습니까?"

"그런데?"

"처음 뵙겠습니다! 블루 드래곤의 가이토스라고 합니다!"

다미우스. 레드 드래곤의 수장. 현재 드래곤들 중에서 남아있는 고룡급이 별로 없어서 자연스럽게 고룡 드래곤들은 각 드래곤들의 수장이 되었다. 그리고 다미우스는 고룡들 중에서도 강한 편이였고 호탕하고 전투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 있는 흉터도 2차 대륙전쟁 때의 싸움으로 난 상처였는데 치료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남기고 있을 정도로 전투광이라는 소문이 있다.

"가이토스? 아아. 네가 그 젊은 드래곤들 중에서 유망하다는 그 녀석이냐?"

"과평가를 받아서 부끄럽습니다."

"다르디엔은 안에 있나?"

"예. 오시는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겠다."

"아.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앞으로 쭉 걸어가면 만나겠지."

다미우스는 그 말을 하고 레어 안으로 들어갔고 가이토스는 그 뒤를 그저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우아악!"

가이토스는 자신의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쳐다봤고 이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트리나님!"

세트리나. 블루 드래곤의 수장으로 그녀도 2차 대륙전쟁을 겪은 고룡이었다. 같은 블루 드래곤으로서 모를 리가 없는 인물이었다. 가이토스가 바다와 같은 느낌을 띄는 미청년이라고 한다면 세트리나는 호수와 같이 잔잔하면서도 순수한 느낌을 띄는 미녀였다.

"역시 세트리나님도 오셨군요!"

"수장으로서 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오랜만에 얼굴들을 보려고 한 것도 있기도 하지만. 혹시 저보다 먼저 들어간 드래곤이 있나요?"

"다미우스님이 들어가셨습니다."

"다미우스가? 오늘도 시끌벅적하겠군요. 그럼 갔다 올게요."

"수고하십쇼!"

세트리나도 그 말을 하고 레어 안으로 사라졌고 가이토스는 미소를 지으며 세트리나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크! 세트리나님은 오늘도 아름다우시네. 언젠가 저분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날은 오지 않을걸?"

"또?!"

가이토스는 또다시 뒤를 잡힌 것에 놀라워하며 이번엔 누군가하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인 것을 확인한 가이토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제라서스님 아닙니까?"

"여전히 까칠하군. 가이토스."

"제라서스님만큼은 아니지만요."

제라서스. 화이트 드래곤의 수장. 냉기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누구보다 냉혈하고 냉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도 2차 대륙전쟁을 겪은 고룡으로 다른 고룡과 비교해서 낮은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누구보다 냉혹한 성격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가이토스 또한 제라서스의 성격 때문에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젊은 드래곤의 유망주께서는 말대답도 잘하는군. 한번 짓밟아줘야겠는데?"

"저도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새하얀 눈을 연상시키는 모습과 같이 제라서스에게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가이토스는 자신이 제라서스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가이토스도 자신의 기운을 뿜어내었고 그로 인해서 레어가 흔들렸다.

그런데 그런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제라서스와 가이토스의 중간에 끼어들어서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오늘도 한 성깔 부리고 있군요."

"네놈."

"데미가스님?!"

데미가스. 블랙 드래곤의 수장. 유일하게 고룡이 아닌데도 수장을 맡고 있는 드래곤이다. 블랙 드래곤은 각자 개성이 넘쳤고 귀찮은 수장 같은 자리에 앉기 싫어했다. 그래서 고룡과 비교해서 비교적 젊은 데미가스가 수장을 맡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과 뭔가 정신이 한군데 빠져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룡이 젊은 드래곤을 괴롭히는 모습은 별로 보기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훗. 자기는 고룡이 아니라서 상관없다는 거냐?"

"뭐. 꼭 고룡이 젊은 드래곤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없지만요."

데미가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조롱을 했고 제라서스는 차가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언제 공격할지 모를 것 같은 제라서스와 맞대응할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는 데미가스의 모습에 가이토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런 카오스와 같은 상황 속에서 갑자기 하늘에 마법진이 생성되고 있었다.

"텔레포트 마법진?"

가이토스는 살면서 텔레포트 마법진은 수도 없이 보고 자라왔다. 하지만 단연코 얘기할 수 있었다. 이런 텔레포트 마법진은 본 적이 없다고.

"하늘이...움직인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반경 50미터에 달할 정도로 커다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법진을 중심으로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마치 태풍이 부는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마법진을 통해서 올 모양인지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쳇. 그 녀석인가?"

"아아. 그분이 오실 줄 몰랐는데요."

지금까지 치고받을 것 같은 분위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대체 누가 오길래 팽팽했던 분위기가 단번에 사라지고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지 가이토스는 궁금했다. 그리고 그 점을 눈치챈 데미가스는 가이토스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얘기했다.

"너는 직접 본 적이 없어?"

"저 광경을 말입니까?"

"그래. 비아토스님이 오시는 광경을."

"비아토스...설마?! 그 폭력의 드래곤 말입니까?"

"호오? 어느 정도 듣기는 했나 보네? 맞아."

비아토스. 폭력을 추구하는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와 마찬가지로 고령의 블랙 드래곤으로 무엇보다 폭력을 추구한다. 1차, 2차 대륙전쟁 때도 그의 힘으로 수많은 마족들을 없앴고 같은 드래곤들도 꺼려할 정도로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보다 폭력을 좋아하여 약자를 짓밟는 것을 좋아해서 그의 손에 멸망한 왕국만 두 손가락으로 부족할 정도였다. 카르티네와 쌍벽을 이루는 폭력의 드래곤으로 불리며 싸움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런 바이토스가 온다는 사실에 가이토스는 온몸에 긴장이 바짝 도는 것을 느꼈다.

"온다."

데미가스의 말과 동시에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커다란 손이 삐쭉 튀어나왔다. 그리고 손을 시작으로 몸통, 얼굴 그리고 꼬리까지 나오는 것은 한순간이였고 그 거대한 몸체는 같은 드래곤으로서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블랙 드래곤이 마법진에서 모두 나오자마자 어두컴컴하고 불안정하게 움직이던 하늘이 어느새 잔잔해지며 맑아졌다.

"여깁니다~"

데미가스는 손을 흔들며 얘기했고 그것을 눈치챈 모양인지 비아토스는 순식간에 레어를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거대한 몸체가 레어의 입구를 가리는 순간 폴리모프로 인해 한 명의 인간으로 변해서 내려왔다.

정돈된 검은 머리와 한쪽만 쓰고 있는 단안경에다가 집사복까지. 누가 봐도 젊은 집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이토스는 외견만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어떤 드래곤보다도 뛰어났지만 동시에 살기가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돼.'

자칫 그에게 투지 혹은 싸우려는 의지를 보였다가는 어떻게 될지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가이토스였다.

"오랜만입니다~ 바이토스님."

"데미가스. 그때보다 조금 강해진 것 같군."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바이토스님이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이런 모임에는 귀찮아서 잘 안 오시지 않습니까?"

"다르디엔에게 귀띔을 들었다. 구미가 조금 당기더군."

"헤에~ 귀띔이라. 어떤 내용이였습니까?"

"나중에 다르디엔에게 직접 듣도록."

"에에~ 치사합니다."

"시끄럽다. 아니면...나와 한판 붙겠나?"

바이토스의 눈빛이 번쩍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라고 가이토스는 확신했다. 그리고 그런 물음에 데미가스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사양하겠습니다~ 바이토스님에게는 아직 안될 것 같거든요."

"훗. 언젠가는 될 것 같나? 아니면...제라서스. 너라도 상관은 없는데. 너 정도라면 내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겠지."

바이토스는 이번엔 제라서스를 바라보았고 제라서스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오늘은 참도록 하지."

"아쉽군. 아니면...너라도?"

"예?! 저,저는 사양하겠습니다."

가이토스는 자신을 향해 얘기하는 바이토스에 기겁하며 손을 흔들었다. 바이토스는 모두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듯이 불평을 토해냈다.

"최근에는 받아들이는 녀석이 왜 이렇게 없는지. 역시 과거가 좋았나? 그때는 정말 재밌었지."

"그랬었습니까?"

"그럼. 마족과의 전투는 피가 끓는 느낌이었다. 서로 죽을 수도 있는 싸움에 목숨을 걸고 하는 전투야말로 즐거움이지."

"그리고 그 싸움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시겠죠?"

"호오?"

바이토스는 데미가스의 말에 제법이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데미가스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바이토스를 향해 얘기했다.

"자자. 여기에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시죠. 회의를 빨리 끝내야 어떻게 할지 정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지."

바이토스와 데미가스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고 가만히 있던 제라가스도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안으로 들어갔다. 가이토스는 한순간 폭풍이 몰아친 것처럼 급격한 피로를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휴...이렇게 힘들 줄이야."

가이토스는 예상보다 힘이 드는 것에 한숨을 내뱉었는데 그 한숨이 사라지기도 전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하늘에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과연 누구일까 하며 기다리고 있었고 이어서 마법진을 통해서 한 명의 인물이 내려왔다.

하얀색의 머리에 커다란 안경알이 특징인 뿔테안경. 구겨지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오른손에는 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독특한 모습에 가이토스는 상대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식의 드래곤. 아그리마."

아그리마. 지식을 어떤 것보다 추구하는 화이트 드래곤. 그녀가 모르는 지식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은 끝이 없었다. 더 이상 알 수 있는 지식이 없을 때만 동면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소문은 자자했다.

그런 그녀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온 것에 가이토스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그리마님이 오시다니. 대체 어떤 것으로 그녀의 흥미를 끈 것이지?"

"궁금해?"

"헉!"

가이토스는 어느새 뒤에 접근해서 얘기하는 아그리마에 깜짝 놀라워했다. 아그리마는 시선을 책에 집중한 채 가이토스를 보지 않고 입만 열어서 얘기했다.

"궁,궁금하긴 합니다."

"다르디엔이 내가 모르는 지식을 가르쳐줄 인물을 소개해준다고 했어."

"그,그렇습니까?"

"흐음...과연 그게 거짓말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탁!

아그리마는 펼쳐둔 책을 덮으면서 얘기했다.

"거짓말이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소소해 보이는 외견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 열 받으면 누구보다 무서운 것이 아그리마라는 것을 가이토스는 과거의 일로 알고 있었다. 일례로 아그리마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는 도서관이 있었다.

당연히 아그리마는 그 도서관을 찾아갔는데 문제는 그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 왕국이 다른 왕국과 전쟁을 하고 있었고 전쟁으로 인해서 그 도서관이 부서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그리마가 도서관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도서관이 부서져 있었고 분노한 아그리마는 도서관을 부순 왕국은 물론이고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서관의 왕국까지 멸망시켰다. 그런 그녀의 일례는 그녀가 얼마나 지식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말이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뒤집어엎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이토스는 그녀의 말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다르디엔님이 거,거짓말을 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길 바래야 할 거야.나도 다르디엔을 적으로 두기는 싫으니까."

어느새 아그리마의 손에는 다른 책이 들려져 있었고 그녀는 책에 다시 시선을 고정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아그리마가 사라진 후에 가이토스는 고룡급의 드래곤들의 기운을 연달아 받아서 그런지 진저리가 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하지만 이게 끝이겠지? 이제 더 이상 오지 않길 바라..."

쿵!!

가이토스의 바램과 다르게 그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졌다. 커다란 충격과 함께 모래바람이 휘날렸고 가이토스는 대체 뭐가 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접근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5미터에 달하는 오우거가 크레이터의 중심에 있었고 상처 하나 없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가이토스는 오우거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더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러면서 눈치챈 점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오우거가 코를 골고 있다는 점이였고 두 번째는 눈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윽! 얼머나 술을 먹은 거야?!"

가이토스는 술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냄새만으로 약간 취할 정도로 눈앞의 오우거가 얼마나 술을 먹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오우거를 그냥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오우거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서 떨어졌나 보네."

"말을?"

말을 유창하게 하는 모습에 가이토스는 적의를 없애고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제야 눈치챌 수 있었다. 오우거의 외견을 가진 내부의 거대한 존재를.

"설마...디오노스님 이십니까?"

"응? 나를 알아?"

가이토스는 하마터면 선배인 고룡을 공격했다는 것에 한순간 섬뜩해지는 것을 느끼며 원초적인 호기심에서 나오는 질문을 했다.

"왜 오우거의 모습이십니까?"

"딸꾹. 아. 오우거? 오우거가 제일 술에 안 취한다고 해서."

"아...그렇습니까?"

예상할 수 없었던 답변에 가이토스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지금까지 개성 있는 드래곤들을 미리 만나왔던 덕분에 가이토스는 재치있게 넘길 수 있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까?"

"글쎄...기분 상의 차이랄까? 딸꾹. 다른 이들은 다 안에 있는 거야?"

"예. 드래곤 로드님까지 해서 총 7명이 안에 있습니다."

"그래? 다른 이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이야?"

"그렇습니다."

"딸꾹. 그러면 나도 인간의 모습으로 해야겠네. 하암~"

오우거가 두꺼운 손가락으로 딱 치자 오우거의 모습에서 한순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거대한 배와 살집으로 가득 한 중년의 아저씨. 얼굴은 딸기처럼 뻘겋게 올라와 있었고 두 손에는 술통으로 보이는 나무통을 들고 있었다.

'술통은 어디서 나온 거지?'

가이토스는 그런 의문점이 들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냥 안으로 들어가면 되나?"

"예. 하지만 취하셔서 힘들다면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가이토스의 말에 사양을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것은 디오노스가 아닌 뒤에서 나타난 다르디엔이였다.

"드래곤 로드님!"

"그는 취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취한 적이 없으니까."

"예?"

"그는 한번이라도 취하기 위해서 수많은 술들을 먹어왔지. 숨을 쉬려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수준으로."

"딸꾹.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거 아냐? 다르디엔."

"수천 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모를 리가 있겠나?"

"그렇네~ 그런데 나한테 얘기한 말이 사실이겠지?"

"새로운 술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 말인가?"

"응. 내가 말하기도 그렇지만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술은 먹었다고 자신할 수 있거든."

"그건 상대에게 물어보게나. 상대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으니까."

"딸꾹. 그래? 누군지 몰라도 그렇게 말했으면 기대해도 되겠지? 거짓말이면...술로 달여서 먹을 거야."

디오노스는 그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고 들고 있는 술통을 얼굴에 부으면서 마셨다. 그리고 가이토스는 마지막 말을 그대로 실현할 것임을 알기에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자. 안으로 들어오게나.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

"끄윽~ 그러고 보니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네. 2천 년만인가."

"하하. 2천년 만에 모이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다르디엔은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좋지 않은 징조로 봐야 할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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