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85화 (285/360)

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3)

-----------------------------------

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3)

듀로크를 선두로 나미래, 그란, 쉐이드는 잠시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여행이라고 해봤자 텔레포트로 곧바로 이동할 거여서 별로 걸리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듀로크는 카르티네에게 가서 한 가지를 확인해야 했다.

"드래곤 로드...그러니까 다르디엔의 레어는 전과 다르지 않아? 내 기억 상에서는 여기인데."

듀로크는 지도상에 있는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카르티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기억 상으로도 맞다. 하지만 나도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활동을 별로 하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

"그럼 직접 가서 확인할 수밖에 없겠네. 아. 그리고 이건 선물."

듀로크는 마법 가방에서 수정 구슬 하나를 꺼낸 후에 카르티네에게 건네주었다.

"수정구슬? 무슨 용도지?"

"드래곤 로드를 만난다고 해도 내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수정구슬을 통해서 네 모습을 보여주면 믿겠지."

"그렇군."

카르티네는 듀로크의 말이 타당하다는 것을 느끼고 수정구슬을 챙겨놨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말했던 작업은 진행해줘."

"알겠다. 오랜만에 힘 좀 써보도록 하지."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지도에 다시 한 번 위치를 확인한 후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3명을 찾아갔다. 3명을 찾아간 듀로크는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잠시 기척을 감추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기로 했다.

"드래곤 로드는 강할까?"

"글쎄. 하지만 드래곤 로드와 싸울 기회는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취이익~ 드래곤 로드와 싸운다! 재밌을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는데 찬성. 그리고 드래곤과 싸워본 적은 나도 없거든."

"취이익~ 나도 없다!"

"나는 카르티네와 싸워본 적이 있지.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더군. 하지만 드래곤 로드가 카르티네보다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 카르티네와도 한번은 싸워보고 싶었는데. 드래곤 로드로 대체하면 되겠네."

"취이익~ 드래곤 로드와 싸운다!"

"잠깐, 잠깐! 왜 싸우는게 전제야?"

듀로크는 차분히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논점이 벗어나 있는 것을 보고 대화에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동맹을 맺기 위해서 드래곤 로드를 만나러 가는 거라고. 싸우려고 가는게 아니고."

"하지만 대화가 제대로 안 되면 싸울 거잖아?"

"그렇기야 한데 그건 최후의 수단이야. 그러니 최대한 호의적으로 대하자고."

"알겠어, 알겠어. 하지만 저쪽이 먼저 공격하면? 그래도 계속 가만히 있을 거야?"

"그럴 리가."

듀로크는 텔레포트를 시전하면서 얘기했다.

"나도 참을성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여기 같은데?"

듀로크는 텔레포트로 드래곤 산맥에 도착하고 지도에 표시된 곳을 향해 플라이 마법으로 모두 이동했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의 레어로 예상되는 커다란 동굴에 그들은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맞아?"

"맞는 것 같아. 안에서 마법을 사용해서 만든 함정이 느껴지거든."

"함정? 그냥 돌진할까? 나라면 상처도 생기지 않을걸?"

"확실히 너라면 상처 하나 입지 않겠지. 하지만 그러면 너무 시끄럽잖아? 우리는 대화하러 온 거지 레어를 부수러 온 게 아니잖아."

"그러면?"

"내가 해제하면서 갈 테니까 뒤를 따라와."

듀로크는 그 말을 하고 디스펠 마법을 시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듀로크가 함정을 해체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함정이 상당한 고난이도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었다.

"드래곤 로드가 어느 정도의 힘인지 대충은 알 것 같군."

"함정 해제가 힘들어?"

"예상보다는. 하지만..."

듀로크가 디스펠 마법을 광역으로 시전하였고 함정이 이어서 해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더 조예가 깊어."

그렇게 듀로크가 앞으로 걸어가면서 함정을 해제하고 나머지 3명이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듀로크가 약 100여 개의 마법 함정을 해제했을 때 앞에 가로막는 존재가 있었다.

쿵! 쿵!

"골렘?"

약 10미터의 크기에 갑옷까지 장착하고 몸통에는 거대한 마방진이 박혀 있었다. 딱 봐도 평범한 골렘이 아니였고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골렘이 약 20여 기.

"골렘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빙고군."

드래곤이 다른 레어로 옮길 때 함정을 해제하지 않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레어를 지키는 골렘들은 데리고 가는데 그 이유가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정교한 골렘을 만드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듀로크는 골렘이 나오는 것을 오히려 기뻐했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3명을 향해 얘기했다.

"골렘은 자동으로 침입자들을 공격하게 되어있으니까 무력화시키자."

"오케이."

"취이익! 부순다!"

"골렘쯤이야."

듀로크의 말을 들은 3명은 그대로 골렘들을 향해 돌진했다. 제일 빠르게 골렘들을 향해 접근한 것은 나미래였다. 나미래는 제일 가까운 골렘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는데 마방력 때문에 엄청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골렘의 머리가 간단히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그란은 완벽한 오러가 실린 도끼로 골렘을 일도양단했고 쉐이드는 골렘들의 핵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서 무력화시켰다. 그 3명도 골렘들을 순식간에 처리했지만 역시 제일 압도적인 것은 듀로크였다.

"파이어볼."

듀로크는 자신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파이어볼을 두른 채로 골렘들을 향해 접근전을 펼쳤다. 골렘들은 듀로크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지만 듀로크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압도적인 열에 몸체가 녹아서 힘을 쓰지 못했다.

더구나 몸에 두른 것에 모자라 직접 파이어볼까지 날리면서 골렘들은 순식간에 산화되었다. 그렇게 20여 기의 골렘이 무력화되는데는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녀석들 조금 단단하긴 하지만 별거 없는데?"

"취이익~ 약하다. 더 강한 녀석 없나?"

뭔가 아쉬워하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나미래와 그란을 보고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그때 쉐이드가 한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누가 온다."

기척에 있어서 누구보다 민감한 쉐이드의 말에 듀로크는 그의 말을 믿고 쉐이드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듀로크도 이내 한 명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다가오는 존재를 바라봤다.

"네놈들! 여기가 감히 어딘지 알고 들어오는 것이냐!"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아름다운 파란색의 머리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시선을 강탈하는듯한 미청년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저 녀석은 누구지?"

"모르겠는데? 알아?"

"모르는 녀석이다."

"취이익~ 적인가?"

듀로크는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드래곤인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미청년이 소리를 질렀다.

【내 말을 무시하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

미청년의 목소리에 듀로크는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제야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정체를.

"저 녀석 뭐하는 거야? 갑자기 몸이 근질거리는데?"

"취이익! 나도 그렇다!"

"난 뭐 때문이지 알 것 같군. 저 녀석 드래곤 아닌가?"

"드래곤? 저 녀석이?"

"그렇다! 나는 블루 드래곤 가이토스! 그리고 여기는 드래곤 로드님의 레어이다! 너희들은 그런 드래곤 로드님의 레어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잘못을 했다! 당장 여기서..."

"드래곤 로드의 레어래. 제대로 온 모양인데?"

"취이익~ 그럼 빨리 들어가자."

"가이토스라고 했어? 말하는 거 보니 드래곤 로드를 아는 모양인데. 만나게 해줄래?"

"취이익~ 드래곤 로드. 대화해야 한다."

"알아? 몰라?"

그란과 나미래는 눈앞에 있는 미청년을 무시하고 자기 말만 하고 있었고 그러면 저 가이토스란 드래곤이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듀로크의 예상대로 미청년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순간 미청년의 모습이 변했다. 인간의 모습에서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내 말을 끊는 것도 모자라서 잡담을 하다니!! 죽어라!!】

순식간에 변한 드래곤은 입을 열어서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그것을 본 듀로크는 곧바로 앱솔루트 실드를 쳤고 반사적으로 3명은 듀로크의 뒤로 이동했다. 이어서 브레스가 실드를 강타했지만 실드는 견고하게 브레스에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 자식 곧바로 공격부터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흐음...좋게 가고 싶은데."

"그래도 일방적으로 맞을 수는 없잖아?"

"취이익~ 그 말이 맞다! 가만히 있기만 할 수 없다!"

그란과 나미래의 말도 딱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의 말대로 계속 방어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렇기에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알겠어. 나미래 네게 맡길게. 죽이지는 마."

"그 말을 기다렸다고."

나미래는 듀로크의 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드래곤의 브레스가 멈추었고 연기가 자욱히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록! 콜록! 연기 봐라. 이 연기는 어떻게 못 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거 아냐? 상처 하나 없이 막아줬잖아."

"어차피 네가 막지 않아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을 거야."

"과연 그럴까? 저 녀석이 약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라고. 방심하다가는 너도 상처는 입을걸?"

"헤에? 그래? 그럼 한번 내가 해보도록 하지."

【설마...앱솔루트 실드?!】

드래곤은 실드와 함께 멀쩡한 듀로크와 일행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실력 한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나도 그에 맞는 대응을 해주겠...】

쾅!!

【뭣?!】

"어디 한번 드래곤은 다른가 보자. 으랴!"

나미래는 점프해서 드래곤의 얼굴 옆으로 올라왔고 발로 드래곤의 얼굴을 걷어찼다.

쾅!!

【크아아악!!】

가이토스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눈앞이 별로 가득해질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그 충격에 헤어나오기도 전에 나미래는 가이토스의 복부를 향해 발로 내리찍었다.

퍽!

【크아아악!!】

속이 모두 뒤집히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가이토스의 거구가 뒤로 쭉 밀려났다. 가이토스는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공격하는 나미래를 막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앱솔루트 실드!】

가이토스의 거구를 모두 감쌀 정도로 커다란 실드가 생성되었다. 가이토스는 실드를 생성한 사이에 충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상상하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쾅! 쩌저적.

【뭐야?】

가이토스는 뭔가 부서지는 소리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쾅!! 쩌쩌저적!

【설마?!】

다시 한번 들리는 소리에 가이토스는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고 이내 그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실드를 주먹으로 치고 있는 여성을. 그리고 실드는 언제 부서질지 모를 것처럼 금이 가있었고 다시 여성이 주먹을 내리치자 실드가 산산조각났다.

쾅!! 쩡!

"실드를 치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어?"

【네년은 대체 뭐냐?!】

가이토스는 입을 열고 브레스를 여성을 향해 뿜어내었다. 근접거리에서 쏘는 브레스는 자신보다 강한 고룡급이라고 해도 멀쩡할 수 없다는 것을 가이토스는 알고 있기에 이번에야말로 격퇴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가이토스는 브레스에 엄청난 마나를 쏟아부었고 그가 쏜 브레스가 동굴의 천장을 뚫고 하늘을 향해 솟아 올라갈 정도였다.

그렇게 한순간 마나의 부족을 느낄 정도로 브레스를 쏘고 나서야 가이토스는 숨을 헐떡이며 입을 닫았다.

【헉...헉...】

가이토스는 1명을 처리했으니 나머지 3명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다음은 누구냐? 일제히 덤벼도 상관없다.】

실제로 3명이 다 덤비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듀로크는 피식 웃음을 내보냈다.

"풋. 착각하지마. 넌 우리 3명 중 1명도 이길 수 없어."

【뭐라고?! 감히!】

"그리고 더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네 상대는 아직도 그녀라는 거야."

【뭐?】

가이토스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가이토스의 이해를 도와주려고 한 것일까?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생각보다 강하잖아? 꽤 아프네."

가이토스는 목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뒤를 돌아봤고 이내 눈을 커다랗게 뜨며 소리쳤다.

【넌,넌 대체 정체가 뭐냐?!!】

여성, 나미래의 모습은 처참했다. 엄청난 압력의 물로 인해서 온몸의 피부가 찢겨나가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고 팔과 다리 하나씩 잘려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쪽 눈은 튀어나와서 덜렁거리고 있었고 입가가 찢어져서 혓바닥이 바깥으로, 머리카락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것이 기적인 상태였다. 하지만 가이토스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였다. 여성, 나미래의 끔찍한 모습이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상처가 치유되고 있었다.

튀어나왔던 눈알이 다시 안으로, 찢어졌던 입가는 이어져서 원상태로 돌아왔다. 찢어졌던 피부가 마치 새로 나는 것처럼 새살이 돋아났고 잘린 팔과 다리에서도 뼈가 생기고 살이 달라붙으면서 생성되었다. 그렇게 끔찍했던 모습이 브레스를 맞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나미래의 몸에 남아있는 핏자국만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뭐야? 드래곤인 너도 나를 괴물 취급하는 거냐?"

【어,어떻게 내 브레스를 맞고도 살아있는 거지? 아니, 마법도 아니면서 어떻게 상처가 치료된 거지?!】

"뭐가 그렇게 궁금한게 많아? 대답해주고 싶어도 나도 모르니까 우선..."

나미래는 가이토스의 어깨 위에 올라간 후에 주먹을 꽉 쥐고 휘두르며 얘기했다.

"맞고 시작하자."

쾅!! 우드득!

【크아아악!!】

나미래의 주먹이 가이토스의 어깨를 강타하면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가이토스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어서 나미래가 가이토스의 꼬리를 두 손으로 잡았고 함성을 지르며 힘을 썼다.

"흐아아압!"

【으어?!】

놀랍게도 가이토스의 거구가 꼬리를 중심으로 들리면서 뒤로 넘어갔다. 가이토스는 회전력에 멈추지 못하고 뒤통수를 바닥에 부딪혔는데 그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미래는 다시 꼬리를 잡고 휘둘렀다.

쿵!!

【커억!】

쿵!

【카아악!】

쿵!!

【그,그만!!】

가이토스는 시야가 확확 바뀌면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뒤통수가 처박히는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미래는 그런 비명을 들어도 듣지 못한 것처럼 가이토스를 패대기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쿵! 쿵! 쿵!!

나미래가 가이토스를 패대기치기를 수십 번, 동굴 내부가 수십 개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수많은 크레이터가 생겨있었고 당장 동굴이 무너질 것처럼 가루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동굴 바닥에는 한 마리의 드래곤이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제,제발 그만해...】

아름다웠던 파란색의 비늘은 수많은 상처로 걸레처럼 변해있었고 상처에서 나온 빨간 피로 색깔이 바랜 것처럼 보였다. 두 개의 날개는 언제 찢겨질지 모를 것처럼 위태위태했고 위엄있는 얼굴은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서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미래. 그쯤 해둬. 그 이상하면 죽을 것 같으니까."

"알겠어. 드래곤도 별거 없잖아?"

나미래는 잡고 있던 꼬리를 내려놓았고 듀로크는 쓰러져서 덜덜 떨며 공포에 실린 눈초리로 바라보는 가이토스의 얼굴 앞으로 다가갔다.

"이제 대화할 생각이 들었어?"

【너,너희들은...대체 누구냐...】

"우리가 누구인지 소개하기도 전에 네가 공격했잖아. 물론 우리 쪽도 잘못한 것은 있지만."

'너희들이 나를 무시했잖아!'

가이토스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면 자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입으로 내뱉을 일은 없었다.

【원하는게...뭐냐?】

"뭐냐? 뭐냐는 반말이고. 지금 반말하는 거야?"

듀로크는 가이토스 얼굴 앞에서 마나를 해방시키며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내었고 눈앞에서 그 기운을 받은 가이토스는 눈앞에 있는 듀로크가 얼마나 괴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말,말도 안 돼...천한 오크가?!...이,이정도면 로드...아니 그 이상일 수도!'

"응? 지금 묻잖아."

"아,아닙니다!"

가이토스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했고 듀로크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음. 좋아. 원하는게 뭐냐고? 그 전에 여기가 다르디엔의 레어가 맞지?"

"그렇다...습니다."

"제대로 왔네. 우리는 그냥 다르디엔과 대화를 하러 온 거야."

"그렇다면 이렇게 골렘들을 부수면서 오지 않아도 돼!...잖아요?"

"골렘들이 자동으로 공격하는 것을 어떻게 하라고? 그래서 다르디엔이 여기에 있어, 없어?"

"그,그건..."

가이토스는 듀로크의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니 드래곤 로드를 배반하는 것 같았고 얘기하지 말자니 눈앞에 있는 듀로크가 두려웠다. 그렇다고 고민을 오래하면 또 듀로크가 뭐라고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어떤 선택을 하든 최악이여서 가이토스는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이가 나타났다.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가?"

한 노인의 목소리에 모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곳에는 귀티 나는 한 명의 노인이 서있었고 무의식적으로 위엄을 뿜어내고 있었다.

"당신이 다르디엔입니까?"

"그렇네. 그러는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듀로크. 그라이언 동맹의...대표자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라이언 동맹?"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대화라...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네. 끝을 모르는 힘을 가진 오크와 오러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오크. 인간 같지 않은 힘과 재생력을 가진 여인. 존재 자체를 느끼기 힘든 남성까지. 실로 흥미로운 조합이네."

"그렇다면 대화하는 것에 찬성하는 겁니까?"

"자네 앞에 있는 가이토스군을 놓아준다면 생각이 있네."

"그건 당연하죠. 리커버리."

듀로크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나오면서 거대한 가이토스의 거구를 모두 감싸았다. 그러자 엉망진창이었던 상처도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처음 만났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됐습니까?"

"놀랍군. 레어에 설치된 마법 트랩이 왜 해제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네."

"과찬입니다."

"자. 그럼 대화를 하지. 자네와 단둘이 대화를 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나?"

"그러도록 하죠. 너희들은 여기 남아있어."

"괜찮겠어?"

"취이익~ 듀로크. 우리 도움 필요 없나?"

"응. 대화하러 온 것이니까. 거기 있는 드래곤과 대화나 나누고 있으라고."

"나?!"

가이토스는 자신을 향해 얘기하는 것을 보고 살려달라는 듯이 다르디엔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르디엔은 가이토스에게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순간 바라본 후에 그의 눈길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이토스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멍해졌고 그런 가이토스 옆에 나미래와 그란이 다가와서 얘기했다.

"저기서 얘기하고 있을 때 우리끼리 좋은 대화를 나누자고? 알겠지?"

"취이익~ 드래곤. 대화하자."

가이토스는 그들의 눈길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언제부터 드래곤이 이렇게 쉬운 취급을 당했는지 생각하며 듀로크와 다르디엔의 대화가 어떤 때보다 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