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86화 (286/360)

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4)

-----------------------------------

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4)

듀로크는 다르디엔이 이끄는 대로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를 뒤따라가면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드래곤 로드라는 직책에 비해서 레어가 매우 평범하다는 사실이였다. 직책에 맞게 커다랗고 화려하게 만들어도 뭐라고 할 드래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평범하게 만든 흔적을 볼 수 있었고 그런 면을 통해서 듀로크는 다르디엔의 면모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끼이익.

다르디엔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듀로크도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서 보이는 광경에 듀로크는 다시금 조금 놀라움을 느꼈다.

"서재?"

"변변치 않는 서재이네. 하지만 둘이서 얘기하기에는 좋지."

다르디엔의 말대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서재였다. 하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위치와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책과 여러 물건들. 그리고 준비되어 있는 다과와 음료까지. 그야말로 책 읽으며 집중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책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좋아하는 편이네. 아그리마에 견줄 수는 없지만."

"아그리마?"

"고령 드래곤 중에 지식욕을 추구하는 녀석이 있네. 새로운 지식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으려고 하지."

"그렇군요."

듀로크는 서재를 둘러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제가 듣기로 그녀는 은둔해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네. 약 200년 전에 동면에 들어가서 은둔해있지. 그녀 말로는 동면에 일어났을 때 새로운 지식이 있기를 바란다나 뭐라나."

"그 말은 새로운 지식을 알려준다면 그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겁니까?"

"후훗. 그럴 수도 있겠지. 헌데 그녀는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그건 만나봐야 아는 것이겠죠."

듀로크와 아르디엔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하지만 다르디엔이 먼저 헛웃음을 지었고 자리에 앉아서 차를 따르고 마신 후에 입을 열었다.

"재밌군. 하지만 이제 본론에 들어가지 않겠나?"

"그럴까요?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돌려 말하는 것이 좋습니까?"

"나는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네."

"그렇다면 직설적으로 얘기하도록 하죠. 드래곤들의 힘을 빌려주십쇼."

"흐음..."

다르디엔은 직설적인 듀로크의 말에 잠깐 인상을 찡그렸다.

"자네의 힘이라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것 같은데 드래곤의 힘이 필요한가?"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라자드의 움직임을. 그리고 대륙의 흔들림을."

"....."

"그리고 마왕이 강림하는게 멀지 않았다는 것을."

다르디엔은 자리에 일어난 후에 창가 쪽으로 가서 햇빛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네. 하지만 현재 드래곤은 전과 다르게 많이 약하네. 아니, 고룡급들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네. 도와주고 싶어도 과연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니까. 그리고 고룡급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지 않습니까?"

듀로크의 말에 다르디엔이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은둔해 있는 것이겠죠."

"자네..."

다르디엔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느냐는 것처럼 조금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냐고 묻고 싶습니까?"

"그렇다네. 그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일부 고룡급들만 아는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제가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갑자기 다르디엔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마치 분노하는 것처럼 말이 가라앉았고 그에게서 나오는 말 하나, 하나에 위엄이 깔려있었다.

"그런 농담은 하지 말게나. 농담할 주제가 아니네."

"제 말을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증인을 불러드리죠."

"증인?"

다르디엔은 듀로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듀로크는 품속에서 하나의 수정구슬을 꺼냈고 테이블 위에 얹어두었다. 이어서 듀로크가 수정구슬에 마나를 불어넣자 수정구슬이 하나의 영상을 틀기 시작했고 다르디엔은 그저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들려?"

[들린다. 무슨 일이지?]

"여기 있는 드래곤 로드가 내 말을 믿지 않아서 말이지."

"대체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는 건가?"

"지켜보고 있으면 됩니다."

[어떤 점을 믿지 않는다는 거지?]

"내가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았다는 점."

[...그걸 나한테 얘기하라고 하는 것도 재밌군. 그렇지 않나?]

"생각해보니 그렇네. 하지만 부탁 좀 할게."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수정 구슬을 다르디엔에게 넘겨주었고 다르디엔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수정 구슬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다르디엔은 수정 구슬에 시선을 돌렸다.

"자네는 누군가?"

[내 목소리도 잊었는가? 다르.]

"다르?...설마?! 르티네인가?!"

[그래. 오랜만이군.]

다르디엔은 수정 구슬에서 카르티네의 모습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을 다르라고 불리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카르티네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카르티네가 듀로크가 준 수정 구슬에서 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르티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왜 듀로크라는 자와 함께인 거지? 아니, 그보다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현재 나는 라이언 왕국에 있다.]

"라이언 왕국? 왜 거기에?"

[라이언 왕국의 수호자가 됐으니까.]

"수호자라고?! 네가?!"

카르티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다르디엔은 더욱 놀라워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은둔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귀찮아하는 것을 싫어하며 인간을 우습게 아는 자네가 수호자가 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놀라지 않겠는가?!"

[하긴. 나 자신도 놀라겠군.]

다르디엔은 여전히 입을 벌리고 있다가 옆에서 듀로크가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감정을 추스르며 헛기침을 하였다.

"크흠. 좀 놀라서 미안하네. 헌데 자네와 듀로크 군과 무슨 관계인가?"

[협력관계...혹은 동료라고 볼 수 있겠군.]

"동료..."

카르티네의 입에서 동료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다르디엔이였다.

[왜 그러지?]

"아,아니네. 오늘 너무 놀란 일을 많이 겪는 것 같군. 그래서 처음 주제로 돌아가서 그가 베아트리스의 힘을 얻었다는 것이 사실이란 건가?"

[사실이다. 나도 그로 인해서 충격을 받긴 했지만.]

"...르티네. 자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맞는 거겠지."

카르티네와 베아트리스의 관계를 알고 있는 다르디엔은 카르티네의 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제가 할 말이 아니지만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닙니까?"

"자네가 르티네와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는 몰라도 내가 자네의 몇 배는 보고 지냈네. 그리고 나는 내 눈에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지고 있네."

"그렇습니까?"

듀로크는 다르디엔이 손으로 들고 있는 수정구슬에 손가락을 얹어두었다. 그러자 수정구슬에서 카르티네의 모습이 홀로그램처럼 영상이 출력되었고 다르디엔은 그 광경을 보며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나?"

"드래곤 로드의 놀란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요."

"뭐? 자네 생각보다 성격이 좋지 않구만."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듀로크와 다르디엔은 서로 농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바탕 웃음을 내보낸 다르디엔은 웃음을 멈춘 후에 듀로크를 향해 얘기했다.

"자네가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았고 어떤 경위가 됐건 간에 카르티네는 라이언 왕국에 있다는 거군. 그리고 자네는 나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러 온 것이고."

"그렇습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뭐지? 세세하게 들려주게나."

"현재 그란 왕국과 라이언 왕국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제 명령하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왕국은 라자드를 막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그란 왕국?"

"예. 오크들의 왕국입니다."

듀로크의 말에 갑자기 다르디엔의 표정이 움찔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네...계속하게나."

"그럼...현재 두 왕국을 제외하고 각지에서 라자드의 병력들과 전투를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그들에게 우리 왕국으로 오라고 권할 것입니다."

"힘을 합쳐야만 이길 수 있으니까?"

"예. 처음부터 라자드를 상대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다른 왕국의 힘을 빌린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 불리함을 메꾸기 위해서는 하나의 카드가 필요합니다."

"그게 드래곤이다?"

"예. 드래곤의 힘은 강력합니다. 마족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죠. 그리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드래곤 로드도 지금 이대로 상황을 보고만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흐음..."

"드래곤 로드의 권한으로 드래곤들을 모아주십쇼. 고룡급이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은둔해있는 드래곤들을 불러만 주신다면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설득하겠다라...과연 가능할까?"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먼저 대화를 해봐야겠죠. 그러니 한번 대화를 해봅시다. 라이언 왕국에서."

"라이언 왕국에서?"

"카르티네는 수호자가 되면서 라이언 왕국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 때문이라면 괜찮겠습니까? 드래곤 로드도 카르티네를 직접 보는게 낫겠죠. 그리고 저희 라이언 왕국에서도 만찬의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크흠..."

다르디엔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듀로크의 말대로 드래곤들을 모은다고 해도 설득이 가능할 것인가? 라이언 왕국으로 간다고 해도 드래곤들이 납득할 것인가? 지금이 드래곤들이 움직일 시기인가? 등등 갖가지의 생각과 고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오크이며 오크들의 왕국을 이끈다는 점도...

그의 내부에서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부딪혔고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할 수 있었다.

"후...나도 오래 살았고 지금까지 마왕의 강림을 2번이나 막으면서 수많은 이들을 만나봤지만 자네 같은 이는 본 적이 없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독특함이 내 마음을 이끄는군. 알겠네. 내 권한으로 드래곤들을 모으도록 하지. 하지만 명심하게나. 모으는 것은 가능하지만 설득하는 것은 자네가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일련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준비?"

"예."

듀로크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지금쯤 남아있는 이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드래곤들을 맞이할 준비를 말이죠."

다르디엔은 들고 있는 차를 들이켜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후에 얘기했다.

"그럼 언제 찾아가면 되겠나?"

"3일 후...정도면 괜찮겠습니까?"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차 한잔도 먹고 가지 않는가?"

"조금 불안하거든요. 밖에 있는 일행들이 젊은 드래곤을 볶고 있을 수도 있어서."

"후훗. 그럴 수도 있겠군."

듀로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다르디엔의 한마디만 없었더라면.

"베아트리스는 편안히 끝을 맞이했나?"

"...예. 기다리고 있던 자들을 맞이하러 갔습니다."

"그런가. 그는 이곳에 몸은 존재하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놓고 온 것처럼 행동할 때가 종종 있었지. 마치 중요한 것을 놔두고 온 것처럼."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런 그가 맞이하러 갔다고 하니 다행이군.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자네이기에 힘을 넘겨준 것이겠지."

"...인연이 있었습니다."

"인연?"

"예. 전생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으며 나갔다. 그리고 남은 다르디엔은 듀로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곱씹어보았다.

"전생의 인연이라...농담인지 사실인지..훗."

자리에서 일어난 다르디엔은 서재 속에 있는 수많은 책 중에 하나를 꺼내어서 펼쳤다. 그리고 그 책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얘기했다.

"그럼 나도 일을 시작해볼까? 오랜만의 호출이여서 응답할지 모르겠군."

서재에서 나온 듀로크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오래 걸리지 않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미래는 가이토스의 커다란 등 위에 앉아있었고 그란은 가이토스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있었고 쉐이드는 벽에 서서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듀로크가 온 것을 본 나미래가 오른팔을 들며 얘기했다.

"여. 얘기는 잘 끝났어?"

"그럭저럭. 너희들이야말로 이 드래곤을 괴롭힌 것은 아니지?"

"괴롭힌 적 없어.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가이토스라고 하는 드래곤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나미래의 물음에 마치 군대의 신병처럼 대답했다. 그런 반응에 듀로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하네. 이만 가자."

"벌써?"

"가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잖아?"

"아! 맞다! 그랬지!"

나미래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것처럼 가이토스의 등 위에서 내려왔고 그란도 가이토스의 몸을 보며 침을 흘리던 것을 닦은 후에 듀로크 옆으로 다가왔다. 쉐이드도 어느새 옆에 와있었고 듀로크는 가이토스를 향해 얘기했다.

"이제 우리는 갈 테니 로드에게 잘 얘기해줘라."

"예,예! 안녕히가십쇼!"

가이토스는 어느 때보다 공손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고 듀로크와 3명은 이내 레어 밖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듀로크가 가이토스에게 얘기했다.

"아. 그리고 너도 우리 왕국으로 오는 것을 잊지마. 내가 맘 잡고 준비한 것이니까."

"그,그건..."

"알겠지?"

듀로크가 눈에 힘을 주며 얘기하자 가이토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

"그럼 3일 후에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듀로크와 3명의 일행은 텔레포트를 하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던 가이토스는 이 3일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헛된 바람을 갖기 시작했다.

4명의 마족을 부르고 데빌즈 게이트를 연 장소에는 여전히 1개의 커다란 크리스탈과 5개의 작은 크리스탈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 명의 인물이 더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으윽! 시,시끄러워!"

갑자기 인물의 몸에서 검은 마나가 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동굴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목소리 또한 지옥의 밑바닥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음산하고 막대한 힘을 갖추고 있었다.

【인간 주제에 나에게 반항하는 것이냐?!】

인물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찼고 뭐든 것을 부술 것 같은 위엄을 뿜어내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잠시, 뿜어져 나왔던 검은 마나가 다시 잠잠해졌고 표정 또한 분노에서 음산한 미소를 짓는 얼굴로 한순간에 변했다. 그리고 목소리 또한 좀 전과 확연히 다르게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였다.

"훗. 마왕도 별거 아니군."

【뭐라고?!】

"봉인되었더라고 마왕 1순위가 이 정도라니. 마계를 정복하는 것도 꿈이 아닌데?"

【하등한 인간 주제에!】

"둘 다 시끄러워!!"

혼자서 분노하고 웃고 소리치며 대화하고 있는 인물은 제3자가 보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인물은 현재 3개의 인격이 하나의 몸에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로 몸을 지배하려는 싸움을.

"우리가 힘을 합치면 마왕을 잠재우는 것도 가능하다. 내 손을 잡아라."

"닥쳐! 이번 일이 아니였으면 영원히 나는 깨어나지 못했겠지! 내 몸인데도 불구하고!"

【네 몸을 내놔라. 그러면 네 소원을 이뤄주겠다!】

"마왕님도 조용하십쇼! 마왕님은 제 소원을 이룰 수 없습니다!"

"나는 네 소원을 알고 있다. 네 소원은 내가 이뤄질 수 있다."

"웃기지 마! 너한테 몸을 뺏기고 250년이 지났다! 250년!! 그러고도 네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냐?!"

"어차피 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힘이 필요하다. 수많은 이들을 죽여야 하고 수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닥쳐라! 네까짓 것들은 내가 모두 지배해주마!!】

인물의 몸에서 검은 마나가 뿜어져 나왔고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또 한순간 검은 마나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내가 마왕을 맡도록 하지. 하지만 명심해라. 너와 나의 목표는 다르지 않다. 그리고 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라."

"....."

"250년동안 몸을 뺏은 값을 치러주지. 한순간의 평화를 만끽해라. 그리고 마왕은 놔둘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기억해라."

"...닥쳐."

"네 편은 나뿐이다."

"닥치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2개의 인격이 조용해졌다. 그제야 인물은 한숨을 쉬었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마왕님."

"너는 메블리?!"

인물, 라자드는 갑자기 나타난 메블리를 보고 놀라워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신이 팔린 나머지 메블리가 다가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인물, 라자드는 메블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하는 대화를 들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메블리는 진정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표정 하나만으로는 메블리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진짜로 듣지 못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라자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무슨 일이지?"

"카무란 왕국 점령에 대해서 보고하러 왔습니다."

"보고해라."

"예. 현재 카무란 왕국의 영토 중 70% 이상을 점령했고 약간의 저항들이 있지만 빠르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알겠다."

"혹시 다른 왕국으로 간 마족들의 소식이 들어왔습니까?"

"그들도 현재 장악하기 위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네가 제일 빨리 장악을 할 것 같군."

"그렇군요. 그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서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알겠다."

메블리는 그 말을 하며 사라졌고 메블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라자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처리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군. 먼저 내 몸부터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겠어. 과연 그 녀석의 말대로 마왕님을 없애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러면 이 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라자드는 자신의 몸속에서 넘쳐흐르는 힘을 느끼며 고민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겠어."

이제 자신의 목표에 거의 도달했을 시점에 정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기에 라자드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명상에 빠져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3명의 인격이라. 정말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군. 과연 살아남는 이는 누구일까? 누가 살아남든 간에 기대되는군."

조용히 혼잣말을 하는 인물은 다시 카무란 왕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