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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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6)
라자드는 자신을 향해 무릎 꿇고 있는 4명의 상급 마족을 향해 얘기했다.
"나를 섬기는 이로써 너희들에게 첫 임무를 맡기기 전에 몇 가지 질문하겠다."
"얘기하십쇼."
메블리는 라자드의 말에 조용히 얘기했다.
"마계에 현재 상급 마족이 얼마나 있지?"
"현재 10위까지 존재합니다."
"10위라...알겠다. 그렇다면 너희들에게도 개인적인 부대가 존재하고 있나?"
"예. 그렇습니다."
"알겠다. 그러면 너희들에게 임무를 맡겨주겠다. 먼저 메블리."
"예!"
"너는 네 부대를 소환해서 카무란을 쳐라."
"알겠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약간 있습니다."
"뭐지?"
"죄송하지만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제 부대를 전송할 수 있는 문을 열기 힘듭니다. 거기다 부끄럽게도 제 부대를 가지고 오더라도 카무란 왕국을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라자드는 메블리의 솔직한 답변을 듣고 메블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메블리를 제외한 3명의 마족은 메블리를 공격하는 줄 알고 움찔거렸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메블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라자드의 손은 메블리의 머리 앞에서 멈추었고 이내 손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기운은 메블리의 몸을 향해 이동했고 마치 메블리가 흡수하는 것처럼 몸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이 정도면 되겠나?"
"...놀랍군요."
메블리는 라자드로부터 받은 힘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마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해진 것 같았고 이만한 기운이 있으면 자신의 부대를 데려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거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력의 일부를 네게 붙여주겠다. 그러면 가능하겠나?"
"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그러면 나머지 3명에게도 똑같이 힘을 나눠주겠다."
이어서 라자드는 메블리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남은 3명에게도 힘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힘을 흡수한 3명은 똑같이 놀라워하는 눈초리로 라자드를 바라보았다.
"다리엘은 게덴을 쳐라. 게덴을 치는데 포마스라는 내 부하가 도와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리리스는 나이트로 가도록. 네게는 몬스터 부대를 보내주겠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울리드는 요리스를 치도록. 네게도 몬스터 부대를 보내주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해라. 나는 여기서 남아서 남은 상급 마족들을 부르겠다."
""예!""
"명심해라. 나의 목표는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종족의 멸망이다. 거기에는 드래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라자드의 말에 4명의 상급 마족들은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피를 부르는 치열한 전쟁.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심하지 마라. 너희들 정도면 고룡급의 드래곤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을 제외하고도 강자는 존재한다. 알겠나?"
""예.""
"그럼 이만 임무를 이행해라."
그 말과 함께 4명의 마족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된 라자드는 자리에 앉아서 몸 안에 있는 검은 기운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가슴에 박혀 있는 구슬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오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마왕님에게 몸을 빌려주면 잊고 있던 제 소원을 이룰 수 없기에..."
라자드는 가슴에서 날뛰는 구슬을 억제하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오늘따라 더 보고 싶군...라티나."
4명의 상급 마족은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온 동시에 울리드는 다른 3명의 마족에게 얘기했다.
"잠깐. 가기 전에 하나 물어볼게 있어."
"뭐야?"
"저 인간 말대로 그대로 따를 거야?"
"그럴 건데?"
"명령은 따를 것이다."
"리리스, 다리엘도?! 메블리는?"
"...나도 똑같다."
"정말로?"
"울리드. 저분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왕님이 분명하다. 우리를 꿇게 하는 명령과 더불어 우리에게 넘겨준 힘까지. 마왕님이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그렇지만..."
"더구나 우리는 마왕님에게 얽매여있는 몸이다. 마왕님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지. 아니면 목숨을 잃고 싶은 것이냐?"
메블리의 말에 울리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메블리가 말하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겠어. 하지만 메블리. 궁금한게 있어. 아까 그 인간의 가슴에 박혀 있는 구슬. 거기에 마왕님이 봉인되어 있는 것이지?"
"그렇겠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마왕님은 총 5명이나 존재하잖아. 2명은 행방불명이고 2명은 봉인되셨고 1명은 마계에 계시는 걸로 아는데."
"맞다."
"하지만 우리들이 섬기는 마왕님은 다 다르잖아? 그리고 섬기는 마왕님이 다르면 영혼의 명령도 통하지 않고. 그런데 조금 전에는 우리 모두 꿇으라는 명령에 움직이지 못했어. 어떻게 된 거지?"
"그 질문에서 얻을 수 있는 대답은 단 한 가지밖에 없어."
듣고 있던 다리엘이 얘기했다.
"뭔데?"
"구슬에 봉인되어 있는 분이 마왕 서열 1위이신 마몬님이라는 거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마왕 서열 1위가 되면 어떤 마왕을 섬기는 것과 상관없이 영혼의 명령을 할 수 있거든."
"뭐? 그럼 말이 안되잖아. 예를 들어서 마몬님이 2위인 바알님의 부하들에게 서로 죽이라고 명령하면 바알님은 마몬님을 세력에서 이길 수 없다는 얘기잖아?"
"맞아. 그것이 마왕 서열이 변하지 않는 이유고. 물론 그럴 경우에는 바알님이 다시 영혼의 명령으로 덧붙이면 되지만. 일방적인 공격과 방어일 수밖에 없다는 거야."
"그렇다면...진짜로 저 구슬에 마몬님이 잠들어져 있는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
다리엘의 말에 울리드는 다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다리엘이 메블리를 향해 얘기했다.
"메블리. 나 또한 너한테 궁금한 것이 있다."
"뭐지?"
"넌 지금 라자드란 인간이 그대로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나?"
"...글쎄."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잠자코 듣고 있던 리리스는 다리엘의 질문에 흥미가 생겼는지 입을 열었다.
"보통 마왕님의 힘을 받으면 몸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지. 더구나 저렇게 마왕님이 봉인되어 있는 구슬을 직접 몸에 이식할 경우에는 대부분 원래 몸의 주인의 인격이 사라지고 마왕님이 대신 몸을 지배한다."
"그래?"
"대부분 그렇지. 그런데 저 라자드란 인간은 어떻게 된 것이 몸에 변화도 생기지 않고 그대로 인격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 중에 저런 괴물이 존재하는지는 몰랐다."
"헤에. 그렇구나. 그러면 1위는 어떻게 생각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왕님은 라자드님의 몸을 뺏으려고 하겠지. 그 반발심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마왕님에게 몸을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높은 정신력 혹은 여러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면...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뭐라고?"
"아니. 아무 말도 아니다."
메블리의 혼잣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리리스는 그런 메블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상관없는데? 인간인게 조금 걸리지만 우리에게 힘을 나눠주잖아? 더구나 왕국을 멸망시키라니. 정말 재밌을 것 같지 않아?"
"확실히. 그가 마왕님에 비견되는 힘을 가진 것은 틀림없지. 더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으니 나는 불만 없다."
"...메블리 너도?"
"나도 불만 없다."
울리드는 자신을 제외하고 3명이 모두 상관없다고 하는 말에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울리드는 머리를 막 긁적이며 신경질을 내며 얘기했다.
"그래. 좋아! 어차피 나도 전투를 즐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마왕님으로 변할 거 아냐? 그럼 불만 없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메블리! 아까부터 뭘 속닥거리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이만 나는 먼저 가겠다."
메블리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고 울리드는 그런 메블리를 향해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저 녀석 오늘따라 왜 그래? 하지도 않던 혼잣말이나 하고."
"...나도 이만 가겠다. 이런 재밌는 것을 놓칠 수는 없지."
"나도~ 오래만에 많은 피를 볼 수 있겠는데? 호호."
다리엘과 리리스도 그 말을 하며 사라졌고 홀로 남은 울리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소리쳤다.
"뭐야?! 나만 왕따시키는 거야? 좋아! 누구보다 내가 더 많이 죽일 거니까 두고 보라고!"
울리드도 이내 모습을 감추며 사라졌고 4명의 마족은 그렇게 각 왕국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면서 왕국들은 위기에 처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의 왕국. 카무란. 타종족보다 월등한 과학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국력 또한 상위권에 드는 왕국이었다. 그리고 그런 카무란을 이끄는 왕이 바로 제라딘이었다.
10살 때부터 남다른 카리스마와 창의력을 가지고 있던 제라딘은 수많은 드워프들의 대화에서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고 20살 때 발명한 다이아 골렘이 내구성과 함께 실용성이 인정되면서 그를 왕으로 인정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왕에 오른 카무란은 카리스마로 드워프들을 모두 통합하는 동시에 수많은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면서 골렘 부대를 새롭게 창설하여 카무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제라딘 혼자서 전성기를 누리게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에게는 프로드라는 측근이 존재했고 그의 뛰어난 두뇌에서 비롯된 것들이 제라딘과 맞물려져서 전성기를 이루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렇기에 제라딘은 어떤 인물보다도 프로드를 믿었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제라딘은 생각했다.
"...왜냐."
"뭐가 말입니까?"
"왜 짐을 배신했느냐 말이다!"
제라딘은 왕좌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드워프들이 피를 쏟은 채 죽어있었고 그들은 모두 제라딘의 호위경비병들이었다. 약 30분 전, 그때는 여전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나날이었다. 제라딘은 어전에 앉아서 보고를 받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 제라딘은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성 밖에서 커다란 굉음이 일어났다. 마치 대포가 작동한 것과 같은 커다란 굉음. 그 굉음에 제라딘은 물론이고 많은 드워프들이 놀라워하며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경비병. 무슨 일인가?"
"지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제라딘의 말에 제라딘을 항상 호위하고 있는 경비병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나간지 10초도 되지 않아서 폭발이 일어났고 호위 경비병들이 피떡이 된 채 문과 함께 박살나며 안으로 들어왔다.
"뭐,뭐야?!"
"대체 무슨 일이..."
제라딘과 회의를 하고 있던 드워프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제라딘은 눈을 찡그린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이내 들어오는 한 인물을 보고 제라딘은 왕좌를 손으로 부수듯이 움켜쥐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지?"
"보면 모르십니까?"
"...왜냐."
"뭐가 말입니까?"
"왜 짐을 배신했느냐 말이다!"
폭발에 부서진 문 사이로 들어온 인물은 바로 프로드였다.
"명예! 돈! 권력! 네게 모든 것을 주었다! 대체 뭐가 부족했느냐?!"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저 진심으로 섬기는 이가 당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게...무슨 소리냐?"
"저는 처음부터 라자드님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걸로 이해가 되십니까?"
"라자드?!"
제라딘은 라자드를 모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도 정보를 모으는 부대가 존재했고 그들을 통해서 최근 대륙에 움직이고 있는 불온한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의 배후에는 라자드란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자신의 심복인 프로드가 그 라자드의 수하였다는 것은 미리 눈치챌 수 없었다.
"그렇다면...왜 이 카무란 왕국을 번성시킨 것이냐? 라자드의 수하라면 그럴 필요가 없을 텐데."
"아닙니다. 오히려 카무란 왕국을 번성시키는 것이야말로 라자드님에게 도움을 주시는 겁니다."
"뭐라고?"
"그거 아십니까? 당신은 제게 군대의 명령권도 어느 정도 부여해줬습니다. 그러니 군대를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움직이고 제 산하로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였죠."
"설마...이 왕국을 라자드에게 바칠 생각이냐?!"
쾅!!
제라딘이 왕좌를 손으로 가격하면서 일부가 부서져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로드는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네놈!!"
제라딘은 왕좌 옆에 있는 지팡이를 세게 눌렀다. 그러자 문에서 왕좌까지 깔려있는 카펫을 제외한 모든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뭐,뭐지?!"
"성,성이...움직인다."
드워프들은 갑자기 요동치는 성에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바닥이 갑자기 밑으로 꺼졌고 그곳에서 거대한 다이아 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이아 골렘!"
"어떻게 저런 곳에서 나오는 거지?!"
드워프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온 다이아 골렘을 보고 당황했다. 바닥에서 나온 다이아 골렘은 총 6기. 그들로만 군대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전력이였다. 그런데 그런 다이아 골렘이 일제히 제라딘의 말을 듣고 프로드를 향해 움직였다.
10미터가 넘는 골렘은 언제든지 프로드를 파리처럼 짓밟을 것 같았고 그 광경을 보는 제라딘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나?!"
"그렇군요. 제가 모르는 장치가 있었다니. 의외입니다."
"이미 후회해도 늦었다! 죽여라!"
골렘들은 제라딘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였고 이어서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을 꺼내 들고 프로드를 향해 휘둘렀다. 그로 인해서 프로드는 한 조각의 고깃덩어리로 변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프로드의 앞에 나타나서 가로막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4미터의 거대한 검이 자신을 향해 오는데도 차분히 서 있었고 그대로 검이 그를 강타했다.
까까깡!!
"뭐,뭣?!"
제라딘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4미터의 거대한 검들이 일제히 검은 실드에 막혀서 산산이 부서져 나간 것이었다. 거기다 골렘의 거대한 검과 부딪혔는데도 검은 실드는 금 하나 생기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다이아 골렘의 검은 7서클에 해당하는 마방진까지 부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검을 한 개도 아니고 6개가 동시에 타격했는데 흠집조차 주지 못했다. 그렇다는 말은 눈앞에 나타난 미모의 남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초인이라는 것밖에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체...넌 누구냐?"
"....."
"누구냔 말이다!!"
제라딘의 물음에도 미모의 남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라딘은 자신을 무시하는 명백한 반응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녀석도 같이 죽여버려라!"
검이 부서진 다이아 골렘은 다시 손에서 마법진을 발현하면서 새로운 검을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구의 몸을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성이 가만히 있지 않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하나."
쾅!!
남성의 몸이 시야에서 한순간 사라지면서 다이아 골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어서 남성은 주먹으로 다이아 골렘의 복부를 쳤고 그 광경은 마치 개미가 바위를 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남성의 조그마한 주먹에 10미터에 달하는 다이아 골렘이 공중으로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다이아를 부수고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다이아 골렘의 핵은 복부에 있지 않고 머리, 가슴, 양팔에 총 4개가 존재하여 그 덕분에 골렘은 쓰러지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남성이 손을 한번 휘두르자 엄청난 강도를 가진 다이아 골렘이 수십 조각으로 잘게 조각났다.
부우웅!!
한 개의 다이아 골렘이 분해되면서 작동이 멈추는 사이에 두 개의 다이아 골렘이 주먹으로 남성을 향해 짓눌렀다. 그러나 남성은 골렘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맞대응을 했다.
콰아앙!!
남성의 몸 절반 정도로 커다란 골렘의 주먹을 남성은 양손으로 붙잡았다. 약 5미터가량 뒤로 밀려났지만 그에게는 어떤 상처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골렘의 주먹에 금이 가면서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둘, 셋."
콰쾅!!
남성이 힘을 주자 골렘이 주먹을 시작으로 갈가리 찢겨나가면서 온몸이 분해되었다. 그사이에 3개의 다이아 골렘도 남성을 향해 달라붙었지만 남성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움직이면서 골렘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그러자 3개의 다이아 골렘도 순식간에 몸이 분해되면서 쓰러져갔다.
"...싱겁군요."
"말,말도 안 돼..."
제라딘은 6개의 다이아 골렘이 힘도 쓰지 못하고 분해된 것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성의 몸에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는 사실도 눈치챘다.
"대체 넌 누구냐?!"
"그러고 보니 소개를 드리지 않았군요."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숨어있던 프로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얘기했다.
"이 분의 이름은 메블리. 라자드님을 따르는 마족이자 저를 도와주시러 온 분입니다. 그리고 이 카무란을 이끌 분이기도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족이라고?!"
제라딘은 마족이 어떤 종족인지 알기에 프로드의 말에 경악했다.
"설마...상급마족?"
"호오? 바로 맞추시다니. 놀랍군요. 그럼 반항해봤자 소용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죠?"
"....."
"저도 잔인한 드워프는 아니니 지금까지 모신 시간을 생각해서 살려는 드리겠습니다."
"그런가...고맙네."
제라딘은 마치 힘을 잃은 것처럼 왕좌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프로드는 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고 메블리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둘이 제라딘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제라딘은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 들며 외쳤다.
"라고 할 줄 알았나?!"
제라딘의 손에 들린 것은 소형 마법포였다. 대부분의 마법포는 상당한 크기에 충전된 마나를 공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소형화시키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마법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제라딘이 가지고 있는 소형 마법포였다.
소형화시키면서 위력도 반감되었지만 위력을 집중시키면서 7서클 마방진도 한순간 뚫을 수 있는 경이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소형화 마법포를 만드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고 기술이 발전한 카무란조차 한 정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딱 한 정 있는 소형 마법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제라딘이였다.
'미리 충전을 시켜두었으니 시전 시간은 없다. 아무리 상급 마족이라도 피할 수 없을터!'
그런 확신에 찬 생각을 하며 제라딘은 마법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는 동시에 마법포에서 응축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마나가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서걱.
"...어?"
제라딘은 갑자기 시야가 어긋나는 것을 느끼며 의아애했다. 왜냐하면 눈앞의 광경이 두 개로 갈라져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성이 갈라진 것처럼. 하지만 이내 제라딘은 화끈한 통증과 함께 왜 그렇게 보이는 줄 알게 되었다.
"젠..장."
푸화아아악!
마법포가 두 개로 갈라지는 동시에 제라딘도 두 쪽으로 갈라져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워프들이 비명을 질렀고 프로드는 손으로 왕좌를 가리키며 메블리에게 얘기했다.
"이제 앉으시지요. 카무란 왕국은 당신 것입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메블리는 벌벌 떨고 있는 드워프를 바라보며 얘기했고 안색이 핼쑥해진 드워프들은 간절한 눈초리로 프로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의 바램과 정반대로 프로드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맘대로 하십쇼. 죽이든, 제물로 바치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라자드님에게 도움만 된다면."
"...알겠다."
메블리는 아무런 감정도 들어있지 않는 눈으로 드워프들을 바라보았고 드워프들은 마족에서 나오는 기운에 바싹 얼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카무란 왕국은 메블리와 프로드를 시작으로 라자드를 뒤받쳐주는 왕국이 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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