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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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8)
"크윽! 젠장!!"
르헨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모든 힘을 다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그와 똑같이 허겁지겁 달려가는 이들도 있었고 오히려 전투 의지를 뿜어내며 성벽을 향해 가는 이들도 있었다.
혹은 부상을 당해서 비명과 신음소리를 내는 부상자들도 있었고 그런 부상자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외에 안절부절못하거나 공포에 질려서 멍하니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이들이 있어도 르헨은 그들을 일체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재 르헨에게는 2가지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생각은 자신의 반려자인 레이에게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생각은 클롭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희생하면서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클롭. 그의 희생은 르헨에게 있어서 어떤 것보다 충격적이었고 자신이 얼마나 무력하고 이기적인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젠장! 젠자아앙!!"
자신이 무력해서 동료의 희생으로 시간을 벌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비참한데 클롭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안심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 르헨은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르헨은 수많은 감정이 몰아치면서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시야가 가려졌지만 르헨은 쉬지 않고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달린 덕분에 르헨은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급하게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
"여보!"
레이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남편인 르헨을 만나면서 안심하는 표정을 짓고 르헨에게 다가왔다.
"여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에요?"
"미안해.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어. 당장 도망쳐야 해."
"도망이요? 어디로?"
"어디든지!"
"그럼 돈 되는 물건을 챙길..."
"그럴 시간도 없어! 빨리 가자!"
르헨은 레이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한순간 검은 물체가 창문에 다가왔고 그대로 창문을 깨며 안으로 들어왔다.
챙그랑!!
"꺄아아악!"
"뭐야?!"
르헨은 다급하게 옆구리에 걸린 검을 꺼내 들고 레이의 앞에 섰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생물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르..."
약 2미터는 될듯한 커다란 검은 색의 개였다. 그 개의 이름은 하운드 독으로 마계의 하급 몬스터중 하나였지만 르헨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저 르헨은 개가 자신을 향해 적의를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벅찼다.
"레이! 뒷문으로 나가!"
"하지만 당신은..."
"난 이 녀석을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네가 있으면 오히려 방해만 돼!"
"...알겠어요. 여보.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와야 해요?"
레이의 말에 르헨은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는 뒷문으로 나가면서 한마디를 하며 사라졌다.
"여보. 사랑해요."
르헨은 레이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도 사랑해."
솔직히 말해서 르헨은 눈앞에 있는 개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100% 장담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당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레이를 지키면서 싸우는 것은 100% 진다고 장담을 할 수는 있었다.
그렇기에 르헨은 아직도 자신을 향해 적의를 내보내고 있는 개를 바라보고 한숨을 한번 쉰 후에 얘기했다.
"기다려줘서 고맙지만 나는 임자가 있는 몸이다. 그러니 죽을 수 없다고!"
르헨은 있는 힘껏 검으로 개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하지만 개는 한순간 뒤로 빠졌고 검이 허공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다시 르헨을 향해 돌진했다.
"크아아앙!"
르헨은 2미터에 달하는 개에게 부딪히면 뼈가 으스러질 것을 알기에 온몸을 굴러서 옆으로 피했다. 그와 동시에 하운드 독의 박치기에 벽이 뚫렸고 찰나의 틈을 보여주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르헨은 검으로 개의 옆구리를 찔렀다.
"하앗!"
푸욱!
"크아아앙!"
검이 옆구리로 들어가면서 살을 찢는 느낌이 검을 통해 전달되었다. 르헨은 치명타를 줬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때 하운드 독이 발톱으로 르헨의 가슴을 강타했다.
퍽!! 콰타당!
"컥!"
하운드 독의 발톱이 르헨의 가죽 갑옷을 뚫고 가슴에 큰 상처를 주었다. 그와 동시에 하운드 독이 휘두른 발의 힘에 의해서 르헨은 반대쪽 벽까지 날아갔다. 엄청난 충격에 숨을 쉬지 못했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여전히 옆구리에 검이 박혀있었고 르헨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 하운드 독은 그대로 르헨을 향해 돌격했고 그대로 입을 벌려서 르헨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우드드득!!
"크아아악!!"
2미터가 넘는 개의 턱 힘은 살점과 동시에 뼈까지 통째로 뜯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르헨의 어깨가 살점과 함께 뼈가 으스러지는 것은 당연할 결과였다. 피가 울컥하며 뿜어져 나왔고 개의 뜨거운 숨과 불타는듯한 통증은 르헨의 의식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르헨은 멀어지는 의식을 부여잡고 빠르게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꺼져!! 이 개새끼야!!"
푸욱! 콰지직!
르헨은 품속에 넣어둔 단검으로 하운드 독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아무리 2미터에 달하는 하운드 독도 단검이 머리를 뚫고 들어가자 힘을 잃었고 이내 축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르헨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은 하운드 독의 입을 열려고 노력했다.
"으으....아아아악!!"
하운드 독의 입을 벌리면서 어깨에 박혀져 있던 이빨이 신경을 건드렸고 엉망으로 짓이겨진 어깨에서 엄청난 통증이 일어났다.
"크으윽!"
피를 너무 흘려서 의식이 몽롱했지만 르헨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뒷문으로 걸어갔다. 온몸에 힘이 없어서 다리를 질질 끌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갔다. 왜냐하면 르헨에게는 단 한 가지의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레이...조금만 기다려...내가 갈게."
르헨은 뒷문으로 가는 도중에 하운드 독의 옆구리에 박혀있는 검을 뽑은 후에 뒷문을 열었다. 하지만 뒷문을 여는 순간 르헨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뒷문의 바닥에는 누군가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아니지?"
르헨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더 걸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 몇 방울로 떨어져 있던 것이 갈수록 피의 양은 증가했고 약 1분 정도 걸어갔을 때는 이미 바닥이 피로 흠뻑 젖을 정도였다.
"안돼...안돼...안돼!"
그럴수록 르헨은 자신의 심각한 상태와 정반대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불안감도 또한 늘어만 갔다. 제발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만을 바라면서.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항상 틀릴 확률보다 맞을 확률이 높았다.
"이,이건?"
르헨은 달려가다가 뭔가 눈앞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뭔지 보기 위해서 르헨은 침을 삼키며 조금씩 다가갔고 이내 그것이 누군가의 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팔이 왜,왜 여기에?"
팔이 뭔가에 찢겨 나간 것처럼 달랑 팔만 떨어져 있었다. 르헨은 그 팔이 왜 떨어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궁금증을 채울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달리려고 했다. 하지만 르헨은 지나가면서 볼 수 있었다. 항상 봐왔던 익숙한 것을.
"이건...반지?"
찢어진 팔의 손에는 반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반지는 르헨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바로 자신의 반려자인 레이에게 건네준.
"아니지...아니지? 아니라고 얘기해! 아니라고!!"
르헨은 자신이 잘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며 반지에 고개를 수그리며 자세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반지는 르헨이 레이에게 건네준, 이 세상에 있어서 단 하나의 반지임이 틀림없었다.
"안돼!!!"
절망의 울음소리를 내뱉은 르헨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이내 얼마 가지 않아서 볼 수 있었다. 하운드 독 3마리가 뭔가를 맛있게 씹어먹고 있는 것을.
"너희들...뭐를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 거야? 어?! 이 개새끼들아!!"
르헨의 목소리에 하운드 독 3마리가 고개를 들어서 르헨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르헨은 그사이에 볼 수 있었다. 갈기갈기 찢겨 있는 자신의 반려자인 레이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기의 시체를.
"으아아아아!!!!!"
르헨은 이성을 잃고 하운드 독 3마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하운드 독 3마리는 새로운 먹잇감을 오는 것을 반기며 르헨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운드 독 3마리가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좀 전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아직 뜨거운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하운드 독 3마리 밑에서 꿈틀대는 존재가 있었다.
그 한 명의 존재는 바로 르헨이었다.
"...레....이."
르헨의 오른팔은 찢어져서 먹힌지 오래였고 왼쪽 발도 발목 밑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온몸에 작은 상처가 수두룩했고 중상으로 치부되는 큰 상처도 여러 개 존재했다. 한쪽 눈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었고 온몸에서 나온 피도 벌써 치사량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도 르헨은 죽지 않고 끈질기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끈질기게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은 바로 하나의 이유였다. 바로 레이의 곁으로 가는 것.
스윽...스윽...
한 팔과 한 다리로 몸을 끌며 조금씩 레이의 시체 옆으로 다가갔다. 그가 몸을 끌며 가는 길에 피와 내장이 떨어져 있었지만 그에게 그건 상관없었다. 그저 레이의 곁에 가고 싶었다.
그런 집념 때문일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하운드 독 3마리를 처리하고도 죽지 않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스윽....스윽....
"레...이..."
르헨과 그녀와의 거리는 약 10미터. 그런 짧은 거리를 르헨은 5분 동안 몸을 끌어서 움직인 끝에 결국 레이의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안...해...나를....용서해줘."
르헨은 남은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떨어져 있는 레이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제야 르헨은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던 숨을 거두며 의식을 놓았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저승에서 레이와 클롭을 만나면 사과를 해야겠다고.
그렇게 르헨과 같은 사망자는 현 상황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었고 골렘과 마물들에 의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차이트가 함락되었습니다!"
"현재 골렘 300여 기와 마물 천여 마리가 요젠으로 진격 중!"
"치료 마법사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부상자들이 도착했습니다!"
수많은 수인족과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전달을 하고 명령을 하고 있었다. 그런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수인족들과 인간들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그들의 표정이 모두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에서도 특히나 골머리를 앓는 이가 있었다.
"으으....젠장, 젠장. 젠장!!"
욕설을 내뱉으며 화를 내는 인물은 바로 스였다. 스는 왕국이 침략당하면서 베로나를 대신해서 대응하기 위해 명령을 내렸는데 그의 명령에도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스는 자신의 무력감에 대한 분노와 이런 상황에 베로나가 없다는 사실에 짜증을 동시에 느끼면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체 베로나는 어디 있는 거야?! 나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그런 그의 혼잣말을 들은 것일까? 그 타이밍에 한 명의 수인족이 스에게 다가와서 얘기했다.
"스님! 베로나님이 오셨습니다!"
"뭐?! 어디?!"
스가 드디어 베로나가 왔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어서 방문을 빠르게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는데 스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베로나였다.
"어디 갔다가 지금 오는 거야?!"
"시끄러!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베로나는 대뜸 소리치는 스를 향해 똑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베로나는 책상을 손으로 쾅 치며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 상황을 모두 얘기해!"
그렇게 베로나의 말대로 그 자리에 있는 수인족과 인간들이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얘기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모두 들은 베로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상당히 상황이 심각하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좀 답이 없어. 어떻게 할 거야?"
"이럴 때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지."
"방법이 있어?"
스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눈을 번쩍 뜨며 베로나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다른 수인족과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베로나의 말을 기대하고 있을 때 베로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대 밖의 대답이었다.
"현재 수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을 모두 후퇴시켜."
"뭐?!"
"그,그렇게 된다면 수도를 제외한 모든 도시들이 함락될 겁니다!"
"알아. 도시는 부서져도 다시 건설할 수 있어. 하지만 국민은 잃으면 돌이킬 수 없어."
"....."
베로나의 말에 한순간 주변 인물들이 모두 말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베로나의 말이 옳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로나의 말대로 게덴 왕국의 모든 국민들이 수도로 온다고 했을 때 문제점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왕국의 국민들이 모두 수도로 모인다면 식량이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야 할 일이야. 후에 다른 왕국에 도움을 요청하든 다른 방법을 쓰든 간에 우선 지금 위기를 넘겨야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다른 왕국과 다르잖아?"
"예?"
"우리 국민들은 타왕국과 다르게 일반 병사보다 강하지. 그리고 뭉쳤을 때야말로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야."
"그렇군요. 저희 게덴 왕국의 수인족 대부분은 전투 인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각 도시에 퍼져 있지만 수도에 모인다면 그만큼 막대한 군대도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러니 이렇게 얘기해. 수도를 제외한 모든 도시들에 있는 이들은 모두 수도로 집결하라고. 그리고 수도에 있는 모든 가용인원은 방어와 식량 준비를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베로나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주위에 있던 이들이 모두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는 베로나를 향해 얘기했다.
"정말 모든 국민들을 투입하면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네 말대로 막아도 엄청난 희생이 생길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국민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고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생각할 시간?"
"다른 방안을 떠올릴 시간."
"방안이 있어?"
"떠올려야지. 어떻게든."
베로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사이에 방안을 떠올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을 때는...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막겠다고 결심했다.
듀로크가 라이언 왕국으로 돌아온지 하루. 로그가 엄청난 사실을 얘기한 것도 하루가 지났다. 듀로크는 라이언 왕국과 그란 왕국에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했고 그와 동시에 좋은 방안을 떠올리기 위해서 하루 동안 혼자서 머리를 굴렸다.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서 베아트리스의 레어에 왔었고 듀로크의 근처에는 수많은 종이와 글로 가득했다. 모두 하루동안 듀로크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을 글자로 적은 것으로 그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흐음...이 방법밖에 없는 건가?"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방안은 여러 개였다. 하지만 그 방안 중에서도 더 나은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듀로크가 선택한 것은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하면 이보다 더한 방안은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담판을 지을 수밖에."
똑똑.
그렇게 듀로크는 결정을 하고 일어나고 있었는데 문에 누군가 노크를 하는 것을 듣고 얘기했다.
"로그냐?"
"예."
베아티르스의 레어에 들어와서 노크할 인물은 로그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야?"
"모두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 왔어?"
"주인님이 얘기하신 분은 모두 모였습니다."
"알겠어."
듀로크는 로그의 말을 듣고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어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들은 후에 듀로크는 하루 뒤인 오늘, 회의를 개최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회의에 참석할 이들을 모두 로그에게 얘기해주었다.
"텔레포트."
듀로크와 로그는 텔레포트 마법으로 레어에서 바로 라이언 왕성으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이어서 듀로크는 자신이 말한 이들이 모두 커다란 원탁을 중심으로 두고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두 모여있군."
벨치스, 매트, 카르티네, 나르샤, 그란, 벨리온, 맥, 클레아, 쿠로딘, 소크라 백작, 소피아, 로아프, 르, 제이슨, 쥬디아, 아르셰, 나미래, 쉐이드. 거기다 와이번인 트이번과 마검 오블리까지.
라이언 왕국에 있던 이들도 모두 불러모은 것으로 모두 듀로크와 인연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렇게 다 모인 것은 저번에 1번 이후로 처음이지?"
"그때도 라자드와 관련된 일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겠지?"
"안 그럼 다들 바쁜 몸인데 이렇게 부르겠어?"
듀로크의 농담에 20명에 가까운 이들이 웃음을 자아내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괜찮아진 것을 느낀 듀로크는 이어서 얘기를 진행하였다.
"쥬디아. 조사한 정보를 얘기해줘."
"알겠습니다."
쥬디아는 말하기 전에 목을 한번 가다듬은 후에 가지고 온 서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먼저 카무란 왕국은 프로드란 드워프와 메블리라는 상급마족에게 점령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라딘 국왕이 사망하였고 수많은 드워프들이 학살당했습니다."
"젠장!!"
"메블리라고?!"
쥬디아의 말에 2명이 감정이 격해지며 말을 내뱉었다. 한 명은 똑같은 드워프인 쿠로딘이였고 나머지 한 명은 벨리온이었다. 쿠로딘은 하루 전에 얘기를 들어서 조금 덜한 반응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분노를 감출 수 없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벨리온은 메블리라는 말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아는 녀석이야?"
"그래. 마왕을 제외하고 마계서열 1위에 달하는 녀석이야. 그 녀석은 마왕 중에서도 낮은 서열의 마왕과 붙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녀석이라고."
"오블리님도 알고 있다고 해요."
맥은 마검을 들며 얘기했다.
"에...말을 전달하자면. 그 녀석은 나보다 강한 녀석이다. 조금 위험한 녀석이니까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저 벨리온과 다르게 파괴를 즐기는 녀석이니까...라고 하시네요."
"오블리와 똑같은 상급마족이지만 저 녀석은 10위권이었어. 1위와는 천지 차이라고. 혹시 다른 상급마족들도 왔다고 해?"
"예. 다리엘, 리리스, 울리드라는 상급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쳇.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왔구만. 이건 필히 누가 데빌즈 게이트를 열었다는 거야."
"데빌즈 게이트?"
"그게 뭔데?"
벨리온의 말에 대부분의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오랜 세월을 산 카르티네나 베아트리스의 기억을 이어받은 듀로크, 그리고 오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모를 수밖에 없었다.
"데빌즈 게이트는 마왕이 열 수 있는 문이야. 상급마족들을 곧바로 부를 수 있는 문으로 자신의 휘하에 있는 마족들을 소환할 수 있지."
"벨리온.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뭔데?"
벨리온의 말을 들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때 듀로크가 벨리온에게 물어봤다.
"네가 저번에 나한테 그랬었지. 서약한 마왕이 명령하면 절대복종을 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1위부터 4위인 상급마족이 모두 똑같은 마왕에게 서약했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거야. 내가 기억하기로 그 녀석들은 모두 똑같은 마왕을 섬기지는 않거든."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않나?"
"그때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어. 말한 대로 자신이 섬기는 마왕의 명령에는 복종해야 해. 하지만 섬기지 않는 마왕이여도 절대복종을 하는 경우가 딱 하나 있어."
"그게 뭐지?"
"마몬."
"마몬?"
"마왕서열 1위. 마왕서열 1위는 모든 마족들을 절대복종시킬 수 있어."
"그렇다는 것은 마몬이 강림했다는 거야?"
"아닐걸. 내가 알기로 마몬은 몇천 년 전에 봉인 당했거든. 그렇지 않아? 블랙 드래곤."
"그렇다."
카르티네가 벨리온의 말을 증명하면서 듀로크는 한 가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보를 취합한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네."
"뭐가?"
"라자드 녀석이 마몬을 봉인한 물건을 가지고 있고 그 힘으로 데빌즈 게이트를 열었다. 그거 아냐?"
듀로크의 말은 그 어떤 것보다도 정확했고 모든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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