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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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드래곤을 그라이언 동맹으로(1)
"그 말은 어떤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거 아냐?"
"확실히. 그 말대로라면 나는 라자드의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으니까."
"벨리온. 그러고 보니 너는 나랑 계약되어 있는데 명령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지?"
"명령권의 힘이 강한 쪽을 듣지 않을까? 그런 경우는 드물어서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히 예상되는 것은 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대책을 세워야겠군. 쥬디아. 이어서 얘기를 해줘."
"알겠습니다."
쥬디아는 한번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에 얘기를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그럼 빠르게 간략해서 얘기하겠습니다. 게덴은 포마스와 다리엘이라는 상급마족이 카무란 왕국의 병력과 마물을 데리고 와서 현재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나이트 왕국은 리리스라는 상급마족과 유스트 후작이 이끄는 마물 부대를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실로스 후작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실로스 후작..."
듀로크는 나이트를 도와주러 갔을 때 잠시 인연이 있었던 실로스 후작을 떠올렸다. 정말 잠깐의 인연이였지만 듀로크의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그는 나이에 맞게 연륜적인 모습도 있으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열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런 그가 죽었다고 듀로크는 다시금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요리스에서도 울리드란 상급마족이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나타나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요리스...나이트. 둘 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군."
"제일 심각한 것은 세레티 왕국입니다. 세레티 왕국은 라자드에게 점령이 당해서 죽음의 도시로 변한 상태입니다."
"죽음의 도시?!"
"설마 일루드 왕국에서 본 그 마법인가?"
"그렇다면...세레티 왕국의 국민들은 설마?"
"예. 99% 이상의 사람들이 모두 마계의 몬스터로 변했습니다."
"너무해..."
"그럴 수가."
"에밀리 누나..."
쥬디아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듀로크도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세레티에서 일어난 일은 상상을 초월한 끔찍한 일이었다.
"또 라자드인가?"
"정확한 정보는 수집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 정보를 종합하자면...일루드와 밀런 왕국은 우리가 도와줬지만 피해를 복구하려면 시간이 걸리겠고, 카무란 왕국은 점령당하고 있으면서 세레티는 아예 넘어갔다. 그리고 나이트와 요리스, 게덴은 치열하게 전쟁 중....이게 맞지?"
"예. 그렇습니다."
"후..."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에 듀로크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듀로크는 아차 싶었다.
"미안.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서."
"확실히 2천 년 전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군."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냐?"
카르티네의 말에 듀로크는 딴지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카르티네와 듀로크의 대화가 재밌었는지 조금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먼저 이 대륙에서 제일 상황이 좋은 것은 우리 라이언과 그란 왕국이야. 그래서 우리 왕국이 라자드를 대항하는 세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말 그대로 대륙의 운명을 건 싸움이 되겠군."
"그래서 먼저 나는 싸움을 하기 위해선 2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봐."
이제 회의의 중점인 내용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모두 듀로크의 이야기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우리 라이언과 그란 왕국. 아니, 짧게 해서 그라이언 동맹이라고 할게. 그라이언 동맹이 대항하는 세력의 중심이 되면서 다른 왕국들의 힘도 통합해야 해."
"통합?"
"타왕국의?"
"어떻게 말인가?"
"지금 다른 왕국은 전쟁 중이거나 힘을 상당히 잃어서 불안한 상태야.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제안을 할 거야. 우리 동맹으로 와서 함께 힘을 합치자고."
"힘을 합친다?"
"그렇군. 그 방법이 있었나?"
가만히 듣고 있던 소크라 백작이 입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집중이 되었다.
"현재 모든 왕국은 각개격파를 당하는 입장이지. 그런 왕국의 힘을 모두 한곳에 집중시키면 그만큼 커다란 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하는 건가? 듀로크?"
"맞아."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떠오르는군. 먼저 라이언과 그란 왕국에서 가까운 왕국들은 올 수 있겠지. 다만 멀리 떨어진 왕국들은 거리상 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알아. 그런데 그 점은 걱정하지 마. 두 번째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나는 오히려 그들이 올 것을 결정한 지가 문제라고 생각해."
"자존심...인가?"
"응. 자신의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거야. 뭐..죽을 국민들을 생각해서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식량과 물자는 어떻게 할 건가? 아무리 우리 그라이언 동맹이 커졌다고 해도 최대 7개의 왕국의 국민들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넘쳐나지는 않는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귀중품들을 사용하면 될 거야. 거기다 부족하면 다른 녀석들 것도 사용하지."
"그렇다면...땅이야 그란 왕국에 사용하지 않는 곳이 넘쳐나니...알겠네.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
물자나 관리 측면에서 제일 뛰어난 소크라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니 모두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벨치스 국왕은 우선 국민들에게 현 상황을 알려주고 다른 왕국들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암시해줘."
"그래도 괜찮은 건가?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맞습니다. 거기다 타왕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터전에 방해하러 온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벨치스 국왕과 매트 왕자의 말은 예상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그 말에 부정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국민들도 알건 다 알 거야. 온 대륙이 들썩이는데 모를 리가 없지. 그럴 때는 오히려 제대로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이 정도도 우리는 괜찮다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그래야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
"흐음..."
"더구나 매도 미리 맞는게 나아.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오크들까지 받아들인 이들이야. 어떤 국민들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 우리에 대한 믿음도 높고. 이 사태도 우리가 어떻게든 해결할 거라고 생각할 거야."
"이번 사태는 스케일이 다르긴 하지만."
나미래가 어깨를 으쓱하며 농담 식으로 얘기했고 벨치스 국왕이 웃음을 지었다.
"푸하하하! 그렇군. 내가 우리 국민들을 믿지 못한 것 같군. 듀로크. 자네에게는 항상 많은 것을 배우는구만."
"이것도 도박이야. 너의 말대로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오히려 역효과지."
"아니. 나는 자네를 믿고 있네. 자네의 말대로 되겠지. 푸하하하!"
"그러면 좋겠지만."
듀로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럼 우선 한가지는 얘기했는데...나머지 하나는 뭐지? 듀로크. 오히려 두번째 것이 더 큰 것처럼 느껴지는데 착각인가?"
"아니. 그 말대로야. 두 번째가 돼야 대륙을 건 이 싸움을 이길 수 있지."
벨리온의 질문에 듀로크가 대답했고 모두 듀로크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런 시선을 본 듀로크는 이내 카르티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카르티네. 현재 드래곤 로드가 골드 드래곤인 다르디엔이야?"
"맞다."
"흐음...그래?"
듀로크가 씨익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본 이들은 모두 그의 미소가 무슨 뜻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음흉한 생각을 하거나 혹은 생각지도 못한 것을 하려고 할 때였다. 그리고 카르티네는 듀로크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눈치챘고 똑같이 음흉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훗. 그런 건가?"
"오. 눈치챘어?"
"확실히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과거에 전례도 있었고. 하지만 그떄와 조금 상황이 다르다. 그 녀석들도 평화에 찌들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녀석들도 많으니까."
"그래?"
"잠깐! 너희들끼리만 얘기하지 말래?"
나르샤가 둘이서만 얘기하는 카르티네와 듀로크에게 소리쳤다.
"아. 미안.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지?"
"카르티네에게 드래곤 로드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까지."
"맞다. 거기까지 했었지."
"그런데 왜 드래곤 로드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거야? 뭔 상관이 있어?"
"응? 당연히 상관이 있지."
듀로크는 당연한 질문을 하는 것처럼 나르샤를 바라보았다.
"두 번째 방안이 바로 드래곤을 이 싸움에 개입시키는 거니까. 우리 그라이언 동맹으로."
한 명의 남성 노인이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방안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며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독서에 집중했는지 조그마한 숨소리만을 내면서 눈동자만 움직이며 글씨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다 노인은 평범한 인상의 소유자가 아니였다.
젊을 때 수많은 여자를 반하게 만들게 분명해 보이는 미모에다가 황금색 빛깔의 머리와 수염을 가지고 있고 깔끔하게 입은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런 노인이 독서를 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림같은 광경도 한순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오게나."
노인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얘기했다. 그러자 한 명의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마치 바다와 같은 파란색 빛깔을 띠는 머리와 눈을 가지고 있는 미청년이었다. 그는 노인이 독서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고개를 수그리며 얘기했다.
"좋은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네. 자네가 찾아왔다는 것은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겠지. 그래. 무슨 일인가?"
"최근 대륙의 불온한 움직임에 대해서 아시고 계십니까?"
"알고 있네."
노인은 청년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의외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런 노인의 표정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 것인지 눈치챈 것일까? 청년이 노인에게 얘기했다.
"제가 다른 젊은 드래곤들과 달라서 의외입니까?"
"표정에서 보였나? 나도 아직 멀었군."
"확실히 제가 다른 드래곤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봐도 젊은 드래곤들은 너무 거만하고 평화에 찌들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나쁘다는게 아니네. 그만큼 평화가 길었다는 것이니까. 문제는...그 거만과 방심이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것이네."
"그렇군요."
"그리고 평화는 그리 길게 가지 않을 거네."
"예?"
"자네. 5천 년과 2천 년 전에 있었던 마왕의 강림을 알고 있나?"
"예. 제가 태어나기 전이지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 현재 남아있는 드래곤 중에 2가지 사건 모두 겪은 드래곤은 드물지. 왜인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청년은 노인의 질문에 고민하다가 이내 맞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마왕으로 인해서 많은 드래곤이 죽어서 그렇다네. 그리고 그 드문 드래곤 중에 하나가 바로 나네."
"그 얘기를 지금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청년의 질문에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청년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두 사건 때도 이처럼 대륙에 불온한 움직임이 일어났지."
"....."
"하하. 자네의 입장에서는 노인의 쓸데없는 걱정으로 볼 수도 있겠지."
"아,아닙니다. 결코 그런 생각은!"
청년은 당황하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청년을 다 안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네. 마왕을 직접 눈앞에 싸워보지 않은 이상 모를 수밖에 없네. 그와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모르지."
노인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오히려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라네. 지금 드래곤은 과거와 다르게 많이 약하니까. 그야말로 드래곤의 존망을 걸어야 할지도."
"드래곤 로드..."
"가까운 시일 내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아주 큰 변화가..."
드래곤 로드, 골드 드래곤 다르디엔은 씁쓸한 목소리를 내며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드래곤?!"
"....."
"...이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군."
듀로크의 말에 놀라워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웃으며 듀로크의 말을 재밌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취치치칙! 그래야 듀로크답다. 재밌을 것 같다."
"드래곤이라...재밌을 것 같군."
"역시 듀로크야.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떠올린단 말이야?"
그런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듀로크는 담담하게 얘기를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과거 2천 년, 5천 년 전에도 마왕의 강림이 있었어. 그때도 드래곤들이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서 힘을 빌려줬었지. 이번에도 그들의 힘은 필수불가결해."
"하지만 그건 알아야 한다. 지금 드래곤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마왕과의 싸움으로 많은 고룡급들이 죽어서 남은 것은 젋은 드래곤들이 대다수지. 젊은 드래곤들은 마왕의 힘을 모르고 평화에 찌들어져 있어서 힘도 없으면서 건방지다. 그것을 염려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알아. 베아트리스의 기억에도 똑같으니까. 그러니까 드래곤 로드를 만나러가는 거야. 남아있는 고룡급이 모두 움직이려면 드래곤 로드가 명령을 해야 하니까."
"그럼 그 드래곤 로드를 설득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 거야?"
"생각해놓은 것이 하나 있긴 하지. 잘 될지는 도박이지만."
"듀로크 오빠가 생각해낸 것이라면 가능할 거에요. 그치?"
"그럼요. 저도 듀로크 오빠를 믿으니까요."
"저,저도 믿어요."
클레아를 시작으로 소피아와 로아프가 그녀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듀로크는 그런 그들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후에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각자 임무를 주려고 해. 그래도 괜찮겠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온 대륙이 위험한데 저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크흠. 얘기하게나. 드워프의 힘을 보여주도록 하지!"
"맡겨만주십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로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는 이들을 보고 듀로크는 기쁜 마음을 가지며 그들에게 하나씩 임무를 주기 시작했다.
"먼저 벨치스와 매트는 아까 얘기했던 것을 그대로 진행해줘."
"알겠다."
"예! 온 힘을 다해서 수행하겠습니다!"
"키야아악!"
벨치스와 매트가 얘기하면서 옆에 있는 트이번이 울음소리를 울부짖었다.
"소크라 백작은 다른 왕국에서 오는 인물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해줘. 필요한 물자나 자원은 있는 대로 지원해줄 테니까 얘기해주고."
"알겠다."
"소피아와 로아프는 소크라 백작을 서포트해줘."
"예."
"알겠어요."
"르와 제이슨은 기사단의 훈련과 정비를 철저하게 해. 이번 전쟁에 기사단도 투입시킬 예정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아르셰도 뱀파이어들에게 얘기를 전달해줘. 이번 전쟁에서 뱀파이어들도 오크들과 함께 전투를 할 예정이니까."
"예.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쥬디아는 지금처럼 정보수집에 신경 써줘. 쉐이드의 암살자들도 필요하면 도움을 구하고."
"예. 알겠습니다."
"쿠로딘은 그란 왕국으로 가서 전쟁 준비를. 클레아도 쿠로딘을 도와주도록 해."
"알겠다. 나에게 맡겨줘라!"
"예."
클레아는 이번에 듀로크를 따라간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듀로크와 더욱 더 밀접한 관계가 되면서 더 이상 떨어져 있다고 해도 불안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어떤 때보다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인 것을 클레아도 알고 있었다.
"이것으로 먼저 1차적으로 임무를 배당할게. 그리고 나머지 이들은 따로 시킬 일이 있어."
"딱 봐도 힘쓸 일이겠어. 안 그래?"
"뭐, 그런거지."
나미래의 말에 듀로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얘기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을 향해 얘기했다.
"그래서 나머지 남은 이들끼리 따로 얘기를 하려고 해."
"왜? 우리가 들으면 안되는 일인가?"
"아니. 들어도 상관없어. 하지만...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을걸?"
쿠로딘의 질문에 듀로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고 쿠로딘은 그런 듀로크가 진저리난다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으으! 됐다! 네가 그런 웃음을 지을 때는 들어서 좋을 거 없지."
"잘 아네. 그럼 전쟁준비는 부탁할게."
"알겠다."
"나도 그럼 실례하겠네."
"저도요."
"듀로크 오빠도 조심하세요."
쿠로딘을 시작으로 소크라 백작, 로아프, 소피아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쥬디아와 아르셰, 르와 제이슨도 똑같이 인사를 하며 나갔고 벨치스와 매트왕자도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레아가 듀로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듀로크 오빠. 무리하시면 안 돼요."
"그래. 너도 조심하렴. 무슨 일이 생기면 알지?"
"예. 곧바로 연락드릴게요."
클레아는 그 말을 끝으로 듀로크에게 다가와서 볼에 입술을 댄 후에 조금 부끄러워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듀로크도 조금 부끄러워하며 헛기침을 내었다.
"크흠."
"좋을 때인데?"
"휘유우~"
"시끄러."
듀로크는 자신을 놀리는 나미래와 벨리온에게 얘기하며 다시 이야기의 본론에 들어갔다.
"너희들을 남긴 이유는 힘을 빌려줬으면 해서야."
"아까 쿠로딘에게 얘기한 것을 보면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맞아. 먼저 나랑 드래곤 로드에게 가서 설득할 그룹과 여기서 그 기간 동안 준비할 그룹으로 나눌 거야."
"준비한다고?"
"뭐를?"
"그건..."
듀로크는 이어서 계획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계획의 내용을 들으면 들을수록 일행들의 표정은 점점 변해갔고 이내 듀로크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다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푸하하하하!! 미쳤군! 정말 미쳤어!"
"킥킥킥! 동감이야! 하지만 재밌겠는걸?"
"취취췩! 나도 상관없다! 드래곤 상대하겠다!"
쉐이드와 벨리온 그란이 통쾌한 웃음을 내보냈다.
"이젠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네."
"나도 그래서 그런 걸까? 오히려 재밌을 것 같은데?"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오블리님도 재밌다고 하시는데요?"
나르샤는 체념한듯한 표정을 나미래는 즐거울 것 같다는 감정을, 맥은 열정이 가득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저는 주인님의 명령을 무조건 따를겁니다."
"고마워. 로그. 그리고 카르티네."
"뭐지?"
"같은 드래곤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어떻게 생각해?"
"솔직하게 얘기해서 통할지는 애매하다. 누구를 데리고 올지는 몰라도 다르디엔 녀석은 실력이 꽤 있으니까."
"그래?"
"하지만."
카르티네의 이어진 말에 시선이 모두 카르티네에게 집중되었다.
"여기 있는 녀석들의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오랜만에 나도 흥미가 생기니 많은 힘을 보태도록 하지."
"고마워. 네가 그런다면야 든든하지. 하지만 괜찮겠어? 같은 드래곤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데."
"훗. 어차피 다른 드래곤과 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드래곤 중에서도 나는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아서 인연도 별로 없지."
"그래? 그럼 나르샤와 벨리온, 로그는 카르티네의 작업을 도와줘."
"알겠어. 오랜만에 힘써볼까?"
"이런 작업은 처음이군. 재밌을 것 같아."
"명을 받겠습니다. 주인님."
"맥도 여기에 남아서 도와주도록 해. 준비하는데 물자와 힘이 필요할 테니까."
"예! 저도 있는 힘껏 도와주겠습니다."
"나머지 나미래와 그란, 쉐이드는 나를 따라서 드래곤 로드를 만나러 가자."
"취이익! 알겠다!"
"좋아. 드래곤 로드는 어떨지 궁금하네. 그리고 드래곤도 여차할 때 상대해보고 싶으니까."
"역시 듀로크 옆에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어. 당연히 가야지."
어쩌면 이 대륙에서 제일 강할 수도 있는 드래곤 로드를 만나러 간다고 해도 그들은 오히려 기뻐하였다. 그리고 듀로크는 그런 그들이 동료라는 것에 어느 때보다 든든함을 느끼며 얘기했다.
"그럼 가볼까? 목표는 드래곤 로드. 이 대륙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화를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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